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신자가 했다고 기독교 예술은 아니다”
기사승인 2010.11.25
- 문화선교연구원 학술 심포지엄 ‘미학의 시대, 기독교 미학을 말한다’
“기독교 미학은 오늘날 더 이상 진(眞)과 선(善)과 형이상학적 통일선 상에 있는 깨어지지 않는 미(美)의 이론으로 다루어질 수 없다. …형이상학적 전체성의 미학과는 달리 예수의 삶과 정신은 십자가의 고난에서 ‘추(醜)의 미학’으로 인도된다”(심광섭 교수·감신대 조직신학)
미학(美學)이란 ‘감각적 지각’에 관한 이론이다. 텍스트를 중시하는 정통기독교에서 과연 감성과 감정에 대한 담론이 가능한 일일까? 문화선교연구원(이사장 장경덕 목사, 원장 임성빈 교수)이 11월 20일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개최한 ‘2010 기독교문화 학술심포지엄-미학의 시대, 기독교 미학을 말한다’는 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최근 문화현상을 다루는 많은 비평과 실천들에서 ‘미학’이라는 범주가 중요한 문화해석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어 기독교문화운동에 있어서도 미학에 대한 이해, 특별히 ‘기독교 미학’에 대한 이해와 실천방안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심포지엄에서는
- 감신대 심광섭 교수가 “기독교 미학-감성을 통해 읽는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예술적 감성론이 미래 신학 방법론에 가능한지 살펴보고,
- 백석대 최태연 교수가 “기독교 예술의 존재이유-to be or to do well”를 주제로 기독교예술의 정의문제와 평가에 대한 문제를 정리했다.
- 또한 실천적 측면에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시춘 교수가 “교회건축의 미학과 실천”이라는 주제로 예술적 가치를 지닌 목회도구로서의 교회건축이 감당해야 할 역할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 서울기독교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윤성은 박사가 “한국기독영화의 현주소와 과제-미학적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한국 기독영화의 과제에 대해 제언했다.
▲ 심광섭 교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심광섭 교수는 “오늘날 신학과 교회가 아름다움을 찾는 신앙, 감성을 통해 표현되는 신앙을 절실하게 느끼고 요청한다”고 전제하고 “새로운 시대에 펼쳐가야 할 신앙과 신학은 ‘아름다움을 찾는 신앙, 감성(感性)을 추구하는 신앙, 광적(廣的) 감성의 신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아름다움과 신앙이 하나로 묶이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도래했음을 인식해야 하며, 이것이 기독교 신학이 걸어야 할 새로운 방법론, 곧 ‘예술적 방법론’이라는 주장이다.
심 교수는 또
심 교수는 또
이단에 맞서 교회를 지키고 세울 필요성이 있었던 고대 교회나,
교단의 고백을 공고히 하려고 했던 종교개혁 이후의 고백주의와
정통주의에서 정통 교리를 강조했다면,
정치신학이나 최근의 다양한 해방신학 운동에서는
정통교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통행위를 강조한다”면서
“정통행위의 강조는 분명 오늘의 신앙과 교회로 하여금
- 교회의 근거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있으며,
- 신앙은 사회적, 생태적 실천에까지 이르러야 함을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 최태연 교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태연 교수는 “기독교 예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일은 기독교 미학의 중요한 과제”라면서 “기독교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기독교 예술의 내용과 범위가 달라지고 더 나아가서 기독교 예술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 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기독교 예술의 정의 문제와 평가에 대한 문제를 폴 틸리히(Paul Tillich)의 ‘프로테스탄트적 정의’와 캘빈 시어벨트(Calvin Seerveld)의 ‘기독교세계관적 정의’를 각각 소개하고, 이 두 정의를 중재할 수 있는 ‘어거스틴적 정의’에 대해 소개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틸리히의 ‘상관관계의 방법’은 어떤 예술작품의 작가가 크리스천인지 또는 작품의 주제가 기독교와 직접 관계된 것인지를 따지지 않는(하나님이 모든 미와 진리의 근원이므로) 방법이며, 시어벨트의 정의는 작품에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담겨 있어야만 기독교 예술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또한 어거스틴적 정의는 미국의 루터교 학자 진 에드워드 비스(Gene Edward Veith, Jr)가 제안한 방법론으로, 기독교 예술은 비기독교 예술가의 작품의 형식적 측면에서 기독교의 로고스를 찾아낼 수 있으며, 기독교 예술가의 작품에서는 그 내용과 기독교세계관의 측면을 아울러 평가할 수 있다는 방법론이다.
최 교수는 이어, 좋은 기독교 예술과 나쁜 기독교 예술을 나누는 기준을 세 개의 부정문과 한 개의 긍정문으로 요약해 의견을 제시했다. 그것은 첫째, “기독교 신자가 만들었다고 해서 기독교 예술은 아니다.” 둘째, “기독교의 주제나 내용을 다루었다고 해서 기독교 예술은 아니다.” 셋째, “예배와 선교를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기독교 예술은 아니다.” 넷째, “기독교세계관으로 인간과 세계를 해석한 예술이 기독교 예술이다.”라는 것이다.
▲ 정시춘 교수
세 번째 발제자인 정시춘 교수는 ‘최근의 한국교회 건축’에 대해 “매너리즘적 포스트 모던 형태들이 교회건축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교회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또 하나의 우려스러운 현상이다”면서 “이러한 교회당들의 모습은 질서와 조화의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한국의 교회건축에 나타나고 있는 포스트 모던적 현상들은 실용적 또는 미학적 원리와는 무관하게 새로운 것을 찾는 대중의 기호를 쫓아 일그러뜨리거나 변형시키고 과장하고 현혹시키는 데 급급하여 오히려 매너리즘적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교회의 본질과 의도를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교회예술로서의 교회건축과도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 윤성은 박사
마지막으로 발제한 윤성은 박사는 “한국 기독영화에 대한 국내의 학술적 논의가 부족한 현시점에서 한국 기독영화를 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모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한국 기독영화에서 미학의 접근법은 ‘미학을 영화에 둘 것인가-매체적 차원에서 다룰 것인가’, 아니면 ‘미학을 기독교-신학적 차원에서 다룰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박사는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고취시키고, 비기독교인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갖도록 하기위해 제작되는 기독영화는 현실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은 다큐멘터리의 장르적 특성과 잘 부합된다”고 강조하는 한편, “한국 기독영화가 앞으로 기독영화미학의 발전을 위해 창작적 측면과 반드시 기독교 영화비평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