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 다원적 공공 정치를 위한 철학
폴 슈메이커 (지은이),조효제 (옮긴이)후마니타스2010-10-22원제 : 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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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쪽160*235mm1687gISBN : 978896437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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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정치사상의 이해 I·II>의 폴 슈메이커가 집필하고 <인권의 풍경>의 조효제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현대 정치사상의 교본. 이 책은 오늘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12가지 이념을 횡단 비교하고, 각 이념이 서있는 철학적 바탕과 논쟁적인 정치적 쟁점에 대해 각 이념이 취할 입장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이념과 이념 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진보, 보수 논쟁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좋은 정책의 산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대결을 위한 대결’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 이념에 관하여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이 책을 보다보면 이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피상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먼저 각 정치 이념들이 등장한 역사적 과정과 그 중심 사상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고 정치 이념의 철학적 가정을 4가지 차원(존재론, 인간론, 사회론, 인식론)으로, 정치적 원리를 7가지 차원(정치 공동체, 시민권, 사회구조, 권력의 보유자, 정부의 권위, 정의, 변화)으로 세분해 살핀다. 16장은 한국어판에 특별히 실린 보론으로, 원서가 출간된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변화된 상황과, 오바마 정부를 어떤 이념 틀로 바라볼지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다.
목차
옮긴이 서문 13
서론 44
1장 공공 정치철학의 구성 53
1부 정치적 대화의 참여자들
2장 19세기의 주요 정치 이념들 95
3장 20세기의 전체주의 및 다원적 정치 이념들 128
4장 현대 정치의 급진적 이념과 극단적 이념 177
2부 철학적 가정: 정치적 원리의 토대
5장 철학적 가정 1: 존재론 232
6장 철학적 가정 2: 인간론 277
7장 철학적 가정 3: 사회론 317
8장 철학적 가정 4: 인식론 350
3부 정치적 원리: 합의점과 쟁점
9장 정치적 원리 1: 정치 공동체 404
10장 정치적 원리 2: 시민권 448
11장 정치적 원리 3: 사회구조 497
12장 정치적 원리 4: 권력의 보유자 547
13장 정치적 원리 5: 정부의 권위 592
14장 정치적 원리 6: 정의 643
15장 정치적 원리 7: 변화 703
16장 한국어판 보론: 오바마의 이념과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 754
미주 776
참고문헌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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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본서는 정치 이론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야심적이긴 하나) 전체적으로 개괄해 보려는 책이다. - 모찌모찌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 내의 합의는 다원주의의 핵심 특성인 잠정성tentativeness을 바탕으로 도출된다. - 모찌모찌
정부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장만을 강조하는 조건에 대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대해, 무지하고 선입견에 가득 찬 대중의 변덕에 대해 지나치게 너그러울 때, 흔히 정치 공동체의 삶의 질은 추락하곤 한다. - 모찌모찌
정치적 삶에 해를 끼치는 행위에 맞서기 위해, 정치 공동체 내의 거주민들과 통치자들은 거버넌스를 인도해 줄 정치적 원리들을 숙고하고, 이런 원칙들과 부합하는 정치 구조와 과정을 개발하며, 적절한 정책과 방침을 제정하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 모찌모찌
보통 정치 공동체란 사회적 재화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행위를 조율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그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정부가 조직된, 영토적으로 일정하게 규정된 국가를 가리킨다. - 모찌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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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폴 슈메이커 (Paul Schumaker)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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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72년부터 미국 캔자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해 온 원로 정치학자이다. 오랫동안 미국 정치의 체계적인 편향에 관심을 두어 왔고, 이를 토대로 다원주의 정치 이론의 재구성을 시도한 Critical Pluralism을 1991년에 출간했다. 이 책에서 슈메이커 교수는 지역 정치 공동체가 세 가지 정치 목표―정치 원칙과 정책의 융합, 책임 있는 대표성, 복합적 평등―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는가를 분석했다. 그 후 규범적 정치 이론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여 1996년에 <정치사상의 이해 I·II>(Great Ideas/Grand Schemes)(공저, 오름, 2005/2007)를 출간했다. 그는 또한 2000년 부시-고어 대선 논쟁 이후 대통령 선출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Choosing Our President: The Electoral College and Its Alternatives를 공저했다. 2008년에는 다원적 공공 정치를 주창하는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을 출간하여 정치사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는 중도 좌파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제시하는 ‘진보적 다원주의’에 관한 저서, 그리고 정책 형성에서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도덕적 다원주의’에 관한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정치사상의 이해 II>,<정치사상의 이해 Ⅰ> … 총 3종 (모두보기)
조효제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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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 교수이자 베를린자유대학 초빙교수이다. 런던대학 정치외교학 학사, 옥스퍼드대학 비교사회학 석사, 런던정경대학(LSE) 사회정책학 박사이다. 한국인권학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준비기획단 위원, 하버드대학 인권펠로, 코스타리카대학 초빙교수, 세계인권선언 70주년 유엔 본부 학술대회 기조 강연자 등을 지냈다.
