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권력
01. H로부터 온 메일
대한신문사 편집부 사무실.
임창욱 기자는 메일을 확인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그때 뒤에 앉아 있던 오상수 기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다음 기획 기사로 <웰빙 수련>을 다루어 봐야겠네.
단선원에 의뢰해서 기수련 하는 사진 찍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오기자는 단선원에 다니는 회원이기도 했다.
그는 단선원에 다니면서 이런 저런 자랑을 많이 했다.
조화와 평화를 표방하는 수련단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창욱은 단선원과 그 설립자 기돈성을 싫어한다.
우선 창욱은 4년 전의 삭발
부대가 떠올랐다.
4년 전 기돈성씨 제자들이 신문사 앞에 몰려와서 데모를 했는데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것도
모두 삭발을 하고서 난리를 쳤다.
당시 마치 신문사를 점거할 기세로 분위기가 심각했었다.
한 논설위원의 글을 문제삼아 집단으로 와서 항의한 것인데
평소 조화와 평화를 표방하던 수련단체의 행동치고는 의외였다.
임창욱 기자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메일을 확인했다.
그런데 H라고만 밝힌 사람의
메일이 눈에 띄었다.
<임창욱 기자님께>
기수련단체인 단선원 설립자 기돈성씨에 대한 진상을 전직단선원사범(전단사)들이 양심선언을 통해 인터넷 Daum 카페 "전단사"에서 숨겨졌던 진실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한때 사이비 교주 기돈성씨에 속아서 아무것도 모른 채 고통 받았던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진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모쪼록 임창욱 기자님이 그러한 진실을 사회에 알리는데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임기자님을 믿습니다. 전단사 사이트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cafe.Daum.net/upgradesun
꼭 들어가 보시고 단선원 설립자 기돈성씨를 취재해 보세요. 특히 지난 날 현무산에서 깨달았다는 21일간의 행적을 알아보세요. 특종이 될 것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H로부터 - |
-------------------------------------------------------------------------------
02. 기돈성과 단선원
그래서 창욱은 옆에 있는 조성호 선배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님, 그 단선원 설립자
기돈성씨가 어떤 사람이죠?"
"깨달은 사람이라고 그러잖아.
지금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지.
그 사람 생각하면 난 머리가 복잡해.
몇 년 전에 김하진 시인이 그 사람 제자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돈, 여자문제를 들추며 그 사람 비리를 폭로했잖아.
그때 얼마나 시끄러웠어.
김 시인이 엄청 곤욕을 치렀잖아.
우리 본사 앞에 떼거리로 몰려와서 데모도 하고.....
기돈성씨에 대한 소문이 지금도 끊이지 않아.
수련단체치곤 꽤나 시끄러운 곳이야.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운영을 잘 했으니 그만큼 커졌겠지.
그 사람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들도 많다고 하잖아.
이것저것 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민족 사업도 하고, 교육사업도 하고, 종교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해."
"근데 기돈성이라는 사람, 전에는
뭐 했던 사람이에요?"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있었다고 했어.
그러고 나서 산에 들어갔다고 했지.
그런데 그 사람이 천안 깡패 출신이라는 얘기가 있...."
이렇게 말하던 조성호 기자가 문쪽을 보더니
갑자기 말끝을 흐리더니 나직히 말했다.
"나중에 얘기하자. 저 아가씨, 단선원 홍보팀 이은영이야."
얼굴이 환해 보이는 20대
후반의 젊은 아가씨가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조 기자님, 초청장을 갖고 왔어요.
이번에 우리 기돈성 원장님이 며칠 전에 한국에 오셨는데
곧 진영호텔에서 강연회를 하시거든요."
은영이 가고 나서 창욱이 성호에게 물었다.
"그 아가씨 얼굴이 굉장히 밝은데요. 구김살이
없어요."
"응, 저쪽 사람들 대부분
다 그래.
그런 거 보면 예전에 머리 빡빡 깎은 모습은 상상이 안 되지.
대체로 예쁘지는 않아도 얼굴 표정 하나는 끝내줘."
-------------------------------------------------------------------------------
03. 한교산의 선택
정보통신회사 홍보팀에 근무하는 한교산.
그는 임창욱 기자의 친구이다.
그는 6개월 전 명상수련을
하려고 단선원 잠실센터에 나갔다.
어릴 때부터 운동이나 무술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직장에서 연일 쌓이는 스테레스를 풀어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잠실센터 지원장은 정연희 사범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단선원 홍보팀으로 발령이 나서 가버렸다.
그 정사범이 한 달 전에 교산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단선원 홍보팀에서 같이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교산은 그녀의 말을 듣고 며칠간 깊이 생각한 끝에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회사를 다닐 것이 아니라,
홍익인간이라는 큰 비전이 있는 조직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두고 오늘 삼성동 단선원 본사를 방문했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홍보이사와 면접을 보기 위해서다.
6층 홍보팀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엘리베이터에는 설립자 기돈성 원장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는데
흰머리에 넉넉한 인상이 깨달은 사람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로 걸어가면서 보니
벽에도 온통 기돈성 원장을 선전하는 포스터물이 즐비했다.
기돈성 원장의 책 선전, 강연회
선전물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정연희 사범이 반갑게 맞이하며 홍보이사실로 안내했다.
교산이 방에 들어서면서 얼핏 둘러보니
겉으로는 일반 회사 홍보 사무실답게 꾸미려고 노력했지만
비즈니스 냄새와 종교적인 냄새가 어색하게 짬뽕되어 있었다.
곳곳에 붙은 글과 사진은 온통 기돈성 원장 선전이었다.
한마디로 정신이 없었다.
교산은 분위기가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똥똥하면서도 상당히 강해 보이는 여인이 반갑게 맞았다.
"이 분이 정대리가 말한.....?"
"예, 이사님. 저희 홍보팀에 제격인 사람입니다."
홍보이사의 선호(仙號)는 단아장인데
그녀는 자리에 앉으면서 탁자에 놓여진 이력서를 보았다.
"정대리가 하도 칭찬하길래 전례를 없던 결정을 했습니다.
홍보팀은 스승님 직속기관이라 항상 긴장을 늦추면 안 됩니다.
영광스런 일이기도 하죠. 잘 할 수 있겠죠?"
"예, 저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서 기쁩니다."
"좋습니다. 내일 모레부터
출근하세요.
그런데 월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일단 80만원
줄게요.
6개월 있다가 다시 조정하기로 하지요."
"좋은 일 하는데 그 정도면 됐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교산은 돈보다는 정신과 마음을 닦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회사를 옮길 때도 월급 차이가 너무 나서 아내가 만류했지만
깨달음이라는 세 글자에 매료되어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
04. 첫 출근과 동료들
이틀 후, 한교산의 첫 출근.
최지성 과장이 교산을 팀원들에게 소개했다.
"서재순 팀장님만 빠졌어요.
출장에서 돌아오시면 그때 볼 수 있을 거예요.
자 여기서부터 이은영, 김승희, 정연희........
그리고 한교산씨는 약 6개월 동안 대리 직책을 달고
그 이후에 과장으로 승진될 겁니다.
업무를 파악할 때까지는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인사가 끝난 후 최지성 과장이 정연희 사범에게 물었다.
"그리고 스승님 강연회 준비는 잘 돼가죠?"
"네."
"일주일 밖에 안 남았어. 신경을
많이 써야 할거야.
높은 분들도 많이 초청되었으니까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안 돼.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는 다 보냈나?"
"예, 이미 발송 완료했고, 초청장도 모두 돌렸습니다."
곧 기돈성 원장이 <지구인의 평화정신>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그래서 홍보팀은 그 행사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 홍보팀원들이 외출이 잦은데
이은영 대리와 김승희 대리가 주로 바깥 일을 맡고
연희는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교산에게 주어진 일은 홍보 기획이다.
우선 해야 할 일은 하반기 홍보 계획을 짜는 일이다.
연희는 교산에게 업무 요령을 일러 주며 말했다.
"홍보팀에서 제일 오래 근무한 사람은 김승희 대리예요.
그래서 업무 돌아가는 것도 제일 많이 아세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김승희 대리에게 물어보면 금방 풀려요."
"하지만 아주 도도하고 차거운 인상인데요..."
"주관이 강해 가끔 독불장군이기도 하지만
일을 확실하게 처리해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며칠 전 늦은 밤까지 팀원들이 모두 작업하고 있는데
스승님에게 혼자 불려간 적도 있어요.
한번은 과장, 팀장을 무시하고 스승님에게 직접 보고했어요.
그래서 서팀장과 마찰을 빚었지만 결국 김승희 대리가 이겼어요.
스승님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죠."
"아무리 그래도, 조직 내에는
위계 질서가 있어야죠."
"물론 스승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자만심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그 당당함, 그런 면을 좋아하고 있어요.
제겐 그런 면이 없거든요."
-------------------------------------------------------------------------------
05. 포섭 시도
정연희 사범은 중해장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로 갔다.
중해장은 전체 단선원 사업에 대한 운영과 함께
한국에서의 스승님의 비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중해장님, 부르셨나요."
"응, 점심이나 같이 하면서
얘기하자구."
중해장은 연희를 데리고 조용한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래, 홍보팀 일은 할만해?"
"예, 재미있어요. 또 스승님 직속 라인이잖아요.
스승님 뵐 기회가 다른 부서보다는 많다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다행이군.
내가 보기에 정대리는 본사 체질인 것 같아.
내가 그동안 정대리를 유심히 지켜봤었지."
연희는 중해장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것에 다소 놀랐다.
연희는 평소 중해장을 사형으로써 존경하고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가까이서 만나고 싶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불러 주어 점심까지 사주니 얼마나 기쁘랴.
식사하면서 중해장은 스승님의 비전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스승님이 최근에 하시는 한국학 사업과 효충도의 의미도 역설했다.
그러고 나서 중해장은 본론을 꺼냈다.
"음, 내가 오늘 정대리를
보자고 한건 다름이 아니라...
실은 부탁이 있어서야.
정대리가 센터에 있다가 홍보팀으로 온지 5개월이 됐잖아.
그럼, 홍보팀 분위기라든가 홍보이사의 스타일도 파악이 됐을 것이고,
그래서 말인데...
홍보이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나한테 보고해 줬으면 좋겠어.
이건 정대리와 나만 알고 있어야 하는 절대 비밀이야."
연희는 예상 못했던 뜻밖의 부탁에 당황해 했다.
중해장의 입에서 이런 부탁을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연희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정대리, 어려운 부탁인 건
알아.
그렇지만 스승님을 위하고 조직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구체적인 이유는 묻지 말고 그렇게 좀 해줘야겠어.
정대리만 믿어."
연희는 혼란스러워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우물우물했다.
그 때 중해장이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자, 이거 받아. 얼마 안 되지만 받아 둬.
수행하랴, 생활하랴 경제적으로 힘들 텐 데 이거라도 써.
그럼 나 먼저 올라갈 테니 잘 생각 해봐. 그리고 연락 줘.
오늘 나누었던 얘기는 꼭 비밀이야."
중해장은 자리를 뜨면서도 다시 한번 비밀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연희는 중해장이 나가고 나서도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 있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10만원
짜리 수표 다섯 장이 들어 있었다.
-------------------------------------------------------------------------------
06. 조직에서 살아남기
연희는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하질 못했다.
그래서 김승희 대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저, 승희 사범님. 중해장님이 어떤 분이죠?"
"중해장님이야 느려 보이는 것 같지만
머리 잘 돌아가고 사제들한테 잘 해주고
스승님한테 인정받고 있잖아.
왜, 무슨 일 있었어요?"
망설이던 연희는 중해장과 있었던 일을 털어놓고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승희는 무거운 어투로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연희 사범님, 잘 들어요.
앞으로 그러한 비슷한 일은 수없이 많을 거예요.
본사는 생각보다 온갖 지저분한 일이 많아요.
나도 한때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스승님을 생각하면서 견뎌 왔죠.
될수록 이 문화에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좋아요.
눈치만 빠르면 금방 적응이 될 거예요.
오직 스승님만 믿고 가야지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돼요.
스승님만 말이에요. 그것이 힘이에요."
"그런데 중해장님에 왜 제게 그런 부탁을 했을까요?"
"지금 본사에는 알게 모르게 몇 개의 라인이 있어요.
대암장이 그만두고 나간 후에 중해장이 통합했어요.
그래서 중해장 라인이 가장 크죠.
지금 대표이사로 있는 지용장도 중해장님이 세운 인물이잖아요.
그 다음으로 구남장 라인, 수성장 라인, 홍보이사
단아장 라인
뭐 이렇게 파벌이 나뉘어 있어요.
서로 돕고 위해주고 하는 것 같지만 뒤로는 견제하고 이간질해요.
누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끔찍해요.
여기 홍보팀장도 1년 사이에 벌써 세 명이 교체됐어요.
다 기 싸움에서 희생당했다고 봐야죠.
지난번 팀장은 똑똑하고 성실하긴 했는데 너무 튀었어요.
스승님의 말을 거역했다가 윗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바로 시설팀으로 발령이 났죠.
스승님 말이 곧 법인데 그걸 무시한 거죠.
오직 스승님만 믿으세요. 그 어떤 소문도 믿지 말고.
그게 버틸 수 있는 힘이에요.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
연희 사범은 많이 강해져야 돼요.
이 조직이 어떤 조직인데..."
승희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생존방식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나 같으면 중해장님 요구를 따르겠어요.
그 다음 것은 그 후에 생각하면 돼요.
돈도 생기고 좋잖아요.
어쨌든 연희 사범이 알아서 판단해요."
연희는 실망스러웠다.
승희의 성격은 알고 있었지만
최소한의 믿음이 깨진 것 같아 말한 것을 후회했다.
그날밤 밤새 고민한 연희는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바로 중해장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어제 받은 봉투를 내밀었다.
"중해장님, 이거..."
그러자 그는 아주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이만 가봐."
당황한 연희가 밤새 고민했던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려고 했다.
"중해장님 저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가 보래두. 난 해야 할
일이 있어."
-------------------------------------------------------------------------------
07. 떠나는 김수진 사범
당황해진 연희는
자신을 스승님의 제자가 되게 해준 김수진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벌써 6개월간
연락을 하지 못했다.
6개월 전쯤 수진은 단선원을 떠나야겠다고 말하면서
조직과 스승의 비리를 거론했었다.
그 때 연희는 수진에게 거침없이 말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가 있죠?
스승님을 배반할 거에요?"
그 일이 있고 나서는 한번도 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연희는
사무실을 나섰다.
그 때 마침 중해장이 휴패폰에다 연방 굽신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예, 스승님.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조치를 취하는 중입니다.
스승님 말씀이신데 누가 감히 거역하겠습니까. 예예.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무슨 중요한 일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연희는 중해장과 마주치지 않도록 살짝 피해서 빠져나왔다.
연희를 만난 수진은 어두운 말투로 얘기했다.
"연희야, 나로서는 도저히
길이 안보여.
그래서 곧 단선원을 떠나기로 결정했어."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난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지금까지 믿어온 내가 어리석었어.
스승님의 원리를 믿고 따라가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줄 알았어.
최소한 마음은 편하면서 수행할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도 아니었어.
아니 더 지독히 사람 사는 세상을 배우게 만드는 곳이었어.
그것도 아주 힘들게 말이지.
착각 속에 빠져 살아온 지난 시간이 너무 허망해.
이 조직은 스승에게 돈을 벌어주는 실적만 요구해.
나는 철저히 이용당했어.
이건 나뿐만이 아니야.
스승님이 말한 비전이란 것은 돈을 벌기 위한 뻥튀기였고,
깨달음은 결국 사기였어.
때마다 환란이 다가온다라고 말하며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힘들 때마다 항상 '너희들도 나중에는 잘 살 거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속고 싶지 않아."
-------------------------------------------------------------------------------
08. 세 가지만 늘었다
의아해 하는 연희에게 수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연희야, 난 단선원 들어와서
지금 세 가지만 늘었어."
"세 가지? 그게 뭐예요?"
"첫째는 빚이야.
난 지금 경제적으로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야.
한계 상황까지 왔어.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매일 빛 독촉 전화에 시달려.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범들이 그렇게 살아.
기본적인 생활비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니.
두 번째는 병이야.
세상 사람들은 호흡도 하고 명상도 하니까 몸이 건강한 줄 알지만
사실 몸은 이미 골병든 지 오래야.
새벽 5시부터 밤 11시 12시까지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데
병이 안 걸리는 것이 이상하지.
약게 몸 사리지 못하면 사범 2년만에 골병들고 말잖아.
그런데 병원 가서 종합검진 한번 받아볼 돈도 없어. 한스러워.
미국에서 오랫동안 스승님의 비서로 있던 고희선 사범 알지?
자궁암 말기로 밝혀져서 결국
나갔잖아.
그런데 단선원이 해준 것이 뭐 있니!
스승님이 해 준 게 뭐 있냐 말이야!
단선원에서 10 년 넘게 뼈 빠지게 고생하고 얻은 결과가 그거야.
그 후로 어디론가 떠나버렸어.
세 번째는 욕이야.
입에서는 이제 욕뿐이 안 나와.
날마다 욕만 늘어가."
-------------------------------------------------------------------------------
09. 돈 문제
연희가 수진에게 물었다.
"사범님은 그게 조직을 떠나는 이유예요?"
"그래.
스승과 조직은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된 노동과 스승님만 믿고 가라는 말뿐이잖아."
"사범님, 너무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변해버린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됐어요?"
"한때는 좋은 것만 생각했었지.
힘이 들 때 스승님만 생각하면 힘이 난적도 많았어.
그렇게 교육받고 알게 모르게 쇠뇌 받았으니까.
이제는 좋은 정보만 생각하라는 <정보형 인간되기> 놀음도 지쳤어.
듣기도 싫어.
너를 이 조직에 들어오게 한 것이 난데 다시 한번 미안하다.
결국은 내가 이렇게 돼서.
깨달음에 대한 환상이 너무 심했어.
그것이 아니었다면 좀더 버틸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르지.
그냥 세월만 붙들고 말이야.
그렇게 가고 있는 사형사제들이 많아.
언젠간 되겠지, 언젠간 되겠지 하면서 말이지."
"돈이요? 사범님은 뭔 돈이
그렇게 필요해요?"
"연희야, 그래 생각해 보자.
너 월급 받는 것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돼?"
"그야.."
"왜 말을 못해.
네가 겪고 있는 현실도 인정하기 싫은 거니?"
사실 연희도 자신의 월급 가지고는 생활이 안 되어
카드 연체로 고생하고 있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집에서 가져다 쓰는 입장이었다.
"네가 말 안 해도 다 알아.
그래도 넌 집에서 빌려올 돈이라도 있지."
"사범님, 우리가 언제 돈
보고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스승님은 밤 잠 못 자가며 일하고 계신데
우리가 이런 생각에 에너지 쓰는 줄 알면 얼마나 한심스럽겠어요."
"다같이 고생한다고 생각할 때는 그것이 무슨 문제였겠니.
그런데 갈수록 이상한 구조가 되어 가고 있는 거야.
뼈 빠지게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 너무 형편없어.
최소한의 보상은 있어야지 신이 날 것 아니야.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많은 사형사제들의 문제야.
그리고 스승님 걱정은 안 해도 돼.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좋은 곳에서 돈 걱정 없이 살고 있으니까.
또 경제적인 문제는 작은 것에 불과해.
그 외에 많은 문제들이 분노처럼 솟아나고 있어.
그것이 지금 곪아 터져 나오고 있어."
수진이 이렇게 모든 얘기를 다하는 것은
연희도 같이 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
10. 가정파괴범
연희는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수진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사실 난 단선원에 들어오기 전에 한번 결혼했었어.
지금 생각하면 남편만한 사람도 없었는데."
연희도 수진이 결혼했던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자 지금껏 모른 척 했을 뿐이다.
수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
"어느 날 내가 스승님의 제자로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남편은 펄쩍 뛰면서 반대했어.
그래서 난 아이를 절대 안 갖겠다고 선포했어.
그러자 남편은 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고
당장 단선원으로 쫓아가겠다고 몇 번이나 소동을 피웠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남편과의 불화가 심해졌고 결국 우리는 이혼하고 말았어.
난 그 후로 우리 부모님과도 연을 끊다시피 했어.
시부모님은 나를 얼마나 원망했겠어.
한 가정이 깨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겼지.
당시에 나 같은 사람이 상당수 있었어.
지금도 단선원에 들어오면서 이혼하는 사람들 있잖아.
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것은 둘째치고라도
가정 파괴의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은
깨달음의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홍익가정을 외치는 단체가 정작 가정을 파괴하고 있는 거야.
난 지금에서야 그것을 깨달았어.
그때는 왜 그것을 깨닫지 못했는지."
수진은 스승과 조직을 가정파괴범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수진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
11. 인터넷 카페 아니?
수진이 말했다.
"Daum 카페에 전단사(전직 단선원
사범들의 모임)이 있어.
그들도 한때는 다 같은 사형사제들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스승님의 비리를 밝히려고 하고 있어.
요즘 그것 때문에 위에서 난리가 났어."
연희는 수진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스승을 배신하는 자체가 영혼의 죽음이라고 교육 받아왔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수진이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전에도 스승님에 대해 이런저런 소문들이 많았어.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면 그 소문들이 대부분 사실이었어.
그리고 김하진 시인 사건으로 큰 폭풍이 일어났던 거야.
아마 네가 단선원에 들어올 시점일 걸."
"맞아요. 1999년.
