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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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올리브 키터리지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은이),권상미 (옮긴이)문학동네2010-05-06

원제 : Olive Kitteridge (2008년)

양장본4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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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ive Kitteridge (Paperback) Paperback

책소개

2009년 퓰리처상 수상작. <올리브 키터리지>는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미국 메인 주의 작은 마을 크로스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세 편의 단편에 담아낸 연작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퉁명스럽고 허점이 많으면서도 매혹적인 인물 올리브가 있고, 독자의 정서에 진하게 호소하는 세련된 작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이제는 정년퇴임한 여인이다. 거구의 이 여인은 일반적인 의미의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결코 어떤 일에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며, '크로스비 주민 가운데 걸코 우는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극도로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 퉁명스럽고 무뚝뚝하며 차갑고 강인한 여인 올리브를 축으로 이 마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세 편의 단편에 실어 전한다. 올리브는 몇몇 단편에서는 극의 중심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며, 몇몇 단편에서는 조연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인물에 의해 잠깐 언급되는 형태로 소설 전편에 걸쳐 등장한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남편 헨리를 주인공으로 한 '약국',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는 삶과 쉽게 융화하지 못하는 케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밀물', 더는 예전의 다정함을 찾을 수 없는 아내에게 지쳐가는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노인 하먼의 이야기를 담은 '굶주림' 등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
약국 / 밀물 / 피아노 연주자 / 작은 기쁨 / 굶주림 / 다른 길 / 겨울 음악회 / 튤립 / 여행 바구니 / 병 속의 배 / 불안 / 범죄자 / 강