저서로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 《인권의 지평》, 《인권의 문법》, 《인권을 찾아서》, 《Human Rights and Civic Activism in Korea》 등이 있다. 역서로 《인권사회학의 도전》, 《인권의 대전환》, 《세계인권사상사》, 《거대한 역설》, 《직접행동》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10대를 위한 민주시민 교과서, 한걸음씩 시리즈 1~10 세트 - 전10권>,<탄소 사회의 종말>,<인권의 최전선> … 총 43종 (모두보기)
Editor Blog2010년 10월 5주_ 한발 앞서 만나는 인문교양 신간 l 2010-10-25
알라딘 인문, 사회, 과학 분야에서는 '한발 앞서 만나는 인문교양 신간'이란 이벤트를 상시 진행합니다. 매주 담당 MD가 10권 이내의 책을 소개하는 공간이자 예리한 관찰과 정확한 판단으로 누구보다 먼저 좋은 책을 알아보시는 독자께 조금이나마 혜택을 드리고자 마련한 자리입니다. 매주 월요일 새로운 책으로 페이지가 바뀌고 도서별 구매자 선착순 50분께 다음 ...
프레시안진보·보수 이념의 '뿌리'를 파헤치면… l 2011-03-08
이념 간의 대화폴 슈메이커의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이하 <이념>)은 무려 1000쪽 가까이 되는 방대한 책이다. 더구나 정치 철학과 정치 이론, 이데올로기에 관한 난해한 쟁점들을 다뤘다. 그런데도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다.이 책에서 슈메이커는 여러 이념의 논리 구조를 딱딱하게 해부하는 대신, 다양한 정치 이념이 현대...
출판사 소개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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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자기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의식할수록,
자신의 심미안과 지적 성실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조지 오웰
오늘날 인간의 운명은 정치적인 방식으로 그 의미가 제시된다.
-토마스 만
4가지 철학적 가정, 7가지 정치적 원리, 12가지 이념
비교의 관점에서 본 현대 정치사상 교본
진보-보수 논쟁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좋은 정책을 산출하지 못한 채 ‘대결을 위한 대결’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이념 간 대립을 타개하는 활로는, 먼저 이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오늘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12가지 이념을 횡단 비교하고, 각 이념이 서있는 철학적 바탕과 논쟁적인 정치적 쟁점에 대해 각 이념이 취할 입장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이념과 이념 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이념으로 전체를 설명하고 모든 문제에 해법을 내리려는 ‘신념’을 내려놓고, 여러 이념들의 장단점을 살려 공적 문제를 다루는 ‘유연함’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개인과 공동체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0. 우리는 이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옮긴이 서문에는 조효제 교수가 독자들에게 낸 퀴즈가 있다. 이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을 보면 이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피상적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시장을 선호하는 사람은 자유주의를 좋아하고, 시장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유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차라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나을 법한 방식으로 이념을 구분해 온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1. 정치적 이성과 공적 이성을 인식론에서 발전시킨 정치 이념은?
① 신자유주의 ② 현대 자유주의
③ 마르크스주의 ④ 급진적 좌파
2. 국민국가 형성 및 존립을 정치의 선결 조건으로 간주하고, 국가적 정체성과 국가적 차원의 정책 의제를 중시하는 이념은?
① 보수주의 ② 급진적 우파
③ 공동체주의 ④ 자유주의
3. 고전적 자유주의를 계승하되 그것을 급진적으로 재구성한 이념은?
