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6

알라딘: 몸의 일기 Diary Of A Body Daniel Pennac




Diary Of A Body Kindle Edition
by Daniel Pennac (Author), Alyson Waters (Translator) Format: Kindle Edition


4.2 out of 5 stars 3 ratings



K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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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back
$14.03
8 Used from $4.314 New from $11.35

From a particularly humiliating accident at scout camp, to the final stages of terminal illness, Daniel Pennac's warm, witty and heart-breaking novel shows the rise and fall of an ordinary man, told through his observations of his own body.

It is with damp eyes (not to mention underpants) that our narrator begins his diary, seeking through it to come to terms with the demoralising quirks of his fleshy confines. Through the joys and horrors of puberty to the triumphs of adolescence, we grow to love him through every growth, leak and wound, as he finds himself developing muscles, falling in love, and then leaving school to join the French Resistance.

Yet, as ever, this is only half the story. As years pass and hairs grey, everything he took for granted begins to turn against him. Tackling taboo topics with honesty and charm, Pennac's wit remains sharp even as everything else begins to sag. This is a hugely original story of the most relatable of unlikely love stories: a human, and the body that defines him.

Translated from the French by Alyson Wa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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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description
Review
Pennac has always been a funny writer, and one capable of the odd moment of breath-catchingly beautiful insight, too; but more than anything he is simply the most humane of writers, the most generously understanding of his fellow human. In Diary of a Body he has found just one more new, inspired way to show it. - Guardian.
Daniel Pennac is on top form - Le Nouvel Observateur
In the style of Jean-Jacques Rousseau... Daniel Pennac sets off on an astounding, utterly unique literary adventure - La Croix
It's all here, in sharp detail. No orifice or appendage can withhold any secrets from Pennac, neither secretion nor emission... Here is the story of every fibre of our bodies - Figaro --This text refers to the paperback edition.
From the Publisher
Daniel Pennac was born in 1944 in Morocco. He was a teacher before becoming a writer of books for children and a series of hugely successful humorous novels. A continued interest in education and social affairs led to his book The Rights of the Reader, and thereafter to School Blues, for which he won the Prix Renaudot. --This text refers to the paperback edition.
Review
Daniel Pennac is on top form - Le Nouvel Observateur
In the style of Jean-Jacques Rousseau... Daniel Pennac sets off on an astounding, utterly unique literary adventure - La Croix
It's all here, in sharp detail. No orifice or appendage can withhold any secrets from Pennac, neither secretion nor emission... Here is the story of every fibre of our bodies - Figaro --This text refers to an out of print or unavailable edition of this title.
About the Author
Daniel Pennac was born in 1944 in Morocco. He was a teacher before becoming a writer of books for children and a series of hugely successful humorous novels. A continued interest in education and social affairs led to his book The Rights of the Reader, and thereafter to School Blues, for which he won the Prix Renaudot. --This text refers to an out of print or unavailable edition of this title.


알라딘: 몸의 일기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은이),조현실 (옮긴이)문학과지성사2015-07-27원제 : Journal d'un corps (2012년)

17,000원
양장본488쪽


"육체에 담긴 일생"

이 소설은 한 명의 남자가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 남긴 일지로 이루어져 있다. 제어할 수 없는 발전기처럼 끊임없이 몸 안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날들에서 시작된 일지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서서히 육신이 고장나는 날들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 일지는 자신의 몸 또는 몸과 연관된 사건들에만 한정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 행동, 이야기들까지 기록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육체와 그 육체가 가리키는 방향만을 바라보던 남자는 어느새 다른 이들의 시선과 사회의 시선을 읽게 되고, 그 시선들이 서로의 육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어떤 면에서는 더 성숙해지고, 예전에는 가졌던 것들을 가질 수 없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보지만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된다. 소설은 한 인간과 함께 천천히 늙어간다. 느리고 낮은 음조로 다가오는, 거부할 수 없지만 부담스럽지도 않은 슬픔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 소설 MD 최원호 (2015.08.13)

책소개

3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선생님,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 <소설처럼> <학교의 눈물>의 작가, 기발한 상상력과 소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2012년 출간 당시,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프랑스 서점가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의 일기라니… 도대체 몸에 관해 일기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투병기? 건강을 지키는 비법? 아니면 몸을 멋지게 가꾸는 비법?

페나크는 놀라운 발상과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성실성으로 문학에서는 낯설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는 익숙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한 남자가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 몸이 신호를 보낼 때마다 상태를 충실히 기록해온 것이다.(무려 한 남자의 70년이 넘는 삶을 일기로 풀어놓는 작업은 영감 못지않게 성실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 것이다.)

주인공은 아주 진솔하게,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혹은 잃어버린 몸을 직시하고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라고 했듯이, 몸에 관해 쓰겠다고 작정하고 쓰기 시작한 일기엔 결과적으로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애환이 다 녹아 있다.


목차
출간에 부쳐
리종에게 보내는 편지

1. 첫날(1936년 9월)
2. 12~14세(1936~1938)
3. 15~19세(1939~1943)
4. 21~36세(1945~1960)
5. 37~49세(1960~1972)
6. 50~64세(1974~1988)
7. 65~72세(1989~1996)
8. 73~79세(1996~2003)
9. 마지막(2010)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P. 13
내가 매일 일기를 쓴 건 그와는 다른 몸, 그러니까 우리의 길동무,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서란다. 사실 매일 썼다곤 할 수 없지. 모든 걸 다 적었으리라고도 기대하지 말거라. 난 매일매일의 느낌을 적은 게 아니란다. 열두 살 때부터 여든여덟 살 마지막 해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일이 생길 때마다―우리 몸은 놀랄 거리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않지―기록을 한 거란다. [……] 사랑하는 내 딸, 이게 바로 내 유산이다.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 여기야말로 여러 면에서 우리가 공동으로 가꾼 영토지.  접기
13세 1개월 10일 1936년 11월 20일 금요일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정확히 묘사하기만 한다면, 내 일기는 내 정신과 내 몸 사이의 대사(大使) 역할을 할 것이다. 또 내 감각들의 통역관이 될 것이다.

14세 9개월 25일 1938년 8월 4일 목요일
두려워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무슨 일이든 당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 해도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아빠가 말했었다. 신중함이란 지성을 갖춘 용기란다.

17세 2개월 17일 1940년 12월 27일 금요일
[……] 난 내 몸을 관찰해보고 싶다. 아직도 내겐 내 몸이 속속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대놓고 이렇게 대답하진 않았다). 의학 연구가 아무리 진척되었다 해도, 이 낯선 느낌을 없애주진 못할 것이다.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 몸을 채집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

26세 11개월 13일 1950년 9월 23일 토요일
모나의 사랑의 구두점. 이 쉼표를 내게 맡기면 느낌표로 만들어줄게.

35세 1개월 24일 1958년 12월 4일 목요일
[……] 우리 몸에서 풍겨 나오는 것들, 즉 실루엣, 걸음걸이, 목소리, 미소, 필체, 몸짓, 표정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곁에 있다 사라진 사람들을 떠올려볼 때,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흔적들인 것이다. 전투기 안에서 가루가 되어버린 자기 오빠에 대해 팡슈는 이렇게 말했다. 입술이고 입이고, 그래, 다 산산조각 날 수 있어. 하지만 미소는 아냐.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그녀는 또 작은 글씨체를 통해 자기 엄마를 기억한다고 했다. 엄마가 쓴 r자나 v자의 완벽한 곡선을 떠올리며 울컥한다고. [……]

44세 10개월 3일 1968년 8월 13일 화요일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우리의 모습보다도 우리의 습성이 더 많은 추억을 남길 거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해진다.