책속에서
P. 86
다음번 파도가 다시 몰려올 때 두 사람은 모두 머리를 한껏 높이 쳐들고 한번 더 크게 숨을 쉬었다. 키터리지 선생님이 위에서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도와줄 사람이 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패티가 떠내려가지 않게만 하면 되었다.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 속에 다시 잠겼을 때 ... 더보기
P. 124
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 더보기
P. 292
그 가을 공기는 아름다웠고, 땀에 젖은 건장하고 젊은 몸뚱이들은 다리에 진흙을 묻히고 공을 이마로 받으려고 온몸을 내던지곤 했다. 골이 들어갔을 때의 환호, 무릎을 꺾고 주저앉는 골키퍼. 집으로 걸어가면서 헨리가 올리브의 손을 잡던 날들이 있었다. 이런 날들은 기억할 수 있었다. 중년의 그들, 전성기의 그들. 그들은 그 순간을 조... 더보기
P. 363-364
작은 비행기는 하늘 높이 올라갔고, 올리브는 비행기 아래로 밝고 연한 초록 들판이 아침 햇살 아래 펼쳐지는 걸 보았다. 더 멀리로는 해안선이 보였다. 반짝이는 바다는 거의 잔잔했으며, 바닷가재잡이 배 몇 척 뒤로 조그만 흰 파도가 일었다. 그러자 올리브는 예상치 못한 기분을 느꼈다. 갑자기 삶에 대한 탐욕이 솟구쳤다. 올리브는 앞... 더보기
P. 378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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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삶이 선물이라는 걸 몰라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그 선물이 어떤 것인지 모두 확인해봤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주 외로운 밤이 되면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풀어보는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속적인 판단과 욕망들, 편견과 진부함과 선입견의 포장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그 선물이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함께 보낸 시간들, 혹은 혼자서 보낸 시간들. 후회스럽기만 한 시간들, 혹은 영원히 반복하고 싶은 시간들. 좋은 선물이 있고 나쁜 선물이 있을 리 없지 않겠는가? 선물이란 다 좋은 것이지. 만약 삶이 선물이라면, 우리가 그 모든 시간들이 다 좋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에서 선물일 것이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시선과 인물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파고드는 사건을 통해 우리 인생의 여러 나날들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따뜻하고 지혜로운 『더블린 사람들』을 읽는 듯하다. - 김연수 (소설가) 
우리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 사랑하게 되어 있다. 존재는 사랑하면서 반짝인다. 살면서 눈물겨운 것은 마음에 가득 넘치는 사랑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 가득 채워야 할 사랑이 있어서다. “사람들은 대개 정작 인생을 살아갈 때는 그 소중함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라는 문장 앞에서 심하게 심장을 끄덕끄덕하다가, 이 소설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맥없이 흘릴 수밖에 없었던 눈물. 그러다 또 “인생은 뼈와 마찬가지로 서로 얽혀 직조되며 어긋난 뼈는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문장은 십여 년 동안 짊어지고 왔던 생각들을 일제히 덮으며 흐려지게 하는 것만 같다. ‘불량 옷감’에서 잘라낸 것 같은 우리들은 흐벅지게 이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세상에, 이 이상하고 불가해한 세상에” 이토록 선명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얼마나 참 다행인지! 우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사랑하게 되어 있다. 그래야 비로소 생의 잔인한 아름다움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 - 이병률 (시인, 여행 작가, <끌림> 저자)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이여, 이 이름을 기억하라. 올리브 키터리지! 당신은 그녀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올리브라는 독창적인 인물을 명민한 필치로 속속들이 조각해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에게 찬사를 보낸다. 책장을 덮을 때면 당신은 이 책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을 것이다. 경탄할 이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풍부한 아이러니, 진정한 놀라움의 순간, 강렬한 정서를 바탕으로 이야기들을 빚어낸 스트라우트의 솜씨는 가히 최고다. 찬란하고 힘 있는 소설. - USA 투데이 (미국) 
『올리브 키터리지』는 세찬 바닷바람을 쏘인 듯 예리하지만 조용하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울린다. 올리브는 상실과 인생에 대해, 그리고 심지어 예상치 못한 사랑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독창적인 인물이다. - 수전 스트레이트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글에 대한 나의 믿음을 되찾게 해주었다. 그것은 깊숙한 어둠까지 비추면서도 독자에게 산뜻하고 정제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의 장점에 대한 믿음이다. 스트라우트는 우리의 진정한 보물이다. 세상에, 독서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 리처드 바우시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우리가 성숙한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의 화해와 소소한 즐거움에 관한 아름다운 글을 쓴다. 섬세하고 미묘하며, 우아하고 통찰력 넘치며, 깊은 감동을 주는 『올리브 키터리지』는 내가 소설을 읽을 때 갈망하는 바로 그 기쁨과 깊은 감정을 선사한다. - 앤 패커 (소설가)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 이 소설은 여러 결이 살아 있는 음악이다.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거장의 솜씨가 빛나는 깊이 있는 글이다. 올해 나온 소설집 중 한 권만 읽으려 한다면,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어라. - 버펄로 뉴스 
메인 주 해안 마을 주민들의 평범한 인생에 대한 가슴 시리도록 절절한 이야기. 조용한 슬픔과 인간적인 교류가 눈부시게 교차한다. 읽기는 쉽고, 잊기는 어려운 소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올리브 키터리지, 혹은 그녀를 만들어낸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 정교한 칼날 같은 작품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마라. 스트라우트는 아름다운 문장을 새겨낸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으면서 우리는 어쩐지 뒤통수가 따갑고, 우리가 얼마나 안일하게 사물에 대해 제멋대로 추정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눈뜨게 된다. 소금기 묻어나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깜짝 놀랄 만한 삶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 플레인 딜러 
매우 인간적인 작품. 외로움과 상실이 매 페이지마다 배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우트는 부드러운 유머와 자양분 넘치는 희망의 약을 함께 건넨다. - 북리스트 (미국도서관협회) 
스트라우트는 캐릭터에 인간성을 부여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작가이다. 이 소설은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와 눈에 보일 듯 생생한 배경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 소설을 역동적으로 이끄는 생명력이자, 붉은 피가 흐르는 개성적인 인물이다. 올리브가 등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녀가 언제 다시 등장할까 고대하게 된다.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올리브 키터리지의 존재 때문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소설집이 이렇게 강렬하게 독자의 정서를 강타하기란 매우 드문 일이다. 점수를 준다면 단연 A다.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스트라우트의 전작들도 좋았지만,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 작품들보다 더 뛰어나다. 이 작품은 인간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를 조명한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는 즐거움은 늘 지지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캐릭터에 강렬하게 공감하는 데 있다. - 뉴욕 타임스 
스트라우트는 섬세한 통찰력과 명쾌한 문장으로 삶의 즐거움을 확인시켜준다. 이 소설은 인간의 조건을 완벽하게 균형 잡힌 시선으로 그려낸 초상화로, 끝없는 분노, 잔인성, 상실을 총망라하고 있는 한편 관대함, 공동선, 그리고 평생을 지켜온 신의에 대한 뛰어난 고찰을 잊지 않고 있다. - 커커스 리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우리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모르고 있는지, 세상 모든 이들이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애쓰는지, 누군가와 공유하는 추억이나 튤립의 충격처럼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놀라운 치유력을 갖는지 보여준다. 스트라우트의 사랑스러운 이 책도 그 작은 소중함 중 하나이다. - 피플 
일흔넷의 설렘 - 이유경 
육지로 갓 잡아올린 물고기마냥 펄떡이는 생의 잔인함. 울지 않고 울음에 대해 말하는 법. - 김애란 (소설가) 
악동의 해피엔딩 - 강세형 (라디오 작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0년 5월 7일 문학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Elizabeth Strout)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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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메인주와 뉴햄프셔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베이츠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일 년 동안 바에서 일하면서 글을 쓰고, 그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끊임없이 소설을 썼지만 원고는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작가가 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에 그녀는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잠시 법률회사에서 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돌아와 글쓰기에
매진한다.
문학잡지 등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던 스트라우트는 1998년 첫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하며 작품... 더보기
수상 : 2009년 퓰리처상
최근작 : <오, 윌리엄!>,<올리브 키터리지 + 다시, 올리브 세트 (리커버 특별판) - 전2권>,<다시, 올리브> … 총 166종 (모두보기)
권상미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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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에서 번역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캐나다에서 OTT 기업들의 프리랜스 리드 링귀스트로 일하며, 문학 번역과 회의 통역을 병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올리브 키터리지』 『검은 개』 『네가 있어준다면』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드라운』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일요일의 카페』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서쪽으로』 『위도우즈』 등이 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지은이)의 말
독자들이 인간의 인내력, 여러 난관에 부딪혔을 때 사랑의 인내력에 경이를 느끼기를 바랍니다.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도요. 또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독자들이 더 큰 이해를, 또는 전과는 좀 다른 이해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쉽게 재단하고, 자신이나 남에 대해 쉽게 변명을 하느라 고통을 받지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실망시키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 대략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실패하고 성공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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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공포를 보여주마>,<무어의 마지막 한숨>,<GEN Z (Z세대)>등 총 3,978종
대표분야 :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298,866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3,862,752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2,020,619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 2009 퓰리처상 수상작!
* 아마존.뉴욕 타임스 장기 베스트셀러!
* <워싱턴 포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 <시카고 트리뷴> <피플> <애틀랜틱>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시애틀 포스트>
<라이브러리 저널> <로키 마운틴 뉴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살롱>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플레인 딜러> <반스 앤 노블> 선정 올해의 책!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시선과 인물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파고드는 사건을 통해
우리 인생의 여러 나날들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_김연수(소설가)

“세상에, 이 이상하고 불가해한 세상에 이토록 선명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얼마나 참 다행인지!” _이병률(시인)

