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7

알라딘: [전자책]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1

알라딘: [전자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eBook]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은이)동아시아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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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320쪽,

주간 편집 회의

"나와 모두를 함께 지키고 구하는 방법"
“아프면 나만 손해.” “자기 몸은 스스로 챙겨야.” 몸과 건강에 대한 한국사회의 상식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만큼 내 건강을 살필 사람은 없고, 고통은 나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으니, 스스로 잘 챙기며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복잡하게 연결된 사회에서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고, 나에게 어떠한 잘못도 없지만 함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대체로 각각의 개인은 이런 사회의 전제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에도, 각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야기가 끝나곤 한다.

보건학자 김승섭은 그 끝에서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소자, 결혼이주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이,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감정과 제도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밝히면서, 몸과 건강의 문제를 바라볼 때에도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음을 명확히 밝히며, 서로의 존재가 연결될수록 각자가, 더불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전하고 있다. 사회적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수십, 수백 년 동안 이어지듯, 사회의 배려와 기쁨, 따스함 역시 마찬가지 힘을 갖고 있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나와 모두를 함께 지키고 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 인문 MD 박태근 (2017.09.15)


책소개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연구들은 보여준다.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목차
들어가며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차별 경험에 대한 ‘같은 응답, 다른 의미’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
-시카고 폭염으로 배우는 공동체가 재난불평등에 대처하는 법
낙태를 금지하면 벌어질 일들에 관하여
-루마니아 사례로 살펴본, 평등하지 않은 낙태금지법
성인이 되어도 몸에 남겨진 태아의 경험
-몸에 새겨진 사회환경, 절약형질 가설
가난은 우리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가난한 몸과 해부학의 역사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추적하는 사회역학의 역사
[지극히 개인적인, 과학적 합리성의 세 가지 요소]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해고노동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를 하며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과 IBM 직업병 소송, 연구자가 거대 기업에 맞선다는 의미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직업병 만드는 공장, 원진레이온과 제일화학은 어디로 갔나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고용불안과 ‘저성과자 해고’라는 함정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사들
-연구자가 되어 다시,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을 묻다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아프다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하며
[건강한 일터를 위한 올바른 숫자 읽기]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실태조사’를 하며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설명 없는 치료’의 딜레마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
-동성결혼 불인정과 성소수자 건강의 관계
동성애를 향한 비과학적 혐오에 반대하며
-동성애, 전환치료, 그리고 HIV/AIDS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수술대 앞에서 망설이는 트랜스젠더를 변호하며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현역 입영처분 소송
한국을 떠나면 당신도 소수자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우리 사회 인종차별
교도소 의사로 일한다는 것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며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연결될수록 오래 사는가
-사회적 관계망과 건강 연구의 역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안전해질까
-총기 규제, 공동체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위험사회에서 함께 생존하려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를 묻다
당신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로세토 마을에서만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P. 21~22 구직 과정의 차별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 노동자와 학교 폭력에 대해 ‘아무 느낌 없다’라고 답한 남학생은 모두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거나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차별을 겪고도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한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아팠습니다. ... 더보기
P. 26~27 그렇다면 누가 그 폭염에 취약할까요? (…)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드러납니다. 바로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 교회에 나가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숨졌던 것입니다. (…) 하지만 그 질문은 왜 누군가는 에... 더보기
P. 52~53 사체절도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에 만연하던 시기에, 부유한 사람은 죽음 이후에도 안전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훨씬 더 단단하고 열기 어려운 비싼 관을 구입했던 것이지요. (…) 그러나 해부용 시체가 가난한 사람들의 몸이었던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영국을 기준으로 당시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었던 시체... 더보기
P. 195~196 동성 관계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한 지역의 경우, 1995년 설문에서 이성애자라고 응답했지만 2009년에는 스스로를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그러한 법이 없는 지역에 비해 30퍼센트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동성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변화와 함께, 과거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던 이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 더보기
이러한 연구를 둘러싼 비윤리적 행위들은 과학 일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역할을 합니다. ˝왜 저런 논문을 썼지? 또 어디에서 돈 받은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이는 과학 연구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음모론을 싹트게 하는 토양이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근거에 기초해 토론할 수 있는 ... 더보기 - 토끼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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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승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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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 대학원 보건과학과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고려대학교 최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2018년에는 최우수 연구상인 석탑연구상을 수상했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회역학자로서, 차별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나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세월호 특조위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2018년 ‘천안함 생존자 건강 연구’,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 연구’를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했다. 현재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레인보우커넥션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동성결혼 소송,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소송, 군형법 위헌 소송에서 법정 증언을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하며 참여한 바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오롯한 당신』(공저)을 출판했다. 접기


