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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고 신화, 여성주의로 읽기
김정희(가배울 이사)

입력 2025.06.24 


1. 들어가는 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는 『부도지』가 전하는 마고 신화이다. 부도지(符都誌)라는 말은 "하늘의 뜻 (天符)을 받드는 도읍(都)에 관한 기록(誌)"이라는 뜻이다. 원래의 『부도지』는 『징심록』15지 가운데 제 1지로 신라의 박제상이 적어도 419년 이전에 기록하였고 영해 박씨 종가에서 필사하여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으며 조선 세조 이전까지는 책의 내용이 상당히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조에 반기를 들었다가 박씨 집안은 풍지박산되었고 그 와중에 이 책은 김시습에게 전해졌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해방 전 박금씨 대에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박금씨는 이 책을 해방 후 월남할 때 두고 내려왔다. 이에 한을 품은 박금(朴錦, 1895.10~1969.10)씨가 1953년 울산의 피난소에서 과거에 『징심록』을 번역하고 연구하던 때의 기억을 되살려 거의 원문에 가깝게 되살려 내었다. 그래서 『부도지』는 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학계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부도지』 초판 서문). 또한 이 설화를 역사에 직대입하여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하였다는 정설에 비추어 『부도지』의 설화가 사적인 자료로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김정희, 2011:73~74).

그러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은 무조건 사료적 가치가 없는 것일까? 구술사 연구도 구술자의 기억은 주관적이고 이는 구술이 거짓된 기억의 왜곡을 거쳤기 때문에 사학 연구가 채택해서는 안 되는 방법론이라는 비판을 주류 사학자들로부터 받는다. 이런 비판에 대해 폴텔리는 기록문서도 출처를 알 수 없는 구술 자료가 통제되지 않고 전승된 것에 불과한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 모든 자료들은 표준 역사 연구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고 말한다. 기록 문서라는 것들도 대개 문서가 전해주는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리고 종종 그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에 의해 쓰여 지기 때문에 기록 문서와 구술 받은 문서간의 절대적 차이는 허구라는 것이다 Portelli, 1998). 폴텔리의 이러한 사료관에 입각할 때, 현재 존재하는 『부도지』의 마고 신화는 신라시대부터 문서 기록으로 전승되어 온 『부도지』에 대한 유사한 기록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적어도 가장 오래된 민족 신화로서의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다.

성서와 경전 모두 기록이 된 것은 예수의 설교와 부처님의 설법이 구전으로 전승되어 오다 나중에 제자들에 의해 기록된 것이다. 처음에 있은 건 구전과 기억뿐이었다.

『부도지』의 마고 신화의 역사성은 모든 신화가 그렇듯이 문자 그대로의 실증적 역사성이 아니라 한민족이 형성될 당시의 집단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시대를 뛰어넘는 모종의 집단 무의식을 보여주는 원형이라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집단 무의식은 『환단고기』와 더불어 한민족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환단고기』에 대한 위서 논의는 이 정신세계에 대한 이해 없이 펼쳐지고 있음을 이기동 교수는 지적하면서 이 정신세계를 이해하면 위서론을 벗어나서 『환단고기』를 한민족에 국한되지 않는 고대 동북 아시아의 정신세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환단고기는 위서가 아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UzZv04CSyQ).

필자 역시 『부도지』를 10여 년 전에 있었을 때 그 웅혼하고 대각한 경지의 정신세계에 압도되어 이는 개인에 의해 창작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님을 확신하며 해석하지는 못한 채 대모신(大母神) 신화로 소개하는 데 그쳤다(김정희, 2011:73~81).

다만 대각(大覺)의 언어 ‘살림’이 마고 대모신 시대에 발화되었을 것을 직감한 것만으로도 경이로웠고 만족했다. 살림은 일상적으로 아이를 기르고 성인들의 하루하루 활동력을 재생시켜주는 일에 국한되지 않고 나라살림, 지구살림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데서 보여주듯이 인류가 지배와 종속, 주인과 노예, 이것의 은유이면서 현실 질서로서의 남과 여, 문명과 자연과 같은 위계적인 이분법적 질서, 가부장제를 몰랐을 시대에 인간의 투명한 우주적 혼연일체의 ᄒᆞᆫ 어머니의 기백, 깨달음, 얼을 증거한다(앞글:76~77, 139~141).