퓰리처상은 1917년 처음 제정된 이래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또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상으로 자리매김하며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 『로드』, 2008년 수상작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 이어 2009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올리브 키터리지』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미국 메인 주의 작은 마을 크로스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세 편의 단편에 담아낸 연작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포착해내는 섬세한 시선,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가 아름다운 이 작품은 2008년 발표되어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한결같은 지지를 받았고, 그해 말 <월 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 유수 언론으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2009년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수상작은 로베트로 볼라뇨의 『2666』이었다), 퓰리처상 심사위원들로부터 “퉁명스럽고 허점이 많으면서도 매혹적인 인물 올리브가 있고, 독자의 정서에 진하게 호소하는 세련된 작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바닷가 작은 마을의 문학소녀에서 준비된 거장으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메인 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그녀를 키운 건 그곳의 바다와 바람과 숲과 문학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일상의 소소한 일을 노트에 적고 도서관의 문학 코너를 좀처럼 떠나지 않는 소녀였다. 이 소녀는 메인 주의 자연을 벗 삼으며 가슴 한구석에 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게 된다. 작가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그녀는 쓰고 또 썼지만, 작가가 되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도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중간에는 진로를 바꿔 잠시 법률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돌아온 곳은 글을 쓰는 자리, 작가로서의 길이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단편작가로 얼마간의 성공을 거둔 뒤, 1998년 첫 장편 『에이미와 이사벨』을 발표한다. 이 작품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몇몇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준비된 거장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던 스트라우트는 2009년 퓰리처상 수상으로 자신의 문학적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소금기 머금은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깜짝 놀랄 삶의 바람이 불어온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이제는 정년퇴임한 여인이다. 거구의 이 여인은 일반적인 의미의 ‘좋은 사람’은 아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결코 어떤 일에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며, ‘크로스비 주민 가운데 걸코 우는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극도로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 퉁명스럽고 무뚝뚝하며 차갑고 강인한 여인 올리브를 축으로 이 마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세 편의 단편에 실어 전한다. 올리브는 몇몇 단편에서는 극의 중심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며, 몇몇 단편에서는 조연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인물에 의해 잠깐 언급되는 형태로 소설 전편에 걸쳐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단편 「작은 기쁨」을 집필하다가 아들의 결혼식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지쳐 투덜대는 거구의 여인 올리브에 대해 쓰면서, 이 여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장편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리브는 너무 강렬한 인물이어서 매 페이지마다 이 여인을 만나는 것은 어쩐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고.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이렇게 장편의 테두리 안에서 에피소드 형태를 취하는 연작소설의 형식이었다.

소설은 올리브 키터리지의 남편 헨리를 주인공으로 한 「약국」으로 시작한다. 헨리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대양을 닮은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좋은 남자다. 「약국」은 그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되는 중년의 어느 한 시절을 그린다. 그가 운영하는 약국에 데니즈라는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젊은 여인이 근무하게 된다. 그녀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키터리지 부부가 겪게 되는 중년의 위기, 그리고 헨리가 남몰래 품었던 데니즈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이 회상조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밀물」의 주인공인 케빈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는 삶과 쉽게 융화하지 못한다. 희망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지만, 새로운 곳은 언제나 그가 그곳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확신만을 안겨줄 뿐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이 세상을 떠나고자 찾아온 크로스비에서 케빈은 옛 은사인 올리브를 만난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녀에게도 자신과 비슷한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케빈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패티를 구하게 되면서 자기 안에 숨어 있던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깨닫게 된다.
떠나간 옛사랑의 희미한 그림자를 붙들고 살다 오랜만에 해후한 옛 연인을 통해 “자신이 뭔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그리고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일 거라”는 깨달음을 얻는 앤절라(「피아노 연주자」), 와병 중이던 남편을 잃고 장례식을 치르다 병이 나으면 함께 가자며 남편과 꿈에 부풀어 준비했던 여행 바구니를 보며 자신을 책망하는 말린(「여행 바구니」), 더는 예전의 다정함을 찾을 수 없는 아내에게 지쳐가는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노인 하먼(「굶주림」). 이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삶이 남긴 생채기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올리브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사랑했다고 자부하는 아들 크리스토퍼와의 관계는 여전히 삐걱거린다. 참한 여자와 결혼해 크로스비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산산이 깨뜨리고 크리스토퍼는 잘난 척 심한 수잔과 결혼해 서부 해안으로 이사해버린다. 그나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결혼은 깨지고 만다. 또 저녁을 먹고 잠시 들렀던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봉변을 당하면서 헨리와 올리브는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다른 길」).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별안간 헨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요양원에 입원하면서 올리브는 끝없는 상실과 외로움, 그리고 회한을 느끼게 된다(「튤립」). 헨리마저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여자와 재혼해 뉴욕에서 살고 있는 크리스토퍼를 방문하게 된 올리브. 자신을 방문해달라는 아들의 요청은 올리브의 가슴에 벅찬 희망의 서곡을 연주하지만, 뉴욕으로 날아가 그녀가 확인한 것은 서로가 늘 엇나가기만 하며 쉽사리 좁힐 수 없는 아들과의 거리이다(「불안」).


“나에게 삶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없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

“독자들이 인간의 인내력, 여러 난관에 부딪혔을 때 사랑의 인내력에 경이를 느끼기를 바랍니다.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도요.
또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독자들이 더 큰 이해를,
또는 전과는 좀 다른 이해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쉽게 재단하고, 자신이나 남에 대해 쉽게 변명을 하느라 고통을 받지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실망시키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 대략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실패하고 성공한다는 것을요.”
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일견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스트라우트의 시선이 가 닿는 곳은 평온해 보이는 그 삶의 이면이다. 흠 없이 매끈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는 울퉁불퉁하고 까끌까끌한, 마주하기 힘든 삶의 치부들이 도사리고 있다. 깊게 파인 삶의 주름들 사이에는 차라리 외면하고픈 뼈아픈 진실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어둠까지 비추면서도 스트라우트는 그것이 견딜만 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것이 결국 인생이라고 토닥토닥 위로한다. 누군가는 배신하고, 누군가는 사랑에 실패하고,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마저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이 들어 결국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홀로 남겨져도, 그 상실감과 쓸쓸함과 적막함 사이로 새로운 사랑이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거라고 이야기한다. 벼락 맞아 시커멓게 타버린 검은 나무에 연둣빛 싹이 돋듯, 우리의 삶에도 연약하지만 굳건한 그런 희망이 언제나 함께 한다고.