최근작 : <우리 몸이 세계라면>,<오롯한 당신>,<아픔이 길이 되려면> … 총 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가난, 참사…
사회적 경험은 어떻게 피부 밑으로 스미는가
“말하지 못한 상처도 몸은 기억한다!”

흡연은 폐암의 원인이고,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린다. 역학자(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일을 한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나타나면, 최초 발병자는 어디에 있었는지, 병의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낸다. 바이러스나 인체에 위험한 물질들이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혐오 발언을 듣거나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겪거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이러한 경험도 우리가 병에 걸리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학자 중에서도 ‘사회역학자(social 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 몸에 스미고, 병이 되는지를 추적한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의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일자리를 경험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예, 아니요, 해당사항 없음’ 3개 항목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를 위해 만들어둔 항목이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 혹은 ‘아니요’의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승섭 교수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고,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차별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건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달랐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들의 경우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도 건강상태가 더 나쁘게 나타났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김승섭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응답자 중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 경우에도 남녀 간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번에는 남학생들에게서 차이가 나타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남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경험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연구들은 보여준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경험, 혐오발언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우리가 아픈 진짜 이유
“사회와 단절된 병이란 없으며, 몸은 사회를 반영한다!”

200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성인 기대수명은 52.3세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의 성인 기대수명은 61.4세로, 9년이나 차이가 났다. 당시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인구 중 29퍼센트는 HIV 감염인이었고, 빈곤한 그 지역주민들은 비싼 치료약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기대수명이 49세로까지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국은 공공 의료보험으로 HIV 치료약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가 생겨난다. 7년 만에 평균 기대수명이 12년이나 증가한 것이다. 김승섭 교수는 이 연구를 소개하며,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것은 개개인이 감염되었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치료약을 제공하지 못한 시스템 때문인 것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개인의 건강에 공동체의 책임을 질문한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두 번째 사례를 볼 수 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던 동유럽의 국가들은 IMF를 통해 구제 금융을 받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동유럽 국가들의 평균수명은 급격히 감소한다. 결핵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에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한 국가들은 결핵 사망률이 상승 곡선을 탔다. 한편,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지 않았던 슬로베니아에서만 결핵 사망률이 감소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김승섭 교수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연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다양한 그래프와 표로 정리해 수록했다. 기존 문헌에 있는 자료들의 경우 재가공해 실었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소방공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현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들, 함께 생존하고 함께 건강해지는 법을 말하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1. 해고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어야 할까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직장점거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의 50.5퍼센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걸프전 참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22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김승섭 교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면서, 해고노동자들의 건강 연구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주목하면서, 실업이 왜 죽음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국가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해고 이후 적금이나 보험 등 사적 안전망마저 붕괴되면서,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사회에서, 고용불안이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2. 세월호 생존 학생 실태 조사부터 성소수자 건강 연구까지
책은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천안 소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했던 고민들은 이후에 인권위원회의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의과대학 시절, 인턴/레지던트의 수면 부족, 병원 내 폭력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연구자가 된 이후, ‘2014 전공의 근무환경 조사’로 이어졌다. ‘건강하지 않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환자는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의료과실 등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세월호 참사의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가족들의 건강 연구를 하면서 안산에 상주했고,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올해 동성애자 군인이 <군형법> 제92조의 6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던 날에는 집회 현장에 서기도 했다. 글로 정리된 집회 발언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성애자 건강 연구와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동성결혼 법제화가 동성애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책에서 말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거나 치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트랜스젠더가 한국사회에서 쉽사리 성별 전환 수술을 할 수 없는 맥락을 짚기도 한다. 그 밖에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이나 동성애자, AIDS 환자에 대한 혐오의 정도를 OECD 국가 간 비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들을 합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췄던 로세토(Roseto) 마을의 사례,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역학의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며, 함께 건강하기 위해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치열한 고민과 사유가 잘 묻어난 몇몇 문장들은 의미 있는 보도사진이나 한국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접기


