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ddh. Thought Cult. 2020; 12(1):1-31
간헐적 팬데믹 시대의 양상과 불교의 대안
이도흠 *
Aspects of 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s and the Buddhist Alternatives
Doheum Lee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
Received: May 29, 2020; Revised: Jun 22, 2020; Accepted: Jun 26, 2020
Published Online: Jun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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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초록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인한 팬데믹이 세계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간헐적 팬데믹 시대를 맞아 생태계, 세계체제, 국가체제, 사회와 개인, 종교계로 나누어 양상을 살피고, 불교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하였다. 생태계의 경우, 1만 년 동안 4도 가량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근 1백년 만에 1도가 상승하면서 38%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놓이고, 대형 산불, 역대 급의 홍수, 폭설, 가뭄, 폭염, 한파, 태풍이 일상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전 세계가 탄소제로를 목표로 글로벌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생태론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세계체제는 지금 각자도생하며 경쟁을 하고 있는데, 화엄의 상즉상입(相卽相入)과 화쟁의 논리를 통하여 전 세계가 같은 가치를 가지고 공존공영하는 세계체제를 수립한다. 한 예로, 아라비아나 사하라 사막 혹은 우주 공간에 부자 국가들이 재정을 지원하여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초연결시스템이나 마이크로웨이브 전송시스템을 활용하여 대륙별로 공급한다. 상위 10%가 절반 이상의 부를 점유하고, 한 기업 안에서 소득 차이가 300배에 달한다. 이제 자본주의 체제와 결별하고 대안의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국가는 상호주관적 자비심의 구현체로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복지국가로 거듭 나며, 토지, 물, 지식, 데이터, 로봇은 공유부(common wealth)로 설정한다.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대중들은 서로 경쟁과 이기심, 탐욕을 조장하고 있다. 이제 개인은 타자를 위하여 욕망을 자발적으로 절제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전환하고, 사회 또한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간헐적 팬데믹 시대를 맞아 절은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작은 절 지향, 초연결사회의 노드로서 절의 위상 정립 등 여섯 가지의 혁신을 해야 한다.
Abstract
The pandemic caused by Coronavirus 19 is driving change in the world. In 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s, I analyzed the aspects of these realities by dividing them into a ecosystem, world system, state, society and individual, and religious circles. And I looked for alternatives from the viewpoint of Buddhism.
As for the ecosystem, the average temperature of the earth has risen by 1 degree in the last 100 years. As a result, 38% of living things are on the verge of extinction, and large forest fires, floods, heatwaves, droughts, and typhoons have become commonplace. Accordingly, the paradigm should be shifted to an ecology of ‘neither-one-nor-two(不一不二)’, and the state should pursue a global new deal policy aimed at zero carbon within 10 years.
The world system is dominated by the isolationism of selfish survival. According to the principle of Hwayen Buddhist mutual penetration of things without hindrance and Hwajaeng Buddhism, the world must establish a system in which the world co-exists with the same values. For example, in the Arabia and Sahara desert, or in outer space, rich countries provide financial support to build large-scale solar power plants, and supply them to each continent using a hyper- connected system or a microwave transmission system.
The top 10% occupy more than half of wealth, and the difference in income is 300 times within a company. Now, we must break away from the capitalist system and aim for an alternative society. The state is reborn as a free and just ecological welfare state, and land, water, knowledge, data, and robots are set as common wealth.
As inequality intensifies, the public promotes competition, selfishness, and greed with each other. Now, the individual must turn to a life of the wisdom of contentment with less gain(少欲知足), and society must restore the community.
In 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s, the temple must do six innovations, such as the orientation of a small temple with the unity of zen meditation and labor, and establishing the status of the temple as a node of a hyper-connected society.
Keywords: 간헐적 팬데믹; 코로나 바이러스 19; 생태론; 글로벌 그린 뉴딜; 기후위기; 소욕지족(少欲知足)
Keywords: Intermittent Pandemics; Coronavirus 19; Ecology; Climate Crisis; Global Green New Deal; The Wisdom Of Contentment With Less Gain(少欲之足)
Ⅰ. 머리말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인한 팬데믹이 세계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2020년 6월 1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609만 2,816명의 감염자와 371,665명의 사망자를 낳은 채 멈추지 않고 퍼지고 있다(https://coronaboard.kr/). 전 세계에 공포가 드리우고, 세계화는 중지 상태이며, 각국의 경제는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집회와 의례는 거의 금지되고 많은 사람이 격리상태다. 이를 대체한 원격 회의, 예배와 법회, 강의, 진료가 활성화하고, 배달이 급증하고 있다. 수많은 공장이 멈추고, 상당수의 자동차가 운행을 중지하자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하늘이 맑아지고 야생동물들이 돌아왔다. 석유/석탄산업이 좌초산업으로 전락하고,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인류는 4∼5년 주기로 새로운 팬데믹을 맞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는 인류세(Anthropocene)/자본세(Capitalocene)의1)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으며 생명과 환경의 위기, 기후위기,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겹쳐 있다. 이를 필자는 간헐적 팬데믹 시대(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s)라 명명한다. 이 시대를 맞아 생태계(ecosystem), 세계체제(world system), 국가체제, 사회와 개인, 종교계로 나누어 양상을 살피고 불교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한다.
