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3 hrs ·
서로 대화하고 소통해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에는 동의하는 사람들도 막상 구체적인 문제에 들어가면 꽉 막히고 금방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싸늘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나는 인문운동의 분야에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한다.
직접화법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은 너무 어려워 ‘논어(공자)'를 매개로 ’간접화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자가 21세기에 보내는 메시지를 소개하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 대표적 메시지의 하나로 우선 소개하는 것이 있다.
“무지의 자각(사람은 누구나 사실 자체를 인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바탕으로 일체의 단정(斷定)이 없이 그 시점에서 무엇이 가장 옳은가(누가 옳은가가 아니라)를 함께 찾아서 편가름하지 말고 사안 별로 실천하자”라는 것이다.
5~6년 전 서울에서 여러 분야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논어를 가지고 만났었는데, 이 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침 그 자리에 공교롭게 한국이 원자력 발전을 시작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당시는 은퇴한 분과 환경운동 분야에서 원자력 발전 반대운동을 앞장서서 하고 있던 분이 함께 참석하고 있었다.
곧바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환경운동을 하던 분이 보다 공격적이었고 심지어는 끝나고 헤어질 때 나에게 와서 왜 자기 편을 들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반대하는 쪽이라 당연할지 모른다.
그 장면이 가끔 머리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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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합의민주주의와 협치를 시대의 요구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론적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면 앞에 이야기한 것과 같은 사례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까 협치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실제로는 힘의 대결로 된다.
결국 다수결로 해결하고, 그 다수를 점하기 위한 싸움에 올인하게 된다.
그것이 현실로 보인다. 그렇게 해서 도달하는 세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나쁜 쪽이라도) 다음에 정권을 교체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도 그러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는 우리 현실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고 본다.
이 시대 새로운 정치와 정치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힘 대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면(민주주의와 선거의 이름으로) 회복 불능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들, 양극화의 해소 그 중에서도 노동의 양극화 극복을 위한 노동계의 새로운 태도, 복지와 경제를 둘러싼 여러 입장들, ‘탈원전’을 둘러싼 정책, 교육 정책, 지역 격차, 과거사에 대한 입장 등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 ‘실사구시’하고 ‘구동존이’할 수 있는 인문적 토양이 너무나 아쉽다.
요즘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나 집단이 많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눈앞의 선거를 목표로 한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나라의 현실이 새로운 정치를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진실하기 위해서는 내세우는 정책의 합리성이나 가치관(價値觀) 못지않게 그 정책이나 로선을 세우는 과정의 ‘인문적 토양 즉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태도가 진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로선이라도 우리의 고질적인 정치문화를 넘어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55신영숙, Suyong Jang and 53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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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계표 자찬훼타하는 현실 속에서 남곡 선생님의 회통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諸行無常,
時中,
求同存異를 떠올려 보며 오늘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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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찬훼타(自讚毁他)ㆍ자신을 높이기 위해 남을 짓밟는다
· 3h
최영대 선생님 글을 읽을 때마다 저 자신을 많이 되돌아 봅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싸움을 완화하는 방법중의 하나는 진영논리에 갇히지 말고, 지금까지 과학에 근거하고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을 수 있고 아직 규명되지 않은 너무 많은 분야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낸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하는데, 많이 배웠다는 분들에게조차도 철벽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선입견에 갇히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는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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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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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 實事求是
- Pronunciation [ 실싸구시 ]
뜻풀이부
Source : Standard Korean Dict.
Meaning 9
이중환 1 李重煥 [이ː중환]
- noun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1690~1752). 자는 휘조(輝祖). 호는 청담(淸潭)ㆍ청화산인(靑華山人). 벼슬은 병조 좌랑에 이르렀다. 이익의 실사구시의 학풍을 계승하여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지리ㆍ사회ㆍ경제를 연구하였다. 저서에 ...
한치윤 韓致奫
- noun 조선 후기의 고증학자(1765~1814). 자는 대연(大淵). 호는 옥유당(玉蕤堂). 진사 시험에 합격하였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학문에만 전심하였으며, 실사구시와 무징불신(無徵不信)의 고증학적 학술 방법을 소개하였다. ≪해동역사...
유득공 柳得恭 [유득꽁]
- noun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1749~1807). 자는 혜풍(惠風)ㆍ혜보(惠甫). 호는 영재(泠齋)ㆍ영암(泠庵)ㆍ고운당(古芸堂). 사가(四家)의 한 사람으로, 벼슬은 규장각 검서ㆍ풍천 부사에 이르렀다. 박지원의 문하생으로 실사구시의 한 방법...
김정희 金正喜 [김정히]
- noun 학문 연구에 대해서는 실사구시를 주장하였고, 서예에서는 추사체를 완성하였다. 고증학, 금석학에도 밝아 북한산에 있던 진흥왕 순수비를 고증하였다. 작품에 <묵죽도(墨竹圖)>, <묵란도(墨蘭圖)>, <세한도(歲寒圖)> 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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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백과 실사구시 [ 實事求是 ]
-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
즉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통하여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실사구시이다.
이것은 한서(漢書) 권(卷)53 열전(列傳) 제(第)23 경십상왕전(景十三王傳) 중 <하간헌왕덕전(河間獻王德傳)>에 나오는 “수학호고 실사구시(修學好古實事求是)”에서 비롯된 말로 청(淸)나라 초기에 고증학(考證學)을 표방하는 학자들이 공리공론(空理空論)만을 일삼는 송명이학(宋明理學)을 배격하여 내세운 표어이다.
그 대표적 인물로 황종희(黃宗羲) ·고염무(顧炎武) ·대진(戴震) 등을 들 수 있고 그들의 이와 같은 과학적 학문태도는 우리의 생활과 거리가 먼 공리공론을 떠나 마침내 실학(實學)이라는 학파를 낳게 하였다. 이 실학사상은 조선 중기, 한국에 들어와 많은 실학자를 배출시켰으며 이들은 당시 지배계급의 형이상학적인 공론을 배격하고 이 땅에 실학문화를 꽃피우게 하였다.
그러나 실학파의 사회개혁 요구는 탄압을 받고 지배층으로부터 배제되었다. 이 때문에 경세치용적(經世致用的)인 유파는 거세되고 실사구시의 학문방법론이 추구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김정희(金正喜)이다. 그에 앞서 홍석주(洪奭周)는 성리학과 고증학을 조화시키는 방향에 섰지만, 김정희는 실사구시의 방법론과 실천을 역설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실사구시 [實事求是]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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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동존이(求同存異)
-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求: 구할 구同: 한가지 동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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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동존이
- (求同存異) acknowledging the differences yet pursuing the same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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