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4

"이슬람國서 선교는 불법…상대방 문화 존중해야"

"이슬람國서 선교는 불법…상대방 문화 존중해야"
"이슬람國서 선교는 불법…상대방 문화 존중해야"
아프간 내 기독교 선교활동 비판 잇따라
황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0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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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과 관련해 전쟁중인 이슬람 국가에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탈레반의 이슬람 극단주의와 그에 따른 테러, 미국의 대테러전이 납치 사태의 근본 이유였지만, 아프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선교활동은 종교인들을 위험에 처하게만 할 뿐이라는 게 외신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교사들 늘 환영받지는 않아"

영국의 <더 타임스>는 21일 한국인 피랍 사건을 소개하면서 탈레반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도를 개종시키기 위해 아프간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바글란 지역의 종교 지도자인 사예드 무라르드 쉬리피는 피랍 사건 다음날인 20일 "이슬람교도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이슬람 국가로 들어오는 사람은 엄한 형벌에 처해져야 한다"며 "사형이나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인들의 신병과 관련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카리 유세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더 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내가 아니라 탈레반 당국(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에게 달려 있다"며 "현재 그들의 안전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 아프간에서 피랍당한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원들 ⓒ연합뉴스

이 신문은 지난해 한국의 기독교인 1200여명이 수도 카불 거리에서 '평화 대행진'을 하겠다며 아프간에 들어왔지만 안전에 대한 위험 때문에 추방됐다며 한국 기독교의 실상을 전했다.

신문은 종교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은 민족주의적 열정만큼 강하다며 가장 큰 교회의 경우 평일에도 1만명 이상의 신도들이 모인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매년 약 1000명 이상의 선교사들이 해외에 나가고 있고 중동처럼 개종의 가능성이 적고 박해와 공격을 받을 위험이 큰 지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신문은 많은 이들이 교회의 이름으로 순교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며, 서울과 다른 대도시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붉은 네온 십자가가 한국 기독교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의 기독교 운동은 19세기 미국의 선교사들이 정치적으로 취약한 이 나라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며, 한국의 기독교 운동은 너무나 열렬해 한국은 아시아 최대의 개신교 국가가 됐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피랍 사건 보도에서 "총 1만 2000명의 선교사를 해외로 보내고 있는 한국은 세계에서 선교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며 "그러나 선교사들은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며 무슬림 국가에서는 특히 그러하다"고 전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 선교도 불법"

국내 전문가들도 탈레반의 외국인 납치·살해 행위를 강력 비난하면서도,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국가에 가서 선교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슬람 전문가인 한양대 이희수 교수(문화인류학)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선교라는 것이 이슬람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속법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며 "이슬람이라고 해서 기독교를 선교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선교행위 자체가 범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탈레반 대변인이 인질 석방 조건으로 '한국군 철수로는 충분치 않으며 (기독교) 선교 활동은 이슬람에 대한 범죄'라고 말한데 대해 '기독교 선교는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하지 않고 '범죄'라고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기독교 선교만 법으로 금지된 게 아니라 놀랍게도 이슬람 선교도 금지돼있다"며 "신앙은 개인의 영역에서 머무는 것이기 때문에 신앙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터키, 튀니지, 요르단, 모로코 같은 많은 이슬람 국가는 이슬람교 선교를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터기는 기독교 보다 이슬람교 선교행위에 대해 더 엄한 벌을 내린다.

이 교수는 "남의 나라에 가면 최소한 그 나라 법과 질서 존중하는 게 세계 시민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자세"라며 "선교 혹은 의료, 봉사 등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그 국가의 법과 제도적 질서를 흔드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간 같이 아주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이슬람이 성행하는 나라에서 이슬람의 종교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 그리고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종교적 가치는 상대방이 그걸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용인될 때 인정되는 것이지 그 사람들이 싫다고 하는데 의료나 봉사의 이름으로, 선교의 목적을 숨기며 활동하는 것은 인도주의와도 부합할 수 없다"며 "현지사정에도 어둡고 그 문화나 법에 대한 무지가 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봉사가 무슨 의미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