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3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 다시 상상하는 세계의 생명성 유기쁨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 다시 상상하는 세계의 생명성 
유기쁨
(지은이)눌민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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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학과 삶의 현장에서 생태철학과 환경윤리, 생활 속의 생태학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유기쁨의 새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고, 인간과 세계의 분리가 아니라 연결을 상상하는 애니미즘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재발견한다.

애니미즘 이론을 처음으로 도입한 에드워드 타일러의 1871년 대작『원시문화Primitive Culture』를 완역한 바 있거니와 활발한 저술 활동과 실천을 통해 애니미즘에 정통한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일러의 애니미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흐름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함으로써 애니미즘이라는 개념이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출현했으며 오늘날 생태 논의의 최전선에서는 어떠한 의미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목차


프롤로그 9

서문 다시 호명되는 애니미즘 19
왜 애니미즘인가? 20

제1부 그들의 애니미즘: “무엇이 ‘그들’과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가” 33

1장 차이의 물음 35
1.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 37
낯선 존재들의만남 37
원주민이 낯선 백인을 만났을 때, “하늘에서 온 사람들”
침략자 유럽인들이 그 땅의 원주민을 만났을 때, 39
“영리하고 훌륭한 하인” 41
2. 근대 과학의 탄생 46
법칙에 지배되는 자연 46
인간, 자연, 초자연: 세 영역의 분리 48
과학적 접근법의 확산 51
3. 인류의 진보와 근대 문명 53
진보에 대한 낙관적 믿음 53
근대인의 자기 정체성 형성 58

2장 애니미즘 논의의 시작: 타일러의 애니미즘 61
1. 철로 위의 인간 63
2.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67
가설: 동일한 본성, 그리고 진화 67
문화과학, 종교과학의 시도 70
3. 타일러의 애니미즘 정의 75
바위에 올려둔 나뭇잎 75
참과 거짓의 문제? 77
그들에겐 종교가 없다? 79
최소한도의 종교 정의 86
오래된 물음: 무엇이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를 만드는가? 88
영혼의 물질성 92
영혼 교리의 확장 95
타일러의 “원시 종교”는 물리적 세계의 작용에 관한
(나름의) 합리적 설명이었다 102
4. 문화 발달과 잔존물 104
야만에서 문명으로 진화 104
잔존물: 현대 사회에 남아 있는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러운 관습 107
의미는 떠나고 형식만 남아 113
5. 계몽의 빛 114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타락한 현대인 대 고상한 야만인? 114
문명, 그녀는 앞으로 나아간다 118
문화과학은 개혁자의 과학 121

3장 낯선 타자에게 붙이는 멸칭의 꼬리표로서 애니미즘 127
1. 타일러의 유산, 그 선택적 전유 129
2. 애니미즘이란 꼬리표 132
3. 근대의 허구 136

제2부 우리의 애니미즘: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연결하는가” 141

4장 애니미즘의 귀환 143
1. 배경: 생태 위기의 문제의식 확산 145
2. “다시 연결”의 희망과 애니미즘 153
3. 어쩌면 잔존이 아니라 생존, 살아남은 것 155

5장 “인간-사람”과 “비인간-사람” 157
1. 미래에서 온 물음: 인간이 사람일까? 159
2. 사람의 범위 162
사람의 의미 162
근대 서구의 “개인”이 사람의 보편적 기준은 아니다 168
비인간-사람 170
3. 새로운 애니미즘 176
투사가 아닌 존중 176
관계와 소통 178
4. 인간적인 것 너머의 세계 182
5. 우리의 물음: 지금 인간은 인간 외 존재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186