Ⅱ. 코로나 이후 사회의 양상과 전망
1. 생태계
지구 생태계는 이미 임계점을 넘은 위기 상태다. “지구촌은 매년 3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https://ourworldindata.org/).” “1만 년 동안 4도 가량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근 1백년 만에 1도가 상승하였다(성규환, 2020. 1. 30.).”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대형 산불, 역대 급의 홍수, 폭설, 가뭄, 폭염, 한파, 태풍, 빙하의 소멸, 미세먼지 등 기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2019∼2020년 사이에 일어난 호주산불로 1,860만 헥타르가 불타고 34명이 죽고 10억 마리의 동물이 죽었으며, 몇몇 종은 멸종위기에 처했다(Wikipedia, ‘2019-20 Australian bushfire season’).” 시베리아 지역에서도 온도가 30도가 넘게 오르고 산불이 끊이지 않는다. “영구 동토층은 약 1500 페타그램의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1조 5,000억 톤의 탄소와 맞먹는다.··· 갑작스러운 영구 동토층의 해빙은 탄소를 비롯해서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효과가 훨씬 강력한 메탄가스를 방출한다(심재율, 2020. 2. 7.).” 만약 현재의 상황이 더 악화하여 임계연쇄반응(criticality chain reaction)이 일어난다면, 지구촌은 회복이 불가능한 파국을 맞을 수 있다.
“2018년에 3억 5,9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산되었고(https://www.statista.com/)”, “2010년에만 480만 톤에서 1,27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Jenna R. Jambeck, 2015: 768).” 플라스틱 조각이나 비닐을 슴새를 비롯한 새와 거북이, 고래나 상어 등이 먹고 제대로 날거나 헤엄치지 못한 채 굶주려 죽어간다. 플라스틱은 햇빛을 받아 나노 상태로 분해되는데, 이를 플랑크톤이 1차적으로 먹고, 먹이사슬을 통해 물고기로 전해지고 결국 큰 물고기나 인간의 몸에 축적된다.
강물의 오염도 심각하다.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모든 강의 약 1/2에서 2/3 정도가 낮은 수준이지만 병균에 오염되었으며, 10분의 9 정도의 강이 낮게나마 염분에도 오염되었다(UNEP, 2016: XXXI).” 강의 오염은 생명의 죽음을 부르고 결국 인간의 질병과 죽음도 야기한다. “2013년에 전 세계적으로 4천만 명 이상이 주혈흡충병(schistosomiasis)의 치료를 받았으며, 무려 15억 명이 토양 전달 장내 기생충에 감염됐다. 이 모든 질병들은 대부분 배설물과 관련이 있으며, 이 또한 대다수는 인간이 물에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이다(ibid: 17).”
생태계 변화로 지구상의 생명들은 6차 대멸종으로 가고 있다. 지금 “1초 동안 0.6헥타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하루에만 100여 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앨 고어, 1994: 128).” “국제자연보존연맹(T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은 전 세계 과학자 1,700명이 참가하여 조사한 44,838종의 대상 동식물 가운데 38%인 16,928종이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발표하였다(Jean-Christophe Vié, 2008: 16).”
2. 세계 체제
코로나는 심각한 모순 상태에 있던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 체제에 결정타를 날렸다. 코로나 이전부터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율과 생산성의 저하, 소비의 둔화, 부채의 증가로 장기침체 상태에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불을 댕겼다. 바이러스의 고속도로임이 확인되면서 세계화는 일시 중단 상태다. 대량실업이 진행되고 부채가 대폭 증대하고 대다수 국가가 역성장을 거듭하면서 공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본은 총이윤을 늘리기 위하여 가변자본에 대한 불변자본의 비율을 상승시킨다. 이렇게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고도화할수록 필연적으로 일반이윤율의 점진적 하락을 가져오며, 이런 경향은 사회적 노동생산력의 끊임없는 발전에 대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한 고유한 표현일 뿐이다(카를 마르크스, 2014: 284-285).”2) 실제로, “1869년에 46%였던 이윤율이 계속 떨어져 지금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10% 이하이고 계속 하향세다(Esteban Ezequiel Maito, 2014: 9).” 단순화시키면 1869년에 1만원 투자하여 4,600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1,000원 벌기가 어려우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자로 내놓아야 한다. 몇 년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지금의 장기침체는 이윤율과 생산성의 저하, 부채 증가, 소비둔화가 어우러져 비롯된 것으로 일시적이거나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다. 자본이 기술개발, 새로운 시장의 창출,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의 유연성 강화, 금융사기를 통한 합법적 수탈 증대, 공간의 재조정 등의 상쇄요인을 총동원하였음에도 일시적 반등은 있었지만 이윤율이 경향적으로 저하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큰 변수는 부채다. 국제금융협회(IIF)가 2020년 4월 6일에 발행한 『세계 부채 모니터: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세계 경제의 퓨즈를 조명하다(Global Debt Monitor: COVID-19 Lights a Fuse)』에 따르면, “전 세계 부채 총액이 255조 달러(약 28경 9,425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 세계 GDP의 322%에 달한다(IIF, 2020. 4. 6.: 1).” “세계의 정부 부채는 78조 146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총생산(GWP) 91조 9800억 달러의 84.96%에 달한다(http://worldpopulationreview.com).” 이 부채는 줄기는 커녕 시간당 500만 달러 이상 늘고 있어 부채가 GDP나 GW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늘고 있다.