45세 1개월 2일 1968년 11월 12일
[……] 사춘기 소년은 어떻게든 말하는 고역을 피하게 해줄 수 있는 표정을 지으며 의미 있는 침묵에 빠져든다. 그럴 때 얼굴은 영혼의 X레이 사진이 된다. [……] 그 무표정에 아버지는 과민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이런 죽은 사람 얼굴 같은 표정을 마주해야 할 만큼 아들에게 잘못한 게 뭐지? 풀지 못할 수수께끼 때문에 유치해진 아버지는 자문한다. 그러고는 외칠 것이다. 이건 부당해!

49세 28일 1972년 11월 7일 화요일
내 이명, 내 신트림, 내 불안증, 내 비출혈, 내 불면증…… 결국 이것들이 내 자산인 셈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50세 3개월 1974년 1월 10일 목요일
만약 이 일기를 공개하야 한다면, 우선은 여자들에게 바치고 싶다. 그 대신 나도 여자들이 자기 몸에 관해 쓴 일기를 읽어보고 싶다. 미스터리를 다소나마 벗겨보고 싶어서다. 무슨 미스터리냐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기 젖가슴의 모양과 무게에 관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전혀 모른다. 또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기 성기의 발기에 관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전혀 모른다.

52세 2개월 4일 1975년 12월 14일 일요일
어제저녁 R네 집에서 식사하던 중 열띤 논쟁이 벌어졌고, 난 명실상부하게 좌중을 휘어잡고 있었다. 이제 막 모두의 동의를 얻으려는 찰나…… 돌연 말문이 막혔다! 기억이 차단된 것이다. 발밑의 함정에 빠진 기분. 그런데도 난 다른 표현을―새로운 표현을―찾으려 하는 대신, 미련하게도 문제가 된 그 단어만 찾고 있었다. 도둑맞은 주인처럼 분노를 느끼며 기억을 추궁했다. 원래의 단어를 내놓으라고 떼를 썼다! 망할 놈의 그 단어를 찾는 데 얼마나 집착했던지, 끝내 포기하고 다른 표현을 선택한 순가, 이번엔 대화의 주제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이미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62세 9개월 16일 1986년 7월 26일 토요일
불안이 죄의식으로…… 모나는 내 얘기를 듣더니 ‘죄의식을 갖게 하다culpabiliser라는 단어가 프랑스어에 생겨난 건 1946년이었다고 설명해준다. 그리고 ’죄의식에서 벗게 하다deculpabiliser’라는 동사는 1968년에 생겼다고. 역사가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하던 시절……

62세 9개월 17일 1986년 7월 27일 일요일
타인이 내 불안증을 치료해줄 수 있는 건, 날 속속들이 알지 못하거나 어느 정도 무관심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나도 일하는 동안엔 불안을 이길 수 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회적 인간이 불안에 떨고 있는 인간을 눌러버린다. 그리고 곧 남들이 내게 기대하는 바에 순응한다. 주의, 충고, 축하, 명령, 격려, 농담, 질책, 진정…… 난 대화 상대, 동료, 경쟁자, 부하 직원, 좋은 상사 혹은 꼰대가 된다. 한마디로 성숙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나의 역할이 늘 내 안의 불안을 압도한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들, 우리 식구들, 그들은 매번 피해를 입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확히 내 사람들이요, 나 자신의 구성 요소들이요, 평생 내가 벗어나지 못하는 유치한 어린애의 속성에 희생되는 제물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그레구아르가 희생을 치른 것처럼.

70세 5개월 3일 1994년 3월 13일 일요일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몸이 있기 때문에 죽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죽음은 한 문화의 소멸입니다.

73세 1개월 18일 1996년 11월 28일 목요일
소변 줄을 단 채 밖에 나갔다. [……]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내 기능,―오줌 누는 기능―당연히 내 것이라 믿고 있었던 그 기능이 문제다. 언제나 내 의식에 복종하고, 내 욕구에 따라 작동하고, 내 결정에 따라 충족되던 기능, 그 기능이 이제 내 의지를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 보이지 않아야 할 치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 평생 감추고 입 다물고 지내왔던 것이 갑자기 눈과 손이 닿는 곳, 그것도 주머니 안에 들어 있다니.

75세 1개월 28일 1998년 12월 8일 화요일
티조가 죽기 며칠 전,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J. C에게 전화를 걸었다(티조의 친구들은 거의가 청소년기에 사귄 이들이다.) 가장 친하다는 그 친구는 티조를 보러 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늘 활기 넘쳤던’ 티조의 이미지가 ‘깨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그래서 친구 홀로 임종을 맞게 하겠다, 이거지. 꽤나 섬세한 척하지만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난 정신적인 친구들이 싫다. 그냥 살과 뼈만 있는 친구들이 좋다.

86세 9개월 16일 2010년 7월 26일 월요일
우리 몸은 끝까지 어린아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  접기
35세 1개월 24일 1958년 12월 4일 목요일 ...우리 몸에서 풍겨 나오는 것들, 즉 실루엣, 걸음걸이, 목소리, 미소, 필체, 몸짓, 표정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곁에 있다 사라진 사람들을 떠올려볼 때,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흔적들인 것이다. 전투기 안에서 가루가 되어버린 자기 오빠에 대해 팡슈는 이렇게 말했다. 입술이고 입이고, 그래, 다 산산조각 날 수 있어. 하지만 미소는 아냐.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그녀는 또 작은 글씨체를 통해 자기 엄마를 기억한다고 했다. 엄마가 쓴 r자나 v자의 완벽한 곡선을 떠올리며 울컥한다고.  접기
난 이제 몸에 이상한 일이 생겨도 놀라지도 않는다. 점점 잛아지는 보폭, 몸을 일으킬 때의 현기증, 굳어버린 무릎, 터지는 정맥, 또다시 비대해진 전립선, 쉰 목소리, 백내장 수술, 이명, 광시증, 자꾸만 헐어 달걀노른자처럼 돼버린 입술 가장자리, 바지 입을 때의 어설픈 동작, 자꾸만 잊고 잠그질 않는 바지 앞 지퍼, 갑작스런 피곤, 점점 잦아지더니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낮잠. -457쪽  접기 - 로쟈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그러나 최근의 혈액검사 결과를 보며, 이젠 마지막으로 펜을 들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자기 몸에 관해 일기를 써온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을 거부할 수는 없다. -458쪽  접기 - 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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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다니엘 페나크 (Daniel Pennac) (지은이) 

