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9

Hansook Kim - 희수님이 매주 진행하시는 초기불교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있다. 거의 1년이... | Facebook

 Hansook Kim - 사실 올해초부터 희수님이 매주 진행하시는 초기불교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있다. 거의 1년이... | Facebook

Hansook Kim

사실 올해초부터 희수님이 매주 진행하시는 초기불교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있다. 거의 1년이 돼간다
참석동기는 호기심이었겠지만 지적호기심같은 그런 사치스런 종류는 아니었고 그냥 누구나 내면에 가지고 있을 종교적 욕망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아카데믹한거 아니고 practice 입장에서의 호기심이었다.

매사가 그렇듯 숙제처럼 일단은 꾸역꾸역 시작해서 어느새 습관처럼 그냥 당연히 계속하게 됐고, 원래의 그 종교적 욕망 해소와는 별도로 비교적 별일없는 안온한 매일을  꾸려나가는데 있어 뭔가 기술적인 도움을 받게 된듯도 하다. 

현명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같은데 그게 내면에서부터 채운후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저그런 처세술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한국에서 어느정도 건전한 대중종교라고 하면 대략 네다섯개 정도를 꼽을수 있을텐데, 이 종교들이 신자를 끌어모을수 있는건 종교수요자가  원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를 통해 소속감 구원 안식 용서 같은 포용을 얻을수 있어야하고, 그외 종교에서 말하는 윤리의식과 선행의 기준이 사회통념과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것도 기대하고 있을것이다. 사회에서  한 착한일은 당연히 종교적으로도 착한일이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거나 아프거나 주위가 힘들거나 죽을때가 되면 특히 더 저런 이유로 종교에 기대게 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초기불교는 내가 아는 불교인 한국의 대승불교와는 다른 지점들이 많았다. 

그간 별로 맘에 안들었던 아포리즘 중 하나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이었는데, (초기불교공부를 하면서 배운대로) 저 말이 뜻하는게 감각적 즐거움의 무상함을 말하는거라면 그것도 맞는 말이겠지만, 
글쎄,  저말을 자기 머리맡의 표제어로 걸어두는사람들의 마음은 대부분 '지금 너무 힘들지만 이것도 결국 지나갈거다, 어서 지나가버려라, 지금 이 힘듦에 내가 잘못한 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고 일단 어서 지나가 버리라고' 와 같은 입장이 아닌가.

내탓이든 남탓이든  힘든 상황에 처했을때  심적으로도 도망가지않은 채 곱씹을건 괴롭게 곱씹으며 그대로를 겪어내고 또 견뎌내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저 아포리즘에 딸려오는 비겁하고 나약한 속마음들이 싫었다. 정말 말한끗 차이 마음한톨 차이일수도 있는 문제지만 이 작은 차이가 종국에는 사람 특성에 큰 차이를 만드는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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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는, 고통에서 벗어나기위해 해탈하려면 뭔가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struggling해야하고 그런 노력에 한시도 쉴틈이 없다는 얘기를 계속하고있다. 종교라고 무슨 위안을 바라며 기대는 곳이 아니라는것.
희수님은 자기반성 없는 힐링식 평온에 대해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속으로는 썩어가는 녹조.  녹차라떼라고 늘 얘기하시는데 그 말씀이 정말 공감이 된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천주교 (냉담)신자이고 불교에대해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치열하게 뭔가를 추구하는 삶을 단지 개인의 욕망 갈망 같은걸로만 치환한다는게 그게 정말 그래도 되는걸까.

예를들어 북서항로를 찾다 실종된 프랭클린탐험대와 현재 그 흔적을 쫓는 조사대.
좀 뜬금없지만 몇달전의  ngc에 나온 특집기사였고 재밌게 보다보니 문득 윤회의 관점에서 좀 인상적인 케이스였다.

그 사람들은, 물론 당시 개인적인 욕망으로 위험한 탐험을 했을수도 있겠지만, 사람에따라 그 내면의 욕망의 차원이 좀더 공적인 수준일수도 있고, 무엇보다 미지에 대한 도전이란게 인간 사회가 의미있게 여기는 가치의 잣대에서 높이 평가되는 부분도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교의 목표랄수 있는 해탈의 관점에선, 헤매다가 결국 실패한채로 죽게된다는 게, 불교적인 행복에도 별로 득될거 없이 그저 윤회의 동력만 강화하는 헛된짓이 아닌가.

종교내부의 가치와 인간사회의 가치사이의 어긋남을 이해하는게 아직 힘들다.
그건 아마 끝없이 윤회하는 거라든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통이라고 하신, 부처님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그런거겠지만.

한국의 기존 불교라면 사회적인 가치와도 좀 타협해서 좀 듣기좋게 둥글게 해결해 줄법한 이런 가치관의 차이 문제를 초기불교는 엄격하게 선을 긋고 있는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