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전자책]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eBook]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은이)21세기북스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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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가 들려주는 하이데거 인생수업.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불안과 고독, 우울과 무기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이데거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직시하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길을 사유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친 사상가다. 하이데거는 우리 삶이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자연과 사물 등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경이와 기쁨을 느끼는 인간 고유의 감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이데거 철학의 대표적인 권위자인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는 강의 형식의 친절한 설명과 신뢰감 있는 정교한 해설을 통해 하이데거 철학의 정수를 소개한다. 공허하고 삭막해져만 가는 삶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분주한 삶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목차
일러두기
프롤로그 궁핍한 시대의 사상가, 하이데거
1장 고향 상실의 시대
고향의 풍요로움, 대도시의 빈곤
신들은 떠나버리고 대지는 파괴되었다
인간은 기술문명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이 시대를 지배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광기다
2장 과학과 기술에 대한 우상 숭배
과학과 기술은 과연 인간의 도구인가
우상이 되어버린 과학기술
네크로필리아가 지배하는 세상
기술적 세계이해를 넘어서
3장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공허한가
존재가 존재자에게서 빠져 달아나버렸다
‘존재자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비교의식, 잡담과 호기심이 지배하는 삶
존재 상실의 공허함이 지배하는 시대
4장 근본기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항상 기분 속에 존재한다
경이와 침묵 그리고 존재의 빛
정보언어와 시어
근본기분을 일깨우기
5장 장미는 이유 없이 존재한다
계산적 사유와 시적 사유
가만히 살펴보니 냉이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비교의식이 지배하는 삶
6장 인간은 왜 불안을 느끼는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실존이란 무엇인가
불안과 죽음의 관계
불안은 일상을 어떻게 붕괴시키는가
불안이라는 연옥불을 통과해야
7장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만이 삶을 짐으로 여긴다
개만 닮아라, 그러면 세상이 평화로워지리라
인간과 동물의 차이
고독감, 무력감, 허무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8장 언어란 무엇인가
하이데거의 세계이해
세계와 사물 사이의 관계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근원적 세계의 파괴와 경악이라는 근본기분
존재자들의 지배자에서 존재의 파수꾼으로
9장 건축의 본질과 시적 사유
건축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그리스 신전은 그저 그렇게 서 있을 뿐이다
시적 사유가 진정한 건축을 가능케 한다
10장 자연은 위대한 사원이다
단순 소박한 자연에서의 삶
헨리 데이빗 소로와 하이데거
자연은 위대한 사원이다
자연과학은 자연을 왜곡한다
에필로그 시인으로서의 삶을 향해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P. 21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대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기와 질시 그리고 경쟁이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하게 사람들을 지배한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지 몰라도 마음은 한없이 허전하고 외롭다.
─ 고향 상실의 시대
P. 59 서양철학 전통에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로 파악되었고 이러한 인간 이해가 극에 달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문명이다.이 시대의 과학기술은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 과학기술문명의 주체라고 자부하며 살지만 실은 현대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부품으로 소모되고 있을 뿐이다.
─ 과학과 기술에 대한 우상 숭배 접기
P. 71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우리의 일상적 삶이 잡담과 호기심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타인에 대한 비교의식에 일상적으로 사로잡혀 있는 우리는 학업성적이나 사회적 지위, 재산 같은 세간적인 가치들을 중심으로 하여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규정합니다.
─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공허한가
P. 109~110 질레지우스는 “장미는 그 자신에도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지도 묻지 않는다”고 읊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걱정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강하게 의식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불편한 이유는 ‘나’라는 존재가 그들이 평가하는 대상으로 완전히 전락해버리기 때문입니다.
─ 장미는 이유없이 존재한다 접기
P. 122 인간은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덧없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물론 인간 이외의 동물들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죽음 직전에는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겠지요. 하지만 그 어느 동물도 자신이 덧없는 존재라고 느끼며 살지는 않습니다.