올해의 책
2017 올해의 책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사회의 아픔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작품. 건조하지만, 행간에 느껴지는 따뜻한 인간애가 넘침 - 雨香
재미있다 - thanksir
소수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좋은 책입니다. - lenapage
멋진 책 - 원곡변
질병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우리도 이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 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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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월이지만, 나에게는 올해의 논픽션. 별 다섯개로는 평가할 수가 없다.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 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p.249  
토큰 2018-01-30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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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alsdl9173 2017-09-18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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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책이라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책이라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 또한 널리 알려진 사회 이슈들(쌍용차,세월호,가습기살균제 등)에 대해서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책이다.  
어른아이 2017-11-01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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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야말로 전 세대를 위한 자기계발서로 읽혀야지 않을런지. 학자적 삶이란, 탐구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범적으로 제시하는 고백으로 읽었다. 이곳저곳 띄우길래 괜한 의심으로 펼쳤으나 어떤 희망 혹은 깊은 위로를 발견했다. 지금도 사회 어두운 곳에서 고통 받는 이웃을 발견하게 도운 한권.  
용도사 2018-02-19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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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구체적인 고통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나면 질문이 남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나는 왜 착하게 살아야 할까” 한편, 타인의 고통에 예민한 사회,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꿈꾸게 해주는 책이기도 해요. 글 하나 하나에 온기가 느껴지기도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동네쿨가이 2018-01-27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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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폭력은 인간의 몸에 시간으로 새겨진다  


양승태가 물러갔다...


평상시에 법은 별로 효용이 없다.
그렇지만 비상시에는 법이 사람을 지켜야 하는데,
이명박 시대에 임명된 양승태 시절... 노조는 이겼던 재판도 패소하게 되었고,
기업 프렌들리 판사들의 판결로 노조원들은 빚더미에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비상식적인 시대들이었고,
최근에도 심각한 범죄 사안이어서
민주주의를 악질적으로 훼손하는 인간들을 영장심사에서 기각시켜버렸다.
조윤선이도 풀어줬다. 그 부하들은 징역인데...


법이 만인(萬人,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해야 하거늘,
5천만의 국민 중에 만인(萬人, 1만명)에게만 평등하고, 4천999만명에게는 혹독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189)


동성애자들을 더럽게 여기고, 범죄시하는 발언들을 혐오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다.
혹시라도 내가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람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한국은 유일하게 군대를 부정하면 감옥에 처넣는 나라다.
군대가 그만큼 힘들고 추악해서 군대를 전역한 사람은 남들이 거길 안간다 하면 욕을 한다.
그렇지만 유능한 의사나 법관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서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어 미래를 없애는 일은 비극이다.


지난 9년간, 용산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세월호와 온갖 노조들의 아우성에서... 세상은 비정상이었다.
국가라는 제도가 국민이라는 존재를 무시할 때,
민주공화국이 무너졌던 9년간, 많이 아팠다.
마음이 아니라 몸도 아팠다.
아파서, 히가시노 게이고 류의 타임킬링용 책이나 읽고 있었다.


충분한 신뢰를 쌓기도 전에 어떤 상처인제 말해야 트라우마가 극복된다며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네가 필요할 땐 언제나 곁에 있겠다며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186)


세월호 생존학생들 이야기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안기는
한국 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185)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도 2015.6.26을 기해서 허락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미국 좋아하는 개독교에서는 아직도 동성애 문제를 씹어 돌린다.
나쁜 자유당 넘들도 마찬가지다.
왜 무식하고 나쁜 놈들은 그렇게 약자를 괴롭힐까?
그것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고, 돈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잡한 세상이었다.
이제 새 대법원장 하에서, 쌓였던 찌꺼기가 하나씩이라도 걷히길 바란다.
세월호 특조위도 구성해야 하고,
쥐박이의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밝히고, 선거 부정을 명확히 해서 처벌해야 한다.
어제 한 사람 죽었다고 끊길 고리가 아니다.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 - 보상 - 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177)


젊은 의사가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그가 젊어 다행이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오래할 수 있을 것이어서.


