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도마복음’에 흥분하는 것일까?
양재영
승인 2019.02.05
2010년을 전후로 한국에 쏟아져 나온 ‘도마복음’ 관련 서적들은 당시 교계에 열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도마복음’ 논란의 중심에는 <예수는 없다>로 잘 알려진 오강남 교수의 <또다른 예수>(예담, 2009년)와 도올 김용옥 교수의 <도마복음 한글역주1,2,3>(통나무, 2010년) 등이 있었다.
최근 이들은 SNS와 언론을 통해 도마복음에 대한 소개와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면서 2차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오강남 교수는 자신의 SNS와 모 기독언론을 통해 도마복음 114개의 어록에 대한 소개와 재해석을 연재하고 있으며, 도올 김용옥 교수는 자신의 유투브 채널인 ‘도올TV’를 통해 <도올 김용옥 기독교 성서 이야기: 도마복음 강해>를 현재 28강까지 소개하고 있다.
도마복음 파피루스
“도마복음은 새로운 복음이다”
특히 김 교수는 도마복음 강해를 시작하기 전 ‘도마복음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목사, 오강남 교수 등과 함께 2010년 대담한 내용을 ‘도올TV’에 소개하면서 도마복음 논쟁을 시작했다.
한신대 명예교수인 김경재 목사는 이 대담을 통해 ‘도마복음’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반사람에게는 (도마복음이) 외계인의 담론으로 들릴 수 있다. 개신교는 종교개혁 이후에 경전의 종교가 되었다. 이렇게 4-5백년을 지내온 사람에게 도마복음은 외경 내지는 위경으로 평가절하 될 것이다. 경전종교에 세뇌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열린 마음으로 풍요로운 정신적 문화의 향상을 위한 자료로 환영할 것 같다. 두 그룹으로 나눠질 것 같다.”고 평했다.
또한, 기독교의 사회적 위기를 지적하며 호불호를 떠나 초기 말씀 어록을 읽어 볼 것도 권유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가 최근에 일반 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인기가 없는 종교가 된 것은, 기독교가 너무 딱딱한 교리적 종교로 변해버렸다는 것과 예수를 엄격한 도덕적 훈계자로 가르치든지, 삼위일체 존재 속에 넣어서 초자연적 신적 존재로 세뇌를 시키는 것에 대해서 코드가 안 맞으니까 외면하고 떠난 것이다”라며 “일단 교리나 도덕체계에 포장되기 이전에 실제적으로 역사 속에서 살았던 솔직한 예수를 만나보고 싶다면 그의 초기의 말씀 어록을 집대성한 것을 찾았으므로 호불호를 떠나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투브 채널인 도올TV에서 소개한 '도마복음을 말한다'의 한장면(좌로부터 정강길 실장, 도올 김용옥 교수, 김경재 목사, 오강남 교수)
‘예수는 없다’의 오강남 교수는 ‘도마복음’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것을 주문했다.
오 교수는 “기독교에 이런 전통이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도마복음에서 발견되는 예수는 공관복음에서 다루는 예수와 너무나 다르더라. 공관복음에서는 ‘나를 따르라’, ‘나의 제자가 되라’, 요한복음에서는 ‘나를 믿으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도마복음에서는 ‘깨달아라’,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을 찾으라’ 라고 말한다. 이건 기독교에서 듣지 못했던 새로운 복음, 새로운 예수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도마복음이 4복음서에 선행하는 자료로 예수께서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올은 “도마복음 자료는 현행 4복음서의 핵심자료와 거의 중복이 되고, 114개의 말씀자료라는 것이 워낙 치밀한 구성자료를 가지고 있다. 중간 몇 개는 후대에 성립할 수 있으나, (도마복음이) 4복음서 이전 자료로서 공관복음서 저자들이 이 자료를 참고해 가면서 어떻게 변형시켜갔는가를 (제 책을 통해) 상당히 치열하게 다뤘다”라며 “도마복음에 기초해서 역사적 예수의 상을 철저하게 새로 그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예수는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분이라는 점이다. ”고 주장했다.
“위경으로 순진한 기독교 신자를 유혹하지 말라”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 교계 내부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주류이다.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는 김용옥 교수의 ‘도마복음’에 대해 일부 학자들의 의견을 대세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김씨는 도마복음이 영지주의 사상에 기초해 기존 복음서의 내용을 짜깁기한 후대의 외경문헌이 아니라 그것들 본래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로빈슨, 크로산 등 서구 학자들의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라며 “도마복음이 예수의 본래적 원형을 담아내고 있다는 주장은 도올의 말대로 학계의 대세가 아니며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그가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크로산을 비롯한 학자들은 북미 성서학계의 지극히 적은 일부 신약성서학자들 및 고대기독교문헌학자들이다”고 반박했다.
장신대 김철용 교수는 ‘도마복음’이 왜 정경과정에서 퇴출되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복음서가 네 권으로 형성된 것에는 ‘정경의 형성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도마복음’은 정경에서 제외됐다. 오늘날 ‘위경이라고 한다. ‘도마복음’은 왜 퇴출되었는가? 다양성만 이야기 하지 말고, 통일성도 말해야 한다. 무조건 다양하다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전체가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역사적 예수와 초대교회 성장과정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있을 때 다양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교계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서울 큰나무교회 박명룡 목사는 모 기독교 매체에 실린 ‘기독교 안티에 답한다’라는 글을 통해 도올의 ‘동양적 범신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그(도올)는 왜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일까? 그 표면적 이유는 기독교가 너무 기득권층이 되었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올바르게 전파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보다 심층적 이유는 그의 철학적 전제 때문이다”라며 “도올의 신관과 기독교의 신관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는 기독교를 철저히 비판한다. 도올의 신관은 ‘동양적 범신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중국의 일원론 사상에 근거해 우주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신이고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로서의 전 우주 자체가 신이라고 믿는 범신론적 신관을 가지고 있다. 도올은 이 동양적 범신론적 신관의 잣대로 기독교 신앙을 비판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들소리신문의 발행인인 조효근 목사는 “기독교의 보편적 신학에서는 오강남 교수의 이원론에 기초한 영지주의(Gnostic)적 견해와 단성론(예수는 피조물이다) 신학은 비(非)기독교 신학으로 이미 단정한지가 1천6백 여년이 지났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강남 교수는 자기의 비교종교학 실력으로 착하고 순진한 기독교 신자를 유혹하려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도마복음은 1945년 12월 무함마드 알리라는 이집트 농부가 다른 몇사람과 함게 나일강 상류 나그 함마디(Nag Hammadi)라는 곳에서 땅을 파다가 토기 항아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52종의 문서와 함께 발견된 것으로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 사람인 디두모스 유다 도마가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