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모·함석헌 ‘씨알철학’ 본격 조명
등록 :2008-02-28 21:43
유영모(1890~1981·왼쪽), 함석헌(1901~1989·오른쪽)
올해 사유탐색 행사 잇따라
7월 세계철학대회 특별세션
5월 ‘사상포럼’ 만들어 첫 대회
나를 ‘하나님’으로 보는 주체적 인간관은 민초들을 역사의 주인으로 끌어올리는 씨알사상을 낳았다. 다석 유영모(1890~1981)가 이 사상의 모태라면 신천 함석헌(1901~1989)은 이 사상을 널리 알렸다. 함석헌의 스승인 다석은 특권적인 양반사상이 나라를 망쳤다고 보고 씨알(민중)을 주체로 세우고 섬기는 사상을 제시했다. 함석헌은 씨알을 역사와 우주의 중심과 주체로 세우면서 씨알의 철학운동을 펼쳤다.
동양과 서양 사상의 접합을 통해 민의 존귀함을 깨우치려 했던 두 한국 사상가의 사유에 대한 조명이 올해 본격화된다. 올해는 특히 두 사상가의 사유를 한데 묶어 탐색하는 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난 10월 다석재단과 씨알사상연구소의 회원들이 씨알재단을 함께 꾸린 탓도 크다.
가장 관심이 가는 행사는 오는 7월 30일에서 8월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철학대회다. 둘의 사상이 ‘철학의 올림픽’이라는 이 대회의 특별세션에서 다뤄진다. 이는 한국 현대 철학의 계보 속에 두 사람의 사유가 당당하게 자리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 소장은 이 세션에서 20여 명의 연구자들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을 포함해 ‘우리말로 철학하기’를 강조해 온 이기상 한국외국어대 교수, ‘함석헌의 바울’이 되겠다는 김상봉 전남대 교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김해암 코넬대 교수, 김경재 한신대 명예 교수, 서유석 호원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박 소장은 “세계 근현대사를 살필 때 동·서양의 정신이 창조적으로 만난 경우가 한국을 제외하고는 매우 드물다”면서 유영모와 함석헌은 이런 만남에서 가장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상가라고 밝혔다. 유영모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유·불·도를 회통하는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사상을 형성했으며 함석헌은 기독교와 민족 정신의 참된 만남을 고민했으며 또한 민주화라는 시대 정신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것이다.
이기상 교수는 “유영모와 함석헌은 최수운 한용운과 같이 우리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 사상가이면서 우리말로 사유한 철학자”라고 두 사람 철학의 의미를 풀었다. 다석은 자작시 3천수 가운데 1700수를 우리말로 지었고 함석헌은 자신의 사유를 민중들에게 어떻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지 고심했다고 했다.
씨알재단은 오는 5월에는 두 사상가를 연구하는 학자와 생명평화단체 중심으로 ‘씨알사상포럼’을 만들어 첫 행사를 열기로 했다. 공공성의 철학을 추구해온 일본 교토 철학 포럼의 대표인 김태창 박사가 ‘공공성의 철학적 토대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주제로 발표하기로 했다.
다음달 11일에는 종교계와 생명평화운동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씨알생명평화 문화제를 연다. 7월에는 씨알사상에 관심있는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생명평화축제를 열어 두 사람의 사상을 톨스토이, 간디 등의 생명평화철학과 견줘 살필 계획이다. (02)2279-5157.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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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72691.html#csidx330f5c3574d5844b2c5b97124b3d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