근무환경에 대한 규제가 없으니
위험한지에 대한 정량적 연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소방공무원들은 현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지만
측정된 적이 없어서,
폐암을 비롯한 만성병에 걸려도
공무상 요양(공상)으로 치료받기 힘듭니다.(145)


소방공무원이야말로 극한의 직업이다.
세금이 쓰여야 할 부분은
쥐박이의 댐 만들기가 아니라,
닭의 스포츠 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지옥같은 근무 환경 역시 연구 대상이란다.


1997년 13.1/10만명 이던 자살률은
2014년 27.3/10만명으로 늘었다.
무엇이 이 공동체를 그토록 잔인한 사회로 바꾸어 놓았을까?(126)


난 안철수가 예능프로에 나와서 첫 마디로,
자살률 1위, 출산률 꼴찌를 문제로 짚어서 마음에 들어했다.
요즘 몽니부리는 꼴 보면, 사람은 말로 믿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헬 조선은 쥐박이와 닭의 시대를 거치며 공고화된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그 속도를 늦출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IMF의 협박에 못이겨
불균형의 거리를 넓히는데 속도를 낸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가야 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멀리, 오래 갈 수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나요?
골리앗에 맞서는 것이지요.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있어야 합니다.(108)


한국에도 민변이나 양심적인 학자들이 많이 있어왔다.
지난 9년간 수시로 교수나 지식인들의 성명이 등장했다.
시국 선언이 나오는 시대는 불행하다.
그러나, 곡학아세의 돌팔이 학자들은 그때 돈을 벌었다.
소위 블랙리스트는 억압하고, 자기들 편인 화이트리스트는 우려먹었다.


한국 사회는 IMF 이후 모두가 PTSD에 시달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모든 학부모는 애들을 달달 볶는다.
길거리엔 노란 봉고차가 택시보다 자주 보일 지경이다.
걸프전 참전 군인이 20%대의 유병률을,
심지어 포로의 유병률이 48%인데, 쌍용차 참가자의 유병률은 50.5%였다 한다.


2009년의 그 비극적이던 옥상의 토끼몰이를 잊을 수 없다.
국가의 공권력이 마구 두들기던 모습은,
1980년의 광주였다.


2017년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다. 닭의 애비도 윤이상과 동갑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다카키마사오보다 윤이상을 존경하는 걸 보고
동백림 사건으로 윤이상을 잡아 넣어 고문한다.
닭은 통영에서 윤이상의 이름을 지웠다.
영부인이 독일 갔을 때, 통영의 동백나무 한 그루 윤이상 묘 옆에 심었다.
참 비극적인 나라다.
그래서 윤이상의 '가락'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게르니카의 비극이 스쳐간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22)


아픔이 과거가 아니라
앞날의 길이 되려면...
촛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지만 꺼뜨리지 않을 촛불 하나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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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7-09-22 공감(3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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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역학 - 내가 아픈 이유  


슬픈 소설도 아니고, 감상적인 산문도 아닌데,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라고 한다. 2000년에 첫 사회역학 교과서가 나오고 불과 10여 년 전부터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실하고 열심히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는데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병에 걸렸을 때 그 병과 아픔을 오롯이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친구가 있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고 건강을 위해 매일 일정하게 운동도 하고 음식에도 욕심을 부리는 일이 거의 없다. 자타공인 모범적으로 건강을 유지해왔다고 여겼는데 어느날 건강검진에서 느닷없이 당뇨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가족력도 전혀 없었기에 매우 당황스러워한다. 도무지 자신의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다. 병의 원인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로 한다.


태아기의 영양결핍이 성인 만성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절약형질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혹은 이 분야에 학문적으로 큰 기여를 한 데이비드 바커 박사의 이름을 따 '바커 가설'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태아기의 영양 결핍이 성인기 당뇨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것은 태아 입장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임산부인 어머니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영양분이 부족할 때 태아는 생명체로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 한정된 영양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살아남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답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태아는 뇌와 같이 살아남는 데 필수적인 기관에 먼저 영양분을 사용하고, 당장 내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췌장과 같은 기관을 발달시키는 데에는 영양분을 적게 사용합니다. 설사 그 선택이 먼 훗날 당뇨병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시킨다 할지라도, 지금의 생존을 위해 먼 훗날 발생할 수 있는 성인병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몸에 새겨진 사회적 경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생애 초기의 경험일수록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배 속에 있는 태아나 막 태어난 아이가 굶주리는 것은 같은 기간 성인이 굶주리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테니까요.



