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8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 | 주요섭 | 2023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 | 숲과나눔 그루터기 총서 2 | 주요섭 | 알라딘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  | 숲과나눔 그루터기 총서 2
주요섭 (지은이),재단법인 숲과나눔 (기획)풀씨2023-04-20






























책소개
40년 한국의 생명운동을 다시 보고 다시 쓴 결과물이다. 과거의 발자취만이 아니라 현재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생명운동을 소개하며, ‘파국적 전환’과 ‘개벽적 전환’으로서의 또 다른 세계의 태동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의 생명운동을 ‘문명전환’운동으로 규정하고, 그 전환은 ‘진보/보수’, ‘좌/우’, ‘노동/자본’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으로 설명한다. 한국 생명운동과 생명사상의 역사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담론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미덕 중 하나다.


목차


발간사  4
추천사  6
책을 펴내며  14

서문: 생명담론은 재발명되어야 한다  18
- 종말의 감각, 확실성의 종말  19
- 소환되는 생명담론, 응답 없는 생명운동  23
- 한국 생명담론 다시쓰기  28
보론: 체계이론과 정동이론  34

I부 한국 생명운동 다시보기  45

1장. 한국 생명운동 40년 연대기  47
1. 1970년대: 생명운동의 전사(前史)  49
2. 1980년대: 생명운동의 태동과 전개  50
3. 1990년대: 돋아나는 생명운동들  57
4. 2000년대: 만발하는 생명운동  61
5. 2010년대 이후: 사회와 함께 국민과 함께  70

2장. 한국 생명운동의 태동과 문명전환  77
1. 혼돈과 상실의 시대  77
2. 왜, 다시 「원주보고서」인가?  79
3. 생명운동: 이데올로기와 물신에 저항하기  81
4. 체제전환과 문명전환  85
5. 어떻게 우리 자신을 ‘전환적 사건’이 되게 할 것인가?  88

3장. 니클라스 루만으로 본 한국 생명운동  91
1. 생명운동은 어떻게 생명운동이 되었을까?  91
2. 루만의 사회학적 체계이론과 사회운동이론  95
3. 생명운동의 자기생산  106
4. 생명운동의 자기기술  112
5. 생명운동은 어떻게 ‘또 다른’ 생명운동이 될 수 있을까?  120

보론: 생! 명! 땅끝에 서서  125

II부 한국 생명사상·생명운동 다시쓰기  135

4장. ‘몸-생/명’과 생명사상 다시쓰기  137
1. ‘생/명’으로 ‘생명의 세계관’ 다시보기  137
2. ‘생’: 생명은 신체다  143
3. ‘명’: 생명은 신명이다  149
4. ‘/ ’: 생명은 ‘역설’이다  156
5. ‘감응’과 ‘우형’의 생명사상  164
5장. ‘몸-생/명’과 생명운동 다시쓰기  170
1. 왜 ‘생명’운동이었을까?  170
2. 생/명 살림의 사회적 형식들  178
3. 판/마당과 사건 만들기  186
4. 카오스 생명과 시/민 주체성  191
5. ‘꿈깨기’와 ‘꿈꾸기’의 생명운동  196

보론: 또 다른 생명사상·생명운동을 위한 인식론적 허들넘기  204

Ⅲ부 생명운동과 문명전환: 또 다른 세계의 태동  215

6장. 코로나19 시대의 생명운동  217
1. 더욱 나빠진 세계  217
2. 문제는 자본주의다  221
3. 예감과 가정법의 사회운동  225

7장. 영성적 돌파, 대전환 시대의 생명운동  230
1. 세상을 ‘전환’할 수 있을까?  230
2. 영성과 혁명  232
3. 다시 생명운동(1): 파상  236
4. 다시 생명운동(2): 태동  240
5.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243

8장. 다시 생명, 또 다른 세계의 태동  245
1. 또 다른 생명운동들이 온다  245
2. 대전환의 사상들  250
3. ‘개/벽’, 허공의 돌파  256
4. 또 다른 역사의 시작  262
5. 살아있는 희망  266

