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7

Hyun Ju Kim 1학년들과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의 가정으로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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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 Ju Kim is at 솔랑마을.
1 h · Daejeon, South Korea ·



1학년들과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의 가정으로 배달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대상 가구는 10가구인데 배달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서 이번달에는 8가구로 줄였다. 우리는 10가구 분량의 재료를 구입하여 가져갔지만 8개로 나누어 담았다. 복지관 근처에 사시는 분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대개 걸어서 무료급식에 오시기 때문에 조금 멀리 사시는 분들께 배달을 한다.
 
나는 부장님과 대동에서 오정동과 소제동까지 다녀왔다. 덕분에 소제동 솔랑시울길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차를 팔거나 예술을 전시한 가게들이 있었다. 어떤 집들은 안에서 신나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채였다. 다섯 가구가 한 집에 산다는 집에서 나온 한 분은 남편이 낮술에 취했고 정신과에도 다녀왔다며 표정부터 어수선했다. 이렇게 빈 집이 많은데 한 집에 다섯 가구. 대문과 마당과 화장실과 소리와 냄새를 공유하는 그분들 살아가는 실력에 옷깃이 여미어졌다. 

이제와서야 가져간 반찬 네 그릇을 들고 나머지 네 가구에서 쳐다보는 시선을 지나쳐야 하는 그분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다. 둔하고 느린 나는 공감할 타이밍에 마음이 움직이지 못했다. 아름다운 초여름 정취에 취하여 이 골목길을 어떻게 사람이 다니는 길로 지켜낼까, 어떻게 여기 사는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물 나오고 불 쓰고 전기 통하고 비 새지 않고 오물 치우기 좋은 집으로 살게 할까를 생각했다. 

다 헐고 아파트를 지으면 살던 사람들은 살 곳이 없어진다. 동구가 개발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지금 거기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날벼락이다. 용운 에코포레 지금 전세가 4억이지만 저층 주공아파트일 때는 전세가 5천만원 매매 1억원이었다. 재개발을 바라던 소유주는 지금 몇 억을 벌었고 거기 살던 사람들의 공동체는 사라졌다. 낮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부축하고 마당에서 키운 부추전을 나누어 먹고 눈이 오면 대문앞에 연탄재를 깨뜨려 뿌리던 사람들의 일상이 사라질 것이다. 

응답하라 1988 마지막 장면에서 헤어짐이 아쉬워 판교에서 다시 만날 판을 짜는 작가의 심정이 이러했을 것이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그리로 안 다니고 저쪽이라고 손으로 가리키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뭐지? 신비감에 취한 나에게 앨리스의 토끼처럼. 이길이나 저길이나 인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여덟에서 열 가구 정도인데 재료비만 15만원이고 학생 여섯에서 여덟 명과 교수 한 명, 사회복지사 세 명이 투입된다. 달걀말이 오이무침 달걀장조림 어묵볶음. 그 돈으로 반찬가게에서 사다가 배달하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노력도 아끼고 무엇보다 반찬도 더 많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밑반찬에는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봉사자들이 손을 데어가고 땀을 흘리는 것, 사회복지사들이 주소를 들고 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길을 찾아가 들여다 보고 이거 학생들이 만든 거예요 생색을 내며 전달하는 일은 

돈이나 영양가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사회복지사, 특히 street beaurocracy는 이런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이다. 사회가 이 일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복지사라는 직업은 멸종될 것이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부부가 사회복지사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말을 했단다. 지금은 처우가 많이 좋아져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사회복지사로 전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발달하면 개인의 역할은 작아지고 정교해지며 다양해진다. 타인을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더 다르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하는 삶이 우리를 도전한다. 서울 비싼 땅에 너무 오래된 아파트는 허물고 새로 짓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이대로만 살 수 있어도 감지덕지거든. 십오억을 가졌는데 집이 없어 서럽고 이십억을 갖지 못해 눈물이 나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문 안 이웃들은 받지 못한 따끈한 반찬을 저녁상에 올릴 수 있는 부자도 있다.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타인이 서 있는 넓은 지평을 바라볼 시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솔랑시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