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한철학 - 개정판
김상일 (지은이)상생출판2014


목차
▣ 개정판 서문
▣ 새로 찍는『한철학』에 부치는 글
▣ 존 캅 John B.Cobb.Jr.의 서문
▣ 저자 서문
Ⅰ. '한'의 유래와 문제성
Ⅱ. '한' 철학의 역사적 배경
Ⅲ. '한'철학의 틀
▣ 후기
▣ 찾아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상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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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에서 문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
로 유학하여 필립스대학교에서 석사를, 클레어몬트대학교 대학원에서 과정 사상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직에서 은퇴한 뒤, 현재 클레어몬트대학교의 Center for Process Studies에서 Korea Project Director로 연구에 종사하였다.
역설이 학문의 모든 토대를 허물고 있기에 전공을 정해 놓지 않고 학문하였다. ‘역설’이라는 주제를 민족 고유성에서 찾기 위해 고민하며 책을 써왔고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역설의 해의에 필생 골몰해 왔다.
최근작 : <A.I. 시대, 명리학 다시 읽기>,<동학과 도마복음>,<[큰글자책] <오징어게임>과 라캉의 욕망이론> … 총 46종 (모두보기)
<오래된 미래의 한철학> 요약 및 평론
1. 책 개요 및 핵심 주제
김상일의 <오래된 미래의 한철학>은 한국 고유의 사상적 자원인 <한철학>을 현대 첨단 과학, 비교철학, 그리고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독창적인 사상서이다. 저자는 한국의 '한' 개념이 지닌 다의성(하나, 크다, 같다, 한계, 밝음 등)에 주목하며, 이를 서구의 이분법적·분석적 사고방식이 봉착한 문명적 위기를 극복할 인류의 '오래된 미래'로 제시한다.
2. 주요 내용 요약
(1) '한' 사상의 구조적 본질과 다의성
저자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 속에 녹아 있는 '한'이라는 개념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다. '한'은 단순히 숫자의 '하나(One)'를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All), 크다(Great), 같다(Same), 한가운데(Center), 한계(Limit) 등 통섭적이고 역설적인 의미를 동시에 포괄한다. 이는 모순과 대립을 배제하는 서구의 형식논리학(A=A, A≠-A)과 달리, 대립물을 하나의 유기적 전체 안에서 포용하는 '다우일(多卽一, One in Many)'의 모순균형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2) 동서 철학 및 첨단 과학과의 만남
본서는 화이트헤드(A.N. Whitehead)의 과정철학, 현대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그리고 음양오행 및 천부경(天符經)의 논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과정철학과의 접점: 고정된 실체보다 관계와 변화의 과정을 중시하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이 한국의 전통적 '한' 사상과 구조적으로 일치함을 논증한다.
현대 과학과의 상통: 입자이자 파동인 빛의 양자역학적 성질, 만물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현대 물리학의 범재신론적(Panentheistic) 세계관을 이미 '한철학'이 내포하고 있었음을 제시한다.
(3) 문명론적 전환: 서구 이분법의 극복과 오래된 미래
근대 서구 문명을 지배해 온 이분법(주체/객체, 인간/자연, 정신/물리)은 생태계 파괴, 공동체 해체, 극단적 이념 갈등이라는 문명적 아포리아를 초래했다. 저자는 '한철학'이 지닌 조화와 상생, 회통(會通)의 논리가 이 같은 이분법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문명사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의 오래된 사상이 오히려 미래 문명의 길잡이가 된다는 점에서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적 명제가 성립한다.
3. 비평 및 평론
(1) 학술적 의의: 한국 고유 철학의 세계화와 현대적 체계화
본서의 가장 큰 공헌은 자칫 관념적이거나 민족주의적 담론에 머물기 쉬운 한국 전통 사상을 현대 화두와 연결하여 보편적 철학 언어로 격상시켰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서구의 과정철학적 방법론과 현대 물리학의 담론을 빌려 '한'이라는 다의적 개념을 체계적인 형이상학의 반열에 올렸다. 이는 한국 철학을 단순히 중국 철학의 변용이나 수동적 수용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고유한 세계관을 지닌 주체적 사상 체계로 확립하려는 과감한 시도이다.
