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0

알라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알라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지은이)창비2004-10-01초판출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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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424쪽
152*223mm (A5신)
594g
ISBN : 9788936470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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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랍계 필리핀인 무함마드 깐수로 위장한 북한공작원으로 구속되었던 정수일의 옥중편지 모음집. 1996년 체포된 후 2000년 8월 석방될 때까지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것이다. 편지의 내용 대부분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지나온 삶에 대한 회고로 이루어져 있다.

무함마드 깐수가 아닌 남한 사회에서 정수일로 살기 위한 포부와 지나온 학문 인생, 감옥 생활 등과 여러 일화들을 엿볼 수 있으며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실었다. 책에는 일제의 압박을 피해 이주한 유민의 후손으로 태어나 연변에서 일제강점기를 보내고 광복 후 중국의 외교관으로 일하다 북녘으로 환국, 남녘으로 환향한 지은이의 생애가 담겨 있다.

일상생활에 대한 가벼운 감회보다는 진지한 통찰과 사색의 결과를 담은, 학자로서의 풍모가 잘 드러나는 서간집이다.


목차


편지글을 엮어내며

제1부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올라라
40년 학문인생
학문의 초야를 일구어
무위의 낙과가 될 수 없다
겨레의 품으로
민족사의 복원을 위해
이방어의 여신에 사로잡히다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
너그럽고 검소하게
사형을 구형받고서
마의 2주
연마끝에 이룬 복이 오래 간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학문에서의 허와 실
스승과 제자가 한 포승에 묶여
눈밭에 그려본 인생의 파노라마
46년 만에 올린 감방의 설날차례
판결받은 ‘학문적 열정’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올라라
바른 길을 가르치는 글
인생은 갈아엎기
참된 나
민들레 송
두견주로 생일축배를
나를 뛰어넘을 후학이 되라
옥중 좌우명-수류화개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
바다 같은 너그러움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애정
배고프면 밥먹고, 곤하면 잠잔다
달에 관한 단상
우리만의 단풍
자유에의 사랑은 감옥의 꽃
유종의 미
지성인의 인생패턴
호랑이의 꾸짖음
인고 속의 '씰크로드학' 구상
중국의 국비유학생 1호
위공
주어진 길을 걸어가리

제2부 새끼줄로 나무를 베다
새끼줄을 톱 삼아 나무를 베다
'가죽코 짚신'에 깃든 자애
'생의 시계'는 멈춰세울 수 없다
겨레의 꽃, 해당화
새하얀 눈밭에 찍는 발자국
뭇별 속의 보름달
피로 쓴 책만을 좋아한다
삶의 화두
시대의 소명
지성의 양식
겨레의 소중함
겨레에 대한 앎(1)
겨레에 대한 앎(2)
겨레에 헌신
'글자전쟁'에 부쳐
언 붓을 입김으로 녹인 보람
겨울밤 무쇠같이 찬 이불 속에서
귀곡천계
늙지 않는 비결
외삼촌이 들려준 천금 같은 이야기
3.1독립가를 되뇌며

제3부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네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다
사제의 영원한 인연
법고창신
분발, 분발, 또 분발
'학식있는 바보'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
서늘맞이
'제2의 광복'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비명에 간 제자를 그리며
삼궤고를 덜다
단풍인생
참문화
서리 속의 호걸, 국화
인생에 만남은 단 한번
눈덮인 분단의 철책 걷히지 못한 채
달아나지 않고 남아 있는 과거
제구실을 못한 기성세대
얼과 넋이 살아숨쉬는 우리의 민속놀이
할 일에 날짜가 모자라는구나
겨레붙이를 중심에 놓고
나무의 참 테마
얼마간 부족한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네
수의환향
겨레의 다시 하나됨을 위해
내 고향 칠보산
양심을 가진 학문
죽부인
40년 만에 만난 동생
잉크 값어치나 했으면
접기


책속에서


지난주(11월 28일)에 나는 법정에서 사형이란 극형을 구형받았소. 물론 생에 대한 인간본연의 애착으로 보면, 불운이라고나 할까 비명이라고나 할까 하는 이런 식의 운명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인과율(因果律)로 따지면 항변의 여지가 없는 귀결일 수도 있는 것이오. 물론 나도 보통인간으로서, 더욱이 이 싯점에 이르러서까지도 못한 일을 너무나 많이 남겨두어 아쉬워하는 미련의 인간으로서, 또 이 시대, 이 겨레를 위해 무언가 더 남기고 싶은 의욕이 간절한 대망(待望)의 인간으로서, 생을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 아니 그 이상의 절규마저 어찌 없겠소. 그러나 인생의 도리 앞에서는 스스로가 수긍하고 대범해져야 하는 법이오.

