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집 - 사람됨의 학문을 세우다 | 한국고전선집
이황 (지은이),이광호 (옮긴이),황상희 (감수)한국고전번역원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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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고전선집. 퇴계 이황이 추구한 학문은 인간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인 도가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도학이다. 도학은 올바른 삶의 길을 알고 실천하는 가운데 자기 삶의 완성을 지향한다. 자기완성을 위한 학문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인 성인을 지향하기에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 즉 성학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퇴계가 만년에 지어 선조에게 바친 <성학십도>는 그러한 의미에서 퇴계 학문의 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목차
한국고전선집을 펴내며
이황은 누구인가
제1장 학문의 길에 들어서다
가재
들판의 연못
마음을 읊다
지산의 달팽이 집
가야산을 바라보며
김일손을 그리워하며 소나무
제2장 벼슬에 나아가다
봄날 고향을 그리며
연말에 고향에서 온 편지
청평산을 지나며
독서당의 매화
고향 가는 김인후를 보내며
일본 사신을 끊지 마소서
새벽녘 계장에 도착하여
진리를 기르는 암자
비가 갠 뒤에 느낌을 적다
한가하게 『무이지』를 읽고서
단양 군수로 나가는 길에
단양 산수에 대한 기록을 남기다
백운동서원 제생들을 위하여
백운동서원을 사액 서원으로 정해 주소서
소백산 유람기
주세붕이 보내 준 시에 답하다
제3장 산수를 벗하며 강학하다
한서암을 짓고
하루를 돌아보며
기꺼운 시골살이
도를 아는 사람이 드물구나
조용한 곳에서 수양해야지
우리나라 유학자의 계통
맑게 갠 아침에
계상서당서 강학을 시작하며
계당에서 흥이 일어
입춘을 맞아
함경도 순변사 이준경에게 내린 교서
조식에게 벼슬을 권하다
학교란 무엇인가
도가 행해지지 않는 이유는
도산서당 지을 터를 얻고서
이이에게 주는 시
이이를 격려하며 경계의 말도 함께하다
의(義)란 일의 마땅함입니다
이산서원 규정
이산서원 기문
제4장 교육과 저술에 힘쓰다
도산기
도산서당
완락재
시습재
뜰의 풀
사단칠정이란 무엇인가
왜 시를 짓는가
이담에게 주는 경계
아홉 서원을 총론하다
「도산십이곡」 발문
그대와 도리를 토론하니
유학의 도통을 노래하다
도산에서 매화에게 묻다
매화를 대신하여 답하다
기대승에게 처세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다
여섯 조목을 아룁니다
사심을 없애야 합니다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시작한다
달밤에 깨어나 매화를 읊다
손자 안도에게
한평생을 읊다
제5장 사람됨의 학문을 세우다
「천명도」로 사람됨의 학문을 열다
주자의 편지는 사람됨에 절실하다
『주역』으로 밝힌 자연의 이법
자신을 성찰하다
선현들의 마음 공부
사람됨의 학문을 총정리하다
『심경』을 신명처럼
『성학십도』를 올리며
제6장 평가
『선조수정실록』에 실린 졸기
이이가 지은 「퇴계 선생 유사」
제자들의 기록
오현을 문묘에 종사하라
이식의 추록
이익의 「백두정간」에 실린 글
안정복의 『이자수어』 서문
정약용의 『도산사숙록』
일본의 요코이 쇼난이 남긴 말
중국의 장리원이 본 퇴계 철학
미국의 마이클 칼턴이 본 『성학십도』
연보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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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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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退溪) 이황(李滉)은 1501년 11월 25일 안동 예안현 온계리에서 진사 이식(李埴)과 박씨 부인의 7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6세에 이웃 노인에게서 ≪천자문(千字文)≫과 ≪동몽선습(童蒙先習)≫, ≪명심보감(明心寶鑑)≫, ≪소학(小學)≫ 등을 배웠고 12세에는 숙부 송재공(松齋公) 이우(李?)에게 ≪논어(論語)≫를 배웠다. 15세에 게[蟹]를 보고 <부석천사자유가(負石穿沙自由家)> 등의 시를 지었고 20세에는 ≪주역(周易)≫을 탐독했다.