우리의 내밀한 곳까지 파고들어 잔잔한 파문을 남기는 이 작품에 대해 소설가 리처드 바우시는 이렇게 평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글에 대한 나의 믿음을 되찾게 해주었다. 그것은 깊숙한 어둠까지 비추면서도 독자에게 산뜻하고 정제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의 장점에 대한 믿음이다. 스트라우트는 우리의 진정한 보물이다. 세상에, 독서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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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유명한 책 5권을 읽었습니다.😲 
Kwonido 2021-01-09조회수 (2,433)공감 (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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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유명한 책 5권을 읽었습니다.😲 https://blog.aladin.co.kr/785039149/1229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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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앞문장을 몇 번이나 고쳐대고 있는 것인가? 오늘로서 올 해 마지막 날이로군요. 오늘로서 새해 첫 날이로군요. 오늘은 둘째 날.... 오늘 못 올리면 또 세째 날... 오늘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각오로 저녁까지 페이퍼를 마무리 하였건만, 그동안 밥 먹던 시간에 잠깐 로그아웃이 되었던 것인가? 로그인도 하지 않은 채, 신나게 글을 썼던 ... 더보기
책읽는나무 2023-01-02 공감 (42)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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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을 만났을때의 장점은 수없이 많지만, 아마도 우리가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할 것이다. 비슷한 관심사도 즐겁지만 우리가 늙어가는 부모에 대해 공감하며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위안이 된다. 어제도 또래 친구들을 만나 나의 아버지가 다시 수술하셔야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구의 시어머니가 수술하... 더보기
다락방 2022-12-02 공감 (34)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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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등장 근데 시작부터 맘이 불안해지네 올리브...제발...! 케빈을 지켜주었으면! 더보기
은하수 2022-11-24 공감 (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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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태어나 죽음으로 가는 과정임을 알면 참 덧없고 허무하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그러나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삶이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그 너머 다른 것을 보며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올리브 그녀, 내 주변 가까이 있다면 싫을 것 같은데 또 묘하게 정이 가네.  구매
잠자냥 2021-11-27 공감 (3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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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삶에서 노년의 삶이 포개어진 올리브의 삶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그곳에 닿아 있을 내 삶을, 자주 의식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두려워 하고 있는 노년의 외로움을, 작가는 너무나 유려한 문장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올리브는 다르다. 괴팍하면서도 나약한 할머니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척!! 동네에서 많이 보아 온 듯한 자존심 강한 할머니다.
읽는 내내 두 사람의 에너지가(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와,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올리브의 노년을 응원하는 것이, 곧 나의 노년을 응원하는 마음인 것 같아, 썩 기쁘지만도 않고,씁쓸하기도 하다.  구매
책읽는나무 2022-01-13 공감 (2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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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글을 참 잘 쓰네 싶다가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갸우뚱하게 된다  구매
쥬 2021-01-10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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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읽어도 다른 게 읽히는 멋진 서사와 숨은이야기들. 올리브와 가족, 사람들의 아리고 저릿한 대사들!  구매
프레이야 2013-02-02 공감 (1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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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가 그리는 쓸쓸함이 건조한 쓸쓸함이라면 스트라우트가 그리는 쓸쓸함에는 습기와 온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스트라우트의 소설에 좀 더 기우는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올리브라는 사람이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생은 정말 쓸쓸하고 동시에 그만큼 살만 한 것이라는 작은 확신들.  구매
카탈 2020-01-05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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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2012년 5월 21일 녹음 시작, 총 24시간 30분 소요 녹음 완료


 



이 책은 9년 전에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낭독녹음 완료했던 책이다. 



이슬람교도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엿보이는 대목만 빼면 너무나 좋은 소설이다. 단편 형식이지만 다 읽고 나면 마치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13개의 이야기 모두에 올리브 키터리지가 등장하는데 다 읽고 나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70대 그녀의 일생이 파노라마로 그려진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에 과감한 생략과 함축, 소소한 사건들의 인과성과 세월의 강물을 몸으로 새기고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개성 있는 묘사, 쓸쓸하면서도 가슴 저 밑바닥을 적시는 뜨뜻한 생의 이면 그리고 생의 황혼에 찾아오는 놀라운 발견이 붉게 타는 지평선을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비슷한 형식의 최근작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상은 규칙이 되어버린 경이로운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 소설은 당시 구매하여 집에서 먼저 읽었던 책인데 굉장히 신선했다. 나와 인연이 맞았던 것일 수도 있는데, 너무 좋아서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들려 드리고 싶었다. 음성정보팀장에게 물어보고 전국에 시각장애인 도서로 녹음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보니 다행히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럼 녹음해도 좋다. 이 절차는 꼭 필요하다. 녹음완료 후 1차 편집수정 작업을 하며 한 번 더, 총 세 번 읽은 책이다. 나로선 읽을 때마다 기대되는 스토리라 기뻤고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 성격이 잘 드러나게 대사를 읽는 부분도 내가 그 인물이 된 듯 목소리 연기를 하며 흥미로웠다. 녹음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좋은 녹음도서가 나온다.

 

녹음실 가는 길에 운전하며 EBS ‘책읽는라디오’를 듣는다. 매번 가며 오며 꽤 행복한 시간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특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다시 읽을 생각에 설레었다. 고집 세고 까칠하고 우리가 그렇듯 여린 면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올리브의 목소리는 어떻게 내야 할까. 조금은 투박하고 꼬장꼬장하면서도 무심한 듯, 이런 정도로 설정하였다. 그외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사람들의 목소리를 나름 설정하며 새삼 목소리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내 목소리라 하더라도 날마다 그때그때 다르고 나이 들면 목소리도 손등만큼이나 늙는다. 한 사람을 관통하는 시간의 궤적에 따라 목소리도 변화를 겪는다. 이 책을 녹음하는 동안 비교적 다양한 목소리층을 연기한 것 같다. 생의 쓸쓸하고도 충만한 풍경에 까무룩 잠겨 자주 울컥하고 목이 잠기기도 했다. 낭독자가 빙의되는 건 조심!! 대사가 아니라 내레이션 부분에서 저렇게 울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얼른 정신차리고 파일을 돌려 다시 녹음한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세 번째 장편이고 2009년 퓰리쳐상 수상작이다. 오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글을 써온 그녀는 이런 유의미한 조언을 한다.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그럴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 그녀는 존 치버와 존 업다이크를 좋아하며 육필원고를 고집한다. 나는 필사 대신 녹음하면서 한 번 더 읽는 것으로 필사를 쉽게 대신한 셈 치자.