그때 저도 그 사람 집 앞에 가서 시위하고 그랬잖아요."
"그래, 그때 김하진씨가 스승님과
단절하면서
단선원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었는데,
사실 뚜렷이 보이는 증거가 없어서 김하진씨가 애를 먹었지.
노동력 착취, 여자 문제, 외화반출 문제를 제기했지.
우리 모두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어.
말도 안 되는 음해라고 생각했지.
당시 단선원에서 김하진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
남의 말을 빌려 자기 것인 양 떠드는 파렴치한.
단선원에 도움을 청했다가 안되니 삐쳐서 난리치는 몰염치한 인간.
이런 정보가 사범들에게 암암리에 교육되었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김하진씨 말이 다 맞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현재 나와 같이 공감하는 사범들이 상당히 많아졌어.
그 전단사 카페가 인기를 누리면서 스승님을 조여 들어오고 있어.
그리고 점점 그 카페에 접속하는 사범들도 많아지고 있어.
정보를 강조하는 단선원 입장에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겠지.
지금 중해장이 그 사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총대를 멨다고 하지?
모사꾼 같은 놈.
그 사람 지독한 사람이라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돼."
"중해장이요?"
"그래.
전단사에서 사범들이 못 받은 퇴직금 달라며 야단이거든.
그런데 어떻게든 퇴직금 안 줄라고 기를 쓰고 있어.
예전에는 아예 못 받는 사범들이 많았어.
몇 개월 안 주다가 제풀에 포기하면 안주고
노동부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범들에게나 주었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나간 사람들을 배신자라고 낙인찍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어떤 식으로 상처를 줄지 고민이 많이 돼.
중해장 그놈 정말 나쁜 놈이야."
연희는 중해장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 카페가 있다는 것, 내부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
중해장이 문제 해결의 선두에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연희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들이었다.
그럼 중해장님이 스승님과 통화하던 전화 내용이
전단사 카페 문제를 얘기하고 있었던 건가?
-------------------------------------------------------------------------------
12. 제2의 교주 중해장
연희는 어렴풋이 중해장의 전화통화 기억을 떠올리며 물었다.
"사범님, 중해장님이 어떤
사람이죠?"
"그 인간, 단선원에서 2인자로서 역할을 해왔지.
거의 15년 가까이 스승과 함께 해 왔어.
음해하고 공작하면서 조직을 관리해 왔다고 생각하면 돼.
그가 아마도 스승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거야.
그러기에 지금도 스승의 보살핌을 받으며 충실한 충견이 되어
국내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중해장이 하는 일은
주로 조직의 로비자금을 운영하고
조직에 반발하는 세력에 대해 갖은 협박과 회유를 담당하는 거야.
또한 스승이 벌려 놓은 온갖 지저분한 일을 뒤처리하는 역할을 하지.
한마디로 식충 같은 놈이야.
중해장은 원래 통얼교에 몸담았던 인간이었어.
거기서 배운 돈버는 기술을로 단선원을 키워 온 거야.
중해장 그 인간,
때로 사제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하고,
때로 협박과 돈으로 여사제의 몸을 사고
그 대가로 자리를 부여해 주곤 했어.
내가 아는 사범들도 몇 명 당했어.
지원에 나가 있는 사범들은 이런 걸 몰라.
파렴치 한 놈이야. 제 2의 교주 행세를 하고 있어.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에게는 비밀 통장이 있데.
그 통장에는 돈이 넘쳐 난댄다.
그게 모두 다 사범들의 피땀이 들어간 돈이지 않고 뭐겠니?"
-------------------------------------------------------------------------------
13. 중해장과 단아장의 암투
놀란 연희가 물었다.
"그러면 왜 이 지경이 됐어요?"
"지금 위에 있는 '장'이란 놈들이 조직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어.
그래서 죽어나는 건 밑에 있는 사범들이야.
고생만 죽어라고 하는 거지.
스승님이 조장하는 건지
아니면 지들끼리 그 지랄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수행하는 단체가 아니야.
밑에서 올라오는 객관적인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직언을 한 사람들은 당장 눈 밖에 나 버리지.
홍보이사인 단아장하고 지금 한창 기 싸움 한다고 하지."
중해장과 단아장 얘기가 나오자
연희는 더욱 긴장을 하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중해장과 단아장이 사이가 안 좋아요?"
"지들끼리 또 권력다툼 하는 거지.
서로 트집을 못 잡아서 안달 난 거야.
스승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거지."
깜짝 놀란 연희가 중해장과의 비밀 접촉 사건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수진이 되물었다.
"지금 이 얘기 누구한테 했어?"
"같이 있는 승희 사범한테 얘기했는데요."
"이 바보야. 승희 사범이
얼마나 여우인지 몰라서 그래?
스승님한테 잘 보이려고 얼마나 잘난 채 하는지..
하여간 승희 사범에게 말한 건 큰 실수야.
승희 사범 입에서 멈추어 있지를 않을 거야."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요?"
"네가 최소한의 피해도 안 입으려고 했다면
그 돈을 홍보이사에게 가지고 갔어야 했어."
"단아장님에게요?"
"그래, 그랬다면 최소한 너의
입지는 보장받을 수 있었을 거야.
내 생각엔 아마도 승희를 통해 이미 홍보이사 귀에 들어갔을 거야.
게다가 중해장도 네가 돈을 가져온 순간 너를 의심했을 거야.
네가 홍보이사에게 고자질했을 것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결국 넌 두 사람 다에게 찍히고 만 거야.
그게 지금 우리 조직의 현실이야.
조직이 방대해지다 보니까
내부의 힘 겨루기, 자기 사람 심기, 돈 문제,
스승에 대한 인정의 욕구 이런 것들이 심해지고 있어.
이것을 개혁하려는 소수의 사범들은 언제나 밀려나게 되어 있어.
이 순진맹꽁아. 이제 알겠니?"
연희는 수진과 얘기를 마치고 나왔다.
연희는 멀어저 가는 수진의 뒷모습이 너무도 쓸쓸해 보였다.
연희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밤늦게까지 혼자 있었다.
그리고 불현듯 생각이 나서 단선원 카페에 접속을 해보았다.
닉네임을 홍익인간으로 해서 가입하고 게시판을 읽어 보았다.
그 때 홍보이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 퇴근 안 했어?"
"아, 예....예...."
"아니, 왜 그렇게 놀라. 뭘 하고 있었길래?
응, 전단사...전단사 카페 보고 있었네.
그렇지, 홍보팀에서는 관심가질 만도 하지.
연희야, 다음주 스승님 강연회 잘 준비하고
그것 끝나면 얘기 좀 하자."
다음날 아침이 되자 수진이 떠난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이 조직의 소문은 역시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
14. 단선원의 관심사들
오랫만에 홍보팀 멤버들이 모두 출근했다.
연희, 교산, 은영, 승희, 최 과장, 서 팀장.
서 팀장이 홍보팀을 회의 탁자로 불러보았다.
"몇 가지 얘기할 게 있어요.
여러분들도 대충 눈치 챘겠지만 요즘 본사가 아주 바쁩니다.
그걸 감안해서 각자 잘 알아서 했으면 합니다.
첫째는 지금 웰빙 바람을 타고 명상문화가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이 인기를 바탕으로
어떻게 단선원이 더 실적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 바랍니다.
둘째는 내일 스승님 강연회인데,
그동안 준비 열심히 한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내일까지만 고생하자구요.
그리고 요즘 특히
전문경영회장님 건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그것은 스승님 지시니까 더 이상 소리 안나오게 해주세요.
각자 어려운 점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지만
스승님을 믿고 절 수련을 계속 하세요.
그러면 힘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나간 제자들이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카페니 뭐니 거기에 절대 휩싸이지 말고 비전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 드리죠.
오늘 오후에 스승님이 격려 차 본사에 오십니다.
우리 홍보팀에 특별히 들리신다고 합니다.
준비들 하고 계세요.
그리고 7시에는 본사 식구들을 위한 스승님 강천이 있어요.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세요."
회의가 끝나고 교산이 연희에게 다가와 물었다.
"서팀장님이 말한 경영회장님 건이라는 것이 뭐죠?"
"아, 그거 윤정호씨라고
ST 자동차에서 사장으로 있었던 분 알죠?
ST 자동차를 업계 1순위로 끌어올리신 분 말이에요.
이번에 그 분이 우리 회사의 전문경영회장으로 오시게 되었어요.
외부경영인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하는 사범님들이 많은가 봐요.
외부인을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자리에 앉힐 수 있냐는 말이죠.
전례로 보아
나중에 스승님이 하시는 일에 사심이 생길 거라나 뭐라나
아무튼 못 믿겠다는 거지요."
-------------------------------------------------------------------------------
15. 스승님의 방문과 강천
드디어 기돈성 원장이 홍보팀을 방문할 시간이 되었다.
서팀장은 비서실의 보고를 받고 팀원들에게 알려 주었다.
"지금 스승님이 3층에 계십니다.
곧 올라오실 거니까 의자에서 일어나 계세요."
곧 이어 기돈성 원장 수행비서가 먼저 들어오며 말했다.
"스승님이 오십니다."
홍보팀 직원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스승을 가까이서 본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드디어 기돈성 원장이 들어 왔고
서팀장부터 악수를 해주며 격려하고 나갔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난 저녁 7시쯤
본사 직원들 거의 모두가 넓은 수련장에 모였다.
그리고는 늘 그랬듯이 기돈성 원장이 들어오기 전부터 기운 몰이를 했다.
박수 치고 노래 부르고 정신없이 소리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연희도 멍한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음악과 리듬에 맞추어 신나게 노래 부르고 몸을 움직였다.
그러고 나서 옆에 있는 교산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스승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영혼의 깨달음이고 진리예요.
잘 새겨서 들으세요."
연희는 몸을 신나게 움직이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느낌이었다.
오후 내내 답답했던 가슴과 머리의 열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자 스승님이 들어오십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기돈성 원장이 손을 흔들며 들어 왔고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사회자가 말했다.
"자, 스승님에게 3배의 예를 올리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모두들 기돈성 원장에게
3번의 절을 했다.
기돈성 원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하늘의 가르침이란 뜻의 강천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종교운동도 아니요 정치운동도 아니야.
오직 순수한 건강운동이고 정신문화운동이야.
하지만 이 운동을 더 크게 해서 사회정화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운동으로 나아가자는 거야.
너희들도 알거야.
내가 공원에서 시작한 작은 하나의 운동이
25평 공간에서 단선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 사람 한사람, 여덟 사람이 모여 시작해서 커져나간 거야.
새벽에 공원에 오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잡고
얼굴을 보고 관상을 보고 몸을 보고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보고
당신 어디가 아프죠?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아집니다,
하면서 기 수련을 보급하기 시작한 거야.
처음에는 건강에 대한 얘기를 해주다가
그 다음에는 철학, 역사에 대한 얘기로 슬쩍 넘어갔지.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같은 동지가 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거기서 그냥 스승 제자가 되어버린 거야.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동참을 하고 수많은 사람이 탈락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욕심 없이 목적을 향해 뛰어 왔어.
나는 여러분들과 이 신념과 꿈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 뿐이야.
나 혼자만 가지는 게 아니야."
기돈성 원장의 음성은 부드러웠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선원의 흘러온 역사를 특유의 말솜씨로 얘기했다.
어눌하면서도 말에 힘이 실려 있었다.
기돈성 원장은 잠시 물 한잔을 마시고 화제를 돌렸다.
"요즘 여러분들이 윤회장이 오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그걸을 보면 여러분들이 내 마음을 알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해.
비전을 이루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난 필요하다면 소라도 데려다 쓰고 싶은 심정이야.
그래서 윤회장을 쓰는 거야."
그 말에 제자들이 한바탕 웃었다.
그러자 기돈성 원장이 엄숙한 어조로 다시 얘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지금 밖에서는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러네.
난 그래서 아무도 안 믿는 거야.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들도 다 믿는 것은 아니야.
나를 믿는 사람하고만 난 같이 가겠다는 거야.
믿지도 않는데 억지로 데려갈 필요 없잖아.
스승을 욕보이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야?
제자라면 스승을 지킬 줄 알아야 해."
교산은 기돈성 원장의 말하는 의미를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그리고 왠지 섬뜩한 분위기를 느꼈다.
-------------------------------------------------------------------------------
16. 세련된 사이비 집단
임창욱 기자는 선배인 조성호 기자에게
며칠 전부터 H로부터 날아오고
있는 메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러자 조성호 기자도 똑같은 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두 사람 모두에게 보냈구나.
그렇다면 그 H는 전단사 카페 운영자일거야."
"꽤나 기돈성 원장한테 불만이 많은 사람인가 보네요.
기돈성 원장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죠?"
"젊은 날 현무산에서 득도했다지 아마.
그 뒤에 공원에서 수련지도를 통해 사람들을 모았고
그것을 통해 단선원이란 단체를 만들고 해서 조직이 커졌다고 해.
그러고 미국에까지 가서 거대한 명상 센터를 세웠어.
한때 단군상 때문에 기독교계와 정면충돌 할 때가 많았지.
지금은 단군 얘기는 잘 하지 않지만, 조직은 계속 확장하고 있어.
하여간 사업수완이 보통이 아니야.
지금은 정치권까지도 손을 대고 있다고 해.
자신을 따르는 제자를 지난 선거 때 국회의원에 출마시켰지.
물론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그런데 형은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아?"
"그간 조사 좀 했지.
요즘 기돈성 원장의 비리를 계속 언급하는 카페가 뜨고 있어.
전단사(전직 단선원 사범들의 모임)란 카페지.
거기서 정보도 얻고 전단사 활동하는 사람들도 만났었어.
그랬더니 뭔가 냄새가 나.
잡음도 많고 사이비종교의 교주처럼 구설수도 많아.
전부터 노동력 착취, 섹스, 외화밀반출 등 시비가
많았어.
분명히 뭔가 있어. 그래서 계속 조사해 보기로 했어."
"우리에게 이런 메일을 보낸 운영자의 심정이 어떨까?"
"한마디로 말해서 분노지.
깨달음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미혹하게 만들어 이용했다는 분노.
잘못된 깨달음에 속았다는 거지.
고생한 제자들은 경제적으로 힘든데
정작 기돈성 원장은 초호화 별장, 고급차, 요트까지
있다잖아.
제자들에게 다 주었다고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안 그래.
단선원을 비롯해서 모든 계열사들이
교묘하게 기돈성 원장과 가족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거야.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
정말 깨달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지."
"정말, 그거 사이비 종교단체
아닌가?"
"그런데 겉으로는 너무 당당하고 깨끗하게 보여.
그리고 사이비 종교답지 않게 너무 오픈되어 있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만저만 복잡하고 어지러운 게 아니야.
사실 이것이 요즘의 사이비 교주가 보여주는 두 가지 모습이야.
철저히 이중적이라는 것 말이지."
"그렇다면 이 사람은 아주 세련된 사이비 교주네요."
"그렇지.
하지만 이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쉽지 않아.
그 사람이 거느린 실질적인 제자들만도 1000명이 훨씬 넘어.
기돈성 원장 한사람에게 절대 복종하는 사람들이지.
영혼까지 받쳤다고 하니까 알만하지."
-------------------------------------------------------------------------------
17. 그럴듯한 평화 강연
드디어 기돈성 원장의 강연회 날이 왔다.
이 강연은 단선원 모든 직원들이 동원되어 준비한 큰 행사다.
사회자가 강연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을 소개한 다음
막 기돈성 원장의 강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성호와 창욱도 강연장 입구에서 팜플렛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등 뒤에서 누군가 창욱을 불렀다.
"창욱아. 아니 너 창욱이 맞지?"
"아니 이게 누구야, 교산이, 한교산이 아니야?"
졸업하고 처음 만난 친구, 그러니까
꼭 15년만이다.
"근데 여긴 웬일이야. 넌
여기서 뭐해."
"난 단선원 홍보팀에 있어. 지금
행사 때문에 나와 있지."
"그랬구나. 난 기자 생활하고
있어."
창욱은 교산이 단선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막 강연이 시작되고 있어서 명함만 교환하고 헤어졌다.
강연장에는 참석자가 족히 200 여명은
되어 보였고
내빈석에는 유명 정치인과 경제계, 문화계
인사들도 몇 명 보였다.
잠시 후 기돈성 원장이 나왔고 강연이 시작되었다.
얼굴은 동그랗고 머리는 허옇게 센,
그리고 두루마기 모양의 하얀 옷을 입은 기돈성 원장은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더니 얘기를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께 평화 정신에 대한 얘기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안에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시가 있고 음악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있어요.
물론 그 아름다움 외에는 슬픔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여러 가지 피해의식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여러분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아주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많은 곡이 있어요.
어떤 곡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여러분들이 할 수 있어요.
아름다운 곡이 있는데
굳이 슬프고 외롭고 서러운 곡을 연주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 안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음악을, 아름다운 노래를
여러분이 테이프를 틀듯이 틀어보길 바랍니다.
그것이 내가 오늘 여러분들께 말하고 싶은 평화입니다."
기돈성 원장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강연장을 꽉 차게 만들었다.
차분함 속에서도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말투로 폭소를 유도하기도 했다.
-------------------------------------------------------------------------------
18. 상상 - 특종기사
이때 행사안내를 하는 단선원 직원이 창욱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급한 쪽지라고 하면서 어떤 분이 전해드리라고 해서요."
창욱과 성호는 접혀진 쪽지를 펼쳐보았다.
그렇다면...조성호 기자는
메모지에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이 정도면 특종기사는 될 것이다.
"기돈성은 지난 20여 년
간 우리나라 국조인 단군을 이용해
철저히 깨달음의 황제로 군림하면서 온갖 권력을 휘둘렀다.
제자들을 소처럼 부리며 노동력을 착취했고,
외화를 교묘히 빼돌려 세계 곳곳에 초호화 별장을 지었고,
수많은 여자 제자들을 성적으로 농락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국 그는 한낱 무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21일 동안 수련하며 깨달았다는 현무산 이야기는 조작이었다.
현무산에 뼈를 깎는 수행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집착과 욕심에 의해 접신된 것이다.
단군 행세를 하는 저급령에 접신된 무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단군의 현신이라고 말하며 믿게 한 것이다.
기돈성 원장은 깨달음을 무기로 돈벌이에 치중해
자신을 신격화 하고자 했던 희대의 사기꾼이다."
그러자 창욱이 픽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잖아요.
내가 보니까 좋은 일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사람이 일 하다 보면 선과 악이 다 있는 거 아닐까요?
정말 그 정도로 정말 문제 있다면 이미 터졌을 겁니다."
"사기꾼들일수록 포장을 잘하는 거야.
그리고 그러기엔 지금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그리고 저번에 단선원 홍보팀 관계자를 만났을 때
단군 얘기며, 기돈성 원장의 깨달음에 대해서 물어 봤지만
우물쭈물 대답도 못하면서 괜히 신경질을 내는 거야.
하여간 내일 오후에 전단사에 있는 사람 만나기로 했어.
도움이 되는 자료를 준다고 하더라고."
-------------------------------------------------------------------------------
19. 가장 두려운 존재
지금까지 단선원은 놀랄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것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던 단선원 수련이
기업, 경찰청, 법원 등 직장으로까지 보급되고
군대 안에까지 들어가 뿌리를 내려온 덕분이다.
그리고 10여 년 전부터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단선원의 문제와 기돈성 원장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또 단선원에 불만을 품은 회원이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을 비난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사건들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항상 약자인 개인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단선원에 비하면 이런 개인들의 힘은 별 것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선원에 항상 부담스런 걸림돌은 기독교였다.
하지만 그 뒤에는 기돈성 원장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그는 일반 조직이 아닌 단선원 같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부의 결속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기독교를 가상의 적으로 설정해 놓았던 것이다.
옛날 군사정부 시절에 툭하면 북한문제를 들고 나온 숫법과 똑같다.
이것을 모르는 기독교 측에서는 단선원의 전략에 말려들어가
기돈성 원장을 사이비 교주로 지목하고
오래 전부터 단선원과 싸움을 벌여왔다.
특히 단군상 건립 과정의 마찰은 몇 년째 신문에 오르내렸다.
게다가 기독교 일부 광신도들의 무분별한 행동 때문에
단선원과 기독교가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간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이처럼 단선원은 기독교를 적절히 이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핵심 멤버 입장에서는 기독교의 도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진짜로 위험스럽고 경계해야 할 존재가 나타났으니
그것은 바로 제자로 있다가 나간 사범들의 집단행동이었다.
즉 현재 인터넷 카페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전단사가 그것이었다.
게다가 이 전단사의 활동 때문에
흩어져 있던 단선원 안티세력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되었고
기독교 세력도 카페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기돈성과 단선원을 전략적으로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
20. 카페 운영자를 찾아라
중해장은 전화를 걸어 인터넷팀 송인태 과장을 불러서
전단사 카페 운영자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송사범, 전단사 회원이 계속
늘고 있는 거 알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갔으면 조용히 있지 그걸 만들어서 뭐하려고 하는지...
스승님이 의식을 성장시켜 주었으면 고맙게 생각해야잖아?
그건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거잖아. 그것도 모르고.
하여간 지금 이 전단사 때문에 일이 커지고 있어.
스승님도 매일 체크하고 계신데 아주 못마땅해 하고 계셔.
더 커지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해.
일반 회원들이나 기자들에게 나쁜 정보가 들어 가면 곤란해.
괜히 스승님이 더 구설수나 오르고 안 좋아지지.
