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7

希修 마음공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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希修
 added 67 new photos to the album "First Things First" by Ṭhānissaro Bhikkhu.


< 마음공부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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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수행을 흔히 '마음공부'라 표현하고,
이 '마음공부'라는 것을
  1. '무조건 착하게 살기' (아무에게나 호구 잡혀 내 인생도 낭비하고 상대의 악업을 방조함으로써 상대의 운도 안 좋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하는),
  2. '성격 고치기', 혹은
  3. '매사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기'
등으로 생각하시는 경우들이 많은데,

  • 사실 불교수행의 본질은, 자신의 의식과 잠재의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한 후 바른 선택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 이렇게 되고 나면 자신의 이기심이나 천성을 제어 못 해 문제를 일으키는 일들은 저절로 줄어들 테지만,
  • 상식적인 '착함'이나 '온화함'이 불교수행의 본질/목적은 아님.
  • 성격적인 특징으로 그 사람의 의식/지혜 수준을 판단할 수는 없다 타니사로 스님도 말씀하심.
(1) 매순간 우리의 감각기관에 와닿는 무수한 자극들 중에서 우리의 뇌는 극히 일부분에만 집중하고,
(2) 나름의 선택과정을 거쳐 수용하거나 거부하며,
(3) 나아가 그에 대한 해석을 함으로써
(4) 그 이후의 다른 선택 (생각, 말, 행동)들로 이어지게 되고,
4번이 새로운 업이 되는 것인데..
1~3번까지는 잠재의식에서 일어나며, 이 잠재의식이라는 것은 '특정 방향으로의 동력' (과거의 업에 의해 형성된)을 이미 장착한 채 달리고 있는 야생마와도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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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1~3번 과정을 당사자는 '선택'이라 느끼지 않는 것이고, 남의 얘기가 귀에 안 들어오는, 즉 세상 모든 이들이 각자의 '고집'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함. ('고집'이 아니라 사실 당사자의 입장에선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되는' 것이며, 그렇기에 한 번 얘기해서 서로 통하지 않는 내용을 각자의 잠재의식 극복 못 한 사람들 간에 몇 번이고 반복해 봐야 대개 피차의 헛수고로 끝남.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 것도 잠재의식을 변화시키기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 이 말은, '나에게 자연스럽게/당연하게 느껴지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그 자체가 결국 타고난 운명대로 사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됨. 점성술이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 얼추 들어맞는 것도, 각자 자신은 aware하게 산다고 나름 생각하지만 실은 잠재의식대로 살고 있기 때문. (내 자신도 운명의 노예이면서 남의 운명을 도울 수는 더더구나 없는 법. 타인의 운명은 부처님도 돕지 못 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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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감정과 무조건 반대로만 행동하는 것이 해결책도 아니고,
  • 1~3번의 과정을 잠재의식에서 의식의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해와 검증의 과정을 거친 후
  • '선업' (탐진치 없는 생각/말/행동)을 aware/mindful하게 매 찰나 선택하는 것이
  • 바로 '마음공부'이고 또 '운명개척'인 것.
물론, 과거 무수한 전생들로부터 형성된 업이 현재에서의 노력으로 갑자기 180도 바뀌지는 않으며, 부모나 적성 같은 것들처럼 이 생 안에서는 뭘 해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부분들도 있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조차 않을 정도의 미미한 선업이나마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오로지 이 방법밖에 없음. 그러다 보면 그 효과가, 때로는 노력하는 순간부터 즉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몇 달 혹은 몇 년 후 가시화되기도 하며, 때로는 몇 생 후 결실을 맺기도 함. 이게 업이론. (#73~107: The Karma of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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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6: Did the Buddha Teach Free Will?
#47~72: First Things First.
