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1

**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조성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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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조성환 (지은이)모시는사람들20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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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s Point : 470 
304쪽
책소개
중국철학과 서양철학 사이-너머 독자성과 독창성과 보편성을 갖춘 한국철학의 틀을 새롭게 구성하는 시도를,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철학 교양서이다. 중국철학의 아(亞)-철학, 서양철학 이해의 도구로만 주로 기능해 온 한국철학이 자생적, 자주적이면서도 철학으로서의 보편성이 있는 것임을 구명하고, 나아가 오늘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모색하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한국적인 세계관이나 사고체계의 유기적인 구성물로서 한국철학에 접근하는 데는 그 관념과 사고를 담고 표현하는 핵심 개념-키워드를 천착하는 일이 선결과제가 된다. 이 책은 한국철학의 중심되는 각 개념이 성립된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 함의 그리고 그 개념이 드러내는 한국철학의 특징을 짚어내는 철학 사전(辭典)이자 사전(史典)이자 사전(事典)이며, K-철학의 미래로 항해하는 돛배가 된다.



목차


머리말
제1장 하늘
1. 한국인의 사고방식 2. 퇴계의 경천사상
3. 동학의 하늘철학
제2장 종교
1. 교(敎)의 사상 형태 2. ‘종교’의 탄생
3. 포함과 회통
제3장 실학
1. 탈근대적 실학관 2. 율곡의 실천철학
3. 원불교의 민중실학
제4장 개벽
1. 개벽으로 읽는 동학사상 2. 개벽으로 읽는 독립선언
3. 개벽으로 읽는 한국문학
제5장 도덕
1. 동학에서 도덕의 전환 2. 동학에서 도덕의 확장
3. 동학에서 도덕의 실천
제6장 생명
1. 윤노빈의 생존철학 2. 김지하의 생명철학
3. 장일순의 살림철학



책속에서


P. 18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그리고 문화 전통 전반에는 天(천)이 깔려 있다고 말할 수 있”(16쪽)다. 한국사상은 중국사상의 특징인 ‘道學(도학)’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도(道) 개념만으로는 다 표현될 수 없는 그 무엇이 한국사상이나 한국문화 속에 내재해 있는데, 그것을 담지하는 개념이 天(천)이나 하늘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사상의 이러한 특징을 중국의 도학에 대해서 ‘천학(天學)’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P. 54 최시형의 생명론적 인간관과 세계관은 이후의 한국 역사에서 정치운동과 사회운동 그리고 철학 체계로 발전된다.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에서는 “살생을 금한다”는 농민군의 규율로 실현되었고, 1919년의 삼일만세운동에서는 천도교와 기독교 연합의 비폭력평화주의로 드러났다. 1930년대에는 서양철학을 수용한 이돈화의 『신인철학』으로 이어지고, 해방 이후에는 70년대에 윤노빈의 『신생철학』(1974)과 80년대에 김지하의 생명사상으로 발전되었다. 나아가서 1985년에는 장일순·김지하·박재일·최혜성·이경국·이병철 등에 의해 ‘한살림’이라는 생명운동으로 꽃을 피웠고, 이 흐름이 2000년대에 들어서 도법 스님 등의 평화운동과 결합되어 생명평화운동으로 발전하다가, 마침내 2017년에는 평화적인 촛불혁명으로 완성된다. 접기
P. 70~71 (일본에) 서구 유럽의 religion에 대한 번역어로 宗敎(슈우쿄오) 개념이 정착된 시기는, 일본의 정치가와 학자들이 국체(國體) 개념을 도입함과 동시에, 신도(神道)의 국교화 및 천황의 신인화(神人化)를 추구하여, 신권적 절대성에 기반한 근대 국민국가를 형성해 나가는 시기였다. 따라서 메이지 시기에 탄생한 종교 개념에는 당연히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 religion의 번역어로 채택된 종교(宗敎)라는 한자어는, 앞 절에서 살펴본 동아시아의 교(敎) 개념에 기인하고 있다. 교(敎)는 전통 시대 동아시아의 주류 사상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서양의 religion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범주이다. 접기
P. 155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는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린다”는 우주론적인 의미의 개벽에 “하늘과 땅을 다시 연다”는 인문학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다시개벽’이라고 하였다(『용담유사』「안심가」). 우주론적인 차원에서의 대전환의 시기일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차원에서도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제우부터는 개벽이 중국철학적 개념에서 ‘한국철학’의 개념으로 전용되게 된다. 동학 이후에 개벽운동은 천도교,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갱정유도회 등으로 이어지고 확산되어서 하나의 역사적인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을 ‘개벽파’라고 명명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의 사상이나 인문학을 ‘개벽사상’ 또는 ‘개벽학’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 접기
P. 158 최시형은 아이를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땅을 함부로 밟고 다니는 것까지도 가슴 아파했다. 하늘님의 기운이 손상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인여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물여천(事物如天)의 경지이다. 인내천(人乃天) 식으로 말하면 물내천(物乃天)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물을 공경하는 경물의 차원이야말로 ‘도덕의 극치’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도덕 개념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인간 중심의 인의도덕(仁義道德)이 아닌 만물로 ‘확장된’ 천지도덕(天地道德)이다. 이처럼 동학에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만물까지도 하늘님으로 존중받는 세계를 꿈꾸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인간들의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피조물들의 민주주의’ 또는 ‘지구민주주의’를 지향했다고 할 수 있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조성환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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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한 뒤에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강사,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의 전임 연구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과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역서로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인류세의 철학》(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개벽의 사상사> … 총 1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철학의 토대를 해부한다, K-철학의 가능성을 연다
인류세 시대의 복음으로, 한국철학의 본질을 주목한다

1.