 

스트라우트의 문장은 읽을수록 감탄사가 나온다. 섬세하면서도 강하고 생의 위트와 연민이 공존한다. 농후한 생의 이력과 소화력이 엿보이는 문장들, 군더더기 없는 전개, 강인하면서도 시적 서정성이 엿보이는 유려한 문장들로 가득한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큰 강을 이루는데, 하나같이 서사가 독특한 구성 안에서 흐른다. 많은 등장인물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 올리브 키터리지가 있다. 강인하고 괴팍하고 불같은 성미를 지녔지만 따뜻함을 숨길 수 없는 이 여인과 남편 헨리, 외아들 크리스토퍼,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오랜 세월을 이어온 이야기가 거대한 테피스트리처럼 엮여 햇살 비치는 벽에 걸린다. 드러내어야만 치유 받을 수도 있는 생의 미려한 상처들에 온기 어린 시선과 응원을 보내는 이 소설을 작가는 '삶을 마법으로 만들 줄 아는 분이자 내가 아는 최고의 이야기꾼인 어머니에게' 헌사한다고 했다. 역시 작가에게는 이야기꾼 어머니가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약국'의 첫 문장은 이렇다.



헨리 키터리지는 오랫동안 이웃 마을에서 약사로 일했다.

봄이 왔다. 낮이 길어지고 남은 눈이 녹아 도로가 질척했다. 개나리가 활짝 피어 쌀쌀한 공기에 노란 구름을 보태고, 진달래가 세상에 진홍빛 고개를 내밀었다. 헨리는 모든 것을 데니즈의 눈을 통해 그려 보았고, 그녀에게는 아름다움이 폭력이리라 생각했다.

(올리버 키터리지 43쪽)

 

이 책의 후반부를 녹음하고 있을 당시 입하가 벌써 2주 전이었던 걸 떠올렸다. 요새는 봄, 가을이 없이 여름이 오고 겨울로 넘어가는 것 같다고 엄살인데, 전적으로는 동감되지 않는다. 봄과 가을은 나름의 빛과 향으로 우리에게 머물다 갔고 우리는 호들갑스레 봄을 노래하고 가을을 누렸으면서 그 모든 걸 망각한다. 좋았던 봄은 잊어버리고 그건 그저 없었던 듯 아무것도 아니었던 듯, 여름이 너무 빨리 온다고 법석이다. 입하! 그리고 성하! 나는 입춘보다 이 말을 더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봄을 잊고 싶진 않다. 봄은 늘, 여름 속에도 가을 속에도 그리고 겨울 속에는 더 속속들이 녹아있는 크림치즈 같은 것. 생은 내내 봄날을 어깨에 겯고 가는 걸. 아, 그걸 뒤늦게야 깨달은 한없이 가엾은 올리브 키터리지!

 

수정편집 과정에서 세 번째 읽으며 올리브는 어쩜 그렇게 살아서 튀어나올 정도로 생생할까 감탄했다. 어쩜 이리도 사람의 구질구질한 이면과 내면을 짚어내 두근대게 하는 걸까. 올리브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가슴 아픈 사연, 생의 빛나는 비밀이 생을 그럭저럭 잘 살아냈다는 훈장처럼 매달려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늘 덩치 크고 성질 사납고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그러면서도 사람과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감출 수 없는 올리브가 이어져 있다. 결국은 한 곳으로 귀결될 우리의 삶처럼 둘러가는 듯 하나로 아우르는 각각의 이야기가 남몰래 간직한 이런저런 상처로 너덜너덜한 가슴을 화살처럼 날렵하게 적중한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이러저러함에 의연하고 현명해지라는 은근한 응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구역질 나는 순간의 기억들마저도 생의 프레임 밖으로 내치는 게 아니라 안으로 끌어들여 안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내게 준 게 많든 적든, 아니 많다고 생각하든 적다고 생각하든, 적절하다고 여기든지 말이다.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앤을 바라보며 생각하건대, 그런 안정감을 갖는 데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아이가 필요했다면 사랑으로는 불충분했던 게 아닐까. 

(올리버 키터리지 378쪽 ‘불안’)

 

처음 편 '약국'에서 시작하여 징글징글한 생의 파란만장을 다 겪고 마지막 편 '강'에서 마무리하며 일흔 넘은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루어질 수 없던 사랑이 눈물겨웠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착한 당신 외로워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하며 폭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 올리브 키터리지다. 그리고 우리 자신과 곁에 있는 사람이다. 늦지 않았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의 숭숭 구멍 난 지난 삶까지 끌어안는 걸 뜻할까.

하지만 지금 둘은 이렇게 만났다. 올리브는 꼭 눌러 붙여놓은 스위스 치즈 두 조각을, 이 결합이 지닌 숭숭 난 구멍들을 그려 보았다. 삶이 어떤 조각들을 가져갔는지를. 

(올리버 키터리지 484쪽 ‘강’)

 

찬란한 은유로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생은 어쩌면 거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을 은유로 산다면 생각보다 훨씬 견딜 만할까, 파란만장도 거대한 하나의 은유 속에서 일상의 원관념들이 위트 있는 (어떨 땐 찌질하다 해도) 보조관념들로 너그럽게 윙크를 날리지 않을까, 그런 난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도 찡긋 윙크로 답변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눈물도 웃음도 바람에 파도에 가볍게 흘려보내는 게 생의 진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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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18 공감(86) 댓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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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할 수 없는 삶에서 희망은 성장 새창으로 보기 구매
“우린 누구나 가끔 우울할 때가 있잖아요.” 하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몰이해라는 벽을 칠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경청할 때 쉽게 하는 실수다. 고통을 일반화시킴으로 그들을 의지가 약하고, 참을성 없고, 별일 아닌 것에 징징거리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일반화의 오류이고 또 다른 가해다.

