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hwan Cheon - = 인간 '해체'의 관찰기 = . 평소 존경하던 최현숙 선생님의 신간 <작별일기>에...
Jung-hwan 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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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해체'의 관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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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존경하던 최현숙 선생님의 신간 <작별일기>에 추천사도 쓰고 ‘북토크’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유는 단순간명한데, 나도 최현숙 선생님 같은 ‘관찰’을 하고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어머니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 8개월여만에 돌아가셨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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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표면에서 존재하던 한 유기체-인간이 60 몇 년 유지하던 존재자체, 육체, 인식, 마음 그리고 가족, 친구 등등 나름 복잡한 소유와 관계를 다 중지 또는 해산하고, 한줌의(사실 한줌보다는 많다. 한통이라 해야 한다.) 재로, 즉 무(無)에 가깝게 된다는 것은 꽤 대단하고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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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은 인간 성장(≒형성, Bildung)의 위대함을 다루는 것을 자기의 한 본연으로 삼는데, 죽음이라는 인간존재의 쇠락ㆍ멸실(최현숙이 택한 더 극적인 용어로는 ‘해체’) 또한 다른 의미에서 위대한 일이며, 따라서 그것을 쓰는 일은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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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해체’되었던 그때 나는 욕망으로 들끓는, 그러면서 삶의 비의와 사회의 모순도 좀 이해해가는 삼십 대였는데 나를 낳고 기른 또 사랑하던 어머니라는 존재의 사멸을 양분으로 좀 더 성숙해졌다. 많이 성장했다. 죽음의 존재를 직면하고 좀더 '급진적'으로 됐다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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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의 이 일기책에도 그런 사멸과 성장의 변증이 담겼다. <할배의 탄생> <할매의 탄생> 등을 쓴 최고의 노년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의 책을 곰곰이 읽으면 좋겠다. 그러면 21세기 인간종의 삶/죽음, 그리고 그걸 둘러싼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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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교수,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먹물과 시민들도 읽고, 어떤 공공적 교훈을 추출하고 모았으면 좋겠다. 인지장애나 노인성 질환을 앓으면서 느리고 고통스럽게 가고 있는 이들과, 그들의 똥오줌을 받으며 또 많은 병원비를 대느라 고통스러운 이들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https://blog.aladin.co.kr/culture/112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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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아래는 어머니의 임종의 순간을 쓴 최현숙의 문장이다. 더 아래는 내가 메모했던 문장이다. 누군가의 임종을 지키고 겪어본 이들은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임종은 사자의 삶을 압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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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죽음으로 혼자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차차 잦아드는 숨소리, 체온 저하로 인한 두 차례의 얕은 진저리, 날숨과 들숨 사이의 간격이 차차 길어졌다. 우리는 엄마 곁을 지키며, 엄마 감사해요 , 고마워요, 마음 편히 가지 셔요, 아버지가 조금 좀 다녀가셨어요, 고생 많았어요 등의 말들을 낮은 목소리로 해주었다. 엄마의 눈꼬리에 두어 번 물기가 생겨 닦아주었다. 혹 그녀는 듣고 있었을까. 얼굴과 목도 물수건으로 닦아줬다. 홀로 죽음을 향해 가는 길에 번거로움을 줄까 싶어, 만지거나 소리 내는 일은 최대한 자제했다. 도착점을 향해 홀로 가는 그녀를 소리 없이 응원했다. 남매 모두와 넷째의 남편을 제외한 모든 배우자들이 함께 모여 있다.
날숨과 들숨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길어지다가 어느 날 술 후 들숨이 오지 않았다. 새벽 2시 13분이라고 막내가 알렸다. 보기에 편안한 그의 죽음은 내게, 죽음을 포함한 모든 두렵다는 것들에 대해 궁극적인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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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30분 경이 되어 급격히 호흡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깨어있던 형과 동생, 매부가 침대 곁으로 왔다. 나는 아버지를 깨웠다. 그리고 병실 바깥에서 졸고 있던 두 며느리도 깨웠다.
호출을 받고 달려 온 간호사가 입에 호스를 넣어 가래를 제거해주었다. 입 속에는 어느 샌가 거품이 가득했다. 그리고 참으로 거짓말인 것처럼, 숨은 잘 이어지지 않기 시작했다. 기관지에서 심하게 그르릉거리던 소리도 이제 들리지 않았다. 숨은 5~10초간 멈추다 다시 가늘게 두어 번 더 이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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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밀려왔다. 그것이 죽음이었다. 사신(死神)이 언제부터 그 병실에 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머니의 영혼이 어느 순간 육체로부터 떠올랐는지도 알 수 없다.
고요해졌다. (...) 입을 약간 연 채였고, 눈은 잘 감은 채였다. 여동생이 어머니 손목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있었다.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간호사가 다시 달려와서 혈압계를 어머니의 팔에 감았다. ‘혈압이 없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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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은 이제 삶을 마쳤다. 20초나 지났을까 청색증이 서서히 시작되었다. 호흡이 멈추고 난 뒤, 급격히 뇌가 죽고 모든 육신의 장기들이 숨을 거두고,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몸의 곳곳이 변색되는 짧은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무표정한 채, 노란 듯 푸르스름하게 변했다.
입을 잘 다물게 해주려고 입가를 만졌으나 입가의 근육은 그야말로 ‘경직’되어 있었다. 손은 뻣뻣해진 채 늘어져 있었고 전에도 이미 그랬지만, 팔 근육에는 아무런 탄력이 없었다.
솟구쳐오르는 울음을 삼키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짧고도 사고(思考) 없는 순수한 순간이었다. 그것을 슬픔이라 칭하는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되, 울음은 저절로 가슴 속에서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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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서재]<작별 일기> 출간 기념 북토크
46문규민, Jaeeun Park and 4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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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sook Park 마치 제 부모님을 보낼 때와 같이 다 읽을 때까지 떠나는 자와 남아 있는 자의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함께 하게 되더군요. 쉬이 읽을
수가 없어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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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m
Jung-hwan Cheon 네 그런 감정과 상황을 반추하게 해서, 아프기도 하고 또 가족이나 고인의 상황이 같고 다른 부분이 비교되기도 하여 재미(?)도 있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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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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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제가 ‘해소’라는 단어로 봉인해두었던 ‘그 시간’에 대한 기록과 해석이 궁금해 읽어봐야겠습니다(‘급진적’이라는 표현을 ‘자명함’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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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m
Jung-hwan Cheon 자명함은 아니고요... ㅎ 그냥 단순한... 니힐+반제도(?) ㅎ 긴 설명이 필요. 나중에 샘이 겪으신 거랑 같이 이야기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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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hwan Cheon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951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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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m
Sungmin Choi 최근 치매 서사를 다루겠다고 했다가 외조부모님의 경험들과 그로 인해 늘 두려움을 안고 계신 어머니 생각이 떠올라 멈춤 상태가 되곤 하네요. 그러다가도 늘 선생님의 기획과 활동, 글들에 무릎을 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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