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30

2011 <함석헌과 한국 기독교①>한국교회는 왜 ‘함석헌’을 배척했나 - 시사ON

<함석헌과 한국 기독교①>한국교회는 왜 ‘함석헌’을 배척했나 - 시사ON



<함석헌과 한국 기독교①>한국교회는 왜 ‘함석헌’을 배척했나
비폭력 평화주의자 함석헌의 근본정신은 ‘예수정신’
함석헌 교권교리 거부하자 보수교단 이단으로 치부
퀘이커에서 노자까지…종교다원주의·상대주의 정립
함석헌 영원한 자유인…‘생명평화공동체’ 구현이 꿈
2011년 06월 20일 (월)최신형 기자  ceo707@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신형 기자)

‘파란 눈의 오똑한 코, 금발 머리를 한 백인의 남성….’ 우리들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예수의 모습이다. 누가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형상이 그동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태어난 예수는 결코 파란 눈의 오똑한 코, 금발 머리를 한 백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전형적인 셈족의 모습인 담황갈색의 피부와 검은 머리, 검은 눈에 더 가깝다.

물론 그 누구도 실제 예수의 상(像)을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런 의문을 통해 그간 사실이라고 여겼던 내적 기억을 밖으로 끄집어 내보자는 것이다. 진리의 발견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을 의심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함석헌(1901∼1989)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폭력 평화주의자로 알려진 함석헌 선생 앞에는 민주화운동가 독립운동가 종교사상가 언론인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함석헌의 이 모든 사상을 포괄하는 핵심정신은 ‘예수 그리스도’다.

그러나 과거에도 주류는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함석헌은 기성 교단의 교리와 전통을 거부한 채 교회 밖에서 개개인의 인격의 변화를 꾀하는 자속(自贖)신앙을 주창했다.

비주류를 자처했던 그는 1950년대부터 예수의 정신이 결여된 한국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함석헌은 지난 1956년 장준하가 발행하던 <사상계>에 ‘한국 기독교 무엇을 하려는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정통 기독교를 권력만 쫓은 채 윤리의식이 결여된 종교라고, 또 1971년 <씨알의 소리>에서는 교회가 샤머니즘적이며 교파의 분열을 꾀한다고 맹비난했다.

2011년 보수 대형교회가 안고 있는 정교유착, 패권주의, 양적성장주의, 기복주의, 엘리트주의, 신비주의 등을 이미 60여년 전에 간파한 셈이다. 때문에 정통 교단은 함석헌을 불편하게 여겼다. 결국 함석헌은 ‘이단’의 낙인이 찍혀버린 채 대다수 교단으로부터 배척당했다.

  
▲ 1977년 3월 22일 3·1 민주구국 선언 후 침묵하며 행진하는 함석헌 선생(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하 사진제공=(사)함석헌 기념사업회>

‘퀘이커’ 함석헌, 그가 꿈꾸던 것은? 

“함석헌 선생이 당시 보수 교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는 무교회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우치무라 간조의 영향은 받은 함석헌은 무교회주의를 통해 교회의 제도와 교권, 예배의 형식 등을 거부했습니다. 표피적인 껍데기를 버리고 예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죠. 제도를 중시하는 교권주의자들은 참된 예수의 정신을 늘 등한시하지 않습니까.(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함석헌이 처음부터 무교회주의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함석헌은 1924년 동경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장로교 집안에서 자랐고 세례까지 받았다. 그러던 중 그는 일본의 무교회주의를 창시한 우치무라 간조를 만나면서 신앙의 전환점을 갖게 된다.

함석헌은 교회 밖에서 예수의 진리를 추구하는 무교회를 접한 뒤 1927년 7월 김교신 송두용 정상훈 양인성 류석동 등과 함께 <성서조선>이라는 동인지를 창간하는데, 함석헌이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쓴 것도 이 무렵이다.

