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조천호의 <<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동아시아, 2019)
미세 먼지 자욱한 하늘을 보며 우리는 한탄합니다. 파란 하늘이 그립다고요. 지구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지요. 기후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마침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 선생이 시의 적절한 책을 냈습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인데요.
이 책을 읽어보니, 과연 전문가다운 분석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한 구절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우리는 인류 문명이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오늘날의 번영을 이뤘다. 하지만 이 번영은 과거 7,000년에 걸친 문명을 지탱해왔던 안정된 기후를 붕괴시킬 정도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 인류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되었다.”
그랬었군요. 인간 문명의 발달은 기후가 좋은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이네요. 그럼 기후가 나빠지면 어떻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당연히 망하고야 만다는 것이겠지요. 실제로 저위도 지방 곧 우리보다 위도가 낮은 지역에 사는 이들은 이미 기후변화로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폭염, 쓰나미, 화산 폭발, 지진이 떠오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분들은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래서 미국은 한때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한 거고요. 무책임한 초국적 기업가들은 아직도 현대 문명이 양산한 이산화탄소의 유해성을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그럼 과학적 사실은 어떨까요?
“IPCC 보고서의 새로운 판이 발간될 때마다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분명하다는 견해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1차 보고서(1990년)에서는 인간 활동을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확신하지 않았으나 2차 보고서(1995년)에서는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으며, 3차 보고서(2001년)에서는 인간의 책임이 66퍼센트 이상이라고 밝혔다. 4차 보고서(2007년)에서는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90퍼센트 이상이라 했다. 5차 보고서(2013년)에서는 인위적인 영향이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온난화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 95퍼센트 이상이라고 확신의 수위를 높였다.”
으음,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 이게 모두 인간 때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온난화의 95퍼센트 이상이 인간 활동의 결과라는 결론입니다. 현대 과학자들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우리가 잘 알아야겠어요. 만약 미국을 비롯한 이른바 제1세계의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겠습니까? 더욱더 큰 재앙이 곧 오고야말겠지요.
지금도 이미 늦은 감이 없있으나, 이제부터라도 “인간 활동”에 적극적인 변화를 일으켜야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저자 조천호 선생은 ‘쿠울’한 과학자인데, 그의 글을 읽노라면 기후위기에 맞서 뭔가 자그만 행동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깁니다. 참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