‘한국철학’은 누구나 아는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통상 한국철학은 조선 시대의 성리학이나 불교학, 그리고 근대 이후에 수입된 서양철학에 대한 한국인들의 연구, 그리고 동아시아 전통사상이나 철학에 대한 한국인의 연구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단군신화 이래 한국에서의 사상적 맥락 고찰을 한국철학사로 공부하는 것이나 ‘존재’, ‘인식’, ‘실체’, ‘속성’ 같은 개념, 또는 ‘리(理)’, ‘기(氣)’, ‘심(心)’ 같은 개념을 도구 삼아 철학논쟁을 계속해 가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또는 원효나 퇴계, 율곡 같은 한국인 사상가를 연구하는 것을 한국철학으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이들 작업이 중국철학의 개념으로 진행되거나 서양철학의 주석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국철학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철학’의 가장 기본 요건은 동방(東方=한반도, 조선)이라는 지역에서 동인(東人=한국인)이 생각하는 방식으로서의 ‘한국적 세계관’이나 ‘사고체계’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철학체계라도 ‘순수-고유’한 것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외부 세계와의 교섭과 상호 영향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므로, 중국철학이나 서양철학을 배제한 ‘한국철학만’을 추출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혹은 서양과 영향을 주고받은 한국의 사고체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그렇게 해서 형성된 새로운 사고체계가 원래의 중국 혹은 서양철학과는 어떻게 다른 한국적 특징을 나타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고, 그것을 일러 ‘한국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철학은 ‘한국학’과 ‘철학’의 결합일 때 비로소 그 본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그러면 한국철학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한국철학의 핵심적 개념을 천착함으로써 풀어나간다. 우선 <하늘>이라는 개념은 한국철학의 가장 원형적 배경이 된다. “한국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하늘’이라는 이름의 상점이나 교회 또는 학교를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하늘 관념이 한국인의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그 근원을 밝혀야 한국의 ‘天(천)’을 중국의 天(티엔)을 이해하는 바탕 관념, 서양의 God(갓)을 수용하는 마중물이 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종교> 개념도 마찬가지다. 오늘 한국사회의 ‘종교’는 ‘religion’의 번역어로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실은 한국인은 종교를 religion으로 착각하면서도 그 깊은 내면에서는 동아시아적, 그리고 한국적 교(敎, 儒敎/佛敎/道敎)의 관념을 떨쳐 내지 못하고/않고 있다. 한국인은 고유한 ‘교(敎)’ 체제 속에서 religion 개념을 수용하고 변용시켜서 오늘, ‘종교 천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의 ‘종교’의 관념 역시 한국철학적 접근을 시도할 때 비로소 그 실상을 온전히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 그동안 한국 자생의 철학적, 사상적 성취로 여겨져 온 실학에서 그 허구적 껍질을 걷어내고 ‘실심실학론’으로서, ‘실천 실학’으로서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도 ‘한국철학’의 내포를 새롭게 구성하는 근거가 된다. 마찬가지로 가장 한국적인 철학적 관념이면서, 여전히 선입견 속에 곡해되어 차별되거나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는 ‘개벽’을 ‘한국철학’의 고갱이로서 재발견한다. 또한 개벽사상의 원천인 ‘동학’은 오랫동안 ‘혁명’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한국철학’적 관점에서 그것은 ‘생명’의 철학이요 사상으로서 그 이후 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 3.1운동을 거쳐 윤노빈, 장일순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생명평화사상이라는 한국철학의 뚜렷한 줄기를 형성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한국학적 특징을 내포한 핵심적 개념들이야말로 오늘의 한국철학의 DNA가 되고 있다.

3.

지금, 온 세계가 빛과 같은 속도로 연결된 ‘세계화, 지구화’ 시대에 ‘한국철학’을 말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인류세(anthopocene)’라는 데에 있다. 인류세란 인간 행위가 지질학적인 차원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시대를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흔적 남김’의 결과는 기후 재난은 물론이고 지구생물 대멸종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를 현실화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인간이 과학으로 자연을 개조함으로써 근대산업문명을 일구어 온 결과가 대재앙을 몰고서 인간에게 돌아오는 시대가 바로 인류세이다.

이 문제를 다시 과학의 힘으로, 4차 산업 혁명과 같은 문명의 힘으로 해결하겠다는/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과 움직임이 있다. 반면에 그와는 다른 경로를 찾아서 나아가야 한다는 근본적인 반성과 모색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대의 인류문명을 일구어 온 대로 문제의 원인이 된 철학에 기반한, 즉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여 자연을 개척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아온 근대 산업문명의 경로를 따라 질주하면서 인간이 자연을 압도하면, 전적으로 인공의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인데, 과연 그것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문과 회의가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인류 전체의 역사와 현실을 통틀어 최우선, 최대의 과제가 된 ‘인류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학의 최시형이 말한 ‘천인상여(天人相與)’와 같은 유형의 지혜와 능력이 요구된다고 보는 생각이 새롭게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힘의 균형이 요청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천인상여’의 사고야말로 ‘한국학’과 ‘철학’의 결합의 전형적인 사례임을 주목하는 철학적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자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앞으로 지구에서의 거주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 한국철학의 출발점이고 자리매김의 원점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은 거대한 전환, 근본적 전환의 시대에 한국이 세계를 향해 내놓는 ‘새 시대 선언서’라고 할 만하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