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6

[문화저널21 사람,공감,소통의 미디어(종합인터넷신문)] 세상 받든 ‘완전연소’의 삶…원불교 박청수 교무 자서전 출간



[문화저널21 사람,공감,소통의 미디어(종합인터넷신문)] 세상 받든 ‘완전연소’의 삶…원불교 박청수 교무 자서전 출간





세상 받든 ‘완전연소’의 삶…원불교 박청수 교무 자서전 출간

‘열화당 영혼도서관’ 시리즈, 세계의 마더 박청수 교무의 자전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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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4-08













“지난 오십 년의 긴 세월 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어느 일도 쉬운 일은 없었고, 그 하나하나의 일은 늘 천신만고 끝에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했던 일들 중 회의를 거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 오십오 개국을 돕고 나라 안팎에 아홉 개의 학교와 두 개의 병원을 세웠지만, 오직 나의 염원이 종자가 되어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아마 회의를 거쳤더라면 두 나라도 돕기 어려웠을 겁니다” <박청수-원불교 박청수 교무의 세상 받든 이야기> 중 ‘책을 펴내며’ 발췌



[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1956년 출가해 원불교 교무의 길로 들어섰다. 1969년 사직교당을 시작으로 원평교당, 우이동 수도원 교당을 거쳐 2007년 서울 강남교당을 은퇴할 때까지 오십 여년의 세월 동안 박청수 교무는 성불제중(成佛濟衆)의 서원을 이루어나갔다. 캄보디아, 북한, 아프리카, 러시아 볼고그라드, 인도, 중국 등 세계 오십오 개국을 방문하고 도우며 무지, 빈곤, 질병 퇴치에 힘써왔다.



그 기나긴 세월이 책 <박청수-원불교 박청수 교무의 세상 받든 이야기>에 담겨 있다. ‘박청수 기록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출판기념회가 지난 2일 삼성동 한국도심공항 3층 서울컨벤션에서 열렸다. 방송인 김미화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기웅 열화당 대표를 비롯해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인호 KBS 이사장,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이배용 한국학 중앙연구원 원장, 조욱현 성라자로마을 원장신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축사자로 참석했다.

















총 열 장으로 구성돼 있는 <박청수-원불교 박청수 교무의 세상 받든 이야기>에는 삶을 이끌어준 어머니의 가르침, 교당 교화 활동, 세계 곳곳을 도운 광활한 봉사의 현장, 고마운 인연들에 관한 다정한 사연 등이 저자의 필력 그대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박청수 교무가 열정을 바쳤던 도처의 일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십여 년 동안 틈나는 대로 써 둔 일생의 기록들을 엮은 것으로, 때때마다 쓴 글이기에 현장감이 살아 있으며, 사무치는 마음이 절절하게 표현돼 있다.


그간 출간된 여섯 권의 저서에서 필요한 글들을 가려 뽑아 다시금 문장을 가다듬었다. 최근의 일들이나 미처 적어 두지 못한 일들은 새로 썼다. 오랜 시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 이루어진 일인 만큼 정확한 일시, 장소, 인명 등을 재확인하고 수정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또한 글과 함께 현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관련 자료 이미지들이 수록돼 있어 이해를 돕는다.


출판기념회 자리에 선 박청수 교무는 지금껏 해온 모든 일들을 스스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 요량만으로 어떻게 일을 할까요. 제가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불만불평 없이 형편 것 도운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지요. 여기 오랜 시간 저를 도운 강남교도 분들이 많이 와 계신데, 그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지켜보고 항상 따뜻한 말씀을 주신 모든 분들이 제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 주셨어요.”










무엇보다 어머니의 힘이 크다. 스물일곱에 남편과 사별하고 그 어려운 시기에 두 딸을 공부시켰다. “어머니는 말씀하셨어요. 교무가 되어 너른 세상에 나가 많은 이들을 도우라고. 너를 끝까지 가르치겠다고. 그리고 어머니는 홀로 저와 동생 박덕수 교무를 끝까지 가르치셨습니다. 어머니의 바람과 스승의 가르침이 저를 키웠어요.”



그렇게 박 교무는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는 대신 세계의 어머니가 되어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왔다. 북한동포, 조선족, 고려인 등 해외 우리 민족들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저소득층 어린이, 한센병 환자, 새터민 등 국내 소외계층을 위해서도 쉬지 않았다. 나라 안팎에 아홉 개의 학교를 설립했고 히말라야 라다크, 캄보디아 바탐방에 병원을 세웠다. 미얀마와 캄보디아에는 총 이백칠십 개 마을에 공동 우물을 파거나 식수 펌프를 묻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되어서, 고속 압축의 경제발전이 있어서 그 과실을 따다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가난을 품느라 좋은 옷 한 번 사보지 않았고 맛있는 음식 한 번 스스로 찾아먹지 않았다. “모금이 안 될 것 같았어요. 많은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뜻을 정해 일을 해나가는데, 내 입에 맛있는 것을 넣고 내 몸에 좋은 것을 걸치면 모금이 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스스로를 ‘완전연소’ 시키며 세상을 환하게 밝혔던 박청수 교무의 삶, 그 궤적이 담긴 책 <박청수-원불교 박청수 교무의 세상 받든 이야기>는 ‘열화당 영혼도서관’ 시리즈로 출간됐다. 이 시리즈는 자신의 삶을 기록해 보존함으로써 한 인간의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고, 후대들이 그를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현재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건립 추진 중인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에 소장될 예정이다.


lyk@mh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