6장 인간과 동물 189
1.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자와
그가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의 관계 191
2. 인수공통 감염병이 퍼지는 시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함 200
3. 발견, 눈이 마주친 순간 204
보는 동시에 보이는 존재 204
다른 존재의 시점을 인정하는 애니미즘 210
4. 애니미즘과 동물-사람 217
동물의 영혼 217
토테미즘, 비인간 동물과 인간의 연결 222
비인간 동물을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 바바라 스머츠의 사례 227
5. 음식의 생명성과 “잡식동물의 딜레마” 231
사냥과 육식, 관계의 에티켓: 유카기르족의 사례 233
동물의 변형 240
죽이기를 은폐하지 않기: 마오리족의 경우 244
6. 어쩌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 249

7장 인간과 식물: 숲과 함께 생각하기 255
1.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들여다본다는 것 257
2. 식물을 망각한 문화 260
식물의 존재론적 위치 260
식물맹 265
인간 생명의 모든 것은 식물과 연결된다 267
3. 식물의 생명성 272
식물의 지능 272
식물의 소통 278
식물의 공생 281
4. 애니미즘과 식물-사람 284
식물의 영혼 284
식물 숭배 288
식물-사람: 식물의 관여성을 존중하기 292
5. 식물-사람 논의의 곤경 298
6. 식물과 더불어 생각하기 306

8장 비인간 존재들과 관계 맺는 삶의 방식으로서 애니미즘 313
1. 시선을 되받는 존재들 317
2. 공존의 기술 320
세계의 생명성을 포착하기 320
시선의 존중과 번역 323
생명세계의 역동적 활기 327
3. 주고받는 세계 331
모스의 증여론 331
선물과 답례 333
생태계서비스 337
호혜적 주고받기와 공생 340

제3부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생명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 347

9장 인간과 물체 349
1. 물질에 대한 생각 351
2. 물체의 영혼, 물체의 활력 355
3. “이 돌들은 모두 살아 있나요” 362

10장 기계의 아니마: 세 가지 풍경 365
1. 취약한 육체의 인간, 인간보다 더 활기찬 기계 367
2. 테크노 애니미즘 370
3. 트랜스휴먼의 꿈 378

11장 동식물의 생명성과 기계의 활력 389
1. 흔들리는 경계 391
2. 중립적인 기계와 기술의 환상 395

에필로그: 열린 세계 399
참고문헌 403
찾아보기 410
접기


책속에서


P. 17 인간들만이 무대 위 주인공이고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은 인간을 위한 소품이나 배경이라고 여길 때, 세상은 단조롭게 경험된다. 그러나 비인간 존재들의 생기와 활력을 민감하게 인식하기 시작할 때 인간적인 것보다 더 큰 다채롭고 풍부한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P. 22 애니미즘은 세계의 생명성, 공동체성을 다시 사유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된다. 무언가를 살아 있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은 관계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며, 고립된, 분리된 자아로부터 지역적 관계와 상호 관계 들의 열려 있는 그물 속으로 관심의 방향을 옮긴다는 뜻이다.
P. 27 브뤼노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여러 함의가 있는 말이지만, 무엇보다도 그 말은 객체의 세계와 주체의 세계가 분리 가능하다는 관념은 사실상 처음부터 환상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P. 47~48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과학의 위상은 유례없이 높아졌다. 자연의 힘은 신비로움을 잃고 과학적으로 관찰되고 측정되고 예측될 수 있었고, 인간은 신성함을 잃은 자연을 거리낌 없이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서의 근본적인 변화였다.
P. 69 타일러는 “만약 누군가 원시 시대에 인간의 사유와 행동은 현대 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고 주장하려면, 그는 타당한 증거를 통해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 눈에 낯설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개념이나 관습조차도 원래의 맥락에서는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형성된 개념이고 그에 따라 생성된 관습이라는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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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3년 5월 12일자 '책&생각'

