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의 생명사상에 대한 학계평가 - 교수신문
김지하의 생명사상에 대한 학계평가
강성민 기자
승인 2002.10.19 00:00
대안 패러다임의 시적 水源池김지하의 생명사상에 대해서는 비판과 옹호가 팽팽히 맞서왔다. 창조적 깊이를 보여준 우리사상이라 추켜세우는가 하면, 신비·퇴행·국수주의라고 냉소도 많이 보냈다. 이 양극단 사이에 또 무수한 입장들이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분석적인 논의는 별로 없었다.
1996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현존 한국지성 4인에 포함시켜 평가한 것,
차옥숭 한일장신대 교수(철학)가 2000년 이화여대 ‘한국 생명사상의 흐름’ 세미나에서 김지하의 사상을 세계관, 인식론, 실천론으로 구분해서 정리한 것 정도가 적극적 자세를 보여준 거의 전부다.
나머지는 기고문이나 서평을 통해 부분적으로 이뤄졌는데, 박광용 가톨릭대 교수(국사학), 김재현 경남대 교수(철학),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 등의 글이 대표적이다. 출신성분이 다양하다보니 평가하는 지점도 달랐다.
박광용 교수는 김지하 사상이 “신화를 역사로 끌어들인 무모한 근본주의”라고 비과학성을 통박한 반면, 권혁범 교수는 생명사상을 시장자본주의 등 근대적 획일주의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생명사상의 이런 분열적 수용은 이것이 東學과 易學이라는 특수 분야에서 자라나왔다는 점, 진화이론·신과학·녹색사상 등을 향해 브라운 운동을 펼쳤다는 점, 환경생태운동과 문화운동, 우리 철학하기의 문제 등 여러 영역에서 제각각 다뤄졌다는 점에서 일단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생명사상 비판은 학문적 엄밀성을 따질 때 목소리가 높아진다. 서양철학자 김상봉씨는 “김지하의 학문방법론은 남의 이론을 성찰 없이 끌어들이는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준다며 “지적허영과 자기 감상주의를 벗지 못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서로 상이한 배경을 지닌 개념들을 ‘생명’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풀려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반면 우리말로 철학하기를 이끄는 이기상 외국어대 교수(철학)는 김지하가 “한국인의 삶의 문법에 각인돼 있는 내재적 원리를 끄집어내 동서고금의 통합적 사유로
재해석하고 세계인의 공통 화두인 ‘생명문제’로 제시했다”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비빔밥으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한국적 사유전통”을 훌륭하게 구현했다는 것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수(과학철학)는 “생명사상은 시와 이론의 결합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론’ 아니면 ‘시’의 양극에서 논의돼 왔기 때문에, 이론가들이 보기엔 잡탕으로, 삶의 시인들에게는 변화의 추동력으로 보였다”며 이 둘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재순 한신대 강사(신학)는 생명사상이 “민주화운동의 지평을 생명운동으로 확대시켰다”라는 적극적 평가를 내린다. 게다가 생명사상은 “실존, 예술, 신명, 사회정치적 차원, 동서의 정신세계를 일관성 있게 꿰뚫”고 있어 진정한 철학적 면모가 무언지 보여준다며 끌어올린다.
김지하의 율려 운동에 대해, 자민족중심주의, 상고주의라는 비판은 많이 잦아들었다. 환경문화운동가 윤형근씨는 “기존 환경운동이 체제 변혁적 민중운동에서 비롯돼 고발과 감시에 머물렀다면, 생명사상은 그 좁은 틀을 깨고 더욱 큰 가치틀의 변혁이라는 목표를 세우는 데 영감을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생태적 감수성 회복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시도 등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명사상의 현실적 구체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동국대 구승회 교수(윤리학)는 “생명사상이 정말 자연관, 생명관, 세계관의 변화를 추구한다면 김용옥의 기철학처럼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법칙이나 기준, 이념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교수는 김지하의 생명사상이 “거의 종교에 준하는 신념으로 추구하지 않으면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서, 생태종교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중요한 노선”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나머지는 기고문이나 서평을 통해 부분적으로 이뤄졌는데, 박광용 가톨릭대 교수(국사학), 김재현 경남대 교수(철학),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 등의 글이 대표적이다. 출신성분이 다양하다보니 평가하는 지점도 달랐다.
박광용 교수는 김지하 사상이 “신화를 역사로 끌어들인 무모한 근본주의”라고 비과학성을 통박한 반면, 권혁범 교수는 생명사상을 시장자본주의 등 근대적 획일주의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생명사상의 이런 분열적 수용은 이것이 東學과 易學이라는 특수 분야에서 자라나왔다는 점, 진화이론·신과학·녹색사상 등을 향해 브라운 운동을 펼쳤다는 점, 환경생태운동과 문화운동, 우리 철학하기의 문제 등 여러 영역에서 제각각 다뤄졌다는 점에서 일단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생명사상 비판은 학문적 엄밀성을 따질 때 목소리가 높아진다. 서양철학자 김상봉씨는 “김지하의 학문방법론은 남의 이론을 성찰 없이 끌어들이는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준다며 “지적허영과 자기 감상주의를 벗지 못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서로 상이한 배경을 지닌 개념들을 ‘생명’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풀려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반면 우리말로 철학하기를 이끄는 이기상 외국어대 교수(철학)는 김지하가 “한국인의 삶의 문법에 각인돼 있는 내재적 원리를 끄집어내 동서고금의 통합적 사유로
재해석하고 세계인의 공통 화두인 ‘생명문제’로 제시했다”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비빔밥으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한국적 사유전통”을 훌륭하게 구현했다는 것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수(과학철학)는 “생명사상은 시와 이론의 결합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론’ 아니면 ‘시’의 양극에서 논의돼 왔기 때문에, 이론가들이 보기엔 잡탕으로, 삶의 시인들에게는 변화의 추동력으로 보였다”며 이 둘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재순 한신대 강사(신학)는 생명사상이 “민주화운동의 지평을 생명운동으로 확대시켰다”라는 적극적 평가를 내린다. 게다가 생명사상은 “실존, 예술, 신명, 사회정치적 차원, 동서의 정신세계를 일관성 있게 꿰뚫”고 있어 진정한 철학적 면모가 무언지 보여준다며 끌어올린다.
김지하의 율려 운동에 대해, 자민족중심주의, 상고주의라는 비판은 많이 잦아들었다. 환경문화운동가 윤형근씨는 “기존 환경운동이 체제 변혁적 민중운동에서 비롯돼 고발과 감시에 머물렀다면, 생명사상은 그 좁은 틀을 깨고 더욱 큰 가치틀의 변혁이라는 목표를 세우는 데 영감을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생태적 감수성 회복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시도 등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명사상의 현실적 구체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동국대 구승회 교수(윤리학)는 “생명사상이 정말 자연관, 생명관, 세계관의 변화를 추구한다면 김용옥의 기철학처럼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법칙이나 기준, 이념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교수는 김지하의 생명사상이 “거의 종교에 준하는 신념으로 추구하지 않으면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서, 생태종교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중요한 노선”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