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에는 개도국이 아니라 G7과 같은 선진국의 부채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공적 자금 투자와 복지확대로 정부 부채가 대폭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율이 저하하면서 자본은 이윤을 높이기 위하여 신자유주의 체제의 구조조정, 노동의 유연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더욱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여 실업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인공지능이 남긴 부스러기 일을 하는 고스트 워커(ghost worker)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를 맞자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각국이 외부적으로는 각자도생을 추구하고 경제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적 협력체계는 실종되었다. 초국적 금융자본과 의료장비와 물품의 국제적 협업과 공유는 붕괴되고, 각국이 자국 생산과 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던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이 만연하고 있다. 공론장이 붕괴되고 가짜뉴스가 진실을 대체하고 페스트 시대나 통할 주술적 담론이 난무한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독선과 독단을 행하는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견제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3. 국가 체제
코로나 이전이든 이후든 국가의 여러 양상을 결정하는 최대 요인은 극단화한 불평등과 GDP를 넘어서거나 육박하는 정부 부채다. 지금 불평등은 점점 극대화하고 구조화하고 있다. 2018년 현재 한국의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9년의 44.38%에서부터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의 47.76%,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 48.79%, 2018년에 48.86%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한국노동연구원, 2020, 2: 88). “상위 10%가 부동산 양도차익 63%, 주식 양도차익 90%, 배당소득 94%, 이자소득 91%를 독식하였다(김유리, 2019. 10. 8.).” 이는 정부가 공개하거나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로 전체 부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부동산, 현금, 소유물 등 총자산을 포함하면 불평등은 더욱 극심하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불평등이 가장 큰 모순으로 부상하였다. “슈퍼 갑부 8인의 재산이 세계 인구 절반인 36억 명과 비슷하다(이윤정, 2017. 1. 16.).”, “상위 1% 부자는 40년 동안 전 세계 하위 50%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2배 이상을 벌었다(World Inequality Lab., 2017).”, “인류의 절반은 하루에 5.5달러도 벌지 못한다(World Bank, 2020).”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의 2020년 6월 현재 통계를 보면, 세계 주요 국가의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43.3%, 일본 41.6%, 중국 41.4%, 미국 46.8%, 러시아 45.5%, 영국 35.5%, 프랑스 33.3%, 독일 36.8%, 스페인 34.9%에 달한다(World Inequality Database).” 2018년 기준 CEO와 일반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의 차이는 미국 265배, 인도 229배, 영국 201배, 독일 136배, 중국 127배에 달한다(www.statista.com). 지니계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0.620에 이르며, 멕시코 0.458, 미국 0.390, 영국 0.357, 한국 0.355, 일본 0.339, 독일과 프랑스 0.289, 스웨덴 0.282, 덴마크 0.261에 이른다(https://data.oecd.org).
여기에 코로나가 덮치자 수치만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나라들이 경기침체와 마이너스 성장, 대량실업을 겪고 있으며, 불평등은 더욱 극대화하였다. IMF는 2020년에 미국 –8.0%, 독일 –7.8%, 프랑스 –12.5%, 이태리 –12.8%, 영국 –10.2%, 러시아 –6.6%, 일본 –5.8%, 중국 1.0% 등 전 세계의 경제가 평균 4.9%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IMF, 2020. 6.). 이는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가장 악화된 수치다. 역성장으로 대량해고가 발생하면서, 불평등은 더욱 극대화하였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백인보다 유색인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확진자 수가 30만 명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총 2,28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데, (2020년) 3월 넷째 주(22∼28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65만 건, 그 1주일 전 328만 3,000건으로 불과 2주만에 약 1,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배정원, 2020. 4. 5.).”
이런 상황을 맞아 각 나라는 바깥으로는 고립주의를 강화하면서 내적으로는 검역과 방역에 주력하면서 국민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대신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가 빅브라더와 빅마더(the big mother)를 혼합한 전체주의로 다가가고 있다. 국가는 방역을 빌미로 빅데이터와 스마트폰, 여러 도청이나 감시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활용하여 국민에 대한 감시와 사찰,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의 무의식과 욕망을 엿보고 이를 SNS와 미디어를 통하여 조작하여 더욱 부드럽게 관리하고 조정하고 있다.
반면에, 시민사회에는 공포의 유령이 드리우고 있다. 이 와중에 생명권력은 주권권력과 동맹을 맺으며 막대한 권력과 자본을 획득하고 있고, 기존의 주권권력과 훈육권력의 동맹에 생명권력이 가세한 거시권력은 공포를 기반으로 더욱 강력하게 시민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훈육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얻고 있다. 국가는 한편에서는 자본과 연합하여 원격의료, 원격강의, 생명관련 사업의 시장을 확대하고, 한편에서는 탈출구를 모색하면서 기본소득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디지털 혁명, 그린뉴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서두르고 있다.
국가의 감시와 사찰 강화와 시민들의 공포가 결합하면서 민주주의의 토대인 공론장은 심각한 상황으로 붕괴되었다. 주술적 담론과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반향실효과(echo chamber effect)가 증대하였다.