─ 인간은 왜 불안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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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박찬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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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 분야이며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을 비교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 과제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 저서로는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청송학술상), 『니체와 불교』(원효학술상), 『내재적 목적론』(운제철학상), 『초인수업』(대만, 홍콩, 마카오 번역 출간), 『그대 자신이 되어라―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현대 철학의 거장들』,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읽기』, 『쇼펜하우어와 원효』,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등이 있고, 역서로는 『헤겔 철학과 현대의 위기』, 『마르크스주의와 헤겔』, 『실존철학과 형이상학의 위기』, 『니체』(I, II), 『근본개념들』, 『아침놀』, 『비극의 탄생』, 『안티크리스트』, 『우상의 황혼』,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상징형식의 철학』(I-III) 등 다수가 있다. 접기
최근작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읽기>,<이런 철학은 처음이야>,<[큰글자책] 하이데거의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 읽기> … 총 105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삶이 힘겨울 때야말로 하이데거를 읽을 시간이다!”
현대인의 권태와 고독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진단
소진사회, 번아웃증후군, 고독사 등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정신적인 황폐함과 공허함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이데거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 존재의 무게가 바닥으로 떨어진 시대가 현대사회라고 말한다.
인간은 현대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얼마든지 이용하고 착취할 수 있는 부품으로 전락해버렸다. 신에 대한 신앙이 인간의 삶을 철저하게 규정했던 중세시대처럼, 오늘날 과학기술은 우리의 주인이 되어 삶의 모든 양식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을 수량화, 수치화하려는 과학의 속성은 사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 불안과 고독, 무기력과 공허함을 보상받기 위해 우리는 물질을 소비하거나 오락과 향락 등 자극적인 것에 탐닉하고, 남의 흠을 들추어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잡담과 가십거리로 하루를 채운다. 하지만 이러한 삶 뒤에 남는 것은 더 큰 공허와 권태일뿐이다. 하이데거는 이를 두고 “오늘날 인간은 존재를 망각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존재 상실에서 오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철학자는 왜 시인을 꿈꿨는가”
철학의 거장,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치유의 철학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이기에 언제나 불안하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이 기분은 ‘불안’으로 찾아와 우리 삶을 엄습한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불안이라는 기분이야말로 삶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방식이라고 말한다.
하이데거는 삶의 근저에 잠복해 있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대용물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 기분을 기쁨에 찬 ‘경이’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이’란 길가에 피어 있는 풀 한 포기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자연과 사물 등 존재하는 모든 것에 기쁨을 느끼는 인간 고유의 감정이다.
이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전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의지의 문제다. 대표적인 예로 하이데거는 시인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언제나 단순하고 소박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어를 통해 존재의 소리를 구체화한다. 시인이 세상을 보듯, 세상 사람들의 잡담과 호기심에서 벗어나 마음의 고요한 평정을 찾을 때 우리 삶은 은은한 기쁨으로 차오른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야말로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았다.
하이데거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
서울대 박찬국 교수가 풀어낸 가장 완벽한 입문서
하이데거 철학은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독일인들에게도 하이데거는 오를 수 없는 산과 같은 존재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단어와 철학적 개념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사유를 전개한 탓에 그의 문장들이 대부분 쉽게 이해되지 않고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이데거가 오늘날 철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20세기 지성계를 수놓은 모든 철학적 조류, 실존철학과 현상학, 포스트모더니즘, 정치철학, 언어철학, 과학철학을 비롯해 문예비평, 심리학, 신학, 생태학까지 그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하이데거가 직시한 현대사회의 위기와 해결책에 주목한 박찬국 교수는 “하이데거가 죽은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사상은 우리의 등짝을 죽비처럼 내리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불안의 개념, 인간 존재의 의미 등 하이데거 후기 사상의 정수가 담긴 이 책은 우리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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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개념들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설명은 좋았지만, 중복된 내용이 많았다는 점은 아쉽다.
heterotopia 2018-06-14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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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제목이 이끌려? 산 철학책... 어려워서 읽었던 문장들을 계속 반복해 읽다가 마지막에는 억지로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렇지만 인상깊은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그의 다소 부정적인 견해와 사물을 그 존재로서 인식하고 느껴야 한다는 말.
Meredith 2019-11-2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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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화되어가는 것에 대해서..
아인 2018-12-2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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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고 하이데거를 이해했다고 착각하지 않기를...