21세에 서울로 올라와 성균관에 유학한다. 27세에 경상도 향시에 2위로 합...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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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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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동서철학을 배우고, 민족문화추진회 한학연수과정과 한국고등교육재단 태동고전연구소 한학연수과정을 수료했다. 《주자의 격물치지설에 관한 고찰》로 석사학위를, 《이퇴계 학문론의 체용적 구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학교 철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퇴직했다. 서암학술(SBS) 재단 해외파견교수로 선발되어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방문교수가 되었고, 절강대학교 한국연구소 초빙교수를 지냈다. 태동고전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부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한국동양철학회 회장, 국제퇴계... 더보기
최근작 :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다산학 공부>,<고전 강연 3> … 총 32종 (모두보기)
황상희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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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에서 ‘퇴계의 종교성’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공저로 『21세기 보편영성으로서의 성과 효』, 『효경과 인성』이 있고, 논문으로 「퇴계의 천관」, 「퇴계의 태극관」, 「퇴계의 종교성」, 「퇴계의 상제관과 리도설」, 감수로는 『퇴계집』이 있다.
최근작 :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3.1운동 백주년과 한국 종교개혁> … 총 4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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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퇴계 이황이 추구한 학문은 인간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인 도(道)가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도학(道學)이다. 도학은 올바른 삶의 길을 알고 실천하는 가운데 자기 삶의 완성을 지향한다. 자기완성을 위한 학문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인 성인(聖人)을 지향하기에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 즉 성학(聖學)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퇴계가 만년에 지어 선조에게 바친 『성학십도(聖學十圖)』는 그러한 의미에서 퇴계 학문의 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퇴계 이황(1501~1570)의 글 중에서 그의 학문과 사상의 정수가 담긴 작품을 선별하였다. 퇴계의 생애를 네 시기로 나누어 그의 삶을 조망하고, 사람됨의 학문을 추구한 이황의 학문 세계를 소개하였다.
제1장 학문의 길에 들어서다
이슬 맺힌 아리따운 풀 물가를 두르고 露草夭夭繞水涯
맑게 흐르는 작은 연못 티끌도 없어라 小塘淸活淨無沙
구름 날고 새 지나는 것이야 으레 그렇지만 雲飛鳥過元相管
때때로 지나는 제비 물결 일으킬까 두렵네 只怕時時燕蹴波
-「들판의 연못[野池]」중에서
⇨ 18세이던 1518년에 지은 시이다. 동양의 학문은 대상에 대한 분석적인 이해보다도 주체인 마음에 대한 이해와 수양을 중시하였다. 조선조 유학의 특성이 마음을 중시한 것이라면 이러한 성격은 퇴계의 영향이 크다. 퇴계는 이 시에서 맑은 물을 보면 자신의 마음도 그렇게 맑기를 바라지만 외물에 흔들리기 쉬운 것이 마음이어서 날아가는 제비를 보고도 혹 물결을 일으킬까 두렵다고 읊었다.
제2장 벼슬에 나아가다
내가 이자현이 조정의 부름에 나아가기를 사양한 글을 보니, 그 글에 장자(莊子)의 말을 인용하여, “새로서 새를 길러서 종고(鐘鼓)의 걱정을 면하게 하여 주고, 물고기를 보고 물고기로 인정해서 강해(江海)의 즐거움을 이루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아, 이자현의 이런 흉금을 세속의 헐뜯는 자들이 어찌 그 만 분의 일이나마 엿볼 수 있었겠는가.
-「청평산을 지나며[過淸平山 有感]」중에서
⇨ 42세이던 1542년 8월 퇴계가 강원도 재상어사(災傷御使)로 나가는 길에 청평산을 지나며 지은 시와 시의 서문으로, 청평사에 은거하였던 이자현의 삶을 새롭게 평가한 글이다.