4. 사회와 개인
신자유주의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개인은 신자유주의적 탐욕을 내면화하고, 사회는 점점 더 이기심과 경쟁을 증대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물질적으로나 비물질적으로 살기 어렵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요인은 불평등의 극대화다. 불평등은 비단 빈부격차로 인한 부자와 빈자의 갈등과 대립, 투쟁으로 그치지 않는다. 불평등은 개인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사회를 오염시킨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대신 경쟁과 힘에 의해 해결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리처드 윌킨슨, 2008: 321).”, “불평등이 심해지면,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사회통합이 줄어들며 사회적 관계의 질은 내려가고, 범죄와 폭력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건강은 나빠지고 평균 기대수명이 떨어지며, 사람들 사이의 신뢰수준은 내려간다(같은 책: 315).”,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적대감, 인종적 편견이 심하고 여성의 지위도 낮다(같은 책: 68).”, “불평등사회는 수감자의 수가 더욱 많으며, 정신질환과 비만 수준 역시 훨씬 높고, (···) 당연한 결과로 평균소득을 조절한 후 더욱 평등해진 사회에서는 아동 복지가 좋아졌고 스트레스와 약물 사용이 줄어들었으며 유아사망률 또한 낮아졌다(Richard Wilkinson & Kate Pickett/클라우스 슈밥, 2016: 150).”
이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를 맞아 가장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곳은 노동 분야다. 온라인 서비스, 배달앱이 활성화하고 임시직과 프리랜서가 증가하며 ‘프레카리아트’(precariat: precarious+proletariat)가 더욱 늘어나며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에 더하여 재택근무와 비재택 근무, 숙련노동과 비숙련노동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관광산업 종사자들은 급격한 소득의 감소나 실업, 생존위기 등을 겪고 있다.
반면에 개인들은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와 수업, 종교의례와 모임이 일상화하였다. 오랜 동안 격리되자 시민들은 두려움을 일상화하고 스트레스를 증대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지향하고 있다. 시민들은 집에서 묵상하면서 여기저기 여행하고 비싼 것들을 소비하며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것보다 ‘지금 여기의’ 삶에 행복해하면서 자신과 가족에 충실한 것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길임을 깨닫고 있다. 이런 삶이 단지 석 달 만에 석유 값을 반토막내고, 전 세계의 대기를 청정하게 하고 사라졌던 동물들이 돌아오게 하였으며,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을 해야만 유지되는 자본주의 체제도 휘청거리게 하였다.
5. 종교계
전 세계적으로 신자 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한국 사회도 절반 이상이 무신론자로 돌아섰다. 과학의 발달, 시민사회의 성장, 종교가 행하던 빈민구제와 복지의 국가대행, 자본주의로 인한 물화(物化)의 심화, 신자유주의로 인한 탐욕의 증대라는 외적 요인에 더하여 종교인의 부패와 타락의 증대, 종교 권력층의 권위주의 풍토와 폭력 등의 내적 요인이 결합한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19 사태가 닥치자 종교계는 의례를 집전하지 못하고 신도들의 모임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의례는 신앙을 육화/체현하는 장이자 신도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구성원을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사제나 스님의 입장에서는 의례를 통하여 권위와 헤게모니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참여자로부터 헌금, 보시 등의 방법으로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종교계는 국가와 종교, 신앙과 보건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신천지를 비롯하여 정부의 방침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교회에서는 확진자가 폭증하여 비난과 제재를 받았다. 반면에 불교는 종단 차원에서 대면 법회를 중지하여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예배나 법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한 교회와 성당, 절은 대면 접촉을 통한 유대가 느슨해지고 헌금과 보시를 통한 수입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종교계는 오프라인 의례를 고집하는 자세에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시설과 시스템을 개선하고, 설교나 법회의 방식을 바꾸며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Ⅲ. 간헐적 팬데믹 시대에서 불교의 대안
1.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생태론
주지하듯, 코로나 바이러스 19사태 또한 인간이 숲을 파괴한 데서 근본적으로 비롯되었다. 우리의 손바닥에 수십 억 마리의 바이러스가 있지만 대다수는 우리 몸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거나 도움을 주며 공존하는 생명체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숲에서 박쥐나 원숭이의 몸에 수억 년 동안 공존을 해왔던 것이다. 인간이 생태계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빈틈’의 기능을 수행하는 완충 지대의 숲마저 파괴하자, 바이러스는 전혀 접촉하지 않았던 인간을 만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늘리려는 목적대로 진화/변형하는 생명체의 속성대로 인수(人獸) 공통의 바이러스로 변형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환경위기, 기후위기,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해야 한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약 45%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영점에 도달해야 함을 의미한다(Climate Summit 2019, 2019: 3).” 이미 1.0℃가 상승하였으므로 앞으로 10년 안에 0.5℃ 이하로 제한하지 못하면 파국이 올 것이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은 전 세계가 탄소제로협정을 맺고 석탄과 석유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면 대체하고 글로벌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하다. 세계는 이 위기를 낳은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적절한 것이 화쟁의 불일불이(不一不二)론에 바탕을 둔 생태론이다. 이는 환경위기, 생명위기, 기후위기를 낳은 근대의 패러다임인 인간중심주의와 기술결정론을 극복하는 생태론이다. 또, 불일불이의 생태론은 이런 차원에서 탄생한 서양의 생태론, 곧 표층 생태론(shallow ecology), 심층 생태론(deep ecology), 사회생태론(social ecology), 에코 페미니즘(eco-feminism) 또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간주하여 모든 생명과 인간을 연기(緣起)적인 관계로 파악하고 대안의 삶과 정책, 시스템을 모색한다.