이러한 대각의 경지의 ‘살림’이란 말의 웅혼함은 『부도지』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제 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보니 해석되는 부분들이 있어 나눌 수 있고 이에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나눔의 인연은 지금은 폐관된 여담재가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2월 28일까지 연 서용선 화가의 '우리 안의 여신을 찾아서' 전시이다. 이 전시를 위한 브로슈어에 마고신화 해설을 쓰게 되는 행운을 만났다. 당시의 이혜경 관장님, 서용선 화가님, 신지영 전시 감독님에게도 감사드린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원고를 다시 보니 마고에 대한 여성연구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묵히기 아까워 다시 나누고자 여성신문사 문을 두드려 싣는다. 여성신문사에도 감사드린다.

2. 마고 신화의 정신세계 읽기

마고 신화는 우주와 지구의 창조와 지구상에서의 인간 출현에 대한 우리 고대 선조들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상상력은 어떤 점에서 대각(大覺) 수준의 높은 정신적 경지를 보여준다. 즉 마고 신화를 만든, 후기구석기나 신석기 초기의 우리 선조들의 정신세계는 미개한 원시인이 아니라, 자재율(自在律)에 따라 살았다고 하는 마고성 사람들의 경지로 현대인들이 복본(復本)해야 근접할 수 있는 그런 정신적 경지를 보여준다. 김시습도 『부도지』의 이러한 경지를 간파하여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통칭 그윽한 의미가 선도와 불법과 비슷하나 같지 아니하다. 당시 신라에는 잠시도 선(仙), 유(儒), 불(佛)이 침투해 오지 않았으니, 이는 고사(古史)에 근거한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광명의 시대부터 있었다고 하였으니, 그 시대는 과연 어느 시절인가?”(김시습, 2020:123)

이하에서는 이러한 마고 신화의 범상치 않은 정신 세계를 일별해 보고자 합니다.

마고 신화는 동이족 혹은 동북아시아인들이 공유한, 인류 보편의 대모신(大母神, Great Goddess) 신화로 이해된다. 인류 고대의 신화들을 살펴 보면 창조 과정에 남신이 등장하는 것은 기원 전 3, 4천 년 전경부터이다. 그 이전의 신화에는 지구와 별, 인간과 자연, 생과 사 모든 것이 대모신에게 구현되어 있고 대모신은 새 생명 창조를 시작하는 바다, 물, 알의 신비, 자연 속의 원시적 힘으로 우주와 자연 인간을 창조한다. 예를 들면 이집트의 원시 바다인 여신 넌(Nun)은 태양신 아툼(Atum)을 낳고 아툼이 이 우주의 나머지 것들을 창조한다. 바벨론의 여신 티마(Timat)는 그녀의 배우자와 남신, 여신을 출산하고 그리스의 여신 가이아(Gaia)는 처녀 출산으로 하늘인 우라노스(Uranos)와 인간을 창조한다(Lerner,1986: 149).

이런 신화사에 따르면 마고 신화는 대모신 시대의 전형적인 여신 창조 신화의 모습과 동시에 가부장제 성립 이전 대모신의 조력자로서의 남신이 등장하는 단계의 신화를 보여준다. 선사 시대 여신 연구들을 검토한 러너(Lerner)에 의하면 1단계 여신 신화에서 여신은 창조주 대모신으로 하늘과 땅, 우주를 창조하고 동정 생식으로 낳은 자녀들을 두는 최고의 신이다. 2단계 여신 신화에서는 남신이 처음에는 대모신의 아들 또는 남자 형제로 나타나다가 점차 배우자 남신으로도 나타난다. 남신들은 대모신의 조력자이고 여전히 권능은 대모신에게 있다. 3단계 신화에서는 신이며 왕인 배우자가 여신과 대등한 권능을 갖는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여신은 격퇴되며 남신-왕이 혼자 지배하는 신화가 나온다(앞글:41). 제우스가 파리로 변신한 지혜의 여신 메티스를 잡아먹고 최고신으로 군림한 그리스-로마신화와 하나님 아버지(God Father) 유일신 신앙이 성립되는 구약의 창세 신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고의 계보는 2대 궁희와 소희에서 3대에는 궁희와 소희가 낳은 네 천인과 네 천녀로 이어진다. 3대에서 궁희와 소희가 낳은 아들 4명의 천인은 황궁씨, 청궁씨, 백소씨, 흑소씨로 이름이 나오는데 4명의 딸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신화 시대에 남성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마고가 두 딸에게 오음칠조의 음절을 맡아보게 하였고 다시 이 두 딸의 네 아들이 본음(本音)을 나누어 관장하니, 이 아들신인(神人)들은 여전히 대모신을 보필하는 위치에 있다. 러나의 여신 신화 단계 분류에 따르면 두 번째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마고 신화에서 주목할 점은 한반도 역사에서 어느 시기에도 절대 권력자 남신이 신앙세계에서 지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마고 ⓒ그림 서용선 작가
마고 ⓒ그림 서용선 작가

