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뱁티스트 운동의 평화담론, 재평가 되어야 한다"
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press@cdaily.co.kr)
입력 2016. 06. 28 10:31 | 수정 2016. 06. 28 12:53
혜암신학연구소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강좌, 한신대 김주한 박사 초청 강연
혜암신학연구소 2016년 봄학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강좌 4번째 시간이 27일 낮 혜암신학연구소 안암동 도서관에서 열렸다. ©김규진 기자
[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4차례의 강연을 통해 종교개혁과 종교개혁자 루터, 칼빈을 살펴봤던 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의 2016년 봄학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강좌가 27일 막을 내렸다. "종교개혁의 역사와 신학, 인문학적 연구"를 주제로 진행됐던 이번 강좌의 마지막 시간 주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한국사회에도 잘 알려지기도 했던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 였다.
"아나뱁티스트와 급진적 종교개혁 운동가들"(기독교 평화주의 운동의 역사적 모델)이란 주제로 발표한 김주한 박사(한신대 신학과 역사신학)는 아나뱁티스트들이 크게 스위스 형제단과 후터파, 멜키안파, 메노파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고 설명하고, "유럽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그룹이 독자 노선을 걸으며 출발했지만 이들의 믿음과 행동 양식에는 공통된 핵심 가치가 있었다"면서 "(그것은) 신약성서의 사도적 교회를 지상에 세우려는 열망인데, 이같은 열망은 그들을 하나의 형태로 묶어주었고 결국 특색 있는 연합된 구조로 발전했다"고 했다.
특히 16세기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주류 세력과는 흡사한 듯 하면서도 다른 성서관과 교회론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김 박사는 "지금까지 기독교 주류의 아나뱁티스트들에 대한 담론이 대부분 부정적 견해가 주를 이뤘다"고 말하고, 20세기 들어 벤더학파(the Bender school)의 노력으로 이러한 시각은 많이 교정됐지만 여전히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 했다.
김 박사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전개과정에는 종교와 문화, 사회 경제, 민족과 언어, 인종 등 복합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고 밝히고, "그들은 결코 동질적 요소로 결합된 단일체가 아니었지만,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주류에 맞서 교회본질을 회복하려는 시도에서 강력한 연대성을 발휘했다"면서 "그들은 1,500년 교회역사와 단절할지언정 신약성서와 단절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메노파를 비롯해 대부분 아나뱁티스트들은 무저항, 비폭력을 가르친 성서 윤리가 오직 기독교인들에게만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기독교인이 정부 관리가 된다거나 이 세상 통치자들을 위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이단적 행위나 다름없었다. 이같은 아나뱁티스트들의 태도는 기존 권력자들의 눈에 기존의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봤고, 그들은 정부 당국과 협력 관계에 있던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주류세력으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기도 했다.
가운데 발표하는 이가 김주한 박사(한신대), 왼쪽은 사회자 강근환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 오른쪽은 토론에 참여한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김규진 기자
그러나 이나뱁티스트들의 비폭력 평화주의 사상은 악을 행할 위험성을 미리 방지할 뿐만 아니라, 선을 실행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들에게 평화주의적인 무저항주의는 '모든 인간관계가 인내, 이해, 사랑, 용서에 의해 지배되고 심지어 원수까지도 구원을 열망하는 전적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이었던 것이다. 김 박사는 "아나뱁티스트들의 평화주의는 인간 세상 갈등을 해소할뿐 아니라, 올바른 관계회복을 지향했다"면서 "이것은 하나님의 올바른 관계, 사람, 국가, 민족, 더 나아가 창조세계와의 올바른 관계 회복을 포함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기존 교회세력에 대한 단순한 비판 차원을 넘어 교회 본질적인 문제와 씨름하며 기존세력에 대한 '대안공동체'로서 '세상의 위기'로 존재했다"고 평하고, "신앙의 실천력에서 아나뱁티스트들은 종교개혁 주류집단보다 급진적이고 철저했는데, 무엇보다 '비폭력 무저항' 정신은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초기부터 핵심 신념이었고 수세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가치는 변함없이 계승되어 오고 있다"면서 "아나뱁티스트들은 평화를 추구하는 교회 전형으로써 '역사적 평화교회 전통'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다만 김 박사는 대다수 학자들이 종교개혁 주류와 아나뱁티스트들 사이의 공통점보다는 신학적 차이를 강조해 왔던 사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에큐메니칼 관점에서 두 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했다.
그는 "종교개혁시대 개혁진영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려했다면, 교리적 합의와 일치를 추구하기보다 평화담론이 훨씬 유용했을 것"이라 지적하고, "종교개혁 시대 각 진영의 교리적 차이가 주요 장애물이었는데, 차이보다는 공동의 토대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서로의 신뢰 쌓기에 지름길이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신약성서에 기초해 있는 아나뱁티스트들의 평화담론은 현실사회와 정치윤리를 떠받칠 수 없는 '이상주의'가 아니라, 기독교 제 세력들이 공유해야 할 현실명제로서 재평가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혜암신학연구소 2016년 봄학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 4번째 시간을 마치고. ©김규진 기자
한편 강근환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의 사회로 혜암신학연구소 안암동 도서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연구소장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학술포럼위원장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경숙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 이근복 원장(크리스챤아카데미) 등이 함께 했고, 신학에 관심이 많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다수 참여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강좌는 7월과 8월 여름은 쉬고, 9월 말에는 합신대 한성진 박사를, 10월 말 종교개혁일에는 총신대 김요셉 박사를, 11월 말에는 연세대 명예교수 김균진 박사를, 12월 말에는 총신대 안인섭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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