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2
“단 한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는 길이 있다”
시민평화사절단, 뉴욕 유엔총회에 ‘유엔사’ 문제제기 - 통일뉴스
“단 한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는 길이 있다”<br>시민평화사절단, 뉴욕 유엔총회에 ‘유엔사’ 문제제기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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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는 길이 있다”
시민평화사절단, 뉴욕 유엔총회에 ‘유엔사’ 문제제기<연재>정연진의 ‘원코리아운동’ 이야기(76)
정연진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19.10.21 15:29:15
KIPF 평화사절단, 유엔총회기간에 뉴욕을 방문하다
▲ 유엔사무총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한 다음날인 10월 1일, UN Church Center에서 가진 기자회견 직후 찍은 사진. 가운데 류경완 단장 바로 뒤의 여자분이 론다 하우벤 기자. [자료사진 - 정연진]
처음으로 유엔총회 기간에 뉴욕을 방문했다.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을 중심으로 한 6개 단체가 동참해 시민평화사절단 이름으로 8박 9일간의 뉴욕행이었다.
사절단은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사)통일의길, 4.27시대연구원, (사)세종여성, 615시민합창단, 그리고 AOK 한국 등 6개 단체 10명으로 구성되었다. 선발대는 9월 19일 뉴욕에 도착했으니 2주간의 방문인 셈이다.
원래 계획은 6.15남측위원회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30여명의 시민평화대표단을 조직하여서 여기에 우리 단체도 동참하려 했었으나, 6.15남측위원회가 여러 사정으로 10월말로 방미 일정을 연기하여 두 개의 방미단이 조직되었다.
나는 코리아 평화 이슈를 가지고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가는 것보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 다양한 이슈로 미국을 찾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화기조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AOK(Action One Korea)는 9월 방미단에 합류하여 상임대표인 나와 이기묘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유엔총회 기간 동안 뉴욕을 방문하는 대표단은 작년에도 유엔 방문단에 동참했던 류경완 KIPF 운영위원장을 단장으로 10명의 활동가로 구성되어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현지의 평화단체들과의 간담회, ‘글로벌 코리아 평화포럼’ 참석, 재일본 ‘우리학교’ 알리기 강연회, 동포단체들과의 교류, 미국시민들과 함께한 평화시위 등 여러 일정 중에서 유엔총회 기간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주한유엔군사령부(유엔사) 문제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 앞 서신 발송과 이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는 일이었다.
이 역할은 국제 네트워크 경험이 많은 AOK가 주로 담당하게 되었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도 컸다.
민간단체가 유엔 관련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는 유엔이 승인한 비정부기구(NGO)이어야 가능한데, 다행히 올 초부터 민중당이 유엔사 국제행동을 위해 시민단체들을 규합하면서 협력해온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Democratic Lawyers)가 유엔산하 경제사회협의회에 속한 NGO여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의 진 마이어 (Jeanne Mirer) 회장은 유엔총회 기간 분주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46개 국내외 단체가 연명한 ‘유엔사’ 문제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발송하는 역할을 담당해 주었다.
▲ 10월 1일 유엔사 문제에 관한 기자회견. 왼쪽부터 필자, 평화재향군인회 존 김, 평화사절단 류경완 단장, 조원호 통일의길 집행위원장. [사진 - 이기묘]
우리 사절단은 뉴욕 현지의 단체들 도움을 받아서 공개질의서 발송에 관련한 기자회견도 기획했었는데 막상 유엔총회 기간에 기대했던 단체들이 각자 일정으로 바쁘거나 언론인맥이 취약해 현지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UN 산하 NGO협의체(CONGO) 리베라토 바우티스타(Liberato Bautista) 회장의 도움으로 편지 발송 다음 날인 10월 1일, 유엔 본부가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유엔 church center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수 있었다.
기자회견에는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의 ‘코리아 피스 캠페인’을 지난 10년간 맡고 있는 존 김 변호사가 유엔 사무총장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의 법적인 근거 설명했고 이번 평화사절단의 류경완 단장이 한국에서 ’유엔사’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과 이슈에 대해 설명했다. 조원호 통일의길 운영위원장이 한국 평화단체의 입장에 대해 발언했고 내가 사회와 통역을 맡아 진행했다.