2-1. 태초의 율려로 창조된 우주

“짐세 이전에 율려가 몇 번 부활하여 별들이 출현하였다. 짐세가 몇 번 종말을 맞이할 때, 마고가 궁희와 소희를 낳아 두 딸에게 오음칠조(五音七祖)의 음절을 맡아보게 하였다.”(『부도지』2장).

짐세는 같은 『부도지』2장에서 8려(呂)의 음이 원시지구인 실달성과 허달성, 마고대성과 마고를 생기게 한 우주의 어떤 시기로 언급된다. 별들이 출현한 건 이 짐세 이전이다. 태양도 별이므로 짐세 이전에 출현하였다. 우주가 우주대폭발의 소리, 빅뱅(Big Bang)과 함께 형성되었다는 것은 현대 우주론의 표준 모델이다. 마고 신화에서는 이 빅뱅을 율려라는 소리, 또는 음악으로 표현한다. 오늘날 국악에서 율려는 양률인 육률(六律)과 음려인 육려(六呂)를 일컽는다 육율은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이고 음율인 육려(六呂)는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이다.

한 마디로 율려는 음양의 기운을 담은 소리이고 마고 신화는 이 음양의 소리가 우주를 창조했다고 말하고 있다.

“선천시대에 마고대성은 실달성 위에 허달성과 나란히 있었다. 처음에는 햇볕만이 따뜻하게 내려쪼일 뿐 눈에 보이는 물체라고는 없었다. 오직 8려(呂)의 음만이 하늘에서 들려왔고 실달성과 허달성, 마고대성이 모두 이 음에서 나왔다. 이것이 짐세다.(『부도지』2장)

원시 지구인 실달성과 허달성, 마고대성과 마고는 8려의 음에서 나왔는데 이 때 이미 몇 번의 율려의 부활 속에서 태양은 있었다. 현재 음의 소리인 려는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의 육려만 사용되는데 짐세에는 8려의 음이 울렸다니 우리는 두 개의 려 소리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일까?

다시 앞의 인용구로 가면 짐세가 몇 번 종말을 맞이할 때, 마고가 궁희와 소희를 낳아 두 딸에게 오음칠조(五音七祖)의 음절을 맡아보게 하였다. 오늘날 전통 음악에서는 ‘궁(宮) · 상(商) · 각(角) · 치(徵) · 우(羽)’ , 이 다섯가지 소리를 핵심을 이루는 오음으로 사용하고 있다.

칠조는 조선전기 향악에 사용된 일곱 가지 악곡의 음조이다(칠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95639&cid=46661&categoryId=46661). 향악은 일명 속악(俗樂)이라고도 한다. 삼국시대에 당악(唐樂)이 유입된 뒤 외래의 당악과 토착음악인 향악을 구분하기 위하여 이름 지어졌다(향악(鄕樂),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27350&cid=46661&categoryId=46661). 마고 신화에서의 오음칠조의 칠조는 한 민족 고유의 향악에 사용된 음조로 봐야 할 것이고 이는 마고 신화시대부터 내려오는 소리이다. 마고는 선천을 남자로 후천을 여자로 해서 낳은 두 딸 궁희와 소희에게 오음칠조의 관리를 맡겼다고 신화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에서 지유(地乳)가 처음으로 나오니, 궁희와 소희 역시 선천과 후천의 정(精)을 받아 결혼하지 아니하고 각각 네 천인과 네 천녀를 낳아 지유를 먹여 그들을 길렀다. 그리고 네 천녀에게는 여(呂), 네 천인에게는 율(律)을 맡아보게 하였다.”(『부도지』2장)