(2) 유기체적 세계관을 통한 문명 비판
저자가 제시하는 '한철학'의 미학은 융합과 상생에 있다. 서구 근대성이 가져온 자아와 타자의 끊임없는 대립 구도를 해체하고, 전체와 개별이 동시 존재한다는 통섭적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생태학적 위기와 인간 소외 현상에 대한 사상적 치유책을 모색한다. 이러한 접근은 비교철학적 차원을 넘어 현 문명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사유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3) 한계와 과제
다만, 다양한 학문 영역—동양 고전, 천부경, 현대 물리학, 과정철학, 기독교 신학—을 하나의 '한'이라는 범주로 포섭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거대한 유기적 언어적 도약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현대 양자역학이나 최신 과학의 개념을 고대 사상과 직접적으로 입증 논리로 매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유적 둔갑의 위험성은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이다. 개념의 포괄성이 지나치게 넓어짐으로써 발생하는 논리적 정밀성의 이완은 향후 후속 연구자들이 구체적 입증을 통해 채워야 할 과제로 남는다.
4. 결론
<오래된 미래의 한철학>은 동서양의 사상적 경계를 넘어 현대 문명이 봉착한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학술적 모험이다. 김상일 교수는 한국인의 언어와 의식 속에 은일해 있던 '한'의 세계관을 밝혀냄으로써, 우리의 고유한 전통 사상이 미래 사회의 생태적·철학적 유토피아를 개척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였다.
다음 글은 2014년 개정판의 구성과 김상일의 핵심 명제인 비이원론·비실체론·비시원론을 중심으로 정리한 요약 평론입니다.
<오래된 미래의 한철학>
김상일 지음, 2014 — 1,000단어 요약·평론
김상일의 <오래된 미래의 한철학>은 한국 고유의 사상적 특징을 ‘한’이라는 말에서 찾아내고, 이를 현대철학의 언어로 재구성하려는 책이다. 201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이전의 <한철학>을 보완한 개정판으로, ‘한’의 어원과 역사적 배경, 철학적 구조를 검토하고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과 연결하여 해석한다. 책은 크게 Ⅰ부 ‘한의 유래와 문제성’, Ⅱ부 ‘한철학의 역사적 배경’, Ⅲ부 ‘한철학의 틀’로 구성되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한의 감·짓·꼴’과 ‘한의 공간 이해’를 설명한다. (상생책방)
김상일에게 ‘한’은 단순히 한국인을 가리키는 민족 명칭도 아니고, 슬픔과 원망을 뜻하는 ‘恨’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이면서 크고, 전체이면서 무한하고, 개별적인 것들을 품어 통일하는 근원적 개념이다. ‘한’은 하나라는 뜻을 가지면서 동시에 많음을 배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철학은 하나와 여럿, 전체와 부분, 동일성과 차이를 서로 대립시키지 않고, 이들이 관계 속에서 함께 성립한다고 본다.
이 책의 핵심은 한국사상을 ‘비이원론적이고 비시원적인 철학’으로 규정하는 데 있다. 김상일은 서양철학이 정신과 물질, 신과 세계, 주체와 객체, 존재와 무를 대립시키는 이원론적 구조를 발전시켰다고 본다. 반면 한국사상의 깊은 층에서는 이러한 대립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서로 반대되는 것들은 고립된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관계망 안에서 생겨나고 변화한다. 출판사 역시 이 책을 한국사상을 비이원론적·비시원적인 것으로 정의하고, 그 특징을 ‘한’ 개념을 통해 설명한 저술로 소개한다. (상생책방)
여기에서 ‘비이원론’은 모든 차이를 없애는 단순한 일원론과는 다르다. 김상일이 말하는 하나는 여러 존재를 흡수하여 획일화하는 하나가 아니다. 여럿이 서로 다르면서도 관계를 맺어 전체를 이루는 하나이다. 이런 의미의 ‘한’은 차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분열을 극복하는 통일의 원리이다.
‘비실체론’도 중요한 개념이다. 서양의 고전 형이상학에서는 세계를 독립된 실체들의 집합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어떤 사물이 먼저 존재한 뒤 다른 사물과 관계를 맺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김상일은 관계가 존재보다 나중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존재는 처음부터 관계 속에서만 성립한다. 인간도 자연과 사회, 역사와 언어로부터 분리된 고립된 개인이 아니다. 사물 역시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사건이다.
