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전쟁·불평등의 시대, 한살림이 다시 묻는 생명과 살림의 무게
이경민 기자입력 2026.07.22
- 40년 발자취를 성찰하고 전환 시대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지구적 기후위기와 불평등, 농업위기가 동시에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생명운동과 협동조합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한살림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깊은 성찰과 새로운 도약의 자리를 마련했다. 한살림과 모심과살림연구소, 사상계는 21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살림운동 40년 특별기획 심포지엄: 한 사람, 살림 운동, 울림과 열림'을 열고, 지난 40년의 발자취를 성찰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와 전환의 시대, 생명운동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과 과제를 모색했다.
신명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장은 여는 말에서 재창간된 사상계와의 공동 주관에 의미를 부여하며, 1950~60년대 한국 지식인 양심의 상징이었던 사상계가 새로운 문명 시대를 향해 던지는 화두가 한살림운동의 고민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권옥자 한살림 상임대표는 "지난 40년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밥이 되어주며 이 길을 함께 걸어왔다"며 "오늘 이 걸음을 잠시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살림의 미래와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살림연합 권옥자 상임대표는 "한 살림 하면서 밥에 대한 의미를 배웠다"며 지난 40년을 돌아봤다. 그는 "40년 동안 생산자들이 우리에게 밥이 되어줬다"며 "우리만 밥을 지은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함께 밥을 지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실을 떠올리니 가슴이 뛴다"고 덧붙였다. 이병철 시인(사상계 편집고문)은 "왜 한살림인가"라는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며 "10년 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이 물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관념적 언어 벗고 문턱 낮춰야… 사상적 성찰과 생명담론의 확장

한살림연합 권옥자 상임대표는 "한 살림 하면서 밥에 대한 의미를 배웠다"며 지난 40년을 돌아봤다. 그는 "40년 동안 생산자들이 우리에게 밥이 되어줬다"며 "우리만 밥을 지은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함께 밥을 지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실을 떠올리니 가슴이 뛴다"고 덧붙였다. 이병철 시인(사상계 편집고문)은 "왜 한살림인가"라는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며 "10년 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이 물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관념적 언어 벗고 문턱 낮춰야… 사상적 성찰과 생명담론의 확장

1부 '살림의 말들' 좌담회에서는 1989년 발표된 ‘한살림선언’의 사상적 의의와 한계를 둘러싼 밀도 있는 토론이 오갔다.
1부 '살림의 말들' 좌담회에서는 1989년 발표된 ‘한살림선언’의 사상적 의의와 한계를 둘러싼 밀도 있는 토론이 오갔다.
1부 '살림의 말들' 좌담회에서는 1989년 발표된 ‘한살림선언’의 사상적 의의와 한계를 둘러싼 밀도 있는 토론이 오갔다.
조성환 원광대 교수는 한살림선언을 'K-철학의 원조'로 규정하며, "89년 그 선언이 없었으면 공허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40년 전 이 문장을 봤을 때 너무 앞서가서 선구자라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고, 그는 인간이 '쓰레기를 만드는 유일한 종'이라는 인류세적 문제의식을 언급하며, 생명을 '생산'이 아닌 '분해'의 관점에서도 다시 사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준 생태적지혜연구소 이사장은 "이게 정말 40년 전에 쓰인 글인가" 싶을 정도로 선언의 시의성에 놀랐다면서도, 냉정한 아쉬움도 짚었다. 그는 선언이 생명과 기계를 일곱, 여덟 차례나 대립적으로 서술한 탓에 "지금 우리가 기계를 사용할 때마다 민망해진다"고 꼬집었고, 선언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가난한 사람과 한살림은 함께 갈 수 없는가"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미성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은 "알맹이의 훌륭함이 허세스러운 껍데기에 가려졌다"는 말로 좌중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생전에 "한살림 운동은 즐겁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던 일화를 전하며, 1991년 활동가 연수회에서 장일순 선생이 남긴 "생명의 과학을 하자"는 말을 다시 소환했다. 이어 "기후변화 시대의 한살림선언 앞에서는 동학만으로도 버겁다"는 조성환 교수의 말과, "분자화·소수화·다양화로 더 확장적으로 사고해보자"는 이승준 이사장의 제안이 오가며, 딱딱한 '선언' 대신 부드럽고 힙한 '살림의 수다'로 이어갈 후속 작업의 필요성에 뜻이 모였다.
거대 자본 유통망 공세, 가격 경쟁 아닌 ‘고객 친밀성’과 ‘지역살림’으로 승부

