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중앙교회 홍인식 목사가 사임한 이유
[인터뷰] 대형 교회서 시도한 에큐메니컬 목회…4년 6개월 만에 하차
기자명 이용필 기자
승인 2020.09.01
순천중앙교회 홍인식 목사가 부임 4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홍 목사는 제도권 교회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교회가 안정되자, 장로들은 홍 목사의 사역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홍 목사는 장로들이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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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근황을 나눈 뒤 단도직입적으로 왜 교회를 그만뒀는지 물었다. 홍인식 목사는 페이스북에 썼던 글처럼, 자신의 부족함이 문제라고 말했다. 인내심과 참을성이 없어서 그만뒀다고 했다. 한 언론은 홍 목사가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사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 목사는 "표면적으로 동성애 문제는 없었다. 내가 동성애·성소수자 이야기를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당회와의 갈등이었다. 홍 목사 부임 이후 교회는 빠르게 안정됐다. 처음에는 장로들도 홍 목사에게 협조적이었다. 홍 목사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건 지난해 10월부터였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에 교회가 30만 원을 지원했다. 그랬더니 한 장로가 "헌금을 데모하는 데 썼다"고 항의했다. 대화로 풀어도 그때뿐이었다. 이후 장로들 사이에서 불만이 새어 나왔다. 홍 목사는 올해 3월 장로들에게, 담임목사가 비신앙·비신학·비상식·비도덕적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적극 도와 달라는 취지로 목회 협조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4월에 장로들도 요구 사항을 들고나왔다. 홍 목사는 "장로들이 '페이스북 너무 하지 말라', '설교 때는 성경 말씀만 인용해 달라', '외부 활동 자제해 달라', '심방 좀 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더라. 당시 나는 교회협 인권센터 이사장에 내정돼 있었다. 장로들이 인권센터와 나를 음해하는 '가짜 뉴스'를 뒤에서 퍼 나르기까지 했다. 신뢰를 잃고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순천중앙교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홍 목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ㅎ교회에서 시무할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홍 목사는 ㅎ교회에 있을 때도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교회 개혁과 신학의 변화를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게 하고, 문자주의와 기복신앙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잘 따라오는 줄 알았던 교인들은 어느 순간부터 거부감을 드러냈다.
"순천중앙교회와 ㅎ교회의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제도권 교회가 가진 한계가 아닌가 싶다.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내 교회'만 챙겨 주길 원한다. 내 교회만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와의 건강한 연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공교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외부 활동을 많이 한다고 문제 삼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내가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교단 정치를 한 적도 없다.
신학의 부재도 공통적인 문제다. 전반적으로 문자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성경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거부한다. 그러니까 예화가 잔뜩 들어간 설교, 성경 구절 끌어다 쓰는 설교만 원하는 것이다. 인문학, 역사, 동서양 철학 등을 인용하면서 접근하는 설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임 의사를 밝히고 난 뒤 곳곳에서 비판도 받았다. 몇몇 목회자는 홍인식 목사에게 "그냥 넘어가면 되지 않느냐", "위임목사직을 그렇게 던지는 건 무책임하다", "당신 혼자만 생각하는 처사다. 교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목사들도 다 그런 고통 겪으면서 살고 있다"며 항의와 설득을 반복하기도 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일견 동의하면서도 홍 목사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 교인들은 지금도 영문을 모른다. 실망한 분도 계신다. 하지만 교회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지키려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에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만약 계속했다면 장로들 요구에 따라 자기 검열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다고 했다. 홍 목사는 "순천중앙교회 교인들은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면서 하나님 복음을 전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인식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상당한 변화를 일으켰지만, 내가 너무 일찍 그만둬 열매를 거두지는 못했다. 명암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내가 좀 더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갑자기 사임하게 돼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앞으로 에큐메니컬 목회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임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황당한 일도 겪었다. 홍인식 목사 사임 이유가 사실 '불륜'이었다는 루머가 돈 것이다. 뜬소문을 퍼뜨린 건 순천 지역에 있는 타 교단 전도사였다. 그는 지인의 전 아내가 홍 목사와 바람을 피웠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목사는 "그 여성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 여목사, 교인들도 함께 도왔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상처가 큰 분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사실을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 그 전도사를 고소했다. 그랬더니 바로 죄송하다고 페이스북에 공개 사과하더라. 목회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순천에 와서 별일을 다 겪는다. 인생 정말 부질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홍인식 목사는 9월 거처를 서울로 옮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에큐메니컬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자신이 리더가 되어 이끄는 게 아니라, 젊은 목회자를 세우고 뒤로 물러서고 싶다고 했다. 예전처럼 글도 쓰고 제3세계 신학자 책을 소개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다른 교회에서 청빙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홍 목사는 "에큐메니컬 목회를 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응하겠다. 다만 1년 정도 내가 기틀을 다지고, 다른 젊은 목회자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만 하고 싶다. 그런 교회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선정릉공원 일대를 지나다니는 시민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홍 목사도 2시간 가까이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코로나19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한마디 언급했다.