“…성 중의 사방에 네 명의 천인이 있어 관(管)을 쌓아놓고 음을 만드니, 첫째는 황궁씨요, 둘째는 백소씨요, 셋째는 청궁씨요, 넷째는 흑소씨였다. 두 궁씨의 어머니는 궁희씨요, 두 소씨의 어머니는 소희씨였다.”(『부도지』2장)

궁희와 소희가 낳은 네 천인, 아들은 마고성의 사방에 관, 즉 피리를 쌓아놓고 음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는 율을 관리하는 것이다. 신화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은, 궁희와 소희의 네 딸인 네 천녀는 여를 관리한다. 마고와 마고대성이 나오기 전의 율려는 별을 출현시켰다. 네 천인과 네 천녀가 다스리는 율려는 이 신인들조차 없었던 우주 창조의 태초 율려와는 구분되는 마고성을 관리하는 율려이다. 네 천인이 양의 소리 율을 맡고 네 천녀가 음의 소리 율을 맡았다는 데서, 우리 선조들은 음양을 상보적이고 조화를 이루어야 세상이 평안하다는 인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음양을 역동적이고 대등한 상보적인 우주 기운으로 보는 『노자』의 음양론이 마고 설화에서 이미 나오고 있다. 『부도지』의 다음 장에서는 마고가 원시 지구인 실당대성을 끌어당겨 생명이 움트는 지구로 만들고 네 천인, 네 천녀는 원시 율려를 본받아 마고성의 율려를 다스리며 지구상의 만물을 출현시킨다고 말한다.

2-2. 온 생명이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를 만드는 마고, 생명의 본음을 관리하는 천인과 천녀

“후천의 운이 열렸다. 율려가 다시 부활하여 곧 향상(響象)을 이루니, 성(聲)과 음(音)이 섞인 것이었다. 마고가 실달대성을 끌어당겨 천수(天水)의 지역에 떨어뜨리니 실달대성의 기운이 상승하여 수운의 위를 덭고, 실달의 몸체가 평형하게 열려 물 가운데에 땅이 생겼다. 땅과 바다가 나란히 늘어서고 산천이 넓게 뻗었다. 이에 천수의 지역이 변하여 육지가 되고, 또 여러 차례 변하여 수역(水域)과 지계(地界)가 다 함께 상하를 바꾸며 돌므로 비로소 역수(曆數)가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기(氣)․화(火)․수(水)․토(土)가 서로 섞여 빛이 낮과 밤, 그리고 사계절을 구분하고 풀과 짐승을 살지게 길러내니, 모든 땅에 일이 많아졌다.” (『부도지』3장)