저자 및 역자소개
유기쁨 (지은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현대 한국종교의 생태운동을 연구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년 전에 가족과 함께 시골 마을로 이주해서 작은 집에서 큰 개 네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밭 귀퉁이에 벌통을 두고 벌들과 공생하고 있다. 이주 초기부터 마당과 밭에 각종 나무를 심었는데, 그때 심은 나무들이 햇빛과 비와 바람과 벌들과 낙엽과 개들의 배설물과 땅속 미생물의 복잡한 상호작용 덕분에 별다른 인위적인 거름이나 비료 없이도 온갖 열매를 내어 주고 있다. 매일의 생활 속에서 생태계의 순환과 생명의 힘을 경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다시 상상하는 세계의 생명성』(2023), 『생태학적 시선으로 만나는 종교』(2013), 『아픔 넘어: 고통의 인문학』(2019, 공저),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2021, 공저) 등이 있고, 『대지에 입맞춤을』,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원시문화』, 『문화로 본 종교학』 등을 번역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생태철학과 생태인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바이러스에 걸린 교회>,<아픔 넘어> … 총 1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생태 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다시 사유하는 세계의 생명성과 공동체성!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애니미즘의 흐름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한다!

세계의 일부분으로 살아가기: 생태 위기 시대에 재발견되는 애니미즘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
전 지구적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는 우리에게 낯선 말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영위하는 생활 방식으로 인해 생태 환경이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공이며 다른 존재들은 모두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여기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과 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생태 위기를 불러일으킨 당사자로서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독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으며, 인간은 더 다채롭고 커다란 세계에서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 일원이라는 세계관과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은 대학과 삶의 현장에서 생태철학과 환경윤리, 생활 속의 생태학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유기쁨의 새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고, 인간과 세계의 분리가 아니라 연결을 상상하는 애니미즘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재발견한다. 애니미즘 이론을 처음으로 도입한 에드워드 타일러의 1871년 대작『원시문화Primitive Culture』를 완역한 바 있거니와 활발한 저술 활동과 실천을 통해 애니미즘에 정통한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일러의 애니미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흐름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함으로써 애니미즘이라는 개념이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출현했으며 오늘날 생태 논의의 최전선에서는 어떠한 의미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낡은 애니미즘에서 인간과 비인간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존재론, 생활 방식으로서의 애니미즘으로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그들의 애니미즘: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가”에선 서구 근대 과학의 탄생과 더불어 타일러의 사회진화론적 애니미즘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분리, 우리와 타자의 분리, 우등과 열등의 구별, 야만에서 문명으로의 진보, 사회진화론적인 종교관 등 서구의 근대적 기획을 파고들어 서구가 보편적 기준이 되어 타자의 원시화를 추구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타일러는 언뜻 우스꽝스러워보이거나 이해하기 힘든 타자의 문화 현상에도 합리성과 일관된 맥락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류의 보편성을 논한다. 그와 동시에 역사의 성장과 발전 속도의 차이에 따라 진화의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애니미즘이 유아기적 단계이며 근대인으로서 극복해야 할 사고 체계로 여겨졌다.

1부에서 근대적 “우리”와 야만적인 타자를 구분하는 “그들의 애니미즘”을 다룬다면 2부. 우리의 애니미즘: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하나로 묶는가?”에선 재발견되는 애니미즘을 소개하며 우리와 그들, 인간과 인간 외 존재, “인간-사람”과 “비인간-사람”의 연결성을 모색한다. 서구 근대적 기획의 한계를 생태 위기의 심화를 통해 경험하면서 인간과 세계 내 다른 존재와의 연결성과 관계성을 묻게 되면서 애니미즘이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때에 관계적 존재론의 핵심 개념인 “사람person”이 등장한다. 저자는, 인간과 더불어 동물, 식물, 자연물이 “사람”이 되어 상호작용하는 세계의 생명성과 공동체성에 주목하고 애니미즘적 사유를 펼쳐나간다. 저자는 애니미즘을, “유아기적 야만인의 낡은 애니미즘”에서 세계의 생명성을 민감한 감수성으로 “감지하는” 애니미즘으로 재조명한다. 이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경계를 넘어 인간을 포함한 더 큰 생태계라는 틀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행동하는 생태주의적 삶과 연결된다.

