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8

(12) Yipyo Hong - 투계혼(鬪鷄魂)으로 특혜가 아닌 특권을..? 어지러운 시절이다. 새누리당 소속 호남 의원...

(12) Yipyo Hong - 투계혼(鬪鷄魂)으로 특혜가 아닌 특권을..? 어지러운 시절이다. 새누리당 소속 호남 의원...



투계혼(鬪鷄魂)으로 특혜가 아닌 특권을..?
어지러운 시절이다. 새누리당 소속 호남 의원 정운천씨가 아프리카, 동남아 오지에 청년 10만 명을 보내자 하였다. 2012년에 뜬금없이 ‘대한닭싸움협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이 되신 분의 보무도 당당한 국정감사의 일갈이시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겐 ‘쌈닭’ 정신이라도 부족하단 말인가? ‘레임덕(Lame Duck)’인데도 여전한 우리 영애님의 대민', '대야’, '대북' 투쟁의 정신은 그야말로 ‘쌈닭 혼’(Spirit of Fighting Duck), 즉 ‘투계혼’(鬪鷄魂)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 정신을 갖고, 새마을운동을 계승 중인 30년 독재국 아프리카 우간다 같은 곳에 가서 잘 발휘해 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인겐가?
문득 9년 전 선교사 파송 훈련과 절차를 밟던 시기가 떠오른다. 『기독공보』 1996년 4월 6일자 기사를 찾아 보니, 「예장(합동) 73개국 712명(96.4.1 현재) 2018년 3,000명 목표」라고 적고 있다. 이제 2년 뒤면 3,000명을 목표로 하였던 2018년이 도래한다. 합동측 총회세계선교회(GMS)가 2007년에 95개국 1,700명을 보냈다는 통계가 있으니, 지금은 2,000명은 넘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선교사 파송을 준비하던 때는 한국 개신교 전체가 해외 선교에 열을 올리던 바로 그 시기였다. 그런데 1999년 정도 통계까지는 예장합동, 예장통합에 이어 감리교가 선교사 숫자 3위였다. 그런데 수년 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하성’ 교단에 밀려 4위로 떨어지고 만다. 그 시기에 교단 본부의 한 목사는 선교사 후보생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단이 열심히 해서 빨리 순위를 탈환해야 합니다. 나아가 파송 숫자가 2등까지 올라가도록 더 많이 내 보내야 합니다.”
선교사 지망생 하나하나는 인생을 건 절박한 모험으로 그 자리에 와 있었건만, 교단 본부의 관료는 고작 교파별 파송 순위나 운운하고 있었다. 나는 유치한 교파 간 교세 경쟁에 동원되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함을 느꼈다. 정운천의 발언도 바로 저와 같은 감각이었을 것이다.
필요 이상의 신학교의 난립과 신학생(전도사, 목사후보생)의 과잉 배출... 그들은 갈 곳이 없다. 기업의 노동 현장이나 학계, 모든 곳이 공급과잉으로 지옥굴이 되어 있다. 고급인력은 판을 치지만 상위 5%가 파이를 움켜쥐고 있다. 교회 현장도 대형교회가 대형마트처럼 블랙홀이 되어 미자립 교회의 존립을 위협한다.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 도피형 선교사 지망이 늘어나고, 그렇게 대책 없이 선교사를 해외 각지로 내보낸다. 그러면 일순간 인력수급 조절이 해결된 듯 보이고, 해외선교 역량과 교세도 과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교회사를 전공한 나는, 내한 선교사들이 선교본부(board)와 주고받은 편지를 읽을 기회가 많았다. 100년 이상 전에는 선교사 한 명을 보낼 때마다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고 돕기 위해 골몰했다. 초대 선교사들이 현재의 한국 기독교 해외 선교 행태를 보면 무어라 말할까?
대규모 해외 이주와 인구 이동의 역사는, 제국주의와 침탈과 이후의 노예 운반의 역사로 시작됐다. 우리에게도 쓰라린 노예의 삶이 기다리던 하와이 이민의 역사가 있다. 일본인들도 브라질, 멕시코, 하와이 이민을 통한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 이후 일본이 제국을 건설했을 때도, 일본 정부가 한반도와 대만, 만주에 이주시킨 사람들은 국내에서 골치 썩히던 실업 낭인들, 하층민, 여성, 노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식민지로 이주하여 조선인, 만주인들을 가혹하게 다스리고 차별하도록 몰아갔다. 그야말로 “쌈닭 혼을 갖고 나가 원 없이 특권(特權)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한일 양국 정부의 행태는 과거를 답습하려 한다. 일본은 재무장을 통해 군대를 파병하여 골치 아픈 후리타 청년들을 열도에서 내보낼 궁리이다. 국내에서 열패감에 쩔어 있던 그들은 해외에 나가 지배자, 승리자가 되어 그 동안 못 느꼈던 쾌감을 만끽하며 마구 칼을 휘두를 것이다. 그리고 야수로 돌변해 되어 강간을 자행할지도 모른다. 그에 편승한 한국 정부도 결국 내놓는 발상이 참으로 너절하고 천박하다. 우선은 정운천 당신의 자식과 조카들부터 내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군대는 정상적으로 다녀왔고, 보내었는지 묻고 싶다.