인생이란 유한한 것이오. 어차피 누구나 다 맨손으로 이승에 왔다가 빈손으로 저승에 가게 마련이오. 그런데 그 유한에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자연순응적인 유한과 인위적으로 조작된 인위조작적인 유한의 두 가지가 있소. 대체로 인간은 자연순응적인 유한에서 그 생을 마감하는 것이오. 이것을 보통 운명이라고 하오. 그러나 드물게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유한에 생을 맡기는 경우도 있소. 이를 카리켜 비명(非命)이라고 하오. 인간에게는 운명이니 비명이니 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오. 인간의 삶에서 진짜 중요하고 유의미(有意味)한 것은 어떻게 유한, 그것도 극히 짧은 유한 속에서 무한을 살고, 또 그것에 대비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오.

- 본문 57~58쪽에서 접기
2차대전 때 유명한 에스빠냐의 반파시즘 투사이자 작곡가이며 지휘자였던 '첼로의 성자" 빠블로 까잘스는 고령에도 강인한 투지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해오다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마지막 순간에 이런 말을 남겨놓았소. "지난번 생일로 나는 93세가 되었다. 물론 젊은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나이는 상대적인 문제다. 일을 계속하면서 주위세계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면 사람들은 나이라는 것이 반드시 늙어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나에게 있어서 인생은 더 매혹적이다."-282~283쪽 접기 - sujae25



저자 및 역자소개
정수일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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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옌볜에서 태어나 옌볜고급중학교와 베이징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대학 인문학부를 중국의 국비유학생으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를 지내고, 튀니지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신라·서역교류사』『세계 속의 동과 서』『기초 아랍어』『실크로드학』『고대문명교류사』『문명의 루트 실크로드』『문명교류사 연구』『이슬람문명』『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한국 속의 세계』(상·하)『실크로드 문명기행: 오아시스로 편』『문명담론과 문명교류』『실크로드 사전』(한글·영어)『실크로드 도록』(육로·해로·초원로편)『민족론과 통일담론』『우리 안의 실크로드』 등 이 책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정수일 회고록』을 포함해 29종 36권, 역주서는 『이븐 바투타 여행기』(전 2권)『중국으로 가는 길』『혜초의 왕오천축국전』『오도릭의 동방기행』등 4종 5권으로 총 33종 41권의 저서 및 역주서가 있다.

정수일 어록

• ‘다민족’과 ‘다문화’는 각이한 민족들의 정체성이 존중될 때만이 비로소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 ‘세계사적 시대’ ‘민족사적 시대’는 층위적 개념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상호 보완적이며 평행적인 개념이다.
• ‘일체성’이야말로 미래의 인류를 다 같이 공생 공영할 수 있게 하는 역사의 원초적 뿌리이며 밑거름이다.
• 나는 나의 학문관을 아위중, 술이작, 천일정의 세 기둥으로 받쳐 세우고 그 실천에 일로매진했다.
— 아위중(我爲重): 우리의 것이 중요하다
— 술이작(述而作): 선인의 것을 서술할 뿐만 아니라, 새것을 창작하다
— 천일정(穿一井): 한 우물을 깊이 파다
• 인류가 염원하는 ‘보편 문명’은 결코 어떤 특정 집단에 의해서만 성취되지 않으며, 그 누구의 전유물로 전락될 수도 없다.
• ‘보편 문명’은 오로지 서로의 부정이 아닌 긍정, 상극이 아닌 상생 속에서 문명 간의 부단한 상부상조적 교류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
• ‘문명의 교류’는 인류가 공생 공영하는 이상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접기