박찬국 저자는 좋아하지만 이 책은 예외네요..
태양의계곡 2022-04-2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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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게 하이데거의 철학을 설명해준다. 큰 어려움 없이 술술 읽기 좋은 책이다.
카탈 2018-05-03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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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굉장히 쉽게 하이데거에 대한 사상을 설명해준다.마지막 장에 소로와 하이데거의 사상을 비교해 준 부분이 참 좋았다.
몽이엉덩이 2019-11-15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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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하이데거와 인생
저자 박찬국은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분야이며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 비교를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2011년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로 제5회 '청송학술상', 2014년 <니체와 불교>로 제5회 '원효학술상', 2015년 <내재적 목적론>으로 제6회 '운제철학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2016년 논문 <유식불교의 삼성설과 하이데거의 실존방식 분석의 비교.로 제6회 '반야학술상'을 받았으며, 그의 저서 <초인수업>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니체와 하이데거> 등이 있다.
인간은 현대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얼마든지 이용하고 착취할 수 있는 부품으로 전락해버렸다. 신에 대한 신앙이 인간의 삶을 철저하게 규정했던 중세시대처럼, 오늘날 과학기술은 우리의 주인이 되어 삶의 모든 양식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을 수량화, 수치화하려는 과학의 속성은 사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게가 바닥으로 떨어진 시대가 바로 현대사회라고 강조한다.
물질적으로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아웃증후군, 고독사 등 현대인들은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황폐함과 공허함으로 고통받고 있다. 불안, 고독, 무기력, 공허함 등을 보상받고자 현대인들은 소비, 오락, 향락 등 자극적인 것에 탐닉하고, 타인의 흠을 들추어 상대적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잡담이나 가십거리로 하루를 채워보지만 결국 남는 것은 더 큰 공허와 권태일뿐이다. 이에 대해 하이데거는 "오늘날 인간은 존재를 망각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존재 상실에서 오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책을 통해 하이데거 사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현대인의 고향은 어디인가?
"세계는 황폐해졌고, 신들은 떠나버렸으며, 대지는 파괴되고,
인간들은 정체성과 인격을 상실한 채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해버렸다"
- 마르틴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고향 상실의 시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고향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편안하고 아늑한 곳'을 지칭한다. 독일어 'Heimat'(고향)에서의 'Heim'은 바로 집을 의미한다. 집은 우리들이 온갖 세파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서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이다. 여기엔 냉기보다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대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기와 질시 그리고 경쟁이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하게 사람들을 지배한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지 몰라도 마음은 한없이 허전하고 외롭다. 인간마저도 한갖 에너지원으로 여겨지면서 최대한의 에너지를 내품도록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우상숭배
"노동하는 동물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것에 도취되어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자기 자신을 해체해버리고 공허한 무無로 파괴해버린다"
- 마르틴 하이데거
서양철학 전통에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로 파악되었고 이러한 인간 이해가 극에 달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문명이다.이 시대의 과학기술은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과학기술문명의 주체라고 자부하며 살지만 실은 현대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부품으로 소모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현대기술문명의 근본적 문제점은 비판적이고 윤리적인 이성은 멀리하고 도구적인 이성만을 발전시킨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흔히 현대를 과학기술시대라고 말하는데, 이는 단순히 현대인들이 자동차, 비행기 등 옛날 사람들이 꿈도 못 꾸었던 과학문명의 산물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서양의 중세를 기독교시대라고 부르듯, 과학기술시대라는 표현은 근현대적 과학과 기술 등이 우리들의 삶을 철저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교, 잡담, 호기심이 지배하는 삶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우리들의 일상적 삶이 잡담과 호기심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보았다. 또 타인에 대한 비교의식에 일상적으로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은 학업성적이나 사회적 지위, 재산 같은 세속적인 가치들을 중심으로 하여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규정한다. 따라서 학업성적이 별로라면 스스로를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상대적으로 공부 잘하는 사람들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
이를 하이데거는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격차에 대한 우려에 사로잡힌 꼴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이 남보다 많이 뒤처져 있으면 그 격차를 줄이려고 애쓰고 또한 맘이 자신의 뒤를 바짝 뒤따라오면 그 격차를 더 벌리려고 한다. 이렇게 비교의식이 지배하는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로 경쟁라는 구도에 놓여 상대를 노골적으로 질투하거나 시기까지 하는 것이다.