보론: ‘또 다른’ 전북은 어떻게 태동하는가?  271

감사의 말씀  285
참고문헌  288
접기


책속에서


P. 15 왜 ‘한국’일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애국이나 ‘국뽕’과는 인연이 없다. ‘미국의 생명운동’, ‘개신교의 생명운동’, ‘가톨릭의 생명운동’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생명운동은 40여 년 전 원주에서 시작된, 기존의 ‘반체제운동’과 구별되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한살림> 등의 생명협동운동으로 자리를 잡고, 삼보일배와 생명평화 탁발순례, 오체투지 등으로 이어지는 생명평화운동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생명운동은 거의 낙태반대 생명운동이요, 자살방지 생명운동이다. 심지어는 동성애반대 생명운동이다. 접기
P. 16 한국 생명운동에서 ‘전환’은 무엇보다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다. 계급과 민족과 인간의 지평을 넘어 ‘생명’의 지평을 바라본다. 전환은 ‘방향바꾸기(turn)’이기도 하고, ‘변형(transform)’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차원변화’이다.
P. 26 생명은 움직인다. 감응(感應)한다. 감동(感動)하고 감상(感想)한다. 생명활동이란 무엇보다 응답능력16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응답능력은 보통 ‘책임’이라고 번역되는 영어 responsibility(response+ability)에서 온 말이다. 감응하는 힘, 때와 장소에 맞게 감동하고 감상하는 힘이 응답능력인 셈이다. 인간과 사회의 경우 아마도 ‘느끼어 생각함’의 능력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생명운동은 응답하고 있는가? 접기
P. 31 이름하여 ‘대전환’ 시대, ‘나’의 몸에서 새로운 사상이 태동하고 있다. 또 다른 느낌이 엄습하고 한 생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느낌-생각의 작업자가 된다. 우리는 모두 현장(現場)의 사상가가 된다. 그리하여, 우리 중 한 사람으로서 30년 생명운동의 경험을 중심으로 40년 한국의 생명운동의 다시 보고 다시 쓰고자 한다. 이를테면 또 다른 ‘생각/느낌’ 25의 지도 그리기이다. 다시 말하면, 또 다른 생명운동을 위한 ‘세계감’ 알아 차리기와 ‘세계관’ 설정, 그리고 ‘세계상’ 그리기이다. 생명담론의 재발명이다. 생명사상, 생명운동 다시쓰기이다. 접기
P. 40 이제 생명운동은 이미 보통명사가 되었다. 국어사전에서 생명운동은 일차적으로 “생명을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여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사회적 운동”이다. 하지만, 생명운동은 ‘생명운동들’이다. 생명운동은 하나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분화되었고, 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생명운동은 다양한 ‘생명운동들’의 통칭이다. 예컨대, 생명살림운동, 생명평화운동, 생명공동체운동, 생명문화운동 등이 그것이다. 접기
P. 70 1990년대와 2010년대 생명운동은 성장과 확산을 거듭했다. 사회적 확산과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이를테면, 절정기였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생명평화’ 가치는 노동, 군사기지 문제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들과 연결되면서 더욱 넓어졌다. 그리고, 기존의 시민단체, 관변단체와 연결되면서 국민운동으로까지 확장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명운동 고유의 에너지는 약화되고, 담대하고 심오한 생명담론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생명운동은 바야흐로 봄여름을 거쳐, 가을과 겨울을 지나 새로운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접기
P. 82 그러나, 생명운동은 저항에 머물지 않는다. 생명운동은 ‘살림의 질서’를 회복하는 일이다.
P. 158 생명 사건은 항상 역설적 사건이다. 살기 위해서는 경계(차이)를 만들어야 하지만, 경계(차이)가 고착되면 생명은 지속될 수 없다. 체계이론에 따르면, 생명체와 그 환경은 폐쇄적이면서 동시에 개방되어 있다. 폐쇄/개방의 역설이 생명체의 자기생산을 가능케 한다.
P. 167~168 35년 전 「한살림선언」은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으로 ‘시대의 허기(虛氣)’에 응답하고자 했다. 오늘 생명사상은 무엇으로 응답할 수 있을까? 응답은 세계관 재-설정(re-configuration), 생명사상 다시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펜데믹-기후변화와 대전환 시대의 오늘, 우리의 설정은 ‘몸-생/명의 세계관’이다. 그러나 그것은... 더보기
P. 174 다시, 묻는다. 왜 환경이나 녹색163이 아니고 생명이었을까? ‘생태’가 아니고 ‘생명’이었을까? 역시 대답은 ‘몸-생/명’의 감각이다. 체험에서 비롯된 어떤 느낌, 그리고 깨달음이다.