최근작 :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1>,<우리 안의 실크로드> … 총 5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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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무함마드 깐수’ 교수가 북한 간첩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던 그는 당국에 체포돼 자신은 북한에서 온 ‘정수일’이라고 순순히 밝혔다. 한국인이었던 그의 아내조차도 신분을 몰랐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감추었다. 5년여의 감옥생활 끝에 2000년 석방됐을 ... 더보기
모든사이 2009-12-31 공감 (8) 댓글 (0)



옥중 서간집을 제법 읽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부터 시작해서, 서준식의 <옥중 서간>,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이번엔 정수일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까지. 정수일 선생의 편지글의 특징이라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투명한 정신의 소유자임이 명징하게 드러나 보인다는 점이다. 보통 감옥 생활이라면 감옥의 고... 더보기
글샘 2005-09-25 공감 (42) 댓글 (0)



한걸음씩 읽으려던 독서 계획을 어느 순간 무너뜨리고 몰아쳐서 읽어버리게 만든 책. 옥중서간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깊은 성찰과 높은 집중력으로 쓰인 글일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나의 상상을 넘어서는 글이 담겨 있는 책. 어렸을 때 지구를 집어 삼키려는 빨갱이 문어를 포스터로 그렸는데, 공산당의 침략을 잘 표현했다며 게시판에 내 그림이 붙었을때도, 간간이... 더보기
chika 2005-07-15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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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조절에 실패...양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워
청보리 2012-07-0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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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네요.
중3인 아들의 요청으로 구입을 했는데 같ㅇ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pek-john 2014-06-0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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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심어진 나무 같이... 흔들리지 않게...



옥중 서간집을 제법 읽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부터 시작해서, 서준식의 <옥중 서간>,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이번엔 정수일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까지.

정수일 선생의 편지글의 특징이라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투명한 정신의 소유자임이 명징하게 드러나 보인다는 점이다. 보통 감옥 생활이라면 감옥의 고통과 과거사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하기가 쉬운데, 이 편지글들을 읽다 보면, 마치 감옥처럼 꾸며 놓은 세트장에서 한 편의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글임에도, 그의 글에서는 설명하는 투가 역력하다. 천상 선생 스타일의 문장이다.

분단이란 상황의 희생양이 되어 이유도 없이 감옥에 갇혀버린 국가보안법의 희생자, 무함마드 깐수.

그만의 아랍권 경험들을 총정리하여 우리 나라의 진부한 학술 풍토에 일거 새 바람을 몰아올 수 있었던 <실크로드학>의 맹아를 일거에 얼려버린 국가 보안법. <문명 교류학>에 대한 그의 애정은 새 시대에 적합한 학문적 훈풍이었음에 분명한데, 국보법의 낡은 틀은 학문에 앞서 해체돼버린 <이즘>의 비수를 들이대어 버린 것이다.

은둔국으로 취급된 우리 역사의 오명을 벗길 수 있는 역사적 고증을 <실크로드학>의 적임자로 자처하는 필자는 출감 후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급격히 관심이 쏠린 아랍 세계와 이슬람 세계에 대하여 <이슬람 문명>등 다양한 접근으로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의 독특한 이력은 십여 개 국의 언어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그의 투철한 민족적 지성관은 분단 시대의 학술적 바탕을 세우기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감옥살이의 팍팍함을 단풍, 서설등을 통해 낭만적으로 극복하고, 현실에 대한 비관보다는 학문에 대한 열정의 표출을 통한 생산적 옥살이를 소의 해에는 <소처럼> 우직하게, 호랑이 해에는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토끼 해에는 <토끼처럼> 지혜롭게 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군자는 만년에 다시 정신을 백배 가다듬어여 한다' ( 晩年君子 更宜 精神百倍)는 자세는 진정한 학자의 자세를 일깨우기에 적당한 말이다. 이처럼 그분의 글 속에는 나를 일깨우는 말들이 셀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각고 면려하는 자세라 하겠다.