우리나라에도 은둔하여 훌륭한 삶을 살아간 사람이 다수 있지만 세속의 좁은 안목으로 잘못 평가된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자현의 삶과 행적을 보고 퇴계는 그의 고결한 마음을 느끼고 이해하는데 머물지 않고 잘못된 역사 기록을 비판하고 바로잡는다. 올바른 안목과 과단성 있는 용기를 가슴에 지닌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제3장 산수를 벗하며 강학하다
몸이 물러나 어리석은 내 분수에 편안하나 身退安愚分
학문이 퇴보할까 늘그막이 걱정일세 學退憂暮境
비로소 시냇가에 거처를 정하여 溪上始定居
흐르는 물 굽어보며 날마다 성찰하네 臨流日有省
-「하루를 돌아보며[退溪]」중에서
⇨ 벼슬에서 물러나 편안한 마음으로 물가에 살며 성찰하는 모습을 상상하여 보라. 과연 유학을 통하여 성취하려는 학문과 삶의 세계란 어떤 것일까? 주객을 나눈 다음 객관적인 사물 세계를 분석적으로 이해하여 인간의 마음대로 지배하고 응용하고자 하는 현대의 학문과는 그 방법과 목적이 매우 다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4장 교육과 저술에 힘쓰다
새끼 새 날갯짓 익히듯 날마다 명과 성에 힘써서 日事明誠類數飛
시시때때로 거듭 생각하고 실천해야지 重思複踐趁時時
깊은 희열 얻는 건 익히 공부하는 데 달렸으니 得深正在工夫熟
어찌 맛난 요리가 입에 즐거운 정도일까 何啻珍烹悅口頤
-「시습재[時習齋]」중에서
⇨ 도산서당을 지으며 읊은 「도산잡영」의 칠언 절구 18수 가운데 제9수이다. 시습재(時習齋)는 『논어』「학이」의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구절에서 따와 붙인 이름이다.
생명은 왜 태어나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삶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 퇴계에게 물으면 답은 명백하다. 천명을 부여받아 완수함으로써 우주 자연의 창조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역시 타고난 천명인 본성을 온전히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제5장 사람됨의 학문을 세우다
옛 거울이 오랫동안 묻혀 있었기에 古鏡久埋沒
거듭 닦아도 빛이 잘 안 나지만 重磨未易光
밝은 바탕이야 그래도 흐려지지 않는 법이니 本明尙不昧
옛 선현이 밝히는 방법을 남겼다오 往哲有遺方
사람으로 태어나면 노소를 가릴 것 없이 人生無老少
이 일에 힘쓰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네 此事貴自彊
위나라 무공은 아흔다섯 살에 衞公九十五
아름다운 경계의 글을 규장에 새겨 간직했다네 懿戒存圭璋
-「선현들의 마음 공부」중에서
⇨ 사람됨을 위한 학문의 목표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유학에서는 학문을 통하여 사람이 선비로부터 현인으로, 현인에서 성인과 신인(神人)으로까지 변화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변화는 마음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외물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만 중시하고, 주체가 되는 인간의 마음이 무엇이며 마음의 근원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고경중마방』을 읽으며 마음을 닦아 나가다 보면 우주가 무한하듯 인간의 내면세계도 무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6장 평가
인류가 21세기를 눈앞에 두면서 세계 정치가 다원화되고, 경제가 망락(網絡)·일체화되자 도구이성은 팽창하고 가치이성은 위축되어 인류는 엄청난 생태 위기·사회 위기·도덕 위기·정신 위기와 가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 아래서 인류가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이루던 정신적인 가정이 파괴되었으므로 우리는 이를 다시 세워야 한다. 퇴계 심성론의 현대적 출로를 탐구하고 그 현대적 가치를 찾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유익한 계발(啓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장리원이 본 퇴계 철학」중에서
⇨ 이 글은 『퇴계학보』 제106호에 실린 장리원[張立文] 교수의 『퇴계 심성관의 현대적 가치』의 일부분이다. 장 교수는 퇴계의 학문이 중국 대륙에 광범위하게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학자로서 이 글에서도 퇴계 심성 철학의 도덕적 주체 확립 문제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명하며 그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고전선집
한국고전번역원이 우리 고전의 홍보·보급을 위하여 2013년부터 간행한 총서로서, 우리 문집 가운데 역사적, 현대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을 골라 그 인물의 삶과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주제별로 엮고, 작품마다 설명과 감상을 곁들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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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약력을 보면,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평생 주자학을 연구한 최고의 전문가이자 퇴계 관련 저술과 번역을 여러 권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분야 전문가가 번역한 책에 왜 감수가 붙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프로필만 보면, 감수자보다 번역자가 훨씬 내공이 깊어 보이는데..
