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7

알라딘: 한낮의 우울 The Noonday Demon

알라딘: 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 (지은이),민승남 (옮긴이)
민음사2004-06-15
원제 : The Noonday Demon (2001년)

Sales Point : 3,852 
 9.5 100자평(16)리뷰(27)
양장본722쪽

책소개

날이 갈수록 환자의 숫자가 늘고 있으며, 사망원인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책이다. 실제 우울증을 겪었던 작가가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통해 집요하게 추적한 '멜랑콜리'의 실체를 담았다.

저자 솔로몬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우울함에 대한 연구는 이미 이루어졌고 남은 것은 종합이라 말하며
 '이 책의 첫번째 목적은 공감이며, 두번째 목적은 질서'라 밝힌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 약물에서부터 명상에 이르는 치료 방식, 자살, 약물중독, 불안, 유전자, 스트레스와 우울증과의 관계, 우울증이 야기하는 인간관계와 성격의 변화 등 우울증에 관한 실로 다양한 가설과 이론들을 모아두었다.

먼저 저자 자신이 겪었던 우울증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해 타인의 유사한 우울증, 타인의 색다른 우울증, 전혀 다른 환경의 우울증 등을 순서에 따라 접근한다. 본문만 65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목차
이 책의 주제와 범위에 관하여

1. 슬픔과 우울
2. 정신의 몰락
3. 치료
4. 또 다른 접근
5. 환자들
6. 중독
7. 자살
8. 역사
9. 가난
10. 정치
11. 진화
12. 희망

참고 문헌

책속에서

우울은 사랑이 지닌 결함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절망할 줄 아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울은 그 절망의 심리기제이다. 우리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자아를 변질시키고, 마침내는 애정을 주고받는 능력까지 소멸시킨다. 우울증은 우리의 내면이 홀로임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것은 타인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과의 평화를 유지하는 능력까지도 파괴한다. 사랑은, 우울증을 예방하진 못하지만 마음의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가 되어 마음을 보호해 준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는 우리가 더 쉽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이런 보호 기능을 되살려 줄 수 있으며 그래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신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며, 이런 열정들은 우울증의 반대인 활기 찬 목적의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사랑은 이따금 우리를 저버리며 우리도 사랑을 저버린다. 우울증에 빠지면 모든 활동, 모든 감정, 더 나아가 인생 자체의 무의미함이 자명해진다. 이 사랑 없는 상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감정은 무의미함이다.-p.23쪽  접기 - 동동비르
<한낮의 우울>
P201 ˝연민이 아니라 수고가 치료법이다. 수고는 뿌리 깊은 슬픔의 유일한 근본적 치료법이다.˝ - 샬로트 브론테
P203 ˝어떤 병에 대한 처방이 여러 가지라면 그 병은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다.˝ - 안톤 체호프 - AgalmA
<한낮의 우울>
P242 ˝내가 목발을 짚고 있었다면 가족들이 춤추러 가자고 하지 않겠죠.˝ 가족들이 기분 전환을 시켜 주겠다고 자꾸 나가자고 졸라서 못 견디겠다는 한 여성의 말이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고통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밀로 간직한 채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보이지 않는 ... 더보기 - AgalmA
우울은 사랑이 지닌 결함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절망할 줄 아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울은 그 절망의 심리 기제이다. - 모찌모찌
우울증은 우리의 내면이 홀로임응 드러내는 것이며, 그것은 타인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과의 평화를 유지하는 능력까지도 파괴한다. - 모찌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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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우울증을 다양한 인지 단계별로 다루었다. 놀랍도록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저자 자신의 악몽뿐 아니라 우울증이 갖는 생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면도 날카롭게 분석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책이다. - 윌리엄 스타이런 (<보이는 어둠>의 저자) - 윌리엄 스타이런 (소설가) 
우울에 대한 모든 것, 우울증의 특징, 사회, 문화, 역사, 치료와 전망을 조리있게 잘 엮었다.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를 지적 호기심과 잘 섞어낸 점이 훌륭하다. - 해럴드 블룸 (뉴욕대학교 영문과 교수) - 해럴드 블룸 (문학비평가, 예일대학교 석좌교수) 
미봉책 - 정희진 (여성학 박사,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김형경 (소설가) 
 - 소중한 경험 (사람풍경 刊)