3부.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생명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에선 현대 하이테크놀로지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사물, 특히 인간이 만든 인공물과의 관계를 고찰한다. 저자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산물에 둘러싸여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둔감해지는 현 시대에 애니미즘적 감수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한다.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기계의 생명성에 대한 물음이 동식물의 생명성과 같은 전통적인 감각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 생태 위기를 경험하면서 생명성에 대한 감각의 조정이나 확장이 의미하는 바를 고민한다.

한 권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애니미즘의 흐름
또한 이 책은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저명한 외국 학자들의 이론서들을 적재적소에 인용하여 알기 쉽게 친절히 설명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애니미즘의 주창자인 타일러를 비롯하여, 관계적 존재론과 애니미즘의 중요한 논자인 팀 잉골드, 에두아르도 콘,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브뤼노 라투르, 바바라 스머츠, 애나 칭, 그레이엄 하비, 라네 빌레르슬레우, 알프 혼보리, 발 플럼우드, 자끄 데리다 등이 펼친 주요 논지를 이 한 권의 책에서 성공적으로 종합한다. 이들의 사유를 따라가면, 인간이 동물, 나무, 세계에 대해 어떻게 사유하느냐가 아니라 동물이, 나무가, 세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예민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피터 고프리스미스, 크레이그 포스터의 생생한 바닷속 체험담이나 심너울, d몬, 앤 레키 등의 작품 들은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계적 존재론 질문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완결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을 보호하고 동물을 사랑하자는 낭만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진다. 대신에 사유를 확장하기를 제안한다. 인간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들-사람들과 적절히 관계를 맺음으로써 더 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다시 연결되는 세계를 상상하기를, 홀로 주인공이 아님을, 사물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사람들)로부터 응시되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의 삶을 살기를, 다른 존재들의 생명성을 인정하는 존재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인간 중심적이지 않은 존재론을 제안한다.

이 책은 복잡하고 다양한 애니미즘의 흐름을 정리하고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싶은 독자와 인간 중심적인 문화를 넘어서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생태 위기 속에서 새로운 생명성을 다시 상상하려는 독자 모두에게 맞춤한 책이 될 것이다.



기후재난에 직면한 인간은 자기 중심적이고 고립과 단절의 폐쇄적 삶의 방식을 넘어서서 서로가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는 생태적 돌봄의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애니미즘의 여러 사유들은 현세계의 문제의식에서 새롭게 조명되어 많은 성찰 지점을 제공합니다.
산돌이 2023-05-03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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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되찾는 작업



애니미즘은 정령 신앙으로 이해됩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정령 신앙”을 원시인들의 사고로 규정하였습니다. 저자 유기쁨은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의 『원시 문화. 신화, 철학, 종교, 언어, 기술 그리고 관습의 발달』의 번역자로서 오랫동안 애니미즘과 생태주의를 연구해온 분입니다. 타일러의 책은 원시 문화에 대한 객관적 서술을 넘어서서, 역사에 등장한 제반 정령 신앙의 사고, 이에 대한 비판적 시선 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관심사는 과거의 정령 신앙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들이 상실한 영혼의 가치 상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원시시대에 출현한 애니미즘을 “낡은 애니미즘”으로 명명하면서 (400쪽), 현대 사회에 요청되는 생태적 사고로서의 새로운 애니미즘을 추적하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인간과 동물 (제 6장), 인간과 식물 (제 7장) 그리고 비-인간과 결부되어 있는 애니미즘의 새로운 의미를 생동감 넘치게 서술해나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독자가 책의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을 먼저 읽게 된다면,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자연에 대한 참신한 시각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책의 몇몇 문장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1. 인디언들은 "영혼은 희미하고 실체가 없는 인간의 모습을 띄는데, 그 본질은 수증기와 얇은 막 혹은 그림자의 일종이며, 육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89쪽)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을 “나비ψυχή”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죽으면, 영혼은 육신에서 빠져나와 나비처럼 날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2. "데이비드 콰먼에 의하면 현재까지 알려진 전염병 중에서 60%가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202쪽), 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줍니다. 인간의 건강은 동물의 건강과 직결되며, 인간의 질병은 동물의 질병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닙니다.