본명은 다니엘 페나키오니. 1944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아시아.유럽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에는 열등생이었으나, 그 시기에 독서에 대한 남다른 흥미를 갖게 되었다. 프랑스 니스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26여 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73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에서 보여준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으며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밖에 강압적인 독서 교육을 비판하고 책읽기의 즐거움을 깨우치는 『소설처럼』,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학교의 슬픔』 등의 에세이와 소설, 시나리오를 발표했으며, 한 남자가 10대부터 80대까지 몸에 관해 쓴 일기 형식의 소설 『몸의 일기』는 2012년에 발표되자마자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1995년부터 교직에서 물러나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교실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미스터리 비평상(1988년), 리브르앵테르 상(1990년), 르노도 상(2007년)을 수상했다. 접기
수상 : 2007년 르노도상
최근작 : <소설처럼>,<몸의 일기>,<학교의 슬픔> … 총 149종 (모두보기)
조현실 (옮긴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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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구름이 태어난 곳》, 《몸의 일기》, 《늑대가 된 아이》, 《진지하지 않은》, 《뚱보, 내 인생》, 《가족 이야기》, 《더 높이, 더 멀리》, 《어, 씨가 없어졌네요》, 《운하의 소녀》, 《괜찮을 거야》 등이 있다.
출판사 소개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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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큰글자도서]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큰글자도서] 미궁에 대한 추측>,<[큰글자도서] 낯선 시간속으로>등 총 1,871종
대표분야 : 한국시 1위 (브랜드 지수 1,541,244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5위 (브랜드 지수 858,305점), 철학 일반 10위 (브랜드 지수 69,082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그래, 리종, 이건
오로지 내 몸에 관한 일기란다.

배설, 성장통, 성(性), 질병, 노화, 죽음
가식도 금기도 없는 한 남자의 내밀한 기록
『소설처럼』의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차린 ‘삶’의 성찬!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에게 남긴 선물. 그 선물은 바로 “평생 동안 몰래 써온 일기장”이다.
3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선생님,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 『소설처럼』 『학교의 눈물』의 작가, 기발한 상상력과 소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출간 당시,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프랑스 서점가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의 일기라니…… 도대체 몸에 관해 일기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투병기? 건강을 지키는 비법? 아니면 몸을 멋지게 가꾸는 비법? 페나크는 놀라운 발상과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성실성으로 문학에서는 낯설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는 익숙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한 남자가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 몸이 신호를 보낼 때마다 상태를 충실히 기록해온 것이다.(무려 한 남자의 70년이 넘는 삶을 일기로 풀어놓는 작업은 영감 못지않게 성실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 것이다.)
주인공은 아주 진솔하게,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혹은 잃어버린 몸을 직시하고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라고 했듯이, 몸에 관해 쓰겠다고 작정하고 쓰기 시작한 일기엔 결과적으로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애환이 다 녹아 있다.

세상을 떠난 남자가 딸에게 남긴 선물
10대에서 80대까지 평생 동안 남몰래 쓴 ‘몸의 일기’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 몸을 채집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_17세 2개월 17일

이 일기의 주인공 ‘나’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산송장이 되어 돌아온 아버지와, 자식을 낳음으로써 그런 남편을 회생시켜보겠다는 희망을 품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뒤에도 원하던 효과를 보지 못한 어머니는 그를 “아무짝에도 써먹을 게 없는 존재”로 여기고 아버지에게 떠맡겨버린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 흉내를 내게 되고,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환자처럼 살려고 했으니, 그에게는 ‘몸’이라는 게 없어진 셈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에게 살아갈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수준 높은 교양 교육을 시켰고, 그 결과 아이는 정신적으로는 나이에 비해 조숙하지만 몸은 거의 없다시피 한 불균형한 존재가 된다. 열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이는 몸이 없는 그림자처럼 집 안을 떠돈다. 거울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그런 아이는 열두 살 때 보이스카우트 활동 중 숲에 혼자 버려져 극한의 공포를 체험한 다음 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첫 일기의 첫 문장은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나’가 몸의 일기를 쓰기로 한 건 바로 겁먹은 자기 자신에게 ‘몸’을 돌려주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난 이 일기장에다 강렬한 느낌들, 심각한 두려움들, 질병들, 사건들뿐 아니라 내 몸이 느끼는 것(혹은 내 정신이 내 몸에게 느끼게 하는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묘사할 것이다.”(36쪽)

몸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

보통 ‘일기’라 할 때 떠올리게 되는 ‘내면 일기’가 주로 정신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라면, ‘몸의 일기’는 몸이 신호를 보내올 때마다 몸의 상태를 충실히 기록해놓은 것이다.
내 정신을 구현하는 매체, 주체인 ‘내’(정신)가 관장하는 몸. 어려서는 인식조차 못하고, 나이 들어 인식했을 때는 고장 나 짐스러워진 몸. 우리의 이러한 일반적인 몸에 대한 인식과 무심함을 이 책은 뒤엎는다. 특수한 어린 시절 덕에 식물 채집하듯 자기 몸을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로 평생을 살아온 80대 노인은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죽음이 멀지 않은 시점에, 몸을 대하는 여유로운 관조의 자세를 보여준다.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_86세 2개월 28일