저자 및 역자소개
앤드류 솔로몬 (Andrew Solomon) (지은이)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소설가. 뉴욕에서 태어나 예일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학교 지저스칼리지에서 영문학 석사 및 애착이론으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예일, 하버드, 브라운 대학교 등에서 우울증에 대해 강의했고,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임상심리학과 교수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뉴요커》, 《뉴스위크》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으며, PEN아메리칸센터 회장을 지냈고, 셰익스피어 프로젝트, 세계문화유산기금 위원회 등 예술과 인문학 분야에서도 활동했다.
『한낮의 우울』2001은 ‘내셔널 북 어워드’를 포함하여 NDMDA(미국 우울증 및 조울증 학회)의 ‘프리즘 어워드’, 영국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마인드북’ 등 10여 개의 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최종심에도 올랐다. 이 책은 출간 1년 만에 25만여 권이 팔렸고 24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미국도서관협회와 《뉴욕 타임스》의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타임》의 ‘최근 10년간 출간된 베스트 100권’ 등에 선정되었다. “흥미로운 줄거리와 깊이 있는 무게를 모두 갖춘 지적인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20년간 우울증 분야에서 최고의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부모와 다른 아이들』2012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비롯하여 서른 개의 상을 받았다. 자전적인 소설 『스톤 보트(A Stone Boat)』1994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였고, 러시아 예술가들을 연구한 『글라스노스트 시대의 소비에트 예술가들(The Irony Tower)』1991을 출간하여 정부에서 러시아 문제 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접기
최근작 : <한낮의 우울>,<경험 수집가의 여행>,<부모와 다른 아이들 2> … 총 65종 (모두보기)


민승남 (옮긴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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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 시집 『천 개의 아침』, 산문집 『완벽한 날들』 『휘파람 부는 사람』 『긴 호흡』을 옮겼다. 제15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최근작 :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3>,<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2> … 총 112종 (모두보기)

비오는 일요일 오후 
작은책방 2020-04-21조회수 (515)공감 (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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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5-14 공감 (15) 댓글 (8)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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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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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TED에서 유명한 저자. 이 책을 읽기 전 저자의 TED강의를 들어보면 얼마나 긴 노력과 열정으로 이 책을 썼는지 알 수 있을 듯. 번역되었음에도 글이 아름답다. 인간의 한 감정에 대한 논문을 읽은 느낌이 든다.  구매
Kastalien 2015-04-23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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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이 책에 대한 칭찬이 많은 지 알겠다. 우울에 대해 진심어리지만 이성의 끈도 놓지 않고 말하는 보고서.  구매
yuforest 2016-12-29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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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솔로몬의 책이라는 것 자체가 구매욕을 불러왔는데, 막막해질 정도로 두껍다는 게 유일한 단점(?). 한 줄 한 줄 차근히 읽어가면 ‘우울’에 대한 이면이 보인다.  구매
곰둥 2017-12-1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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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우울함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로 고른 책  구매
TexTan 2007-12-28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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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곧 나온다면서요 빨리 내주세요. 현기증나요.  구매
null 2021-03-18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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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마이리뷰] 한낮의 우울

2학년 때였다. 화창한 봄이었고, 원했던 학교에 원했던 학과 마음 맞는 친구들과 선배들 등 학교 생활에서 내가 불행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3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날 따라 수업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마음에 드는 옷도 입었고, 화장도 괜찮게 했고, 수업준비도 모두 마친 상태였다. 한 번쯤 수업 펑크 내는 게 뭐 어떻겠어, 하고 발길을 돌린 것은 집 근처 지하 만화방이었다. 거기서 해가 저물 때까지 만화를 읽었다. 그 다음 날도 학교로 가지 않고 학교 갈 준비를 해서 나온 후 만화방으로 갔다. 하루쯤 어떻겠어, 또 하루쯤 어떻겠어.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학교에 출석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 알게 된 것은 교수님의 전화였다. 무슨 사정인지는 묻지 않겠다. 그냥 **에 관한 리포트만 제출해라. 그러면 성적을 주겠다. 나는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았다. 교수님은 계속 전화를 했고, 거기엔 정말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전화를 무시했고 끝까지 리포트를 쓰지 않았다.

그땐 몰랐다. 우울증이란 말이 있는지도, 이것이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인지도 몰랐고, 그렇게 한 학기를 날리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지독한 자기혐오뿐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내가 만약 이 병에 대해 알았다면, 그것이 지금까지 따라다니는 고질병으로, 치료와 인내로 함께 지낼 수 있는 친구같은 병인 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앤드류 솔로몬은 학벌 좋은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다. 그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의 서문을 통해서였다. 그때는 이 사람이 심리학자쯤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설가라, 전문가가 쓰지 않은 우울증에 관한 책이 과연 괜찮은 책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읽고난 지금은? 이제 더 이상 우울증에 관한 책은 읽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이 한 권이면 모든 것이 충분하고, 새로운 연구에 관한 것이 아닌 이상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복습하고 되새기기만 해도 나에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울증의 증상과 현재 연구되고 실행되고 있는 치료방법, 역사, 우울증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점과 우울증과 관계된 사회의 여러 가지 측면-가난, 정치 등-을 다룬다. 그런데 다른 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런 지식들을 다루면서 자신과 지인들의 드라마를 함께 엮었다는 것이다. 