이승준 생태적지혜연구소 이사장은 "이게 정말 40년 전에 쓰인 글인가" 싶을 정도로 선언의 시의성에 놀랐다면서도, 냉정한 아쉬움도 짚었다. 그는 선언이 생명과 기계를 일곱, 여덟 차례나 대립적으로 서술한 탓에 "지금 우리가 기계를 사용할 때마다 민망해진다"고 꼬집었고, 선언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가난한 사람과 한살림은 함께 갈 수 없는가"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미성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은 "알맹이의 훌륭함이 허세스러운 껍데기에 가려졌다"는 말로 좌중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생전에 "한살림 운동은 즐겁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던 일화를 전하며, 1991년 활동가 연수회에서 장일순 선생이 남긴 "생명의 과학을 하자"는 말을 다시 소환했다. 이어 "기후변화 시대의 한살림선언 앞에서는 동학만으로도 버겁다"는 조성환 교수의 말과, "분자화·소수화·다양화로 더 확장적으로 사고해보자"는 이승준 이사장의 제안이 오가며, 딱딱한 '선언' 대신 부드럽고 힙한 '살림의 수다'로 이어갈 후속 작업의 필요성에 뜻이 모였다.
거대 자본 유통망 공세, 가격 경쟁 아닌 ‘고객 친밀성’과 ‘지역살림’으로 승부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기존의 영역을 지킬 수 없다"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어 한살림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2부 '살림의 현장'에서는 유통 환경 변화와 조합원 고령화로 위기를 맞은 생협의 현실, 그리고 생명농업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2부 '살림의 현장'에서는 유통 환경 변화와 조합원 고령화로 위기를 맞은 생협의 현실, 그리고 생명농업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는 다른 생협들도 위기라는 업계 현실을 짚으며, 한살림은 애초에 서구식 생협이 아니라 생산자·소비자·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대형 이커머스가 친환경 시장을 싹쓸이하는 현실을 꼬집은 그는, 1844년 창립 이후 지금도 명맥을 잇는 영국 생협을 예로 들며 그는 "이제 틈새시장 전략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말숙 한살림동서울 이사장은 "결혼을 앞두고 한살림에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개인적 인연을 소개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기후재해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해 온 다양한 연대 사례를 소개하며 지금의 한살림을 "두 번째 스무 살"에 빗대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 소장은 "모두를 살리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면서도, 사업이 앞서다 보니 활동은 표피에 머물고 "우리끼리 협동도 쉽지 않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농촌 돌봄부터 유기농의 미래까지… 현장에서 찾은 생명농업의 답

대형 이커머스가 친환경 시장을 싹쓸이하는 현실을 꼬집은 그는, 1844년 창립 이후 지금도 명맥을 잇는 영국 생협을 예로 들며 그는 "이제 틈새시장 전략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말숙 한살림동서울 이사장은 "결혼을 앞두고 한살림에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개인적 인연을 소개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기후재해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해 온 다양한 연대 사례를 소개하며 지금의 한살림을 "두 번째 스무 살"에 빗대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 소장은 "모두를 살리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면서도, 사업이 앞서다 보니 활동은 표피에 머물고 "우리끼리 협동도 쉽지 않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농촌 돌봄부터 유기농의 미래까지… 현장에서 찾은 생명농업의 답