P. 178 체험은 항상 내적 변화를 동반한다. 그러나 성찰만으로는 자신도 세상도 바꿀 수 없다. 그것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자라고 소통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들’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사건으로 경험되기 위해서는 폼, 즉 형식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P. 184 40년 전 생명운동가들은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의 확립과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것이 곧 생명운동의 사명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창조할 것은 생활양식만이 아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세계관부터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삶의 다양한 형식들을 발명해야 한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이념형식, 운동형식, 조직형식, 활동형식 등등. 접기
P. 195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이구동성으로 시민권 혹은 시민성(citizenship)을 강조하고 있으나 ‘몸-생/명’의 관점에서 이는 역설적으로 시민의 에너지와 활력을 억제하는 것이 된다. 시민의식과 시민권에 대한 강조와 제도화를 통해 시민
은 패턴화된 존재, 틀 지워진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시민이라는 ‘주권적 주체’ 이전에 잠재성으로서의 인간 생명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도 구성된다. 수행적 활동을 통해 형성되고 변성된다. 시/민의 관점을 통해 ‘주권적 주체’, 고정된 주체에 갇히지 않고, ‘카오스 민중’, ‘카오스 생명’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할 일이다. 접기
P. 198 언젠가부터 우리는 ‘대안’을 탐색하고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했다. 이를테면 대안의 과잉이라고나 할까? 특히 양자택일의 대안(alternative)적 사고는 위험하다. 대안은 이념형 모델일 수밖에 없다. 꿈은 느낄 수 있으나 대안 모형은 느낄 수 없다. 꿈은 체험적이지만 모델은 체험적일 수 없다. 살아 움직이는 ‘몸-생/명’의 역동이 아니라 두뇌의 시뮬레이션 기능, 재현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대안의 극단적인 형식은 이념이다. 접기
P. 222 경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를 반대한다. 시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를 반대한다. ‘자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를 반대한다. 생각해보면, 자본의 숭상을 공동체의 핵심 이념으로, 중심 가치로 삼는다는 것은 생명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P. 224 그렇다. 경제와 ‘몸-생/명’을 재-연결해야 한다. 경제를 재-신체화해야 하고 경제체계와 생명활동이 재-공생화해야 한다. 이때 재-공생화는 과거로 돌아가기가 아니다. 돌아갈 수도 없다. 또 다른 공생의 형식을 발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때 발명은 항상 ‘재-발명’이다.
P. 238 사실 생명운동은 항상 ‘생명운동들’이었다.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지만 봄이면 산과 들에 별무리처럼 피어나는 풀꽃들처럼 ‘생명운동들’은 사라질 수 없다. 또 다른 모습으로 활동 중이다. 나에게는 수많은 ‘페미니즘-운동들’이 새로운 생명운동들이다.
P. 245 태동(胎動), 탄생의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의 대전환은 방향바꾸기만이 아니다. 대전환은 또 다른 세계들의 태동이다. 그리고, 탄생은 고통과 함께, 기존 질서의 붕괴와 함께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다시, 생명은 ‘생/명’이다. 개벽은 ‘개/벽’이다.
P. 247 지금까지의 진보적 사회운동이 ‘생각의 운동’이거나 ‘재현적 모델의 운동’이라면 페미니즘은 ‘느낌의 운동’, ‘살아있는 삶의 운동’이다.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인간을 경험케 하는 운동이다.
P. 256 때가 왔다. 우선 ‘다시개벽’ 서사를 다시 써야 한다. 이번엔 ‘생/명’이 아니라 ‘개/벽’이다. 기존의 개벽담론을 다시 보고, ‘생/명’ 관점에서 다시 쓴다. 또 다른 개벽담론의 발명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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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연 (재단법인 숲과나눔 이사장)