책의 기둥은 작가 본인의 서사다. 어떻게 우울증이 왔고, 어떤 증상을 겪었으며, 어떻게 치료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본인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한다. 이 정도로 자신을 열어 보여주려면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걸까. 

작품 속에 자신을 솔직하게 열어 놓기로는 김수영 시인 만한 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도 이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기둥에 가지를 꽂았는데 그 가지가 바로 우울증에 관한 객관적인 지식이다-증상, 정신과 물질로 나눌 수 있는 치료법과 통합, 유전, 역사, 현재의 연구상황 등. 그리고 그 가지에 다시 작은 열매들을 달았는데 그것은 지인들의 이야기로, 주로 우울증 치료와 극복에 관한 서사이다. 이런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는 우울증에 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작가와 친밀한 관계를 이루게 된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는 한꺼번에 다 털어놓지 않고 독서가 진행되면서 맺게 되는 독자와의 친밀도를 감안하여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를 테면 초반에 자신의 우울증이 발현하게 된 표면적 원인이 된 어머니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한참 뒤에 그 죽음 이면에 있는 더 깊은 이야기와 체험담을 털어놓는 식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하기 방법은 굉장한 전달력을 지닌다. 나는 작가가 소설가이기에 이런 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총 12장으로 되어 있고, 가장 인상적인 장은 9장 ‘가난’이었다. 우울증은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병이다. 가난이란 환경은 우울증 발현의 최적 조건이고, 의사도 상담사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읽은 우울증에 관한 어떤 책에서도 언급이 없었다. 의사나 상담사가 치료비를 마련해줄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장에서는 대담하게 우울증과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직면해야 하지만 직면해오지 않은 사실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이겨낸 사람들에 대한 사례를 소개한다. 

또 11장 ‘진화’에서는 우울증이 인류가 진화하며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라는 여러 가설을 알려준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희망’이다. 원인을 안다고 해도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못할 때가 많으며, 발병 이후엔 치료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고, 여느 병이 그러하듯 치료에 관한 환자의 노력이 필요한(그러나 우울증 자체가 그 노력을 펼치지 못하게 하니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지만)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병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으로 살아난 사람들이 그 증거로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 책 또한 그 목소리 중의 하나이다.

“물론 조금도 즐겁지 않은 상황에서 유머 감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 우울증을 겪는 동안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생이 끝난 시점에서 불행했던 세월만큼을 더 살 수는 없다. 우울증이 삼켜버린 시간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당신이 우울증을 겪으며 보내는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분이 저조하다 해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겨우 숨만 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참을성 있게 견뎌 내면서 그 견딤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우울증 환자들에게 주는 중요한 조언이다. 시간을 꽉 붙들어라. 삶을 피하려 하지 마라. 금세 폭발할 것만 같은 순간들도 당신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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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한낮의 악마’(Noonday Demon)이다.
“에바그리우스(4세기 신비주의자)도 우울증은 수행자를 괴롭히고 유혹하는 “한낮의 악마”라고 칭하며 우리가 물리쳐야 할 여덟 가지 유혹들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내가 “한낮의 악마(이 책의 원제 ‘Noonday Demon”)를 제목으로 택한 것도 우울증의 의미를 정확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낮의 악마”가 지닌 이미지는 우울증 환자를 괴롭히는 끔찍한 침입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우울증은 뻔뻔스러운 면이 있다. 대부분의 악마들은(대부분의 고뇌들은) 밤의 어둠을 틈타서 찾아들며 그것들을 분명하게 보는 것은 곧 그것들을 쳐부수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눈부신 햇살 아래 당당하게 서 있으며 우리가 똑바로 보아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것의 모든 이유들을 알아도 무지한 것처럼 고통받는다. 그런 정신 상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 접기
조그만 메모수첩 2018-10-09 공감(3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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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딘다는 것 

어떤 상실을 겪고 해거름이 지면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심장이 따갑고 쓰렸다. 둘숨마다 날숨마다 알알이 아팠다. 여지없이 해가 지면 그렇게 아팠다. 물속에 빠져 영원히 허우적댈 거라 생각했는데 삶이란 놀라웠다. 1년의 시간이 흐른뒤 나는 박차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그때 겨우 아홉 살이었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 어떤 영웅적인 행위보다 그러한 상실을 이겨낸 조그만 내가 대견하다. 그대로 가라앉을 수도 있었다. 회복기제나 계기가 어떤 것이었을까? 정확히 답할 수 없다. 거기엔 어떤 신비한 요소가 분명 있었다. 삶의 골목마다 많은 사람들이 앓았다. 잘 해낼 것 같은 사람도 그렇게 보이지 않던 이들도 다 외부적인 계기든 내면적인 것이든 상실에는 주춤했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잘 해내는 사람도 많았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삶의 지축을 흔드는 일을 경험하고 때로는 그것에 송두리째 무릎꿇기도 한다는 것. 그러한 일은 살아가는 일 자체에 내재되어 있었다. 유한한 삶 자체가 이미 상실을 전제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경험하게 하는 모험일 것이다. 사랑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두려워서 시작도 안 한다면 그것 또한 삶 자체를 살지 않기로 결심하는 모순을 예고하는 것일 거다.