3. "사람의 뼈가 안에 들은 것처럼 나무도 그러하며/ 사람의 골수는 나무의 진과 같다." (우파니샤드 3장 9편 28절) (286쪽) 오래 전부터 나무는 인간의 생명체로 여겨졌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나무 한 그루가 “물구나무선 여성”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는 대지의 생명이며, 모든 축복을 부여하는 존재와 같습니다. 4.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받드는 것에 감사하라/ 자신이 취한 것의 대가로 선물을 주라/ 자신을 떠받치는 이들을 떠받치라. 그러면 대지가 영원하리라." (인디언 포타와미족의 격언) (301쪽)

사실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로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이 원래 견지했던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연 속에 깃들어 있는 영혼적인 무엇 그리고 여성적인 무엇을 가리킵니다. 이로써 육체 노동은 정신 노동과 분화되었고, 자연은 마구잡이로 활용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처녀지로 전락하게 됩니다. 나아가 여성의 존재는 전투적 수직적 남성들에 의해서 얼마든지 짓밟힐 수 있는 객체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와중에서 사랑과 우정과 같은 영혼의 가치는 깡그리 사라졌고, 에로스는 무차별적으로 섹스로 변모했으며, 농업은 천시되고 상업이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관한 사항은 가령 카를 폴라니의 사회 경제 이론이라든가, 이반 일리치의 젠더 이론 그리고 여러 페미니즘에서 여러 관점에서 논의된 바 있습니다.)

합리적 사고는 애니미즘을 저열하고 원시적인 것으로 취급하게 했습니다. 산업의 발전은 19세기 후반부에 이르러 국가 이기주의와 세계대전을 부추겼고, 독점 자본주의와 함께 자원은 무한대로 착취당하게 됩니다. 생태 위기는 이러한 제반 사항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기쁨의 책은 자연과 인간 속에 자리한 영혼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생태적 삶은 투쟁이 아니라, 평화이어야 하고, 파손이 아니라, 상생이어야 하며, 세계 앞에서 인간 스스로를 낮추어야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애니미즘과 현대세계』 는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책이지만, 결코 난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책에는 많은 문헌이 인용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어른을 위한 동화 그리고 웹툰 만화도 새로운 각도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며, 우리에게 절실한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싸우며 대립하는 동안 인류세는 종언을 고하려 합니다. 생태적 인간은 당면한 문제를 넘어서서, 원시안적으로 물질이 어떻게 서서히 파괴되는가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물질 이후의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저자의 말대로 세계 속에서 영혼을 되살리려는 노력일지 모릅니다.

가령 특정 사물을 마치 신처럼 모시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이러한 페티시즘은 저열한 시각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359쪽) 왜냐하면 원시인들이, 혹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애지중지하는 사물 속에는 치유와 회복력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이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인용한 그레이엄 하비의 문장을 예로 들까 합니다. 이 말 속에 저자 유기쁨이 추구하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론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과 세계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세계와 함께 하거나, 자연과 세계 속에 내재하는 존재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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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2023-06-02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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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동물도 식물도 바위도 ‘사람’ 아닌가” 애니미즘의 생태 상상력



[책&생각] “동물도 식물도 바위도 ‘사람’ 아닌가” 애니미즘의 생태 상상력
고명섭기자수정 2023-05-12 09:34
등록 2023-05-12 05:00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다시 상상하는 세계의 생명
유기쁨
지음 l 눌민 l 2만8000원


생태철학·환경윤리 연구자 유기쁨씨가 쓴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는 애니미즘을 생태학적 상상력의 중심으로 삼아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과 협력의 길을 찾는 책이다.