정은정 농촌사회학자가 한살림 생산자의 고령화와 농촌의 돌봄 위기를 짚으며 '사람의 일은 조합답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영우 감물흙사랑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아산, 홍천, 경남, 제주, 괴산 등 전국 생산자 연합회의 지역살림 사례를 소개하며,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아산연합회를 비롯해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고령 농가 돌봄으로 확장돼 온 생명농업의 성과를 짚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끈 것은 정은정 농촌사회학자의 발표였다.
윤영우 감물흙사랑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아산, 홍천, 경남, 제주, 괴산 등 전국 생산자 연합회의 지역살림 사례를 소개하며,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아산연합회를 비롯해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고령 농가 돌봄으로 확장돼 온 생명농업의 성과를 짚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끈 것은 정은정 농촌사회학자의 발표였다.
그는 소설 속 인물 황만근을 빌려 물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남겨진 노모와 고등학생 아들, 이 두 사람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돌볼 것인가." 그러면서 농촌에 가장 절실한 돌봄은 다름 아닌 "제대로 된 식사 제공"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소포장 대신 그램 단위로 파는 소비를 부러워하며 "터프하게 먹을 필요가 있다"고 했고, 크고 흠 없는 로얄과를 고집하는 소비 문화를 향해 "민주공화국인데 공화국 시민들이 먹는 것은 왕정복고가 아닐까“라며 비판했다.
그는 평균 연령이 70세에 이른 한살림 생산자들을 언급하며 "10년 뒤면 모두 여든이다. 이런 현실에서 중장기 계획만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허리가 굽은 여성 농민이 오히려 소득이 줄어 제초 작업을 네다섯 차례씩 더 하고 부업까지 나서는 현실을 가리키며 "이게 기후위기다, 한살림의 기후위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극곰 그림으로만 소비되는 기후위기 담론을 향해 "사람의 일을 북극곰에게 떠넘기지 말자"고 일갈한 그는, 사과와 마늘 산지인 의성의 사례를 들며 재해 대응이 공동체적 돌봄보다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금융상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 보험이 다시 생산자의 빚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사람의 일, 조합의 일은 조합답게 해야 한다"는 그는 "그래도 멈추지 않는 삶을 추앙하라"는 말과 함께, "그 손을 마주 잡자"는 당부로 발표를 맺었다.
이보은 마르쉐친구들 대표는 유기농과 한살림이 사실상 동의어처럼 쓰이는 현실을 짚으며 "정작 친환경농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깃발이 없다"고 말했다. 마르쉐를 찾는 시민 설문에서 '생산자와의 직접 대화'가 '우수한 제품'보다도 앞선 이유로 꼽혔다는 결과를 전하며, 퇴비클럽과 라당스서클, 지구농부프로젝트 같은 작은 서클들이 유기농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채소는 좋은 삶에 대한 은유"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먹는 것이 결국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3부 '울림과 열림' 수다회에서는 젊은 연구자들의 시선이 더해졌다.
그는 평균 연령이 70세에 이른 한살림 생산자들을 언급하며 "10년 뒤면 모두 여든이다. 이런 현실에서 중장기 계획만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허리가 굽은 여성 농민이 오히려 소득이 줄어 제초 작업을 네다섯 차례씩 더 하고 부업까지 나서는 현실을 가리키며 "이게 기후위기다, 한살림의 기후위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극곰 그림으로만 소비되는 기후위기 담론을 향해 "사람의 일을 북극곰에게 떠넘기지 말자"고 일갈한 그는, 사과와 마늘 산지인 의성의 사례를 들며 재해 대응이 공동체적 돌봄보다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금융상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 보험이 다시 생산자의 빚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사람의 일, 조합의 일은 조합답게 해야 한다"는 그는 "그래도 멈추지 않는 삶을 추앙하라"는 말과 함께, "그 손을 마주 잡자"는 당부로 발표를 맺었다.
이보은 마르쉐친구들 대표는 유기농과 한살림이 사실상 동의어처럼 쓰이는 현실을 짚으며 "정작 친환경농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깃발이 없다"고 말했다. 마르쉐를 찾는 시민 설문에서 '생산자와의 직접 대화'가 '우수한 제품'보다도 앞선 이유로 꼽혔다는 결과를 전하며, 퇴비클럽과 라당스서클, 지구농부프로젝트 같은 작은 서클들이 유기농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채소는 좋은 삶에 대한 은유"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먹는 것이 결국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3부 '울림과 열림' 수다회에서는 젊은 연구자들의 시선이 더해졌다.
김지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자는 기후정의행진처럼 서로 다른 의제가 느슨하게 뒤섞이는 오늘날의 운동 양상을 '연대'보다 유연한 '류대(流帶)'라는 신조어로 짚었다. 이희연 평화학 연구자는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이 결국 시스템을 만든다"며, 우리가 '생존주의' 서사에 갇혀 시야를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고, "너무 살아있음에만 집착하는 데서 벗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애진 사상계 디자인팀장 겸 커뮤니티 활동가는 함께 먹고 걷고 겪어보는 실천적 '장'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살림운동에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난 40년간 밥상과 농촌을 지켜온 한살림의 생명운동이 단순한 먹거리 유통을 넘어, 거칠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실천적 생명 문명운동'으로 다시 거듭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경민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지난 40년간 밥상과 농촌을 지켜온 한살림의 생명운동이 단순한 먹거리 유통을 넘어, 거칠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실천적 생명 문명운동'으로 다시 거듭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경민 기자
1부
살림의 말들
[좌담회] 생명담론의 사상적 지형
생명담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다.
2부
살림의 현장
발제1 한국 생협 진영의 위기와 과제
생협 운동
발제2 한살림 현장의 연대와 협동
발제3 커먼즈로서의 한살림
생명 농업 운동
발제1 한살림생산자공동체의 생명농업 확산
발제2 농촌지역사회 변화의 과제와 비전
발제3 유기농운동에서 한살림의 역할
3부
울림과 열림
[수다회] 새로운 살림운동을 말하다
살림운동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