 

이 책은 사람을 아프게 하는 책이다. 동시에 성장시키는 책이다. 생명과 삶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어두운 요소를 응시하고 파헤치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다. 지금 아픈 사람도 그것을 통과한 사람도 혹은 그런 사람 곁에 있는 사람도 아니 차라리 이러한 고통 자체에 대한 경험과 이해와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은 반드시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우울증을 통과하고 그 우울증에서 걸어나온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울증 자체에 대한 의학적, 사회심리학적, 정치적, 역사적 이해를 도모하는 개괄서이기도 하고 삶 그 자체에 대한 심오하고 철학적 이해에 대한 설득력 있고 현실감 있는 사례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살면서 겪게 되는 숱한 상실, 해체, 붕괴를 균형감 있게 관조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어떻게 통합하여 걸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의 역치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저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을 품고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한 각자의 삶의 서사의 주인공이자 영웅이다. 이러한 단순한 깨달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면 타인의 고통이 보인다. 눈물은 안 흘리고 가면 편하지만 흘리면 그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빛나는 것이 남는다.

당신이 우울증을 겪으며 보내는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분이 저조하다 해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겨우 숨만 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참을성 있게 견뎌 내면서 그 견딤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우울증 환자들에게 주는 중요한 조언이다. 시간을 꽉 붙들어라. 삶을 피하려 하지 마라. 금세 폭발할 것만 같은 순간들도 당신의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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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9-27 공감(33)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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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tomy of Depression 우울증에 대한 방대한 해부학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눈이 더 날카롭다" (Sigmund Freud; Mourining and Melancholia)

저자 자신이 우울증을 경험했지만 그것이 꼭 어머니의 자살 직후에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슬픔을 극복한 후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우울증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점이 많고, 생각보다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게된 저자는 잡지사에 특집 기사를 투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우울증에 대한 책을 본격적으로 써볼 것을 제의한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의 전공이 무엇인가, 읽으면서 저자 소개 다시 들춰보기를 몇번을 했을 정도로 그는 여러 분야에 걸쳐 마치 해부하듯이 우울증을 파헤치고 분석하고 정리해놓았다.

참고문헌과 주석 리스트만 70여쪽, 본문이 650쪽이 넘는 이 두툼한 책을 읽으며 과연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

"이 고통에 이른 것을 환영하노라. 그대는 이것으로부터 배움을 얻으리니" (오비디우스) (59쪽)

 

우울증을 정도에 따라 두가지로 나누면 경증 우울증과 중증 우울증이 있다. 경증 우울증을 이루는 것이 삶의 덧없음과 한계에 대한 예리한 인식이라면 중증 우울증은 붕괴의 원인이 되는 정도의 우울증을 말한다. 그렇다면 중증은 아니더라도 경증 우울증으로 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울증이란 과연 삶을 갉아먹는 벌레 같은 것인가. 한번 빠지면 평생 헤어나오기 어려운 늪, 올가미 같은 것일까. 우울증은 결국 자살이나 그에 준하는 상태로 가는게 맞는가. 우울증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 특정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우울증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과 싸울 능력도 있는 것이고, 끔찍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며 사는 경우도 있고 가벼운 우울증에도 완전히 망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지 않은가.

우울증에서 벗어났다고 할때 재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랑, 통찰력,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급함을 버리고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유전자에 의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다른 대부분의 질병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소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반적인 우울증의 경우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비율은10~50%라고 한다). 하지만 우울증의 요인들은 오랜 세월에 거쳐 대개는 평생 동안 누적된 것이라고 하는게 맞다 (75쪽).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것은 치료를 위해 필요한 과정 중 하나이며,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1년 이내 재발률이 80%, 약물 치료를 하면 회복률이 80%라고 한다 (123쪽).

