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7

선종과 교종에 대하여

호근모르(HOGNMOR)


hognmor 2019. 1. 19. 22:44

선종(禪宗)은 직관적인 종교체험으로 선()을 중시하는 불교 종파입니다. 석가가 영산 설법에서 말이 아닌 마음으로 불교의 진수(眞髓)를 전했다는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심전심, 불립문자를 종지로 삼습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이나 글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것이고불립문자(不立文字)는 문자로는 세울 수 없다는 것으로 참된 진리는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으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며 체험을 중요시한 것입니다.


송나라 때 보제가 지은 『오등회원』에는 선종의 핵심이 잘 나와 있습니다. 바로 ‘염화미소’(拈華微笑)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죠.

어느 날 석가가 제자들을 영취산에 모아놓고 설법을 했다.
그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석가가 손가락으로 연꽃 한 송이를 말없이 집어들고 [拈華; 염화] 약간 비틀어 보였다.
제자들은 세존의 그 행동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웃었다[微笑; 미소].
석가는 빙그레 웃으며 가섭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정법안장과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법문, 불립문자, 교외별전이 있다. 이것을 너에게 주마.”
이렇게 하여 불교의 진수는 가섭에게 전해졌다.
 

이미 내 마음속에 부처가 있다

이러한 정신은 650년쯤 선종을 중국에 전한 달마(達磨)에게서 이미 나타났습니다. 달마대사는 잘 아시죠? 눈이 크고 배가 불룩하며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는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달마대사가 왕과 만났습니다.
 
내 눈에는 거지가 보입니다.
달마대사내 눈에는 부처가 보입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이미 내 마음속에 부처가 있다는 것입니다본래 완성된 부처라는 것을 직관해야 한다는 돈오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돈오(頓悟)란 대승불교에서 깊고 묘한 진리를 조금씩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돈오점수, ‘돈오’ 한 뒤 점진적 수행이 필요하다


달마의 사상을 계승한 선종의 5대 조사인 홍인(弘忍)은 법을 전수할 때가 되자, 제자들에게 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인 게송(偈頌)을 지어 올리라고 했습니다. 당시 홍인의 문하에는 수행자가 700여 명에달했는데 그중 수제자인 신수(神秀)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올렸습니다.
     
몸은 본래 보리수이고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으니 수시로 부지런히 닦아 먼지가 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음은 대상세계를 비추는 밝은 거울과 같으니 먼지가 끼지 않도록 때때로 닦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수의 돈오점수(頓悟漸修) 사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돈오점수란 문득 깨달음에 이르는 경지즉 돈오에 이른 후에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단계가 따라야 한다는 말이죠고려시대 지눌스님도 돈오점수의 영향을 받아 이를 우리나라 선종에 정착시킵니다. 돈오점수를 쉽게 비유한 말이 있습니다. 연못의 얼음이 모두 물인 줄을 알았으나(돈오), 따뜻한 기운으로 이를 녹여나가야(점수)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가난한 나무꾼 출신인 제자 혜능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습니다.

보리는 원래 나무가 아니고 밝은 거울 또한 실체가 없다네본래 하나의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끼겠는가.


돈오돈수, 내 마음속에 이미 있다


누가 6대조사가 되었을까요바로 혜능이었습니다신수와 혜능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요?
신수가 돈오점수라는 말로 깨달은 후 점진적 수행을 강조했다면혜능은 돈오돈수(頓悟頓修), 즉 그 마음만 깨닫는다면 단번에 깨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본래 하나의 물건도 없다는 말은 다른 말로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도 하는데즉 내 마음속에 이미 부처가 있기 때문에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부처를 발견하게 되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부처가 된다는 뜻입니다.
5대조인 홍인은 혜능에게 금강경을 설해주고 비밀리에 법과 가사를 전수해 6대조사로 삼은 다음사람들의 해침을 피해 남쪽으로 가기를 권했다고 합니다혜능은 676년 남쪽으로 가서 교화를 펴다가 조계산에 들어가 정혜불이(定慧不二)를 설했습니다정혜불이란 마음의 안정과 지혜의 활발한 작용은 둘로 구분될 수 없는 하나라는 것이죠이것은 좌선(坐禪)보다 견성(見性)을 중시했으며점차로 마음을 닦아 깨칠 것을 가르치는 동문선배 신수의 북종선(北宗禪)에 대립하는 것입니다또한 각자가 본래 갖춘 부처성품을 단박에 보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부처가 되도록 가르치는 남종선(南宗禪)의 가르침인 것이죠그래서 달마대사 이래로 비밀스럽게 전수되던 선()이 중국 전역의 서민층에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삼장법사와 교종

교종은 손오공과 날아라 슈퍼보드에 나오는 삼장법사가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원래 현장스님인 그가 삼장법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경(), (), ()의 모든 불교경전에 정통했기 때문입니다그는 인도에 유학했으며, 산스크리트어로 된 막대한 양의 불교경전을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와 번역함으로써 중국 교종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교종에 따르면깨닫기 위해서는 부처가 남겨준 교리와 경전을 하나하나 공부해야 합니다즉 부분적 지식의 축적으로 전체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으며점차 깨달아 부처가 되어 완성되자는 점오점수(漸悟漸修)의 사상이 나온다고 볼 수 있지요.

선종은 책과 씨름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내 마음속의 부처를 발견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통일신라 하대의 지방호족고려시대의 무신정권에 영향을 줍니다. 반면에 교종은 공부를 해야 하니 책도 사야 하고 배우기도 해야 할 텐데 이런 사람은 당시 귀족밖에 없겠죠? 그래서 교종은 통일신라 시대에는 성골이나 진골 등의 귀족고려시대에는 문벌귀족과 결합하게 됩니다
 

이 포스트는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에서 발췌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