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미래 향한 ‘녹색평론’만의 역할, 계속 이어나간다 - 경향신문
지구의 미래 향한 ‘녹색평론’만의 역할, 계속 이어나간다
2020.09.10 22:18 입력
배문규 기자
김정현 편집장 “아버지 김종철 선생의 29년 발자취 구심점 삼을 것”
지구의 미래 향한 ‘녹색평론’만의 역할, 계속 이어나간다
2020.09.10 22:18 입력
배문규 기자
김정현 편집장 “아버지 김종철 선생의 29년 발자취 구심점 삼을 것”
김종철 발행인 추모 특집호로 꾸며진 ‘녹색평론’ 174호.
“지구라는 유한체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최선의 지혜와 정신적 능력을 발굴하고 결집하는 일은 독립적인 인문잡지 <녹색평론>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다. 29년간 173권의 책에 남겨두신 선생의 자취를 사상적 구심점으로 삼아 삶의 돌파구를 찾는 작업을 이어나가자는 결심을 했다.”
김종철 발행인 타계 후 지속 발간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녹색평론’이 책을 이어간다. 김정현 녹색평론 신임 발행인 겸 편집장은 지난 1일 통화하면서 “녹색평론이 ‘공기(公器)’를 지향하며 역사적·사회적 역할을 해왔기에 사사로운 사정이나 감정으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도달했다”면서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발행인은 지난 6월25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1991년 11월 창간호부터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이어져온 녹색평론은 ‘사실상의 1인 매체’라는 평을 들었을 만큼, 김 발행인의 역할이 독보적이었기에 잡지의 향방을 두고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녹색평론 편집실로서도 “미흡한 대로 지면을 흉하지 않게 메울 수는” 있겠지만, “계속해서 잡지를 발간하겠다는 욕심이 미련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김 발행인의 딸인 김정현 편집장은 잡지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면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고 물었던 29년 전 창간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기후위기 위협이 심화된 오늘날 녹색평론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메시지를 요구하고 반기는 독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김 편집장은 “최근 몇년간 독자들의 반응이 줄어들고 특히 여러 해 구독해온 독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져 세상의 변화를 체감했다”면서도 “최근 이어진 독자들의 많은 응원과 격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손을 잡아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내년 가을이면 녹색평론 창간 30주년을 맞는다. 김 편집장은 “갑작스럽게 이어받게 돼 30주년까지는 기존의 지향과 형식을 이어가고, 그 이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74호는 김종철 추모 특집호로 꾸며졌다. 김 발행인이 펼친 29년 동안의 작업과 활동을 돌아보고 2020년 한국 사회를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특별좌담으로 시작해 김 발행인에 대한 추모, 평가의 글을 담았다. 표지에는 ‘코로나 환란’에 대한 김 발행인의 172호 권두언이 담겼다.
“내 목소리부터 낮춰야 새들의 노래도, 벌레들의 소리도 들린다. 그래야만 풀들의 웃음과 울음도 들리고, 세상이 진실로 풍요로워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끊임없이 갉아먹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지구라는 유한체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최선의 지혜와 정신적 능력을 발굴하고 결집하는 일은 독립적인 인문잡지 <녹색평론>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다. 29년간 173권의 책에 남겨두신 선생의 자취를 사상적 구심점으로 삼아 삶의 돌파구를 찾는 작업을 이어나가자는 결심을 했다.”
김종철 발행인 타계 후 지속 발간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녹색평론’이 책을 이어간다. 김정현 녹색평론 신임 발행인 겸 편집장은 지난 1일 통화하면서 “녹색평론이 ‘공기(公器)’를 지향하며 역사적·사회적 역할을 해왔기에 사사로운 사정이나 감정으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도달했다”면서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발행인은 지난 6월25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1991년 11월 창간호부터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이어져온 녹색평론은 ‘사실상의 1인 매체’라는 평을 들었을 만큼, 김 발행인의 역할이 독보적이었기에 잡지의 향방을 두고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녹색평론 편집실로서도 “미흡한 대로 지면을 흉하지 않게 메울 수는” 있겠지만, “계속해서 잡지를 발간하겠다는 욕심이 미련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김 발행인의 딸인 김정현 편집장은 잡지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면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고 물었던 29년 전 창간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기후위기 위협이 심화된 오늘날 녹색평론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메시지를 요구하고 반기는 독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김 편집장은 “최근 몇년간 독자들의 반응이 줄어들고 특히 여러 해 구독해온 독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져 세상의 변화를 체감했다”면서도 “최근 이어진 독자들의 많은 응원과 격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손을 잡아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내년 가을이면 녹색평론 창간 30주년을 맞는다. 김 편집장은 “갑작스럽게 이어받게 돼 30주년까지는 기존의 지향과 형식을 이어가고, 그 이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74호는 김종철 추모 특집호로 꾸며졌다. 김 발행인이 펼친 29년 동안의 작업과 활동을 돌아보고 2020년 한국 사회를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특별좌담으로 시작해 김 발행인에 대한 추모, 평가의 글을 담았다. 표지에는 ‘코로나 환란’에 대한 김 발행인의 172호 권두언이 담겼다.
“내 목소리부터 낮춰야 새들의 노래도, 벌레들의 소리도 들린다. 그래야만 풀들의 웃음과 울음도 들리고, 세상이 진실로 풍요로워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끊임없이 갉아먹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