전체 열두장 중 두 장에 걸쳐 저자는 실제 이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조사하여 정리해놓았다. 네가지 그룹의 항우울제는 물론이고 ECT (electroconvulsive therapy), 수술, 최면 요법, 아프리카 줄루 족의 민속적 요법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법이 최적이고 최선인지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치료 방법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는 것은 다른 질병의 치료 방법들과 마찬가지 이다. 치료 방법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좋은 치료사를 만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좋은 치료사를 찾으려면 우선 여러 치료사들을 만나볼 것을 저자의 경험에 바탕하여 권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은 예상하다시피 우울증이 일어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현상들은 아직 외부 조작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울증의 의학적 치료에 대한 연구가 신경전달물질에 집중되는 이유도,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나마 외부 조작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발병율은 성별, 계층, 나이에 따라 골고루 분포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많이 걸린다는 것은 호르몬의 든든한 (!) 배경이 있다는 생물학적 이유 외에도 사회적인 차이도 있다. 즉 남성보다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고, 산후우울증, 남녀 성 역할 차이 등 사회적인 압박을 더 받고 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신 질환은 오랫동안 남성들에 의해 정의되어 왔다는 점도 주목하자). 하지만 미국 대학생의 경우 최근엔 남녀 우울증 발병율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한다.

어린이의 우울증 치료는 곧 부모의 치료가 수반된다는 것과 어린이 우울증은 성장, 성격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 노인 우울증은 발견이 쉽지 않은데 (당연시 하는 경향때문에), "감정실금"이라는 용어가 등장! 감정의 조절 기능 장애로 사소한 일에도 웃거나 울기만 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울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말은 곧 사람들의 수 만큼 다양한 우울증이 존재한다는 뜻도 될 것이다. 모든 우울증이 유일하다는 것. 그래서 환자들의 케이스 얘기를 읽다보면 아무리 읽어도 중복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중독와 우울증 사이의 관계도 빠뜨릴 수 없다. 둘 중 어떤 것이 원인이고 어떤 것이 결과인가. 아니면 서로 독립적으로 걸리는 것인가. 둘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독 하면 도파민, 우울증 하면 세로토닌. 이렇게 알려져 있는게 일반적이고 이 둘이 각자 독립적인 수용체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수용체 이전, 혹은 이후의 어떤 단계에서 얽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알콜 중독자에게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알콜을 끊기가 더 쉬워진다는 최근 연구 결과들도 있다고 하지만, 여기서 최근이란 이 책이 출판된 2004년일테니 지금은 얼마나 더 업데이트 된 결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자살에 대한 것이 한 장 (chapter), 그것도 다른 장에 비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라는 것이 오히려 의외다. 실제로 자살 성향은 우울 성향과 독립적으로 취급되는 것이 맞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그저 공존할 뿐이라고. 우울증의 심각성과 자살 가능성 간에는 커다란 상관 관계가 없음에도 왜 이 둘이 독립적으로 진단되지 못하고 서로 중복되는 것일까 물음으로 시작한다. 앨버레즈라는 수필가는 삶을 통해서는 점차적으로 무디어질 수 밖에 없는 고통을 귀신을 쫓아내듯 몰아내려는 시도가 자살이라고 했고, 쇼펜하우어는 삶의 공포가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는 순간 인간은 삶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했다.

지루할까봐 그랬을까? 우울증의 역사가 책의 앞부분이 아니라 중반 이후에 한 장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혔다. 우울증을 지칭하는 말이 지금은 Depression (디프레션)이지만 이것은 19세기 중반부터 쓰였고 이전에는 Melancholia (멜랑콜리아)라고 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역사,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고 우울증 환자들을 사회에서 어떻게 처우하고 치료해왔는지 설명해놓았다. 이 책의 제목 <한낮의 우울>은 원제는 <한낮의 악마>, The Noonday Demon 인데 이것은 성경 시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자신이 있는 곳을 싫어하고 타인을 혐오하고 경멸하고 나태하게 만드는 한낮의 악마" 라고.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중세는 우울증을 신과 관련지어 도덕적으로 설명했다면 르네상스기는 우울증이란 곧 심오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미화하였으며, 그런 경향은 17세기에도 계속 되다가, 모든 것을 과학과 이성으로 설명하려는 18세기에는 우울증과 정신장애자를 가혹하게 대접하였다. 18세기 말, 낭만주의가 들어서면서 우울증을 수용하는 분위기로 전환되었으며 19세기는 원인별, 증세별, 분류의 시대. 20세기는 중요한 두가지 운동이 일어났는데 우울증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는 정신분석학과 생화학적 설명을 하려는 정신생물학이다. 현재 (역시 이 책이 쓰여진 2004년 상황) 정신의학계에서는 이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중이라고 한다.

뒷장에 빈곤과 우울의 관련성에 관한 내용은 그야말로 우울하게 한다. 그럼에도 극복한 사례들이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 빈곤층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진을 하는 것은 광부들 대상으로 폐기종 검진하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우울증에 관한 진화론적 설명들도 충분히 일리있고 재미있다. 결국 이기적인 댓가가 발생하니까 우울증도 유발한다는 것인데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설득력 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희망. 리뷰의 시작에 인용한 프로이트의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눈이 더 날카롭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셀리 테일러는 가벼운 우울증을 지닌 사람들은 정상인들에 비해 자신과 세계와 미래를 정확하게 보는데 그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실패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환상>이라고 했다. 즉 우울증 환자들은 세상을 너무도 명료하게 보기 때문에 맹목성이라는 선택적 이점을 상실하고 마는 것이라고 (639쪽).