이 땅에 '생명운동'이란 이름이 공식 문서(1982년 「생명운동에 관한 원주 보고서)로 제시된 지 어느덧 40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 그 '생명'과 '생명운 동'을 다시 정의하고 다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 책,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은 우리 시대 생명운동권(운동진영이라 는 말이 적절치 않아 이런 용어를 쓴다.)의 대표적 담론가인 사발 주요섭 선생 이 '종말과 '전환'이라는 절박한 인류문명사적인 화두 앞에서 한국의 생명담 론'다시쓰기'로 펴낸 것이다.

저자가 한국 생명운동을 고찰하면서 생명운동의 담론을 다시 써야겠다고 발심한 것은 지난 40여 년의 생명운동과 그 담론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 는 생명위기의 절박성과 인류문명의 종말론적인 전망 앞에서는 이미 그 효용 을 잃었다는 자각에 바탕하고 있다.

저자 주요섭 선생은 우리 사회 생명담론을 앞서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이론가일 뿐만 아니라, 지난 30여 년 동안 이른바 생명운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투신하여 온 현장 활동가이기도 하다. 선생이 치열하게 참구하며 제시하고 있는 화두와 담론들을 접하면서 많이 공감하고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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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주요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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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83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으나 시절을 좇아 학생운동에 전념했다. 1980년대 말 고향 정읍에 돌아와 지역공동체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정읍과 서울을 오가며 ‘지역’, ‘생명’, ‘전환’을 화두로 생명민회, 초록정치연대, 대화문화아카데미, 한살림전북생협, 모심과살림연구소, 한살림연수원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존경하고 친애하는 선생님들, 벗들과 함께 <(사)밝은마을_생명사상연구소>와 <지리산연찬>, <전북생명평화포럼> 등에서 활동하며 공부하고 있다. 『세계화는 지구환경을 어떻게 파괴하는가(역서)』, 『녹색대안을 찾아서(공저)』, 『전환이야기』, 『근대한국 개벽사상을 실천하다(공저)』, 「신체는 어떻게 소통되는가?」 등의 책과 논문을 쓰고 펴냈다. 접기

최근작 : <호모 쿠란스, 돌보는 인간이 온다>,<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한국 현대의 사회정치 이념과 세력> … 총 9종 (모두보기)

재단법인 숲과나눔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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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풀씨는 (재)숲과나눔의 출판사다. (재)숲과나눔은 2018년 7월, 가정과 일터, 지역사회가 ‘숲’처럼 안전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곳이어야 한다는 사회의 여망을 모아 창립한 비영리재단이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 때마다 가장 먼저 위협받는 환경‧안전‧보건 분야를 보다 건실하게 키워나가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인재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환경‧안전‧보건 분야의 미래 인재들이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와 공동체에 대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학업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민들이 가진 작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의 실험을 돕고, 이를 사업화·정책화해 확산시킬 수 있는 사례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난제의 대안 개발, 합리적 문제해결 방안의 논의와 확산을 위해 사회 여러 구성원과 대화를 통해 지혜를 나누며 실천해 나가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사회적 난제에 대한 시민 인식 증진을 통해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특강, 문화행사, 캠페인 등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문화·홍보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숲과나눔은 ‘가장 공공성이 강한 과학자’와 동시에 ‘가장 과학성이 높은 사회 운동가’를 키워내어 이러한 인재들이 만드는 ‘인재숲’을 희망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41.6% 1인 가구>,<숲과나눔 코로나19 아카이빙 거리의 기술> … 총 7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재)숲과나눔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평생 노력한 분들의 경험과 지혜를 기록하여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숲과나눔 그루터기 총서’ 출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총서로 생명운동가이자 이론가인 주요섭 작가님의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주요섭 작가님은 지난 30여 년간 한살림전북생협 이사장,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 한살림연수원 사무처장, (사)밝은마을부설 생명사상연구소 소장 등의 경력을 통해 생명사상을 공부하고 생명운동을 실험하며 생명사상가들과 함께 한 분입니다. 생명운동의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연구 그리고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한국의 생명운동과 생명사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분입니다.

이 책은 40년 한국의 생명운동을 다시 보고 다시 쓴 결과물입니다. 과거의 발자취만이 아니라 현재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생명운동을 소개하며, ‘파국적 전환’과 ‘개벽적 전환’으로서의 또 다른 세계의 태동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한국의 생명운동을 ‘문명전환’운동으로 규정하고, 그 전환은 ‘진보/보수’, ‘좌/우’, ‘노동/자본’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한국 생명운동과 생명사상의 역사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담론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미덕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한국 생명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독자들뿐 아니라 생명운동을 처음 접하는 미래 세대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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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 요약 및 평론

