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4

“탄허, 21세기 원효… 이젠 ‘탄허학’ 시작할 때”  < 현대불교신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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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신성민 기자
입력 2022.01.25


‘탄허학 연구’ 펴낸 문광 스님

한학과 중문학 공부하던 중
불교에 관심… 출가 이어져
탄허 저서 통해 출가 당시에
막혔던 의문점들을 해결해

“마음 이야기하면 모두 내전”
‘회통’ 탄허 스님이 보인 ‘體’
易經·미래학 등 실천적 행보
현실적 적용 탄허 사상의 ‘用’

핵심 뽑은 國文 불교개론 통해
제대로 된 불교 접하도록 해야
한문 전문가 양성에도 힘써야
문광 스님은… 해인사 원당암에서 각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통도사에서 보성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직지사에서 성수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동국대학교 선학과·불교학과 학사학위,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석사학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철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에 제월당 통광선사로부터 전강 받아 경허-한암-탄허-통광으로 이어지는 전통 강맥을 전수했다. 법호는 법운(法雲)이다.제3회 원효학술상(대학원생 부문)과 제1회 탄허학술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조계종 교육아사리이며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이다. 저서로는 〈탄허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 〈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담론〉 등이 있다.

탄허택성(呑虛宅成, 1913~1983) 대종사는 평생을 불교 경전 역구와 번역에 매진하며 선교를 회통한 선지식이었으며, 동양 고전과 서양 철학을 융섭해 세상의 이치를 가르쳤던 선지자였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탄허 대종사를 “몸은 산사에 머물렀으나 눈은 우주의 운행을 꿰뚫었다”고 평했다.

이렇듯 탄허 대종사는 불교의 경·율·론과 선(禪)을 비롯해 유교, 도교, 기독교를 모두 섭렵했던 수행자이자 사상가였다. 그렇지만 대종사의 사상에 대해 대중들은 미래를 꿰뚫은 예언 정도로만 인식했을 뿐 어떤 깊이가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간 탄허 대종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 학승의 열정은 탄허 대종사의 사상과 가르침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 문광 스님(조계종 교육아사리)은 지난 2013년 탄허 선사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탄허학’을 주창했다.

당시 스님은 “대강백, 대학승, 대선사, 대종사, 대석학, 교육가, 사상가, 철학자, 대도인 등등 그 어떤 하나의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한 인물이 바로 탄허 선사”라고 규정하며 “탄허 스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찬란한 가르침인 화엄(華嚴)의 사사무애(事事無碍)로, 유불선(儒佛仙)의 심성수련(心性修練)으로, 참선(參禪)과 간경(看經)의 겸수(兼修)로 지구인 전체의 고통과 마음의 병을 치유해야 한다. 이젠 ‘탄허학’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9년,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 연구로 최초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공로로 제1회 탄허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탄허학’을 규명·정립하는 연구서인 〈탄허학 연구-21세기 한국학의 새 지평〉을 발간했다.

〈탄허학 연구〉는 문광 스님이 탄허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에 대한 연구한 궤적을 담고 있으며, ‘탄허 사상’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전하고 있다.

문광 스님은 ‘탄허학’을 ‘체(體)’와 ‘용(用)’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스님에 따르면 탄허학의 ‘체’는 “마음 바깥에 외도지 마음을 이야기하면 모두 내전”이라고 했던 탄허 대종사 특유의 ‘회통’이다.

“탄허 대종사는 불교에만 국한하지 않고 유교의 심(心)이나 도교의 도(道)까지 스펙트럼을 넓혀 놓았습니다. 기독교에 대해서도 넓게 해석했습니다. 탄허 대종사는 실제로 한문본 성경을 모두 외우셨습니다. 마태복음에는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구절이 있는데 한문본에서는 ‘허심자 복의(虛心者 福矣)’라고 합니다. 대종사는 ‘여기에 마음이 가난한 자가 어디 있냐’고 지적합니다. 즉 ‘허심자’는 ‘마음을 비운 자’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운 사람이 복이 있고, 천국에 이른다는 것이죠. 이렇듯 마음을 이야기한다면 모두 내전이라는 게 대종사의 말씀입니다. 일주문을 저 아래까지 넓혀 놓으신 거죠.”