하지만 일본제국은 1942년 김교신의 ‘조와(弔蛙)’라는 글이 개구리의 죽음을 통해 조선민족의 소생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성서조선>을 폐간시켰고, 함석헌 김교신 유달영 등 18명은 서대문형무소에 1년간 투옥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함석헌이 무교회주의를 넘어 또 다른 예수의 정신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그는 1953년 7월 4일 ‘대선언’이라는 시를 통해 “나는 더 이상 무교회에 머무를 수 없다. 우치무라 간조의 하나님이 아니라 내 하나님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신앙적 변화를 꾀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무교회주의자도 함석헌을 멀리했고, 이후 그는 한국의 퀘이커(Quaker)를 만난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학교 교수의 종교로 널리 알려진 퀘이커는 형식을 배격하는 측면에서 무교회주의와 비슷하지만, 그 신앙의 출발점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현필 (사)함석헌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양자의 차이에 대해



무교회주의는 일본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사무라이 정신이 남아있는, 어떻게 하면 철저하게 구원의 길로 갈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반해, 



퀘이커는 루터가 종교개혁을 할 당시 개신교의 한 종파로 나왔다. 퀘이커들은 각각의 사람에게 내재돼 있는 내면의 빛을 통해 하나님과의 교감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퀘이커는 전쟁에 반대하는 비폭력주의를 주장하는 등 세계평화운동을 중시하는데, 함석헌 선생이 이런 부분에 많이 끌린 거 같다. 신앙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예수를 향해 정진하는 것, 그것이 함석헌 정신”이라고 말했다.

김경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도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함석헌 정신과 관련, “함석헌은 교권과 교리, 교회 건물의 크기, 교인 수 등을 신앙의 비본질적 요소로 규정한 채 다원주의를 통해 열린 종교의 자세를 취했다”면서 “요한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를 만난 뒤 동네 사람들한테 달려가 이 같은 사실을 알렸듯이 함석헌도 삶의 현장에서 예수의 영성과 생명을 전하며 권위의 껍데기를 던져 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도 퀘이커에 대한 정통 보수교단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 연대 사무국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기성 보수 개신교는 퀘이커 자체를 모를 것”이라며 “보수정서라는 게 일단 거부하고 보지 않느냐. 그들은 포용의 입장에서 사안을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왼쪽부터 유달영, 함석헌, 다석 유영모 선생.<사진제공=(사)함석헌 기념사업회>

종교다원주의에 쏠린 두 개의 시선

“구원의 길은 오직 예수, 한분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믿으시면 ‘아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따라 왜 목소리가 작습니까. ‘아멘’이라고 하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매주일 개신교에서 행해지는 설교의 풍경이다.

기독교는 유일신 사상이다. 때문에 요한복음 4장 12절을 강조한다. “다른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하였더라.”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보수 교단의 금기, 그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1991년 변선환 감리교신학대학 학장이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하자, 감리교는 금란교회(김홍도 목사)에서 교단 법정최고형인 출교 처분을 내렸다. 또 변 학장은 동시에 목사직은 물론, 감리교인의 자격도 박탈당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95년 8월 8일 변 학장은 이단이라는 멍에를 벗어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도 2004년 5월 12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최고위과정의 특강에서 “불교는 불교만의 메시지가 있고, 기독교는 기독교만의 메시지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은 즉각 “조용기 목사가 다원주의 종교관을 피력했다”며 그의 발언을 주목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조 목사는 그 주 설교시간에 “자신은 그런 취지로 말한 게 아니다. 구원은 오직 예수밖에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만큼 종교다원주의는 보수 개신교의 뜨거운 감자다.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일부 신학자들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미국의 복음주의 신학을 받아들인 보수 교단에서는 이단의 첫 번째 구별방법으로 종교다원주의를 꺼낸다. ‘구원의 길이 예수밖에 없는가, 아니면 다른 종교에도 있는가’ 라는 기독교 순혈주의의 문제는 여전히 평형선을 달리는 논쟁거리인 셈이다. 

이 같은 논란과는 별개로 함석헌은 퀘이커에서 그치지 않고 동양의 노자, 공자, 석가 등을 끌어안으며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했다. 한마디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종교사상가의 삶을 걸었다는 얘기다.