70여 년간 한국민을 속여온 유엔기구가 아닌 ‘유엔사’
올 초부터 AOK가 동참하고 있는 ‘유엔사’ 이슈에는 올해 민중당 주최로 많은 시민단체들이 결합하여 유엔사 해체를 위한 기자회견 등 활동을 함께 해오던 터였다. 지난 4월 25일에 37개 단체가 함께한 ‘냉전의 유물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는 1차 국제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국내외 단체가 연대하여 진행했다.
5월 24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COLAP: Confederation of Lawyers of Asia and the Pacific) 등 국제법률가단체가 한국을 방문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국제민주법률가 단체 소속 변호사들이 앞으로 협력하는 것을 결의한 가운데 2차 국제선언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주한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미국이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왜곡해 만들어진 ‘위장’ 기관에 불과하다. 안보리는 미군 주도의 ‘통합군사령부’(unified command)를 결성할 것을 결의했을 뿐인데, 미국은 이를 유엔의 공식군대처럼 유엔 이름을 도용해 오면서 마치 유엔의 정식기구인 것처럼 ‘유엔군 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라는 명칭으로 한국민을 속여왔다. 그것도 장장 70여년을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유엔사’와 맞닥뜨린 경험이 있다. 2015년 위민크로스DMZ 행사 기간동안 30명의 국제여성평화활동가들의 일원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북에서 남으로 걸어내려 온다는 역사적인 행사에서였다.
우리 일행이 개성을 넘어서자 우리가 탄 버스를 막아서는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유엔군사령부 군대였는데, 영어를 쓰는 어투가 모두 미국 군인들로 보였다. 그들은 우리 대표단에게 DMZ를 도보로 갈 수 없다고 제지했다.
결국 유엔사의 반대, 그리고 끝까지 그 행사를 허락하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판문점으로 넘어온다고 체포하지는 않겠으나 경의선 도로를 통해 차로 내려오라’는 어정쩡한 결단으로 인해 애초 계획한 대로 판문점 도보 통과를 할 수 없었다.
유엔사가 또 다시 사람들 화두에 떠오른 것은 작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427선언 이후 온 겨레의 큰 기대와 희망을 모았던 남북철도와 도로 잇기 사업이 유엔사의 방해로 좌절되면서였다.
유엔사는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막아서고 민간의 DMZ 출입통제권을 행사하며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의 관할”이라고 못을 박았다. 사실 그 때가 우리 국민들에게 유엔사가 널리 알려진 계기이기도 했다.
이렇게 남북의 평화와 협력을 사사건건 막아서고 있는 유엔사, 유엔의 군대라고 믿었던 그들이 사실은 미국이 유엔의 군대인 것처럼 유엔을 도용한 것에 불과하다니, 분노를 넘어서 허탈할 지경이다.
▲ 1975년 11월 18일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결의를 했다는 내용.(노란색 하이라이트 부분)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남한에 유엔의 깃발아래 주둔한 모든 외국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보인다. [자료사진 - 아시아태평양변호사연맹]
사실 1970년대부터 이미 유엔회원국들은 유엔사 해체와 유엔기사용 중지를 요구해 왔었다. 1975년에는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까지 결의한 바 있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1993년에는 자신이 유엔깃발의 사용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1994년에는 공개답변을 통해 유엔사가 유엔산하의 기관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사회와 유엔헌장, 유엔깃발법, 유엔총회, 유엔사무총장의 입장을 무시하면서 지금까지 유엔깃발을 사용해오고 있다.
이러한 부당함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 미국을 포함한 국제 평화단체들이 이번에 유엔사무총장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해 유엔사의 유엔깃발 사용을 금지시키는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질의서를 보내게 된 것이다.
질의서는 유엔깃발법과 안보리 결의 84호에 근거해 다음 네 가지 질문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 것이다.
1) 안보리결의 84호가 유엔기구가 아닌 “통합사령부”에 북한군에 대한 작전과정에서 유엔기사용을 승인한 것은 유엔헌장과 유엔기법을 위반한 것 아닌가.