끄덕끄덕 2018-01-02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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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성리학 : 리(理)와 기(氣)의 형이상학
사단(四端)은 <맹자 孟子>에 나오는 말로,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한다... '단'이란 실마리(緖)란 뜻과 시작(始)이란 뜻,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는 실마리로 해석한다.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실패를 찾듯이 사단을 궁구하다 보면 네 가지를 미루어서 타고난 본성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p42)... 칠정(七情)은 <예기 禮記>에 나오는 것으로,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憎), 욕망(慾) 등을 말한다. 사단이 도덕적인 감정이라면 칠정은 일반적인 감정을 뜻한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43
리(理)는 선진시대에는 옥에 난 무늬, 결 등을 의미하다가 점차로 발전해 개별적 법칙을 의미하고, 나아가서는 법칙을 포괄하는 원리로 확정되었다. 그것이 송대에 들어와서는 마땅히 있어야 할 본래의 모습을 의미하는데, 주로 도덕적인 원리나 법칙을 뜻하게 되었다. 기(氣)는 매우 포괄적인 것으로 처음에는 숨(호흡)을 뜻하다가 점차로 생명으로 발전했다. 생명은 숨과 관련을 맺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송 대 이전에는 기가 중심이고 리는 그에 부속되었는데, 송대 이후에는 리와 기가 함께 논의되고, 리가 중심적인 역할로 바뀌었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45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2 ~ 1571)과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7 ~ 1584)로 대표되는 조선 성리학(性理學)의 입문서다. 조선 성리학의 두 거목들의 사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 퇴계 이황의 심성론(心性論)은 '리기호발(理氣互發)'로 요약되는데, 사단을 리(理)의 발현으로, 칠정을 기(氣)의 발현으로 보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다.
이황은 사단과 칠정을 병행(혹은 대립) 관계로 보았다. 그래서 "사단은 리가 발동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동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사단은 리가 드러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드러난 것이라는 의미다... 이황이 사단과 칠정을 리와 기로 나누어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사단은 순수하고 칠정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에 기인한다. 사단은 도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순선무악한 것이고, 칠정은 감정 일반을 가리키기 때문에 선한 경우도 있고 악한 경우도 있다. 사단은 완전한 것이고, 칠정은 불완전한 것이다. 그래서 이황은 리와 기에 분속시켰던 것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48
반면,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 1527 ~ 1572)과 율곡 이이는 리와 기를 구분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퇴계의 사상과 대립한다. 특히 율곡은 기발이승일도(氣發理昇一道)를 통해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주장하며, 고봉보다 더 큰 대립각을 세운다.