탄허학의 ‘용’은 탄허 대종사가 보였던 교육·역경 사업부터 미래학·경세학까지 실천적 행보라고 문광 스님은 설명한다.

문광 지음/ 조계종출판사 펴냄/ 2만 8000원

특히 문광 스님은 저서에서 탄허 대종사의 미래학과 민족사상을 총괄해 ‘간산사상(艮山思想)’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대종사가 출가하기 이전에 자(字)가 간산(艮山)이었고 대종사 역학 사상의 핵심이었던 〈정역〉도 간방과 간도수를 중심으로 지축이 바로서고 역사의 종시(終始)가 이뤄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님은 “탄허 대종사의 역학 사상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정역〉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종사가 강의 때마다 〈정역〉을 거론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학계는 아직 〈정역〉에 대한 연구가 부진합니다. 30년 전에 입적한 스님의 견해에서 진척을 보인 불교계의 정역학 연구 성과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렇듯 선교는 물론 동양 고전, 서양 철학을 아우른 탄허 대종사를 문광 스님이 20년 동안 연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문광 스님은 “출가 당시 가졌던 의문점들이 탄허 대종사의 강의와 저서를 통해 해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탄허 대종사의 저서를 통해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던 것은 문광 스님 역시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종자를 가졌기 때문이다.

문광 스님은 한학자인 아버지에게 한학 배워 10살 무렵에는 한시를 지을 정도의 실력이었고, 대학은 연세대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해 중문학을 배웠다. 이 과정에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출가하게 됐다.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석사학위 논문이 〈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 담론〉(원효학술상 수상작)인데 준비하면서 감산덕청, 우익지욱, 퇴옹성철, 탄허택성 등 한국과 중국 선사 네 분을 비교·연구했습니다. 한데 탄허 대종사를 제외한 3명은 연구 자료가 많은 반면 대종사의 연구는 전무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탄허 대종사를 연구해야겠다는 발원을 세우게 됐죠.”

문광 스님이 “20세기 한국 사상의 정수를 20세기 한국의 실존 인물에서 상징적으로 찾아본다고 할 때, 그 하나의 해답으로서 탄허 대종사를 꼽는다” “회통의 대가였던 탄허 대종사는 현대판 원효”라고 단언하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연구한 결과다.

스님은 “유불선 삼교의 동양 정통 사상을 하나로 일이관지(一以貫之) 하고, 거기에 기독교와 서양 사상까지 겸해 융합회통(融合會通) 하면서도, 인간의 영원한 과제인 심성 수행을 선교겸수로 온전히 수행한 뒤 제시했다. 여기에 인재 양성과 역경·교육 사업의 보살행까지 총망라한 20세기 한국학의 ‘학종(學宗)’은 단연 탄허 대종사뿐”이라며 “대종사의 사상은 몇몇 소수자들의 연구로 그 전모가 밝혀질 수 없는 광활함이 있다. 더 늦기 전에 ‘탄허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광 스님은 탄허학의 연구 방향부터 승가교육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특히, “탄허 대종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현재 이 지구상에 펼쳐지는 모든 스마트 시대의 복잡다기한 양상들을 화엄학(華嚴學)과 정역학(正易學)의 소통, 동양학과 서양 과학의 회통 등을 포함해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데까지 나아가야”하며 “참선과 명상을 비롯한 불교의 정수와 유불선 삼교를 융합한 동양 정신을 바탕으로 새롭게 인류를 교육하고 인재를 양성해 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구축까지 확장돼야”함을 문광 스님은 강조했다.

승가교육에 대해서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시대가 바뀌어 모두가 한문과 고문을 다룰 능력을 기를 필요가 없어진 만큼 기본교육은 제대로 된 한글 개론서로 가르치고, 전문적으로 한문과 고문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문광 스님 TV’를 통해 탄허 사상과 불교를 강의하는 문광 스님은 탄허학 연구를 위해 탄허 대종사의 강의 자료 등이 디지털 아카이브화 하는 작업도 계획 중이다.

“제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탄허 대종사의 아카이브가 구축돼 많은 사람들이 대종사의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연구자들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