① 자유 지상주의 ② 현대 자유주의
③ 현대 보수주의 ④ 아나키즘
[정답] 1. ④ 급진적 좌파 2. ④ 자유주의 3. ① 자유 지상주의
1. 이념에서 철학으로
이념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의 원서명은 “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이다. 한국어판 부제에서도 다원적 공공 정치를 이루기 위한 ‘철학’[다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정치적 문제에 대해 이념이 아니라 철학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는 셈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념을 과도하게 평가해 다른 이념을 상대적으로 덜 평가하거나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념만을 강조했을 때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 철학과 이에 바탕을 둔 정치적 원리가 공적 논의에 기여하는 바는 여기에 있다.
경험을 통해 검토할 수 있는 정치의 일반적 지침을 말하는 정치적 원리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가르친다. 따라서 정치적 원리에서 모색하는 목표는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목표가 바람직한지는 정치적 관점의 저변을 이루는 철학적 가정에 의해 결정된다. 이념의 표피에서는 날을 세우더라도, 이면의 존재론·인간론·사회론·인식론적 심층에서는 넓은 차원의 공감과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판단 기준별 횡단 비교 없이 처음부터 하나의 이념만을 살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각 이념의 장단점은, 이 책에서처럼 (철학적 가정과 정치적 원리라는) 공통된 기준으로 이념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살폈을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어떤 공공적·정치적 문제를 다른 이념보다 더 잘 다루는 이념이 있다. 그리고 하나의 이념만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인간 삶의 개선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념이 존재한다고 본다면, 사회문제에 대한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념들 사이의 대화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적 문제에 대해 적대적·배타적 논쟁이 있었을 뿐, 좋은 대화를 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대화의 전제, 다원주의의 인정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도 있다. 정치 이념들 사이의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대화가 가능하기는 할까? 대화를 시도했다는 알리바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려는 이해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정치 이념들을 이해한 후 서로 대화에 나서면 상대방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배경을 알게 되어 상대방의 주장을 일률적으로 거부하지 않게 되며, 한층 더 정교하고 타당한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수정·보완할 여지도 생긴다.
대화는 상대에 대한 인정을 전제한다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집회장이었던 아고라 광장의 현재 모습. 현실의 권력관계를 은폐하지 않고, 대화에 참여하는 이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하는지 여부를 통해 다원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원주의는 여기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론 틀은 현대 정치사상에서 다원주의가 얼마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알려 준다. (다원주의는 정치 이론에서 논쟁적인 용어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다원주의는 각자의 이념적 입장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모든 정치 이념들의 저변을 이루는 합의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메타 정치 이론이다. 그런 점에서 다원주의는 여러 이념들이 한데 모여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념들과는 다른 지위를 갖는다. 이 책에서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이라는 말이 ‘다원주의’와 혼용되는 것도, 다원주의가 ‘그릇 이념’의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다원주의는 일종의 규범적인 정치 이론이다. 그러나 다원주의가 가장 명확하게 지지하는 규범이란, 대단히 추상적인 차원에 속하며, 흔히 과정 지향적이거나 절차적이다. 다원적 정치가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것은, 결국 그 다원적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 각자가 적용하려는 가치와, 그들이 숙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지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숙의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공평한 절차를 제공하며, 바로 그 때문에 민주주의가 다원주의에서 주요한 절차적 가치를 이룬다.
19세기 자유주의가 현대 자유주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정치 이념을 몇 마디로 과감하게 요약하거나 정리하기는 어렵다. 정치 이념이 부단한 역사적 발전과 진화를 거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현상인 까닭이다. 그런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특정 이념 내에서, 그리고 이념들 사이에서 크나큰 변화가 일어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전통적 보수주의가 현대 보수주의로 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자유주의는 그들이 도대체 같은 뿌리의 사상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재 크게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보수주의는 뿌리가 전혀 다름에도 오늘날 아주 가까운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식의 역사적 변천상을 무시하고 그저 ‘보수주의’ 또는 ‘자유주의’라고 표현할 때 초래될 인식의 혼란과 폐단은 상당히 심각하다.
