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ang Lee
dSrpsenoota2 9ua616ga6uh i01t6f9a9r23J943ht3304t7y102fgnl270 ·
‘문화적 존재’는 ‘통합(通合)’한다
켄 윌버의 ‘통합(統合)’적 인간
『통합비전』, 『통합심리학』, 『모든 것의 역사』 등의 저자 켄 윌버는 새로운 영성가, 심리학자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켄 윌버의 화두는 ‘통합(統合)’이다. 그는 인류 역사의 발전의 큰 축을 예수 탄생 시대에서 본다. 야스퍼스는 그 시기를 차축시대(Achsenzeit, 車軸)라고 했다. 인류 역사의 든든한 발전의 큰 주춧돌을 놓은 시기라는 뜻이다. 그 당시 서양에 예수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공자가 있었고, 부처가 있었다. 그때는 ‘존재의 대사슬’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존재 전체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인류 역사를 해석하는 큰 틀을 제시한 시대다. 그 시기가 중세까지 이어진다.
근대에 와서는 이러한 대사슬이 분해되고, ‘분석’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분석의 시대는 ‘과학’의 시대다. 이때는 모든 것이 전문화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지만, 다른 사람의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는 시대가 된다. 근대의 문제점은 바로 ‘전문바보(Fachidiot)’의 시대라는 점이다.
따라서 탈근대로 넘어오면 이러한 분석과 전문성이 새로 ‘통합(統合)’되어야 한다는 것이 켄 윌버의 주장이다. 이제 다시 한 번 전문화된 것들이 큰 그림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주느냐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이때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전문분야나 주제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다른 문화권의 통합까지도 아우르는 개념이다.
『통합심리학』에서 켄 윌버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통합심리학을 기획하고 있다. 이때 심리학(psychology)의 어원인 ‘psyche’는 그리스어로 영혼을 뜻한다. 따라서 켄 윌버는 심리학은 단순히 심리적 차원이 아니라 영성적인 차원이므로, 심리학이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려면 영성적인 차원을 가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정신’도 뇌 과학, ‘심리’도 기계적으로 뉴런 등을 통해 설명하는 추세다. 그런데 ‘심리’라는 것이 그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인간의 영성적인 차원까지 아우르게 된다. 정신치료 분야에서도 이제는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추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성적인 차원으로 나가는 추세도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영성적인 차원을 강조하는 모임으로 <도(道) 정신치료학회>가 있다. <도 정신치료학회>를 창립한 이동식은 우리의 ‘도(道)’로 정신을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국제 정신치료학회에 <도 정신치료학회>라는 분과를 만들어서 발표를 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째다. 10여 년 전부터는 이 분과가 정신치료학회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분과가 됐다. 그 정도로 서양에서는 기계적인 정신치료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환자를 부품 갈아 끼우듯이 정신적인 것을 갈아치우고, 약물에 의존해서 치료하는 것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서양 사람들도 알게 된 것이다.
<도 정신치료학회>의 치료법 중 한 가지는 ‘심우도(尋牛圖)’다. 십우도(十牛圖)는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10가지 그림을 뜻한다. 여기서 잃어버린 소란 ‘잃어버린 자아’를 뜻하고, 심우도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10가지 선(禪)수행의 길이다. 정신치료란 결국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도 정신치료학회>는 선 수행을 통한 자아 찾기가 현대인의 정신치료에 좋다는 것을 입증하는 임상 실험 결과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동서양이 문화적인 교류를 하게 되면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통이 되면서 새로운 비전을 열어 갈 수가 있다. 그런 의미로 켄 윌버는 ‘통합 심리학’, ‘통합 비전’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켄 윌버가 강조하는 통합은 감성, 지성, 이성, 영성 등 4가지 차원의 통합이다. 즉 인간의 능력을 이 네 가지 모두 갖춘 통합적인 차원으로 보자는 이야기다. 이제까지는 이성이나 지성만을 강조해서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했는데, 탈근대에서는 감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문화적 추세였다. 나는 한국인의 문화적인 정서 역시 감성과 영성을 함께 아우르는 것에 있다고 본다.
한국인의 통합(通合)적 세계관
나는 『지구촌 시대와 문화콘텐츠』라는 책에서 우리의 문화적인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통합(通合)적세계관을 열어 밝힌 바 있다.(이기상, 『지구촌 시대와 문화콘텐츠』, 한국외국어대출판부, 2009.) 특히 서민들의 삶은 지성과 이성은 부족하지만 감성과 영성의 차원이 풍성한 문화적인 면이 풍부했다. 또한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 융합의 사상이 기저에 깔려 있다. 문화의 세기는 통합적인 인간을 추구하는 시대다. 오늘날 우리의 문화적인 유산이 빛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동서양의 융합을 통한 문화 정체성을 구현하려고 노력한 나라로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패망 후, 국가적 수모와 위축된 국민감정을 회복하기 위해 망가(漫画), 즉 만화를 통한 세계 공략에 들어갔다. 초기의 일본 만화는 서양의 입맛에 맞춰 서구적 가치가 통용되는 것을 그려나갔지만, 조금씩 자기 문화의 색채를 부각시켜나갔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의 문화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월령공주> 등 일본이 만화를 통해 내세운 문화적인 가치는 기술에 맞선 ‘자연중심주의’이었다. 자국의 문화가 자연중심 문화라는 것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1970~80년대 일본에서 많이 일어난 현상이다. 한 예로, <월령공주>는 기술이라는 괴물에 맞서는 자연의 공주라는 구도를 가지고 서양의 기술문명을 비판적으로 접근해 나갔다.