씨가 공(空)하지만 자신을 소멸시켜서 열매를 만들고 열매 또한 그렇게 씨를 맺듯, 더 나아가 역동적인 생성성의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이 대대(待對)의 공존을 할 수 있는 길을 연다.3) 자연과 인간을 둘로 나누고 인간에게 우월권을 준 근대의 이분법이 구성한 폭력적 서열제도에서는 홍수를 막는 대안은 인간이 자연의 도전에 맞서서 둑을 쌓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홍수를 막지만 물이 흐르면서 이온, 미생물, 식물이 물질대사를 통하여 자연정화하는 것을 방해하여 물을 오염시키고 생명을 죽게 한다. 하지만, 함양의 태수 최치원은 위천의 홍수를 막기 위하여 둑을 세우는 대신 실개천을 만들고 상림이란 숲을 조성하였다. 이처럼 물은 나무의 양분이 되고, 나무는 뿌리로 구멍을 내서 물을 품어서 1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홍수를 막으면서도 물이 맑게 하였다. 호주, 캐나다, 독일 등은 댐이나 둑을 허물고 이런 방식으로 홍수를 막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대안이 바로 불일불이의 생태론이다.4)
2. 무등(無等)의 세계체제
원효는 “지극히 큰 것과 지극히 작은 것은 똑같이 동일의 양이다.”5)라고 말한다. 한 나라는 전 세계와 인다라망의 구슬처럼 서로가 거울이고 그림자가 되어 서로 비추는 것이다. 부분이 전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포괄한 한 부분이듯 한 나라는 전 세계를 포괄한 한 나라다.
이제 중심이 주변을 착취하고 양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체제(world system)를 서로 평등한 가운데 공존공영하는 세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럴 때 화엄의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원리가 도움이 될 것이다. 제3세계는 G2의 양강 체제가 벌어진 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중심의 강대국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UN을 대체하는 평등한 국제기구를 구성하여 집단의 안보체제를 구축하고, IMF를 대체하는 금융기구, 제3세계 공동의 은행을 설립하여, 제3세계의 호혜적인 경제, 교육, 문화, 환경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AP, UPI, REUTER, AFP 등 4대 통신사가 장악하던 뉴스와 정보의 왜곡된 흐름을 견제하기 위하여, 제3세계 60여개 나라의 통신사가 모여 NANAP를 구성했던 것처럼, 중심국만이 아니라 제3세계의 관점의 뉴스와 정보, 데이터가 공정하고 평등하게 흐르도록 공동의 통신사/데이터센터를 결성한다. 제3세계가 함께 구성하고 예산을 분담하여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대항할 만한 플랫폼을 만든다.
3. 국가: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복지국가
원래 공화주의 혹은 공화국의 정치형태인 부족국가를 뜻하는 승가(僧伽)는 모든 안건을 대중의 동의를 통하여 처리하는 민주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승가의 찬성과 반대를 묻는 대중공사를 갈마(karma)라 한다. “이 갈마에는 단백갈마, 백이갈마, 백사갈마의 3종류가 있다. 단백갈마는 행사를 알리는 것이며, 백이갈마는 1회의 안건올림과 1회의 논의를 통하여 구성원 전원의 승인에 의하여 안건을 의결한다. 백사갈마는 1회의 안건올림과 3회의 논의를 통하여 의결한다(이병욱, 2016: 38-40).” 이제 갈마와 같은 불교적 민주제의 전통을 바탕으로 대의민주제에 숙의민주제와 참여민주제를 결합하여 대중의 공의를 모으고, 이를 정책으로 수렴하는 것을 활성화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붓다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정치와 국가관을 짧게 요약하자. “양적 발전보다 삶의 질, GDP보다 국민의 행복지수, 경쟁보다 협력, 개발보다 공존, 권력과 자본보다 마음의 평안을 더 중시하는 사회; 많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가진 자보다 자비심이 많은 이들이 더 존경받는 사회; 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아픈 곳이 내 몸의 중심이듯, 가장 약한 자들이 고통받는 곳이 이 나라의 중심이라며 모든 국민과 지도자가 그 사람들에게 먼저 달려가는 사회;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자비심이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동력이 되는 사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작든 크든 자비심을 가지고 그들 모두가 행복하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는 사회; 내가 바라는 것이 떠오르는 순간 타인을 생각하며 그에게 먼저 베푸는 사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걸으며 모든 것을 나누며 모두를 위한 밥을 추구하는 사회; 자신이 갑의 위상에 있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모든 권력을 포기하고 을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회; 정의와 불의, 선과 악, 이타심과 이기심이 대립할 때 결국에는 전자가 후자를 이기는 사회;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내 마음의 평안과 타인과 함께 구원/열반에 이르는 것이며, 이를 향하여 걷거나, 앉았거나, 누워 있을 때라도 졸지도 게으르지도 말며 깨어 있을 때는 언제나 자비심을 낼 뿐만 아니라, 알아차림을 서로 키우는 사회를 지향한다(Walpola Rahula, 1974: 88-89)6).”
이 시점에서 국가는 선택해야 한다. 자본과 유착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인류멸망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끊고 도덕적 선과 정의, 자비심의 가장 강한 구현체, 자연과 생명,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지킴이로 거듭나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글로벌 그린 뉴딜로 방향전환을 할 것인가. “승가의 상호부조는 일정한 공양물을 함께 나누는 발우공양 사례에서 보듯이 그 실천이 수행의 방편이기 보다는 수행 그 자체다(이혜숙, 2002: 69).” 술락 쉬바락사가 제안한 ‘사회적 고’와 박경준 교수가 제안한 공업(共業)을 수용하여 코로나 이후의 바람직한 국가상을 그릴 수 있다. 그것은 상호주관적 자비심의 구현체로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 복지국가다.