몸을 무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몸을 길들이고 몸을 정복하고 몸의 주인이 되려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동거인으로 여기는 것. 이러한 태도 때문에 화자는 그토록 솔직한, 몸을 객관화한 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요동치는 마음의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오늘 내가 쓴 것이 50년 뒤에도 같은 의미를 갖고 있길 바”라는 엄격함에 기반한 이 일기에는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상황이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명, 건강염려증, 동성애, 구토, 티눈, 월경, 용종, 불안증, 성 불능, 불면증, 몽정, 자위, 섹스, 권투, 수영, 비출혈, 비듬, 코딱지, 현기증, 악몽, 위내시경 검사, 건망증, 노안, 몸을 긁는 쾌감, 오줌 누는 기술, 똥의 모양, 코피, 설태, 전립선비대증, 수혈, 치매…… 이러한 충실한 기록 행위는 정신과 몸 사이의 소통을 도와주고, 소외되었던 몸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또 충치라든가 과식, 이명, 현기증 같은 ‘몸’의 사소한 증상들이 얼마나 정신에 영향을 끼치고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지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평생에 걸쳐 꼼꼼하고 세심하게 ‘몸의 일기’를 써왔음에도, 여든이 넘은 일기의 주인공은 새로운 몸의 변화를 대하며 “우리 몸은 끝까지 어린아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내게 시간이 주어졌으면, 내 세포들이 느긋해졌으면……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일기이기에 이 일기엔 금기가 없다. 양치질의 귀찮음, 가려운 곳을 긁는 즐거움, 코딱지를 가지고 노는 재미, 나이에 따른 대변의 변화 등 차마 타인에게 털어놓기 힘든 아주 내밀한 경험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일기의 주인공은 자기 몸에 관해 말하고 있지만, 독자는 읽으면서 우리 자신의 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성별도 상관없이. 너무나 개인적인 상태들의 기록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몸이라는 비밀 정원이야말로 공동의 영토이기도 하다는 걸 점차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제일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는 충격은 ‘공감’이다. 독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 일기에서 보게 되면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서운 엄마, 친구들에게 섞이지 못한 외로움과 공포, 2차 성징을 겪는 당황과 혼란, 어린 시절의 위험한 장난, 사춘기 아들의 뿌루퉁한 표정을 마주한 아버지의 심정, 노안으로 안경을 처음 맞추러 간 날, 무덤 꽃이라 불리는 검버섯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 손주가 태어난 순간의 환희, 퇴직 후에 대한 불안감, 노화로 인한 건망증, 치매 걱정, 동성애를 대하는 노인의 태도, 전립선 수술,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일 등, 나의 과거이자 내 아이의 현재, 나의 미래이자 내 부모의 현재를 보면서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 삶의 부침(浮沈)을 독창적인 관점과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언어로 표현한 매혹적인 이야기꾼 다니엘 페나크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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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글은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는 실패와 약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위트는 마음의 빗장을 여는 열쇠이다. 공감의 웃음이 배시시 삐져나온다. 페낙은 가장 최근에 출간된 『몸의 일기』로 만났다. ‘사랑하는 리종에게’로 시작하는 유서가 서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딸에게 남긴 '몸의 일기'는 자신의 부재를 대신하는 또 다른 몸이다. “지금쯤 넌 ... 더보기
그레이스 2022-02-22 공감 (62)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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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두통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몇 주를 고생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찾아간 신경외과에서는 별일이야 없겠지만 이제 뇌 MRII를 한번쯤 찍어둘 나이가 됐다고 했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건가? 이후에 나의 짱구 머리 사진을 판독해 준 나보다 젊은 의사는 아직 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의 나이에 대한 이 상반된 해석은 결... 더보기
blanca 2022-02-18 공감 (2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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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몸의 변화를 겪는 소년 페낙은 당혹스럽고 외롭다. 청년의 몸은 폭발하고, 장년은 자신의 몸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 노안과 함께 찾아온 노년의 몸은 불안하다. 몸의 변화를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정말 외로울 것이다. 유머를 잃지 않는 글에서도 몸의 존재로서 고독을 발견한다.
그레이스 2022-02-07 공감 (4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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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몸의 변화를 겪는 소년 페낙은 당혹스럽고 외롭다. 청년의 몸은 폭발하고, 장년은 자신의 몸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 노안과 함께 찾아온 노년의 몸은 불안하다. 몸의 변화를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정말 외로울 것이다. 유머를 잃지 않는 글에서도 몸의 존재로서 고독을 발견한다.  구매
그레이스 2022-02-07 공감 (4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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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글을 쓴다는 것, 무엇을 어떻게 보고 쓸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되짚게 만드는 책입니다.  구매
AgalmA 2020-03-26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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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정말 다이어리처럼 스트랩이 달려있고 디자인이 멋스럽다.  구매
SALON 2015-09-04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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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고 우길 수도 있으나... 논픽션 ˝학교의 슬픔˝이나 ˝까모 시리즈˝ 등을 비롯한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작가의 분위기에 젖어 읽어내려가면 아주 만족스럽다. 슬픔을 기저에 둔 채로.  구매
drecology 2015-08-22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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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쁨과 슬픔
의사에게 물었다. ˝술, 담배, 여자를 끊으면 오래살까요?˝
˝오래 사는 건 모르겠고,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긴 하겠죠.˝
이런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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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wife 2018-03-24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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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내 몸에 관한 일기 새창으로 보기
로쟈 2015-08-02 공감(3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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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무궁무진한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다. 새창으로 보기
혹시 사춘기 아들을 가진 분이라면 꼭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은책이다.

물론 남편이나 남자 애인이 이해가 안가는 분이 읽어도 좋다. 

남자분들은 자기 얘기를 읽듯이 읽을 수 있겠구나싶기도 하고....



이 책은 그야말로 한 남자 인간이 12살부터 87살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서 쓴 일기이다.

이런 일기 형식의 소설을 쓰겠다고 한 작가의 발상이 너무 기발하지 않은가?

사실 줄거리를 얘기할게 별로 없다.

초반에 몸의 일기를 쓰게 되는 계기가 가슴아픈데 1차대전에 참전했던 주인공의 아빠는 독가스로 인해 몸이 병들어서 돌아온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 남편의 병과 아마도 생활고에 치여 점점 자조적이고 독단적, 폭압적이 되어가는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빠의 옆에서 아빠와 동일시 되어가는 주인공 아들.

이 셋의 관계는 전적으로 아들인 나의 입장에서 서술되므로 엄마의 생각이나 내면은 알 수 없다.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생활고 이런 것때문에 삶이 팍팍했을, 그럼에도 병든 남편을 떠날 수는 없었던 엄마에게도 할 말은 얼마나 많았을까싶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들의 몸이므로 그는 엄마의 마음까지 살펴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런 아빠가 죽고난 이후 엄마는 빌빌거리는 아들을 보이스카웃 훈련에 보낸다. 

그런데 여기서 훈련 도중 아들은 게임을 하던 상대편 아이들에 의해 숲속 나무에 홀로 묶이는 수모를 당한다.

처음에는 그리 무섭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미 한마리가 발등을 타고 오르고.... 그때까진 괜찮다. 개미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으니까....

잠시 후 개미 한마리가 더 발등을 타고 오른다. 2마리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몇 미터 앞쪽에 개미가 우글거리는 개미집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못움직이는데 저 개미들이 모두 내 몸을 기어올라 나의 눈을 파먹고, 내장을 파먹고......

상상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패닉을 불러일으킨다.

숲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너무 무서운 나머지 설사똥을 지려버리는 우리의 주인공.

그는 12살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내가 10살때쯤이었나? 그 때 우리 동네 애들은 머리에 이를 한움큼씩 달고 다녔다.

엄마는 그 때 내 머리를 참빗으로 거의 쥐어뜯다시피 빗어내리며 이잡기 작전에 돌입했고, 나는 너무 아파서 징징거렸는데 그 때 울 엄마 왈 "너 머리에 이 계속 키우면 그 이들이 너 눈으로 귀로 들어가서 눈도 파먹고 안에 내장도 파먹고 한다"라고....

아 그 공포라니..... 그 때부터는 말없이 머리를 그냥 쥐어뜯기는 수밖에 없었고, 이후 한동안 이가 내 몸속으로 내장으로 들어가는 상상은 나를 공포스럽게 했다. 

나는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뭔가를 한 기억이 없는데 이 주인공은 너무나도 창피한 그 기억때문에 자신의 몸을 바꾸기로 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몸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결국 몸의 가장 원초적인 부산물인 똥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 사건은 주인공이 아빠의 세계에서 벗어나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엄마는 소년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의 일생을 보면 시대적으로 봐도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일기는 그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오로지 자신의 몸의 변화, 몸이 느끼는 것들, 몸의 기쁨과 고통을  다룬다.

이 책이 재밌는 이유는 이런 몸의 일기를 쓰면서 금기가 없다는 것이다.

운전하면서 다 큰 어른이 코닦지를 가지고 노는 이야기며, 첫경험에서 얼어붙어 결국 발기불능이란 오명을 쓰고 고민하는 이야기며, 섹스 중 몸이 느끼는 변화며 어떤 것도 몸의 이야기라면 빼놓지 않는다.

온갖 건강염려증을 읽다보면 이거 내 얘긴가하면서 솔깃하기도 하다.



노년에 이르면 실제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온갖 병들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은 한편으로 애잔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인간이라면 결국 누구나가 저 과정에 이르겠구나하면서 동일시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빛나게 해주는건 역시 작가의 탁월한 유머감각이다.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지점들이 있다.

예를 든다면 나이들어 신장에 문제가 생겨 오줌주머니를 한동안 차고 다니게 되는데 이 오줌주머니는 일정 시간이 되면 비워줘야 되는 것이다. 안그러면 이번에는 설사똥이 아니라 소변을 발밑에 흥건하게 흘리게 되므로 말이다.