우리도 우리 문화의 독특함을 살린 ‘문화적인 정체성’을 세워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정체성 없는 콘텐츠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무엇이 그것을 가능케 했는지에 대한 알맹이가 없다. 우리의 어떤 면이 한류를 만들어냈는지, 우리 문화의 어떤 부분에 세계인들이 공감하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한류라는 문화적 흐름의 기저를 이루는 우리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문화적 가치’들을 열어밝혀야 한다.
우리 문화가 갖고 있는 힘의 원동력은 ‘생명 중심’의 한국인의 삶의 방식에 있다. 생명(生命)이란 삶을 살아가라는 하늘의 명령이다. 따라서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눈치’를 봐야 한다.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눈치문화로 분석했던 심리학자 최상진은 한국 사람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것이 눈치라고 했다. 그는 눈치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서민들이 살아남았다고 이야기한다. 서민들은 끊임없이 정치인들의 눈치를 봐야 되고, 잘 나가는 세력가, 종교가들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샌드위치가 되면서도 끊임없이 생존의 길을 모색해 왔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는 단군 신화에서부터 바로 그 생존의 길을 모색하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우리는 항상 강한 문화권에 끼어서 그 둘을 나름대로 조화롭게 섞어가면서 천천히 보이지 않게 변해왔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강대국의 강한 문화 ― 중국문화 , 일본문화, 미국문화 ― 의 틈바구니 속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바탕을 규정할 수 있는 ‘문화정체성’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 우리 나름대로 독자적인 문화의 흐름을 형성하고, 이어오게 만든 원동력과 눈깔[시각]을 이론으로 정립하는 것이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의 사명이다.
켄 윌버의 <통합영성>, 도정신치료학회, <심우도>6, <지구촌 시대와 문화콘텐츠>




Heedoo Hwang ·
Follow
전문바보라는 말씀 격하게 공감합니다..!!!
최중철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도 중심의 영성과 생명 영성을 찾아가는 것도 문화적 정체성을 밝혀내는 하나가 될듯합니다.
그동안 이성과 지성에 너무 치우쳤기에 이제는 감성과 영성으로 가면서 조화를 이루어야겠습니다.
저는 정신과의사이면서도 정신치료에는 재능이 없는 것같아 약물치료 위주로 하고 있으나
이것도 중요합니다.
치료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수행과 영성과 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상담하다보면 환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저보고 신부님 목사님 어떤 경우는 스님 그러더군요.^^
도 정신치료는 이동식 선생님 사후 많이 시들해진 듯합니다.
탄탄한 제자들과 확실한 이론이 없으면 계속 이어지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한국적인 문화영성도 학자들께서 더욱더 분발하셔서
학문적인 이론바탕을 깊고 확실하게 찾아서 정립해 주셔야 합니다.
Ki-Sang Lee replied
·
1 reply
Ki-Sang Lee
도 정신치료학회 단체 사진에서 저를 찾으실 수 있나요?^^
Ki-Sang Lee replied
·
2 replies
최중철
주역 택풍대과(澤風大過)를 보면
못 아래에 바람이 있는 것으로 크게 지나침입니다.
과유불급입니다.
구이는
마른 버들이 싹이 나며(고양생제) 늙은 지아비가 젊은 여자를 얻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지나침이 있으나 서로 더불어 사는 것이다.
구오가 변하면 진하련 장남이 되어 중국이고
구이가 변하면 간상련 소남이 되어 한국이다.
구이는 내괘에서 중을 얻었기에
흔들리는 대과 속에서도 동양의 정신문명이
간방인 한국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다.
구오는
마른 버들이 꽃을 피기에(고양생화) 오래 가지 못한다.
중국에서 잠시 꽃이 피다 말고 한국에서 새싹이 나서 오래 간다는 비결이 들어 있다.
여기서 보면 주나라 주공과 노나라 공자께서 간방에 있는 한국이 수천년 후 새롭게 도덕문화를 이끌
나라로 지목하였어요.
지금 한류는 감성이겠고
우리의 영성은 단군신화에서 보여주듯이 역사와 깊이가 있습니다.
우리의 영성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감성과 영성을 학문적으로 정립해야 합니다.
지성과 이성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지요.
영성이 깊어지면 도덕성은 저절로 바로 잡힐 것입니다.
목사승려주교신부들의 탐욕과 비도덕성은 영성이 가짜인 것입니다.
지행일치의 진짜 영성을 찾아야 합니다.
Ki-Sang Lee
옳은 말씀입니다. 학문적 정립에 선생님도 일조하시길 바랍니다.
Seongmok Lim
진지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선생님의 글을 읽다가.....그만...."눈치문화"라는 곳에서 빵 터지면서, 격하게 공감을 하게 됩니다....ㅎㅎㅎ....페북에서는 드물게 깊이있는 글들을 체계적으로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i-Sang Lee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
Ki-Sang Lee replied
·
이진우
<지구촌시대와 문화 콘텐츠>는 3월말 귀국하면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
'전문바보'라는 용어를 저는 평소에 '헛똑똑이' 로 지칭하고 그들을 비판해 왔습니다.
오래전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S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신 분께서 정신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념 이해도 전혀 안되어서 진땀을 흘리던 미디어의 한 장면이 충격적으로 각인 되어 있습니다.
'통섭'이 필요함을 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