1. 요약: 한국 생명운동의 궤적과 근대 문명의 초극

주요섭의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2023)은 한국 자생적 사상인 동학(東學)과 생명사상에 뿌리를 둔 한국 생명운동의 역사적 궤적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위기와 산업문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문명론을 제시하는 학술적·실천적 저작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를 거치며 이룩한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 생태계 파괴, 인간성 소외, 연대의 해체라는 심각한 비극이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환경 보호나 일시적인 제도 개선 수준을 넘어, 근대 산업문명 그 자체의 틀을 바꾸는 <문명전환>의 관점에서 생명운동의 의미를 조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한국 생명운동의 사상적 기반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1970~80년대 독재 정권과 산업화에 맞섰던 민주화운동 및 민중운동 내부에서 어떻게 생명 사상이 싹텄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수운 최제우의 동학 사상(인내천, 시천주, 양천주)과 이를 계승한 장일순, 박재일, 김지하 등의 사상적 노력을 중요하게 다룬다. 서구의 생태주의가 주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면, 한국의 생명운동은 우주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기(氣) 철학과 만물을 하느님처럼 섬긴다는 만물 모심의 정서에 기반해 자생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한살림 운동으로 대표되는 생명농업, 소비자-생산자 직거래 연대, 협동조합 운동 등 실천적 현장의 역사가 담겨 있다.

후반부에서는 현시대의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상실, 사회적 양극화라는 다중 위기에 맞서 생명운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기존의 중앙집중식 국가 체제와 대기업 중심의 시장 경제로는 근본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 대안으로 지역 중심의 자립적 생생활동, 마을 공동체 복원, 생태적 자공업 및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명정치의 구현을 주장한다. 저자는 문명전환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적 삶의 양식을 바꾸고, 지역 현장에서 작은 연대를 엮어가는 구체적인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2. 평론: 자생적 생태 사상의 집대성과 현실적 한계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은 서구 사상의 단순한 수용을 넘어, 한국 독자적인 사상적 자산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서구 생태 철학이 다분히 담론적이거나 이론적인 분석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 책은 동학의 우주론과 한살림 등 한국 고유의 현장 실천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한국 사회가 지나쳐 온 민주화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생명'이라는 키워드가 어떻게 저항과 대안의 모티브가 되었는지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점은 이 책이 가진 거대한 사상적 성과이다.

특히 저자가 근대성 전반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촉구하는 방식은 매우 정교하다. 기술적 조율이나 시장 친화적 환경주의(녹색성장 등)가 기후위기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간파하고,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닌 일원임을 깨닫는 <세계관의 전환>을 요구하는 논리는 강렬한 설득력을 갖는다. 오랜 기간 생명운동의 현장에 몸담아 온 저자의 공력이 글 곳곳에 녹아 있어, 논의가 추상적 관념에만 맴돌지 않고 삶의 현장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큰 미덕이다.

그러나 책이 담고 있는 대안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란과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지역 자립과 소규모 공동체 중심의 모델이 거대한 글로벌 자본주의와 고도화된 첨단 기술 사회를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구체적 대안이 부족하다. 80억 인구가 살아가는 현대 문명에서 소규모 협동조합이나 농업 중심의 생명 공동체가 체제 수준의 대안이 되기에는 현실적 거리가 존재한다. 둘째, 자생적 생명사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동학이나 전통 사상에 대한 윤색이나 당위적 당부가 두드러지며, 이를 현대의 디지털 문명이나 AI 시대의 생태적 과제와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논의는 다소 미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한국 사회에 사상적 이정표를 제시하는 소중한 저작이다. 효율성과 속도만을 추구해 온 한국의 근대화를 철저히 되돌아보게 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만든다.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은 단순한 사상사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명적 전환기 앞에서 우리가 어떤 삶의 태도를 선택해야 하는가를 묻는 무거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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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 요약·평론

주요섭 지음, 도서출판 풀씨, 2023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은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에서 형성된 생명사상과 생명운동의 계보를 정리하고, 기후위기와 문명 붕괴의 시대에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책이다. 저자 주요섭은 한살림전북생협 이사장,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 한살림연수원 사무처장, 생명사상연구소 소장 등을 지내며 30여 년간 생명운동의 현장과 이론을 함께 경험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활동의 회고록인 동시에 한국 생명운동에 대한 사상사적 정리이며, 앞으로의 문명전환 운동을 모색하는 자기비판적 제안서다. 2023년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그루터기 총서’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으며, 총 299쪽 분량이다.

  1. 왜 생명운동을 다시 써야 하는가

이 책의 출발점은 위기의 절박성이다. 기후변화, 생태계 붕괴, 감염병, 핵 위험, 경제적 양극화, 지역 공동체의 해체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그것들을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생명을 생산과 소비의 자원으로 취급해 온 산업문명의 구조적 결과로 본다.

한국 생명운동은 1980년대 이후 이러한 문명적 위기에 대응하며 등장했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 생명운동의 성취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40년 동안 형성된 생명운동의 언어와 방식이 오늘날의 위기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책의 문제의식은 생명운동의 역사를 보존하는 데 있지 않고, 그 담론을 ‘다시 쓰는’ 데 있다.