그런데 딱 쇼핑을 하고 있을 때 오줌주머니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화장실을 부탁하지만 점원이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떡했냐고? 

심술이 가득해진 이 할아버지 주인공은 가게의 새 사냥부츠에다 오줌주머니에 가득찬 오줌을 몰래 비우고 능청스럽게 나와버린다. ㅎㅎ 



이 책에서 유일하게 맘에 안들었던 장면은 노년의 이 주인공이 남미 학술행사에 갔다가 20대 아름다운 아가씨에게서 유혹을 받는 순간이다. 

이미 나이가 70대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더 이상 섹스는 하지 않지만 여전히 따뜻한 포옹을 즐기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 드디어 섹스의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자신만만하다. (사실은 발기가 안된다. 70대 할아버지니까 뭐 당연한거 아닌가?)

아 그런데 이 할아버지 20대 아가씨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버려 생애 마지막 섹스를 즐기는거 아닌가?

사실 난 동양권의 문화가 섹스에 대해서 지나치게 심각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의 섹스에 대해선 아무래도 관대해지지가 않는다.

그러니까 만약에 이 할아버지가 아내가 없거나 아니면 아내를 사랑하지 않거나 뭐 이렇다면 그래 그럴수 있지, 멋진 아가씨가 모든걸 다 받아들인다며 유혹하는데 안 넘어갈 이유가 없지 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주인공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얼마전에 봤던 영화 <돈룩업>에서도 주인공이 아내와 별 문제가 없음에도 그냥 여자의 손짓하나에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남편한테 남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무조건 별 생각없이 그냥 유혹에 넘어가서 섹스할 마음이 나는지 질문했더니 저런 유혹을 안 당해봐서 모르겠단다. 참내..... 



남자의 몸의 일기를 읽으면서 여자의 몸의 일기를 읽어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런 식으로 쓰면 그것도 일종의 표절이 되려나 싶어 안나오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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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31 공감(28) 댓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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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두통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몇 주를 고생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찾아간 신경외과에서는 별일이야 없겠지만 이제 뇌 MRII를 한번쯤 찍어둘 나이가 됐다고 했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건가? 이후에 나의 짱구 머리 사진을 판독해 준 나보다 젊은 의사는 아직 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의 나이에 대한 이 상반된 해석은 결국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이야기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 준 셈이다. 언제나 많을 줄 알았던 머리숱의 급감과 노안은 더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 나는 차곡차곡 나이를 먹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영향을 내 삶 전반에 끼친다. 아무리 영혼과 내면과 의지의 이야기를 해도 결국 나는 내 몸 안에 갇혀 존재의 환각을 느끼는 존재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내 몸을 넘어서거나 이길 수 없다. 인정해야 한다.



이 소설은 192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화자가 딸에게 유산으로 남긴, 자신이 열두 살 때부터 여든여뎗 살 마지막 때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 쓴 일기"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연령에 따른 몸의 미묘한 변화와 성장, 각종 성가신 질환들, 노화,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연대기적 형식의 보고서는 어떤 세대의 독자가 읽어도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과거, 현재, 미래의 육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 특유의 재치와 언어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한층 더 생생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내 나이 즈음의 일기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세상은 원래 무게보다 더 무거워질 것이다. 그러면 피로 속에 불안이 침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상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 있는 나 자신, 무능하고 헛되고 거짓된 내가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친 내 의식의 귀에다 대고 불안이 속삭이는 말들이다.

-pp.238

암울한 전망이다. 노안의 이야기도 있다. 사춘기 아들과의 대치에 관한 이야기도 심지어 갑자기 출몰하는 이명에 대한 충격도 있다. 얼마 전 나보다 두 살 어린 지인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예고 없이 나타난 그 육체적 쇠락의 징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놀라워했다. 거기에 이명도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알고 보면 오십, 육십, 심지어 팔십에 이르기까지 아직 본격적인 노화의 관문에는 다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더 많은 더 어려운 성가신 것들의 전시가 주르륵 펼쳐진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 애송이다. 결국 "왕관들을 빼앗기는 거다." 이미 쓴 적도 없다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지만.



몸이라는 극지에서 빙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굉음도 내지 않고 조용히. 늙는다는 건 이 해빙을 겪어내는 것이다.

pp.362



"늙는다는 건 이 해빙을 겪어내는 것이다." 절묘한 문장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요새는 노인들이 다르게 보인다. 시간과 세월은 그저 지나가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우리의 몸은 늙고 그 안의 존재는 그 미미한 껍질을 붙잡고 분투하며 마지막까지 견뎌내야 하는 과업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승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상을 나날이 견디는 중이니까. <몸의 일기>는 그러한 과정의 위대함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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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2-18 공감(28)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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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단 한 편의 책으로 아빠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이가 있었으니, 다니엘 페나크라는 분이란다. 작년에 SNS에서 알게 되어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이란 책을 읽었는데, 크게 감탄을 했단다. 어찌 이리 유쾌하고 재미있으면서 교양을 팍팍 심어주는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또 다른 책을 검색해 보니, <몸의 일기>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소설이 있더구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많은데, 누구누구의 일기가 아니고, 몸의 일기라니… 대충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더구나.


일기.. 너희들도 가끔씩 일기를 쓰잖아. 사실 아빠도 일기를 쓰려고 노력을 한단다. 그래서 해마다 다이어리도 구입하고 그래. 그런데, 올해는 정말 일기를 제대로 쓴 날이 거의 없구나. 다이어리도 거의 새 것이란다. 일기뿐만 아니라 너희들에게 써야 할 독서편지도 사실 얼마나 밀렸는지 몰라. 회사 일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핑계가 되려나. 사실 아빠는 하고 싶은 게 많고, 계산을 해보니, 집에 와서 샤워하고 난 다음 적어도 세 시간은 있어야 아빠가 하고 싶은 것들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구나. 사실 하고 싶은 것들 중에 여럿 포기하고 계산한 시간이란다. 그런데 올해도 여전히 일거리가 많고, 우리가 회사에서 좀 더 먼 거리로 이사를 오다 보니, 예전보다 퇴근 후 시간이 더 적어졌구나. 그렇다 보니 일기도 못쓰고 독서 편지도 말리고 그러는 것 같구나. 그렇다고 잠을 줄이는 것도 뭣하고… 아이고, 일기 이야기하다가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빠졌구나. 아무튼, 아빠도 일기를 쓰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

그런데 일기라는 것이 주로 하루에 있었던 일과 그것에 대한 감상… 나의 생각들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잖아.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의 몸의 변화를 중심으로 쓰고 있단다. 십대 소년이 팔십 대 노인이 될 때까지 몸의 변화…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연이 자신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된단다. 아빠도 그랬어. 주인공이 쓴 일기들의 나이 때, 나도 그랬었지, 아니 나는 이랬었지… 이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단다.


1.