기대승은 사단과 칠정을 서로 무관한 병행관계로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단과 칠정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사단이 칠정의 일부분인 포함관계라는 것이다. 사단이 칠정의 일부분이지만 둘이 서로 평등한 감정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와 기는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상 사물에는 리와 기가 함께 있는 것이지, 리 따로 기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50
이이는 이황을 비판하면서 기대승을 옹호한다. 사단과 칠정의 관계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포함관계라는 것이다. 칠정 가운데 리가 발동한 것이 사단이라고 한다. 이는 절도에 맞는 것이 사단이라는 것이지, 칠정 이외에 달리 사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이는 기대승의 원칙을 고수했다. 사단이나 칠정 모두 기가 발동한 것이라고 하는 원칙을 주장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황의 사단은 리를 주로 한 것이고, 칠정은 기를 주로 한 것이라는 주장도 폐기된다. 사단이나 칠정 모두 기가 발동해 리가 탄 것이 되기 때문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55
현재의 시각에서는 이러한 논쟁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보여질 수도 있지만, 당대에는 리와 기의 문제가 유교의 조선(朝鮮)이 불교의 고려(高麗)를 대신해야하는 명분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를 간단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예송논쟁(禮訟論爭)을 바라봐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황의 '사단 - 리', '칠정 - 기' 라고 하는 도식은 사단과 칠정, 리와 기의 관계 설정에서 나온 것이다. 사단과 칠정을 구분하지 않으면 리와 기를 하나로 보는 것이고, 그것은 기에 대한 리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고려 시기의 불교적인 사고는 기를 중심으로 삼는 마음(心)에 기초한 사고이고, 그 때문에 고려가 망했다는 것이 성리학의 관점이다. 따라서 리를 우위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53
성리학의 국가이념에 대해서 섣부르게 정리하기는 조심스럽기에 이 정도만 옮기도록 하자. 그렇지만, 유교에 형이상학(形而上學)의 개념을 도입한 성리학의 틀 속에서 우리는 보다 폭넓게 사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는 이와 같은 퇴계와 율곡의 사상 차이를 사단과 일반감정과의 관계로 정리한다. 사단이 본성에서 발현된다는 퇴계의 사상과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발현되다는 율곡의 사상 속에서 본유 관념( 本有觀念, innate idea)라는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와 이에 반대하는 경험주의자 존 로크(John Locke, 1632 ~ 1704)의 사상을 떠올린다면 무리한 연상일까.
이황이 사단과 칠정의 분리를 주장한다면 이이는 사단을 칠정이 절도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황과 이이 모두 칠정이 아니라 사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사단이라고 하는 도덕적인 감정이 일반적인 감정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논지가 결정된다... 이황은 사단이 나의 본성에서 발현한다고 주장하고, 이이는 외적인 대상에 대해 나의 마음이 발현한다고 주장한다. 전자는 내적인 발동을, 후자는 외적인 발동을 주장한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61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는 리에 대한 퇴계와 율곡의 사상을 비교한다. 퇴계 사상에서는 리를 천(天, 하늘)의 위치까지 높이는데, 이는 '너의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하라'는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의 <실천이성비판>과 도덕이 필연적으로 종교에 이른다는 <이성의 한계안에서의 종교>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율곡의 리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부동의 동자(unmoved mover)와 비교한다면 어떨까.
이황은 리의 자발성이 있다고 하고, 이이는 리의 자발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리의 운동성 여부가 두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p63)... 리의 발동이 창조적인 힘이고 그것은 인간의 자율적인 도덕 실천과 연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의 창조적 성격을 강조하다 보면 리의 종교적 성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황의 리동설은 때로는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황은 리를 천의 지위에까지 높이고 있다. 리는 절대적 존재로서 사물에 명령하는 주체이고, 사물의 명령을 받지 않는 주재적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리의 자발적인 운동은 인간 개체의 적극적인 자기 수양을 통한 리의 실현에 논점이 있지, 리가 신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66
개인의 수신원리로부터 시작하여 국가의 통치이념에 이르는 방대한 철학체계를 구축한 조선 성리학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큰 줄기를 잡고 간다면 어느 정도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페이퍼에서 소개한 서양철학자들의 사상이 완벽하게 퇴계와 율곡의 사상과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비교해서 본다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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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10-04 공감 (4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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