바람이 비껴 불고 빗발이 급한 곳에서는 다리를 꿋꿋이 세워야 하고, 꽃이 만발하고 버들이 흐늘 거리는 곳에서는 눈을 높은 곳에 두라(風斜雨急處 要立得脚定 花濃柳艶處 要著得眼高)라는 글은 역경에 처했을 때는 의지를 굳게 가다듬고, 순경에 처하여 영화를 누릴 때는 그 한 때의 영화에 현혹되거나 만족하는 속물이 되지 말고 도덕의 높은 경지를 지향하여 숭고하게 살라는 뜻을 가르친다.

선인 혜초에 대해 부끄럼을 느끼면서는 '수치임을 알면 분발할 용기가 생기는 법(知恥近乎勇)'이라 하였고,

몸은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 게을러져서 허물어지기 쉽다( 形不勞則怠惰易弊)라 하여 게으름을 경계하였고, 게으름이란 의지가 나약한데서 나오는 것이라 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우리의 육체가 정원이라면 우리의 의지는 그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라고 하였다. 에디슨의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inspiration)과 99퍼센트의 땀(perspiration)으로 이루어진다’는 말과 함께. 역시 대단한 노력가이다. 그 의지는 새끼줄을 톱 삼아 나무를 베는(繩鋸斷木) 자세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磨斧爲針) 정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이의 국어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탐독하는 자세와 천고마비처럼 잘못 쓰이는 말들에 대한 고구는 그의 한국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끼게 한다.(천고마비란 원래 초원에 사는 흉노족이 가을철이면 말을 살찌워 겨울 준비를 위해 노략질을 하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천고마비는 시련의 상징이지 우리처럼 아름다운 가을 하늘로 써서는 안 되는 말이었던 것이다.)



평범한 곳에서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로 ‘참맛은 다만 담백할 뿐이고, 덕 높은 사람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眞味只是淡 至人只是常)는 말도 음미할 만한 말이다.



최북의 초옥산수에 쓰인 화제 空山無人 水流花開를 걸고 두고두고 읊어볼 말들이다.


초옥산수, 최북


소를 타고 느릿느릿 걸어가신 선생의 글을 읽으며 고결한 학자의 꿋꿋함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던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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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9-25 공감(4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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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은 없어도



이슬람 문명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이슬람과 관련한 정수일 선생의 명성은 들었으되 역서고 저서고 간에 그분의 책 한 권 읽어보지 않았다.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감되었다는 소식도 석방되었다는 소식도 풍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라는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이 책이 그가 그의 아내에게 보낸 옥중편지 묶음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편지글을 엮어내며'라는 제목의 맨 앞글에서 편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상례인데 이를 어기고 책을 내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밝혀놓았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 '분단의 아픈 시대를 살아가는 한 지성인이 남긴 글로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써놓아 나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자신을 지성인이라고 이렇게 당당하게 칭하는 분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졸고를 어쩌고 저쩌고 하는 상투적인 겸손도 지겨웠지만 자신을 지성인이라고 너무도 당당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멋져보이면서도 조금 생경스러웠다고 할까.

그가 옥중에서 아내에게 써서 보낸 이 편지들은 나중에 책으로 묶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쓰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엄숙하고 정갈하고 한결같을 수가 없다.

13, 4년 전 나도 광주교도소에 몇십 년째 복역중인 한 장기수 어른과 몇 년 동안 꽤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환갑을 조금 지난 분이었는데 얼마나 다정하고 재기가 넘치는 편지를 쓰시는지 그의 편지를 읽으면 옥중에 있는 사람과 바깥에 있는 사람과, 또 우리들의 연령이 바뀐 것 같다고 느꼈다. 내가 편지 속에서 느꼈던 넘치는 그 에너지대로 그분은 출소하자마자 옥중에서 혼자 책으로 공부한 한의학 지식을 살려 민중탕제원에서 일을 하시고, 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식까지 올리셨다. 나는 신문을 통해 그분의 출옥 소식을 듣고 결혼 소식을 들었다. 아이를 업고 남편과 신림동인지 봉천동인지 무슨 성당에서 열린 그의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인파를 뚫지 못하고 먼빛으로 뵙고만 왔다. 영화 <송환>을 보러가서 극장 화면을 통해 본 내 옛 펜팔 남자친구(?)는 여전히 젊고 패기가 넘치는 모습이어서 기분이 좋았다.(언젠가 페이퍼로 쓴 적이 있다.)