이 책에는 자라면서 겪는 신체 변화를 솔직하게 적어두고 있단다. 주인공은 1923년생이야.. 제1차 세계대전의 아픔이 곳곳에 남아 있던 시절이었지. 주인공의 아버지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후유증으로 일찍 돌아가셨어. 돌아가시기 전에 주인공과 애틋한 정이 많이 남아 있어, 주인공의 일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단다. 아버지도 오래 살 것이라 예상을 했는지 주인공인 아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첫 몽정을 할 것을 대비해서도 너무 놀라지 말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그 부분을 읽고, 아빠도 우리 막둥이에게도 나중에 아래처럼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쑥스러움을 타는 아빠가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인 것 같기도 하니, 조금은 편집해서 이야기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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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아빠가 미리 얘기해줬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일이 닥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난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잠옷 바지가 젖어 있었고 두 손도 온통 끈적끈적했다! 이불에도 묻어 있었다. 사실상 온 사방에 묻어 있었다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바지를 벗으면서 난 아빠가 얘기해줬던 걸 떠올렸다. 그걸 사정(射精)이라고 해. 밤사이에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겁먹지 마라. 다시 오줌을 싸기 시작한 건 아니니까. 그건 새로운 미래가 시작된다는 신호야. 놀라지 말고 얼른 적응하는 편이 나아. 넌 앞으로 평생 정자를 만들어낼 테니까. 처음엔 뜻대로 조절이 안 될 거야.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쾌감을 느끼는가 싶다가 어, 어느새 끝나버리지! 그러다 점차 익숙해지면 절제할 줄도 알게 되고, 결국엔 최선의 요령을 깨우치게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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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대를 거치고 본격적인 젊음으로 들어오면, 누구나 겪는 사랑. 다들 겪는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고 다르지만, 그 사랑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리고 그 사랑을 할 때는 피곤하지도 않고,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되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느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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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몸은 사랑의 에너지 덕을 어느 정도로나 보는 걸까. 요즘은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다 잘 풀린다. 직장 일에서도 지치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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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랑의 결실은 결혼과 출산이 아닐까 싶구나. 이 책의 주인공도 아이가 생겼을 때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글을 읽으면서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가 기억이 나는구나. 아주 생생한 기억. 너희들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쁨 말이야. 아빠가 서툴러서 너희를 안아주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워하고, 기저귀 하나 가는 것도 낑낑 매던 시절이 있었지. 이 책의 주인공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하지만 위험이 닥쳤을 때, 그것이 자신의 실수이긴 했지만, 자신의 몸이 다치는 한이 있더라고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는 몸의 움직임은 본능이 아닐까 싶더구나. 세상 모든 아빠는 슈퍼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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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

손님들 앞에서 이 세상의 여덟번째 기적이라고 자랑하며 브뤼노를 흔들어대다가, 아기를 안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것이다. 앞쪽으로 넘어지면서 바닥까지 굴렀다. 정확히 열한 계단. 난 본능적으로 브뤼노를 감쌌다. 계속 구르는 중에도 아기의 머리를 내 가슴팍에 붙이고, 팔꿈치와 이두박근과 등으로 보호했다. 난 아들을 덮고 있는 껍데기였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우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손님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손등, 골반뼈, 무릎뼈, 발목, 등뼈, 어깨, 전부 다 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 하지만 난 구르는 와중에도, 가슴이 파이고 배가 움츠러드는 와중에도, 브뤼노가 내 품 안에서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인간 완충장치로 변신했던 것이다. 브뤼노가 매트리스 싸인 채 굴렀다 해도 더 안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난 유도를 해본 적도 없고 낙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 부성애의 놀라운 발현?

==============================

….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십대 반항아가 되어 괴롭히기도 하지.. 그렇게 세월은 무섭게 지나간단다.


2.

그리고 책의 주인공은 지금의 아빠의 나이에 다다르게 된단다. 아빠도 지금까지는 큰병 걸리지 않고 잘 살아왔던 것 같구나. 평범하고, 평균적인 건강을 가지고 말이야. 최근 들어 평균적인 몸무게에서 조금씩 오버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앞으로는 어떨까? 주인공이 지금의 아빠의 나이를 넘어가면서 쓰는 몸의 일기는 있잖니, 무척 슬프게 했단다.

이제 아빠의 남은 날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점점 건강은 안 좋아질 것이고, 병원도 자주 자게 될 거야. 지금도 건강은 잘 모르겠지만, 이미 체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기초 대사량도 줄어든 느낌이 들더구나. 먹는 양이 크게 늘지 않고 비슷한데도 살이 붙는 것을 보니 말이야. 노화에 대한 경험을 하나 둘 겪고 일기에 고스란히 적혀 있단다.

이명. 귀에서 끊임없이 나는 소리. 아빠도 이명이 생긴지 무척 오래되었는데,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아주 크지는 않고, 청력 검사를 해도 정상이고 해서 그냥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사실은 정적이 그리울 때도 있단다. 아빠는 정적을 느껴본 지 꽤 오래되었어. 지금도 키보드 치는 소리는 이명 건너편에서 고막에 도착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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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그에 따르면 이명은 아주 적응이 잘 되는 병이라고 한다. 아니, 더불어 사는 거라고 봐야지, 그가 말을 고쳤다. 그래도 어쨌든 고요함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에티엔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똑 같은 비유를 했다. 꼭 내 몸이 켜진 라디오에 연결돼 있는 것 같더라고. 스피커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달갑진 않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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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늙어가면서 겪는 경험들도 슬프고, 젊은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 친척들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는 장면도 슬펐단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 아빠의 인생에서 경험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니, 인생의 삶을 누가 설계한 것이라면 너무 잔인한 설계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그러기 위해서는 잠도 충분히 자고 그래야 하니, 너희들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도 짧게 쓰고 잠을 청해야겠구나.^^ …

삶은 얼마 안 남겨두고 쓴 주인공의 일기가 다시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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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그러나 최근의 혈액검사 결과를 보며, 이젠 마지막으로 펜을 들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자기 몸에 관해 일기를 써온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을 거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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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일기를 쓰긴 하지만 아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데, 조금 번거롭더라도 일기는 쓰면 좋을 것 같구나. 나중에 커서 그 일기를 읽어보면 좋을 테니 말이야. 아빠도 너희들 만할 때 비록 숙제로 쓰긴 했지만, 일기를 썼었는데, 안타깝게도 다 사라지고 말았단다. 지금이라도 다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다시 일기를 써보려고 노력해야겠구나. 인생 후반전… 열심히 기록으로 남겨볼게. 그 일기에는 우리 식구들의 행복만 가득 적혀 있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지금쯤 넌 장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겠구나.

책의 끝 문장 : 겁먹지 마, 너도 데려가줄게.



