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3

이병철 - - 몽골 생태영성순례를 떠나며

이병철 - - 몽골 생태영성순례를 떠나며/ 6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10일간의 일정으로 몽골 생태순례를... | Facebook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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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생태영성순례를 떠나며/

6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10일간의 일정으로 몽골 생태순례를 떠난다. 일행이 24명이라 평소보다 순례단의 규모가 배로 커졌다. 규모거 커지면 장거리 여행에서 진행이 더뎌지고 어려움이 늘어나는데도 이렇게 된 까닭은 함께 가겠다는 이들이 대부분 아는 분들이라 차마 안된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단장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분들에게 더 신세를 져야할 것 같다.
 
이번 여정을 ‘여행’이라고 하지 않고 ‘생태영성순례’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데에는 그 나름의 까닭이 있다.
나는 2000년 초, 시민사회활동가 중심으로 ‘지구행성 생태영성순례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히말라야, 바이칼, 티베트 등을 다녀온 바 있다. 그때 내가 그런 이름으로 나섰던 것은, 어느 순간 문득 이번 생의 의미를 ‘지구행성에 여행을 온 것’이라고 한다면, 그 여행에서 우선해야 하는 것은 지구행성의 성스러운 곳을 방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깊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 끝에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이 이 행성의 성산(聖山)이라고 하는 히말라야, 그 만년설이 빛나는 설산이었다. 그래서 성산을 찾아가는 이 순례를 ‘지구생태영성순례’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내가 이 순례에 ‘생태영성’이라는 말을 덧붙이게 된 것도, 
1986년 한살림운동을 전후하여 이른바 생명운동으로 방향을 바꾸면서였다. 
그즈음 ‘생태’는 문명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 개념으로 다가왔고, 그 생태의 핵심은 ‘생태영성’에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내가 1996년에 시작했던 귀농운동을 ‘생태 가치와 자립적 삶의 실현’이라는 이름으로 내걸었던 것도, 그 뒤에 생태귀농학교지리산생태영성학교라는 이름의 학교를 운영한 것도, 모두 이런 까닭이었다.
‘생태영성순례’라는 용어가 그 전에도 있었는지는 나는 모른다. 아무튼 그런 이름을 내걸고 첫 번째 성산 순례를 마친 뒤 내면에서도 나름의 깊은 체험을 느꼈다. 그러고 나서 성산과 대비되는 성스러운 바다(聖海)인 바이칼을 찾아가게 되었고, 그것이 두 번째 생태영성순례가 되었다.

그다음에는 티베트를 다녀왔고, 그 이후에도 히말라야를 몇 차례 더 찾았으며, 바이칼에도 다시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지구여행학교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코스’를 같은 이름으로 다녀왔다.

‘생태영성’이란, 내 오랜 화두 가운데 하나이다. 
천지만물이 모두 성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모시고 사는 마음이 바로 생태영성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해월선사의 말씀 “천지만물 가운데 하늘을 품지 않는 것이 없다(天地萬物 莫非侍天主也)”와도 닿아 있으리라 싶다.

그렇게 모시고 삼가는 마음으로 생명과 존재를 만나고 대하는 여정을 ‘생태영성순례’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번 순례단의 공동 약속문을 소개한다.

-몽골 생태영성순례단 공동 약속문/
• 서로를 깊이 배려하고 존중합니다.
순례는 함께 걷는 여정입니다. 서로의 생각과 속도, 고유한 존재를 인정하며,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공동체를 이룹니다.
• 불필요한 개별 행동을 삼가고, 공동의 흐름을 따릅니다.
순례의 조화와 안전을 위해 일정을 함께하고,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합니다.
(조별로 움직입니다. 조는 가족 공동체로 생각합니다. 서로를 배려하며 챙기고 돌봅니다.)
• 현지 주민에 대한 감사와 존중을 잊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터에 들어서는 마음으로, 말과 행동에서 예의를 지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몽골의 문화, 풍습, 신앙, 삶의 방식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존중합니다.
판단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낯선 것 속에 깃든 깊은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합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감수성과 절제를 지닙니다.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 바람 한 줄기도 아껴 여기며, 자연을 함부로 소비하거나 훼손하지 않습니다.
• 말과 행동에 있어 침묵과 성찰의 태도를 간직합니다.
경외와 감사의 마음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 이 순례를 생태적 영성과 내면의 깨어남을 위한 기회로 삼겠습니다.
외부 세계와 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며, 삶의 방향을 생명과 조화 쪽으로 되돌리는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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