저자가 다시 쓰기를 요구하는 이유는 현재의 위기가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전 지구적이기 때문이다. 유기농업, 친환경 소비, 협동조합, 개인적 수행만으로는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생명운동이 생활개선운동이나 윤리적 소비운동으로 축소된다면 문명전환이라는 본래의 문제의식을 잃게 된다. 저자는 한국 생명운동이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종말과 전환이라는 인류사적 물음 앞에서 자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한국 생명운동의 형성

한국 생명운동은 서구 환경주의를 수입한 운동만이 아니다. 저자는 그것이 동학의 모심과 살림, 불교의 연기론, 장일순의 생명사상, 김지하의 생명론, 가톨릭 농민운동, 원주 협동운동, 한살림운동 등이 결합하여 형성된 독특한 사상적·실천적 흐름이라고 본다.

서구 환경운동이 오염 방지와 자연보호에서 출발했다면, 한국 생명운동은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개인과 공동체를 하나의 생명관계로 이해하려 했다. 여기서 ‘생명’은 생물학적 유기체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명은 인간과 자연, 사회와 우주를 연결하는 관계의 원리이자 존재의 근본 질서다.

이러한 인식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정치적·경제적 현실에서 형성되었다. 군사독재와 산업화는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농촌 해체, 노동 착취, 환경 파괴, 인간 소외를 초래했다. 민주화운동이 정치적 자유와 사회적 정의를 추구했다면, 생명운동은 민주화 이후의 문명 방향까지 질문했다.

생명운동은 산업문명의 억압을 독재정권이나 자본가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 사람들의 욕망, 소비생활, 자연관, 시간관, 인간관 자체가 성장주의 문명에 지배되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사회변혁은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생활양식과 세계관의 변화까지 포함해야 했다.

  1. 장일순과 ‘모심’의 생명사상

한국 생명운동의 중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무위당 장일순이다. 장일순은 원주를 중심으로 협동운동과 민중운동을 전개했지만, 정치권력의 장악이나 조직의 확대를 운동의 최종 목표로 삼지 않았다. 그는 사람과 자연, 일상생활 속에 이미 존재하는 생명의 힘을 살려내는 운동을 강조했다.

장일순의 사상은 동학의 ‘사인여천’, 곧 사람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정신과 연결된다. 인간만 하늘을 모신 존재가 아니라 곡식과 벌레, 흙과 물도 모두 거룩한 생명이다. 그러므로 생명운동은 특정 집단이 다른 사람을 계몽하는 운동이 아니라 모든 존재 속의 생명성을 발견하고 모시는 운동이다.

저자는 장일순의 태도에서 운동 방식의 전환을 본다. 기존 사회운동은 선과 악, 민중과 지배자, 진보와 반동을 명확히 나누고 상대를 타도하려 했다. 장일순은 구조적 불의에 저항하면서도 상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절대화하지 않았다. 변화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람 안에 있는 생명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 투쟁을 부정하는 온건주의가 아니다. 폭력적 권력관계를 반복하지 않는 새로운 운동의 윤리다. 생명운동은 목적뿐 아니라 과정과 수단도 생명적이어야 한다. 생명을 살리겠다는 운동이 내부에서 경쟁, 권위주의, 희생 강요를 반복한다면 기존 문명의 논리를 재생산하게 된다.

  1. 김지하의 생명사상과 문명 비판

김지하는 한국 생명담론을 이론적으로 발전시킨 핵심 인물이다. 그는 1970년대에는 독재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저항시인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생명사상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론을 전개했다. 저자는 김지하의 생명사상이 1981년 로터스상 수상 연설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문자화되었으며, 이후 사회적·사상적 활동으로 확장되었다고 설명한다.

김지하에게 생명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며 스스로를 조직하는 과정이다. 생명은 부분과 전체, 질서와 혼돈, 밝음과 어둠, 삶과 죽음의 상호작용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생명을 기계적 인과법칙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김지하의 문명 비판은 근대적 이분법을 겨냥한다. 근대문명은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 서양과 동양을 나누고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분리는 자연을 무한히 개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었고, 인간 자신도 노동력과 소비자로 환원했다.