 

올리브가 아버지에게 보였던 반응은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자살로. 그녀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바닷가에 세워져있는 케빈의 차에 올라타고, 우연히 만난 니나를 무릎에 누이고, 산책길에 쓰러져있는 잭을 발견하고 그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안부를 묻는 것에서, 눈에 보이는 경치로, 자신의 기억으로 옮겨간다. 그 이야기는 케빈으로 하여금 자신을 탐색하고 들여다보도록 한다. 그녀의 존재가 크게 느껴져서, “잠깐 동안 거대한 코끼리가 곁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82p) 받았다. “인간 왕국의 일원이 되고 싶은 순진하고 순한 코끼리, 앞다리를 무릎에 포개고 기다란 코를 살며시 움직이는 코끼리”(82p) 케빈의 환각으로만 볼 수 없는 올리브의 위력이다. 무감하고 무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 안의 상처가 같은 상처를 가진 타인에게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가 어서 떠나주길 바라던 케빈은 마음속으로 “가지마세요, 키터리지 선생님. 가지 마세요.”(83p)하고 말한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 뒤에는 두려움이 있었고, 올리브가 그의 공간 안으로 밀고 들어가 함께 함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해안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단편들에 올리브 키터리지는 아픔을 찾아내는 탐조등처럼 등장한다. 한마디 지나가는 말로도 자신 가르쳤던 아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그녀는 자신과 남편을 묶고 인질극을 벌였던 여드름투성이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년원에 보낼 작업복을 만든다. 죽음을 떠올린 그들의 얼굴에서 지난날에 놓쳤던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상처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는 그녀는 가장 가까운 남편과 아들에게는 상처를 남긴다. “그이는 힘든 시간을 겪었어.”(127p) 아들의 결혼식 날 수잔이 한 말을 듣게 된 그녀는 “크리스토퍼가 뭐라고 말을 했을까? 크리스토퍼가 무엇을 기억했던 걸까?”라고 생각하며 수치심을 느낀다. 아들 크리스토퍼는 우울증의 원인이 유전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마로부터 받은 감정적 폭력이 원인이라고 말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돌이켜 기억하면서 언뜻언뜻 기억나는 장면들. 그녀의 마음에 박혀있는 이 장면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올리브는 뉴욕에 살고 있는 아들을 방문했다가 이 사실을 직접 듣고 다시 확인한다. 

 

“하지만 아들 뒤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올리브는 때로 이 모든 일 속에서도 깊은 외로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던 걸 기억했다. 그리 오래되니 않은 몇 해 전, 충치를 때우면서 치과 의사가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돌리는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인지 그것이 마치 죽도록 깊은 친절인 것처럼 느껴져 올리브는 샘솟는 눈물을 숨죽이며 삼킨 적이 있었다.”(403p)

아들 뒤에 서있는 모습, 치과의사의 손가락 때문에 흘린 눈물에서 외로움의 깊이가 느껴진다.

 

남편 헨리와 올리브는 인질 사건 때 서로에 대한 생각의 밑바닥을 다 내보이고 상처를 받았다. 헨리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 것이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은 내보이면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만약에 아이들이나 남편이 상처를 이야기 하며 내가 아이들에게 쏟았던 시간들을 부정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오래 전 시간들을 기억하며 문뜩문뜩 가슴에 와 박히고 고개를 젓게 하는 어떤 순간들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걸음마를 하던 아이가 창턱의 제라늄을 만지려고 손을 뻗자 올리브는 아이의 손을 탁 때렸다. 하지만 올리브는 아이를 사랑했다! 맹세코 아들을 사랑했다” (262p)

 

산책길에 쓰러져 있던 잭은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약해져 있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는 올리브가 싫어하는 종류의 남자다. 공화당 지지자고, 편견투성이고,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딸이 댁을 미워해요?”라고 메일을 먼저 보내는 그녀는 조금 변해있다.

 

“후우, 난 무서워요.” 하는 잭에게 “아, 그만해요. 난 겁먹은 사람은 싫어요.” 이렇게 말했을 그녀였지만 그저 그 옆에 가서 앉을 뿐이다. 그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헨리가 죽기 전 몇 년 동안 자신이 이렇게 헨리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눈을 감았다.”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483p) 하고 생각한다.

 

짐 오케이시에게 사랑을 느끼던 때, 헨리가 데니즈에게 사랑을 느꼈던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던 때, 헨리를 보낸 때로부터 지금 잭과 함께 있는 올리브는 변했다. 노년에서야 알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 그저 헨리를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후회가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면 자동적으로 마음이가고 손을 뻗게 되는 그녀이기에 잭의 옆 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기에.

 

20년 전과 현재의 나는 다르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미숙하고 옹졸하고 생각이 거칠었다. 나의 기분에 갇혀서 타인의 말에 상처만 받았고, 다른 사람을 나의 처지에서 판단하고 분류하기 바빴던 생각의 흐름들. 나에게 관대할 수 없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관대할 수 없었던 시간들에 대해 생각한다. 10년 20년 후의 나는 더 성장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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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13 공감(58) 댓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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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올리브 키터리지 새창으로 보기 구매
나는 문학상을 받은 작품에 누구보다도 의심과 불신이 많은 사람이다. 기대감을 안고 읽는 타 독자들과 달리 나는 레이더망을 켜고 매의 눈으로 읽게 된다. 원래부터 이러지는 않았는데 수상작에 하도 실망해서 그게 그렇게 됐다. 이번에 읽은 퓰리처 수상작인 <올리브 키터리지>도 읽기는 잘 읽었지만 수상에 납득까지는 어려웠다. 퓰리처상은 해외 기준이니까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지만.


사전 정보도 없이 입소문만 듣고 책을 고르는 건 역시 고쳐야 할 습관이다. 당연히 장편인 줄 알았는데 내가 싫어하는 단편집이었고 그중 절반은 주인공인 올리브의, 절반은 지역주민들의 에피소드였다. 전반적으로 연민과 동정을 갖게 하는 내용들이고, 올리브가 나오든 안 나오든 분위기는 다 비슷비슷하다. 올리브가 다정다감하고 정 많은 캐릭터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활화산 불도저 같은 여인이어서 살짝 충격받았다. 단지 예상을 깨서 충격인 게 아니라, 차분하고 감성적인 공간과 성깔 있는 인물의 조합이 영 와닿지가 않아서다. 마치 스타벅스 매장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큰소리로 떠드는 빌런을 본 기분이랄까.


인생의 어디쯤엔가 다다르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더는 힘든 상황을 노력으로 이겨낼 수 없고, 세월을 악으로 거스를 수가 없을 때. 또 그것을 원치 않아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한다는 걸 인식하게 될 때에 인간은 한차례 허물을 벗고 성숙해진다. 그래서 배움에는 끝이 없고, 성장은 멈추는 법이 없는 건가 보다. 전해지지 않은 마음은 서로를 멀게 하고, 일방적인 헌신은 한쪽을 지치게 하고, 갑작스러운 부재는 남은 평생을 공허하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아픔으로 적막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아픔과 감정들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또는 언젠가 겪게 될 것들이어서 보는 내가 힘들다기보다 결국 삶이 다 그런 거겠지라는 심정을 갖게 한다. 이렇게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감정이 스며들 때마다 인류는 어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있다고 믿게 된다.


