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0

柳生真 - 최한기의 사회관

(6) 柳生真 - <최한기의 사회관> 최한기는 “사람, 집안, 나라, 가르침은 그 일을 가리켜 말하면 (사람의) 많고 적음,... | Facebook

<최한기의 사회관>
최한기는 “사람, 집안, 나라, 가르침은 그 일을 가리켜 말하면 (사람의) 많고 적음,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으나 점차 통하게 되면 그 내실은 한결같다(人家國敎。指事而言。雖有多寡大小之分。漸次通之。其實一也。――『神気通』巻三・変通「除袪不通」)라도 말했다. 즉 그는 개인, 가정, 국가, 문화권을 개체, 가족공동체, 국가공동체, 종교공동체로 모두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하나의 유기체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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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도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通則不痛, 不通則痛)”라고 하는 것처럼 동양의학에는 몸속의 기가 두루 통하면 건강하고 기가 부족하거나 과다하면 병이 생긴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다.
최한기는 그러한 동양의학적인 인간관을 발전시켜서 사회, 세계, 우주 전체에 적응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가 스스로 자기 사상의 기원을 밝힌 글은 없지만 그의 대표적인 호인 ‘혜강(惠岡)’은 그가 중년기에 서울 혜민서(惠民署) 근처에 살았으므로 “혜민서 언덕”이라는 뜻으로 호를 그렇게 지었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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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최한기가 기철학을 처음으로 확립한 『신기통』『추측록』을 쓴 바로 그 해에 그는 둘째 달을 14살로 여윈 것이다. 그가 딸을 애도하는 아버지의 비통한 마음이 담긴 축문이 혜강 증손가에서 발견된 초고 중에 들어 있다.
차녀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아버지 최한기는 혜민서의 의원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고, 스스로도 딸의 병을 고치려고 의학서를 섭렵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통/불통’을 중시하는 동양의학의 사상에 주목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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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혹스러운 사실은 국가를 한 몸 또는 한 집안으로 비유하는 국가유기체론, 가족국가론은 근대에서 권위주의체제, 전체주의를 정당화시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서양근대 정치사상의 국가 유기체론은 의학적으로도 잘못된 인체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이론은 국가/정부/임금이 생각하고 명령하는 두뇌, 국민이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수족이라는 ‘주인-노예 모델(Master-Slave model)’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전제적,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인체 시스템과 견강부회했을 뿐, 실제 뇌신경계의 구조와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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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가 오히려 외부에서 자극을 받고 그것을 저장(기억)하고 생각하며 외부로 시행하는 뇌신경계의 구조, 다양한 기관들이 각각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조화하고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인체의 작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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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가 “사람, 집안, 나라, 가르침은 …… 그 내실은 한결같다”라고 말한 것도 ‘통/불통’을 논하는 문맥에서이다.
결국 개인이나 크고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나 상관없이 자기만 알고 남의 일을 모르면 반드시 자기들이 잘났다고 여기고 남을 무시하게 되는데 그것은 스스로 협소해지고 해치게 되는 병폐라는 것이다.
그 병을 고치려면 텅텅 비우고 활짝 열린 마음으로 많이 보고 듣고서 남의 좋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과 나(우리)에게 서로 통용하는 떳떳한 도리를 얻으면 서로 참여해서 인도가 바로 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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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서양근대적) 국가유기체론에서는 국가=두뇌와 국민=수족의 지배-복종 관계가 기축이 되고 기껏해야 국가의 지배 아래 각 기관(관공청과 민간, 국내의 각 단체, 신분, 직업, 계급 등)이 조화를 이룬다는 일군만민(一君萬民) 체제의 찬양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한기의 경우는 서로 다른 타자들의 상호 이해와 협력이 기초가 된다. 이것은 집안, 나라, 문화권 차원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오히려 잘났다고 자기 것만 내세우고 남을 무시하는 것은 개체 또는 공동체의 ‘불통(不通)의 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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