김지하는 생명운동을 단순한 환경보호운동이 아니라 세계관의 혁명으로 이해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생명공동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생산·소비·정치·예술·영성의 구조를 함께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김지하의 생명사상은 논란도 낳았다. 그의 사상은 상징적이고 직관적인 언어가 많아 개념적으로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생명 담론이 정치적 갈등과 계급 문제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주요섭은 이러한 비판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김지하가 제기한 문명론적 질문의 중요성을 복원하려 한다.

  1. 한살림운동과 생활 속의 문명전환

한국 생명운동의 대표적 실천은 한살림운동이다. 한살림은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를 직접 연결하고, 유기농업과 협동조합을 통해 생명 중심의 경제를 만들려 했다. 먹을거리 운동이 출발점이었지만 그 목표는 안전한 식품의 구매에 머물지 않았다.

한살림이라는 이름은 사람과 자연,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를 함께 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자의 삶과 농촌 생태계에 책임을 지는 존재가 된다. 생산자 역시 시장가격만을 기준으로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고 소비자의 생명과 환경을 고려한다.

한살림운동의 중요한 성취는 문명전환을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가져왔다는 데 있다. 거대한 혁명을 기다리지 않고 밥상, 농사, 소비, 협동이라는 일상적 실천을 통해 다른 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환경에서 생명으로”라는 전환은 환경을 보호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보는 데서 벗어나 삶 전체를 생명의 관계로 재구성하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한살림 역시 성장하면서 제도화와 관료화의 문제를 겪었다. 조합원이 늘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생명운동보다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조직처럼 보일 위험이 생겼다. 소비자는 운동의 주체라기보다 안전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되기 쉽다. 저자는 한살림의 성취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창립기의 문명전환 정신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1. 생명운동의 주요 흐름

저자는 한국 생명운동을 하나의 조직이나 이념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생명운동에는 유기농업과 귀농운동, 협동조합, 지역화폐, 공동체운동, 생태교육, 대안학교, 종교계의 생명운동, 여성운동, 평화운동, 탈핵운동, 기후운동 등이 포함된다.

이 운동들의 공통점은 생명을 경제성장이나 국가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을 소득과 소비량으로 측정하는 성장주의를 비판하고, 자립·순환·관계·돌봄·공생을 새로운 사회 원리로 제안한다.

지역은 이 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세계화된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확대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이 초래하는 결과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반면 지역공동체에서는 먹을거리, 에너지, 돌봄, 교육, 문화의 관계를 다시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지역은 폐쇄적 향토주의가 아니다. 지역은 국가와 세계에서 고립되는 공간이 아니라 지구적 문제에 생활세계의 차원에서 대응하는 장소다. 지역에서 자립과 순환의 구조를 만들되, 다른 지역 및 지구생명공동체와 연대해야 한다.

  1. 생명운동의 한계와 자기비판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생명운동을 무조건 찬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 생명운동이 풍부한 사상과 실천을 축적했지만 사회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데는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첫째, 생명운동은 종종 소수의 의식 있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안생활운동에 머물렀다. 유기농산물을 구매하고 귀농하며 명상과 생태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정한 경제적·문화적 자원을 가진 계층인 경우가 많았다. 생명운동이 노동자, 빈곤층, 청년,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면 중산층의 윤리적 생활양식으로 축소될 수 있다.

둘째, 생명 담론은 경제적 착취와 정치적 권력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말만으로는 자본과 노동, 국가와 시민, 개발기업과 지역주민 사이의 권력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생명운동은 화해와 상생을 강조하지만, 현실에는 저항과 투쟁 없이 바꿀 수 없는 구조도 존재한다.

셋째, 생명운동은 지도자와 사상가 중심의 서사에 의존해 왔다. 장일순과 김지하의 사상은 중요하지만 생명운동은 수많은 농민, 여성 활동가, 협동조합 실무자, 지역주민의 노동으로 이루어졌다. 운동의 역사를 몇몇 남성 사상가의 사상적 발전으로 설명하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질 수 있다.

넷째, 생명운동의 개념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 생명, 모심, 살림, 영성, 순환 같은 말은 감동적이지만 그것이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번역되지 않으면 선언에 머문다. 탈탄소 에너지체계, 토지제도, 노동시간 단축, 돌봄복지, 기본소득, 지역분권과 같은 현실적 과제와 연결되어야 한다.

  1. 문명전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가 말하는 문명전환은 기존 산업문명을 친환경적으로 개량하는 것 이상의 변화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무한성장과 대량소비를 계속한다면 근본적 전환이 아니다. 문명전환은 인간의 욕망, 행복의 기준, 경제의 목적, 정치의 방식, 자연과의 관계를 함께 바꾸는 과정이다.