독자들, 특히 여성분들이 올리브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건지 알겠다.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걸크러쉬 마인드인 올리브는 겉바속촉의 워너비 아이콘에 가깝다. 서양 버전의 욕쟁이 할머니 같은 올리브의 진짜 매력은 노인이 되고부터다. 원래도 그런 성격이었지마는 나이가 들면 더더욱 누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어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올리브는 보란 듯이 마이웨이를 외친다. 그러나 자신의 모난 성품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고, 그것이 삶에 이런저런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는 있기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게 되고, 그 같은 장면들에서 독자들은 이 철면피 여사에게 인간미를 느끼는 것이다. 내가 분석한 바로는 그러한데 뭐 아님 말고.


이 작품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어떻게 울렸을지 대강 느낌이 오지만 그래도 수상 타이틀은 잘 모르겠다. 그보다 각 에피소드가 전부 올리브의 이야기였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퓰리처상 말고도 이것저것 수상한 작가라고 하니 좀 더 알아봐야겠다. 어쩐지 치킨 땡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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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12-16 공감(50)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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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인생 새창으로 보기
언제부터인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나의  사회적인 위치가 어디 쯤인가 가늠하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리 지어 경쟁의 구조에서 살아가는 인간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일 수도 있겠구나 하며 수용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정말 나라는 인간은 나 홀로서는 받아들여지는 생물체일까 하는 도전적인 질문을 내 스스로 던져 볼때가 많다. 



가까운 지인, 또는 가족, 그리고 때론 나 스스로도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지 않나 하는 자조적인 위로를 건내며서.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이 올려놓은 sns 사진들을 다 거짓이라고 그들의 자조를 폄하한다.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 없이 자기 위주다.  



그래서, 나름 품위있고 격조 높은 자조를 보내기 위해 사회적 인정, 재력, 능력 , 명예을 획득하기에 애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너무 시니컬한 생각들이 계속된다. 아니 어쩌면 그런 나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덜 시니컬하지 않은 생각이지 않나 싶다. 나는 매 순간 퓨어한 자존감의 소유자이고, 남의 행복을 온전히 축복하는 인간이 되지 못하는 거. 때로는 남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질투심에 그들이 갖지 못한 것들을 나는 넘치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떠오르면서 마음의 위안를 갖고 상대적 우위를 확인시키는 작업들. 이러면서 고군분투하는 나.



"수십 년 동안 그녀를 동정해왔노라 꼭 말을 해야 했다면 낙심한 인생이라는 걸 그녀는 이해했다. 보스턴을 향해, 함께 아이 셋을 낳아 기른 아내를 향해 해안을 따라 운전해 내려가면서, 오늘 그녀를 지켜본 그가 어떤 만족감을 느끼라는 걸 앤지는 알았고, 다른 많은 사람들 역시 이런 위안을 필요로 하리라는 걸 알았다. 맬컴이 월터 돌턴을 한심한 호모라고 부르면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이런 자양분은 묽은 우유와 같다." [올리브 키터리지,ebook 20% 지점]



<피아노 연주자> 에서 사이먼은 옛 애인  앤지를 불현듯 찾아와 피아노 연주곡을 신청한다. 지금의 애인 돌턴은 동성애를 비난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이먼은 선택하지 못한 과거를  스스로 설득하고 현재의 조건들을 만족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불륜남 맬컴은 남을 깔아뭉면서 상대적인 우월감을 드러내는 비겁한 짓일지도... 앤지는...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  이루고자 하는 것들 (예를 들어, 행복감, 자존감 등)을 지켜나가는데 일시적인 또는 미묘한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저 묽은 우유일뿐. 



"나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연민이 아니라,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바치는 아부가 아니라, 나에게도 있고 타인에게도 있는 외로움의 가능성을 보살피는 마음이 있어 우리는 작은 원을 그렸다." [시와 산책, 55p]



인간은 본성과 의지의 혼합체라서 다행이다. 나의 욕망과 본성을 직시하고 인정하면 할 수록, 이것은 나만 가지는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수록, 때로는 타인이 곧 내가 되고 내가 곧 타인이 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인간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을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여전히 들기는 하지만, 의지적으로 나와 타인을 분리하며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행복은 그렇게 빤하고 획일적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도 어려우며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 한다. 행복을 말하는 것은 서로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한다." [시와 산책, 30p]



인간, 인생은 서로 비슷하면서 다르다. 마치 번역된 책은 원본과 같으면서 다르다고 한 것처럼. 그래서 남을 나처럼 여기면서 존중하고 대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삶은 같지 않다. 잘 보이지도 않고, 쉽게 이해도 안되고 설명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 것 같다. 참 오묘하다. 인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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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2-24 공감(37) 댓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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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문장으로 차린 뷔페 새창으로 보기 구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56년 잔나비 띠. 미국 메인 주의 포틀랜드에서 출생.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한 것이 1998년, 이이의 나이 마흔세 살 때. 이력을 보고 나는 문득 박완서 선생을 떠올렸다. 1931 신미년 양띠. 1970년 마흔 살에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장해 한 시절을 풍미했던 국가대표 수다꾼. 얼추 가져다 맞춘 것이지만 세상 살아볼 거 거진 다 해보고 나이 들어 글쓰기 시작한 작가들이라서 그런지 글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참 찰지다. 물론 이들이 눈을 모아 바라보는 대상은 판이하다.