법적인 일이야 법무팀장인 도수장이 알아서 하겠지만
카페 폐쇄해봤자 또 만들면 되기 때문에 그걸로는 안돼.
그래서 난 어떤 놈들이 그 카페를 움직이는지 알고 싶어.
난 짐작 가는 놈이 있기는 하지만....
법무팀에서도 아직 누가 누군지 파악 못한 것 같아.
그러니 그것을 운영하는 핵심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아봐."
송과장이 이틀이 지나서 보고했다.
"핵심인물이라고 생각되는 얘들도 만나봐도
사이트를 만드는 데 관여하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카페 운영진의 실체는 가려져 있고 회원들이 난리입니다.
운영하는 사람은 아주 잠잠합니다.
문제 될 만한 내용을 절대 올리지 않습니다."
"IP를 추적하면 안될까?"
"현재로서는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특히 피시방을 돌아다니며 유동 IP를 사용하면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운영자를 알아내는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요."
"있어? 뭐야?"
"Daum 카페 관리자를 통해 운영자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운영자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거든요.
친분이 있는 사람의 실명을 빌려 만들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알아내는 것은 엄밀히 불법이죠.
카페 관리자가 가르쳐 줄 리도 없을 것이고요."
"지금 불법인지 적법인지 가릴 때야?
알았어. 그래도 길은 있었구먼."
중해장은 송과장을 내보낸 후에
카페 관리자를 어떻게 구워 삼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
21. 대암장을 의심하다
한편 중해장은 작년에 조직을 나간 대암장을 떠올렸다.
'분명 그 놈일 거야.
같이 있으면서도 나를 괴롭히더니 나가서까지 골치 아프게 만들어.
그만한 돈 집어 가지고 나갔으면 됐지...
나쁜 놈 같으니라 구.'
중해장이 지금 이를 갈고 있는 대암장은
단선원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런 대암장이 단선원과 인연을 맺고 운영을 맞으면서
센터를 폭발적으로 늘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대암장이 단선원 운영을 맡기 전에 센터 수는 100 여개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스승이
"한번 200 개로 늘려 봐."라고 했더니
대암장은 "200 개
가지고 되겠습니까, 300 개는 되야죠" 했었다.
그러자 스승인 기돈성 원장이
"쓸만하군" 하며 칭찬했고
그는 단선원의 센타를 100 개에서 300 개로 늘려 약속을 지켰었다.
또한 대암장은 <사범들의 살생부>를 만들어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일으켰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것 또한 스승과 조직을 위해 했던 그로서는 고육책이었다.
이후 그는 스승의 후계 구도를 놓고 중해장과의 알력이 생겼다.
기돈성 원장은 아들에게 모든 권력을 물려줄 생각이었고,
그 작업을 중해장이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조직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그에게 단선원은 더 이상 깨달음의 조직이 아니었다.
그는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서
우선 똑똑하고 유능한 사범들만 뽑아서 측근을 구성했다.
그런 그의 생각과 행동은 중해장과의 사이를 더욱 벌려 놓았다.
서로의 세력을 구축하면서 권력다툼을 했고
결국 대암장은 자신의 지분을 가지고 나가 회사를 차렸다.
이후 대암장을 따르던 사범들도 하나둘 단선원을 떠났다.
그런 그를 중해장은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었다.
단선원에 같이 있을 때 온갖 권력을 같이 누려 놓고
이제 나가서 스승을 욕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중해장 생각으로는 대암장이 카페의 핵심 인물로 보였다.
-------------------------------------------------------------------------------
22. 베스트 셀러 만들기
다음날 단선원 홍보팀에서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서팀장은 팀원들을 격려했다.
"그동안에도 스승님 강연회 때문에 고생들 많았는데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아요.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해서 내가 괜히 미안해지네.
며칠 후에 스승님 책 <홀링 소사이어티>가 발간될 테니까,
다음 달에 있을 출판 기념회 준비를 해야 되요.
이번 책 <홀링 소사이어티>는 아주 중요해요.
그만큼 우리 임무도 막중합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스승님의 지시사항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문이 내려 왔는데 잘 들으세요.
책이 나오는 다음 날부터 일주일간
각자 인터넷에 들어가서 10권 이상씩 주문하세요.
주문하는 시간이 중요해요...집중적으로 해야 하니까.
다만 배달 주소는 사무실로 하지 마세요.
사무실로 책이 모두 오면
나중에 조직적으로 했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부모님이나 친척들께 선물하셔도 되고요.
내가 아는 사범은 50권을 주문하겠다고 하네요.
지금 전체 사범들에게 지시가 내려갔으니까 알아서들 하세요.
이번엔 어떻게 해서든지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야 해요.
알겠죠?”
팀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후 교산이 연희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스승님 책 나오면 조직적으로 계획적으로 구입하라는 거요,
그거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좀...."
연희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짜증스럽게 말했다.
"난 한대리님 때문에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어디 가서 그런 얘기 절대로 하지 마세요.
스승님의 지침에 토를 달면 안돼요.
대기업에서도 회장들이 책을 내면 다 그렇게 하잖아요."
"아니, 대기업하고 우리하고
어떻게 같나요.
스승님은 깨달은 사람이잖아요.
그럼 그건 그렇고, 책 비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청구하면 주나요?"
"그건 모르겠어요.
전에도 받은 일은 없었으니까,
스승님 책인데 많이 가지고 있으면 그게 기운 아니겠어요."
교산은 입맛을 다시며 알았다면서 돌아섰다.
연희 역시 본인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이번 지시는 말도 안 되는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이 베스트셀러 만들기 작전은 그대로 적중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국내 신문 방송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
23. 일그러진 암투 사이에서
그 때 홍보이사가 전화로 연희를 불렀다.
연희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연희를 본 홍보이사는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연희에게 물었다.
"좀 일찍 보려고 했는데 나도 바빠서 이제서야 보게 되네.
그래, 연희야, 넌 왜 이 선단원 일을 하니?"
"그거야, 스승님을 위해서..."
"웃기는 소리,
스승님이 들으시면
날 위한 것이 아니라 널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실 걸.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널 위해서 하는 거야.
네가 노력한 만큼 너의 성장, 영혼의 성장이 되는 거야.
스승님은 네 영혼의 성장을 위해 잠시 너를 이용하고 있어.
너는 이용당하면서 영혼의 자각과 의식의 성장을 그 대가로 받는거야.
그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겠지. 알지?"
"예."
"그런데 이 곳도 조직이다 보니까
스승님말고도 너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
욕심이 생겨 자기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 사람들이 조직에 문제를 일으키는 암적인 존재야.
스승님은 항상 그것을 경계하시지.
그런 제자들 때문에 많이 당하시기도 했어.
그런 놈들은
아니다 싶으면 자기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고기 엮어 나가듯 우루루 몰고 나가지.
우리 조직에서는
누구누구의 사람이 되는 순간부터 타락하기 시작해.
오직 스승님과 하나의 라인만 존재해야 해.
그 중간에 다른 라인이 생기면 정신상태가 금방 오염이 돼.
무슨 말인지 알아?"
"예"
"그것을 알면서 그렇게 행동해? 나한테
할 말 없니?
중해장 만났다며? 돈도 받았었지?"
"그게 아니라,...하도 갑작스러워서...
다음 날 곧바로 돈을 돌려 줬어요."
"그래? 다행이군.
그러나 그런 일 있으면 나한테 바로 말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를 무시하거나 나를 못 믿는다는 거야.
중해장 같은 인간이 바로 우리 조직의 암적인 존재야.
조직 속에서 오래 빌붙어 있다 보니 능구렁이가 되었어.
그런 인간들은 미리 미리 정리를 해야 된단 말이야.
'장'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욕심이 생겨.
자신의 힘을 가지고 싶어하지.
이런 유혹은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나 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부터 타락하는 거야.
중해장은 지금 타락한 거야.
스승님이 그거 모를 것 같아?"
홍보이사는 중해장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냈다.
수련을 10년 가까이 한
사람이 감정에 빠져 버리다니,
연희는 생각지도 못했던 홍보이사의 또 다른 측면을 보고 놀랐다.
"중해장, 그 사람 얼마나
갈 것 같아?
지금까지 스승님 인정을 좀 받았지만
요사이 자기 사람 심느라고 바빠졌어.
그래서 너한테도 접근한 거고.
스승님은 모든 제자들의 상황을 다 알아.
모든 정보가 스승님께 다 올라가게 되어 있어.
연희 너 앞으로 조심해서 처신해.
그리고 그런 일 있으면 나한테 즉각 보고하고, 알았어?"
연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연희는 홍보이사의 처음 보는 광기 섞인 말투에 질렸다.
중해장이고 홍보이사고 똑 같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말았다.
서로를 시기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하고 있지 않은가.
누가 진짜인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만 왔다.
이렇게 될 것을 예측했던 수진 사범 얘기가 모두 맞았었다.
-------------------------------------------------------------------------------
24. 홍보이사의 가면
다음 날 홍보팀의 전략회의가 열렸는데
교산은 전단사 카페를 꼭 부정적인 것만으로 보지 말자고 말하면서
단선원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자고 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홍보이사가
일어나 나가 버렸다.
교산은 그것 때문에 화가 잔뜩 나서
회의 끝난 후 연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이게 무슨 회의입니까.
무슨 얘기든지 다 말해 보라고 하더니...."
연희는 교산을 데리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계단 쪽으로 갔다.
"그 사이트 얘기는 왜 끄집어 냈어요?
지금 전단사 카페가 단선원에서는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아세요?
우리 조직의 문화는 다른 회사하고 많이 다르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왜 전단사 얘기를 끄집어 내서 분위기를 흐리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는 본인만 다쳐요."
"아니, 뭐가 다치는 데요.
NO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도 회사에는 필요한 거잖아요."
"그럼요. 저는 한 대리님
마음 잘 알아요.
하지만 여기는 그렇게 해서는 안 통해요.
가급적 스승님과 단선원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는 하지 마세요.
특히 홍보이사는 예민한 분이라 더 조심해야 돼요."
교산은 뭔가 처음 생각과 자꾸 다르게 되어 가는 것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감추질 못했다.
게다가 홍보이사는 유난히 스승과 조직의 얘기에 예민했다.
최고 학벌 출신에 목소리가 크고
유난히
'우리 스승님, 우리 스승님'을 입에 달고 다닌다.
보일 듯 말 듯 욕심이 숨어 있고, 굉장히 이기적이다.
연희는 교산에게 홍보이사의 불명예스런
4가지 특징을 말해주었다.
첫째, 남의 실적을 강탈하는
데는 도사다.
공동의 노력 또는 사제들이 해 놓은 것을
아주 교묘한 수법으로 은근슬쩍 자기가 한 것처럼 강탈해 간다.
둘째, 자리에 대한 욕심이
많다.
스승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집착이 유난히 심하다.
본인이 파벌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사람을 만들어 간다.
셋째, 칭찬 받는 것을 대단히
좋아한다.
누가 자신을 조금만 띄워주면
바로 얼굴색이 달라지면서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곧잘 말실수를 잘한다.
넷째, 유난히 상대를 이용해
먹는 것에 능하다.
좋은 머리를 아주 안 좋은 쪽으로 사용하기를 밥 먹듯이 한다.
이러한 것이 홍보이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그녀의 성격 때문에
그녀를 싫어하는 사형사제들이 많고
다른 사람들보다 적이 유난히 많다는 사실이다.
-------------------------------------------------------------------------------
25. 돈벌이 - 방향 전환
며칠 후 단선원 본사.
단선원의 경영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들의 경영회의가 열렸다.
기돈성 원장은 갑자기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경영회의에는
단선원의 대표로 있는 지용장을 비롯해서
전문 경영회장 윤정호,
정삼장,
중해장, 도수장, 천죽장, 개울장, 금옥장, 평화장
그리고 홍보이사인 단아장이 모였다.
단선원을 끌고 가는 중심인물들은 다 모인
셈이다.
중해장이 사회자로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여러 가지 논의할 사안이 많아 정례회의를 며칠 앞당겼습니다.
스승님 비전 사업을 중심으로
전체 경영 전략을 말씀드리는 것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지용장이 먼저 얘기하지요."
"네.
요즘 웰빙 바람을 타고
그러나 무엇보다 사범들이 열심히 한 덕분에
지난달 단선원의 매출이 30 억을 넘겼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지용장은 신이 나서 계속 보고했다.
"그리고 더욱 축하할 일은
학습지 선생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으로
바얼교육은 40 억 비전을 달성했습니다.
그래서 기타 부문까지 합쳐
전체 홍익매출이 100 억 가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만 간다면 올해 홍익매출 목표액이 1000 억이었는데
1600 억으로 상향조절해도 무난하리라 봅니다."
또 한번의 박수소리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단선원의 제일 어른 격인 정삼장이
근엄하면서도 감격스런 웃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허 허 허 - 대단하네요. 잘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볼 때
기운을 바얼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선원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 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대단한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 기운이 아니었으면
회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면서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시장 포화라는 지용장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단선원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깊이 없는 수련, 겹치기
수련 프로그램으로 돈벌이만 치중했고,
대부분의 회원들이 이런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었다.
그리고 회원들의 이탈이 계속되었다.
지용장은 지금 그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단선원이 지금은 매출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탈출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바로 바얼교육에서 그 길을 발견한 것이다.
지용장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힘주어 얘기했다.
"그래서 이번에 지역장이나 센터 원장 중에
돈 잘 버는 사범들을 바얼교육으로 인사발령 냈습니다.
이제부터 바얼교육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할 것입니다."
정삼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
"아, 그러면 되겠군요. 정말 적절한 방향 전환입니다."
그러자 지용장은 윤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이디어는 윤회장님이 생각해 내신 겁니다.
그 말에 정삼장이 이번에는 윤회장을 칭찬했다.
"윤회장님이 큰일 하셨습니다. 대단해요."
모든 사람이 윤회장을 쳐다보았고,
윤회장의 얼굴이 붉게 밝아졌다.
"부끄럽게 왜들 그러십니까. 별
것도 아닌데요."
윤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단선원에 온지 얼마 안 되고
사범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를 느낌으로 알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소위 말하는 '장'들과의 친분 관계도 적절히 하면서 말이다.
-------------------------------------------------------------------------------
26. 돈벌이 - 제주도 프로젝트
이때 묵묵히 있던 중해장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문을 열었다.
"지용장님. 스승님 지시사항도
말씀 드려야죠."
"아, 네, 다름이 아니라
일본으로 센터를 확장해서 사범들을 많이 나가게 하라는 지시인데,
이렇게 하려면 앞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원 중에 사범 될 만한 인력을 최대한 조달하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승님께서 내리신 비전 중에 중요한 것이 있는데
제주도를 세계의 중심지로 만들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윤회장이 다소 의외라는 듯 물었다.
"그럼 세도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세도나를 인류평화와 세계의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던 것 아닌가요?"
"세도나 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세계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모 인사가 제주도에 있는 땅도 기부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에 동양 최대의 명상 센터를 건립하는 것이지요.
조만간 일이 추진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윤회장님께 따로 얘기해 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주도가 고향인 윤회장님이 하실 일이 많다고 하면서 말이죠."
사실 기돈성 원장이 생각해낸 제주도 비전이라는 것도
하나의 돈버는 기술에서 나온 전략이었다.
한 때 단선원의 주요 돈벌이 수단은 심성수련과 평생회원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기돈성 원장은
세도나 명상여행을 통해 회원을 불러들였다.
그때 갔던 미국 갔던 회원들 중에 국제
사범이 많이 나왔고
사범을 시켜주니 기부금도 뒤따라 많이
들어왔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 부족한 사범들도 만들고
기부금도 받고, 여행으로 돈도 벌 수 있었으니
여러 모로 세도나 여행은 봉이었다.
이제 이러한 방법을 거꾸로 써먹자는 것이었다.
예컨대 미국과 일본, 영국에
있는 회원들을 제주도로 불러들여서
돈을 번다는 전략인 것이다.
외국에도 회원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고
한국이 수련의 출발지이니
제주도에 명상 센터를 만들면
미국과 일본 회원들이 오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온 회원들이 제주도 경치에 마음이
열리면
돈은 그냥 들어오게 되어 있다.
사람은 일단 경치 좋고 이국적인 곳에
가면
마음이 열리고 뭔가 해방감을 느끼면서
순수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의 속성을 기돈성 원장은 교묘히
이용하려는 것이다.
한국회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그 회원들을 사범 만들거나 기부금 받으면
돈은 그냥 들어온다.
그때를 대비해 제주도에 보낼 예쁜 여자
사범들을 추려 놓고 있었다.
이처럼 기돈성 원장은
어찌 보면 뛰어난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욕심이 대단히 많은 사람이었다.
-------------------------------------------------------------------------------
27. 천지성 자금 조달
그 때 중해장이 무겁게 말했다.
"그리고 천지성 자금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각 지역에 떨어졌던 할당량이 지금 많이 못 미치고 있어요.
40 억원이 필요한데 3분의 1도 안 들어 왔어요.
신경들 많이 써야 합니다."
안 그래도 중해장의 시커먼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며
주변을 둘러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예. 신경 쓰겠습니다."
몇 명의 장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천지성은 세도나에 있는 산 정상에 있는 별장 같은 집을 말한다.
기돈성 원장은 이곳을 성지라고 제자들에게 세뇌시키고 있었다.
천지성 자금이란 이 성지를 사는데 들어가는 자금을 말하는 것이다.
이 자금을 회원들을 통해 모금하려 했으나 그것이 뜻대로 안되었다.
그래서 사범들이 50 만원에서 100 만원 넘게 각자 갹출하고 있었다.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집에서 가져오거나 하면서
스승님 비전 사업이라 열심히 내고 있었다.
경영회의는 이밖에도 몇 가지 더 논의를 한 다음에 끝났다.
경영회의를 마치자 중해장이 정삼장에게 뭔가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정삼장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윤회장에게 말했다.
"윤회장님, 제 사무실에 가서
차나 한잔 더 하시지요.
말씀드릴 것도 있고요."
이렇게 정삼장이 일부러 윤회장을 모시고 나가자
중해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른 분들은 좀 더 앉아 계세요.
논의할 게 있거든요."
-------------------------------------------------------------------------------
28. 카페를 다루는 수법
윤회장과 정삼장이 나가자 중해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무슨 얘기인지는 대충 짐작하실 겁니다.
전단사 카페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이 안 좋아요.
회원수가 500명을 넘어 가면서
스승님을 음해하는 쪽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정하고 덤비고 있어요.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그 카페가 소문나면서
몇몇 지역에서는 사범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전직 사범들이 하는 얘기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비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스승님에 대한 온갖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 난무하고 있어요.
도수장님, 현재 법적인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법무팀장인 도수장이 대답했다.
"어떻게든 조만간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사이버 가처분을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Daum 법무팀장 만나서 카페를 폐쇄해 달라고 했더니
내용 전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면서 안된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이 카페 때문에 가장 골치 아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돌아와서 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같은 기수 동기인 천죽장이 고개를 저으며 소리 높였다.
"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말을 짓고 왔어야지
그냥 오면 어떻게 합니까?"
천죽장은 경찰관 출신의 사범이다.
그리고 기돈성 원장이 한국에 오면 경호업무까지 맡고 있었다.
이 때 계산에 빠른 지용장이 나서며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뭔가 속임수를 써야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저쪽을 안심시킨 다음에 치는 전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전직사범들을 위해 10 억 기금 조성한다는 말을 흘리는 것이죠."
지용장은 단선원에 들어오기 전에
직장에서 돈을 다루는 부서에 있던 사람이라
돈에 관한 한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그는 단선원의 일개 시범으로 있다가
단선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바람에
중해장의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대표이사로 승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중해장의 심복 노릇을 하고 있다.
지용장이 덧붙였다.
"그냥 진전 없이 그러한 정보만 흘리는 것이죠.
주는 건지 안주는 건지 헷갈리게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시간을 번 다음에 그 다음 전략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그것은 천죽장님 몫입니다."
천죽장이 놀란 얼굴을 했다.
"제가요?"
"Daum 관리자에게 전단사 운영자를 알아보면 됩니다.
조금만 힘을 쓰면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데요.
운영자는 실명과 주민등록 번호를 꼭 사용해야지 등록되거든요."
그러자 천죽장은 아무 얘기도 못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중해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얘기는 인터넷팀 송사범도 했던 얘기가 아닌가.
약삭빠르면서 머리 회전이 좋은 개울장이 추가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기상품 판매 회사 천기산의 대표이다.
"아니면 의심되는 사범들 도청하면 되잖아요."
중해장이 결론을 내렸다.
"좋습니다.
잔단사 문제는 지용장님과 개울장님 의견대로 하도록 하죠."
-------------------------------------------------------------------------------
29. 기자를 다루는 수법
그런 다음 중해장은 두 번째 안건을 내 놓았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하나 안 좋은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카페 외에 또 다른 일이 있어요?"
"조성호라는 기자인데
암암리에 단선원을 조사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내가 이 문제로 스승님 뵈면서 얼굴을 못 들었어요.
기자들 하나 단속 못한다구요.
스승님이 빨리 해결하라고 지시를 내렸어요.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평소 허풍이 많은 천죽장이 자신의 큰 주먹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런 인간은 좀 겁을 주면 해결되지 않을 까요?"
그러자 평화장이 반대했다.
평화장은 늘 중립적인 입장에서 평화만을 강조했다.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어떤 세상인데.
자칫 단선원 이미지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이젠 3-4년 전하고도 확 달라졌어요."