첫째, 성장 중심 경제에서 생명 중심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의 목표는 국내총생산의 증가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재생산, 돌봄, 건강,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되어야 한다.

둘째, 중앙집중적 체제에서 지역적 자립과 분권으로 전환해야 한다. 식량·에너지·돌봄·교육의 일정 부분을 지역에서 해결하고, 주민이 자신의 생활 조건을 결정하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경쟁적 개인주의에서 상호의존의 인간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은 독립된 개인이 아니라 타인과 자연의 돌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넷째, 지배와 투쟁 중심의 정치에서 모심과 살림의 정치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갈등을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갈등을 폭력과 제거의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명전환은 한 번의 혁명이나 정권교체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제도개혁, 생활실천, 문화적 변화, 내면의 수행이 서로 연결되는 장기적 과정이다.

  1. 평론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 생명운동을 단순한 환경운동의 역사로 다루지 않고, 한국 현대사 속에서 형성된 독자적인 문명전환 사상으로 해석한 데 있다. 동학, 장일순, 김지하, 원주 협동운동, 한살림을 연결함으로써 한국 생명운동이 서구 생태주의의 번역판이 아니라 한국의 종교·철학·민중운동에서 자라난 흐름임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내부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운동의 한계를 지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살림을 비롯한 생명운동이 제도화되고 시장화되면서 초기의 급진적 문제의식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친환경 상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문명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책은 환경운동과 사회운동 사이의 분리를 극복하려 한다. 생태위기는 탄소와 오염의 문제인 동시에 불평등, 노동, 돌봄, 농촌 해체, 지역 소멸의 문제다. 생태정의와 사회정의가 결합되지 않으면 전환의 비용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그러나 책의 약점도 있다. 첫째, 한국 생명운동의 계보가 장일순과 김지하, 한살림을 중심으로 서술되면서 다른 흐름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뤄질 수 있다. 여성환경운동, 장애운동, 노동운동, 도시빈민운동, 동물권운동, 토착민적 생태지식과 생명운동의 관계를 더 폭넓게 살필 필요가 있다.

둘째, 생명사상의 영적·철학적 언어와 제도정치 사이의 연결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 모심과 살림이 조세, 산업정책, 에너지정책, 토지소유, 국제무역의 구조 속에서 어떤 제도로 구현되어야 하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저자가 강조하는 비폭력적이고 생명적인 운동 방식은 중요하지만 권력관계가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에서는 저항과 강제력이 불가피할 수 있다. 기업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가가 이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대화와 모심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생명운동은 비폭력을 지향하되 갈등과 권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 생명이라는 개념에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힘과 동시에 모호함이 있다. 생명을 말하는 정치세력이 반드시 민주적이고 평등한 것은 아니다. 국가주의, 민족주의, 보수적 가족주의도 생명과 공동체를 내세울 수 있다. 따라서 생명운동은 인권, 평등, 민주주의, 젠더정의와 결합될 때에만 해방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 생명운동을 과거의 아름다운 유산으로 박제하지 않고 현재의 위기 앞에 다시 세운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저자가 묻는 핵심은 “한국에 생명운동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생명운동이 오늘날 문명을 실제로 전환할 힘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한국 생명운동은 유기농업, 협동조합, 공동체운동, 생태적 영성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만들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후정의, 돌봄, 불평등, 젠더, 노동, 동물권, 민주주의의 문제와 더 깊이 결합해야 한다. 또한 도덕적으로 훌륭한 개인을 만드는 운동을 넘어 생명 파괴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경제와 제도를 바꾸는 정치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결국 <한국 생명운동과 문명전환>은 완성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 하나의 역사적 중간평가다. 저자는 자신이 몸담아 온 운동의 성과를 기록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생명운동은 과거의 언어를 반복하는 대신 기후붕괴와 불평등, 돌봄 위기와 지역 소멸이 결합된 현실 속에서 새로운 언어와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문명전환이 거대한 이념의 교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명은 사람들이 먹고 일하고 돌보고 소비하며 관계를 맺는 방식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문명전환은 밥상과 농사, 지역과 경제, 정치와 영성, 제도와 일상을 동시에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한국 생명운동의 미래는 ‘생명’을 아름다운 구호로 보존하는 데 있지 않다. 생명이라는 원리를 오늘의 권력·경제·생활구조 속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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