 

  스트라우트가 내세운 인물은 은퇴한 시골학교 수학선생. 골격이 크고 기골이 장대해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체격의 여성. 위로 9대 할아버지가 카누를 타고 강을 거슬러 자리 잡은 포틀랜드 인근의 크로스비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고, 헨리 키터리지와 혼인해서 외아들 크리스토퍼를 낳고, 키우고, 답답한 남편과 살면서 복장 터지는 세월을 지내다 어영부영 나이 들어 퇴직하고, 더 늙어가는 올리브 스트라우트. 크로스비 마을의 유일한 중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으로 악명이 자자했으나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만큼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았던 건 무뚝뚝한 친절이 이이의 근본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말을 한 마디 해도 퉁명스러운 단어들을 효과적으로 조합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어딘지 모르게 타박한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들로 골라서 하는 게, 아무래도 버릇 같은데 이런 성향이 늙어갈수록 더 해가는 경향이 있다. 아무렴. 늙으면 늙을수록 세상에 원망스러운 게 많아진다고 하니. 예를 들어볼까. 강변을 따라 잘 포장해 놓은 산책로. 가는 데 3마일, 오는 데 3마일. 합해서 매일 아침 6마일. 70대 노인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거리인 9.7 킬로미터를 눈이나 비, 또는 모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매일 걷는 걸 습관으로 하고 있었다가, 하루는 눈꼴 신 하버드 출신의 재수없는 공화당 지지자인 배불뚝이 노인 잭 케니슨이 길바닥에 누워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 올리브가 가까이 가서 허리를 굽혀 노인의 새파란 눈을 바라보고 얘기하는 첫 마디가 이렇다.
  “당신 죽었소?”
  어쩌면 좋아. 외모는 다음으로 하고, 말하는 품새나 생각하는 거나 딱 빼다 박은 중년과 노년 사이의 우리나라 여자를 한 명 아는데, 방귀가 나올 거 같으면 출근하느라 밥 먹고 있는 남편 식탁에까지 달려와 시원하게 뀌는 이다. 남편 옆에 와야 방귀도 시원하게 나온다면서. 누구냐고? 안 알려줌. 역자 해설을 보면 작가가 먼저 올리브를 만들고 보니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페이지마다 등장시키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연작 형식을 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이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연작소설 《올리브 키터리지》가 수다스럽고, 경쾌하고, 에너제틱하리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그것도 큰 오산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이제 인생의 석양에까지 와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인간살이에 관한 쓸쓸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노년의 주변에 관한 노인들의 심리상태를 절묘하게 묘사한 책이다. 올리브가 비록 외모나 성격, 언어 사용에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으나, 피부색과 성적 기호에 관한 편견에 관한 한 도시 노인들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물론 공화당과 부자백인남성에 관한 편견은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지만. 세상엔 70억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다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 커플을 이루고, 이들이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고, 가족들이 올망졸망 모여 친척과 동네를 만드는 것. 이들 사이에 상호간의 자기장이 있고, 개성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 사람들 사이에 서로 갈등하고, 오해하고, 믿거나 비웃고, 호감이 생기고, 이것들을 다 합해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건 다 비슷하다.
  그리하여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냥 사는 이야기.

 

  스트라우트가 생각하는 가족은 뭘까. 사랑한다고 착각해서 서로 몸을 부딪고 결혼을 해 두 명 다 스스로 지옥의 구덩이로 들어간다. 1930년 더하기 빼기 2, 3년생으로 보이는 올리브 키터리지 세대는 결혼생활 내내, 여성도 경제생활을 할 경우마저 더 과도한 가사노동의 의무가 주어지고 대신 바가지 박박 긁을 수 있는 권한 역시 확보한다. 부부는 서로가 모르고 있기를 바라며 다른 여성이나 남성을 흠모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견제를 하거나 가정의 유지를 위해 모른 척 지나기기도 한다. 이게 1970년대식이었다. 서로를 향한 웬수 상태로 숱한 세월을 보냈음에도, 어느 순간, 이게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또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뜨면 곧바로 지옥이 다가올 거라는 걸 깊이 인식하게 되고, 둘 가운데 한 명은 어김없이 이 지옥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 세상이 왔다가 유전자를 전하고, 간다.
  올리브의 자식 세대는? 이 세대가 작가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인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화르륵 불타오르고 생각난 김에 즉각 결혼해서 사랑 한 번 진하게 한 후, 또다시 화르륵 불같은 싸움 한 번으로 이혼해버리고 두 번째, 세 번째, n번째 결혼을 저지르는 유목민의 삶. 마음을 둘 정처 없는 대도시 지향으로, 전쟁을 겪은 완고한 부모(세대)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앙금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간단히 얘기하면, 사실 간단하게 말한다는 게 거칠게 단정한다는 거하고 비슷한 말이지만,  무뚝뚝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덩치 큰 노인 올리브의, 누구나가 다 공감할 수 있는 회상과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질투와 위안을 얻기 위한 안간힘 같은 것을, 매우 감각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감으로써 더욱 더 공감할 수 있게 마련한 뷔페다.
  첫 번째로 실린 <약국>은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올리브와 헨리 키터리지 부부와 아들 크리스토퍼를 중심으로 이후에 등장할 인물들이 은근히, 그냥 지나치듯 소개하고 있다. 올리브의 아버지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입천장을 향해 권총을 발사해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의 우울증 유전자 일부가 아들 크리스토퍼에게 전해졌을 수도 있다는 걸 마음 속으로 걱정하고, 약국을 운영하는 남편 헨리가 유난히 종업원 데니즈에게 정을 주는 것이 매우 아슬아슬하다고 신경을 쓰는 반면, 매일 자신과 아들을 학교에까지 태워 왕복해주는 동료교사 짐 오케이시를 향한 미묘한 끌림, 그것을 넘은 호감 이상의 것을 즐긴다. 짐 오케이시가 운전 중에 가로수를 정면으로 박아 죽어버리자, 부부 침대에 누워 짐 오케이시를 위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올리브에게 헨리는 이렇게 묻는데,
  “올리브, 당신, 날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지?”
  올리브는 얼른 수건에 손을 닦으면서 대답한다.
  “아, 또 무슨 소리야, 헨리. 사람 참 지겹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이들 중 적어도 한 명은 벌써 알고 있었다. 배우자가 세상을 뜨면 자신 앞에 곧바로 고독이라는 이름의 지옥문이 열린다는 것을.

 

  사람 사는 이야기의 분식. 야박한 말 같지만, 문학이 별 거냐. 사는 이야기를 분식, 메이크업 하는 일이 문학이지. 사는 모습에서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해 채집하고 이를 적절하게 메이크업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위대한 별은 아니지만 밤하늘에 잔잔하게 빛나며 오래 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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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 2021-06-10 공감(34) 댓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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