2) 미국이 자기주도로 소위 “유엔사”를 창설한 다음 “유엔사”라는 이름으로 유엔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안보리결의 84호의 위반 아닌가.
3) 1953년 7월 27일 이후 오늘까지도 “유엔사령부”라는 이름으로 유엔기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미국은 안보리결의 84호를 위반한 것 아닌가.
4) 만약, 미국이 유엔헌장, 유엔기법, 그리고 안보리 결의 84호를 위반했다면, 한국과 일본에서의 유엔기의 남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사무총장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공개질의서 영어 원문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j.mp/2MW6lv2)
공개질의서 발송 전에 우리 사절단은 유엔 정치국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시아태평양 사무관들은 매우 친절하게 우리를 대했고 국내외 한반도 평화 이슈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태도였다.
그런데 류경완 단장이 ‘유엔사’ 문제를 꺼내고 우리 사절단이 ‘유엔사’에 관한 미국의 부당성을 제기하기 위해 유엔사무총장에 서신도 보내고 기자회견할 것이라 하자, 정치국 담당자는 “왜 유엔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가.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용해보자는 시각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일례로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를 남북의 군사들이 함께 복구를 도왔는데 유엔사를 통해 그러한 협력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유엔 정치국 아시아태평양 담당자와 만난 우리 사절단. 유엔 산하 NGO협의체 바우티스타 회장도 함께했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바우티스타 회장, 뒷줄 중앙이 사무엘 마텔(Samuel Martel)l 사무관, 여섯 번째 여성이 클라라 우주코브스카(Kalara Wyrzykowska) 부사무관. [자료사진 - 정연진]
긍정적인 시각 좋다. 부정적이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지 않나. 다만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하지 않나. 미국이 그동안 가짜 ‘유엔사’를 가지고 대한민국 국민을 농락해온 그 장구한 세월은 어찌할 것이며, 더군다나 현재도 남북평화교류에 커다란 장애물인 유엔사가 미국의 위장기관인한 코리아 평화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작년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반환을 대비해 오고 있다. 올 4월에는 지난 70년간 한번도 없었던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유엔사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오랜 기간 지체돼 왔지만 내년 2020년으로 최종합의된 전작권 환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이미 유엔사 이름으로 한미연합사를 지휘하여 전작권 반환 이후에도 계속 주도권을 행사할 계획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작권 환수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더군다나 ‘유엔사’ 활성화 계획을 빙자해 일본군대를 유사시 한반도로 언제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지난 수 개월 애써서 이루어놓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노력도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 될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 한명의 기자, 동지가 되다
▲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일행과 담소를 나누는 론다 하우벤 기자.(왼쪽) 가운데는 박영태 코리아국제평화포럼 운영위원. [사진 - 이기묘]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처음부터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기 보다 단계적으로 비교적 유엔의 응답이 용이한 문제부터 가보자, 따라서 유엔깃발 사용문제부터 제기해 점진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모아가자” 라는 것이 준비과정에서 합의였고, 여기에는 국내 최고의 유엔사 문제 전문가 이시우 선생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3년에 『유엔군사령부』라는 역작을 출간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 기자들이 많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사실 기자회견은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유엔사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역사의 기록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보도자료의 내용도 유엔사 문제를 제기하는 공개질의서를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보냈다는 내용이지, 어떠한 답신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기자들이 보기에 취재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론다 하우벤(Ronda Hauben)이라는 유엔출입 기자를 알게 되었는데 론다는 우리가 기자회견을 갖는 같은 시각에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국이 러시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바뀌는 기자회견이 있어서 유엔 출입기자들은 우리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힘들 것이라 귀띔해 주었다.(안보리의 의장국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뀐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론다 기자는 2013년부터 유엔사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오고 있었다.