#73~107: The Karma of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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希修 added 67 new photos to the album First Things First by Venerable Ṭhāniss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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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공부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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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수행을 흔히 '마음공부'라 표현하는데, 이것을 (i)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기 (delusion에 불과할 수도 있는. 사실 부처님은 complacency를 경계하셨음), (ii) 호구가 되더라도 무조건 '착하게' 살기 (타인의 악업을 방조함으로써 상대의 운도 나쁘게 하고 자신의 인생도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iii) 성격 고치기 등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불교 수행의 핵심은, 자신의 의식과 잠재의식 (프로이드가 말한 잠재의식과 다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한 후 매순간 fully mindful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되고 나면 자신의 이기심이나 천성을 제어 못 해 문제를 일으키는 일들은 저절로 줄어들고 처신도 인간관계도 당연히 원만해질 테지만, 상식적인 '착함'이나 '온화함'이 불교 수행의 본질이나 목적인 것은 아니다. (성격적인 특징으로 그 사람의 의식/지혜 수준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초기불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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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 각자의 뇌는 특정 종류의 자극을 찾아 헤매고 (자신의 업때문에 자신이 경험해야 하는 자극을 자신의 잠재의식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고 초기불교는 설명), (2) 매순간 감각기관에 와닿는 무수한 자극들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만 집중하며, (3) 나름의 선택과정을 거쳐 수용하거나 거부하고, (4) 나아가 그에 대한 해석을 함으로써 (5) 그 이후의 다른 선택 (생각, 감정, 말, 행동)들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과거 업의 결과를 재료로 하여 새로운 업을 짓는 과정인데, 여기에는 잠재의식 (특정 방향으로의 동력과 속도를 장착한 채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을 듯)이 아주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초기불교는 설명한다. 잠재의식에서 일어나기에 이 과정을 당사자는 '선택'이라 느끼지 않으며, 당사자에게는 사실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되는' 것. 즉, 부처님 수준의 완전한 메타인지를 갖고 하는 행동 (생각, 감정, 말 포함)이 아닌 한, 아무리 자신은 '열심히 생각'하여 행동한들 실은 여전히 좀비처럼 잠재의식대로 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바로 불교의 업이론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특정 방향으로 나의 행동을 몰아가는 강력한 모멘텀이 잠재의식에 이미 조건지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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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숙명'이라는 것은, 정확히 몇 월 몇 일날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i) 전생의 업으로부터 상속받아 각자가 타고난 잠재의식/경향성과 (ii) 부모나 적성 등의 선천적 조건들 및 성장환경을 의미할 뿐. 그리고 이 운명은 전부, 전생의 나=A (편의상 '나'라고 부를 뿐 이승의 나=B와 완벽하게 동일 인물인 것도 완벽하게 별개의 인물인 것도 아니며, 전생이 무수하므로 무수한 버젼의 A가 존재)의 업의 산물이라고 불교는 설명한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찰에 근거하여 발달시킨 이론! (占術과 다른 점)을 적용해서 이 경향성을 추측하는 것이 바로 星術로서, 사주명리학이 대표적인 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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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술취해 정신을 잃은( =타고난 경향성대로 사는) 운전자의 자동차( =삶)가 언덕에서 굴러내려오고 있을 경우, 그 자동차의 속도와 진행 방향( =출생 연월일시)에 근거하여 10분 후 혹은 1시간 후 그 자동차가 어디께에 도달하려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 이것이 바로 성술의 원리. 그러나 운전자가 정신을 차리고 매초 매순간 fully mindful한 행동으로써 새로운 업을 짓는다면 그 자동차의 속도나 진행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출생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던 예측은 빗나가게 된다. 이렇듯 운명개척은 mindfulness에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운명이라는 게 근본적으로는 업의 결과이니, 업 자체를 공략(?)하는 것이 당연히!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인 것. 달리 말하면, 각자 아무리 자신은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들, mindful 하지 않는 한 실은 운명=잠재의식이라는 자동차가 마음대로 폭주하게끔 놔두고서 자신은 그 차 안에서 음주운전자로 살게 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며, 바로 그렇기에 불교는 수행 큰 이타행으로 간주하는 것.) 