국가는 탄소제로를 목표로 전면적으로 시스템과 제도, 정책을 전환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그린뉴딜정책을 추진하면서 화석연료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당연히 탄소 배출세는 두 배 이상으로 인상하고 화석연료 보조금은 없앤다. “각 나라는 향후 10년 이내에 청정 재생 가능 자원으로 내수 전기의 100%를 생산”(제러미 리프킨, 2020: 15)하는 것을 그린 뉴딜의 목표로 설정한다. 아직도 화석연료에 집착하는 정부와 기업은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산업 내에서 약 10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좌초할 수(같은 책: 19)”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4. 사회와 개인: 연기적 불살생론과 소욕지족의 삶
현재 “목장은 지구 전체 표면의 30%, 경작지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축산업이 전체 이산화탄소의 18%를 배출하고, 물도 8%나 사용하고 있다(FAO, 2006: xxi-xxii).”, “영국 옥스퍼드대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가축을 키워 고기 1t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26∼33GJ(기가줄), 물 367∼521m3, 토지 190∼230m2 정도이다.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무려 1.9t에서 최대 2.24t에 달한다(김형자, 2020. 3. 9.).” 육식만 하지 않더라도 인류사회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육지의 1/3을 차지하는 목장을 다시 숲으로 되돌리고 1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의 곡물을 절약할 수 있다.
불교 밖의 대안은 국가가 글로벌 뉴딜 정책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응용하는 것이다. 미생물로 대기 중에서 고기를 대량생산하고 실제 고기와 같은 식감과 향을 갖게 하는 데 성공하여 가축을 대체한다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육지의 1/3을 차지하는 목장을 다시 숲으로 되돌리고 1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의 곡물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의 푸드 스타트업 ‘키버디(Kiverdi)’는 ‘산화수소체(hydrogenotrophs)’라는 미생물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을 이용하여 단백질 덩이인 ‘에어 프로테인(air protein)’을 생산하였다. 에어 프로테인은 9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한 순도 99%의 단백질이다. 아미노산 함량이 육류에 비해 2배나 많다. 또 과채류에서는 섭취하기 힘든 비타민B를 비롯해 미네랄도 풍부하다(같은 글).” 문제는 식감과 향인데, 이는 현재 콩고기의 수준에 비추어보면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불교는 모든 생명에 불성(佛性)이 있다고 보고 불살생(不殺生)의 계를 실천한다. 경전의 비유대로, 온통 황금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다면 무엇과도 안 바꾸려 하겠지만, 단 하나 자기 목숨과 바꿀 이는 없다. 내 생명이 소중한 만큼 타자의 생명도 온통 황금으로 이루어진 산보다도 가치가 있다. 한국 불교는 지극한 생명 존중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승려들은 물속의 작은 생물도 죽이지 않고자 여수낭을 가지고 다니며 물을 걸러 마셨다. 한국의 신라 시대의 법흥왕(재위 514∼540), 성덕왕(재위 702∼737), 백제 시대의 법왕(재위 599∼600)은 모든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교서를 내렸다. 미생물마저 죽이지 않으려는 이 정신은 지극히 숭고한 것으로 철저히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불살생은 가능하지 않으며, 때에 따라 카이바브(Kaibab) 고원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사슴을 살리려 천적을 죽인 것이 수만의 사슴을 굶주려 죽게 한 것처럼 더 큰 죽음을 낳을 수 있다(M.B.V. Roberts, 1986: 528).
이에 필자는 자비심을 유지하는 조건에서 ‘개체적 불살생’에서 ‘연기적 불살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 마켈럼니 강의 경우, “(연어 새끼만이 아니라) 연어 산란지에 인접한 강변의 자연 초목과 경작된 포도나무 숲은 18∼25%의 해양질소를 함유하고 있었다(Joseph E. Merz and Peter B. Moyle, 2006: 999).” 연어가 바다에서 많은 영양분을 먹고 몸을 키워 강을 올라와 알을 낳고 죽으면 그 몸을 먹고 강과 강변의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자라고 새끼연어도 어미의 몸이 해체되어 만들어진 영양분과 다른 먹이들을 먹고 자라 바다로 간다. 이렇게 육지와 바다의 순환이 연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연어는 개체적으로 죽는 것이지만 연기적으로는 불멸한다.
첫째, 이처럼 생태계에서는 모든 생명이 ‘나고 자라고 변하고 사라짐[生住異滅]’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우주의 차원에서는 양자요동으로 무(無)에서 물질이 형성되고 우주먼지가 모여 별을 이루다가 별이 폭발하고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순환이 무한하게 일어난다. 자연의 차원에서는 연어처럼 모든 생명이 서로 생주이멸을 영원히 반복한다. 이 영원한 반복과 순환 속에서 개체적인 죽음은 전체 생태계에서 다른 생명으로 전이한다.
둘째, 개체적 불살생론보다 연기적 불살생론이 연기론과 생태계에 더 합치한다.
셋째, 모든 생명체는 홀로는 적자생존을 했을지라도 생태계에서는 상호인과적 생성체(inter-dependent becoming)로서 더불어 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서로 조건과 인과로 작용하며 공진화(co-evolution)를 해왔다. 존재(being)의 관점에서는 한 개체는 죽음을 맞지만 이것이 무수하게 연기된 다른 생명들에게는 삶을 위한 먹이이기도 하고, 순환의 동력이기도 하고, 서로 적응하고 진화하게 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넷째, 모든 동물은 다른 생명체를 먹이로 취하여 물질대사를 통하여 이를 에너지로 전환해야만 삶이 유지되기에, 물질대사는 생명의 조건이므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생명을 부정하는 것이다. 모든 생물은 일종의 화학공장으로 다른 생명이나 무기질, 태양을 먹이로 취하여 에너지를 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생명성에는 다른 생명의 죽음이 전제되어 있다.