"장미는 그 자신에도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지도 묻지 않는다"
이는 독일 바로크시대의 신비주의적 종교시인 질레지우스가 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흔히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걱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강하게 의식한다. 타인의 시선이 불편한 이유는 '나'라는 존재가 그들이 평가하는 대상으로 완전히 전락해버리기 때문이다.
실존이란 무엇인가?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설雪이로다"
이는 서산대사가 임종할 때 남긴 시 구절 중 일부이다. 사실 우리들은 살아가는 동안 수천, 수만 가지 계획을 세우고 이보다 더 많은 수만 가지 생각을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불타는 화로 위에 떨어지는 눈 한 송이에 불과한 것이다. 화로 위에 눈 송이가 떨어지면 그 즉시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다. 우리들은 그런 눈 송이가 있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불타는 화로 위에 떨어지는 눈 한 송이에 불과한데 왜 우리들은 여기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가 말이다. 인간은 이렇게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덧없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물론 인간 이외의 동물들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죽음 직전에는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동물도 자신이 덧없는 존재라고 느끼며 살지는 않는다. 하이데거는 이렇게 인생의 의미를 물을 수 있다는 게 바로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보았다.
소박한 자연에서의 삶을 추구하다
하이데거는 34살 때 독일 남부의 거대한 숲 슈바르츠발트에 있는 토트나우 산의 1,150미터 지점에 산장을 만들었다. 전기나 상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이 산장에선 하늘 그리고 숲과 계절의 변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산의 진중한 모습과 거대한 바위를 바라보길 좋아했고, 봄이면 꽃이 만발하는 목장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달 밝은 가릉밤엔 멧돼지들이 술렁이는 소리에 귀기울였고 겨울엔 눈 덮인 산야를 감상했다. 또한 그는 농부들과 어울려 담소 나누기를 좋아했다.
그는 베를린 대학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서 교수로 초빙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화려한 도시보다는 단순 소박한 자연을 택한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연구와 저술을 토트나우 산의 산장에서 작업했고 자신의 사유思維가 산장과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풍광 그리고 농부들의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삶 그 자체를 '경이'로 받아들여라
하이데거는 시인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언제나 단순하고 소박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의 말을 통해 존재의 소리를 구체화한다.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듯, 세인들의 무의미한 잡담이나 호기심에서 탈피해 스스로 내면의 평정을 찾을 때 우리들의 삶은 은은한 기쁨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이런 삶의 방식이야말로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았다. 이 책이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 또한 "시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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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17-11-27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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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박찬국 교수의 글은 번역서든 해설서든 모두 좋다. 모든 책에서 따뜻한 인간미와 풍부한 독서력에 감탄했었다. 이 책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였다. 단지 하이데거의 철학이라는 것이 다소 모호하고 막연하며 엉뚱한 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예전 책만큼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 데에 약간의 아쉬움을 갖는다.
책을 읽다보니 마치 우리네 어른들이 읽어버린 동심에 대해 향수를 갖듯이 하이데거도 그런것이 아니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곤충하나, 어른들이 눈빛 한줄기에도 자지라지게 웃고, 마냥 신기해하곤 했었는데.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하자면 존재한다는 그 자체에 경이를 가졌던 셈이다. 그러다가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어쩌면 삶의 무게 탓도 있겠지만, 웃음도 잃어가고 사람 대하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이유가 하이데거가 말한 것 처럼 현대 과학기술 중시의 풍토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말이다.
공감이 조금 가다가도 시적 이성 이랄지 사역 등의 개념을 접하면 너무 막연하고 생뚱맞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2회독이나 해서 다시 읽은들 생각이 바뀌겠냐만은 좀 시간이 지난 뒤에나 한 번 재정독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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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대디 2017-12-01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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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동양사상 등과 친숙한 하이데거 사상을 쉽게...