천죽장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다시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 돈 뭉치 좀 쥐어주면 설설 기지 않을까요?"
단아장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천죽장을 쏘아보며 대답했다.
"천죽장님, 요즘 생각이 어디
가 있는 거 아니에요?
돈 안 쓰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되는 것 아닌가요.
누가 돈 쓰고 해결 못해요."
한동안 홍보팀을 이끌었던 적이 있었던 금옥장이 대안을 얘기했다.
"그러한 것은 현 시점에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일이 의외로 불거질 수도 있고요.
제가 그 조성호 기자를 잘 압니다.
전에 홍보팀을 이끌 당시에 몇 번 만난 적도 있고요.
그렇게 호락호락할 사람이 아닙니다. 집념도 있고.
이건 기존의 방식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서 더 깊숙이 들어오기 전에 해결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중해장이 늘 그렇듯이 그런 일은 자처하고 나섰다.
"그래요. 기존 방식이라, 그럼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요."
회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온 중해장은
단선원 생식팀에서 일하고 있는 오미숙 사범을 불러 들였다.
그녀는 사범 생활 5년 정도
되는 여인이다.
"스승님을 위해 미숙이가 사명을 받아야 될 것이 있어.
그 사람이 다시는 기자 생활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알지? 전에도 한 번 해봤잖아.
방법은 알아서 해."
이것은 육탄으로 막으라는 메시지이다.
금옥장이 얘기했던 기존의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초창기 시절
단선원이 한창 종교 논쟁에 휩싸일 때
부정적인 기사를 쓰려는 기자들에게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미숙은 스승님을 위해 할 일이 생겼다는 자부심에 기뻐하며
중해장 사무실을 나왔다.
-------------------------------------------------------------------------------
30. 추적 - 병원 물리치료사
조성호 기자는
기돈성 원장의 지난 20년
전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돈성 원장에 관한 약력을 뒤적이며
깨달음을 얻기 전에 근무했다는 병원 이름을 찾아냈다.
"수원에 있는 신한병원."
성호는 수원으로 들어서서 팔달동에 있는 신한병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근처에 가서 아무리 찾아 봐도 병원 건물은 안 보였다.
그래서 가장 오래된 복덕방에 들어가서 물었다.
"저 앞에 있는 상가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 신한병원이었죠?
그 병원이 그 후 어떻게 됐는지 혹시 아세요?"
"서울 천호동으로 옮겨갔었지. 이름은
그대로.
지금도 있잖아. 가끔 TV에서 나와."
그래서 성호는 다시 서울 천호동 신한병원을 찾아왔다.
일단 입구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힌 다음
수원 병원에서 근무했던 물리치료사 기돈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정찬식이라는 시설관리팀 팀장이
수원 병원에 있을 때부터 일해 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대강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지금 그렇게 크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저도 가끔 신문이나 TV에서 보면 놀라곤 해요.
하여간 그 사람 꽤 영리하긴 했어요.
그리고 당시에도 워낙 유별나서 제가 생생히 기억해요.
성질도 괴팍하고 다혈질의 성격이었죠.
그는 주로 마사지와 뇌 신경손상 물리치료가 전문이었어요.
그런데 하는 일과는 다르게 도에 관심이 많아 책도 무지 읽더라고요.
잘 생긴 외모와 어눌하지만 화려한 말솜씨에 당시 인기도 많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뭔가 느껴지고 보인다고 말하는 거예요.
단군 할아버지의 계시를 받으러 갈 때가 되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더니 며칠 후에 갑자기 사표를 쓰고 나갔어요.
뭐 깨달음을 만나러 간다나, 수행을 하러 산에 들어 간다나.
그 뒤 며칠동안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지요."
-------------------------------------------------------------------------------
31. 추적 - 현모산 21일 수련
성호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지방 출장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그 길로 차를 전라도로 몰아 현무산에 올랐다.
그리고 두 시간을 헤맨 끝에 드디어 암자에 들어섰다.
성호는 주지 스님을 만나 기돈성에 대해 물었다.
"그러니까 20년 전에, 1984년 7월과 8월
사이에
이 현무산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정신문화가, 평화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죠.
기돈성씨요."
"허허...깨달음이라...허허허...
맞아요. 그 사람을 보긴 봤어요.
당시는 아주 젊었지요.
여기 오는 다른 사람들하고는 좀 달랐어요.
그리고 그 자리가 기운이 좋아서 그런지
가끔 사람들이 들어와 신내림을 받고 그랬죠.
한마디로 접신이 되어 무당이 되는 거지요.
내가 보기에도 그 사람 수행자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아마도 조금 급이 높은 영에 접신이 되어 갔을 겁니다.
깨달음, 가당치도 않아요. 그런 인물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 자기가 삼칠일 동안 수련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죠.
그렇게 21일 수련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많은 스님들은 뭡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요. 안 그런가요?"
성호는 스님과 얘기를 끝내고 나오면서
기돈성 원장이 현무산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접신된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
32. 한심한 사람들
다음날 성호가 출근하자 창욱이 궁금해서 물었다.
"지방에 가셨던 일은 잘 풀렸습니까?"
"세상에서 도나 종교 가지고 사기치는 것은 정말 쉬운 것 같아.
보이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지.
지금도 누가 사이비 종교 하나 만들면
수백 명, 수천 명씩 몰리는 이유가 다 있다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이만 먹었지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야.
그러한 사람들을 속여서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재주 또한 대단한 거고.
아무나 못하지."
"그럼 기돈성씨가 사이비 교주?"
"기돈성, 그 사람 현무산에서
깨달았다는 거 거짓말이야.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21일 수련해서 깨달은 사람이 된다면
수많은 세월 수행하고 고행하는 스님들은 뭐냐 이거지.
사실 깨달았다 안 깨달았다 밝히기도 불가능하잖아.
그러나 기돈성 그 사람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어.
깨달음을 이용해 조직을 키우고 돈을 버는 기술 말이야.
결국 그것이 사이비 교주잖아.
문제는 그 속에서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야.
그런 사람들이 사이비 교주를 더욱 부추기는 것 같아.
왜들 그런지 모르겠어.
"종말론, 독가스 살포로 알려진
옴 진리교만 봐도 알 수 있죠.
교주가 사형 선고받았는데도
아직도 그 속에서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잖아요.
게다가 옴 진리교가 무너질 때
그 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끝까지 항거한 사람들이
동경대 교수라든가 지식인들이라고 하잖아요.
그 사람들은 이미 다 밝혀졌는데도 뭐 때문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정말 한심한 사람들지.
내가 기돈성 원장 생각하면 더 열 받는 것은
본인은 가질 것 다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제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넘쳐난다는 거야.
그래서 전단사 사이트에서는 이 사람 별명이 요즘 돼지로 통하고 있어.
그리고 내가 알아본 바로는
단선원을 비롯한 모든 사업체는 자신과 가족 명의로 되어 있어.
삼지 패밀리로 대표되는 몇 사람만 깨달음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거지.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정신교육 단단히 시켜 결속력을 다지고 있고.
다른 사이비 단체처럼
우리나라의 단전 자리에 신앙촌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놓고
집단생활을 하며 환란에 대비해서 곡식을 모아두고 있다고 하지."
-------------------------------------------------------------------------------
33. 송아장 천명화를 찾아라
성호는 예전에 단선원과 김하진 시인의 사건 자료를 꺼내 살펴보았다.
그 당시 김하진 시인과 함께 행동했던 주요인물이 송아장 천명화.
그리고 주영로와 박정훈이라는 두 사람도 있었다.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니 이렇다.
김하진 시인이 단선원의 비리를 폭로할
당시
증언하기로 했던 천명화를 비롯한 몇몇
증인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단선원은 김하진 시인을 고소하지
않고,
그를 도와주었던 주영로와 박정훈만 고소했다.
반면 그런데 김하진 시인의 장모 집을
가압류했다.
이건 민사상 손해배상을 묻겠다는 거였겠지.
너무 치사하고 비열한 방법이긴 하지만
머리 하나는 잘 썼다.
김하진 시인과 직접 싸우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시 사건의 주요 열쇠는 김하진 시인과
송아장이 쥐고 있다.
물론 주영로와 박정훈도 중요 인물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일단 송아장 천명화를 만나야 했다.
기돈성 원장의 총애를 받았고
기돈성 원장이 깨달은 사람이라고 얘기했을 정도가 아닌가.
그러면 많은 의문이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송아장, 송아장을 찾아야
해"
성호는 전단사 사이트에 접속해서 운영자 H에게 메일을 보냈다.
조금 있으려니 답변 메일이 왔다.
성호는 창욱에게 송아장을 만나러 분당으로 가겠다고 말하면서
밀린 일거리를 대신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분당으로 가려고 사무실을 나섰다.
-------------------------------------------------------------------------------
34. 무서운 음모
성호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면서 막 커브를 트는데
갑자기 옆에서 차가 튀어나오며 순식간에 부딪히고 말았다.
성호가 놀라 부리나케 차에서 내렸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젊은 여자가 내리더니 정중하게 말했다.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선생님 차는 보험으로 수리해 드릴께요."
그래서 성호는 명함을 건네주었고,
사고를 낸 그 여인은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큰 인연인데
제가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 드릴께요.
제가 종로에 잘 아는 곳이 있어요. 그리로 모실 게요."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성호는 그 매력에 이끌려 함께 종로 일식집으로 향했다.
성호는 미인과 가져보는 드문 인연에 대한 느낌 때문이었는지
그녀가 건네는 술을 몇 잔 받아 마셨다.
그리고 정신이 가물가물 하더니 어느덧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이봐. 이봐. 정신 차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성호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성호가 눈을 억지로 뜨자 웬 남자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런데 시트에는 여기저기 핏자국이 있었다.
놀란 성호는 정신 없이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 때 남자가 성호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말했다.
"조성호씨, 당신을 강간과
공갈 협박죄로 체포합니다."
성호는 그렇게 해서 경찰서로 끌려갔다.
"경찰관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함께 있던 여자가 당신을 폭행과 강간으로 고소했습니다.
당신 신분을 보니 그럴 사람 같지는 않지만,
일단 신고가 들어왔으니 조사는 해봐야 합니다."
성호의 전화를 받고 창욱이 달려왔다.
"난 형의 말을 다 믿어.
어떻게 형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겠어.
조사가 진행 중이니까 뭐가 나올 거야."
다음날 신문에 이 사건 기사가 짤막하게 실렸다.
그런데 다음 날 여자 쪽에서 갑자기 고소를 취하했다.
더 이상 사건이 알려지고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호는 바로 석방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기자로서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결국 직장도 잃고 가정에서도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가 진행하던 단선원에 대한 조사도 중단되게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창욱이 성호를 달래려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TV에서는 미국에서 불고 있는 명상 수련 열풍이 소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단선원의 설립자 기돈성 원장을 소개하고 있었다.
곧 이어 미국에 있는 단선원 명상 센터가 소개되면서
몇 초간 여자가 화면에 비쳤다.
여자는 거기 직원으로 있는 모양이었다.
그 때 성호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 여자야. 바로 저 여자."
두 사람은 그제서야 선단원의 음모에 걸린 것을 눈치챘다.
그런데 다음 날 H로부터
이런 메일이 날아왔다.
"그 여자 사범의 이름은 오미숙이고 나이는 28살이에요."
-------------------------------------------------------------------------------
35. 바톤 터치
창욱이 성호를 위로하며 물었다.
"그런데 형은 왜 단선원 문제에 그렇게 집착했어?"
"사실, 우리 어머니와 관련이
있어.
우리 어머니는 내가 중학교 때
사이비 종교에 빠져 거의 미치다시피 하셨어.
돈 몽땅 갖다 바치고 정신은 미친 사람처럼 빠져 버리고
그래서 그것 때문에 아버지와 이혼하고 가정이 풍비박산되었지.
그때 그렇게 가정이 엉망이었어도
나는 나쁜 길로 안 빠지고 오직 죽어라하고 공부만 했어.
판사가 되어서 사이비 종교 다 쓸어버리려고 생각했지.
난 아직도 그때의 한이 가슴에 맺혀 있어.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날 때의 그 기억이 말이야.
창욱아, 그 일이 무엇이든, 얼마나 중요하든
가정이 깨지는 것은 절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봐."
"당연하지."
"그래서 H의 메일을 받고
행동에 옮긴 거야.
사이비 교주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잊고 있던 옛 일이 떠올랐어.
그리고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의 마음이 느껴졌었지.
그때 난 결심한 거야.
창욱아, 사람들은 말이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집단이 있어도
자기가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성향이 많은 것 같아.
그 덕분에 그런 집단이 계속 유지되고 있지.
단선원 문제도 마찬가지일지 몰라."
성호는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기돈성 원장의 저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모아온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의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미국에서 온 회계장부, CD, 증언자료
등이 포함되어져 있었다.
"이제 네가 해결해야 해.
기돈성이는 사회의 악이야.
깨달음이라는 포장을 통해 온갖 사회의 악을 자행하고 있어.
노동력 착취, 성폭행, 외화 밀반출
뭐 사회 3대 악행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잖아.
아직도 사람들이 그를 깨달은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신성일이 카페에 연재했던 원문에는
조성호 기자가 참담하게 자살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사실 실제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참혹해서 운영자는 그냥 바톤터치로
고쳤다.】
-------------------------------------------------------------------------------
36. 여자 사범 몸값 16만불
단선원은 기돈성 원장 책 출판 기념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그런데 출판 기념회가 끝나자마자
미국에 있는 동암장 박태관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걸려왔고
기돈성 원장은 그 전화를 받고는 부랴부랴 출국했다.
진경이라는 여자 사범 문제 때문이었다.
원래는 한국에서는 한달 정도 더 있으면서
제주도 명상센터 건립이라든가
국학 사업 등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았었는데
모두 취소하고 들어온 것이었다.
미국에는 기돈성 원장이 기거하는 별장 개념의 관사가 있는데
삼지명상센터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관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볼텍스 하우스가 있어서
자료실로 쓰이거나 단선원 시범단 등의 외부 사범들이 기거한다.
진경은 넉 달 전에 이 관사에 새로 온 여자 사범인데
한국에 있을 때 기체조 팀에 있었고
관사에 있는 사범들 교육을 담당하러 미국으로 오게 한 것이다.
진경이는 성격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런데도 스승이 무턱대고 그녀를 건드렸고
그래서 그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이다.
처음에는 진경이 가만히 있을 것 같더니
돌연 관사를 나가면서
성폭력으로 스승을 고소한다고 했고
그래서 부랴부랴 기돈성이 미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온 기돈성 원장의 지시하에
박태관이 진경을 몇 차례 만났다.
하지만 진경은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그러던 태관이 며칠 후 아침 일찍 스승의 방으로 들어왔다.
태관은 스승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어제 밤늦게 16만 불에
합의를 보았습니다.
20만 불 달라는 것을, 16만 불에 겨우 맞추었습니다."
그 순간 기돈성 원장이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뭐야? 더러운 계집 같으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스승님,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외국인들 눈도 있고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스승의 방으로 들어가는 여자들은 대개 두 부류다.
하나는 스승이 낙점한 여제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관사를 관리하는 정아장이 알아서 들여보낸다.
스승이 시도 때도 없이 여제자들을 낙점하는데
다음주에는 한국에서 단선원 표지모델인 사범이 미국에 들어온다.
이 역시 스승이 들여보내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하여튼 경로야 어떻게 되었든간에
스승의 방에 들여보내는 여제자들에게는 철저한 사전 성교육을 시킨다.
이른바 성은(聖恩)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예절교육이다.
그런데 이번 진경 사범 사건은
스승이 너무 욕심을 내는 바람에 일이 불거진 것이었다.
"그래, 각서는 잘 받아 놨겠지.
나중에 다른 말못하도록 단단히 경고해 놓으라고.
에이.., 내가 성교육들을 다시 시켜야지.
아직 성에 대해서 너무 묶여 있어.
있다가 관사에 있는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강천을 해야겠어."
-------------------------------------------------------------------------------
37. 로또 복권
태관은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스승님, 세도나에 있는 사범들이
일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실적도 잘 올리고요.
다른 명상센터에서 일하는 얘들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고요."
"그래, 암 그래야지.
아참, 그리고 성지 만들 도네이션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땅도 매입하고 건물도 새로 지어야 하는데
돈이 잘 안 들어오는 것 같아.
한국에 있는 얘들에게 강력하게 얘기 좀 해."
"예, 알겠습니다."
"안되면 로또 복권들 다시 한번씩 사라고 해.
지난번엔 실패했지만 그래도 누가 알아.
거액에 당첨될지."
"스승님, 지난번에 로또 건도
말이 많았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야, 그러니까 원리교육을
잘 시켜야 하는 거야.
그건 정확하게 훈련이다라고 하면서 정신 무장을 시키면 되잖아."
태관은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이번 주말에 한국에서 회원들이 세도나에 옵니다.
그래서...이건 이번 주말에 있을 강천 내용입니다.
주제는 고구려 역사로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고구려 역사 건은 아주 적절하게 써먹을 수가 있어.
이거 한국에서 누가 담당이지?"
"개울장입니다."
"그래. 걔는 잘 할 거야.
말도 잘하고 충성심도 대단하니까.
역사는 두고두고 써먹어도 좋은 거야.
국민들의 정서가 그렇잖아.
국가에서 보조 좀 많이 받으라고 해.
그리고 매번 강천 자료 준비하느라고 교육팀이 고생이 많아.
걔네들도 네가 신경 좀 써."
"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번에 제작할 명상센터 포스터입니다.
스승님이 보시고 오늘 중으로 결정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 지난 번보다는 훨씬
좋다.
그런데 여기 이 아이, 이 아이 빼고 다른 아이로 교체해.
얼굴이 별로야."
기돈성 원장은 모든 일을 자기가 인정한 것이라야 직성이 풀린다.
-------------------------------------------------------------------------------
38. 성에 대한 강천
태관이 나가고 나자 기돈성 원장이 정아장을 불렀다.
"오늘 세도나에 있는 여자 애들 성에 대한 강천을 하려고 해.
네가 생각하기에
성에 걸려 있고
아직 성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타는 애들 한번 뽑아봐."
"알겠습니다.
그런데 스승님.
내일 행사가 있어서 많이는 못 올 거 같습니다."
"많이는 필요 없어.
성에 걸려 있지 않은 아이들은 필요 없지.
꼭 필요한 얘들 몇 명이라도 좋아."
"알겠습니다."
정아장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 부쩍 늘어가는 스승의 여자도착증에 신경이 많이 씌었다.
특히 스승이 요구한 신혜 사범은 왠지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그렇다고 스승의 말에 토를 달았다가는 당장 큰소리 날것이 뻔했다.
뭣이든 일단 스승의 말이 떨어지면 해내야 한다.
그것이 이 조직의 불문율이었다.
정아장은 세 명의 사범들을 불렀다.
"조금 있다가 스승님을 뵐 거야.
너희들을 위해 특별히 성에 대한 강천을 하실 거야.
성에 대해서 정리를 해주시는 것이니 복 받은 줄 알아.
자, 이제 옷을 다 벗어.
옷 다 벗고 간단히 샤워한 다음에 스승님 방으로 들어가."
세 명의 사범들은 옷을 모두 벗고 샤워를 한 다음에
정아장의 안내로 스승의 방으로 들어갔다.
세 명의 사범들은 손으로 그곳을 가리고 서 있었다.
미리 성교육을 받긴 했지만
모두들 아직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앉아."
기돈성 원장은 아직도 서 있는 여 제자들을 한사람씩 쳐다보았다.
"앉으래도."
세 명의 여 사범들은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기돈성 원장은 한 시간 가량 즉흥적으로 성에 대한 강천을 했다.
그런 다음 정아장에게 지시했다.
"오늘 밤에는 신혜를 방에 들여보내. 알겠지?"
"예"
정아장은 스승의 방을 물러 나왔다.
그런데 스승의 부름을 받은 신혜는
이 날 밤 스승에게 가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서울로 도망 가 버린다.
-------------------------------------------------------------------------------
39. 법무팀장 도수장
법무팀장인 도수장이 혀를 차듯 말했다.
"그나저나 혹하나 때어내서 다행이네요.
그 조성호 기자는 너무 설쳤어.
하늘 일을 하는 사람들 건드리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중해장이 맞장구를 쳤다.
"그건 그렇고,
10 억 기금 얘기가 카페에서 좀 먹혀들어 가나요?"
"예, 그 얘기 나온 이후로
카페의 수위가 다소 낮아졌어요.
10 억 준다고 하니까 그 인간들 들뜬 것 같아요."
그 틈을 타서 지금 천죽장이 애를 좀 쓰고 있습니다.
며칠 안으로 운영진을 알아 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러더군요.
Daum의 사업팀 부장 하나가 단선원에서 수련을 한답니다.
센터 일에도 적극적이래요."
"그렇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겠네요.
이게 빨리 해결 돼야지 할 일도 많은데 골치 아파 죽겠어.
마음 같아서는 고소해서 모두 다 잡아넣어 버리고 싶은데.."
"그건 안 됩니다.
소송으로 몰고 가기엔 우리 쪽 손실도 너무 커져요.
또 스승이 제자를 고발한다는 안 좋은 인식을 남기게 되고...
소송을 한다 해도 사이트야 또 다른 곳에서 만들어질 테고."
"아니, 지금 전단사를 두둔하는
건가요?
자기 맡은 일도 제대로 못하시면서....
지금까지 법무팀장 자리에 있으면서 한 일이 뭐 있어요?"