몇몇 학자들은 이 역사적 비극이 인간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탐구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1945년 초 '네덜란드 기근' 시기에 어머니의 배 속에 있던 태아가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다양한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을 연구한 것입니다. 연구 결과,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3배 높았고 조현증(정신분열증)에 걸릴 위험이 2.6배 높았으며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실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6.25를 겪은 부모세대와 그 얼마 후에 태어난 우리 형제자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순탄하지 못한 가족사의 원인이 여기에 닿아 있었다. 위에서 말한 친구의 당뇨병의 근본 원인도 여기에 닿아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이렇게 질병이나 죽음을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으로 그 원인을 찾아낸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원진레이온과 제일화학, 고용불안,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실태조사,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건강, 인종차별, 재소자 건강,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총기 규제...이런 일들이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제대로 설명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총기사건에 대한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미국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연간 총기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이 31만 명이 넘습니다. 매년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총기사고로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제 친구의 주장은 국민이 총기를 소유하면 모든 개인이 자신을 지킬 수 있으니까 총기에 의한 사망이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이것이 미국총기협회가 총기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주장이자, 실제로 많은 사람이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중요한 근거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경제적으로 윤택할 수 있는 임상의사 대신 사회역학을 공부하는 학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저자의 글에선 그의 진심과 진정성이 느껴져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저는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경험들을 계속하고 그것들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직할 수 있기를 또 길러나갈 수 있기를, 그것이 가능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훨씬 커요.
(중략)
그리고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점점 그런 인간을 시대에 뒤떨어진 천연기념물처럼 만들고, 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권장하고 경쟁이 모든 사회구성의 기본 논리라고 주장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게 저는 싫어요.