저자는 우울증을 긍정적으로 이용한 여러 가지 예를 들어보이며 (저자 입장에서 그랬어야 했을 것이다) 생산적 우울증이라는 얘기도 한다. 이 모든 긍정적인 예는 우울증을 잘 치료하고 극복했거나 최소한 극복하는 중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건 어쩔까. 저자도 말한다 나는 우울증이 지나간 뒤의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누구도 우울증 체험중인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시 A winner takes it all 인가.

쇼펜하우어의 "인간은 둔하고 무딘만큼 만족을 느낀다", 테네시 윌리엄즈가 행복에 대해 정의해 달라고 하자 "무감각"이라고 대답했다는 말에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이 방대한 책을 쓰면서, 아니 쓰기로 결정했을때 저자는 자기의 프라이버시는 포기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자기의 우울증이 어떻게 시작, 진행되었는지, 어떤 방법들을 시도했는지, 그리고 자기 가족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두 공개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그는 우울증 에피소드를 겪어야 했다고 한다. 왜 아닐까. 이런 방대한 내용과 분량의 책을 쓴다는 것이 어디 보통일인가. 이런 댓가만 있다면야 우울증도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다는 예를 그가 보여주었다.


그가말하는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 찾아본 영상. 책에 소개된 내용들과 많이 겹친다.



https://www.ted.com/talks/andrew_solomon_depression_the_secret_we_share?utm_source=tedcomshare&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tedspread


https://www.ted.com/talks/andrew_solomon_how_the_worst_moments_in_our_lives_make_us_who_we_are?utm_source=tedcomshare&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tedsp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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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6-05 공감(12)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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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늘 곁에 있지만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한낮의 우울이라니. 원제는 Noonday Demon - 한낮의 악마 - 는 4세기 신비주의자 에바그리우스가 수행자를 괴롭히는 우울증을 칭한 말이다. 대부분의 악마(고뇌)들이 밤의 어둠을 틈타서 찾아들며 그것들을 분명하게 "보는"것만으로 쳐부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눈부신 햇살아래 당당하게 서 있으며 똑바로 마주해도 끄떡도 하지 않고 우리를 더욱 무력하게 만드는 우울증에 대한 명쾌한 묘사다. 우울증처럼 지독하게 사람을 괴롭히면서ㅡ 좀처럼 잡히지 않는 병이 또 있을까. 

우울증이 천재나 예술가들의 당연한 특성/일종의 특권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ㅡ 정신의학자나 우울증환자에게 그것은 분명 치유해야 할 "병(그것도 매우 끔찍한!)"이다. '몸'의 병과 달리 '마음'의 병이라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 우울증은 현저한 뇌손상을 수반한다. (초기에는 뇌의 특정 영역이 비활성화되기 시작해서, 장기간 지속되면 그 부분이 점점 수축하는 비가역적 뇌손상이 일어난다.) "우울증에 반대한다"의 저자 피터 크레이머는 여러 항우울제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중증 우울증환자는 최대한 빨리 치료(대개 항우울제 복용)해서 영구적 뇌손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여러번에 걸쳐 심각한 우울증삽화를 겪었고 현재도 늘 재발의 위험때문에 몇가지 우울증약에 의존하지만 약들의 부작용보다 우울증 재발이 더욱 끔찍하다며 약 복용을 정당화한다. 마치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처럼 