생명의 탄생 ⓒ그림 서용선 작가
생명의 탄생 ⓒ그림 서용선 작가

마고가 실달대성을 끌어당겨 천수(天水)에 떨어뜨리니 실당대성은 음양기운에 더해 기화수토 4행이 서로 섞여 낮과 밤, 사계절, 풀과 짐승이 사는 지구가 된다. 천수는 고대인들이 태양계가 속해있는 은하계(銀河系)를 표현한 것은 아닐지 추측해본다. 은하와 천수 모두 흐르는 강의 이미지를 표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고는 지구를 창조했다기보다는 율려로 출현한 원시 지구, 실당대성이 현재와 같은 뭇 생명들이 번성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해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작의적인 상상이 아니라 깊은 명상에서 지구 생성을 관(觀)하면서 나온 상상력임을 느끼게 해준다. 마고 신화가 우주와 지구의 형성을 관하는 명상의 기록이라는 것은 후천 시대에 율려가 다시 부활하여 성(聲)과 음(音)이 섞인 향상(響象)을 이루었다는 문구에서도 확인된다. 향(響)은 울릴 향, 진동할 향이고 상(象)은 형상 상이다. 그러므로 향상은 울려서 나는 소리이되, ‘진동으로 형성된 형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진동으로 땅과 바다, 풀과 짐승의 다양한 형상, 만물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이는 현대 물리학, 천체 물리학의 논의에 수렴한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물질이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파동-입자 이중성’을 말한다. 물체의 진동에 의해 발생하고 매질의 진동으로 인해 전달되는 파동은 곧 소리다(소리, naver.com). 초끈이론에서도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양성자·중성자·전자 같은 소립자나 쿼크 등 구(球)의 형태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끊임없이 진동하는 아주 가느다란 끈으로 본다. 양자역학과 초끈이론에서 진동, 또는 이로 인한 파동은 물질의 기본적인 특성으로 제시된다. 진동이 물질의 형태를 만든다는 보다 분명한 인식은 천체 물리학자 에리히 얀치(Erich Jantsch)와 물리학자이면서 화학자인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에게서 볼 수 있다. 얀치는 우리 몸의 세포는 약 1분을 기점으로 하는 주기 리듬을 따라 대사계가 진동하고, 세포 이하의 수준에서는 효소 합성 리듬으로 인해 후성적 진동이 일어나고 이 진동과 동시에 형태가 형성된다고 말한다(얀치, 1993:335~338).

프리고진은 대부분의 계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공명이 삼라만상 모든 현상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I. 프리고진, 이사벨 스텐저스, 1993:146~148).

이같이 진동, 공명은 모든 물질의 형태를 형성하며 삼라만상에 내재재 있다는 현대 물리학, 천체물리학의 이러한 인식은 마고신화에서는 향상(響象)이라는 말과 육률로 표현되는 소리(진동/파동)를 관리하는 것이 마고성을 관리하는 것의 핵심인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마고신화는 네 천인과 네 천녀가 율려, 본음을 나누어 관장함으로써 곧 토(土), 수(水), 기(氣), 화(火)의 4행도 관장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4행은 불교에서 만물을 이루는 근본적인 네 원소라 칭하는, 지, 수, 화, 풍 4대와 일치한다. 이 4행의 작용으로 지구의 기운은 따뜻해지고 땅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었는데 이는 위에서 음상(音象)이 비춰주고 밑에는 향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곧 공명의 작용으로 지구 생태계가 형성되었음을 말한다.

“네 천인이 만물의 본음(本音)을 나누어 관장하니, 토를 맡은 자는 황(黃)이 되고 수를 맡은 자는(靑)이 되어 각각 궁(穹)을 만들어 직책을 수호하였으며, 기를 맡은 자는 백(白)이 되고 화를 맡은 자는 흑(黑)이 되어 각각 소(巢)를 만들어 직책을 지키니, 이로 인하여 성씨(姓氏)가 되었다.

이로부터 기와 화가 서로 밀어 하늘에는 찬 기운이 없고 수와 토가 감응하여 땅에는 어긋남이 없었으니, 이는 음상(音像)이 위에 있어 언제나 비춰주고 향상이 아래에 있어 듣기를 고르게 해주는 까닭이었다.” (『부도지』3장)

2-3. 향상을 바르게 밝혀 지구 만물을 유지시켜 주는 인간의 출현

『부도지』 3장에서는 온 생명이 살아 숨쉬는 지구 생태계의 조건을 만드는 마고와 이렇게 만들어진 지구 생태계의 생명들을 율려 본음으로 관리하는 네 천인과 네 천녀가 소개된다. 그러나 이어지는 4장에서는 네 천인과 네 천녀의 본음 율려 관리만으로는 만물이 잠깐 사이에 태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고 말한다.

