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민 수녀 “일본, 악행은 악신 탓이라 믿으며 과거사 책임 회피”
한국일보 원문
입력2020.04.13
10일 서울 성북동 가톨릭 씨튼연구원에서 만난 원장 최현민 수녀는
입력2020.04.13
10일 서울 성북동 가톨릭 씨튼연구원에서 만난 원장 최현민 수녀는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까지 판단을 보류하는 게 종교 현상학의 방법론”이라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면 일본을 올바로 이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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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알려면 일본 종교를, 무엇보다 신도(神道)부터 알아야 해요.” 일본인에게 신도란, 이런저런 종교가 아니어서다. 일본의 불교, 일본의 기독교를 알기 위해서도 신도를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의 정서와 뼛속에 너무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초(超)종교’나 ‘생활 습속’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동 씨튼연구원에서 마주한 최현민(61) 원장의 설명이다. 씨튼연구원은 종교 간 대화를 이끄는 천주교계 연구원으로 최 원장은 최근 ‘일본 종교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자유문고)를 내놨다.
신도의 가장 큰 특성은 ‘흐릿한 선악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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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알려면 일본 종교를, 무엇보다 신도(神道)부터 알아야 해요.” 일본인에게 신도란, 이런저런 종교가 아니어서다. 일본의 불교, 일본의 기독교를 알기 위해서도 신도를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의 정서와 뼛속에 너무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초(超)종교’나 ‘생활 습속’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동 씨튼연구원에서 마주한 최현민(61) 원장의 설명이다. 씨튼연구원은 종교 간 대화를 이끄는 천주교계 연구원으로 최 원장은 최근 ‘일본 종교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자유문고)를 내놨다.
신도의 가장 큰 특성은 ‘흐릿한 선악관’이다.
일본은 한국만큼 윤리적 도덕적 책임 문제에 덜 민감하다.
신도의 인식 체계 내에서 악이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생명력이 다하거나 오염됐을 때 발생하는, 하나의 현상이다.
선으로 다시 회복될 여지가 있다.
일본 축제 ‘마츠리’가 사실상 정화 의식이고, 일본인들이 마츠리에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더러워지는 것 자체도 자기 책임이 아니다. “신도에서는 신(神)을 ‘가미’라 부르는데, 그 중에는 ‘악신(惡神)’도 있어요. 내 안에 들어온 악신이 나를 움직여 나쁜 행동을 하게 했다고 일본인들은 생각합니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죠.”
결정적으로 더러워지는 것 자체도 자기 책임이 아니다. “신도에서는 신(神)을 ‘가미’라 부르는데, 그 중에는 ‘악신(惡神)’도 있어요. 내 안에 들어온 악신이 나를 움직여 나쁜 행동을 하게 했다고 일본인들은 생각합니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죠.”
일본이 과거사 책임 문제를 회피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10일 본보와 인터뷰 중인 최현민 수녀.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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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동북아 3국 불화의 씨앗인 ‘야스쿠니(靖國) 참배’ 문제 또한 그런 맥락 아래 있다.
10일 본보와 인터뷰 중인 최현민 수녀.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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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동북아 3국 불화의 씨앗인 ‘야스쿠니(靖國) 참배’ 문제 또한 그런 맥락 아래 있다.
“일본인들은 원한을 품은 영혼, 즉 원령(怨靈)이 산 사람을 해코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 그들을 달래줘야 한다고 믿어요.
원초적 믿음 같은 것이어서, 그 부분을 이해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어쩌다 일본은 고대 토착 신앙의 절대적 영향 아래 놓이게 됐을까. 최 원장은 일본의 역사와 관련된 문제라 봤다. “지금 일본인은 천황을 현인신(現人神)으로 인식합니다. 신화와 역사를 결합해 국민을 만들어 내려 했던 메이지(明治) 정부의 기획이 주효한 거지요.”
어쩌다 일본은 고대 토착 신앙의 절대적 영향 아래 놓이게 됐을까. 최 원장은 일본의 역사와 관련된 문제라 봤다. “지금 일본인은 천황을 현인신(現人神)으로 인식합니다. 신화와 역사를 결합해 국민을 만들어 내려 했던 메이지(明治) 정부의 기획이 주효한 거지요.”
단군신화를 상징성 강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천황가 신화인 기키(記紀) 신화를 사실 그 자체로 여긴다.
