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뭉치기보다 분화 계속… ‘한 지붕’ 교계 속 연합기관 난립-국민일보

뭉치기보다 분화 계속… ‘한 지붕’ 교계 속 연합기관 난립-국민일보

뭉치기보다 분화 계속… ‘한 지붕’ 교계 속 연합기관 난립
[연합기관, 이제는 하나 될 때다] <2> 연합하지 못하는 연합기관
입력 : 2021-06-08 
교인들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총연합 등 교회연합기구 공동 주관으로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해 찬양을 부르고 있다.국민일보DB
우리나라 선교 초기에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선교사들이 왔다. 이들은 소속 교단도 달랐다. 미국북·남장로교, 미국북·남감리교, 캐나다장로교, 호주장로교가 각각 선교사를 파송했다. 교단과 출신 국가가 모두 달랐던 3개국 6개 교파 소속 선교사들은 상호 양해 아래 선교지를 나누고 조화롭게 복음을 전했다.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빌 1:18)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며 갈등 대신 복음만 심었다.

한국교회는 이런 연합 정신에 뿌리내렸다.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신) 출범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비록 해방 이후 신사참배 문제와 신학적 차이 등을 이유로 뼈아픈 교단 분열을 경험했지만, 민족 복음화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복음주의 교회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여론에 따라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설립됐다. 자연스럽게 진보교회를 대변하는 NCCK와 보수교회의 연합체인 한기총이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대정부 관계에서는 이런 성향 차이로 온도차가 발생하는 현상도 반복됐다.

2010년부터 교회연합기구는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다. 한기총이 교권과 이단 회원권 문제로 갈등에 빠진 게 이유다. 갈등은 분열로 이어졌다. 결국, 한기총 창립을 주도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의 탈퇴를 시작으로 주요 교단의 거리두기가 본격화됐다.

2012년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출범한 건 한기총에서 나온 교단들이 헤쳐모인 결과다. 그러나 한교연도 연합기관이라는 대의명분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조직을 위한 조직, 정치조직이 됐다는 비판여론이 제기됐다. 그 결과 2017년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끌어낸다는 목적으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생겼다.

관련 정부 부처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NCCK와 한기총은 진보와 보수교회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각각 대표성을 지녔지만 비슷한 성격의 연합기구가 연달아 생기면서 혼란이 커졌다”며 “이후 정부는 개신교의 어떤 단체를 대화 파트너로 삼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혼란은 결국 교회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다른 종교와 비교해도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대정부·사회 영향력 약화와 동시에 분열의 원인이 됐던 자중지란은 단체 내부 결속마저 위태롭게 했다. 한기총은 사실상 이름만 남았다. 교단들의 연합체인 교회연합기구에서 주축이던 교단들이 대거 탈퇴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정 정치성향의 집회까지 이름이 오르내렸다.

한기총의 교권 다툼과 이단 회원권 논란 끝에 태동한 한교연마저 이단문제가 제기되고 군소교단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한기총에서 분열한 제3의 연합기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한 교계 인사는 “한기총을 탈퇴한 주요 교단이 한교연을 만든 뒤 지원이나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은 교계의 변화된 지형에 걸맞는 정체성, 방향성을 제시 못하고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며 또다시 정치세력화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또하나의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조직의 생리상 일단 출범하면 통합이나 합병보다는 독자생존을 위해 움직이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교총이 한국교회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95%가 동참하는 한교총에는 예장합동과 통합 백석 고신 합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 주요 교단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과거 한기총이 지녔던 대표성을 승계한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성향과 이름을 가진 연합기구의 난립 속에 연합기구 통합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운동성이 약화된 NCCK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원 교단의 무관심과 탈퇴 요구까지 이어지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예장통합은 NCCK에 보내야 할 회비 납부를 미뤄 NCCK 운영이 어려움에 부닥쳤다. 예장통합과 기감의 일부 총대들은 신학 정체성을 비판하며 교단에 NCCK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

NCCK 회원 교단의 한 관계자는 “NCCK가 운동성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그 결과 주요 회원 교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연합 기구의 분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NCCK가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손인웅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명예회장은 “신학자 리처드 니버는 교회의 분열은 윤리적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며 “우리 역사에서도 분열은 교리보다 다른 이유에 기인한 사례가 많다. 그래서 한편으론 화해하고 화합할 가능성도 큰 것”이라고 말했다.

손 목사는 한목협 대표회장일 때 한기총과 NCCK 통합을 위해 ‘한 지붕 씌우기론’을 주장했던 일치론자다. 그는 “갈가리 찢긴 연합기구는 제구실을 할 수 없다”며 “한교총과 NCCK로 갈라진 채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동시에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95013&code=2311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