이 분은 의사가 되었어도 훌륭한 의사가 되었을 텐데....이런 의사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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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7-10-08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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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소중한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간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제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아픔을 길로…
우리는 대략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축난다는 것을. 개인적인 스트레스 뿐 아니라 사회적인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이 그만큼 몸이 더 아프고 결국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나마 알고 있습니다.
간혹 기사로 전해지는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비극적인 이야기에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늘 그때 뿐이었지요. 그 분들과 함께 하는 많은 전문가분들이 계심에 감사하면서, 제 자신은 그 이야기들을 잊어갔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환경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건사고들이 줄을 잇고, 또다른 희생자들이 나타납니다. 아픈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마음이 우울해 지다 보니,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선을 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습기 사건, 세월호 사건 어느 하나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이었지만, 그 비극에 대처하는 우리 나라 사회의 무능함 역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늘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한 사회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가 그들의 몸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개인적인 질병이나, 사고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 발생 빈도가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해서 더 높게 나타난다면, 그 뒤에 뭔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는게 자연스럽습니다.
저자인 김승섭 교수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소방공무원, 전공의 등의 아픔을 직시하며, 그들의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그 내용을 데이타로 정리하고 분석에 분석을 거칩니다. 그렇게 과학의 이름으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아픔의 원인을 드러내려 합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과 성소수자들같이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더 큰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사람들의 편에서 그들을 위한 작업들을 어떻게 해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렇게 아픈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상황을 진단하고자 하는 저자는 사회역학자입니다.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입니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벤젠 노출이 백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 일반적인 역학의 역할이라면,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은 ‘차별과 사회적 고립과 고용불안이 인간의 몸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가설을 탐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폭력의 경험과 질병의 발병 사이의 시점이 제법 차이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고, 오랜 시간에 걸친 관찰 조사가 필요하게 됩니다.
사회적 폭력에 노출된 약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가지지 못할 때도 많다 합니다. 사회적 차별을 경험해도 과연 자신의 경험이 차별이었는지 판단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차별이라고 인정하기 보다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덜 불편하기 때문에 차별로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저자는 IBM에서 일하다가 암에 걸린 노동자들의 직업병 소송을 도와주었던 보스턴 보건 대학원의 리처드 클랩 교수의 사례를 인용합니다. 그는 “문헌 검토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1961년부터 1991년까지 IBM에서 일했던 3만 3,730명의 건강자료를 분석해 암 사망 비율을 계산하고 그들의 직업이 뇌종양, 신장암,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물을 법정에 제출합니다.” 법정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클랩 교수의 보고서를 공식적인 자료로 채택하지 않았고, IBM측은 여러 언론을 통해 클랩 교수의 연구 결과를 깎아내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다른 언론들은 클랩 교수를 지지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한 저널은 클랩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합니다.
인터뷰어: 왜 이런 일을 하나요? 돈 때문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클랩 교수: 골리앗에 맞서는 것이지요.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라는 클랩 교수의 말과 같이 저자는 그렇게 이 사회의 약자들의 편에 서고자 했습니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과도 함께 하며, 그들의 아픔을 기록하려 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아픔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1994년의 성수대교 참사,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등 여러 참사들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전무하다 합니다. 아픔은 기록되지 않았고, 대책도 전무했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온전히 기억되지 않습니다.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 참사의 연쇄고리를 끊었던 사건으로 기억되기 위해 저자는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또한 동성애를 향한 혐오가 비과학적이라고 합니다.
“동성애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동성애는 질병’이고 ‘치료받으면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라는 식의 폭력적인 구호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오래전 정리되어 더 이상 논쟁조차 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이러한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들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라고 합니다.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하기로 한 이후 사회학, 심리학을 포함한 여러 학제에서 성소자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오늘날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학계의 상식이 되었다 합니다.
동성애 전환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미국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 집단에서조차 극단적인 주장으로 취급되고 있다 합니다. 1976년에 설립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은 동성애 전환 치료를 주도하는 가장 큰 규모의 탈 동성애 운동 단체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2013년 6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그동안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문을 닫습니다.
또한 저자는 HIV/AIDS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 동성애를 그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과학적 발언이라고 합니다. 파트너가 HIV에 감염되었을 경우 이성 간, 동성 간 성관계 모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 기초해서 동성애와 HIV 감염을 연관 짓는 것은 HIV/AIDS의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이 되었고, 오히려 그 유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현재의 연구 결과라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동성애가 치료받을 질병이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성적지향이고 HIV/AIDS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과학적 사실 위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무리로 저자는 1960년대 이전의 미국의 로세토 공동체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1992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로세토 공동체는 30년간 비슷한 환경을 지닌 이웃 마을 대비 지속적으로 낮은 심장병 사망률을 보여주었다 합니다. 로세토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고, 이 확신이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합니다.
로세토 공동체 이야기는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합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을요.
저자는 후배들과 함께하는 지면을 통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면서 책을 맺습니다.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점점 그런 인간을 시대에 뒤떨어진 천연기념물처럼 만들고, 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권장하고 경쟁이 모든 사회구성의 기본 논리라고 주장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게 저는 싫어요.”
저도 싫습니다.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 책은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소중한 책입니다. 관련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막연히 마음 한 끝 아프기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역학이란 학문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주장이 아닌, 논리적 과학적 데이타와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에 근거하다 보니 힘있게 다가옵니다.
진심으로 우리 사회가 이 저자가 기대하듯 그렇게 변화해 가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그러한 변화에 큰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모든 수고를 감당하기로 결단한 저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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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소망 2017-09-19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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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으로서 본 감상  


정의마저도 소비되는 세상.
정의와 공의마저도 소비되는 세상이다. 교회에서도 정치권에서도 수없이 울려 퍼지는 정의에 대한 담론이 이상하게도 힘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성서를 탐독하며 성서야 말로 정의와 공의의 근원이며 성서의 하나님이야 말로 가난한자와 약한 자의 하나님이라 말하는 이들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이 메시지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의 메시지가 구체적인 현실과는 멀리 떨어진 책상위의 담론에 그치기 때문이리라.
정의를 위해 살아온 정치인들. 이들이 지금껏 정의를 위해 힘써 싸워왔던 사실을 의심치 않지만, 한계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민주정부시절이 지난 10년의 시간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시절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그 때에도 여전히 농민들과 노동자들은 울고 있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현실을 마주하지 않는 정의는 언제나 부분적이며 가볍고 공허하다. 혹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미얀마의 사태가 이를 반증한다.