이 때에 본음을 맡아서 다스리는(管攝) 자가 비록 여덟 사람이었으나 향상을 바르게 밝히는(修增) 자가 없었기 때문에 만물이 잠깐 사이에 태어났다가 잠깐 사이에 없어지며 조절이 되지 않았다. 마고가 곧 네 천인과 네 천녀에게 명하여 겨드랑이를 열어 출산하였다. 이에 네 천인이 네 천녀와 결혼하여 각각 삼남 삼녀를 낳았다. 이들이 지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인간의 시조(始祖)였다.“(『부도지』4장)

네 천인과 네 천녀의 본음 관리만으로는 만물 생명의 지속적 유지가 어렵자 마고가 네 천인과 네 천녀에게 명해 서로 결혼하여 겨드랑이를 열어 출산하게 한다. 각 쌍이 삼남 삼녀를 낳았으니 네 천인과 네 천녀가 낳은 최초의 인간은 24명, 12쌍이다.

“그 남녀가 서로 결혼하여 몇 대를 거치는 사이에 족속이 불어나 각각 삼천 사람이 되었다. 이로부터 열두 사람의 시조는 각각 성문을 지키고, 그 나머지 자손은 향상을 나누어 관리하며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르게 밝히니, 비로소 역수(曆數)가 조절되었다. 성 안의 모든 사람은 품성(稟性)이 순정(純情)하여 능히 조화를 알고, 지유를 마시므로 혈기가 맑았다. 귀에는 오금(烏金)이 있어 천음을 모두 듣고, 길을 갈 때는 능히 뛰고 걸을 수 있으므로 오고감이 자유로웠다.

임무를 마치가 금(金)은 변하여 먼지가 되었으나 그 본바탕(本性)을 보전하여, 영혼의 의식(魂識)이 일어남에 따라 소리를 내지 않고도 능히 말하고, 대에 따라 백체(魄體)가 움직여 형상을 감추고도 능히 행동하여, 땅 기운 중에 퍼져 살면서 그 수명이 한이 없었다.”(『부도지』4장)

이어지는 신화는 24명 12쌍의 최초 인간이 몇 대를 거치며 늘어나 각 족속이 3천 사람, 총 36000명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이 성을 지키고 향상을 나누어 관리하여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르게 밝히니, 비로소 역수(曆數), 즉 천체의 운행과 기후 변화가 철을 따라서 돌아가는 차례가 조절되고 마고성의 낙원 시대가 유지되었다고 한다. 이 4장에서는 인간의 지구 생태계에서의 소임을 ‘성을 지키고 향상을 나누어 관리하여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르게 밝히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런데 1장에서 성 중의 사방에 네 천인이 관을 쌓아놓고 음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성을 지키고 향상을 나누어 관리한다‘는 것은 곧 율려의 공명이 끊어지지 않게 하여 그 공명으로 지구상의 만물의 생사가 균형 있게 유지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마고성 ⓒ그림 서용선 작가
마고성 ⓒ그림 서용선 작가

이를 1장에서는 “천부(天符)를 받들어 선천을 계승하였다”라고 말한다. 천부를 받든다는 것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천부경’(天符經)의 끝 구절을 볼 필요가 있다.

“… 本心本太陽昻明 人中天地一 一終無終一“(본심본체태양앙명 인중천지일 일종무종일) (『환단고기』:506)

‘본심은 태양의 밝음을 본받으니, 사람은 하늘과 땅 가운데 있고 하나이니 하나로 마치되 하나에서 마침이 없나니라.’로 해석된다. 『부도지』에서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사람의 직책을 율려의 공명이 끊어지지 않게 하여(향상을 나누어 관리)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르게 밝히는 것으로 설명하고, 그 결과 역수가 조절되는 것으로 설명한다(4장). 역수가 조절된다는 것은 천체의 운행과 기후 변화가 철을 따라서 돌아가는 차례가 조절된다는 것이고, 즉 마고가 만물 생육 번성의 조건을 만들어준 지구에서 하늘과 땅을 이어 하나가 되게 하는 인간의 활동으로 만물의 생육과 번성, 사라짐이 중단 없이 이어짐을 의미한다. 마고대성 신화시대, 혹은 우리 선조들의 고대 원시공동체에서의 삶은 이같은 천지인 합일을 깨달은 도인들의 삶이었다고 추정된다. 『부도지』는 이런 대각의 상태에서 육체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형체 없이 혼식(魂識)으로 말하고 형상 없는 백체(魄體)로 능히 행동하며 땅 기운에 퍼져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부도지』4장). 이는 마음의 불생불멸을 말하는 불교의 진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오늘날 녹색 운동에서 지구는 온 생명을 번창하게 하고 조화롭게 유지시키는 가이아 여신으로 상징된다. 마고가 다름 아닌 이 가이아 여신이다.

