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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졸당 장태원선생의 영전에/
형님, 어제는 온 종일 비가 내렸는데, 오늘 새벽 비가 그치는 그 때를 기다려 이승의 마지막 여정을 떠났었네요.
태어났으니 돌아가야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그렇게 생사가 둘이 아님을 잊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제 더이상 육신으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형님, 며칠 전 임종실에서 형님과의 마지막 만남 자리에서 곡기를 끊고 말문을 닫은 상태의 형님께 이제는 이승에서의 모든 걱정을 놓고, 번데기의 껍질을 벗고 나비가 날아오르듯이 이승에서의 힘들었던 육신의 고된 굴레를 벗어나 걸림없는 자유로움으로 훨훨 날아오르시라고 했을 때, 형님은 간신히 뜬 눈을 깜빡여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돌아보면 이번 생에서 형님과의 인연이 특별하였습니다. 76년, 농민운동의 불모지였던 경남지역에서 처음 만나 함께 농민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경남지역에서 뿐만아니라 한국가톨릭농민회 전국본부와 우리농촌살리기, 우리밀살리기, 지리산운동에 이르기까지 동지로, 형제로 함께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동지나 형제들보다 더 깊은 만남과 신뢰를 이어오면서 혈육보다 더 깊은 우애과 믿음을 나누었습니다.
형님과 함께했던 그 오랜 세월동안 때로는 형님께 버릇없었던 적이 없지도 않았겠지만 여태껏 한번도 언잖은 표정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전에 형님의 품은 따뜻하고 넉넉했습니다. 많이 이들이 형님을 따르고 의지했던 것은 그런 까닭이라 할 것입니다. 거의 해마다 몇 차례씩 형님, 형수님을 모시고 국내외 한달살이를 비롯한 이곳저곳을 함께 여행했던 기억도 새삼스럽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당신의 마지막 여정의 절차에 대해서도 함께 의논하고 그 마무리 과정도 제게 부탁하신 것이라습니다.
돌아보면 형님이 걸어오신 지난길이 한결같이 밝고 바른 길이었고 한번도 흔들림없이 그 길을 성실히 걸어오셨지만 그 길을 걷는 과정은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힘들고 고단했던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그런 아픔이나 어려움을 드러내기보다는 묵묵히 안으로 삼키고 스스로 감내해왔습니다. 그런 형님을 가까운 동지나 벗들이 '장도사'라는 애칭으로도 부르는 까닭이도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형님은 한국가릭회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 우리밀살리기운동 뿐만아니라 이 땅의 민주화와 울산지역의 시민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당신에게 주여진 역할과 업무를 누구보다 성실히 도맡아왔습니다. 아마도 그런 면에서 형님만큼 자기 직분과 역할에 성실한 모범생도 흔지 않으리라 여깁니다.
형님은 칠십 대 중반부터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사의 바른 이치를 일깨우는 한 방편으로 노자와 장자 공부를 벗들과 함께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우졸당(又拙堂), 더욱 서툴고 모자란 이를 자처하며 세상에 감사하고 더 많은 생명붙이와 존재들을 품어안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왔으니 가야하는 그 길, 지난 연말부터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어 힘들어 하시다가 이제 그 육신의 고통을 벗고 나비되어 훨훨 날아오르셨습니다.
형님, 이번 생에 형님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형님께서 아낌없아 나누고 베풀어주신 따뜻한 그 마음과 품을 새기며 남은 길을 그리 따라 걷겠습니다.
형님이 걸어오는 그 길을 연인이자 길벗으로 언제나 밝음과 활력으로 힘을 북돋우며 동행해오신 우정당형수님께도 깊은 감사와 사랑과 위로를 전합니다.
두 따님, 꽃님과 샘이에게도, 착한 사위 손서방에도 위로를 보냅니다.
형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픔없고 걱정없는 저 세상에서 영원한 평화와 깊은 안식이 함께 하시기를 마음 모읍니다.
2023년 5월 19일
형님의 동지이자 아우
여류 모심
-장태원 선생 약력/
-1942 3.22(음) 경기 안성 일죽 출생
-1976년 한국가톨릭농민회 경남협의회 입회
-1982년 가농 경남연합회 3대 회장
(1982~1987 전국 이사)
-1988~1989 전국 감사
-1990~1991 전국 부회장
-1992~1993 제13대 전국회장 -1994년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
-1994~1995 전국 상임위원
-2004~2007 (사)우리밀설리기운동본부 이사장
-2003~ 지리산생명평화결사 참여, 평생교사
-2008~지리산연찬 참여
-2023, 5, 19 졸
(울산지역 활동 약력은 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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