애니미즘(animism)은 ‘생명·숨·영혼’을 뜻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를 뿌리로 한 말이다. 애니미즘이라는 말을 처음 내놓은 사람은 영국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1832~1917)인데, 타일러는 1871년 펴낸 <원시문화>에서 동물과 식물과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을 ‘애니미즘’이라고 불렀다. 타일러 논의의 핵심은 ‘원시문화’에서 발견되는 애니미즘이 모든 종교의 바탕이며, 이 원초적인 믿음이 발달하여 마지막에 유일신 종교가 됐다는 것이다. 타일러가 보기에, 원시문화의 애니미즘은 종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원형이었고 당시의 지적 수준에서 완전히 합리적이고 지성적인 ‘초기 과학’이었다. 그러나 근대 과학으로 무장한 서구 세계는 애니미즘을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낡은 믿음으로 간주하고 밀어냈다. 지은이는 여기서 사고의 역전을 시도한다. 서구의 근대가 만들어낸 문명이 생태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면, 그 문명이 비합리·비과학이라고 매도한 애니미즘이야말로 반생태적 근대 문명의 대안을 찾는 상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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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브뤼노 라투르, 자크 데리다, 도나 해러웨이를 비롯해 이런 역발상을 시도한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참조하고, 남북아메리카·오세아니아 원주민 문화와 고대 인도에서 발생한 자이나교 같은 근대성 바깥의 문화를 살펴 애니미즘의 생태적 상상력을 펼쳐낸다. 애니미즘은 동물과 식물, 더 나아가 강물과 바위 같은 사물이 모두 살아 있으며 인간과 영적으로 교류한다는 믿음이다. 이 모든 것들이 살아 있다면 인간만 사람이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 사람이란 ‘살다’에서 나온 말이므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동물은 동물-사람이고 나무는 나무-사람이며 바위는 바위-사람이다. 이렇게 사람으로 부를 경우, 이 모든 비인간 존재들은 그 자체로 인격을 지닌 존재로 인정받게 되고 인간과 동등하게 생명의 세계에 참여하는 존재로 존중받게 된다.

그렇다면 생명체를 먹는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간이 살아가려면 다른 동식물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육식을 그만두고 채식만 한다고 해도 사정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뭇 존재를 인격으로서 존중하는 것과 그 뭇 존재를 먹어야 하는 것 사이에는 모순이 있다. 지은이는 말한다. “세계 각지의 애니미스트 원주민들은 세상의 뭇 존재의 생명성을 존중하는 것과 그 생명을 취하는 것 사이의 불가피한 긴장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예컨대 자이나교 수도승들은 땅에 떨어진 과일만 주워서 최소한도로만 먹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지은이는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체를 먹어야 할 때 ‘그 생명체의 허락을 구하고 적절히 취하는 것’을 방안으로 내놓는다. 북미 원주민들은 그런 방식의 취함을 ‘받드는 거둠’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나아가 지은이는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가 <증여론>에서 이야기한 ‘선물 경제’를 인간과 인간 사이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주고받음으로 해석하자고 제안한다. 모스는 말한다. “선물을 받고 답례하지 않으면 그 받은 사람의 인격이나 지위는 좀더 열등한 상태로 떨어지며, 답례할 생각 없이 받았을 때는 특히 그러하다.” 모스의 말은 더 큰 세계와 관계 맺기에도 적용된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 우호적 상호작용에서 벗어난 존재는 사람답지 않은 존재다. “우리는 과연 우리 인간이 비인간 자연과의 관계에서 ‘사람답게’ 행동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은이는 비인간 존재의 생명성을 포착하고 그 생명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생태적 상상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인간과 비인간을 ‘사람’으로 묶어주는 상상력의 한가운데서 애니미즘이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