3. 맺음 말

이같이 우주의 도를 깨친 마고성의 삶은 품성이 순정한 인간이 지유(땅에서 나오는 젖)를 먹으며 사는 삶이었다. 그러나 『부도지』5장에서 8장은 마고성의 낙원 생활이 끝나고 인간이 타락하여 마고성 밖의 사방으로 흩어지는 실낙원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마고성 인구의 증가로 지소씨가 다섯 번이나 샘에 가도 지유를 못 먹게 되자 배가 고파 포도를 따먹으며 그 독으로 도를 잃고 오미의 맛을 알게 된다. 오미의 맛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분별망상을 하게 되었음을 말한다. 열매를 먹은 사람들은 이가 나고 피와 살이 탁해지고 심기가 혹독해지고 만물을 생성하는 원기가 불순해져 짐승 같은 인간을 많이 낳게 된다. 죽으면 썩게 되고 생명의 수가 미혹하게 되고 줄어들게 되었다. 기, 토, 수, 화 4행의 운행도 조화를 잃게 되었다. 이들이 부끄러워 마고성에서 나가게 된다. 마고성을 나간 이들은 젖샘을 얻고자 마고 성곽 밑의 땅을 파헤치니 마고성의 젖샘까지 말라버리고 마고성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까지 풀과 과일을 앞 다투어 먹게 되어 마고성의 맑고 깨끗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황궁씨가 마고에게 사죄하고 천인들이 성 안의 사람들을 데리고 스스로 성을 떠나 성을 보전하기로 했다. 황궁씨는 천부를 신표로 나누어주고 칡으로 식량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어 사방으로 나누어 살 것을 명령하고 네 천인은 권속을 이끌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실낙원의 이야기는 에덴 설화와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마고성을 나간 이들이 전한 이야기가 중동 지역에서 에덴 설화의 판본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한다.

그런데 피리 소리와 흡사했을 것 같은 우주 율려로 우주의 별들이 생성되고 원시 지구를 손으로 가볍게 끌어당겨 지금의 지구 생태계가 만들어질 여건을 만들어줬을 만큼 우주적 거인인 마고, 이 마고가 지구의 인간이 우주 율려와 하나 되는 공명을 내는 피리를 불며 지구의 마고성에 살 수 있게 했다고 전하는 이 웅혼하고 아름다운 창세 설화를 상상하여 이야기로 만들어 전한 우리 조상들의 시작은 언제쯤일까?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피리는 독일 홀레펠츠 동굴에서 발견된, 3만 년 전의 피리다. 우리 조상들이 정교한 눈금을 새긴 4만 년 전의 돌눈금 자가 남한강 수양개 유적지에서 발굴되었다. 후기 구석기다. 피카소는 기원전 35000~11000년 사이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보고는 “우리 중 누구도 이렇게 그릴 수는 없다. 알타미라 이후 모든 것이 쇠퇴했다!”라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현대인의 그 누구도 그만큼 그려낼 수 없는 혼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피리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불 줄 알고 눈금자를 사용할 만큼 추상적 사고 능력을 가졌던 후기 구석기인들은 미개인들이 아니다. 맹수가 두려워 동굴 속에서 움츠려 살기만 하던 후기 구석기인들이 아니라 우주와 하나 되는 경지의 경험을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들려주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빙하기가 끝나 채집할 수 있는 풀들이 무성해진 신석기 직전의 그 어떤 시점에서의 인간들은 『부도지』가 들려주는 마고 신화의 온전한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들으며 성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고려인들은 고려를 ‘마고의 나라’(麻姑之那)라고 불렀다 마고지나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高麗史)』 「세가 제 36 충혜왕(忠惠王)조」에 나온다. 고려가 원(元)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 말기에 반원을 공공연하게 말했던 28대 충혜왕은 원나라 사신에게 잡혀간다. 충혜왕은 원의 황제에게 끌려가, 시종 한 사람 없이 계양현을 거쳐 악양현으로 귀양을 가다가 독살 당했는데, 이 때 이 소문이 온 나라에 퍼져 백성들 사이에 ‘아야요(阿也謠)’라는 노래가 유행하였다. 이 노래에 ‘아아 마고의 옛 나라 이제 떠나가면 언제 돌아오려나’(阿也 麻古之那 從今去何時來)라는 구절에서 마고지나가 나오고 있다(‘왕이 유배 중에 악양현에서 죽다’, http://db.history.go.kr/KOREA/item/level.do?itemId=kr&bookId=%E4%B8%96%E5%AE%B6&types=o#detail/kr_036_0100_0010_0040) 이는 당시 백성들은 고려를 고려라 부른 것이 아니라 마고의 나라로 불렀음을 말해준다.