박찬국 교수의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소개하려 노력한 책이다. 하이데거는 궁핍한 시대의 사상가로 불린다. 이는 하이데거의 수제자 칼 뢰비트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횔덜린을 궁핍한 시대의 시인이라 부른 하이데거로부터 배워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하이데거 철학은 대단히 난해하지만 그럼에도 귀 기울일 부분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하이데거는 진정한 의미의 철학과 시(詩)는 이웃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철학자가 존재라 부르는 것을 시인은 성스러운 것이라 부른다. 존재자들이 갖는 성스러움을 존재라 한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시는 예술의 한 분야인 시 뿐 아니라 예술 전반을 포함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모든 참된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시적 태도이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시를 직접 쓰는 것보다 오히려 매순간 시적인 태도로 세계와 사물을 대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인으로 사는 것이라 말했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고향 상실의 시대로 불렀다. 하이데거는 오늘의 세계를 황폐한 세계로 불렀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사물을 지배하려 한다. 하이데거는 현대기술문명을 근저에서 지배하는 익명의 힘을 지배에의 의지라 불렀다.
지배에의 의지는 의지에의 의지(의지를 위한 의지)라 불린다. 하이데거는 과학기술시대인 지금을 광기가 지배하는 시대로 보았다. 하이데거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이 단순히 도구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이데거는 현대인들이 과학기술을 도구로 보는 것을 넘어 그것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과학과 기술이 이미 종교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묻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을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자연은 물론 인간의 삶 전체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보았다. 신만이 진리를 드러내고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서양 중세인들이 믿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과학이야말로 진리를 드러내고 과학을 응용한 기술만이 인간의 삶을 안전한 토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이데거는 현대기술문명이 전제하는 기술적 세계이해를 넘어 새로운 세계이해를 갖는 종교적 회심은 다른 것이 아닌 시를 통해 주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60, 61 페이지) 하이데거는 존재자에게서 존재가 빠져 달아나버렸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존재자는 인간, 자연, 사물의 총칭이고 존재는 그것들이 갖는 고유하고 성스러운 성격을 의미한다.
하이데거는 존재자가 갖는 성스러운 성격을 존재자의 고유한 존재라 불렀다. 이는 존재자들의 특성이 각각 다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존재자는 인간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존중해야 할 독자적인 존재를 갖는다는 의미이다.(66 페이지) 하이데거는 존재자들이 갖는 고유한 존재를 경험하는 것을 존재 경험이라 불렀다.(75 페이지)
하이데거가 말한 궁핍한 시대란 존재자들이 발하는 성스러운 빛이 모두 사라지고 빛바랜 모습을 드러내는 시대를 말한다.(76 페이지) 하이데거는 우리가 평소 자명하고 진부한 것들에 대해 놀라워 했다. 이를 경이(驚異)라 한다. 하이데거는 기분을 중시했다. 하이데거의 경이는 특정 상황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근본 기분들 중 하나이다.
불안, 경악 등도 근본 기분의 하나이다. 저자는 성철 스님이 인용한 '산은 산, 물은 물'이란 말을 하이데거가 한 말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하이데거는 모든 산봉우리에 정적(靜寂)이 있다는 괴테의 시를 인용했다. 저자는 '산은 산, 물은 물'이란 말을 산과 물의 신비로움을 도저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 표현한 것이라 말한다.(88 페이지)
시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지 않지만 존재를 드러낸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본래 시인이며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데거는 과학적이고 계산적인 이성이 아닌 시적인 이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사물들의 고유한 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현존재라 불렀다.(107 페이지)
하이데거는 경이라는 기분 속에서 살 때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111 페이지) 하이데거는 우리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언제라도 죽음의 엄습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우리가 경이라는 기분을 갖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116 페이지)
하이데거는 인생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인간 존재의 특성을 실존이라 칭했다.(122 페이지) 하이데거는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도록 내던져져 있다고 보았다.(122 페이지) 하이데거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고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사는 삶의 방식을 비본래적 실존이라 불렀다.
하이데거는 존재자들 간에 성립하는 목적 수단의 지시연관 전체를 세계라 불렀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삶 전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전체로부터 불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이데거는 불안은 죽음이 우리에게 근원적으로 자신을 고지하는 방식이라 정의했다.
