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8

장재와 서경덕의 우주론 -개천설에서 혼천설로-손영식

장재와 서경덕의 우주론 -개천설에서 혼천설로-손 영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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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철학 일반, 과학/자연철학
【주요어】개천설, 혼천설, 태허(太虛), 태화(太和), 천인합일, 리 주재, 기자
이(機自爾), 장재(張載), 서경덕, 󰡔주역󰡕


【요약문】중국의 우주론은 크게 개천설(蓋天說)과 혼천설(渾天說)로 나뉜다.
개천설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세계로 본다. 즉 하늘과 땅(천지)으로 둘러
싸인 영역이다. ‘蓋天’은 ‘덮개 하늘’이라는 뜻으로 하늘이 덮고 땅이 받쳐
주는 영역을 뜻한다. 개천설의 핵심은 천지라는 경계로 둘러싸인 영역이라
는 개념이다.
 ‘혼천(渾天)’은 ‘섞인 하늘’로, ‘渾’은 氣를 뜻한다. 하늘은 경계선이 아니
라 기이다. 경계선을 타파하므로, 하늘은 무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무한 공
간에 기로 가득 차 있다.
 개천설은 천지와 사물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사물은 천지를 숭배하게 된
다. 신화와 종교의 근원 중 하나이다. 혼천설은 무한 공간 속의 기에서 천
지를 포함 만물이 발생한다고 본다. 자연학의 시초가 된다.
 제자백가 이래 송대까지 대다수 사상은 개천설에 근거한다. 위진 시대부
터 천문학에서 혼천설이 나타나지만, 이를 자연 형이상학적 우주론으로 체
계화한 사람이 장재이다. 󰡔정몽(正蒙)󰡕 태화(太和) 편이 그것이다. 태화
는 󰡔주역󰡕 계사 에 근거하고 있다. 󰡔주역󰡕은 고전적인 개천설 우주론을
가장 잘 정리한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의 변화를 음양 감통(感通)
개념으로 설명한다.
 장재는 ‘태허(太虛)-객형(客形; 현상 사물)’을 우주의 기본 구조로 제시
한다. 태허는 ‘크게 빈 것’, 즉 공간이면서, 거기에 가득찬 기(氣)이다. 태
허에서 객형이 발생하는 기제를 ‘음양의 상호 작용(感通)’이라 한다. 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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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작용이 잘되면 ‘위대한 조화’(太和)를 이룬다. 천지는 테두리가 아니라
태허의 무한 공간이다. 거기에서 음양의 작용으로 사물들이 생겨났다 없어
진다. ‘태허-음양(태화)-객형’의 구조이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동일 구조(天人合一)론을 전개한다. 자연에 ‘테허-
객형’의 구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그 구조가 있다. 태허-마음, 객형-몸,
이런 식의 대응이 된다. 동일 구조론을 통해서 그는 마음과 인식의 구조,
마음 수양의 방법을 제시한다.
 서경덕은 태화 편의 우주론을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우주의 최초의 순
간을 선천(先天), 천지와 만물(客形)이 발생하는 이후를 후천(後天)이라 한
다. 선천은 태허이고, 후천은 객형이다. 이 사이를 매개하는 것이 음양의
상호 작용이다. 선천의 태허는 균질하고 절대 평형 상태이다. 문제는 이
상태가 깨어져야 음양의 상호 작용 속에 사물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무엇
이 태허를 요동치게 만드는가? 이를 서경덕은 ‘기자이(機自爾; 틀이 스스로
그러함)’이라 한다. 바탕이 원래 그렇다는 것으로, ‘그냥’이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그는 ‘機自爾’를 ‘리의 때’, 리의 ‘주재’라고 부연 설명한다. 리가
개입하는 순간 선천 태허는 음양으로 분리되면서 만물이 발생한다. 그가
선후천을 나눌 때 ‘기자이, 리 주재’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이를 통해서
서경덕은 운동, 변화의 원인 문제를 제기했다. 리 주재 개념은 많은 약점
이 있다. ‘주재’는 신이나 사람같은 인격적 존재가 하는 일이다. 선천에는
태허만 있었는가, 아니면 태허와 리가 동시에 있었는가? 동시에 있다면 선
천 태허는 존재할 수 없다. 등등의 문제점이다.
 서경덕은 장재의 ‘천인합일-동일 구조론’ 대신 ‘리 주재’로 간다. 성리
학은 사람의 마음과 인식을 리로 설명한다. 그는 성리학을 따른다. 서경덕
의 ‘리 주재’이론은 이이 송시열 한원진 등 주기론자들의 핵심 기본 이론
이 된다.
 장재와 서경덕 이래 혼천설이 거의 정설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를
파헤치면서 혼천설을 발전시킨 후대의 학자는 드물었다.
* 중국의 우주론의 발전을 요약하자면,
 중국 우주론의 발전을 요약하는 열쇠말은 ‘개천설에서 혼천설로’이다. 개
천설은 겉보기 우주이다. 일반인의 맨눈에 보이는 것 그대로를 우주로 간
주한다. ‘天地, 天下, 中原, 中國, 天圓地方’ 등이 개천설에서 나온 말들이다.
 혼천설은 이성적 사변과 논리적 추론으로 도출해낸 우주론이다. 개천설
장재와 서경덕의 우주론 69
이 가진 논리적 난점들을 숙고를 통해서 제거한 모델이다. 개천설이 감각
에 의존한다면, 혼천설은 이성에서 나왔다. 개천설에서 혼천설로의 변화는
서양에서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뀐 것과 맞먹는다.
 장재는 혼천설에 근거해서 태허의 우주론을 세웠다. 서경덕은 장재 우주
론에서 시작의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까지는 발전이다. 이런 발전의 발목을
잡고, 우주론을 수렁에 몰아넣은 게 주희의 태극도설 풀이이다.
 주희는 우주의 시초를 ‘태극-리’로 바꾼다. 태허는 기이다. 물질적 재료
이다. 자연 설명에 적합하다. 그러나 태극은 리이다. 리가 우주의 최초라고
하는 것, 이는 자연학이라기보다는 신학에 접근한다. 성리학에서 태극은 기
독교에서 신과 비슷한 점이 있다.
 리일분수는 ‘부분 속에 전체의 정보가 담겨 있다’는 유기체 논리이다. 이
는 생물이나 생명체, 혹은 사회를 설명하는 데는 적합하다. 그러나 우주
자연은 무생명체이다. 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하지 못 하는 결
정적인 걸림돌이다. 리는 개천설이라는 겉보기 우주론을 성립시켰던 해-
태양과 비슷하다. 해는 인간들이 우주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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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