마고성을 떠난 이후 그 한 파인 황궁씨의 후손들은 남자가 왕이 되어 통치하는 국가 역사 시대를 열었지만, 그 나라들의 이상은 마고성으로의 회귀 또는 본성의 회복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과 다르다. 고조선의 건국 이념은 본성의 회복, 살림의 정신에 닿아 있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이었다. 고주몽은 다물을 연호로 국력 회복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다물은 복본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박혁거세는 부도를 본받아 소부도를 건설했다 (김은수, 2020:254).

이는 한 민족 후예들의 귀향의 이상이 마고성으로의 복본이라는 것과 마고 신화가 한민족의 정신적 정체성의 원형임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김정희, 2011:74).

즉, 조선에 들어와 마고의 후손이기를 스스로 저버린 가부장적 왕과 남성 유학자들의 등장 이전까지 마고와 마고대성으로의 복본, 하늘과 땅을 잇는 참 사람으로의 본성 찾기는 통치계급이나 민중이 공유한 우리의 정체성이었다. 복본을 개인과 공동체의 이상으로 삼았던 과거의 남성상은 마고의 지구 온 생명이 위협받고 있고 여성혐오 문화가 극성하고 있는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선 시대의 동북공정을 주도하며 마침내 마고 지우기 혹은 마고를 요괴로 날조하기에 상당히 성공한, 스스로 마고의 아들이기를 저버린 조선 가부장적 유학자들이 새끼 친 무리들의 미혹함은 다시 마고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들려지고 들려질 때 사라질 것이다. 우주의 율려를 본받는, 마고가 인도해준 지구 율려의 공명을 인간이 다시 만들어낼 때 여성과 남성, 온 생명이 하나가 되는 마고대성은 여기에 있게 된다. 

김정희 가배울 이사.
김정희 가배울 이사. 

 

[참고문헌과 자료]

1. 원전

『환단고기』 역주본(축소판) , 계연수 (편저), 안경전 (역주) 지음, 2021.
박제상, 『부도지』, 김은수 옮김, 2020.

2. 참고문헌

김시습, “징심록에 덧붙여,” 박제상, 『부도지』, 서울: 한문화, 2020.
김은수, “한국 상대사와 그 문화,” 『부도지』, 서울: 한문화, 2020.

김정희, 『불교, 여성, 살림』,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11.E. 얀치, 『자기 조직하는 우주』, 홍동선(역), 범양사출판부, 1993.

I. 프리고진, 이사벨 스텐저스,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신국조(옮김), 고려원 미디어, 1993.

Lerner, Gerda, The Creation of Patriarchy, New York:Oxford University, 1986. Porteli, “What makes oral history different,” Robert Perks and Alistair Thomson:eds, The Oral History Reader, New York:routledge, 1998,

3.인터넷 자료

오음, naver.com
‘왕이 유배중에 악양현에서 죽다’, http://db.history.go.kr/KOREA/item/level.do?itemId=kr&bookId=%E4%B8%96%E5%AE%B6&types=o#detail/kr_036_0100_0010_0040
이기동, ‘환단고기는 위서가 아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UzZv04CSyQ , 2020
칠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95639&cid=46661&categoryId=46661
향악(鄕樂), 『한국민족대백과사전』, 향악(鄕樂),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27350&cid=46661&categoryId=46661
향악(鄕樂), 『한국민족대백과사전』, 향악(鄕樂),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27350&cid=46661&categoryId=46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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