도수장은 중해장의 질책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사실 중해장은 법무팀장으로서의 도수장을 별로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도수장은 우유부단하고, 조직
내에서 왕따 취급을 받고 있었다.
도수장은 원래 세무서 하급 공무원 출신이었다.
그는 직장 내에서 인정받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나름대로 이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의 관심 분야는 오직 '道'였다.
그래서 젊은 시절 선도나 증산도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세무 공무원 시절에도 틈날 때마다 이 분야의 책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기운이니 道니 하는 잡다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가 단선원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그가 만나고 싶었던 스승을 만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유약한 인물이 몇 년째 법무팀장을 맡고 있다 보니
다른 제자들이 능력 부족이라고 그를 끌어내리려고 몇 번을 시도했다.
그러나 스승이 계속 거기에 내버려두게 했다.
그래서 드물게 한 사람이 이렇게 오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도수장이 능력이 있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승에 대한 절실한 믿음, 노골적인
우상화 덕분이다.
도수장이 밥먹듯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나의 스승은 신이다. 나의
스승은 절대신이다.'
이 소문을 들은 스승이 그를 애지중지하게 된 것이다.
그는 평소에 뜬구름 잡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다닌다.
뭐가 보인다느니 道란 이런 것이라느니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모임이나 회의 장소에서 되지도 않는 말을 남발했다.
어느 날인가는 사제들 앞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하늘에서 밥상이 내려오고 있다. 너희들도
보이느냐?
난 보이는데 너희들은 안 보이는 구나.
수련이 부족해. 좀더 수련을 해봐."
그 후부터 서서히 왕따가 되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눈치보는 습관만 늘게 되었다.
그리고는 나름대로 전략을 바꾸어서 애교 작전으로 나왔다.
어느 날 그가 예쁜 사제의 어깨를 주무른다며 성희롱 비슷한 것을 했다.
그러자 그 여사제는 그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발끈 화를 냈다.
"도수장님, 왜 자꾸 더듬는
거예요?"
결국 이것이 더욱 그를 왕따 시키고 말았다.
그러자 그 후로 그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언젠가 자신의 도반 천죽장과 둘이서 모 여사제를 희롱하다가
그것이 위에 보고가 된 사건이 있었다.
그 벌로 둘이 한여름 수련장에서
절수련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회개했다.
또 새벽에 일어나서는 곤히 자고 있는 사제들을 괴롭힌다.
또 아는 체를 많이 하고, 과시하고
싶어한다.
한번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나서
사무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떠들고 다녔다.
"어디어디 들어가면 좋은 글 있어. 한
번 봐.
누가 쓴 건지는 말하지 않겠어."
중해장은 이미 전부터 그런 도수장을 포기한 상태였고
적당한 때에 스승에게 말해 법무팀장을 갈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40. 정치에 개입한 흔적
홍보이사가 전화로 정연희 사범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응, 저 이면지를 홍보팀에서
가져다 쓰도록 해."
연희는 박스에 차곡차곡 담긴 이면지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이면지를 잘 정돈하기 위해 간추리다가 눈이 멈췄다.
"우리는 대선에서 한국당에 투표해야 하고
필요한 만큼의 정치자금을 전달하라.
그리고 최병호 의원과 돈독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라.
일선 사범들에게 은밀하게 지시하라."
내용인즉 재작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것이었다.
스승님 이름으로 내려온 대외비였는데,
홍보이사가 실수로 이면지 통에 넣어버린 모양이었다.
-------------------------------------------------------------------------------
41. 스승의 은혜를 뿌리친 여사범
그 때 전화벨이 울렸는데
놀랍게도 전화 건 사람은 연희의 사범 동기 신혜였다.
신혜와는 초창기 사범 때 정말 친하게 지냈다.
나이도 같고 정서도 비슷해 허물없이 터놓고 지냈었다.
단선원에서는 사범 된 후 6개월은
아무와도 연락해서는 안된다.
감정에 빠질 수 있어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지침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 신혜와 통화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것이 들통나서 신혜가 혹독한 고초를 겪었다.
자기가 먼저 전화한 것이고 연희는 받은 것뿐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단짝이 지난해 말 돌연 발령이 나서 스승이 있는 미국으로 갔는데
다시 오늘 갑자기 이렇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연희야, 나 며칠 전에 한국에
들어 왔어.
이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그리고 지금 좀 만나."
연희는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갔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 부둥켜 안았다.
신혜의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신혜야. 갑작스럽게 이게
무슨 일이야.
국내는 언제 들어온 건데. 얼굴은 그게 또 뭐고?"
"그냥 도망 왔어.
너무 무서워서 몰래 빠져나와 비행기 타고 귀국했어."
"무슨 말인지 차근차근 얘기 해봐."
"연희야.
스승님은...스승님은....
우리가 알던 우리가 그렇게 바라보았던 그런 분이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미국으로 발령 나서 갈 때는 희망과 정렬에 불타 있었어.
외국인에게 우리의 자랑스런 정신문화를 알린다고 말이야.
거기 있던 정아장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고 말했어.
하지만 난 처음이라 영어가 안 되니까
홍보하고, 청소하고 뭐 그런 일을 주로 했어.
그래도 일은 힘들었지만 큰 비전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
그렇게 6개월쯤 지낸 어느 날 정아장이 나를 불렀어.
그리고는 남자친구 사귀어 본적 있냐고 묻더라구.
그래서 단선원 들어오기 전에 한번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남자 같은 거 생각 안 한다고 대답했어.
그랬더니 남자와 잔 적은 있느냐라고 묻는 거야.
그래서 난 있었다고 대답했지.
그랬더니 정아장이 일단은 합격이네라고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당시엔 나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
그러고 나서 정아장이 계속 얘기를 하는 거야.
스승님이 왜 이 일을 하시는지 얼마나 힘드신지 말이지.
다 아는 얘기를 엄청 위대한 인물로 띄우면서 말이지.
그리고 스승님이 세상을 구하는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우리 제자들이 주는 사랑이다,
육체와 정신은 하나다,
육체는 한낱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스승님은 지금 너의 사랑이 필요할 때다, 라고 하면서
오늘밤 스승님 방에 가서 은혜를 입으라고 말했어."
"뭐, 은혜을 입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나는 거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어.
그러고 나서 밤에 스승님이 있는 방으로 갔어.
스승님은 명상을 하듯 편안한 자세로 앉아 계셨지.
나는 스승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
그러자 스승님이 편하게 앉으라고 했어.
그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자, 오늘 네가 지구에 온 이유를 알려주겠다.
그러더니 허리를 펴고 눈을 감으라고 했어.
수련을 시켜 준다고 말씀하시면서 말이야.
'머리끝 백회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하고 내쉬고.
너의 몸이 점점 릴렉스 되고 있다.
몸이 점점 편안해 진다.'
스승님은 계속 메시지를 주셨고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 아주 편안한 상태가 되었어.
계속 메시지를 주셨어.
'너는 지구에 온 스승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다.
그 사람은 바로 나다.
너의 스승이자, 내가 바로 너의 남편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넌 오늘 은혜를 입는다.
하늘의 남편에게서 은혜를 입는 거야.
그대로 자리에 누워라.
그리고 눈을 감아라.'
나는 무엇에 홀린 듯 그대로 자리에 누웠어.
그러자 스승님이 나의 옷을 벗기시는 데 난 저항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승님이 나의 배 위에 올라타고 있었어.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두려움이 생기질 않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몸이 진동을 하면서 움직일 때
난 그만 소리를 지르며 스승님을 밀어내었어.
'이런 고약한 것.'
스승님은 옆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소리쳤어.
나는 얼른 옷을 가지고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어.
그때가 한밤중이었어.
그 밤이 난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어.
그 일이 있고 난 다음 난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어.
더 안 좋은 잡일만 하게 되었지.
난 정말 피해의식에 빠졌어.
스승님의 말씀을 거부했다는 피해의식 말이야.
하늘의 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무서움도 생겼었지.
그런데 어느 날 정아장님이 다시 와서
스승님의 은혜를 입을 기회를 한 번 더 준다고 했어.
오늘밤에 다시 스승님 방에 들라는 거야.
스승님의 은혜를 거부하면 그것은 다 자기 손해라는 거지.
난 무서워서 일단 그렇게 한다고 말했어.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도저히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뛰쳐나와 무작정 비행기 타고 서울로 온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연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연희야, 그런데 이일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니야.
얼굴이 좀 괜 괜찮다 싶은 얘들은 그렇게 해서 불려가고 있어.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
다들 쉬쉬하고 있을 뿐이지.
그것이 하나의 예식처럼 되어 있어."
-------------------------------------------------------------------------------
42. 후회
연희는 신혜에게서 들은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신혜와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그야말로 한숨과 절망에 빠졌다.
중해장의 위선,
단선원을 등지고 나가 버린 수진,
전직단선원사범들의 집단 움직임,
사형이라는 '장'들의 대화 내용
그리고 신혜의 충격적인 사건,
다른 것은 둘째 치더라도
신혜에 대한 스승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더더구나 다른 여자 사범들에게도 통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니,
정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사이비 교주하고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믿었던 조직과 스승에 대한 깊은 신뢰가 일시에 무너졌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일의 순서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젠 상담해 볼 사람도, 믿을만한
사람도 없었다.
부모형제 보다 더 소중하다는 사형사제 동기들이
이 어려운 때에 모두 신뢰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전단사 사이트를 찾았다.
거기에는 단선원과 스승님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정보들,
그동안 듣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특히 스승님은 종교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종교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것으로 돈을 벌어들여 개인 축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강도원도 기돈성 원장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순간 연희는 단선원 초창기의 스승의 강천 내용을 떠 올렸다.
"우리는 이 나라를 정신수련장으로 만들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제일 먼저 10개 도시에 10개의 단선원을 세웠습니다.
돈 있는 몇몇 사람들이 세운 것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 많은 변화를 일으킨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것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의 기반이 서면
도시에서나 단선원에서는 수련비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진리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리고 이 단선원이 돈벌기 위한 것이
아님을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수련은 많은 일꾼을
필요로 합니다.
단학은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이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일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일꾼들은 하늘이 보낸 일꾼이
아니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단선원은 무슨 취직장소나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때 교산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단선원 생활 솔직히 재미없네요.
생각만큼 민주적이거나 자유롭지 못하고.
수련하는 사람들이라 일도 유연하게 할 줄 알았더니
인간관계도 유연하지 못한 것 같아요.
처음 생각보다 일도 신나지 않고.
게다가 아무 얘기도 할 수가 없어서 화가 나요.
얘기하는 족족 홍보이사 귀에 들어가니 원 참.
무슨 낮 쥐들이 그렇게 많데요."
연희는 교산을 홍보팀으로 취직시킨 것을 후회했다.
-------------------------------------------------------------------------------
43. 종교부 기자가 본 단선원
창욱은 종교부 박찬욱 기자가 쓴 사이비 종교 기사를 읽어 보았다.
'현대 종교의 흐름과 컬트의 경향'에
대해서 정리한 것인데
컬트란 우리말로 사이비 집단이란 의미다.
그런데 그 기사에서는 우회적으로 단선원을 지적하고 있었다.
"내게 오면 10차원의 별로 갈 수 있고
조상 위아래로 9대가 하늘로 올라간다"
"내가 단군할아버지의 현신이다"
이런 말들은 단선원 기돈성 원장의 강천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창욱은 박찬욱 기자를 찾아가서 물었다.
"단선원을 종교조직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죠. 엄청난 컬트 조직, 즉 사이비 종교집단이죠."
"컬트의 특징이 뭐죠?"
"컬트란 비정상적인 종교집단의 숭배와 집단의식을 말해요.
즉 사이비 종교를 가리키는 말이죠.
제가 단선원의 문화를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해 보았을 때
일반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좀 세련되어 보이지만
전형적인 컬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단선원은 교주가 제자나 신도들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의식이나 정보라는 수준으로 접근해 들어갔어요.
예컨대 우리가 소속한 집단은 높은 의식을 가졌고
그 밖의 다른 집단은 아주 수준이 낮다는 뭐 이런 식이죠.
나쁜 정보에 현혹되지 마라,
우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모두 나쁘다 이런 거 있잖아요.
유난히 정보를 강조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사회와 본인의 이성적 판단을 격리시켜버리죠.
그러면 당연히 가정과도 격리되죠.
그게 심해지면 자신의 이성과도 격리 돼요.
합리적인 판단을 상실해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부모 자식간 단절, 부부간의 가정불화, 이혼, 자기 정체성 상실
등으로 이어지는 거구요."
"그렇군요."
"그러면서 교주 기돈성 한사람에 대한 전형적인 숭배사상으로 가는 거죠.
한마디로 깨달은 사람임을 믿게 만들어
절대 복종하는 집단 최면현상이
지금 단선원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조직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죠."
"단선원에 대해 아시는대로 설명 좀 해 주세요."
"첫째, 물적이든 인적이든
조직을 계속 방대하게 넓혀 갑니다.
숫자를 정확히 제시하면서 그것을 계속 채워가라고 하죠.
밑에서 일하는 사범들만 죽어나는 거죠.
조직이 확장되어야 세력도 과시하고 돈도 들어오니까요.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집단의 특집입니다.
둘째, 조직확장 방법이 문제예요.
돈을 떳떳이 벌어서 조직을 확장해 간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그러나 주로 남의 돈, 예를 들면 기부금에 의존하죠.
수련회비 같은 것으로는 사범들 월급도 주기 힘드니까요.
따라서 그것은 회사가 아니에요. 종교지.
셋째, 돈 뜯어내는 수법입니다.
겉으로는 수련비다 물건도 판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당한 상품이나 용역거래가 아니에요.
괜히 영혼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말도 안 되는 수련 프로그램이라든가,
기상품이나 천도재를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지요.
그래서 건강 때문에 찾아간 회원들이 끊임없이 돈을 바쳐야 해요.
그러다 보니 가정 불화를 야기하고 가정을 파탄나게 하죠.
넷째, 교주 자신은 엄청난 돈을 축재하는데도
그에 반해 밑에 있는 제자들은 가난뱅이들이 많지요.
거기 단선원 사범들도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많아요.
다섯째, 교주의 여자 문제가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이 경우 소문이 진실인 경우가 많아요.
기돈성 그 사람 아주 오래 전부터 여자 문제 복잡했어요.
김태용가 쓴 <국선도체험기>에도 나타나 있고,
지금도 여자 문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죠."
"한마디로 사이비의 특징은 조직, 돈, 여자 이 세 가지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나는 기돈성 그 사람이 참 우스워요.
박사라는 것도 그래요.
깨달은 사람이 뭐 박사학위가 필요할까요.
처음엔 대선사로 불리다가
그 다음엔 단선원 뇌과학연구원 원장에서
지금은 한의학 박사로 통하죠.
미국 어디 이름도 없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아니 그것도 돈주고 산 거라고 그러지요.
꽤나 자신이 과학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가 봐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런 조직이 그렇게 번성해 갈 수 있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순수성을 이용해서 들어오기 때문이죠.
사회가 물질적으로 발달될수록
정신을 이용하는 사이비 단체는 늘어 갈 것입니다.
사이비종교 집단의 특징은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있으면 그걸 바로 보지 못해요.
왜냐하면 평화니, 깨달음이니, 민족이니, 역사니, 사랑이니 뭐니 하면서
마음과 영혼의 문제를 건드리니까 사람들은 혹해서 넘어가는 거죠.
요즘은 고구려 역사 문제라는 호기를 잡아서
그쪽에서 이미지 작업을 하는 것 같더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사회에 그런 조직은 발을 못 붙이도록 하려면
바르고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죠.
교주나 사이비 종교에 대한 특징들을 평소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법도 좀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고요."
-------------------------------------------------------------------------------
44. 수상한 자금 흐름
단선원이 사이비 종교집단이라면 회사 자금흐름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성호 기자가 모아 둔 자료들 중에서
단선원 계열사들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살펴 보았다.
그랬더니 매년 지급수수료가 유난히 증가한 것이 수상했다.
2001년에
국내외 전체매출이 1249억이고
그중 단선원 매출이 276억이었다.
급여가
77억이고 지급수수료가 11억이었다.
2002년도는
전체 매출이 1728억
그중 단선원 매출은 415억
그리고 지급수수료가 44억이었다.
2003년도에는
전체매출이 2400억이고
그중 국내가 1224억
그리고 지급수수료가 148억으로 뛰어 버렸다.
대주주 지분 현황을 보면
2003년도에는
김무곤(23.8%),
이갑수(12.7%), 전승수(12.7%),
이선희(12.7%),
윤도익(12.7%), 기타 (24.4%) 였는데
2004년도는
김무곤,
이갑수는 그대로고
전승수가 14.4%로 올랐고,
이선희,
윤도익이 빠지면서
기타가
47.4%로 껑충 뛰었다.
회계를 잘 아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해 본 결과
지급수수료란 용역계약이라든가 단순수수료이며
예를 들면 연구비 지출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급수수료, 이
돈이 의심스럽다.
그렇지, 단선원 계열사 중에
뇌과학연구원이 있다.
연구비 명목으로 뇌과학연구원에 지급수수료를 지급했을 것이고
연구원은 그 돈을 받아 분명 다른 용도로 썼을 것이 뻔하다.
그 연구원이라는 곳 최근 몇 년간 실적과 활동이 별로 없지 않은가.
따라서 그 돈들은 결국 기돈성에게 흘러 들어갔으리라.
-------------------------------------------------------------------------------
45. 전직 사범의 증언1 - 파렴치한
창욱은 조선배가 천명화를 만나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송아장 천명화를 만나기로 하고 주소를 챙겼다.
그러나 그 전에 전직 사범들을 먼저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전단사 운영자 H에게
메일을 보내서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을 잘 아는 전단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창욱이 메일을 보내고 한 시간 후 연락이 왔다.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두 남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30대 초반, 남자는 30대 후반.
마음 고생이 심해서 그런지 둘 다 얼굴이 핼쑥해 보였다.
서로 인사를 끝낸 다음 창욱이 먼저 물었다.
"단선원에는 얼마나 계셨어요?"
남자가 대답했다.
"저는 8년 정도, 이 친구는 5년 정도 됩니다.
그러다가 둘 다 작년에 그만 두었어요.
그런데 저는 마지막 2년은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기돈성 원장 가까이서 보아 왔습니다."
창욱이 남자에게 물었다.
"왜 그만 두셨나요?"
"저는 국내 센터에 있을 때 실적을 많이 냈어요.
그래서 능력을 인정받아 2000년에 미국으로 갔어요.
세도나 명상센터를 관리하고 도약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죠.
가끔 기돈성 원장 비서 역할도 병행했습니다.
그런데 세도나에서 기돈성 원장 가족의 호화로운 생활을 보고
마음이 많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직접 옆에 있어 보니 제가 알던 스승의 모습이 아니었지요.
소문으로만 들을 때는 설마 했는데 직접 보니까 분통 터졌어요.
제자들은 저임금에 일하느라 죽어나는데
스승이란 사람은 호의호식 하고 있는 겁니다.
요트 타러 다니고, 승마에, 골프에, 고급 승용차에
그리고 그 사람 아들은 벤츠 몰고 다니면서 돈 팍팍 쓰더라고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제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거기 있는 제자들은 옷 한 벌 살 돈이 없어
거지새끼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어요.
게다가 요즘 소문 들으니 아들은 군대도 안 갔더라고요.
민족정신을 외치는 사람의 행동으로는 있을 수 없죠.
또 기돈성 원장의 아내가 더 심하게 사치하고 다닙니다.
이게 무슨 도인이고 깨달은 사람의 가족들입니까?
기돈성 원장은 돈 버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합니다.
그리고 땅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도 심해요.
하지만 그걸 비지니스 마인드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교육시키죠.
그리고 제가 결정적으로 결심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기돈성 원장이 술 한 잔 먹고 들어 와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라 구요.
저는 이때야 비로소 이 사람은 깨달은 사람이 아니구나,
내가 8년이란 세월 동안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해 왔던가
라는 막심한 후회가 들었어요.
일하느라 수련은 완전 뒷전이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너무도 긴 세월이었는데 말이죠.
젊은 청춘을 바친 대가가 과연 무엇인지 괴롭기만 했어요.
기돈성이란 사람은 젊은이들의 성공 기회를 박탈해 가는
아주 파렴치한이었어요."
-------------------------------------------------------------------------------
46. 전직 사범의 증언2 - 여자문제
창욱이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는 한동안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계속 지원에 있다가 본사 경리팀으로 갔어요.
제가 나오기를 결심한 건
소위 말하는 그 '장'들이 너무도 치근대서 싫었어요.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공갈 협박까지 하더라고요.
자기에게 잘못 보여서 찍히면 사범 생활 끝이라는 거죠.
한번은 월말 계산을 하다가
돈이 한 5백 만원 원 정도 사라진 사건이 있었죠.
장부와 현금이 맞지 않았는데
그 책임을 모두 저한테 떠넘기는 것이었어요.
그때 저를 부르더니
자기가 눈감아 줄 테니 같이 있자는 말까지 했어요.
저는 한동안 의욕을 상실하고 지내다가
너무도 마음이 아파
제가 제일 가까운 사범 언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그 사범 언니도 그 놈한테 그렇게 당했다는 거예요."
"그럼 그 자가 누굽니까, 왜
가만히 있었어요.
위에 얘기를 하지요?"
"기자님이 우리 문화를 잘 몰라서 그래요.
성추행, 성폭행 이런 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위에 보고를 했는데도 아무 조치가 없었어요.