이 점에서 김상일은 미국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화이트헤드는 세계의 기본 단위를 변하지 않는 물질적 실체가 아니라 생성하는 사건으로 보았다. 김상일은 이러한 과정철학이 한국 전통의 ‘한’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명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저자가 클레어몬트대학교에서 과정사상을 연구했고, 이후에도 동학·역학·원효·수학과 과정철학의 관계를 탐구했다는 사실은 이 책의 학문적 배경을 보여준다. (store.kyobobook.co.kr)
한철학의 세 번째 특징은 ‘비시원론’이다. 시원론은 세계가 어느 하나의 절대적인 시작점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관점이다. 기독교의 창조론처럼 신이 무로부터 세계를 창조했다고 보거나, 철학적으로 하나의 제1원인을 설정하는 방식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비해 김상일은 한국사상에서 시작과 끝이 직선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고 본다. 모든 시작은 이전 과정의 결과이며, 모든 끝은 다시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생각은 <천부경>의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인 ‘일시무시일’과 ‘일종무종일’에 압축되어 있다고 김상일은 해석한다. 하나는 시작하지만 그 시작에는 절대적인 최초가 없고, 하나는 끝나지만 그 끝에는 절대적인 종말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는 무에서 갑자기 출현한 것도 아니고 완전한 소멸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존재는 순환하고 변화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김상일은 <천부경>의 숫자 구조를 통해 하나와 셋, 하늘과 땅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하나는 셋으로 나뉘지만 근본은 소진되지 않는다. 하늘·땅·인간은 서로 구별되지만 분리된 실체가 아니며, 하나의 우주적 과정 안에서 함께 존재한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외부자가 아니라 천지의 운동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이 때문에 한철학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생태철학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다.
그러나 <천부경>을 고대 한민족의 정통 철학문헌으로 다루는 데에는 역사학적 문제가 따른다. 현재 전하는 <천부경>은 20세기 초 단군교와 대종교를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대종교가 창립되던 1909년에는 아직 공식 경전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계연수가 1916년 묘향산 석벽에서 발견하여 1917년 대종교에 전했다는 전승을 소개한다. 따라서 이 문헌을 실제 고조선 시대부터 전해진 경전이라고 확정하기는 어렵다. (위키백과)
김상일은 역사문헌으로서의 성립 시기보다 그 안에 담긴 철학적 구조에 더 큰 관심을 둔다. 그의 질문은 <천부경>이 정말 수천 년 전부터 전해졌는가보다는, 그 텍스트가 표현하는 하나와 여럿, 시작과 무시작, 변화와 불변의 역설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이해할 것인가에 있다. 이런 접근은 사상적 독창성을 보여주지만, 문헌의 역사성과 철학적 의미를 구분하지 않으면 후대에 구성된 민족주의적 전통을 고대의 사실로 오인할 위험이 있다.
김상일은 한철학의 역사적 계보를 <천부경>과 <삼일신고>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그는 원효의 일심과 화쟁, 승랑의 이제합명, 최치원의 풍류도, 조선의 성리학과 단학, 동학과 근대 민족종교에서 공통적으로 통합적이고 관계적인 사유를 발견한다. 최근의 한철학 연구 역시 원효의 일심·화쟁, 풍류도, 조선의 이기론과 단학, 민족종교의 삼일론 등을 한국사상의 일원적·융합적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한다. (KCI)
원효의 화쟁은 서로 대립하는 교리를 어느 하나의 승리로 해결하지 않는다. 각각의 주장이 나온 관점과 조건을 이해함으로써 대립을 더 넓은 차원에서 화해시키려 한다. 김상일은 이를 ‘한’의 논리와 연결한다. 한은 차이를 없애지 않으면서 차이를 품는다. 최치원이 말한 풍류도 역시 유교·불교·도교를 포함하면서 그 어느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사상으로 해석된다.
동학의 ‘인내천’과 ‘사인여천’도 한철학의 중요한 현대적 표현이다. 인간 안에 하늘이 있으며, 다른 사람을 하늘처럼 섬겨야 한다는 사상은 초월적 신과 세속적 인간을 분리하지 않는다. 신은 세계 밖의 절대자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생명적 과정이다. 이 관점에서 한철학은 민족주의적 철학에 머물지 않고, 종교·생태·윤리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철학이 된다.
책에서 김상일은 한철학을 ‘감’, ‘짓’, ‘꼴’이라는 우리말 개념으로 설명한다. ‘감’은 세계를 느끼고 직관하는 근원적인 감각이며, 아직 주체와 객체로 나뉘기 전의 경험에 가깝다. ‘짓’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행위, 과정이다. ‘꼴’은 이러한 활동이 구체적인 형상과 질서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존재를 고정된 사물로 이해하지 않고 감응·활동·형상의 과정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먼저 완성된 실체가 존재하고 나중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과 관계를 통해 일정한 형상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형상은 다시 변화한다. 한철학에서 존재는 명사보다 동사에 가깝다.
