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3

에즈원 커뮤니티에 함께 다녀온 박진님의 글이 경향신문에 실렸네요~ - Daum 카페

에즈원 커뮤니티에 함께 다녀온 박진님의 글이 경향신문에 실렸네요~ - Daum 카페

에즈원 커뮤니티에 함께 다녀온 박진님의 글이 경향신문에 실렸네요~|에즈원커뮤니티 교류
맑은공기|조회 120|추천 0|2013.01.28. 11:41http://cafe.daum.net/nshumanschool/W2ve/11

[경향마당]공존을 위해 희망버스를 타야 한다

박진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노동자는 일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사장이나 점장은 노동자의 불평불만을 듣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업무이다. 이런 꿈같은 회사가 있을까? 있다. 얼마 전 나는 일본 미에이현 스즈카시의 ‘에즈원커뮤니티’를 방문했다. 이들은 ‘도시락배달’ 회사를 창업했고, 정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개인과 사회 모두가 만족해야 한다는 회사 운영 목적을 세웠다.
이에 따라 폭설이 내린 날 사고를 각오하면서 배달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며 양해를 구한다. 어느날 문득 직원이 회사에 나오기 싫다고 하면 그럴 수 있는 일이니 기다려주는 것이 어떠냐고 고객을 설득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좋은 재료와 맛,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덕에 하루 1000개 이상의 도시락을 판매하는 중견 회사가 됐다.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후안무치를 일삼는 기업가들과 정부의 관료들에 익숙한 한국인 방문단에 그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는 놀라움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었다. 특별한 이유와 기준은 없었다. 의자놀이 또는 러시안룰렛게임처럼 운이 나쁘면 죽는 게임일 뿐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는 억울함, 피폐함, 분노 등으로 사람들은 몰락해 갔다.

그렇게 쌍용차에서 23명, 아니 얼마 전 회사 내에서 자살을 시도한 이가 돌아가셨으니 24명이 죽었다. 멀쩡한 회사를 회계조작으로 고의부도 처리하고, 이를 이유로 대량 해고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쌍용차에서 오늘도 노동은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희망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노동이 그렇다. 그런데 스즈카를 다녀온 나는 희망을 다시 품게 됐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시스템은 굴러간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했다.

지난 26일 쌍용차와 현대차로 희망버스가 다녀왔다. 타인의 고통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만들었던 희망버스, 그것이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스즈카와 평택, 울산…. 어느날 밤 함께 살고 싶어서 어깨 들썩이며 울고 있는 그대들을 향해 우리는 신발끈을 다시 묶는다. 우리가 이제 유일하게 사는 방법은 공존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