결국 이화여대 최순실 모녀 이야기로 자연스레 넘어온다. 나는 선교사로 나오기 전, 이미 밟고 있던 학위과정을 마친 뒤 나가기 위해 수속 기간을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교단의 권세 있는 어른의 아들은 어린 나이인데도 벌써 목사가 되어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의아한 나머지 주변에 물어보니, 원래는 목사 안수 후 4년 동안 선교사로서 해외에 체류해야 하는 진급 과정이지만, 해외에 있는 것처럼 서류로만 꾸며놓고 국내에서 저리 공부한다는 것이었다. 와우! 나 같은 육두품은 상상할 수 없는 삶의 여정이 아닌가?
최순실의 딸 정 모양은, 이미 도처에 존재하고 있었다.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것은 딱히 특혜(特惠)라고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누려야 할 ‘특권’(特權)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도 “한 가지 말씀드릴 건 전혀 특혜라는 건 없었다는 것이며, 이 점만 확실하게 밝히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맞다! ‘특혜’란 건 없었을지 모른다. 다만 최순실 씨 따님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權利), ‘특권’은 있었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 최경희 총장의 답변은 아주 명료하고 깔끔하다. 저 강퍅해 진 얼굴은 그저 당당할 뿐이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속삭인다.
“장사 하루이틀 하나!?”
그렇다. 상아탑마저도 이미 ‘장사’로 전락한지 오래다. 금력과 권력이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물건들이 진열된 백화점... 그렇다. ‘새누리’를 한자로 표현하면 ‘신세계’(新世界)라고도 할 수 있겠지... 이왕이면 명품관에서 구입을 하려다 보니 구설에 좀 올랐을 뿐이다.
나는 여기서 정운천과 더불어 호남에서 처음으로 ‘신세계’(새누리)당의 의원이 된, 그리고 당대표까지 먹어버린 이아무개의 화상이 떠올라 속이 메슥거려 온다. 최순실 이름 석자가 수면에 오르자, 제 한 몸 던져 목숨 건 일주일 단식으로 세간혹평에서 잠시 건져내는데 공을 세운 충견이다.
일주일 만에 송장처럼 누운 그를 보니, 문득 광주 금남로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넋들에게 내가 다 낯을 들 수가 없게 된다. 호남인들이 대의자로 세워 줬건만, 저따위 환관내시 짓거리를 하면서 민주주의로 산화한 호남의 영령들을 모욕해서야 되겠는가? '구토유발자'임과 동시에 참으로 '구타유발자'가 아닌가?
정운천도 마찬가지다. 출세를 포기하고 사하라 사막의 니제르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내는 내 사랑하는 후배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 그리고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지금도 묵묵히 헌신하고 있을 무명의 선교사들, 지역개발 요원들의 명예를, 그토록 천박한 발상으로 훼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경희 이대 총장도 이제는 더 이상 ‘특권’에 기생, 안주하지 말아야... 상아탑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무너진다. 보루가 저러하니 참으로 총체적 난국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세워 나가야 하나? 갑갑하고 궤궤한 잠 못드는 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宮津東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