함석헌은 종교다원주의를 통해 타종교와 상생할 수 있는 ‘상대적 종교관’을 전했지만, 보수 교단은 여전히 종교다원주의를 배척하고 있다. 보수 교단에서 함석헌을 목회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기성 교단이 종교다원주의를 배척한 이유에 대해 “보수 기독교는 종교다원주의라는 말만 들어도 자기 방어적인 본능이 발동하고 있다. 기독교만이 계시종교라고 주장한 채 나머지 종교를 무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독선과 독단”이라며 “이슬람, 불교 등 타종교에도 문명과 선함, 양심, 예술 등이 각각 들어있지 않느냐. 종교가 진리에 이르는 길은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할 때만 가능하다. 지금은 서구문화제국주의 시대가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현필 (사)함석헌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함석헌 선생은 노자 공자 석가 등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등 계속 진보해 나갔다. 배타성을 가지고 구분 짓는 것을 거부한 것”이라며 “예수의 사상과 타종교 간의 진정한 대화를 통해 신앙과 삶의 혼연일체를 꿈꾸는, 교권에 대한 속박이 아닌 진리와 자유를 향한 생명평화공동체의 구현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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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과 한국 기독교②>한국교회의 위기…다시 ‘함석헌’을 생각한다
개신교, ‘대형화·기복주의·엘리트주의’…물신주의 총집합
한국교회와는 반대길 걸은 ‘함석헌’ 주목…‘생명평화사상’
김경재 교수 “대형교회, 권력화위해 예수이름 팔고 있다”
함석헌 저항에 담긴 의미…“자유와 민중 사랑했기 때문”
2011년 06월 21일 (화)최신형 기자  ceo707@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신형 기자)

한국교회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2000억 원대의 예배당 신축을 둘러싼 사랑의교회 특혜 의혹, 삼일교회 청년부흥을 이끌었던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교회 사유화 논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 의혹, 사찰 땅밟기 등이 잇따라 불거지자 위기론이 더욱 증폭될 태세다.

이 같은 교회의 공공성 실추는 기독교만이 절대 진리라는 ‘절대주의’, 모든 일은 하나님의 개입이라며 비판을 막아버리는 ‘신비주의’, 복의 근원을 강조한 나머지 교회의 양적성장과 엘리트주의에 끊임없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복주의’와 맞물려 반(反)기독교 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한국교회가 물신주의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개신교와는 반대의 길을 걸었던 함석헌 선생을, 그의 씨알(민중)사상과 생명평화사상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지난 1950년 군산에서 퀘이커 봉사단과 함께 봉사를 하고 있는 함석헌 선생의 모습.<사진제공=(사)함석헌 기념사업회>

대형교회와 기복신앙, 그리고 함석헌


“함석헌 선생이 양적성장에 골몰된 오늘날의 대형교회를 본다면,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요. 마음 아파했을 테지요. 함 선생은 평생 조직에 속해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간은 조직에서 소속감을 느껴야 더 안정감을 갖잖아요. 근데 함 선생은 조직보다 사람의 원초적인 자유를 사랑하고 추구했습니다. 스스로 뻗어나가는 자유를 소중히 여긴 거죠.(정현필 (사)함석헌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대형교회의 신축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뭐가 어때.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남의 집 짓는데 웬 참견이야. 기도하자, 원래 방해세력들이 많은 법이거든.” vs “무엇을 위해서 수천억 원씩 돈을 써가며 건물을 짓느냐. 세금이나 내라.” 이쯤 되면 같은 사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대형교회 논란에 불을 지른 것은 사랑의교회’ 신축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다. 사랑의교회는 1978년 창립된 이래 평신도훈련에 집중하며 타교회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교회가 부자세습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을 당시인 2003년에도 옥한흠 목사는 오정현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겼다. 적어도 지난해 12월 신축건물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사랑의교회는 가장 모범적인 교회 중 하나였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대형화와 관련, “신도들의 전도를 통해 교회가 양적성장을 이룬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나.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의무를 도외시한 채 ‘양적성장이 축복’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라며 “대형교회들은 신축하기 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대형교회들은 자신들의 권력화를 위해 예수의 이름을 팔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더 큰 교회, 더 커지고 싶은 교회에 대한 선호현상이 교회 대형화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자유주의의 이념이 신앙을 먹어 삼켰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물신주의로 질주하고 있다. 거기서 개신교의 많은 문제가 촉발된다”고 꼬집었다.