다섯째, 우리는 실제 호흡을 통해 내뿜는 이산화탄소만으로도 찰나의 순간에 수억 마리의 미생물을 죽이고 있다. 완벽한 불살생은 가능하지 않으며 생명의 순환을 막는다.
여섯째, 무엇보다도 모든 생명체는 자연, 다른 생명체와 깊은 연관과 조건, 인과 관계 속에 있기에 개별적 생명을 보존하려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죽이는 ‘카이바브의 역설’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일곱째, 불살생이 고통을 느끼는 동물에 대한 자비심 때문이라면 이의 정의나 범위는 좀 더 과학적이어야 한다. 신경식물학자들은 빛, 중력과 같은 자극만이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접촉이나 포식에 반응하는 식물의 사례를 들어 식물 또한 뇌는 없지만 외부 자극에 대해 느끼는 시스템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맞는다면 불살생과 금식의 계율은 식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다른 생명을 먹이로 취하여 에너지를 내는 것이 생명의 본성이기에, 인간은 광물만 먹을거리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에 일군의 학자들은 식물은 고통을 느끼는 의식 체계가 없으며 외부 자극에 대해 유전자에 각인된 대로 반응할 뿐이며, 동물 중에서도 고통을 느끼고 의식을 가진 동물은 포유류, 어류와 조류 등의 척추동물, 곤충과 게 등의 절지동물, 문어, 오징어 등의 두족류라고 밝혔다(Lincoln Taiz, 2019. 8: 677-687).” 달팽이나 멍게, 조개 등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들 동물은 죽이거나 먹어도 되는가? 불살생이 고통과 자비심 때문이라면, 불살생이나 동물윤리나 동물해방, 금식의 범주는 이 동물로 국한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고통에 대한 자비심에 더하여 모든 생명들 사이의 인과와 조건을 고려하여 다른 생명들의 삶에 개입해야 한다(이도흠, 2010. 8. 13: 33)7).
개인도 변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통하여 상당수의 대중들이 돈, 명예, 권력, 환락을 추구하는 삶의 무상함을 깨달았다. 대신 연대의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였다. 이제 여행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불타는 사랑을 나누고 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욕망을 서로 키우며 이를 달성하는 것을 행복한 것으로 착각하던 삶에서 타자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욕망을 절제하는 데서 외려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질적 충족보다 마음의 평안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삶으로, 이기심과 경쟁심을 서로 극대화한 삶에서 주변의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면서 타자를 자유롭게 하여 진정으로 자유로움과 환희심을 느끼는 삶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럴 때만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
5. 포스트 세속화와 간헐적 팬데믹 시대에서 절의 혁신
새로운 시대를 맞아 세속화로부터 상실한 것을 복원하고 치유하는 포스트세속화, 종교와 공론장 사이의 변증법적 종합, 국가와 종교, 시민사회 사이의 창조적 긴장관계가 필요하다. 종교는 공론장으로 들어와서 교리 가운데 과학에 어긋나는 것은 수정하고, 이웃 종교의 진리도 인정하고, 신비로 포장하여 비밀화한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종교인의 부패와 비리를 견제받을 수 있는 장치를 내외에 모두 수립하고, 종교인들의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고, 절/성당/교회를 민주화하여야 한다. 대신, 종교인들은 주어진 권위를 가지고 각 종교가 추구하는 정의에 어긋나는 국가를 비판하고, 인류의 공존공영과 평화를 추구하면서 가장 약한 생명과 사람에 대해 ‘편애적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시민사회는 종교의 초월성과 신비화, 절대화와 종교인의 부패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되, 종교인과 함께 교회/성당/절을 자본주의 체제나 세속의 탐욕과 경쟁심, 이기심을 씻어내고, 진리나 깨달음/거룩함/무한을 추구하는 장으로 지켜내야 한다. 국가는 종교를 이용하여 권력을 강화하는 유혹에서 벗어나 종교와 국가를 철저히 분리하되, 종교인의 타락과 부패를 견제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절은 대다수가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한국의 절은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자폐 종교, 중세 봉건체제/농업사회/주술의 정원에 머물고 있는 퇴행 종교를 답습하고 있다. 지역의 신도가 온다고 하더라도 중세 사회의 잔재인 의례와 법문만을 되풀이하여 지역의 주민들이 ‘지금 여기에서’ 겪고 있는 고통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간헐적 팬데믹 시대를 맞아 절은 크게 여섯 가지의 혁신을 해야 한다. 첫째, 절을 특성화하되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작은 절을 지향한다. 코로나 이후에 모든 절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며, 작은 절은 더욱 어려움에 빠졌다. 절을 수행 중심, 교육 중심, 포교 중심으로 역사와 능력, 위상 등에 맞게 특성화한다. 본사 사찰과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을 제하고는 신도들의 보시에 의존하기보다 선농 일치의 작은 절을 지향하며 자립공동체로 일신한다.