그런 얼마 후에 저는 그냥 나와 버렸어요.
그리고 제가 힘들어 스승님께 편지를 쓴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스승님이 그것을 보시고 비서실을 통해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 계실 때라 저는 스승님이 머무는 숙소로 갔어요.
스승님 방으로 는데 스승님이 잘 왔다고 저를 부둥켜 안았습니다.
우리는 반가움의 표시로 안아주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거든요.
그런데 한동안 지나도 몸을 뗄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얼마간 있다가
스승님이 제 브래이지어 끈을 집었다 놓았다 하는 겁니다.
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죠. 그냥 두려웠어요.
목석이 된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자 스승님이 이번엔
제가 입고 있던 옷 자크를 내리시는 거예요.
그리고 브래지어 연결 고리를 풀어....."
여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흐느끼는 것 같았다.
남자가 손수건을 주었고 여자는 눈가를 훔치면서 다시 얘기를 했다.
"전 그때 너무 겁이 났어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창욱은 여자의 심기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 부분은 이쯤에서 일단 정리하기로 했다.
-------------------------------------------------------------------------------
47. 전직 사범의 증언3 - 기술
창욱은 남자를 보면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아니 기돈성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 커다란 조직을 운영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거죠?"
"그건 임기자님이 기돈성 원장을 몇 번 만나보면 느낄 거예요.
카리스마가 아주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처음에 만나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그 사람 기운권 안에 들어가기 마련이죠.
빠지지 않는 외모에, 화려한 말재주, 상대를 제압하는
기운이 대단해요.
그러니까 유지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있기는 있었군요.
히틀러나 무솔리니, 스탈린, 빈 라덴 같은 카리스마이겠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사람 홀려서 이용하는 재주, 돈 버는 재주가 뛰어난 거죠."
"어디서 그런 기술을 배워 왔을까요?"
"기돈성 원장이 한때 통얼교에 몸담았던 적이 있었는데
센터에서 회원들에게 접근하는 방법,
젊은이들을 사범으로 양성하는 방법,
돈 안주고 사람을 쓰는 방법
이 모든 것이 다 통얼교에서 배운 기술입니다.
그 사람 밑에 있는 중해장이라는 사람도 통얼교 신자였는데
기돈성 원장 밑에 와서 단선원을 키워 왔죠.
미국 대학에서 돈으로 박사학위를 산 것이라든가,
유명 정치인들과 돈 주고 사진 찍어 홍보한 것,
수없이 애첩들을 거느리는 것.
정말 제가 하나하나 보면서 분노가 치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두 분은 지금 뭘 하시죠?"
"단선원 나와서 처음에는 사회에 적응이 안 돼서 꽤나 힘들었어요.
어떤 사범은 결국 정신병원 신세도 진 적이 있어요.
다른 수련 단체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는 경우도 있고요.
옆에 있는 이 친구도 몇 개월 동안 그랬었고요.
저는 이것저것 아르바이트 하다가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선원에서 퇴직금도 안 줘서 살기가 더 힘들었었죠.
이 친구는 지금 하는 일은 없어요."
"아니, 퇴직금도 안 준다고요?"
제가 알기로는 돈을 벌만큼 버는 것으로 알 고 있는데..."
"그러니까 더 화가 나는 거죠.
정말 안에 있을 때는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만 했는데,
기돈성 원장은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
48. 전직 사범의 증언4 - 돈버는
수법
"단선원에서는 어떤 식으로 돈을 벌죠?"
"깨달음이라는, 호흡과 명상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를 뜯어보면
그곳은 오직 더러운 돈벌이에만 목적을 두고 있어요."
"음, 정신수련을 이용한 돈벌이라."
"일단 회원들이 단선원에 오면
2년 간의 단선원스쿨(SDS) 이라는 것에 등록하게 해요.
그리고 한달 정도 지나면 심성교육을 갔다 오죠.
그때 마음이 열렸을 때 평생회원을 하라고 강요하고,
그러고 좀 있다가 기상품을 사라고 하고,
정화제, 천도재 지내라고 하고,
기부하라고 하고
그리고 힐링 코스, 9단계 코스, 마스터 힐러 등
회원실적 프로그램이 있어요.
웬만한 사람들은 몇 개만 하면 경제 파탄이 나죠.
그렇게 돈 벌어 기돈성 원장 욕심 채워줬는데도
나가는 사범들에겐 퇴직금도 아까워 하니... "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면서요?"
"숫자상으로는 제법 준 것으로 되어 있겠죠.
그러나 월급을 가지고도 장난을 쳤어요.
월급을 통장으로 넣어주긴 하지만
거기서 일정한 금액을 빼서
다시 회계팀으로 송금해 주게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돈이 결국 다른 곳에 흘러 들어갔다면
그건 한마디로 탈세죠."
"야, 참으로 희한한 수법이네요.
그리고 단선원과 관련된 단체들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예, 일단 교육회사가 있어요.
바얼교육이라고 해요.
교육내용은 없으면서
교육철학만 과대 포장해서 무지하게 폭리를 취하는 곳이죠.
단선원에서 수련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주류를 이루고
요즘은 일반인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어요.
세금 문제에서 단선원과 합병하면서 모종의 트릭이 있었어요."
"교육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으로 봐서 머리가 비상하군요."
"다음으로 기 상품 판매 회사가 있어요.
기가 들어갔다고 하면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가격이 황당무계하지요.
쇳덩어리 하나에 500만원 600만 원해요.
전에는 나무칼에 기운이 들어있다면서 40-50만원 정도에 팔았어요.
목걸이, 팔찌, 발찌 뭐 금액이 장난 아니에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무도 그런 것들을 사지 않을 것 같지만
화려한 화술로 사람들을 녹인 다음
마음이 혹하고 있을 때 잡아당기는 거죠.
아픈 사람들에게는 몸에 좋다고만 하면 다들 넘어가잖아요."
"종교 색체를 띤 곳도 있죠?"
"네, 그런 종교단체가 있어요.
그 종교 단체에서 천도재를 지내는데
보통 1000만원에서 1억까지 있어요.
그 천도재를 주관하는 여자가 또 가관입니다.
기돈성 원장과 뭐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는 소문이 파다해요.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단지 회원들만 모를 뿐이지요.
그런 여자를 깨달았다고 인정하다니.. 지나가는 개도 웃지요."
"그 외에 돈 뜯어내는 수법은요?"
"요즘은 6개월에 2000만 원 짜리 힐러(healer) 과정을 만들어서 하고 있는데
정말 돈 벌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받아 본 사람들에 의하면 별 내용은 없데요.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과정을 대학생들에게 권유한다는 겁니다.
사범 되는 필수 코스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이걸 해야 의식이 높아진다고 하면서 젊은이들을 꾀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이 젊은 회원들이에요.
순진해서 말만 그럴 듯 하게 하면 정신이 확 나가 버리는 거죠."
"다른 수법은 없어요?"
"이건 최근 소식인데
지금 기돈성 원장이 미국 세도나에 땅을 사겠다면서
돈을 기부하라고 국내로 밀지가 떨어졌어요.
기돈성 원장의 끊임없는 욕심이 또 다시 발동하기 시작한 거죠.
그 욕심 때문에 한국에 있는 사범들만 죽어날 겁니다.
그런데 임기자님 한번 확인해 보세요.
거기 여러 사람 명의로 분산해서 땅을 매입하고 있는데
땅을 10불에 매입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그것을 탈세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과거 통얼교 문선맹씨도 미국에서 탈세를 해서 징역을 살았잖아요."
역시 사이비 종교 성향을 그대로 띠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럼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에 대한 전단사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기돈성 원장이 양심선언을 하고
이제부터라도 조직을 정말 깨끗하고 투명한 수련단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도 단순히 속았다는 감정적인 대립이 아닌
정말 단선원이 깨끗한 단체로 태어나길 바라는 것이죠."
-------------------------------------------------------------------------------
49. 전직 사범의 증언5 - 김하진
사건
창욱이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었다.
"혹시 김하진 시인에게 도움을 청해 봤어요?"
"물론이죠. 얼마 전에 찾아갔죠."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엔 냉정한 기운을 풍기시더군요.
하지만 단선원 젊은이들의 인생과 아픔에 대해 말씀 드렸더니
본인도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더 이상 행동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럼, 1999년 김하진
시인이 양심선언을 할 때
송아장 천명화 씨는 왜 약속을 깨고 증언을 하지 않았죠?"
"당시 송아장 사무실에 깡패들이 들이닥쳐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일종의 공갈과 협박을 했던 것이죠.
송아장도 여자라 겁났겠지요.
본인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돈성 원장은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기돈성 원장이
한때는 그 송아장도 깨달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는데
김하진씨하고 활동하면서 마음이 변했어요.
그래서 사범으로 강등되고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송아장은 스승을 버리고 나갔죠."
"지금은 뭐하는지 아세요."
"뭐 분당에서 수련원 운영한다는 말도 있고,
무당집 한다는 말도 있고,
전단사에서 활동한다는 말도 있고
뭐 소문이 무성해요."
창욱은 천명화의 행적이 더욱 궁금해졌다.
내일은 꼭 천명화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창욱과 두 사람은 기타 여러 가지 얘기를 더 한 다음에 헤어졌다.
-------------------------------------------------------------------------------
50. 검찰에 맡겨라
이제야 창욱은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에 대한 줄거리를 잡았다.
그래서 검찰청 출입기자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사이비 교주 있잖아요.
혹시 사이비 교주 사건도 다루어 본 적 있어요?"
"웬 사이비 교주냐? 조사하는
거라도 있어?"
"단선원 기돈성 원장이요."
"아니, 거기가 사이비 단체야?"
"예, 정황은 그런데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사이비 종교단체 비리를 밝히기가 쉽지 않아.
증인이나 증거를 잡기가 다른 조직보다 훨씬 어려워.
작년에 있었던 JMC 정명운 사건,
그때 검찰이 얼마나 골치 아팠는지 알아?
대학교수는 물론 우리 검찰청 검사도 JMC 신도가 있었어.
결국 검찰이 강간과 횡령 혐의로 집어넣긴 했지만
보석으로 풀려나 지금도 그 짓거리하고 다닌다고 해.
검찰 입장에서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어.
그런 놈들이 세상의 돈과 권력을 쥐고 있다니까.
지독한 놈이었어.
그때도 증인에 대한 협박과 테러가 극에 달했었지.
그 사건도 성폭행 당한 여 신도의 직접적인 제보가 없었으면
유야뮤야 되었을 거야."
"그런데 왜 그런 조직들은 증인이나 증거를 찾기가 어려운 건가요?"
"뭐랄까, 신도들을 일종의
자괴적인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 같아."
사실 정명운 사건 때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었어.
그런데 왜 그들이 증언을 하지 않느냐면
일부는 돈이나 협박으로
일부는 극도의 피해의식에 쌓이게 만들어 무마되는 거야.
예를 들면
조금이라도 조직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하면 영혼이 파멸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부터가 죄를 짓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 끊겨 육신이 고생한다 뭐 이런 거지.
내가 놀란 것은
배운 사람들도 소용없다는 거야.
대학원까지 버젓이 나온 사람들이
그런 곳의 광신도가 되는 것 보면 이해가 안가.
그러니 사람들이 얼마나 순진하니?
아무튼 사이비를 볼 수 있는 정확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봐."
"동감입니다.
지금 단선원이 외화반출, 성폭행, 젊은이들의 노동력
착취와 같이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어요."
"성급하게 덤비지 말고 일단 증인 확보를 해.
그러고 나서 그 다음엔 검찰에 맡겨.
피해자들 있으면 검찰로 가라고 해.
그런 일은 다른 사건들하고 다르게 한방에 끝내야지
질질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고 저쪽의 결속력만 강화시켜주게 돼.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람들,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는 증거,
외화 반출했다는 증거 중에 하나의 단서라도 있으면
그 단서를 쥐고 다른 것으로도 수사를 확대 할 수가 있다는 거야.
특히 성폭력을 당한 여성의 직접적인 증언 하나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문제들도 줄줄이 엮어 나올 거야."
-------------------------------------------------------------------------------
51. 송아장 천명화를 만나다
다음날 창욱은 천명화를 만나러 분당으로 향했다.
창욱은 천명화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떠 올렸다.
기돈성 원장이 인정한 깨달은 사람이다,
무당이다,
기돈성 원장의 비리를 알고 있다,
협박당해서 김하진씨 증언을 못했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등등.
우선 H가 알려준 대로 뉴타운
문화센터를 찾아갔다.
다행히도 거기에 천명화의 전화와 주소가 있었다.
창욱은 우선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어떤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천명화씨 좀
부탁드립니다."
"네. 지금 받으시기 곤란하신데
누구십니까?
힐링 상담 때문이신가요?"
"아, 네...네.."
"지금 원장님이 상담 중이신데요.
일단 오셔서 기다리세요."
이렇게 해서 위치를 물어서 겨우 찾아갔다.
전화 받은 여자가 힐링이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봐서는
천명화가 기치료를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창욱이 집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향냄새가 풍겨왔다.
집안 전체적인 이미지가 일단 신령스러웠다.
집을 사무실로 꾸며 놓은 듯 했는데
어떻게 보면 무당집 같다는 인상도 들었다.
벽에는 천부경 액자가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짙은 종교적인 냄새를 풍겼다.
약 30분 정도 기다리자
원장실이라고 적힌 방문이 열리면서 천명화가 나왔다.
분홍색의 예쁜 한복이 곱게 잘 어울렸다.
천명화는 눈인사를 하고 옆에 있는 차를 따르면서 물었다.
"많이 몸이 안 좋으시다구요? 어디가
아프시죠?"
창욱은 난감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우선 나오는 데로 말해 버렸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도 아프고...."
그러자 천명화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손에 보살이 있으시네요.
손의 힘이 대단해요.
손에 사람을 살리는 힘이 많으세요."
창욱은 천명화의 평범하지 않은 예리함에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수준 낮은 무당은 아니구만.'
"글을 쓰면 작가가 될 팔자고,
의사가 되었으면 사람을 많이 살리겠네요."
천명화는 진지하게 창욱의 눈을 보며 얘기했다.
창욱은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임창욱 기자입니다.
어디가 아파서 온 것은 아닙니다."
"네. 그러셨군요. 기자시라고요."
천명화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올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인가?
창욱이 당황하고 있을 때 천명화가 목소리를 낮추어서 물었다.
"저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요?"
"다름이 아니라
기돈성 원장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입니다.
전단사에서 주장하는 의혹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려고 온 겁니다."
잠시 적막의 시간이 흘렀다.
"그 문제라면 더 이상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돌아가시지요.
전 그분과 인연을 끊었고,
이제 더 이상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거나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아니 이 사회의 문제입니다."
"몇 사람의 힘만 가지고 해결되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건 천명화씨 마음속에
늦었다고 못 박아 놓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 아닙니까?
제 생각에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전 임기자님이 뭐라고 하건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김하진씨 기자회견 할 때 증인으로 나오신다고 하더니
안 나온 이유라도 말씀을 해주시지요."
"전 다시 그것을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창욱은 천명화의 온화한 얼굴 속에 감추어졌던
도도하면서 냉정한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
창욱은 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부끄러웠던 과거가 드러나기라도 할까봐서 그런가요?
아니면 돈이라도 받으신 건가요?"
"말씀이 지나치군요."
"제 말이 지나치다구요?
실망스럽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당신의 인생이 행복할거냐고 스스로 물어 보십시오.
그럼, 실례 많았습니다."
창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천명화가 침착하게 말했다.
"앉으시지요.
임기자님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 말씀드리지요."
"네?"
"제 스스로의 양심선언을 임기자님 앞에서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임기자님이 아까 말씀한 대로
조금이라도 제 양심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네, 감사합니다."
-------------------------------------------------------------------------------
52. 천명화의 증언1 - 접신
무당
창욱은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았다.
"기돈성 원장의 21일 수련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데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의 현무산 얘기는 많은 소문들이 있어요.
그 중에 제일 확실한 것은
그가 거기에서 단군무당의 신내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가 신내림을 받을 때 순간적으로 색신(色神)들이
많이 들어 왔어요.
그래서 그가 그렇게 여자를 밝히는 겁니다.
이것은 그를 가까이서 받들었던 사람의 얘기를 통해 들었어요.
결국 스스로 도를 깨우친 것이 아니라 신내림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 때문에 자신이 단군할아버지의 현신이라고 얘기하고,
단군상 얘기가 나온 겁니다.
그리고 단군을 받드는 에너지 약한 무당들이 그의 밑으로 들어오죠."
"그렇군요.
단선원 계열사들 중에 불강도원이라는 곳이 있죠?
전국에 몇 개 되는 것 같던데요.
그런 곳이 왜 있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기돈성 원장이라는 사람의 인간성은 어때요?"
"기돈성이라는 사람은 혹독한 교주의 모습이죠.
그리고 이것은 그 사람의 태생적 한계 때문입니다.
그는 전생부터 깨닫고자 하는 욕심과 집착이 너무 컸어요.
그 에너지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로서의 삶을 많이 살게 했죠.
그는 깨달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죠.
깨달은 사람들이 가는 방식과는 너무 동떨어져서 가니까요.
무당도 돈을 밝히다 보면 영적인 기운이 사라지는 법입니다.
하물며 도를 닦는다는 사람이
돈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되었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죠.
처음부터 그는 깨달음과는 거리가 멀어요.
저도 그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지만요.
말만 그렇게 화려하게 할 뿐 올바른 행동으로 나오질 않았어요.
어쩜 그도 젊었을 때는 깨닫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현무산 일화가 있어요.
그가 득도를 하려고 정좌를 하고 오랜 시간 앉아 있다가
졸음이 와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리를 다쳤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지금도 자세히 보면 다리를 저는 겁니다."
-------------------------------------------------------------------------------
53. 천명화의 증언2 - 사기꾼
그러자 창욱은 더 궁금해졌다.
"그랬군요.
그런데 왜 그런 사람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지금의 거대 조직을 거느릴 수 있게 있었죠?"
"그것도 그의 능력이겠죠.
그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 못돼요.
또한 지금과 같은 큰 조직을 이끌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을 겁니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요.
어쩌다 그냥 그렇게 되어진 거예요."
"그냥 그렇게 되어졌다고요?"
"네. 제가 보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기꾼의 기질이 너무 탁월해서
깨달음이니, 천화니, 천도니, 과학이니 하면서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말이 달라집니다.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무료봉사 시키면서 이용합니다.
탁월하고 천부적인 교주인 거죠.
순수한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데는 따를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 정도로 그의 내면에는 삿된 기운의 힘이 엄청납니다.
그것을 보기까지 저도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교수, 박사, 사장이라고 해도
그 앞에서는 기운에 끌려가게 되어 있어요."
"기운에 끌려간다. 무섭군요. 그게 그런 거였군요."
"예언서 <소설 격음유록>을 썼던 김승우씨를 아시죠?
그분도 기돈성 원장에게 이용만 당하다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그 분이 기돈성 원장을 위해 일하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래서 영동에 있는 천하원으로 갔으나 1-2 주만에 쫓겨났어요.
거기 사범들이 아파 누워 있으니까 인간 취급도 안 해준 겁니다.
그 후 김승우씨는 자신을 비관해서 자살하고 말죠."
창욱은 충격적인 얘기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람이 살면서 원한은 사지 말아야지.
그런 사람이 정신이니 평화니 선도수련 어쩌구 하다니,
세상이 거꾸로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엉터리 인간 때문에
정통 수련문화를 보급하려는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욕먹는 것이다.
-------------------------------------------------------------------------------
54. 천명화의 증언3 - 동굴
수련
"그렇다면 천명화씨의 21일
수련은 소문대로 맞는 것인가요?
동굴에서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깨달았다고 하던데요?"
"부끄러운 얘기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저도 어릴 때부터 신기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크면서 정신적인 스승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단선원을 찾아온 거예요.
제가 그의 눈에 띄어 미국으로 불려갔지요.
사실 거기서부터 문제의 싹이 튼 겁니다.
제가 세도나에서 21일 수련 할 때
동굴에서 안 먹고 안자고 정좌 수련을 해서 깨달았다고 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낮에는 동굴에서 수련하고
밤에는 몰래 센터에서 차로 픽업해 왔습니다.
밤에 숙소에 오면 배가 고파
낮에 못 먹던 음식을 먹고 그렇게 했습니다.
기돈성 원장이 그렇게 해도 깨달음이 온다고 했으니까요.
저도 깨달음에 대한 욕심은 많았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 사람의 말이 곧 하늘의 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깨달음이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김하진씨를 만나고 나서 알게 된 거죠."
"네, ..단선원이라는 곳이.... 말이 안나오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기돈성 이라는 사람 정말 대단한 사기꾼이군요."
-------------------------------------------------------------------------------
55. 천명화의 증언4 - 김하진
사건
이쯤 해서 창욱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그런데 김하진씨와는 어떻게 관계가 되신 건가요?"
"김하진씨를 만나기 전부터
저는 기돈성에게
영동에 있는 천하원을 종교단체화 하라고 요구했어요.
단선원이 종교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단선원을 바라보는 의혹의 눈길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죠.
그런데 그는 계속 엉뚱한 일에만 신경 쓰기 시작했어요.
여제자들을 건드려 문제를 일으키거나,
재물을 모으거나, 시민권에 대한 욕심,
한국이 IMF라는 어려운 시기에
제자들에게 도네이션을 계속 주문하는 등 말이죠.
그것이 곧 지금도 문제시되고 있는 외화반출로 이어진 겁니다.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저를 고민에 빠뜨렸죠.