완전한 신체의 병도 없고, 완전한 마음의 병도 없다. 잠시 기분이 가라앉는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고 딱히 문제될것도 없지만 몇달 혹은 몇년간 저조한 기분이 계속되는 우울증은 거의 몇 가지 신체증상 - 피로, 불면, 메스꺼움, 면역력 저하 - 등을 수반한다. (우울증 상담을 주로 하시는 선생님말씀이, 우울증환자는 특유의 '체취'가 있댄다.) 뇌의 화학물질 변화는 호르몬 분비도 교란시켜 전신이 망가지는데, 거기다 우울증에 적지않게 나타나는 '자해'까지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몸 전체가 '만신창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울증은 사회적으로 다른 '병'처럼 당당하지 못하다. 심장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치료받는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우울증 치료를 받는것은 무언가 비정상적인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말이 종종 공포영화에나 나옴직한 싸이코나 광기로 가득한 (속된말로 '미친') 기피대상 1호라는 말처럼 들릴까봐 환자는 더욱 움츠러든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지만 현재 우울증치료는 거의 약물치료위주다. 의사들이 주로 제약회사를 통해 최신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제약회사의 의도대로)신약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높지만 비약물치료에는 취약하다. 다른 만성병 약들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는 한번 먹기시작하면 계속 먹어야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원칙적으로 모든 '약'은 일종의 '독'이므로 급할때 쓰고 장기적인 치료로는 다른방법 - 상담, 운동, 명상, 영양섭취 등 - 위주로 가야하겠지만, 츄잉껌처럼 모든 사람들이 먹는 약을 만드는것이 목표인 제약회사에게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다. (사실 우울증을 두고 마음이 아니라 '뇌'에 문제가 있는것으로 몰고가는것도 약을 팔기위한 제약회사의 전략이다. 이에 대해선 '질병판매학' 참조) 적절한 운동이나 일정시간 빛을 쬐는 것, 균형잡힌 식사를 통해서도 기분변화는 물론 신체불균형도 어느정도 조절할수 있지만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치료'는 상품가치가 없기에 약 몇알을 먹는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낸다. 이런 방법을 권장하는 의사는 '대체의학'이라며 주류의학계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해보았던 온갖 치료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체의학도 많고 심지어 수평아리와 숫양을 제물로 바치는 신앙의식까지 나온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러고 보니 몇년 전 한 신문에서 절반 이상의 한국 여성들이 우울증이라고 느낄때 정신과의사보다는 점집을 찾는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 중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 부정적인 기억이 주로 우뇌에 맺히기 때문에 한쪽으로 편향된 뇌를 좌우안구의 교차자극을 통해 균형을 맞춰준다는 원리)을 이용한 우울증치료는 외상에 의한 우울증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며 적극 추천한다. 정신분석 등이 외상을 초래한 사건들을 파고들어 마주하게 한다면 EMDR은 특정 사건에 사로잡힌 사람을, 그 기억에 무뎌지도록 '떨어뜨려'주기 때문에 빠르고 직접적인 반응을 촉진시킨다. 얼마전 EMDR에 관한 입문서가 한국에도 번역되었다.(EMDR. 문이당. 2008) 한국의 우울증치료 역시 약물치료 위주고 상담은 대개 형식적인 수준(대학병원에서, 15분 상담에 10만원선인데, 그나마도 7~8분밖에 안한다나)에 그친다. 저명한 정신과의사의 말로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상담치료가 가능한 의사는 10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의료 역시 '수익성 높은 상품'이 된지 오래다.

쏟아지는 심리학 서적들을 보면,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지 말고 사물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라는 조언이 많다. 이것은 반은 유효하고 반은 헛소리다.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일만 일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삶이 슬픔이 존재하는것ㅡ 슬프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것이 현실적이다.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들을 발견하는것은 분명 의미있지만 외면한다고 슬픔이 없어지는것은 아니다. 슬픔/고통에서 벗어날수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어떤 슬픔/고통이라도 그 자체로 인간을 죽이지는 못한다. 이 책의 많은 주인공들이 상상 이상의 고통을 겪고도 어찌어찌 빠져나올수 있었던 힘은 희망찬 낙관이나 조작된 희망이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우울증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지나간다는 것임을 겪어왔고 언젠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고있지만 그 덕택에 인생의 다른 부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내용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참고문헌을 포함해 700페이지가 넘는다. 그만큼 우울증과 관련되는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룬다. 저자가 의사는 아니지만 여러번 우울증 삽화를 겪으며 스스로 공부했는지 (꽤 무게있는) 의학적 내용들도 많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 환자들의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해 가히 '우울증에 대한 미니 백과사전'이라 할만하다. 개인적인 경험들이 다수지만 이를 사회구조/정치와 연결시킨 9, 10장이 특히 마음에 든다. 9장은 삶의 고뇌때문에 우울증에 더 취약하고, 역시 경제적 문제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의 악순환을 짚고10장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에 관한 정책/관련단체들의 로비/우울증 예방치료정책의 효용성등을 다룬다. 미국이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하다고는 하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한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경제적 논리를 이유로 우울증 예방에 소극적인 의회를 겨냥해 우울증 예방에 들어가는 예산보다,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때로는 인권존중 운운하는것보다 실질적인 이익/손해로 접근하는것이 더 효과적이니까. 

우울증은, 전염되기도 한다. 이 책을 처음 잡은게 3월 중순께였는데ㅡ 책을 펼칠때마다 마주하는 당혹스러움에 한동안 덮어두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동안 책의 주인공들처럼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고ㅡ 이 책이 우울증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런 고통을 안고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받을것이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가 쓴 책은 어쩔수 없이 환자를 '관찰'하고 '처방'을 내리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환자중심이다. 우울증을 '보는'것이 아니라 우울증에게 귀를 기울인다. (하여 쉽게 감정이입/전이가 된다.) 물론 이런 중증 우울증환자는 흔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지만ㅡ 주변에 우울한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더욱 깊은 나락에 빠져서ㅡ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터득하라고.