여기 구체적인 현실의 아픔과 고통을 마주하며, 치열하게 씨름한 학자의 책이 나왔다. 그는 사회역학자이다. 질병의 원인을 추적하는 학문이 역학이라면,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우리는 건강에 대해 보통 의료기술을 떠올리지만,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고민한다.
저자는 사회적 원인에서 벗어난 병은 없다고 말한다. 모든 질병은 사회적이다. 가난과 차별, 불평등과 파괴된 공동체 등은 우리 몸에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다. 저자는 이 흔적들을 추적한다. 그저 책상위에서 통계자료만 본 것이 아니다. 그는 그동안 세월호 사고의 생존자와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소방 공무원, 성소수자, 왕따와 차별을 겪은 이들 등의 사람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며 이들의 상처와 아픔, 질환에 대한 ‘원인의 원인’을 연구해왔고, 그 흔적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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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병은 사회적이다.
“미세먼지가 천식을 유발하고 석면이 폐를 망가뜨리는 것처럼 우리가 관계 속에서 겪는 차별과 같은 사회적 폭력 역시 병을 유발할 수 있다.” 사회 속에서 차별과 폭력을 받아온 이들이 스스로 문제없다 말할지라도, 아니 차별과 학대를 받으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문제없다며 애써 괜찮다고 다독일 때 실은 우리 몸은 더 아프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은 주어진 고정물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토대위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질병을 보기 위해서도 개개인의 내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권력과 정치에 대해서 물어야하고,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을 탐구해야 한다.
예컨대, HIV/AIDS의 사망률을 보면, 현재 의학의 발달로 HIV/AIDS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관리를 잘하면 평균 51.4세나 더 살 수 있는 수준까지 발달되었다. 하지만 2012년 한 해 동안 아프리카에서 HIV/AIDS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지역도 이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콰줄루나탈 지역의 기대수명은 52.3세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의 성인 기대수명 61.4세보다 9년이나 더 낮았다. 콰줄루나탈 지역의 사망의 원인은 주로 HIV/AIDS 감염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4년 남아공 국가가 나서서 공공의료보험을 통해서 치료약을 제공하자, 7년 만에 기대 수명이 12년이나 증가했다.
또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르 받은 대부분 동유럽국가들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각각 14%, 16%증가했다. 효율이라는 이름하에 공공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정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올 경우 결핵 사망률이 평균적으로 31%나 줄었다.
저자는 이런 원인을 개개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의 임상진료 과정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현상너머에 작동하는 정치•경제적 구조와 역사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로 죽임을 당한 이들은 그들이 가진 개인의 질병 때문에 죽은 것인가? 사회 구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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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한국의 자살률은 1997년 이래로 2배 이상 늘어났다. 10만 명당 약 30명을 바라보는 수치는 다른 국가들의 두 배를 넘어선다. 그 이유로 저자는 비정규직 고용에 주목한다. 패자부활전이 존재하지 않는, 해고된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곧 살인이 될 수 있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은 삶을 뿌리째 위협한다. 여기에도 사회적 죽임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2009년 이후 지금까지 29명이 뇌출혈, 심장마비, 당뇨 합병증, 자살로 죽어갔다. 해고노동자들 중 50.5%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걸프전에서 실제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의 22%, 포로로 잡힌 군인들의 4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볼 때 전쟁후유증 이상의 고통이 이들에게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전쟁은 한번으로 끝나지만, 이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전쟁터 한가운데 있다. 이 고통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사례는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행해진 심리치료는 오히려 이들에게 더 큰 폭력이었다.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가득찬 가족의 죽음과 은폐된 진실이, 또 부당한 회계조작에 따른 폭력적인 정리해고가 그들의 고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들에게 결코 치유를 말할수 없다.
안 그래도 높은 자살률 중에서도 특히 성소수자의 자살 시도비율은 한국의 일반인들보다도 9배가 더 높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다른 나라의 두배이상 높은 것을 감안할때 18배는 더 높다는 말이다. 자살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들에 있어서도 성소수자들이 약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사회가 성소수자에게 특별히 더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고통 받고 죽어나가는 것은 사회에 의한 죽임이다. 저자는 고통받는 성소수자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는 진심으로 기득권의 한사람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며, 피하지 않고 함께 비를 맞겠다고 말한다. 입장의 동일함을 이루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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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는 감수성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을 울리는 것은, 사회적 구조로 인해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다가갈 때에도 혹여나 자신의 조사가 이들의 아픔을 더 후벼 파는 일이 되지는 않을지 숨을 죽이며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그들 편에 서서 비를 함께 맞는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또 그가 바라는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말한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이 기억났다. 누구보다도 이 말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오늘날 교회는 과연 이런 감수성, 이런 마음을 가지고 서있을까? 저자는 쏟아지는 비를 함께 맞겠다고 말하는데, 오늘날 교회는 비를 같이 맞아주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비를 내리게 하는 주체로 서있는 일은 그쳐야 하지 않을까?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예민한 감수성, 또 타인의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런 감수성을 오늘날 교회는 가질수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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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될수록 건강해진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다루는 장에서는 우리가 서로 연결될수록 건강해 진다고 말한다. 그 예로 미국펜실베니아 주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인 마을인 로세토마을에 주목한다. 로세토 마을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즐기고 비만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심장병 발병률이 낮았다. 저자는 그 이유가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라고 말한다. 로세토 마을은 유난히 즐겁고 활기가 넘쳤고, 부유한 사람들도 가난한 사람들과 비슷하게 옷을 입고 행동했으며, 계층이 없는 소박한 사회,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 서로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도와주는 사회였다.
특히 이 마을의 지도자 니스코 신부는 마을주민들의 정치적인 참여와 교육을 독려했고, 당시 마을주민들이 일하는 채석장의 근로자들이 1시간당 8세트라는 극단적 저임금으로 일하는 것을 알게 되자, 직접 채석장사장과 협상을 시도했고, 협상이 결렬되자 직접 노동조합을 만들어 파업을 주도했다. 니스코 신부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마을의 고유문화를 만들어 갔다. 부모가 사망하면 그 집의 아이들을 함께 돌봐주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고, 가족이 경제적으로 파산했을 때 그 가족을 돕는 것은 공동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로세토의 한 여인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 때는 당신도 당신의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어요.” 저자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사람들이 함께 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함께 살아가는 것에 소망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일 때 우리는 더욱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고통 많은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파하는 이들을 향한 공감, 예민한 감수성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듣고 보고 배워왔기에, 우리에게 타자를 바라보는 예민한 감수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애써 노력해야만 한다. 타자에게 눈을 돌리고, 아픔의 자리에 함께 서기위해 힘써야만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이런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책을 통해 바라본 그의 삶은 그 바쁘다던 의과대학시절부터 방학 때면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찾아 자원상근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재활병원에 있는 사지마비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았다.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어 오늘의 저자를 만들었으리라. 저자와 같이 주변에 있는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삶을, 우리 모두가 살아가길 소망한다. 한걸음의 실천과 관심이 말로만 정의를 외치는 것보다 훨씬 더 힘이 있으리라.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이 책 꼭 한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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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스톤 2017-09-20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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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건강 불평등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아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