그러던 차에 김하진씨를 만났고 제가 그에게 수련을 시켰죠.
아시는 얘기겠지만
김하진씨도 처음에는 단선원에 호의적으로 일했으나
나중에 기돈성의 비리들을 알고 돌아선 거죠.
저도 그때 김하진씨와 한 배를 타게 되었어요!
그의 마음속에 군부정권 때부터 가지고 있던 저항의식이
단선원을 통해 다시 불붙기 시작했던 거죠.
저도 김하진씨의 의견에 공감하고 의기투합을 했지요.
그러니까, 김하진씨 하고 약속되어 있었어요.
제가 증언을 하기로요.
기돈성 원장과 단선원의 비리에 대해서 증언을 하고
양심선언을 하기로 말이지요.
그때는 정말 그러고 싶었어요.
그것으로 인해 나에게 어떠한 피해가 오더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기자들 앞에서 증언하기로 하기 바로 전날....
제가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막 들어오는데
네댓 명의 시꺼먼 양복을 입은 남자들에 의해 끌려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단선원에서 사주한 깡패였어요.
천안 깡패들이요.
그는 그러고도 남을 인물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그것이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를 가리지 않습니다.
나를 납치해서 어느 지하 창고로 끌고 갔어요.
그런데 거기에는 이미 중해장이 와 있었어요.
기돈성 곁에서 오랜 세월 동안 충견 노릇을 하는 사람이에요.
단선원의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는 것이 그 사람 일이죠.
그들은 제게 끔찍한 협박을 했어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느니,
시골에 계신 엄마와 동생도 해치겠다고 공갈도 쳤어요.
정말 그때는 겁이 났어요.
무서움에 떨었죠.
그리고 나중에는 제게 입막음으로 돈까지 주더군요.
당시 김하진씨와 함께 고소당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찾아보세요.
그 사람들을 만나면
기돈성 원장에 대해 훨씬 정확한 사실들을 알 수 있습니다."
천명화는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도 그때의 악몽이 지워지지 않은 듯 했다.
창욱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창욱은 천명화로부터
소문으로만 나돌던 기돈성 원장의 추한 얘기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그럴수록 창욱은 뼈 속에서부터 몸서리가 쳐지지 않을 수 없었다.
-------------------------------------------------------------------------------
56. 전단사 카페의 위력과 파괴 공작
단선원 내부에서는
전단사 사이트 때문에
알게 모르게 동요하는 사범들이 계속 늘어갔다.
그동안 스승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던 사범들은
전단사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통해 그 확신을 굳혔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다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을 상황이 만들어지면
주저 없이 나갈 것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회계장부를 빼내 가지고 나가려는 사범들도 있었고
눈먼 돈을 챙겨 나가려는 사범들도 있었다.
이것은 모두 그동안 억울하게 속았다는 분노심에서 나오는 현상들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까지 생각하는 사범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전단사 사이트의 위력은 사범들뿐만 아니었다.
단선원의 부조리와 의심을 가졌던 회원들에게 확신을 갖게 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미진(微震)에 불과하지만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져 가는 조짐을 띠게 되었다.
전단사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알려지면서
미국에서의 접속자 수도 늘어갔다.
그런 속에서
미국의 삼지명상센터나
기돈성 원장이 머무는 관사에서 일했던 사범들이
하나둘씩 단선원을 그만두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사범 중에는 미국인도 있었고 한국인도 있었다.
이것은 미국에서 기돈성 원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이렇든 전단사 사이트로 인해 내부 이탈도 생겨났지만
한편으로는 추종자들을 더욱 자극하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을 더욱 결집시켜
그 어떤 일도 저지를 수 있는 광신도 현상을 예고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와중에
전단사 문제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바로 중해장이었다.
중해장은 사범 두 사람에게 전단사 카페를 항상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그 지시를 받은 만호와 승규가 중해장에게 보고하러 왔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 우호적인 글을 올리면서 저들을 안심시키고 있고,
승규는 조금씩 벌집 쑤시듯 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가 개입했다는 글을 계속 올려
회원들을 동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 잘들 하고 있구나.
저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세련되게 해야 해."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주에 운영진 모임을 갖는다고 합니다.
저도 겨우 참석할 자격을 받아내었습니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천죽장이 운영진들 정보 알아냈다고 알려왔다.
중해장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그리고는 만호와 승규에게 말했다.
"그 모임에 갈 필요 없겠다.
천죽장이 운영진들을 알아냈다는구나.
당분간 너희들은 전단사 자료들을 빠짐없이 챙겨놓기만 해.
그리고 무슨 낌새 있으면 수시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57. 한교산의 갈등
이렇듯 전단사 카페가 인터넷을 달구면서
단선원 홍보팀에 있는 교산도 갈등하기 시작했다.
교산은 기돈성 원장의 실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교산은 '짱'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단선원의 사범들만이 볼 수 있는 내부 인터넷 사이트인데
사범과 스승을 연결시키는 교류의 장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교산은 아직 단선원 사범이 아니었지만
홍보팀에 있다는 이유로 특별 아이디를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었다.
교산이 접속해 들어가자 첫 화면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었다.
교산은 이 문구가 두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교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스승의 말씀'란에 스승으로부터 온 메시지가 있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인터넷을 지켜라.
인터넷의 오염된 정보에 속지 마라.
매일매일 뇌를 정화하고 씻어라.
그러지 않으면 너희들이 멍들고 고생하게
된다."
교산은 요즘 들어 마음의 갈등이 더 심해졌다.
홍보팀에 온지 3개월 째
되있는 시점에서
일도 일이지만 회사의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교산은 단선원을 나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 날 오후 교산은 연희를 만나 자신의 현재 심정을 얘기했다.
"시범님, 이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어제 밤늦게까지 고민하다가 오늘 결심이 섰어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요?"
"다른 데 취직을 해야지요."
"한대리님은 능력이 있으니까 금방 잘 될 겁니다.
한대리님이 무술 유단자라고 했지.
그래도 건강은 늘 챙기세요.
나가서도 종종 연락하자고요."
"그럼요.
그런데 사범님은 어떻게 할건가요.
제가 보기에도 연희 사범님도 갈등하는 것 같은 데요."
"그렇긴 하지만,...좀 더
지켜볼래요."
그렇게 해서 교산은 이틀 후 바로 단선원을 나갔고
연희도 초조한 마음의 갈등 속에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었다.
교산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전단사 카페에 접속하고 싶어졌다.
전단사의 내용을 보면서 점점 단선원에 대한 실체를 명확히 인식해 갔다.
때로 매너 없고 무분별한 폭로성과 비난의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글 한 줄 한 줄에서 울분과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단선원 측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욕설까지 오가기도 했다.
교산은 카페에 푹 빠져서 글도 제법 올렸다.
그리고 채팅도 자주 하곤 했다.
교산은 스스로 정리를 해보았다.
교산이 정리하기에 카페에서의 주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단선원 센터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었다.
회원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너무 돈만 밝힌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기돈성 원장의 비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노동력 착취, 성 문제, 아들 병역문제, 외화 밀반출 및 탈세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교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어느 전단사가 스승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
58. 스승님께 보내는 편지
며칠 전 기부문화에 대한 내용을 TV에서 본적이 있었다.
우리와 다른 외국의 일반화된 기부문화를 보여주는 유익한 프로였다.
기업가 중에서 유일한 선생의 일화를 보여주었는데 감동적이었다.
생전에 선생은 정치자금이나 어떠한 뇌물도 허락지 않고
정직한 기업가로서 활동하였는데
이를 못 마땅히 여긴 일부 정치인에 의해 세무조사를 당하게 된다.
그 당시 세무조사를 했던 담당세무관의 증언에 의하면
20일간 회계장부를 뒤져도 책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깨끗한 회사경영을 보고 모두들 놀랬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유언에
손녀의 학자금 얼마를 빼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리고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면서
모든 친, 인척들을 해직하게 해
전문경영인이 맘껏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게 터를 마련해주고 떠나셨다.
생전에 선생은 어떠한 정치인과도 결탁하지 않았으며
사욕을 위해 회사를 꾸리지도 않으셨다.
참으로 사람답게 사신 분이다.
나는 그 프로를 보고 사람은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참으로 대인(大人)이시라는 생각을 했다.
순간 작은 일에 마음 상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보며 부끄러웠다.
이 게시판에 보면 단선원과 스승님에 대한 비판이 많다.
예전에 스승님께서 유일한 선생의 일대기를 강천해 주신 적이 있다.
그때도 감동적이었다.
기업가 중에서 홍익정신을 실천한 의식이 높은 분이었다고 하셨다.
그러나 단선원을 보면 스승님이 말씀 하셨던 말과는 사뭇 다르다.
세도나 삼지 명상센터는 사모님이 운영하고 있고,
출판사도 사모님이 연관되어 있다.
삼지건설도 스승님 동생이 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에 문제가 있어도 분명 사범들은 스승님 눈치를 볼 것이다.
스승님의 동생이니 맘에 안 들어도 맘놓고 지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승님은 그것을 모르시는 걸까?
지금 이 게시판에 그러한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깨끗한 운영을 하고 있더라도
단선원과 계열사가 스승님 친인척이 관련되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또 손가락질 할 것이다.
대기업에서 친인척들을 중요자리에 앉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단선원은 인류평화, 국가에 기여하는 조직인가?
내가 아는 단선원도 가능하면 세금을 적게 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여느 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리고는 떳떳하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같은 회사가 왜 세금을 내야하는가?
정부에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우리의 기업정신은 홍익정신인데.
우리는 국조이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인데 하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이기적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받은 그 많은 기부금과 수련비로
도대체 얼마나 인류평화에 공헌했단 말인가?
그 돈으로 기껏 한 것이 뭔가?
세도나 명상센터 매입, 세도나에 평화공원 매입, 성지
매입,
연수원 땅 매입, 대학교 건립, 국단원 건립, 삼성동 사옥 건물 매입 등등
더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다.
결국 여느 대기업이나 마찬가지로 부동산투자나 열심히 한 셈이다.
마치 땅따먹기 하듯이.
스승님은 땅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홍익정신을 알아서
의식이 높아지고 생활이 풍요로워 졌는가?
단선원은 인류평화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늘리기 위해
여기저기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을 벌였다.
오직 기업의 양적 팽창을 위해 애를 썼다.
인류평화, 비전이라는 이름 아래 이 모든 것을 정당화시켰다.
이 비전이라는 것은
사람을 돌아버리게 하는 뭔가 마약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아직 내 가슴에 비전이라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결과적으로 단선원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발전을 했지만
현재 센터 사범들의 상태는 너무나 열악하다.
끊임없는 중앙의 압박에 돈벌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돈과 연관되어 있으니
돈을 못 버는 지도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은 회원들에게 강제로 권하게 될 수밖에 없고
지도자는 돈버는 궁리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단선원에 등을 돌렸다.
이런 시스템을 고치려고
몇 번이나 내실경영을 외치며 변화를 꾀하기도 했지만
웬일인지 중앙은 더욱 돈벌이에 집착했다.
그 이유는 아마
스승님의 끊임없는 재물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단선원은 스승님의 뜻에 의해 움직이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스승님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라 지도자들은 믿는다.
단선원의 이념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단선원은 생산적인 단계로만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선 사범들이 얼마나 중앙과 스승님 눈치를 많이 보는지 모른다.
마음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언로가 막혀있는 그런 곳에서
어떻게 창조적이며 평화적일 수 있겠는가?
오히려 단선원은 수련의 질과는 무관하게
오직 돈만 벌기 위해 중앙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비전을 위해서는 테러도 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단선원 관계자는
이 글을 보고 무척 기분이 상할 것이고
스승님도 맘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단선원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 것이다.
글 솜씨가 짧아 이렇게
밖에 쓰지 못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난 온 세월을 더듬으며
하나씩 하나씩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카페로 인해 단선원이 개혁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는
나보다 일선에 있는 단선원 관계자 분들, 스승님이 잘 아실 것이다.
스승님!!!
지도자들에게 자유를 주세요.
더 이상 지도자들이 스승님 눈치만 살피며
스승님이 주는 떡이나 받아먹는 어린애로 살지 말게 해주세요.
너무 사사건건 간섭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 뜻대로 안 하는 제자가 있더라도
미워하지 마시고 너그럽게 포용해주세요.
당신이 예전에 스승보다 더 나은 제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하셨듯이
누구나 존경하는 제자를 옆에 있게 해 주세요.
스승님보다 인기가 많은 제자라도
멀리 하지 마시고 가까이 해주세요.
그러면 스승님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존경할 겁니다.
스승님 옆에는
악착같이 돈 잘 벌고 스승님께 아부 잘하는 제자만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돈만 잘 버는 제자,
스승님만 교주처럼 떠받드는 제자만 좋아하지 마시고
실적을 잘 올리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해나가는 제자들?鍍?관심을
주세요.
그리고 비전이 좀 늦어지더라도
지도자들 정당히 일한 대가를 지불해주셔서
급여를 일반기업체의 80%까지 만이라도 올려주세요.
그리고 복지 대출 해줄 때도 무이자로 빌려주십시오.
빠듯한 월급에 5% 이자내기도 힘겹습니다.
-전직단선원사범-
-------------------------------------------------------------------------------
59. 내부자와의 채팅
교산은 이 편지를 읽으며
가슴이 횡해 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교산 앞으로 채팅 신청이 들어 왔다.
상대방 닉네임은 푸른하늘 이었다.
교산의 닉네임은 달인.
"푸른하늘 : 요즘 글을 많이
올리시더라구요."
"달인 : 네. 그냥 속상해서
끌쩍끌쩍 하는 거죠.
"푸른하늘 : 전단사(전직단선원사범)인가요?"
"달인 : 아니요. 그냥 그
내부에 좀 있었습니다."
"푸른하늘 : 네, 저는 전단사입니다."
"달인 : 그렇군요."
"푸른하늘 : 요즘 외국 박사
데려다가 코엑스에서 하는 거 아세요?"
"달인 : 네. 신문에서 봤어요."
"푸른하늘 : 그거 다 돈주고
사 오는 겁니다.
제가 사실 그 연구원에 있었거든요. 늘
그렇게 해왔죠.
"달인 : 근데 연구원에는 얼마나 있었나요?"
"푸른하늘 : 2년 정도요.
"달인 : 연구원은 뭐하는 곳이에요?
홈페이지 들어가 봐도
별로 활동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데요!"
"푸른하늘 : 사실 이름만
연구원이지
박사 하나에 어린 사범들 몇 명 있어요.
연구 데이터도 거의 없어요."
"달인 : 그래요? 제가 알기에
국가에서 지원금도 받은 것으로 아는 데요?"
"푸른하늘 : 그렇기는 하죠.
그 돈이 상당 부분 기돈성한테 흘러 들어갑니다.
이거 정부와 정치인들은 뭐 하는지--"
"달인 : 국민이 낸 세금을 그런 식으로 쓰다니."
"푸른하늘 : 누가 아니래요. 이건 국정감사 감입니다.
이건 며칠 전에 들은 얘긴데
거기 있던 박사가 그걸 알고
그만두고 나왔다고 하는군요."
"달인 : 정말 한심스럽군요. 그런데
연구원에만 있었나요?"
"푸른하늘 : 아니요. 단선원 센터에도 있었어요."
"달인 : 센터에서도 피해를 보는 회원들이 많지요?"
"푸른하늘 : 많지요. 실제로도 저의 언니가 많은 피해를 보았어요."
"달인 : 그게 무슨 말이세요?"
"푸른하늘 : 제가 사범 되고
비전 달성한다고 언니를 수련시켰어요.
그게 잘못된 길이었어요.
언니가 수련했던 센터의 원장이
계속 이 수련 저 수련 시키면서 돈을 쓰게 했던 겁니다.
명예사범도 하라고 그랬나 봐요.
귀가 얇은 언니는 형부 몰래 계속 돈을 물 쓰듯 써서
결국 나중에 형부에게 들통이 나고 말았어요.
저는 속상해서 언니가 있는 센터의 원장을 찾아가서 사정을 했어요.
비전도 좋지만 가정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고요."
"달인 : 그랬더니 뭐라고 하던가요?"
"푸른하늘 : 지금 스승님은
잠도 못 주무시고 저렇게 일하는데 돈을 벌어야 한다.
돈 있는 사람 돈 좀 가져다 쓰자는 데
그 정도는 네가 언니에게 말해라.
이렇게 되레 저를 질책하는 거예요."
"달인 : 안타깝군요. 언니는
그 후 어떻게 되었나요?"
"푸른하늘 : 언니가 단선원
사범 하겠다고 난리였나 봐요.
형부는 그런 언니가 갑자기 이상해 졌다며 저를 나무랐어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가는 상황에 저도 충격을 받았어요."
"달인 : 그래서 어떻게--"
"푸른하늘 : 결국 언니는
형부에게 이혼 당하고 가정은 깨졌죠.
다 제 잘못이에요.
저도 그 후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단선원을 나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카페 검색을 하다 여기를 알게 되었고요."
"달인 : 정말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님이 하루빨리 상처를 회복하기를 바랄게요."
"푸른하늘 : 얼마 전에 또
제가 놀란 사실이 있어요.
고등학교 홍익교재라고 하면서
기돈성 이름으로 버젓이 책이 나와 있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검증 안 된 사람을 고등학생들 책에..한심한 거죠."
"달인 : 그래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한심한 겁니다."
"푸른하늘 : 그 사람 이름으로
된 책 중에서 본인이 쓴 것은 하나도 없어요.
예전 <지구 단학인>이란 책도 차주환씨라는 사람이 쓴 건데
나중에 가족들이 찾아가 인세라도 달라고 하니까
기돈성 원장이 협박하고 욕하면서 쫒아냈다고 하더군요.
그는 늘 그렇게 사는 사람이죠."
"달인 : 하여튼 별종 인간이군요."
"푸른하늘 : 여기 카페에서
사람들이 진실을 많이 가지고 갔으면 해요."
"달인 : 그렇게 될 겁니다. 건강하세요."
"푸른하늘 : 님도요. 그럼"
교산은 너무도 어이가 없는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선원에서 벌어지는 일이
단순히 몇몇 개인 차원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교산의 가슴속에 있는 정의감에 불을 질렀다.
교산은 내용들을 좀더 보다가 문득 창욱을 떠올렸다.
기돈성 원장 강연회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던
고등학교 동창 창욱이 불현듯 스쳐지나간 것이었다.
그 후 한번 만나야지 하면서 연락을 못했었다.
교산은 창욱의 명함을 찾아 전화를 했다.
-------------------------------------------------------------------------------
60. 사이버 전쟁
창욱은 신문사로 들어가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창욱은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런데 전단사 운영자가 보낸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가처분에 대한 내용이었다.
‘가처분"
창욱은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단선원과 전단사의 사이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운영자가 보내온 메일 내용은 이러했다.
먼저 전단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신
모든 회원님께 감사 드립니다.
운영진 메일로
아래와 같은 통보가 Daum 고객 센터로부터 왔습니다.
주인장으로서 이런 통보를 받은 것이 진심으로 유감스럽습니다.
회원 보호를 위하여
문제가 제기된 "자유발언대" 게시
글에 대하여
회원님들의 자발적 참여를 호소 드립니다.
자유발언대 게시글 중 문제가 된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544 529 464 438 380 376 329 322 659 679 685
658 652
이 글을 올리신 회원님께서는 삭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5일 밤 11시까지 삭제 부탁드리며
이후에는 회원 보호를 위하여
운영진에서 임의로 삭제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밤이 늦어서
어떤 사유로 가처분 신청이 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날 밝는 대로 확인하고 후속조치를 검토하겠습니다.
필요에 따라 변호사 선임 등 제반 조치를 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회원님들의 협조 부탁드립니다.
회원님 편안한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창욱은 가처분된 내용들을 카피하고 프린트했다.
대부분 기돈성 원장의 사생활과 비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특히 단군 무당, 아들 병역비리, 여제자 성폭행 등에 집중되어졌다.
Daum에서 전단사 운영자로 보내온 메일의 내용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Daum 권리침해 신고센터입니다.
회원님께서 가입하신 카페의 게시 글에 대하여
사이버 가처분 신청서가 접수되었습니다.
카페의 게시물 등으로 인해 권리의 침해를 받았음을 주장하시는 분은
게시글 작성자(또는 카페 운영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Daum에 대하여, 게시글 삭제(또는 폐쇄)요청을 하였습니다.
게시글 작성자(또는 카페의 운영진)께서는
2004 년 7 월 15 일까지 문제가 되는 게시 글 수정
또는 삭제하여
당사자간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
카페회원, 카페운영진과 고소인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호간의 분쟁이 합리적이고도 원만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형사상의 고소 접수된 사항에 대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즉, 검찰의 기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리 침해를 이유로 삭제 요청된 게시글 에 대해
임시 접근 금지 조치(사이버 가처분)를 시행하고자
합니다.
사이버 가처분이란
분쟁 상태를 야기한 게시 글을 임시로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계속되는 침해 우려 상태를 제거하고
당사자간의 대립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조치이며
만약 운영진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처분이 내려질 경우
해당 카페의 주인 또는 운영자의 신청에 따라
임시 접근 금지된 게시 글 또는 카페는 다시 복구됩니다.
● 카페 이름 : 전단사(전직단선원사범모임)
(cafe.Daum.net/upgradesun)
● 신청인 요청사항 : 카페전체 사이버가처분
● 가처분 시행사항 : 자유발언대 특정 게시글 사이버가처분
544 529 464 438 380
376 329 322 .........