둘째, 초연결사회의 노드로서 절의 위상을 정립하고, 온라인 원격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을 교육한다. 설혹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팬데믹이 주기적으로 도래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디지털 세대는 문자 텍스트 자체를 거의 읽지 않으며 이미지로 느끼고 소통한다. 초연결사회의 네트워크에서 분리된 모든 것은 근대화 시대의 산간오지보다 더한 소외와 낙후를 겪을 것이다. 이제 스님들도 페이스북, 줌과 유튜브를 활용하여 법문을 하고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네트워크에 연동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절은 지역의 주민들이 언제든 와서 쉬고 명상과 수행을 하는 쉼터와 수행처가 되어야 한다. 스님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의 위상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무지를 깨고 지혜를 불어넣어 주고 분노와 한을 어루만져주고 탐욕을 절제하는 가르침과 수행을 이끌어야 한다.
넷째, 절은 가장 아픈 자를 가장 먼저 구제하는 자비행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스님들은 유마거사처럼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아파해야 하며, 가장 아픈 이들에게 편애적 자비를 행하여야 한다.
다섯째, 절은 시민단체와 마을 공동체를 겸한 마당이 되어야 한다. 불교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고민, 갈등, 민원에 대해 해결하고, 마을 사람들이 슬픈 일이건 기쁜 일이건 함께 하는 마당이 된다. 아울러, 마을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마을의 문제를 토론하고 합의를 이루며, 환경과 기후위기, 생명의 위기, 불평등, 재현의 위기 등 인류가 맞은 위기에 대한 교육을 올바로 하고 이를 운동으로 이끌어낸다.
여섯째, 이렇게 할 때 4부대중의 연대체를 이루어야 한다. 지금 한국 불교는 외바퀴로 달리고 있다. 그나마 행자 수료자는 한 해 200여 명에 그쳐 외바퀴 운전자는 자연스레 사라질 위기에 있다. 이제 비구 독점 체제를 깨고 사부대중이 함께 한다. 절의 운영, 재정, 교육, 수행 등을 사부대중이 함께 민주적으로 수행하며, 법사에게 승려들의 권한과 직무를 상당 부분 위임한다.
Ⅳ. 맺음말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인한 팬데믹이 세계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간헐적 팬데믹 시대를 맞아 생태계, 세계체제, 국가체제, 사회와 개인, 종교계로 나누어 양상을 살피고 불교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하였다.
생태계의 경우, 1만 년 동안 4℃ 가량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근 1백년 만에 1℃가 상승하면서 38%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놓이고, 대형 산불, 역대 급의 홍수, 폭설, 가뭄, 폭염, 한파, 태풍이 일상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전 세계가 탄소제로를 목표로 글로벌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생태론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세계체제는 지금 각자도생하며 경쟁을 하고 있는데, 화엄의 상즉상입(相卽相入)과 화쟁의 논리를 통하여 전 세계가 같은 가치를 가지고 공존공영하는 세계체제를 수립한다. 한 예로, 아라비아나 사하라 사막 혹은 우주 공간에 부자 국가들이 재정을 지원하여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초연결시스템이나 마이크로웨이브 전송시스템을 활용하여 대륙별로 공급한다.
상위 10%가 부의 절반 이상의 부를 점유하고 한 기업 안에서 소득 차이가 300배에 달한다. 이제 자본주의 체제와 결별하고, 대안의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국가는 상호주관적 자비심의 구현체로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복지국가로 거듭나며, 토지, 물, 지식, 데이터, 로봇은 공유부(common wealth)로 설정한다.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대중들은 서로 경쟁과 이기심, 탐욕을 조장하고 있다. 이제 개인은 타자를 위하여 욕망을 자발적으로 절제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전환하고, 사회 또한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간헐적 팬데믹 시대를 맞아 절은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작은 절 지향, 초연결사회의 노드로서 절의 위상 정립 등 여섯 가지의 혁신을 해야 한다.
Notes
1) 인류세는 주체가 인류 전체인 것으로 착각하게 하고 기후위기의 원인을 인류 전체에게 전가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와 긴밀하게 얽혀있는 불평등 등 경제적이고 계급적인 모순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반면에 자본세는 이를 야기한 주체가 바로 자본임을 명확히 하고 경제적이고 계급적인 모순을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머지않아 주변화하거나 종언을 고할 것이고, 그 후에도 인류세는 지속될 것이다. 이에 두 용어를 병기한다(Moore, J. W. 2016. Anthropocene or Capitalocene? Nature, History, and the Crisis of Capitalism. Oakland: PM Press, 1-11. 참고함).
2) 간단히 요약함.
3) 대대(待對)란 A or not-A의 이분법적 모순율을 깨고 A and not-A의 퍼지(fuzzy)적 사유를 하는 것이자, 파란 태극[陰] 안에 빨간 동그라미[純陽]가 있고 빨간 태극[陽] 안에 파란 동그라미[純陰]가 있어 서로 대립적인 것이 운동을 하듯, 대립적이거나 적대적인 것을 내 안에 모시면서 서로 하나로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운동하는 것을 뜻한다.
4) 이미 ‘이도흠. 2015.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자음과 모음: 67∼124.’에서 상세히 논증한 것이므로 간략히 기술함. 원효의 관련 원문과 상세한 논증은 이를 참고하기 바람.
5) “至大至少 齊一量故”(表員, 『華嚴經文義要決問答』, 卷2,「한국불교전서」 2책, 동국대출판부, 1994, 366-중.
6) 라훌라의 원문을 번역하며 일부 수정함.
7) 연기론적 불살생론은 이 글을 참고하되 일부 수정하였다.
참고문헌
1.
고어, 앨. 1994. 『위기의 지구』. 이창주 역. 삶과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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