청결함에 관해선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느 날 내가 아빠 등을 때수건으로 밀어주고 있을 때 아빠가 말했었다. 우리가 벗겨낸 이 때는 다 어디로 갈까? 너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니? 우리 몸을 깨끗이 하느라고 우린 또 뭘 더럽히고 있는 건지. - P31

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 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 맑은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 깨끗이 자신을 청소한다. 그 정화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나면 종착역에 정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눈물로 표현된 정신은 비로소 몸과도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낸 몸도 오늘 밤엔 잠을 잘 것이다. 안도의 울음을 실컷 울었으니. 이제 끝났다. - P140

건강염려증: 몸의 상태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쓰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망상. 정신과 몸이 서로에게 술책을 부리는 것. 어쨌든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라 일시적인 증상의 희생자일까? - P154

순전히 정에 겨워 아기를 어르는 것과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어르는 것 사이엔 이런 차이가 있다. 첫번째 경우, 아이는 자신이 사랑의 중심에 있다고 느낀다. 두번째 경우엔 아이를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픈 충동을 느낀다. - P190

흠잡을 데 없는 똥. 딱 한 덩어리뿐이다. 완벽하게 매끈하고, 모양도 반듯하다. 차지면서도 끈끈하진 않고, 냄새는 나되 악취는 아니고, 단면이 깔끔하며 균질의 갈색을 띠고 있다. 딱 한 번 힘줘서 쑥 빠져나왔다. 휴지에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이거야말로 완벽한 장인의 솜씨다. 내 몸아, 참 잘해냈다. - P224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위아래로 가볍게 흔든다.
: 계속 이야기해봐, 관심 있으니까.
시선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하고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서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한다.
: 그 얘긴 벌써 백 번도 더 했잖아요.
속으로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은 테이블보에 고정되어 있다.
: 내가 말은 하지 않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요.
빈정거리는 미소
: 내가 맘만 먹으면 박살을 내줄 텐데.
눈의 역할
: 눈을 돌리는 건 자기 맘을 몰라줘서 답답하다는 의미, 눈을 크게 뜨는 건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 눈꺼풀이 축 처지면 지쳤다는 의미……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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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0-10-30 공감(2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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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라는 짐이 너무 무거울 때 -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 새창으로 보기 구매
우리는 몸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자기 몸에 대해 뭘 말할 수 있을까. 성인의 뼈대는 총 206개이고 1,000억 개에 달하는 신경 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기계적 설명이나 인간 유전자 지도(게놈 프로젝트)가 인간에 대해 어떤 사실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우리 자신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없이 하고 각종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 리종의 아버지는 말한다.

 


「요즘 의사들은 몸에 손을 대려고도 하지 않더군. 의사들에게 몸은 아주 단순한 것, 세포들의 조합일 뿐이지. X선 촬영, 초음파 검사, 단층촬영, 피 검사의 대상, 생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의 연구 대상, 항체를 생성해내는 기관. 결론을 말해줄까? 이 시대의 몸은 분석을 하면 할수록, 겉으로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덜 존재한다는 거야. 노출과 반비례하여 소멸되는 거지. 내가 매일 일기를 쓴 건 그와는 다른 몸, 그러니까 우리의 길동무,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서란다.

- 2010년 8월 3일 리종에게 보내는 편지」


 

흔히 일기를 내면의 기록으로 쓰지만 리종의 아버지는 요동치는 정신의 상태를 반추하기보다 몸이 정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에 집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외부 환경과 몸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변화를 더 즉각적으로 감지한다. 아주 작은 상처에도 신경이 쓰이고 팔이나 다리를 못 쓰게 될 때는 세상의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나이 들어가며 예전 같지 않은 몸의 상태를 발견할 때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멸을 곱씹게 된다. 우리의 일기가 그러했듯 리종의 아버지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깊은 혜안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어릴 적 그가 가상의 동생이자 자신의 페르소나 도도를 만들어 불편한 가정에 적응해보려 했던 것처럼 일기도 자신의 삶에 적응해보려는 투쟁의 기록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산송장이 되어 돌아온 남편을 회생시키고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보고자 그를 낳았던 어머니는 가망이 없다는 걸 알게 되자 두 사람을 증오했다. 쌀쌀맞은 어머니에게서 애정을 바랄 수 없었고 죽어가는 아버지에게서 애정과 교육을 받으며 자란 소년은 정신적으로는 조숙했지만 육체적으로는 아버지를 흉내 내며 유령 같은 모습으로 살려 했다. 열 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마자 아버지의 흔적을 모두 없애버린 어머니 때문에 그는 거울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유령 고아 행색이었다. 그때 가사도우미로 나타난 비올레트 아줌마가 그의 구원자였다. 비올레트 아줌마와 소년의 이야기는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을 떠올릴 정도로 감동적인 대목이 많다. 몇 번을 울게 만들었는지……. 비올레트 아줌마의 동생 마네스 아저씨와 올케 마르타 아줌마, 그들의 자녀들(티조, 로베르, 마리안)은 소년에게 실제 가족과 같았다.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던 비올레트 아줌마의 죽음을 목도한 순간은 그의 트라우마로 오래 남는다. 아줌마의 죽음 뒤 단식투쟁으로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기숙학교로 갈 수 있었고 이후 이 일기에는 어머니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고로 실종된 어머니에 대한 기술은 아주 짧게 처리되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그는 학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게 되었고 거기서 팡슈도 만났다. 죽음이 목전에 있는 전쟁은 우리를 진정 몸으로 있게 만든다.

 

「은밀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자신의 건강 문제에 관해 조금이라도 신경 써본 자가 과연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건 정말 한 번 연구해볼 만한 주제다. 동지들 중에서 아픈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거든. 온갖 시련을 다 겪으면서도 말이야. 배고픔, 목마름, 불편함, 불면, 기진맥진, 두려움, 외로움, 감금, 지루함, 상처. 그런데도 몸은 잘 버텨냈다. 우리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 어쩌다 이질에 걸리는 것 정도. 냉기를 느끼다가도 수행해야 할 과업을 생각하면 금세 몸이 데워지는 식이었지. 심각할 게 없었다. 우리는 배가 텅 빈 채 잠을 잤고, 발목을 삔 채로 걸었고, 몰골은 추했지만, 병에 걸에 걸리진 않았으니까. 내 관찰이 모두에게 다 해당되는지는 모로만, 어쨌든 내가 주변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렇다. 반면 STO(비시 정부에 의한 대독협력 강제 노동국)에 팔려간 청년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파리처럼 쓰러졌다. 노동 재해, 우울증, 전염병, 온갖 종류의 감염, 그곳을 벗어나고픈 자들의 자해 등으로 작업장은 점차 비어갔다. 그 무상의 노동력들은 그들의 몸만을 목적으로 하는 작업에 건강을 갖다 바친 거지. 반면 우리의 경우엔 정신이 동원된 셈이고. 저항 정신, 애국심, 점령자에 대한 증오, 복수의 욕구, 정쟁에 대한 취향, 정치적 이상, 박애, 해방에 대한 기대, 이름을 어떻게 갖다 붙이든, 그게 무엇이었든, 그건 우리 건강 상태를 좋게 해주었다. 우리 정신은, 전쟁이라는 위대한 몸을 위해 우리 몸을 기꺼이 써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렇다고 해서 경쟁이 없었던 건 아니지, 각자 자기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평화를 준비했고, 자기 식대로 해방된 프랑스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지만, 레지스탕스는 그 양상이 아무리 다양하다 하더라도, 침략자에 대한 투쟁 속에선 언제나 단 하나의 몸일 뿐이었다. 평화가 돌아오자 우리 각자는 그 거대한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다시금 세포들의 덩어리로, 다시 말해 모순 가득한 존재로 되돌아왔다.