가령 현대 자유주의는 정부가 자유를 억압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유를 촉진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떨어져 나와 발전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큰 정부가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시장 체제와 최소한의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가장 잘 보장한다고 가정했지만, 현대 자유주의자들은 순수한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정부뿐이며, 정부가 모든 시민에 대해 더 많은 안전, 안정된 경제 발전, 더욱 평등한 경제적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치권력의 평등한 분산을 위한 다양한 정치 개혁과, 인종차별이나 성적 차별과 같은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도 확장된 정부의 권위[권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이념은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념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이 형성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념은 ‘신념’보다 ‘유연함’이라는 말과 더 어울린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무료 급식을 줄서서 기다리는 실업자들의 모습. 이념들은 역사적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곤 하며, 이때 자신과 대립하는 이념에서 중시되던 가치를 받아들이는 극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3. 비교의 관점에서 본 현대 정치사상
정치 이념을 다루는 개론서는 대개 두 가지 방식을 따른다. 플라톤, 홉스, 마르크스, 롤스와 같은 독창적 사상가의 고전을 읽게 하거나, 주요 정치 이념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슈메이커의 비교 방법론은 정교하고 입체적이다. 5장에서 15장까지 정치 이념의 철학적 가정을 4가지 차원(존재론, 인간론, 사회론, 인식론)으로, 정치적 원리를 7가지 차원(정치 공동체, 시민권, 사회구조, 권력의 보유자, 정부의 권위, 정의, 변화)으로 세분해 살핀다. 철학적 가정들과 정치적 원리들을 모두 합한 11가지 판단 기준에 의거해 12가지 주요 정치 이념들을 횡단 비교함으로써 총 132개 항목에 걸쳐 정치 이념을 비교 분석한다.
각 정치 이념들이 등장한 역사적 과정과 그 중심 사상에 대해서는 2~4장에서 서술된다. 먼저 19세기와 20세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8개의 주요 정치 이념을 소개하는데,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자유주의를 구분하며, 전통적 보수주의와 현대 보수주의를 구분한다. 아나키즘·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는 서로 구분되는 별도의 이념으로 다룬다. 파시즘과 나치즘도 전체주의적 이념이라는 유사성이 있지만 둘 사이의 차이점을 고려한다. 이에 더해 현대 정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다양한 견해를 좌우 이념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급진적 견해와 극단적 견해로 세분해 소개한다.
16장은 한국어판에 특별히 실린 보론으로, 원서가 출간된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변화된 상황과, 오바마 정부를 어떤 이념 틀로 바라볼지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다. 이로 인해 한국어판은 본서의 개정판이라는 의의를 갖게 되었다.
4.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디자인하기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원주의의 내용, 즉 다원주의를 구성하는 토대적 합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신축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이념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다원주의의 토대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정치 이념이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모두가 동의할 만한 공통분모, 또는 모두가 반대할 공동의 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어느 수준에서 정할 수 있는지와 곧바로 연결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에서도 이런 질문은 중요하다. 시민들은 산출물을 내지 못하는 진보-보수 논쟁에서 피로를 느낀다. 다원주의의 토대 없는 진보 운동 또는 보수 운동이 유권자에 대한 호소력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운동이 정치 공동체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여러 공공 정치철학들의 철학적 가정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또한 정치의 영원한 쟁점들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각종 정치적 원리들 가운데 적당한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일정한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통합하는 식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재구성하여 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은 정치 이념을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 좋은 교본이다. 성실한 번역을 통해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제언을 해온 조효제 교수가 10년간의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 책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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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념의 역사, 철학, 쟁점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교과서 같은 책. 극단의 위험을 누르고 공공 정치철학을 만들자는 저자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매
킹킹킹 2014-03-0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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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새창으로 보기
저자는 역사적으로 일단 판정이 난 전체주의 이념과 일부 극단주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정치 이념들이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의 지붕 아래에 모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 더 나아가 이 이념들이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을 공유할 때 정치의 영원한 쟁점을 놓고 일종의 거대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또한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은 어떤 이념을 신봉하든 그것이 편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동기가 아니라 확고한 철학에 기반을 둔 신념이어야 하고, 자신이 믿는 이념이 정치 공동체의 전체 선익에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p29)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은 그런 ‘이익‘ 추구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모든 정치 이념들이 최소한의 토대적인 공공성에 대해서 동의해야 한다고 가정한다. 즉, 나의 직접적인 이익과 관계없이, 또는 나의 직접적인 이익이 단기적으로 침해받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회 공동체의 정상적인 구성원이라면 동의해야만 하는 합의의 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p29)
정치의 영원한 질문에 관한 합의점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보면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 pluralist public philosophy이 되며,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치를 인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라고 제안하고 싶다.(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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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0-08 공감(3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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