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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에 배변한다고…길고양이 쓰레기통에 넣은 목사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 "생명 다루는 목사가 고양이 죽음에 이르게 해"
기자명 구권효 기자
승인 2022.10.18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교회 목사가 길고양이를 학대한 정황이 포착됐다. ㅅ교회 박 아무개 목사는 길고양이가 예배당과 주변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오물이 있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10월 18일 박 목사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10월 12일 홈페이지에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통에서 죽어 가야 했던 아기 고양이 샬롯'이라는 글을 올려 사건을 알렸다. 카라에 따르면, 박 목사는 10월 9일 예배당 주변 지역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던 케어테이커에게 "고양이를 잡아 쓰레기통에 담아 두었으니 데리고 가라"고 연락했다. 케어테이커가 현장에 가 보니 파란색 쓰레기통이 비닐에 싸여 있었고, 쓰레기통 안에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담배꽁초, 음식물 쓰레기 등 각종 오물과 함께 방치돼 있었다.
박 목사는 새끼 고양이를 음식물 쓰레기 등이 들어 있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사진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케어테이커는 박 목사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려 했으나, 그는 "교회에 와서 배변을 모두 치우라.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를 데려가 직접 키우라"는 등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고 한다. 동물 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알려도, 박 목사는 자신이 과거 교도소에 있었다고 말하며 위협했다고 했다.
쓰레기통에 방치된 고양이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몇 시간 후 숨을 거뒀다. 카라는 이 고양이가 평소 케어테이커의 돌봄으로 건강한 상태였다고 했다. 고양이에게 '샬롯'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약식으로 장례를 한 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카라는 박 목사가 고양이를 학대했다고 보고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 학대 등의 금지) 위반 혐의로 그를 고발했다. 한 활동가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대 행위를 한 사람이 목사라는 사실에 우리도 모두 충격받았다. 목사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 아닌가.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목사가 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 카라는 이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작은 예배당을 운영하며 소위 '성령 사역'을 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 목사는 왜 이런 행동을 한 걸까. 그는 10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고양이가 결국 죽었다는 소식은 몰랐다면서도 "평소 길고양이들이 예배당에서 배변을 보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케어테이커들이) 고양이들에게 밥만 챙겨 주면 뭐 하나. 그 똥오줌은 누가 치우나. 데려가서 키우든지 해야지. 여기 주변 사람들은 더럽고 냄새 나서 다들 힘들어한다. 사람이 먼저지, 고양이가 먼저인가"라고 말했다.
그렇게 문제였다면 구청이나 동물권 단체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야지, 쓰레기통에 가두는 건 동물보호법 위반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고양이가 자꾸 할퀴고 그러는데 어디 넣어 놓을 데가 없어서 쓰레기통에 넣은 것뿐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고양이 밥 준 거다"라며 "고발하라고 하라. 내가 알아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케어테이커에게 왜 과거 교도소 전력을 이야기한 것이냐고 묻자 "그냥 사실을 얘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목사는 소속 교단도 모호했다. 교회 간판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권순웅 총회장) 로고가 있는데, 예장합동 로고와 색깔이 달랐다. 어느 교단 소속인지 묻자 그는 "난 사당동 총신대도 나왔고, 정서영 총회장이 있는 예장합동개혁에도 있었다. 지금은 백석대 신대원을 다니고 있다"며 자신이 어느 교단 소속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