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3

도올 “믿음은 깨달음을 위한 방편일 뿐” - 불교신문

도올 “믿음은 깨달음을 위한 방편일 뿐” - 불교신문

도올 “믿음은 깨달음을 위한 방편일 뿐”
 승인 2007.07.11

한국불교학회 여름워크숍 김용옥 교수 기조강연
 

“현실속 깨달음 유지 더 어려워…돈오돈수 신중히 거론”

초기불교에서 선불교까지 ‘믿음과 깨달음’주제로 논의


불교에서 말하는 믿음은 무엇이고 깨달음은 또 무엇일까. 지난 7일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불교에서의 믿음과 깨달음’을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학회(이사장 이평래) 여름워크숍에서는 초기불교에서부터 선불교에 이르기까지 각 불교에서 말하는 믿음과 깨달음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불교학자들과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참석한 이번 워크숍에는 45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 봉은사 보우당에서 한국불교학회 여름워크숍이 열렸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참석한 이날 워크숍은 4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주제발표에 앞서 김용옥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모든 종교의 본질은 깨달음”임을 강조했다. “불교에서 믿음은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일 뿐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오늘의 기독교가 예수의 이적을 맹목적으로 믿고 있지만, 이적은 예수의 주테마가 아니라 사랑을 촉발시키기 위한 방편적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깨달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도단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세계이다. 김 교수는 “깨달음은 의식의 현상으로 일회적이고 최종적인 사건으로 끝날 수 없다”며 “설령 깨달았다고 해도 현실 속에서 그 깨달음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얼른 깨달아 해탈한다는 돈오돈수를 너무 쉽게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초기.부파불교에서의 믿음과 깨달음’에 대해 경북대 임승택 교수는 “초기불교의 수행은 점진적인 수행과 점진적인 깨달음의 입장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불교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믿음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며 “그 믿음은 불.법.승 삼보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믿음은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바른 지식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성제의 이치에 대해 깨닫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대승불교에 있어 믿음과 깨달음’은 어떻게 변했을까.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안성두 연구원은 “유식학적 관점에서 보면, 대승에서 깨달음이란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無上正等菩提)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무상보리를 증득하기 위해서는 3아승기겁이라는 세월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대승의 보살행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안 씨는 “진여의 깨달음 내지 인식이 지적인 통찰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 믿음 등 정서적 요소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유식학파의 문헌 속에서는 믿음의 요소가 직접적으로 해탈로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대승불교 중후기에 태어난 밀교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진각대 허일범 교수는 ‘밀교에서의 믿음과 깨달음’에서 “밀교에서는 경궤와 불보살에 대한 믿음뿐만이 아니라 스승에 대한 믿음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밀교적 의궤의 특성 때문이다. “의궤에 관한 연구나 수행을 하려는 자는 아사리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어 “불법을 전하는 아사리와 전해 받는 제자간의 믿음이 특히 강조되는 것”이다. 또 밀교에서 깨달음과 삼밀은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꽃핀 화엄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화엄불교에서의 믿음과 깨달음’에 대해서 연세대 신규탁 교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진리라고 믿는 믿음을 토대로 보현행원을 실천해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수법장(643~712)스님의 교상판석에 따르면, 화엄불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5교10종이다. 5교 가운데에는 ‘대승원교’가, 10 종에서는 ‘원명구덕종’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법성에 대한 돈오(頓悟)없는 돈수(頓修)는 사회복지에 불과하다”며 “무진법계에 대한 깨달음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한국불교를 관통하는 선종에서는 또 어떨까. 창원전문대 이덕진 교수는 ‘선불교에서의 믿음과 깨달음’을 통해 “선종에서의 믿음은 ‘내가 바로 부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부처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잘 믿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간극을 매우는 것이 바로 수행이다. “발심을 해서 신심을 길러 분심을 키우고 의심하면서 의정을 키워 의단이 돼 화두를 타파하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이날 김용옥 교수는 “불교에 있어서 믿음과 깨달음은 분리될 수 없다”며 “불교의 믿음은 나의 깨달음의 가능성에 관한 끊임없는 자각”이라고 말했다. 또 믿음에 대한 강요나 전도 극성 없이 이어져 온 한국불교의 특성을 꼽으며 “우리나라 종교문화를 이끌어갈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