1980년대 말, 몇 년째 줄기차게 백수였던 나는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며 한 구절 한 구절에 너무 열광한 나머지 엎어지고 자빠졌다. 신영복 선생은 나에게 그 책을 통해 용기를 줌으로써 인생에 어떤 모션(!)을 취하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나는 취직이 되어 서울로 올라왔다. 이렇듯 책은 어떤 사람의 인생 행로를 구체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이 정도면 내가 사람들의 옥중서신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가 이해 될 것이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담담하고 정갈하되 어쩌면 조금은 심심한 옥중서신이다. 어느 날 불쑥 엄습한 외로움과 괴로움을 아내에게 에둘러 호소할 법도 한데 눈을 씻고봐도 그런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쓸데없는 양념을 치지 않은 담백하고 순수하고 평범한 삶이 진짜 삶'이라는 일절이나 , 민들레를 일러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수수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에서 그의 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배고프면 밥먹고 곤하면 잠잔다' '새끼줄을 톱삼아 나무를 베다' '얼마간 부족한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 이라는 소제목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이 책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구교도소로 이감하기 전날 면회온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입산수행하는 셈치고 마음 편히 보내세요." 옥중의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는 아내라니! 그녀의 편지까지 몇 장 실었으면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화답이라도 하는 듯, '감옥은 한낱 외로움과 괴로움의 공간만은 아니고 서로의 사랑과 믿음, 연대를 확인하고 굳히는 공간이기도 하오.' 출옥 전날 그가 아내에게 옥중에서 마지막으로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가 얼마나 이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고결한 학자인지 실천적인 지식인인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인간의 풍모를 보았다. 읽고 있는 책 여백에 녹두장군의 시를 메모하고, 또 국어사전에서 만난 낯선 우리말을 빽빽히 독서중인 책의 여백에 적어가며 복습한 사진을 보고는 잠시 숙연한 기분에 젖기도 했다. 결혼기념일 날 아내에게 쓴 편지 '너그럽고 검소하게'는 내 수첩에 몽땅 옮겨 적고 싶었고......

어쩌면 들뜨고 조급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읽어내려간 이 책에서 나는 저자가 말한 많은 것을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직접 말로 표현하진 않았어도 그가 아내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의 마음은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민족과 학문에 대한 한 지성인의 절절한 회고록을 두고 무슨 사랑 타령이냐고? 글쎄 말이다. 그런데 난 그런 이상한 독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수고하는 당신에게'라고 써내려간 선생의 편지. 그는 아내에게 어떤 행운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직접 만든 듯한 네잎클로버 도장으로 네 페이지의 편지 귀퉁이를 맞춘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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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13 공감(34) 댓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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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 꿈을 이루소서