이런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일본 종교에는 ‘초월성’이 아주 부족하다. 일본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그 때문이다. 일본이 불교나마 받아들인 건 ‘장의(葬儀) 불교’ 형태로 현세 중심인 신도의 내세 공백을 기능적으로 메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장단점이 따른다. 가령 신도적 믿음은 팔로어십(지도자 추종)에 유용하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는 데는 아주 유용한 측면이 있다.
이런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일본 종교에는 ‘초월성’이 아주 부족하다. 일본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그 때문이다. 일본이 불교나마 받아들인 건 ‘장의(葬儀) 불교’ 형태로 현세 중심인 신도의 내세 공백을 기능적으로 메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장단점이 따른다. 가령 신도적 믿음은 팔로어십(지도자 추종)에 유용하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는 데는 아주 유용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위기 국면에서 한국이 주목 받은 게 투명성이잖아요. 머뭇거리고 감추려 하는 아베 신조 정부의 리더십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리더십만 잘 작동하면 일본도 위기를 극복해낼 겁니다. 우리와 연결돼 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녀와의 대화치곤 독특하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녀와의 대화치곤 독특하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다.
최 원장은 원래 생명과학도였다. 생화학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마쳤다.
하지만 세부적 과학 지식은 ‘숲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회의감으로 발전했다.
공부 대신 수도의 길을 택했다.
전임 씨튼연구원장 김승혜 수녀가 최 원장을 다시 공부의 길로 이끌었다. 일본 난잔(南山)대 종교문화연구소와 교류하면서 최 원장은 일본 불교에 이끌렸다. 종교학 석사, 박사 논문 모두 불교에 대해 썼다. 2000년대 중반 서강대에서 ‘일본 종교’ 과목을 맡으면서 일본 종교 전체를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 성과를 모아 낸 게 이번 책이다.
종교 간 대화를 하면서 ‘평화’라는 화두를 쥐게 됐다. 동북아 평화는 그 시작점이다.
전임 씨튼연구원장 김승혜 수녀가 최 원장을 다시 공부의 길로 이끌었다. 일본 난잔(南山)대 종교문화연구소와 교류하면서 최 원장은 일본 불교에 이끌렸다. 종교학 석사, 박사 논문 모두 불교에 대해 썼다. 2000년대 중반 서강대에서 ‘일본 종교’ 과목을 맡으면서 일본 종교 전체를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 성과를 모아 낸 게 이번 책이다.
종교 간 대화를 하면서 ‘평화’라는 화두를 쥐게 됐다. 동북아 평화는 그 시작점이다.
“한일 관계가 계속 꼬여 온 건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가 선입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조금이나마 관계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종교는 아주 좋은 실마리다. 종교는 사람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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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종교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
최현민 (지은이)
자유문고2020-03-12
424쪽
책소개
일본의 문화와 일본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일본인의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해온 일본 종교를 아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을 이해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를 ‘종교’로 보고, 일본 주요 종교의 역사와 전개, 특성, 그리고 그것들이 일본인의 삶과 문화 속에 어떻게 투영되어 있는지 등을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특히 일본 특유의 민속종교인 신도, 외래종교(불교, 기독교, 유교)들의 전래와 전개, 천황제의 발생과 신도와의 관계, 신흥종교들의 태동 등을 살펴보는 일은 일본에 대한 이해를 폭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흥미롭기까지 하다.
목차
머리말·5
제1장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특성·13
1. 집단주의 13
2. 일본 종교문화의 중층성과 상대성 20
3. 일본의 기리(義理)와 기무(義務) 23
제2장 일본인의 무종교성·27
1. 생활종교 28
2. 장의불교 31
3. 현세주의와 우키요(浮世)적 삶의 태도 33
4. 평범 지향과 일상주의 36
5. 결론 38
제3장 신도神道·41
1. 신도의 정의 42
2. 가미 신앙 45
3. 신도의례–마츠리 50
4. 신사 61
5. 기키 신화로서의 신도–신화냐 역사냐 68
6. 결론 81
제4장 신불습합·85
1. 일본의 신불습합 88
2. 신불습합 과정 110
3. 본지수적本地垂迹 118
4. 반본지수적설 126
5. 결론 142
제5장 불교의 일본화·145
1. 시대적 배경 145
2. 호넨의 정토종 155
3. 신란의 정토진종 161
4. 잇펜의 시종時宗 170
5. 에이사이의 일본 임제종 180
6. 도겐의 조동종 184
7. 니치렌의 니치렌종 203
8. 결론 210
제6장 근세 불교·215
1. 근세 불교의 역사적 배경 215
2. 무로마치 불교 222
3. 에도 불교 228
제7장 근대 일본 천황제와 그리스도교·239
1. 천황제와 국가 신도 241
2. 신불분리(폐불훼석) 245
3. 국체 249
4. <교육칙어> 254
5. 일본 그리스도교 256
6. 결론 285
제8장 유교는 일본에서 어떻게 변형되었는가?·287
1. 에도 시대의 주자학 288
2. 고학古學 297
3. 일본 주자학과 근대화의 관계 306
4. 실학과 조선의 근대화 311
5. 조선의 근대화와 유학의 상관관계 315
6. 국학 320
7. 결론 325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본의 문화와 일본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일본인의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해온 일본 종교를 아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을 이해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를 ‘종교’로 보고, 일본 주요 종교의 역사와 전개, 특성, 그리고 그것들이 일본인의 삶과 문화 속에 어떻게 투영되어 있는지 등을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특히 일본 특유의 민속종교인 신도, 외래종교(불교, 기독교, 유교)들의 전래와 전개, 천황제의 발생과 신도와의 관계, 신흥종교들의 태동 등을 살펴보는 일은 일본에 대한 이해를 폭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흥미롭기까지 하다.