하이데거는 죽음의 위협 앞에서 드러나는 나와 모든 존재자의 섬뜩하고 낯선 존재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그것을 용기 있게 인수하는 것을 죽음에로의 선구(先驅; 죽음을 향해 앞서 달려감)라 불렀다. 불안이 우리를 본래적인 실존의 문턱으로 이끄는 기분이라면 불안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죽음에로 선구하는 것을 본래적인 실존으로 비약하는 것이다.(137 페이지)
하이데거는 죽음이라는 무(無)의 심연에서 도피하여 기만적이고 세간적인 가치들에서 삶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경향을 퇴락이라 불렀다. 그리고 우리가 빠져드는 그 가치들은 우상이라 불렀다. 하이데거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통해 우리가 존재자들의 신비스러운 충만한 존재를 경험할 것을 촉구한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존재의 신비를 경험하는 것만이 현대의 기술문명이 초래한 위기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 보았다.(139 페이지) 하이데거는 인간만이 삶을 짐으로 여길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인간은 자신이 만들지도 않았고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세계에 내던져진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러한 세계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형성해야 한다.(158 페이지)
하이데거의 사상은 우리를 항상 엄습하는 고독감, 무력감, 허무감을 극복하려는 시도이다.(164 페이지) 물론 시적 감성을 통해 세계와 하나가 될 때 우리는 고독감과 무력감을, 경이라는 감정을 통해 허무감을 극복할 수 있다.(165 페이지)
하이데거는 과거의 신들은 떠났지만 새로운 신들은 아직 오지 않은 시대라는 말로 현대를 설명했다.(175 페이지) 하이데거는 예술작품 특히 시에서 세계와 사물이 근원적으로 드러난다고 여겼다. 여기서 말하는 시는 각 나라 향토어로 쓴 것을 말한다.(182, 183 페이지)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을 했다. 하이데거는 언어를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았다. 이때의 언어는 모든 언어가 아니라 존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자신 안에 깃들게 하는 시어를 가리킨다.(193 페이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언어는 세계와 사물을 근원적으로 현현(顯現)하게 하는 환기력을 상실한 언어이다.(193 페이지)
시인의 말을 통해 우리가 비로소 그 존재를 깨닫는 사물들은 그것들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엄습하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187 페이지) 하이데거는 세계와 사물 사이의 내밀한 관계를 존재라 표현했다.(190 페이지) 하이데거는 세계와 사물을 임의로 조작하고 지배하려는 마음속의 시끄러운 계산과 호기심과 잡담에서 벗어난 상태인 침묵의 정적(靜寂) 속에서 진정한 시가 발원한다는 말을 했다.(191 페이지)
진정한 시는 침묵의 정적에서 비롯되지만 이런 침묵의 정적은 존재가 말하는 정적의 소리에 호응하는 것이다. 이 경우의 정적이란 단순히 소리나 움직임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운동과 정지가 근거하는 것으로 운동보다 오히려 더 동적이며 생명으로 충만한 것이다.(192 페이지)
하이데거가 말한 시어란 특별한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본래적인 언어이다.(194 페이지) 하이데거가 말한 시에 반대되는 것은 산문이 아니다. 시적인 정신으로 충만한 순수한 산문은 좁은 의미의 시 못지않게 시적일 수 있으며 시 만큼이나 드물기 때문이다. 시의 반대는 사물과 세계를 불러낼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 일상어나 정보언어이다.(194 페이지)
하이데거는 우리에게 존재자들의 지배자가 아닌 존재의 파수꾼이 될 것을 촉구한다. 존재의 파수꾼이 된다는 것은 존재자들의 고유한 존재와 근원적 세계에 경이를 느끼며 그것들의 수호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존재의 파수꾼이 될 때 비로소 현대기술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204 페이지)
우리가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자신이 죽을 자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212 페이지) 이럴 경우 그간 존재자들을 기술적으로 조작하고 지배하면서 자신의 생존과 안락을 꾀했던 행위가 허망한 것이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단순히 안락을 추구하는 존재 이상의 것으로 봄과 동시에 건축 역시 인간에게 안락을 보장하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다.(215 페이지) 하이데거는 인간이 지상에 본래적으로 거주할 경우 건축은 그런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본래적으로 지상에 거주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고 보았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지상은 우리가 본래 거주해야 할 고향으로서의 근원적 세계를 가리킨다. 하이데거는 자신의 철학적 작업이 농부들의 일에 상응한다고 느꼈다. 하이데거는 자신이 뿌리 내리고 있는 대지에 대한 순박하면서도 확고한 신뢰 속에서 사물들을 온몸으로 접하며 그것들과 교감하고 또 그것들로 하여금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발현하게 한다고 여겼다.(230 페이지)
하이데거의 사상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상은 매우 유사하며 메시지 역시 거의 동일하다.(234 페이지) 소로에게 농사는 단순한 생계수단이기보다 사물들을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기 위한 길이었다. 소로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대지에 영혼이 있다고 여겼으며 이 대지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생명이 솟아나는 근원이라 생각했다.(236 페이지)