무함마드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 교수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한동안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수일 교수는 이미 알려진 대로, 만주 북간도(현재의 옌볜(延邊)) 출신으로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평양외국어대학, 말레이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다 북한 공작원 신분이면서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아랍계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와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6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5년간 옥살이를 하고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세상에 다시 나왔습니다. 복역중에 <이븐 바투타 여행기1,2>, <중국으로 가는 길> 등을 완역했고, 출옥 후에도 <고대문명교류사>, <이슬람 문명>, <문명교류사 연구> 등의 저서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의 역주서를 펴냈습니다. 비록 간첩 혐의로 복역하고 나왔지만, 그 사상의 좌우를 떠나 ‘동서문명교류사’와 ‘아랍 이슬람학’의 개척자임은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가 5년간의 옥살이를 하는 동안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펴낸 것입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당국에 붙잡히는 그 순간까지도 그를 외국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5년 간의 옥중 편지 시작을 그의 소설같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엽니다. 그러나 5년 간의 지리한 옥살이임에도 그의 편지 어디에도 유약한 표현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40년을 학자로서 매진해온 그의 학문적 열정과 집념이 그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저에게 채찍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문명교류학을 통해 민족사를 복원하겠다는 '순수한' 그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게 되었습니다. 제 표현의 한계로 인해 그의 열정과 바람, 학문적 깊이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입발린 소리가 아니라 정말 '순수한' 민족에 대한 그의 애정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편지 곳곳에서 자신의 의지를 가다듬고, 옥중에서 그의 염원인 민족사 복원을 위한 문명교류학 관련 저술에 매진합니다. 그가 즐겨 쓰는 표현으로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고(牛步千里)', '소가 밟아도 깨지지 않게(牛踏不破)', '언 붓을 입김으로 녹이며', '새끼줄을 톱 삼아 나무를 베는' 과 같은 표현이 있는데, 한 번 눈으로 들어온 문장이 머릿속을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참으로 두고두고 나를 단련하기 위해 되새겨야 할 문장들입니다. 이 외에도 동서고금의 고전과 다양한 문헌들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편지를 보노라면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433일 동안 국어대사전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단어 한단어 빠짐없이 보고 익혔다는 그의 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참 많이 반성했고, 더불어 많은 어휘를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1996년 9월 14일자 편지를 시작으로 출옥하기 하루 전인 2000년 8월 14일자 편지로 끝이 납니다. 400 여 페이지의 짧지 않은 글을 읽으면서 저는 시종일관 그의 학문적 열정과 지식의 깊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국어를 포함해 동양어 7종과 서양어 5종, 모두 12종의 언어를 익힌 이야기, 때마다 반복되는 한·중간의 역사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민족사를 복원하겠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학문의 총림(叢林)에서 무위(無爲)의 낙과(落果)가 되지 않으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학문과 더불어 살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어줍잖게 책 좀 읽고 어룽더룽 아는 바를 글로 쓰는 제가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저 저의 게으름이나 느즈러짐을 새삼 경계하기 위해 천협(淺狹)하게 아는 바라도 애써 쓰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할 뿐입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가 5년의 옥살이를 우보천리(牛步千里)하면서 호보(虎步)로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이 그를 옥바라지한 그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인지, 아니 실정법상 간첩인지도 모르고 지냈던 그의 아내의 절대적인 뒷바라지가 없었던들 이 모든 것이 불가했을 것입니다.
그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인고의 쓰라림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나를 잊어주오'라고 단장(斷腸)의 절규를 한 바 있었지. 그러나 당신은 '기다림'으로 '잊음'을 멀리하겠다고, 정녕 기담(奇譚)같은 큰 사랑으로 화답해왔소." 가슴이 아프지 아니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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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 2004-10-17 공감(21)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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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여! 한국의 노신을 만나라.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재생용지일까. 종이의 느낌도 424페이지를 다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맛있는 과자를 야금야금 먹으며 그 먹는 맛에 기쁨 반, 작아져가는 과자를 보는 아쉬움 반의 마음으로 이제 막 다 읽었다. 다 읽었다는 것이 이렇게 오래도록 아쉬워본 적은 참 오랫만의 일이다.

지금 당장 저자에 대한 지금의 내 마음을 적어보라면,

인간적으로 닮고 싶은 롤모델,

학문에 대한 열렬함에 전염되고싶다.

민족에 대한 20살 청년같은 꼴통(?) 신심을 갖춘 사람

이미륵의 감수성과 내가 알고있는 모든 해박한 사람을 다 적어보아야할 것 같은 사람.