책 끝머리에서 저자는 말한다. "나는 타인들에게 닿을 수 없는 것이 싫다" 우울증때문에 생의 밑바닥까지 가보았지만 그로 인해 (우울증이 아니었으면 받지 못했을)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다른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하며 고통받고 있는 다른사람을 돕고자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끔찍한 우울증 삽화 뒤에 자기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있는 사람들을 돕고있는 많은 사람들의 예는 우울증이라는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통이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면, 고통없는 세상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은 어쩌면 지극히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삶의 고통은 상당수가 선택의 범주를 벗어나 있지만 그를 받아들이는 스스로의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현 사회의 모습은 인간의 선택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지만 아직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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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4-17 공감(12) 댓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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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데리고 살기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하여 기록한 아주 잘된 논픽션이다. 우선 내가 감탄한 것은 이 책이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거의 우울증에 관한 백과사전격으로 나온 책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저자 자신도 참 길고 오랜 기간동안, 그리고 지금도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때론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처럼 엮어내면서, 또 때론 우울증 환자들과의 인터뷰를 적재적소에 인용하면서, 한 권의 완결된 책을 써냈다.
 나는 가끔 우울증에 빠지면, 우울에 관한 책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내게 큰 도움이 된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읽다보면 좀 괴롭다.

그 숱한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하고 약을 먹고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몰락해가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인간이란 본래 저렇게 연약한 것이구나, 또 삶은 정말 그런 우리를 벼랑끝까지 몰고가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전율이 느껴진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우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잠들면, 꿈에서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우울과 이 책속의 극단적인 우울들이 뒤섞여 나타나서, 마치 전쟁이라도 하고 일어난 듯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곤 했다. 우울에 대해 말한 책이므로 이 책은 우울했다. 지금까지 덮어왔던 내 모든 우울들이 다른 우울증 환자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걸 지켜보는 경험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괴로운 부분이 더 컸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스럽고 그렇게 우울했던 이 책은, 마지막 챕터 '희망'에서 그 모든 것들을 추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될 거라는 걸 말해준다. 

 '우울증 환자가 정상인에 비해 주위 세계를 더 정확하게 본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보다 진실에 가까울 공산이 크다...프로이트도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눈이 더 날카롭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불안도 슬픔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인생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이들은 지나치게 쾌활하고 대담하고 몰인정하다. 그런 이들에게 무슨 인정이 필요하겠는가?...우리를 압도하고 마비시키는 슬픔은 광기에 대한 방패 노릇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슬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울 역시 어떻게 보면 삶을 견디는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얼굴에 그늘 한 점 없이 쾌활한 사람들을 너무도 부러워했었다. 물론 그들에게도 다 나름의 삶과 우울이 있었겠지만, 나에겐 그 우울을 덮고 잠깐 쾌활해지는 것조차 너무나 큰 숙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종종 나를 키운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었던, 그러나 감당해내려고 항상 발버둥쳐왔던 그 우울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울은 때론 나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몰고 가기도 했지만, 또 때로는 내가 일상을 견뎌낼 수 있도록 방패막이가 되어주기도 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삶의 많은 부분을 우울과 함께 보낼 것이다. 그 우울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 것인지는 또 나의 몫으로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지난 1학기 기말고사 즈음해서, 나는 잘못된 우울에 빠져서 홱 돌아버리고 말았는데,(그때 나는 기말고사를 두 개 남기고 '더 이상 시험을 치르러 들어가면 난 죽을지도 모른다.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 버렸다. 그래서 실제로 나는 한 학기동안 결석 한 번 안 하고, 중간고사도 멀쩡하게 치른 전공과목 기말고사를 거리낌없이 제껴버렸다. 내 동기들이 일제히 전공시험을 치르고 있던 그때, 나는 도서관 한 구석에 박혀서 내 목숨을 구해야 된다며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봐도 그때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무리 격한 우울이 덮쳐도 그런 요상한 방식으로 풀면 안됐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 우울을 견뎌야했다. 내 맘이 약해질수록 우울은 더 과감하게 나 자신을 잡아먹을 뿐이었다

우울증을 겪는 동안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생이 끝난 시점에서 불행했던 세월만큼은 더 살 수는 없다. 우울증이 삼켜버린 시간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당신이 우울증을 겪으며 보내는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분이 저조하다 해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겨우 숨만 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참을성 있게 견뎌내면서 그 견딤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우울증 환자들에게 주는 중요한 조언이다. 시간을 꽉 붙들어라. 삶을 피하려 하지 마라. 금세 폭발할 것만 같은 순간들도 당신의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겨우 숨만 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견뎌낼 것.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   

우울을 데리고 살되, 우울에게 잡아먹히지 말 것.

 

아씨, 근데 나 지금은 잘 하고 있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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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2009-03-20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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