성술이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 얼추 들어맞는 것도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운명의 '주인'이 아닌 운명의 '노예'로 살고 있기 때문이라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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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나=B의 선택/컨트롤과 '무관'하게 형성된 운명으로 인한 결과를 B가 옴팡 감당하고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삶의 이 조건이 한편으론 섬짓하지만, B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은 전생의 나인 A의 업을 상속한 결과일 뿐이기에, 유산을 상속하면 부채도 함께 상속되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억울해 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부처님 같은 분만 100% 깨어서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으로 사는 것이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신의 탐진치에 취해 잠재의식에 휘둘리며 사는 것이 너나 할 것 없는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 그러니 평범한 인간들의 삶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타고난 잠재의식의 역량을 반영할 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잘 나가는' 것은, 100% 그의 노력 덕분이 아니라 그의 잠재의식 덕이 크니 그래서 겸손해야 하는 것. (후천적 의식적 노력이 작용하긴 하지만, 온전히 깬 상태에서 하는 노력이 아니라면 결국 잠재의식의 방향대로 나아가는 노력에 불과하니, 결국은 자신이 타고난 운명의 수혜자인 측면이 큰 셈.) 또 내가 보기에 누군가가 '어리석게' 행동하고 있다면, 그는 자신의 잠재의식의 노예로 살고 있을 뿐 '깨어서'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비판하지 않아도 그 '깨어 있지 못 함'의 댓가를 스스로 치를 수 밖에 없고, 또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니, 그래서 동병상련의 연민을 가져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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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주인이 되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탐진치에 취해 있는 의식을 깨워야 할 테고, 그 의식의 힘으로 (1)~(5)의 과정을 이해한 후, '선업' (탐진치 없는 생각, 감정, 말, 행동)을 mindful 하게 매찰나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운명개척이며 자신이 올라탄 자동차의 업그레이드. 과거 무수한 전생들로부터 쌓인 태산 같은 업이 현재의 노력으로 하루아침에 180도 바뀔 리는 물론 절대 없고 부모나 적성 같은 것들처럼 이 생 안에서는 뭘 해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부분들도 있지만, 탐진치에 취해 살거나 운명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면 수행만이 유일한 선택지다. 그러다 보면 그 효과가 때로는 노력하는 순간부터 즉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몇 달 혹은 몇 년 후 가시화되기도 하며, 때로는 몇 생 후 결실을 맺기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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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내가 이해하는 불교의 업이론이고 또 마음공부다. 남의 기분/욕망을 떠받들어 주는 일도 아니고 (나의 자기중심주의가 내 삶을 바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나의 자기중심주의를 위해 남이 자기 삶을 바쳐야 할 이유도, 남의 자기중심주의를 위해 내가 내 삶을 바쳐야 할 이유도 없는 것), 분별 자체를 내려놓는 일도 아니다. 인간의 감각/이성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만으로 검정색을 흰색이라 말해도 곤란하고, 무수한 회색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무시해도 곤란하다. (흔히 wisdom/지혜라고 번역되는 원어는 pañ'ñā로서 '작은 차이도 구분한다'라는 어근에서 파생되었다고.) 나의 기분/욕망이 아닌 인과/연기를 기준으로 정확히 분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수행이다. 이 인과/연기의 법칙을 발견, 설명한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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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이인자 and 9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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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jin Kang
    Karma를 이렇게 설명해주시는 분이 여태 없었어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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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希修
    "A person's fate is inextricably linked with his mind. When the mind and its concepts are transformed, fate and fortune will change as well." -- Master Sheng 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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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does Buddhism view the practice of fortune telling?(GDD-8, Master Sheng 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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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does Buddhism view the practice of fortune telling?(GDD-8, Master Sheng 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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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icca Kyungrim Kim
    오...wisdom의 원어가 pañ'ñā군요. '조견'이란 작은 차이를 구분하여 이해함으로써 달성된다고, 예전에 각묵스님 초기경전수업에서 들었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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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希修 replied
     
    1 reply
  • 希修
    The stars impel, not compel. 그러므로 the path of the least resistance나 분투 없는 무조건적 긍정적 complacency는 운명/숙명의 주인 아닌 노예가 되겠다는 얘기. 불교는 이걸 수행이라 보지 않는다. 검정색을 흰색이라 말해도 곤란하고, 무수한 회색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무시해도 곤란하다. 나의 기분/욕망이 아닌 인과/연기를 기준으로 분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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