초호화판 건물 짓기에 혈안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교회들 역시 공사의 속도전을 위해 법집행 과정을 무시한다는 데 있다. ‘교회=정치권력’, ‘교회=재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랑의교회 역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출석교인 4만 5000명(등록교인 9만 명)에 달하는 사랑의교회는 2009년 대법원 맞은편에 위치한 부지(2025평)를 대림산업으로부터 1100억 원에 매입, 이듬해 6월 20일 기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3월 사랑의교회가 서초구의 공공도로인 참나리길 지하를 점유해 예배당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교회건축을 위해 공공도로의 지하점유를 허용한 선례를 남기게 돼 향후 대형교회들의 신축과정에서 공공재산 침해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는 사랑의교회 건축허가 사전승인과정에 서울시와 시의회, 서초구, 한나라당 L의원 등이 개입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효봉스님과 함석헌 선생(오른쪽).<사진제공=(사)함석헌 기념사업회>

교회개혁, 함석헌의 ‘씨알정신’으로 


교회의 ‘묻지마식 신축’은 개신교에 대한 신뢰하락과 교인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해 12월 14일 공개한 ‘2010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층이 무려 48.4%였다. 이는 전년대비 14.9%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신뢰한다고 답한 층은 17.6%(2009년 19.1%), 보통은 33.8%(2009년 47.4%)로 조사됐다. 또 가장 신뢰하는 종교기관을 묻는 질문에서도 개신교는 20.0%로, 가톨릭(41.4%)-불교(33.5%)에 미치지 못했다. 종교별 호감도 역시 가톨릭 35.5%-불교 32.5%-개신교 22.4% 순이었다.

뿐만 아니라 개신교인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2005년 발표한 ‘인구총주택조사’에 따르면(2010년 종교인구 미조사)개신교 인구는 862만 명(18.3%)으로, 10년 전에 비해 14만 명이 감소했다. 반면 불교는 22.8%, 천주교는 10.9%였는데, 두 종교 모두 상승 추세를 보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개신교에 다니는 국회의원들의 비율이 일반 인구대비 2배가 넘는다는 점이다. 18대 총선이 끝난 직후 한기총은 299명의 여야의원들 중 개신교인이 119명(약40%)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을 보는 일반국민들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개신교와 정치가 결합한 결과, “종교와 정치가 유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일종의 냉소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 “교회의 대형화, 물신주의, 기복주의 등은 교회의 본래적인 역할이 아니다. 교회가 예수의 본래 정신에서 탈선하다보니까 자꾸 권력을 쫓는 것”이라며 “대형교회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이런 물신에 사로잡혀있는 신앙 때문이다. 뒤에선 정치적, 사회적 힘과 재력을 이용하고, 앞에선 진리를 설교하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종교지도자들은 일반인들보다 청빈해야 하고, 교인들은 교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세법에는 종교단체와 종교인에 대한 과세 규정이 없다. 하지만 2011년 현재까지 그간의 관행대로 비과세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의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종교과세와 관련해 “교회 등 종교단체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면서도 “목회자 등 종교인들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부패한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원인으로 ‘함석헌 정신’의 결여를 꼽았다. 김 교수는 “기존의 한국 기독교는 예수의 본래적 정신과 영성, 그리고 복음에서 이탈했다”면서 “예수의 참된 영성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다. 예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던 함석헌 선생의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함석헌 정신의 핵심은 생명평화와 씨알사상입니다. 함석헌 선생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것도 평화와 생명, 그리고 민중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씨알은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믿기 때문에 인간 내면의 자유를 탄압하는 모든 악과 싸우지만, 비폭력 저항을 추구합니다. 또한 씨알은 선을 혼자서 행하지  않고, 같이 살기운동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함석헌 정신입니다. (정현필 (사)함석헌기념사업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