조로하는 한국사회에서 환갑도 넘으시고, 간첩(?)이시기까지 한 분이 써놓은 피로 쓴 영혼의 편지를 읽었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겠다라고...그리고 '소가 밟아도 깨지지 않게' 굳건히 다지겠노라고.... 선생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부끄러움에 계속 무릎꿇는 자세로 다시 고쳐앉곤 했다.....어떤 조건 하에서도, 자신의 영혼이 훼손되지 않는 길을 찾을 줄 아시는 분.....부조리하고, 고통스럽지만 있는 그대로의 엄정한 현실을 정면승부하며 살아온 아름다운 인생.....인간의 존엄이란 어떻게 생기고, 지켜지는가를 보고싶은 사람은 꼭 이 책을 봐야한다. 더군다나 조로하는 한국 사회에서 10대도, 20대도, 30대도, 40대도 여전히 '이미 늦었다'라고 탄식하며 살아오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학문을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첫눈에 알아보았다. 학문하는 사람의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무한한 긍정. 공부를 시작하려면 먼저 책상치우다 지쳐서 한숨자고 시작하려드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고, 한해의 게획은 봄에 있으며, 일생의 계획은 부지런함에 있다'라고 독려하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가 뭐라도 할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내가 아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에 대해 집요하게 반박하며 긍정하는 그 사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민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내게 또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종교, 민족 분쟁에 대해 좀 촌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저자의 주장이 합리적인 부분은 더 공부를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어릴적 추억을 듣노라니, <압록강은 흐른다>가 떠올랐고, 촌각을 아껴쓰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신명이 났고, '늙음이란 성숙이나 기여를 뜻하지만, 낡음이란 썩음이나 쓸모없는 대명사'이니 '늙은 젊음'으로 살아야한다고 하시는 부분에서는 나도 저렇게 늙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고, 자연을 찬미한다. 이상기온으로 날씨탓하기 좋아하는 투덜거리는 우리네와는 달리 자연이 주는 의미를 읽어내려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렇게 자연을 존경하듯이, 자기 아닌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탁월함을 배워, 스승의 중요성, 제자로 연결되는 환생하는 시간과 의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그래서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국의 노신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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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마리 2004-10-10 공감(1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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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조선지식인의 역정

1996년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무함마드 깐수’ 교수가 북한 간첩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던 그는 당국에 체포돼 자신은 북한에서 온 ‘정수일’이라고 순순히 밝혔다. 한국인이었던 그의 아내조차도 신분을 몰랐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감추었다. 5년여의 감옥생활 끝에 2000년 석방됐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석방 직후 그는 초인적인 집필력으로 ‘실크로드학’·‘고대문명교류사’ 등의 역저와 ‘이븐 바투타 여행기’·‘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 난해한 고전을 잇따라 펴냈기 때문이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정수일씨의 파란많은 인생을 담고 있는 에세이다. 감옥 밖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은 이 책은 사적인 내용의 서한집이 아니다. 정씨는 분단시대의 비극이 그대로 농축돼 있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민족주의자이자 이슬람 학자로서의 공부 내력과 포부를 담담히 서술한다. 남한 사회에 그는 ‘간첩 깐수 교수’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치열한 학자로서의 면모다.



그는 한국어·일본어·중국어·아랍어·페르시아어·말레이어·타갈로그어 등 동양어 7종과 러시아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12개 언어에 능통한 인물이다.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그의 학문적 궤적과 성취는 학계에서 세계 일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다른 이력만큼이나 그가 풀어놓는 에피소드들도 눈길을 끈다.



그는 베이징대 동방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해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했다. 중국 내 젊은 조선족 엘리트들이 ‘잔류파’와 ‘환국파’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다 자신은 조국의 건설을 위해 북한행을 택한 과정, 압수당한 ‘고대문명교류사’ 원고를 사형을 구형한 검사한테 돌려받은 일화 등 불우했던 천재학자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중국 외교부에서 일할 때 저우언라이 가문의 한 여성으로부터 구애를 받았으나 이미 북한행을 결심한 그는 구애를 거절했다. 이 ‘러브스토리’는 그의 법정 신문에서도 화제가 됐다.



중국 잔류파로 중국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을 지낸 조남기씨와 그의 삶은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같은 중국 내 조선족 엘리트였던 조남기씨가 남한 언론으로부터 ‘조선족 영웅’ 대접을 받았던 반면 ‘조국’인 북한을 택한 그는 영어의 몸이 됐던 것이다. 그는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는 것을 삶의 화두로 삼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두루 섭렵하고 ‘실크로드학’이라는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는 그에게 ‘간첩’이라는 수식과 감옥생활은 삽화에 불과한 에피소드일 뿐이다. 정수일씨는 세계적인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강단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만한 학자를 대접하는 데 한국 사회는 너무나 인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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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사이 2009-12-31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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