- 21~26세(1945~1960)에 대해 리종에게 남기는 말」


 

그가 비올레트 아줌마에게 배웠던 청각 마취술(부상자를 치료할 때 요란한 소리를 질러 부상자의 정신을 빼놓는 것)을 팡슈에게 가르쳐줘 부상자 치료에 도움을 줬는데, 이 기술은 그의 자녀, 손자, 증손녀 (미친 사람 같았다는 소리까지 들으며ㅎ) 의 가정 치료 요법으로도 자리잡는다. 팡슈의 입김으로 레지스탕스 폭파전문가였던 쉬잔과 23세 생일에 처음 가진 성관계에서 자신이 성불능자가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계급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를 심판받는 첫 구직. 24세 발견한 비용종(콧구멍을 가로막고 있는 혹)이 그를 계속 괴롭히게 되는 사연. 25세에 첫 치과 방문과 첫 정장 맞춤. 맞지 않는 여러 교제 끝에 몸과 영혼의 동반자라 할 모나를 만나 27세에 결혼.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그의 생이 이어진다.

 

「난소도 역시 어지럼증의 척도 역할을 하냐고 모나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그런데 모나가 절벽 가장자리로 다가가는 걸 보면서 내 고환은 또다시 조여들었다. 난 그녀 대신에 어지럼증을 느낀 것이다. 불알에도 감정이입이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산책하다 절벽에서 떨어진 어떤 사람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는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돌 더미 위를 몇 미터 굴러떨어지며 허공 속에서 허우적댔다. 친구들은 겁에 질려 계속 소리를 질러댔지만, 정작 그 자신은 한순간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자기가 발을 헛디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공포도 떠나간 것 같단다. 그는 그 뒤로 평생 동안, 희망을 잃었던 그 순간을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한다. 그가 목숨을 건진 건 나뭇가지에 걸린 덕분이었다. 그 순간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공포도 또다시 되돌아왔다고 한다.

- 28세 4일(1951년 10월 14일 일요일)」


 

불안한 현실과 편안한 잠을 오가며 살듯이 공포와 희망은 우리 인생을 돌리는 양면의 동전이다. 홉스의 고백처럼 ‘두려움은 내 인생의 유일한 열정’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신의 과거와 아이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시간도 갖지만, 내면 일기를 쓰든 외면 일기를 쓰든 일기는 결정적인 걸 포착하지 못한다. 그의 일기에는 임신한 아내에 대한 묘사, 첫아이 브뤼노를 만난 순간도 기록되지 않았다. 일기를 쓰며 우리는 자신의 취향과 선택, 자기 역사의 단편을 바라볼 뿐이다. 현실에서는 몸을 둘러싼 끝없는 비교가 벌어진다.

 

「집 앞 공터에서 브뤼노와 걔 또래의 사내아이가 태곳적부터 이어져 온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다름 아닌 이두박근 자랑, 작은 두 팔을 직각으로 굽힌 채 주먹을 쥐고, 이두박근을 팽팽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녀석 다 힘을 주느라 얼굴을 연극배우처럼 찡그리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평생 우리의 몸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일단 유년기를 벗어나면 그 방식이 은밀하고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열다섯 살 때 나도 해변에서 내 또래 남자애들을 상대로 이두박근과 복근 시합을 벌였었다. 열여덟 살인가 스무 살 때는 수영복 아래쪽이 얼마나 불룩한지를 자랑했다. 서른 살, 마흔 살이 되면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비교한다(대머리에겐 불행이다), 쉰 살 때는 배(배가 안 나와야 한다), 예순 살 땐 치아(빠진 게 없어야 한다). 이제 소위 원로라 불리는 늙은 악어들의 모임에선 등, 걸음걸이, 입을 닦는 방식, 일어나는 방식, 외투를 걸치는 방식을 비교한다. 한마디로 나이, 나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아무개가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지, 안 그래?

- 36세 11개월 21일(1960년 10월 1일 토요일)」

 

 

「여럿이 어울려 있을 때 우리 얼굴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그 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 거기 속하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욕구다. 그걸 교육이나 맹종 혹은 주관 없는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게 보통이지만ㅡ그게 티조의 가설이었다ㅡ난 거기서 오히려 존재론적 고독에 저항하는 시원적(始原的) 반응을 본다. 본능적으로 유배의 고독을 거부하고, 공동체에 끼어드려는 몸의 반사적인 움직임이랄까. 심지어 피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러하다. 공공장소에서ㅡ살롱, 공원, 술집, 복도, 지하철, 엘리베이터ㅡ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놀랍게도 우리 몸의 움직임에선 우선 동조하고 보자는 그 성향이 나타난다. 그럴 때 우리는 기계적으로 찬성하는 새 떼가 된다. 나란히 걸어가며 네, 네, 하고 있는 비둘기 떼와 흡사한 것이다. 티조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 표면적인 동조가 개인의 주관을 손상시키는 건 결코 아니다. 비판적 사고가 곧 뒤를 따를 테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비판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 부딪치기 이전에 우선 집단에 확실하게 들러붙고자 하고, 우리 몸은 그 본능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 37세 13일(1960년 10월 23일 일요일)」

 

 

「남들 앞에선 억지로 감추는 악취도 혼자 있을 땐 은밀하게 즐긴다. 생각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는 이 이중성이야말로 우리 삶의 중요한 속성이다. 테니스 치던 그 여자나 나나 각자 자기 집에 돌아가면 각자 자기 식으로 긴 방귀를 즐길 것이다. 악취의 파동이 이불에 흔적을 남긴 뒤 콧구멍까지 올라오도록 숙련된 기술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 40세 7개월 13일(1964년 5월 23일 토요일)」


 

건강염려증이 생기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병의 이름을 들으며 몸은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가장 힘든 건, 주위 사람들에게 이 피곤함을 감추기 위해 쏟아야 하는 정신적 노력이다. 식구들에게(피곤 때문에 가족도 낯설다) 똑같이 다정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겐(피곤 때문에 이상하게 낯익다) 전문적으로 보여야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세상은 원래 무게보다 더 무거워질 것이다. 그러면 피로 속에 불안이 침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상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 있는 나 자신, 무능하고 헛되고 거짓된 내가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친 내 의식의 귀에다 대고 불안이 속삭이는 말들이다. 그러면 난 결국 화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아이들은 날 위태로울 정도로 불안정한 기질을 가진 아버지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운명을 탓하기엔 인생은 매일 바쁘고 책임질 일로 가득하다.

 

 

기억력은 떨어져도 잊히지 않는 마음의 의지처들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다.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마네스 아저씨의 죽음, 13살에 기절놀이로 서로 죽어보는 체험도 하며 같은 성장기를 보낸 똑똑한 친구 에티엔이 치매로 맞는 죽음, 그가 병나지 않게 돌봐줄 의사가 되겠다고 했던 손자 그레구아르의 황망한 죽음, 그보다 어렸지만 어른스러울 때도 많았고 매번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던 티조의 죽음, 그가 백내장 수술까지 하며 말년에 마지막 사회 참여를 하게 만들었던 팡슈의 죽음. ‘함께한다’는 말이 무슨 소린지 너무도 절절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도 지나간다. 그토록 묘사하고 싶었던 내 몸도, 생의 기록도 80세가 넘어보니 그저 피상적으로만 기록했을 뿐이라 깨닫게 된다. 평생을 노력했음에도 나는 나였을까. 평생 열렬히 사랑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이 일기장으로 딸 리종에게 마음을 전하는 그처럼 우리는 자신을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끝까지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이 세계에서 짐 졌고 온통 수수께끼 같던 '자기'라는 정체성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우리가 ‘자기’를 너무 무거운 짐으로 지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삶도 죽음도 슬픔도 덜 무거울 것이다. 그렇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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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20-03-26 공감(1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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