"생명이 예배보다 중요하다. 살아 있어야 예배도 드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처럼. 세상을 얻어도 생명을 잃으면 헛되다."
사진은 2017년 3월 인터뷰 당시 찍은 것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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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홍인식 목사는 올해 6월 말, 담임하던 순천중앙교회에서 돌연 사임했다. 정체된 지방 대형 교회에 부임해 변화를 일으켜 온 홍 목사의 사임 소식은 교회 안팎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회도 홍 목사가 '자진 사임'했다는 이야기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6월 28일 주일 설교를 끝으로 순천중앙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놨다.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홍 목사는 7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나의 지도력의 부족과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아닌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만둔다. 다른 이유는 없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에 그만둔다"고 짧게 썼다. 홍 목사는 현재 안식월을 보내고 있다. 11월 초 정기 노회에서 공식 사임 처리할 예정이다.
남미에서 공부한 해방신학자 홍인식 목사가 출석 인원 1000명 정도의 순천중앙교회에 부임할 당시, 교단 내에서는 오래 시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보수적인 지방 교회와 에큐메니컬 목회를 추구하는 홍 목사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2016년 부임한 홍 목사는 결국 4년 6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순천중앙교회는 홍 목사 부임 이후 임직자가 내는 작정 헌금을 폐지했다. 홍 목사는 교인들을 위해 인문학·철학·신학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게 했다. 담임목사 예우를 줄이고 부교역자와 에큐메니컬 단체들을 지원했다.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순천중앙교회는 홍 목사가 부임한 후 안정을 되찾았다.
교회는 평안해졌는데, 홍인식 목사는 왜 일언반구 없이 사임한 것일까. 홍 목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8월 31일 서울 선정릉공원에서 만난 홍 목사는 이어폰을 꽂은 채 핸드폰을 주시하고 있었다. 영상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정책협의회 토론에 참여하고 있었다. 회의를 마친 홍 목사는 "세상 참 좋아졌다. 언제 어디서든 회의가 가능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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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홍인식 목사는 올해 6월 말, 담임하던 순천중앙교회에서 돌연 사임했다. 정체된 지방 대형 교회에 부임해 변화를 일으켜 온 홍 목사의 사임 소식은 교회 안팎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회도 홍 목사가 '자진 사임'했다는 이야기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6월 28일 주일 설교를 끝으로 순천중앙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놨다.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홍 목사는 7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나의 지도력의 부족과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아닌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만둔다. 다른 이유는 없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에 그만둔다"고 짧게 썼다. 홍 목사는 현재 안식월을 보내고 있다. 11월 초 정기 노회에서 공식 사임 처리할 예정이다.
남미에서 공부한 해방신학자 홍인식 목사가 출석 인원 1000명 정도의 순천중앙교회에 부임할 당시, 교단 내에서는 오래 시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보수적인 지방 교회와 에큐메니컬 목회를 추구하는 홍 목사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2016년 부임한 홍 목사는 결국 4년 6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순천중앙교회는 홍 목사 부임 이후 임직자가 내는 작정 헌금을 폐지했다. 홍 목사는 교인들을 위해 인문학·철학·신학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게 했다. 담임목사 예우를 줄이고 부교역자와 에큐메니컬 단체들을 지원했다.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순천중앙교회는 홍 목사가 부임한 후 안정을 되찾았다.
교회는 평안해졌는데, 홍인식 목사는 왜 일언반구 없이 사임한 것일까. 홍 목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8월 31일 서울 선정릉공원에서 만난 홍 목사는 이어폰을 꽂은 채 핸드폰을 주시하고 있었다. 영상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정책협의회 토론에 참여하고 있었다. 회의를 마친 홍 목사는 "세상 참 좋아졌다. 언제 어디서든 회의가 가능하다"며 활짝 웃었다.