사회역학의 관점에서 본 한국 사회 건강의 불평등을 보여준다.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고,아프지만 가라앉지 않고
나의 생각도 다시 한번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희한하게도 읽는 동안 저자가 살아 있는'사람'처럼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1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왠지 겸손하고 정직할 것 같았다. 자신이 연구한 내용들을 인용[언급]할 때도 일일이 박사과정 누구, 석사과정 누구와 같이 라고 언급하는 지점도 나는 조금 남다르게 읽혔는데. 원래 그렇게들했던가?


올해 읽은 책 중에 사람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정신없이 읽다가 생각나서 책 모퉁이를 접기 시작한 때는 이미 책의 절반을 넘게 읽었던 지점이지라, 인용 구절도 뒷부분밖에 없다.


… 일본의 경우,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에는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원 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하고 치유에 집중하도록 사회가 침묵해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감수성이고 실력이다. p.184


재난에서 나타나는 삶의 복잡성이다. 피해자와 일반 국민의 갈등도 당연히 존재한다. 갈등을 대하는 자세가 한 사회의 실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갈등을 더 부추겼다. 유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을 나누고, 피해자와 국민을 떼어냈다. 우리 사회 역시 그 골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을 번복하면 안 된다. P. 188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P.219





실험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컴퓨터상으로 진행되는 따돌림으로 인해 뇌 전두엽의 전대상피빌 부위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인간이 무리적으로 통증을 경험하면, 즉 누군가 나를 때려 아픔을 느끼면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에 혈류가 모인 것입니다. 우리 뇌가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따돌림을 같은 뇌 부위에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 이 연구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그들을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 모욕과 차별은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p.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