계속되어야 할 한국정원의 ‘한국다움’ 찾기 - 대학지성 In&Out
계속되어야 할 한국정원의 ‘한국다움’ 찾기
박경자 전남대학교 학술연구 교수/전통경관보전연구원 원장
승인 2020.05.24
[책을 말하다]
■ 책을 말하다_ 『한중일 정원에서 찾은 트렌드 II』 (박경자 지음, 학연문화사, 272쪽, 2020.03)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지역 간 문화교류가 갈수록 왕성해 지는 탓이다.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오늘 아침에 동대문 시장에 선보인 패션이 정오쯤에는 베이징의 짝퉁 시장에 뜨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세계화 속에서 우리 국가와 민족의 정원 문화 정체성을 찾는 작업은 쉽지 않다. 우리 정원의 차별성을 찾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단순한 옛 구조물 형태를 재현해 한국 정원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오랜 전통을 가지고 현재까지 계승돼온 연못, 석가산 등 한국 전통조경 구조물을 현대 환경에 알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 1권 ‘한중일 정원에서 찾은 트랜드’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 정원의 한국다움을 나타내 보여야만 할까를 고민한 저자의 연구 결과물이다. 내용의 상당 부분은 2014~15년 사이에 조선일보 프리미엄에 연재했던 ‘박경자의 한중일 정원 삼국지’의 한중일 연구 비교를 재정리한 것이다.
현대정원 디자인 경향은 현대예술사조의 핵심인 심플, 기능, 디테일일 것이다. 여기에서 모던정원의 재해석틀을 마련했다. 특히 Ⅲ장에서는 일본의 가레산스이 정원을 재해석해서 모던화한 禪정원인 ZEN정원을 깊이 다루고 있다.
▲ 최재혁 작가의 세심원, 네모난 연못을 재해석했다. 한국 전통조경 구조물을 현대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법을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조경 기술사, 문화재조경 기술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또 베이징과도 인연이 깊다. 한양대 재직 시절 3년 동안 칭화(淸華)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일한 바 있다. 이 인연으로 중국 현지에 지인들이 많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틈만 나면 현장을 쫓아다녔던 것이다.
국가와 지역 간 문화교류가 갈수록 왕성해 지고 있다. 이런 세계화 속에서 우리 국가와 민족의 정원문화 정체성을 찾는 작업의 하나인 ‘한중일 정원에서 찾은 트렌드Ⅱ’라는 책이 발간됐다. 책은 지난해의 ‘트렌드Ⅰ’에 이은 후속작이다. 세계화 속에서 우리 정원의 차별성을 찾기 위해서 한국 전통조경 구조물을 현대 환경에 알맞게 재해석, 한국 정원의 한국다움을 나타내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엮여진 것이다. 또 2017년 3월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수행된 한국연구재단의 중견 이공 연구과제 ‘한국 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 연구 - 중국 특히 일본과 비교연구를 중심으로’의 결과물 일부이기도 하다.
▲ 쿄토 료안지, 가레산스이 정원
▲ 쿄토 도호쿠지 모던 가레산스이 정원, 시게모리 미레이 작품으로 가레산스이를 재해석
저자는 오랫동안 한중일 정원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이미 석사 논문에서 한중일 연못 비교연구를 시작해서 박사논문에는 연구가 상당히 깊어졌다. 그 후 2000년도에 여러 차례 석가산, 연못 등 학술연구에서 한중일 비교연구를 수행했고, 또 2008년~10년까지 본격적인 동북아 조경 비교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2017~20년 연구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연구에 현대조경연구를 종합 발전시켜서 한중일 전통정원에서 찾은 트렌드인 현대적 재해석 연구를 수행한 것이다.
▲ 경남 밀양 무기연당, 연못 가운데 섬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보전이 잘된 석가산
책 2권의 Ⅰ장인 정원 트렌드는 여러 학자들의 원고 등을 분석, 정리한 것이다. Ⅱ장은 저자가 그동안 조사 답사한 ‘정원 현장’을 직접 찍은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중화 문화권, 일본, 스웨덴 등의 정원들이 사진에 담겨 있다. 이어 Ⅲ장의 ‘한중일 대표적 사례’에서는 한중일 정원 트렌드를 다시 분석, 정립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석가산, 광경, 야경, 차경 등을 꼽을 수 있다. 책의 1, 2권에서 전통 정원이 현대 정원의 디자인 경향에 따라 재해석된 사례를 연구했다. 특히 미니멀리즘, 아방가르드의 영향을 먼저 받은 일본의 현대식 정원을 소개했다. 신축 아파트에 적용된 석가산 등 직접 찍은 300여장의 사진을 책에 담았다. 유럽이 동양의 현대 정원에 끼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스톡홀름, 코펜하겐 등도 탐사했다.저자는 조경 분야의 실무와 대학 강의에 40여년을 종사했다. 앞으로 한국 정원의 뿌리 찾기에 이어, 그 전통과 흐름을 실용화할 방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경자 전남대학교 학술연구 교수/전통경관보전연구원 원장
서울대 조경학과에서 경주의 안압지 조경양식, 조영계획을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하고 중국 칭화(淸華)대학 건축학원에서 3년간 연구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한중일 정원에서 찾은 트렌드』, 『한국의 정원』, 『중국의 정원』, 『일본의 정원』, 『조선시대 정원』, 『조선시대 석가산 연구』, 『중국강남 원림론』, 『안압지 조영(造營)계획연구』, 『한국전통조경구조물』 등이 있고 그 외 다수의 논문과 설계·시공 작품이 있다. 특히 『한국현대주택구 경관설계(2005)』는 APPA(아시아 태평양 국제도서전)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한국과 중국에서 최초로 중·한 전통정원 비교연구서인 『중한고전원림개람(園林槪覽)』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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