1.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일본! 이해하기 힘든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행동!
대체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이런 일본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한?중?일 삼국은 동아시아 지역공동체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삼국의 평화적 공존이 절대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일본 ‘종교’를 통해 일본인과 일본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종교는 인간의 가장 깊은 심층을 다루기에 그 종교가 숨 쉬고 있는 문화의 중심적 가치와 결코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신도神道라는 토착신앙에서 기인한 독특한 종교문화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뿐 아니라 정치, 문화 등 많은 방면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정서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양 민족이 지닌 종교적 양상에서 오는 차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2.
이 책의 요지와 특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먼저 일본 문화와 일본 종교의 특성으로 집단주의, 종교의 중층성, 무종교성, 상대주의에 대해 살펴보는데, 그 근저에는 현세주의적이고 우키요(浮世)적인 삶의 태도가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일본의 민속종교인 신도에 대해 살펴보는데, 일본에 유입된 많은 외래종교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신도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신도가 종교라기보다 일본인의 생활관습이고 국민정신으로서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일본 종교의 특징인 신불습합神佛習合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데, 정책상의 신불분리에도 불구하고 신불神佛의식이 일본인의 정신과 일상 속에서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외래종교인 불교의 일본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것은 가마쿠라 시대에 본격적으로 일어났는데, 이 시기에 말법사상이 성행하면서 염불사상이 크게 성행하였다. 여기엔 호넨의 정토종을 비롯하여 신란의 정토진종, 잇펜의 시종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에이사이의 임제종과 도겐에 의해 본각사상에 의거한 조동종이 일어나 현세적인 일본 선종을 형성했으며, 니치렌은 법화사상을 일본식으로 변용하여 니치렌종을 일으킨다. 이들 종파는 모두 일본적인 문화풍토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일본에 전래된 그리스도교는 오다 노부나가 때까지만 해도 교세를 넓혀갔으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 치하에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숨어 지내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특히 그리스도교가 일본에 전래되어 성장했다가 잦아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어서 일본 근대가 시작되는 메이지 유신 이후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천황제와 일본 종교의 관계를 다룬다. 특히 일본의 전통 속에 이어져온 신도를 국가 차원에서 천황제와 결합한 국가 신도의 형성, 그 과정에서 나타난 신불분리 정책과 국체 개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조선으로부터 전해진 주자학이 일본 신도와 결합하여 일본 특유의 국학國學과 고학古學으로 변용되는 과정, 그리고 일본 주자학의 해체와 근대화와의 관계를 다루며, 아울러 조선의 실학과 근대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리고 따로 한 장을 마련하여 일본 그리스도교가 왜 일본에서 뿌리 내리지 못하고 박해받았는가를 엔도 슈사쿠의 작품들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종교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인 신(흥)종교의 발생 배경과 전개 양상, 그리고 문제점들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으며, 아울러 한국 신종교와도 비교하고 있다.
3.
이처럼 이 책은 일본 종교라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우리에게 낯선, 일본인의 독특한 심성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했다. 동아시아라는 지역공동체 속에서 일본인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일본 종교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고자 하는 작업은 단순히 그들을 이해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일 간의 평화 정착과 동아시아의 평화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되며, 더 나아가 우리 자신과 한국의 종교와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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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종교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구매
드루이드지망생 2022-05-09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