소로는 자연을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으로 보았을 뿐 아니라 자연 속의 모든 것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결합되어 있다고 생각했다.(237 페이지) 소로가 본 자연은 하이데거가 경이(驚異)라는 기분 속에서 경험하는 자연과 같다.(243 페이지) 소로는 근대과학이 자연 전체와의 교감을 상실하고 지나치게 전문화되는 것을 우려했다.(250 페이지)
하이데거와 소로는 세계와 사물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감응력의 회복을 주창했다.(255 페이지) 하이데거의 사상은 노장사상이나 불교와 같은 동양사상에 근접해 있다. 하이데거는 기술문명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주(主)가 되고 무엇이 종(從)이 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려 했을 뿐이다.(26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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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18-01-14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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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평범한 일상에서 회오리바람처럼 불어오는 격변을 느껴버린 요즘이다. 폭풍은 잠깐 멈추었지만 언제 다시 몰아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이럴 때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고 존재의 근본으로 들어가 사색에 잠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인문서적은 생각을 깊이 끌어당겨준다. 삶이 힘겨울 때야말로 하이데거를 읽을 시간이라는 말에 이끌려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를 담은 이 책《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를 읽어보게 되었다.
프롤로그에 보면 하이데거의 철학은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철학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도 하이데거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는데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하이데거의 글은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절벽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언급한다.
"깊은 겨울 밤 사나운 눈보라가 오두막 주위에 휘몰아치고, 모든 것을 뒤덮을 때야말로 철학을 할 시간이다."
_마르틴 하이데거
이 책의 저자는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분야이며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 비교를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이 책에서 저는 과학기술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한계, 그리고 극복에 대한 하이데거의 사상을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19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궁핍한 시대의 사상가, 하이데거'를 시작으로 1장 '고향상실의 시대', 2장 '과학과 기술에 대한 우상 숭배', 3장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공허한가', 4장 '근본기분이란 무엇인가', 5장 '장미는 이유 없이 존재한다', 6장 '인간은 왜 불안을 느끼는가', 7장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8장 '언어란 무엇인가', 9장 '건축의 본질과 시적 사유', 10장 '자연은 위대한 사원이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시인으로서의 삶을 향해'로 마무리 된다.
하이데거의 사상을 박찬국 교수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가슴 속에 담아본다. 특히 지금처럼 삶이 공허하다고 느낀 적이 없기에 '존재자가 존재한다'는 것에 시선을 집중한다.
하이데거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일찍이 영국 시인 새뮤얼 콜리지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일찍이 사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그 자체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당신 앞의 한 인간이든 아니면 하나의 꽃이든 아니면 한 알의 모래알이든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 It is!'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형태를 갖는지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말이다. (중략) 그러한 경험을 가진 적이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정신을 경외와 경탄으로 사로잡는 어떤 신비의 현존을 느꼈을 것이다. (68쪽)
강의를 듣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어렵다는 선입견은 접어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다보면 문득 '두둥~' 하면서 가슴속을 파고드는 문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이지만, 특히 삶이 짐처럼 느껴질때 접하면 더욱 크게 다가오게 될 하이데거의 철학이다.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담없이 편안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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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2017-10-04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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