- "동성애 입장이 직접적 사임 이유는 아냐
- 조금씩 새어 나오는 장로들 불만
- 목회 협조해 달라 했더니
- 뒤에서 '가짜 뉴스' 퍼 날라"
교회가 안정되자, 장로들은 홍 목사의 사역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홍 목사는 장로들이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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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근황을 나눈 뒤 단도직입적으로 왜 교회를 그만뒀는지 물었다. 홍인식 목사는 페이스북에 썼던 글처럼, 자신의 부족함이 문제라고 말했다. 인내심과 참을성이 없어서 그만뒀다고 했다. 한 언론은 홍 목사가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사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 목사는 "표면적으로 동성애 문제는 없었다. 내가 동성애·성소수자 이야기를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당회와의 갈등이었다. 홍 목사 부임 이후 교회는 빠르게 안정됐다. 처음에는 장로들도 홍 목사에게 협조적이었다. 홍 목사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건 지난해 10월부터였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에 교회가 30만 원을 지원했다. 그랬더니 한 장로가 "헌금을 데모하는 데 썼다"고 항의했다. 대화로 풀어도 그때뿐이었다. 이후 장로들 사이에서 불만이 새어 나왔다. 홍 목사는 올해 3월 장로들에게, 담임목사가 비신앙·비신학·비상식·비도덕적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적극 도와 달라는 취지로 목회 협조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4월에 장로들도 요구 사항을 들고나왔다. 홍 목사는 "장로들이 '페이스북 너무 하지 말라', '설교 때는 성경 말씀만 인용해 달라', '외부 활동 자제해 달라', '심방 좀 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더라. 당시 나는 교회협 인권센터 이사장에 내정돼 있었다. 장로들이 인권센터와 나를 음해하는 '가짜 뉴스'를 뒤에서 퍼 나르기까지 했다. 신뢰를 잃고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순천중앙교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홍 목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ㅎ교회에서 시무할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홍 목사는 ㅎ교회에 있을 때도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교회 개혁과 신학의 변화를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게 하고, 문자주의와 기복신앙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잘 따라오는 줄 알았던 교인들은 어느 순간부터 거부감을 드러냈다.
"순천중앙교회와 ㅎ교회의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제도권 교회가 가진 한계가 아닌가 싶다.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내 교회'만 챙겨 주길 원한다. 내 교회만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와의 건강한 연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공교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외부 활동을 많이 한다고 문제 삼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내가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교단 정치를 한 적도 없다.
신학의 부재도 공통적인 문제다. 전반적으로 문자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성경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거부한다. 그러니까 예화가 잔뜩 들어간 설교, 성경 구절 끌어다 쓰는 설교만 원하는 것이다. 인문학, 역사, 동서양 철학 등을 인용하면서 접근하는 설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임 의사를 밝히고 난 뒤 곳곳에서 비판도 받았다. 몇몇 목회자는 홍인식 목사에게 "그냥 넘어가면 되지 않느냐", "위임목사직을 그렇게 던지는 건 무책임하다", "당신 혼자만 생각하는 처사다. 교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목사들도 다 그런 고통 겪으면서 살고 있다"며 항의와 설득을 반복하기도 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일견 동의하면서도 홍 목사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 교인들은 지금도 영문을 모른다. 실망한 분도 계신다. 하지만 교회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지키려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에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만약 계속했다면 장로들 요구에 따라 자기 검열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다고 했다. 홍 목사는 "순천중앙교회 교인들은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면서 하나님 복음을 전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인식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상당한 변화를 일으켰지만, 내가 너무 일찍 그만둬 열매를 거두지는 못했다. 명암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내가 좀 더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젊은 세대 위한 에큐메니컬 공동체 계획
- "젊은 목회자 세우고 뒤로 물러서고 싶어"
- 코로나19 재확산에 "살아 있어야 예배도 가능"
홍 목사는 갑자기 사임하게 돼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앞으로 에큐메니컬 목회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임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황당한 일도 겪었다. 홍인식 목사 사임 이유가 사실 '불륜'이었다는 루머가 돈 것이다. 뜬소문을 퍼뜨린 건 순천 지역에 있는 타 교단 전도사였다. 그는 지인의 전 아내가 홍 목사와 바람을 피웠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목사는 "그 여성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 여목사, 교인들도 함께 도왔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상처가 큰 분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사실을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 그 전도사를 고소했다. 그랬더니 바로 죄송하다고 페이스북에 공개 사과하더라. 목회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순천에 와서 별일을 다 겪는다. 인생 정말 부질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홍인식 목사는 9월 거처를 서울로 옮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에큐메니컬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자신이 리더가 되어 이끄는 게 아니라, 젊은 목회자를 세우고 뒤로 물러서고 싶다고 했다. 예전처럼 글도 쓰고 제3세계 신학자 책을 소개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다른 교회에서 청빙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홍 목사는 "에큐메니컬 목회를 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응하겠다. 다만 1년 정도 내가 기틀을 다지고, 다른 젊은 목회자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만 하고 싶다. 그런 교회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선정릉공원 일대를 지나다니는 시민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홍 목사도 2시간 가까이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코로나19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한마디 언급했다.
"생명이 예배보다 중요하다. 살아 있어야 예배도 드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처럼. 세상을 얻어도 생명을 잃으면 헛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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