‘한’의 공간 역시 서양 기하학의 빈 공간과 다르다. 공간은 사물들이 들어 있는 수동적인 그릇이 아니라, 존재들이 서로 감응하고 관계를 맺는 살아 있는 장이다. 인간·자연·신은 서로 독립된 세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적 공간 안에서 상호침투한다. 김상일은 이를 한국의 전통적 공간 감각과 연결한다.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은 오래된 전통 안에 현대 문명의 위기를 넘어설 미래적 가능성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현대사회는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개인과 공동체를 분리해왔다. 자연을 생명이 없는 자원으로 취급하고 인간을 경쟁하는 원자적 개인으로 이해했다. 김상일은 이러한 분리의 철학이 생태위기와 공동체 해체의 사상적 원인이라고 본다.
이에 비해 한철학은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생명과정으로 이해한다. 개인의 자유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이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철학은 생태주의, 공동체주의, 종교다원주의와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사상이 미래의 대안이 된다는 주장은 여기에서 나온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사상을 단순한 유교·불교·도교의 수입사로 보지 않고, 독자적인 철학적 문제의식을 가진 전통으로 재구성한 데 있다. 한국철학은 흔히 중국철학의 주변부나 서양철학을 소개하는 매개로 취급되어왔다. 김상일은 한국의 언어와 신화, 종교사상 속에 존재론·인식론·가치론의 체계를 구성할 수 있는 개념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을 민족의 혈통이나 국가의 우월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다수성과 관계성을 포함하는 철학 개념으로 해석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은 하나이지만 획일적인 하나가 아니다. 여러 존재가 각자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전체를 이루는 하나이다. 이런 개념은 분열된 사회에서 통일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연대를 모색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이용하여 한국사상을 현대적 논의와 연결한 것도 중요한 성과이다. 한국의 전통사상을 단지 오래된 지혜로 찬양하지 않고, 과정·관계·생성이라는 현대 형이상학의 문제와 비교한다. 이 작업은 동양과 서양을 고정된 대립으로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 양자를 상호 해석하게 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뚜렷한 한계도 있다. 첫째, 한국사상 전체를 ‘한’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원효의 화쟁, 최치원의 풍류도, 성리학의 이기론, 동학의 인내천은 서로 다른 역사적 상황과 종교적 목적을 지닌다. 이들을 모두 ‘한’의 표현이라고 보면 개별 사상의 차이가 사라질 수 있다.
둘째, 한국사상을 비이원적이고 서양사상을 이원적이라고 대비하는 구도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서양에도 스피노자, 헤겔, 화이트헤드, 현상학과 생태철학처럼 이원론을 극복하려는 전통이 있다. 반대로 한국사상에도 천민과 양반, 남성과 여성, 정통과 이단을 엄격히 구별한 위계적이고 배타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서양은 분리, 한국은 통합’이라는 구도는 문화적 본질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셋째, <천부경>과 <삼일신고>의 역사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한민족의 고대 경전으로 전제하는 태도는 비판받을 수 있다. 이 문헌들이 근대 민족종교의 형성과정에서 재구성되었다면, 그것은 가치 없는 위조문헌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일제강점기의 위기 속에서 한국인이 자신들의 정신적 기원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근대 자료가 된다. 그러나 고대 철학문헌과 근대의 전통 창조는 구분해야 한다.
넷째, ‘한’이라는 말의 다의성이 철학적 풍부함을 주는 동시에 논증을 불분명하게 한다. 하나, 큼, 전체, 하늘, 민족, 무한, 관계, 통일 등 너무 많은 의미가 하나의 단어에 부여된다. 이 때문에 어떤 현상도 ‘한’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반대로 무엇이 한철학이 아닌지를 분명히 말하기 어렵다. 철학 개념은 포괄성뿐 아니라 구별 능력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철학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제기한 야심찬 저술이다. 김상일은 한국사상을 과거의 박물관에 보존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현대의 생태위기, 종교갈등, 개인주의와 공동체 해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자원으로 읽는다.
<오래된 미래의 한철학>의 가치는 저자의 모든 역사적 주장에 동의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은 “한국어와 한국의 종교문화 속에서 세계철학과 대화할 수 있는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상일의 대답은 ‘한’이다. 한은 하나와 여럿,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을 어느 한쪽으로 환원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함께 이해하려는 개념이다.
결국 한철학은 완성된 고대 철학의 복원이기보다 현대 한국 철학자가 전통의 여러 조각을 이용해 구성한 창조적 철학에 가깝다. 그 역사적 계보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관계·과정·상생·비배제의 철학을 만들려는 문제의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오래된 전통은 그 자체로 미래가 되지 않는다. 전통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재의 문제와 연결할 때 비로소 미래적 가능성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잃어버린 고대 진리의 발견’이라기보다, 한국사상의 언어로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려는 철학적 실험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