론다가 그간 썼던 기사는 미국의 부당성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2013년 쓴 두 개의 기사는 “미국이 한국전쟁과 휴전협정에서 자국의 역할을 유엔사령부로 오도하다”와[관련기사 보기] “유엔사는 위장: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한 유엔의 역할”이다.[관련기사 보기]
그는 후자에서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 뿐 아니라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반기문 사무총장도 한국전쟁에서 유엔이 공식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유엔사가 아니라 통합사령부가 있었을 뿐이었다고 밝혔다고 썼다. 론다는 ‘미국이 그간 자국의 군대를 유엔사라고 위장해 왔다면, 이것은 분명히 유엔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 유엔의 책임도 함께 거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를 오랜 동지들을 대하듯 하면서 한국의 단체가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계속 추진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고맙다”라는 말을 연거푸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오히려 고마운 입장인데도 말이다. 앞으로도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리는데 대단한 동지를 만나게 된 것 같아 반갑고 고마웠다.
▲ 기자회견 뒤 유엔본부 전경이 보이는 Ralph Bunch 공원에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함께했다. [사진 - 이기묘]
기자회견에 동포 언론들은 참석할듯 할듯 하다가 결국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아직 유엔사 문제의 중대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기자회견 장소가 하루 전에 확정되다 보니 미국 기자들이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기자회견 직후 한국의 이시우 선생이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 문제에 십수년 천착한 이시우 작가가 하는 말이기에 예사롭지 않게 들렸고,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기에 공개하고자 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공식서한이라는 종자를 생산해 냈으므로 이 씨앗을 뿌리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헤이그회의의 이준열사도, 파리강화회의의 호치민도 기자회견을 열수 없었습니다. 온몸을 던져 자기 조국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기자회견장소도 구할 수 없었고, 아는 기자도 섭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수 만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지 않는 길이 있는가 하면 단 한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는 길이 있습니다. 이역만리 뉴욕에서 세계의 중심을 향해 정교한 전략으로 정조준한 기자회견이기에 기자회견 자체가 역사적사건이 될 것입니다. 단 한명의 기자밖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 더 극적일 수 있습니다. 풀은 한 점밖에 안되는 땅에 자신을 구속한 채 한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지만 자신을 최대한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어 벌과 나비를 찾아오게 합니다. 벌과 나비는 풀꽃을 퍼트릴 의도를 전혀 갖고 있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에 옮깁니다. 그리하여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풀꽃은 세상을 지배합니다.”
첫 단추를 꿴 ‘유엔사’ 문제 국제사회 제기
그렇다. 이번 뉴욕 원정은 국제사회에 유엔사 문제 제기에 첫 단추를 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시우 선생 말대로 이건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아직 시작일 뿐이다. 어떠한 열매를 맺을 지 아직은 알 수가 없으나, 우리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지만, 남한이 주권 국가로 바로 서기 위해, 또한 자주적인 통일 코리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다행히 일본과의 관계가 올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일본의 군대가 유엔사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경각심에 힘입어, 그리고 전작권 환수와도 연계되어 유엔사 문제가 관심사로 종종 떠오르고 있다. 시기적 상황이 우리 편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2005년 6월 30일 5개국 시민단체대표들이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저지를 위한 서명운동 결과를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특별고문에게 제출하고 있다. [자료사진 - 정연진]
개인적으로 이번 일은 2005년 유엔 안보리 관련 서명운동 이후 두 번째 유엔 관련한 일이 되었다. 당시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할 때 ‘과거사에 반성없는 전범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안된다’라는 세계 양심에 호소하는 인터넷 서명 운동을 조직했는데, 중국계미국인 활동단체들과의 튼튼한 연대의 힘으로 한 달 반 만에 전 세계 4천 2백만 서명을 결집하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거두었고, 코피 아난 사무총장실에 5개국 대표 중의 한 명으로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여 모든 주요 언론은 일본이 무난히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견하였지만, 단기간에 돌풍을 일으킨 인터넷 서명운동으로 미국의 의도를 보기 좋게 좌절시킨 적이 있다.
아직 우리들의 움직임은 미약하다. 그러나 유엔사 문제가 우리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부당성을 우리 국민들에게 새롭게 각인시켜 줄 수 있다고, 또한 자주성 확보가 얼마나 절실한지 그것이 통일의 미래에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 일깨워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유엔에 문제를 제기한 2019년 10월 1일 우리들의 움직임은 작았지만 앞으로 통일 코리아로 가는 여정에 큰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뉴욕 현지에서 우리 평화사절단의 활동을 도와준 모든 분들, 그리고 민중당과 이시우 선생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수정, 22일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