● 가처분 예정일 : 통보메일
발송 2일 뒤.
● 가처분 시행일 : 2004년 5월 15일
보다 자세한 확인을 원하실 경우 02)56008-3524
lawmaster@Daummail.net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가처분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카페는 더욱 많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처분이 웬 말이냐,
드디어 단선원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거 아니냐,
가처분 당한 회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에서부터
성명서를 내야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올라왔다.
한편으론 이러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도 퍼져 나갔다.
그런데 카페가 가처분 소동이 일어나기 얼마 전부터
회원들에게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대암장이었다.
대암장은 단선원에 있다가
기돈성 원장과의 인연을 끊고 독립해서 나간 사람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대암장이 단선원을 나간 것은 두 가지로 해석되었다.
첫째,
중해장과의 권력다툼에서 밀렸고,
둘째,
기돈성 원장이 아들에게 모든 권력을 세습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 이유야 어떻든
중해장은 대암장을 전단사 카페를 만든 장본인이고 수괴라고 지목하면서
그를 은밀히 떠보려고 거래를 제시했다고 한다.
"전단사 계열사 유아답(YOUA-DAP) 의 모든 수익을 넘겨 줄 테니
전단사를 폐쇄하라"
그러나 대암장은 자기는 전단사를 만들지도 않았다고 했고
더 이상 단선원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 거래는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으나
카페의 회원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가처분이 들어왔다.
문제는 여기서만 끝나지 않았다.
-------------------------------------------------------------------------------
61. 야구 방망이 테러
기돈성 원장이 관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수행사범이 기돈성 원장에게 중해장이 들어 왔다고 알려 주었다.
기돈성의 부름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와 바로 관사로 달려 온 것이다.
한 달 후에 한국에서 있을 국단원 개원식을 비롯
여러 가지 중요한 보고가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에 중해장이 피곤한 얼굴을 하며 나타났다.
기돈성 원장은 닭발을 쩝쩝거리며 뜯고 있었다.
식탁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들이 기름진 것들이었다.
중해장은 스승의 식사습관이 걱정되었는지 한마디 했다.
"스승님. 너무 육류만 드시는
것 아닙니까.
혈압도 있으신데."
기돈성 원장은 계속 이것저것 입으로 음식을 가져갔다.
"괜찮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지 언제 이렇게 먹겠니."
"스승님. 요즘도 혈압 약
드시고 계시죠."
"그래, 먹고 있다.
근데 그거 안 먹을 수 없냐?
내가 명색이 명예 한의학 박사인데
혈압 약 먹는 거 남들이 알면 망신스럽지 않니?"
"그래도 드셔야 합니다.
그리고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여름을 잘 나야 합니다.
되도록 기름진 음식 피하시고요.
잘못하다간 지난 겨울처럼 입이 돌아가면 어떻게 하시려구요."
"그때 일은 말도 꺼내지 마라.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자, 이제 다 먹었으니 가서 차나 한잔 마시자."
기돈성 원장과 중해는 자리를 옮겨 거실로 나왔다.
거실의 거대한 멀티비젼에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얼마 후에 시중사범이 차를 내왔고
기돈성 원장은 눈을 감고 계속 음악을 듣는데 열중했다.
"저 여자 나나무스쿠리 맞지?"
"예, 맞습니다."
"구름 흘러가듯, 강물 흘러가듯
거부하지 않고 달려온 시간은 막바지 빛으로 잔치를 벌인다.
이파리 하나에서 황금빛 은화를 물들이고 ....
야 가사 좋다. 나 영어 실력도 이만 하면 괜찮아 졌지."
기돈성 원장은 뽐내듯이 말하며 노래 가사에 흠뻑 젖어 들어갔다.
"얘야. 가사 좋다.
저 노래 가사 찾아서 다음 강천에 써먹을 수 있도록 잘 정리해봐."
"예 스승님."
옆에 있던 수행사범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기돈성 원장의 특기 중의 하나가
좋은 것을 자기가 한 것으로 잘 포장하는 데 있었다.
노래 가사를 듣다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내용이 있으면
강천에 적절하게 써먹어 왔다.
"자, 이제 얘기를 들어 볼까."
기돈성 원장은 다리를 꼬며 중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예. 일단 국단원 개원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2주 후에 스승님이 한국에 들어가시면 마무리 될 것입니다.
국내외 초청인사도 참석한다고 거의 수락했습니다.
단선원의 이미지 사업인 만큼 저명인사들을 최대한 끌어들이겠습니다.
그런데 울시 박사는 어떻게 연락을 해보셨나요?"
"아무래도 힘들겠어.
이젠 나를 완전히 사이비 교주로 보고 있다고 하는 데 뭐.
지 까짓게 그렇게 해봐야 지만 손해지.
나도 관심 끊기로 했어."
"스승님, 그래도 관계를 지속해
나가시는 게 보기에도 좋습니다.
존 홉슨 박사나 일본의 시나이 박사도
처음과 다르게 갈수록 스승님을 안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그 사람들과 자꾸 척을 지시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벌써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요."
"아니, 그 인간들 아니라도
얼마든지 사람은 있어.
돈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돈 싫어하는 놈 봤어?
그 얘기 그만 하고, 저기 뭐냐 카페 얘기나 해봐."
"예. 말씀드리기가 거북합니다만....
지금 스승님에 대한 온갖 얘기가 카페를 도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스승님의 아들 병역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민족정신지도자가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낸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 시민권 문제도 거기에 부합해서 얘깃거리가 되고 있고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스승님의 성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옹장이 스승님의 애를 가졌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인터넷을 지키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어.
오염된 인터넷을 정화하라고 말이야.
그동안 뭐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거 만든 놈은 알아냈어?"
"제가 생각하기로는 대암장이 수괴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 확실합니다."
"그런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안되겠어. 돈을 써서라도 카페 폐쇄해 봐."
"그게... 어느 정도까지는
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하도 귀와 눈이 많아서 어렵습니다."
"아따, 이놈을.
야. 동천이 불러들여."
동천은 기돈성 원장의 운전수다.
작년에 동천이 개인적으로 진 2000여
만 원의 빚을 기돈성이 갚아주면서
철저한 충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범이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안되겠어. 한번 손을 봐야겠다."
"스승님,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불과 4-5년 점 김하진이 얘기 때와는 다릅니다.
좀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고 결정하시지요."
"아니야.
한번 손을 봐 놔야지 나머지 놈들도 겁을 먹고 꿈쩍 못하지.
동천이 들어오면 네가 알아서 해."
이렇게 말하고 기돈성 원장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곧 김동천이 들어와 중해장 앞에 서서 인사를 했다.
"부르셨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내일 당장 서울로 가서 대암장을 찾아가.
서울 본사와는 연락을 해둘 테니까.
그래서 가볍게 손만 봐.
그 뒤 조치는 내가 다 알아서 해 줄 테니까 말이야.
사무실로 쳐들어가서 그냥 한대 내려쳐.
너무 심하게 하지말고 겁주는 정도로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이렇게 해서 동천은 다음날 바로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동천은 대암장을 어떻게 손봐줄지 고민을 했다.
동천은 신문을 보면서
자기 딴에는 스승에 대한 충성을 보일 때가 왔다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때 신문에 박찬호 기사가 눈에 들어 왔다.
그때 동천의 뇌 속에 빠르게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그래, 야구 방망이다."
동천이 서울에 도착해서 바로 단선원 운영본부로 갔다.
사전에 연락된 대로
대암장의 회사 위치를 파악한 다음
백화점에 가서 좋은 야구 방망이를 하나 샀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야구방망이를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대암장이 있다는 사무실로 향했다.
동천이 대암장이 있는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생각보다 직원들의 숫자가 많았다.
어림잡아도 10명은 넘었다.
동천의 눈에 저 앞쪽에 대암장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그런데 대암장은 직원과 얘기 나누느라고 동천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얼른 야구 방방이를 꺼내들고 대암장에게 달려들었다.
바로 그 때 어느 직원이 놀라서 꽥 소리를 질렀고
그제서야 대암장이 고개를 들어 가까이에 온 동천의 눈과 마주쳤다.
그때는 이미 야구 방망이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다.
대암장이 놀라 옆으로 피하는 순간, 야구
방망이는 어깨를 내리쳤다.
대암장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동천을 붙잡았다.
그리고 동천은 바로 송파경찰서로 넘겨졌다.
그런데 경찰서로 넘겨진 동천은 하루만에 풀려나게 된다.
대암장이 그가 전과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용서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동천은 얼마 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그러나 카페에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연일 성토가 이어졌고
특히 숙적 관계에 있었던 기독교계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
-------------------------------------------------------------------------------
62. 카페 자진 폐쇄
야구 방망이 테러가 있고 나서 하루만에
전단사 회원들 앞으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메일의 내용은 전단사 카페를 폐쇄한다는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전단사 카페 주인장 hansis입니다.
그동안 전단사 카페에 동참하신 많은 분들께 유감의 글을 올립니다.
전단사 카페는 전직 단선원 사범들의 모임으로서
퇴직한 단선원 지도자의 재활, 일자리, 사회적응을
위한
친목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사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카페 사이버 가처분으로 나타나는 고소 고발로 인하여
카페의 회원에 대한 위협은 물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페 운영진에 대한 모든 정보가 모두 노출되었습니다.
운영진은 책임을 통감하며 카페의 폐쇄를 결정하였습니다.
많은 회원 분들께서 피눈물을 흘리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물론 모든 운영진이 착잡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이곳을 통하여 많은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못하고 가슴에 피맺힌 한을 뒤로 하며
어쩔 수 없이 카페를 폐쇄하겠습니다.
전단사 카페의 폐쇄는
3일 뒤인 8월 5일 밤 12시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글을 올리신 분은 자신의 글을 삭제하시고
탈퇴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폐쇄 시한 후에도 남아 있는 글과 회원들은
운영진에서 임의로 삭제하겠습니다.
그동안 자유발언대만 열어 놓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성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전단사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제 카페의 문은 닫혀도
회원님들의 마음과 뜻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리며 안녕히 계십시오.
주인장 hansis 올림.
카페가 폐쇄된다는 주인장의 공지에
회원들은 자유발언대에 하나둘씩 글을 올렸다.
다들 화가 나면서도 심한 내용의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아쉽다는 글,
정말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글,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글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와중에 테러에 대한 얘기며,
10억 기금 조성이 기만이라는 내용들이 간간이 올라오는 정도였다.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영진의 정보들이 어떻게 해서 새나갔는지가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렇게 카페가 자진 폐쇄함에 따라
단선원 측으로서는 소송까지 가는 수고를 덜었다.
이 와중에 기돈성 원장이 다시 한국에 들어왔고
영동 천하원에서 기돈성 원장과 사범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기돈성 원장이 말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그래도 우리는 간다."
-------------------------------------------------------------------------------
63. 살아난 카페
그러나 몽둥이가 모든 것을 끝내주었다고 생각한지 며칠 안 되어
인터넷은 또다시 달아오르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기존 전단사 카페에 대체되는 카페가 두 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나를 넘어뜨렸더니 두 개가 일어선 격이었다.
"new전단사" 카페와 "단선원 바로보기"(단바보) 카페였다.
새롭게 만들어진 카페들도
회원수가 빠르게 증가했고
또다시 단선원의 문제와 기돈성에 대한 비리를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카페 분위기는
하나의 논쟁으로 새로운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그 논쟁이란 새롭게 만들어진 전단사 카페가
전직 단선원 사범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서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부터였다.
기독교가 전단사 카페를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타당한 근거로
카페지기의 닉네임이 솔로몬이라는데 있었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자
얼마 후 카페지기의 닉네임이
솔로몬에서 다시 hansis로
바뀌었다.
그 후로도 그 논쟁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카페 회원들의 수는 빠르게 증가해 갔다.
단선원도 카페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보를 캐내는데 에너지를 쏟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페 회원들은
언론사에 지속적으로 제보하자는 의견,
시민단체와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
성명서를 내야 한다는 의견 등
많은 이슈들을 제기했다.
카페에서는 신문에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했다.
한편으론
전단사의 권익 보호를 부각시키며
노동력 착취, 여제자들의
성적 노리개를 이슈로 삼고
시민단체와의 연결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기독교도 여기에 편승해서 기돈성 원장을 집중 공격해 들어갔다.
특히 단군상이 종교성이 짙다는 법원의
2심 판결이 나면서
기독교의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다만 예전처럼 단군상 목을 자르는 과격한 대응으로
광신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이번만큼은 전단사 카페 분위기를 타고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카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단선원의 법무팀장이 바뀌었다.
도수장에서 김홍섭으로 전격 교체된 것이었다.
중해장이 그만큼 초조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도수장의 나이로 봐서
이제 법무팀장의 자리에서 물러 날 때가 되기는 했지만
중해장은 전부터 도수장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을 좀더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김홍섭은 사회에 있을 당시 법무사로 활동했던 사람이었다.
또한 사범이 된지 얼마 안 되었기에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하늘을 찌른다.
또 상당히 다혈질인 성격이긴 했지만
잘 이용하면 도수장 보다는 훨씬 일을 잘 풀어나갈 것 같았다.
-------------------------------------------------------------------------------
64. 검찰에 나타난 고희선
이즈음 인터넷 신문고에 <대통령님께 올리는 탄원서>가 접수되었는데
단선원 설립자 기돈성 원장의 비리 사실에 관한 것이었다.
초점은 대체로 노동력 착취, 성폭행, 탈세 및 외화반출 등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은 그 탄원서를 검토해서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탄원서를 올린 고희선씨를 직접 불러 진상 조사에 나섰는데
오늘 그 고희선이 검찰에 나오는 날이다.
사건을 맡은 이계장은 탄원서를 꺼내 놓고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그 때 두 명의 여자가 나타났다.
한 여자는 한쪽 다리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마흔이 된 나이에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또 다른 여자가 이계장 앞으로 휠체어를 밀고 왔다.
휠체어에 탄 여인이 말했다.
"제가 고희선입니다. 그리고
이 분은 김수진입니다."
이계장은 다소 놀란 얼굴로 물었다.
"우선 진정서를 올린 사유를 말씀해 주시지요."
"단선원은 기돈성 공화국입니다.
스승과 조직을 위해서 사범들은 하나의 희생양이고 소모품이죠.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가족을 등지고
기돈성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돈성씨는 단군과 민족을 앞세워
제자들을 노예 부리듯이 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노동력은 착취당하고
여제자들은 성적으로 농락당하고,
개인의 치부를 위해 탈세와 외화반출을 교묘히 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기돈성씨의 제자로 있다가 나온 많은 젊은이들이
젊은 날 고생한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병들거나, 사회에 부적응자로 혹은 정신병원에 가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기돈성씨는 계속 외면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고 싶어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단선원이란 곳이 수련단체로 알고 있는데
전국에 몇 개나 되죠? 근처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전국에 270여개 센터가
있고
회원들은 한 10만 명 정도 될 것입니다.
일반 대기업과 관공서에서도 수련지도를 하고 있어요."
"기돈성씨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미국 세도나에서 생활하면서 1년에 2-3차례 한국에 들어옵니다.
가족들도 모두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고
두 아들은 병역을 고의로 회피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민족정신 지도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아들들은 군대에 안 보낸 것이죠."
"단선원에는 얼마나 있었나요"
"8년 3개월 있었습니다. 김수진씨는 7년 정도구요."
"기돈성씨의 비서로는 얼마나 있었나요?"
"5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요?"
"아니요. 미국입니다."
"기돈성에게 성폭행 당하고 성적 노리개로 전락했다고 했는데
언제 그런 거죠?"
"제가 5년 전 미국 세도나
관사로 간 다음부터였습니다.
비서로 있으면서 줄곧 그랬으니까요.
거기 있는 대부분의 여자 사범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피해자들이 가만히 있죠?"
"그게... 말하기 힘든 거기만의
요소가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특별한 관계 속에서
의식적인 행위로 진행되죠.
그것이 사이비 종교의 전형적인 문제점이잖아요."
"그렇다면 성폭행이 아니라
서로가 좋아서 그랬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희선은 다소 검찰의 진술 방식에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도 엄청난 결심을 하고 나온 것인데
검찰은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였다.
아직도 눈물만 흘리시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나질 않았다.
희선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옆에 같이 온 여자가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진술을 계속했다.
"직접적인 강간이 아니더라도
많은 여제자들이 은혜라는 이름 하에 그런 일이 저질러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사회의 지탄을 받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검찰에 직접 고소하지 않고 청와대를 통해 진정서를 넣었죠?"
"보복 때문에 그랬습니다.
기돈성씨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가 만일 개인적으로 고소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했을 겁니다.
또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온갖 방법으로 방해했을 겁니다.
여기 검찰에도 단선원의 손이 닿아 있어요.
그는 무서운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도 야구방망이 테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기돈성씨의 운전사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전직사범 하나가 맞았지요.
누구든 까불면 이렇게 된다고 겁을 준 것이지요.
거기는 맹신으로 뭉쳐진 곳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탄원서 제출한 것을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죠?"
"네. 수사가 확대되기 전까지는
절대 비밀을 지켜 드립니다."
이계장은 고희선의 진술을 정리하면서 다시 물었다.
"단선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슨 일 하셨나요?"
"치과의사였습니다."
"아니, 사회적으로도 배울
만큼 배우고 알만한 분이 어떻게....."
"저도 모르겠어요.
다시 돌릴 수만 있다면 처음으로 돌리고 싶어요."
"다리는 언제 그렇게 되셨는지...."
"네. 3년 전에 자궁암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암세포가 전이되는 바람에
다리 하나를 절단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이게 다 기돈성의 성적 욕심이 나은 결과입니다."
이계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희선도 고개를 떨어뜨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 앉아 있는 여자가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해서 일단 오전 진술이 끝났다.
오후에는 희선이 별도의 사무실로 들어가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 약 2시간
가량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얼마 후 검사가 이계장과 고희선을 불렀다.
"탄원서와 조서를 검토해 보았고
아까 따로 성폭행에 대해 진술하실 때도 지켜보았습니다.
일단 이렇게 하지요.
성폭행 부분은...폭행이라는 부분이 좀 미약합니다.
기돈성씨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요.
그래서 다른 피해자들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금횡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고,
불강도원의 천도재 문제에 대한 자료도 더 필요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해서 처리하도록 하죠.
이계장님 이렇게 진행하세요."
이계장은 희선에게 정리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검사님 말씀대로 성폭행에 대한 다른 피해자들 하고요,
공금횡령과 천도재에 대한 단서가 될만한 자료를 좀 주세요.
우리도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수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늦었으니까 다음주 월요일에 나오실 수 있나요?"
"이계장님,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요,
우리는 어렵게 결정해서 온 겁니다.
저야 이미 이런 몸이 된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전직 사범들은 많이들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몇몇 사범들은 이미 협박을 당했고요,
테러의 위협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요.
우리들 비밀과 신분 보장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들이 우리가 여기 온 걸 알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예. 최선을 다하겠지만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피의자가 소환되게 되면
그때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전까지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법정에 세울 수만 있다면야.
그때 제가 드러나는 것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 전이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월요일 날 뵙지요."
-------------------------------------------------------------------------------
65. 동조자를 찾아서
희선과 수진은 검찰청에 갔다 온 후에
은밀히 전직단선원사범들을 찾아다니며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사범들을 통해
기돈성 원장을 기소할 수 있는 증거가 될만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특히 기돈성 원장의 도덕성과 기반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성폭행 피해자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런 노력으로 어렵게 연락이 닿은 사범들이 있었지만
다들 주저하거나 외면하고 말았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태에 있어서,
보복이 두려워서,
가정을 꾸리고 있어서 어렵다는 대답들이었다.
희선과 수진은 낙담을 하면서도
기돈성 원장을 수행했던 방연주 사범이 있는 곳을 어렵게 알아냈다.
방연주는 희선이 기돈성 원장 비서로 있을 때
3개월 정도 관사로 왔다가 센터로 나간 사범이었다.
희선은 그녀라면 증언을 해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대구까지 내려갔다.
"연주야."
희선은 연주를 보자마자 이름을 크게 불렀다.
"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연주는 한쪽 다리 없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희선을 보는 순간
너무도 놀란 모습을 했다.
연주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희선 언니가 암에 걸렸다는 얘기는 들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은 --"
연주는 희선의 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입을 다물고 있지 못했다.
그런 연주의 손을 잡으면서 희선이 얘기했다.
"연주야, 이제 너도 지난
세월을 보상받아야 하지 않니?
여자로서 받았던 슬픔과 아픔에 대한 보상 말이야.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단선원에 있으면서 빚만 지고
퇴직 할 때는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나왔어요.
나와서 얼마동안은 정신적인 방황이 심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믿었던 스승님은 진짜 무엇인지
이런저런 고민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정신을 차려 직장을 구하기도 했었지만
적응을 못하고 한 달만에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빚은 계속 늘어갔고요.
몸이 아팠지만 병원 갈 형편이 못돼 심하게 고생도 했고요.
그래도 지금은 겨우 아르바이트 조금씩 하면서 살고 있어요."
희선과 수진은 연주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이 되었다.
"연주 사범님, 우리 같이
검찰에 가서 고소하자구요.
더 이상 피해 보는 여자들을 막아야 하잖아요."
연주는 고소라는 말에 경기를 하듯이 몸을 떨었다.
"언니,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둘째치고, 전 무서워요.
스승님이 무서워요.
스승님이 어떻게 나올지 뻔한데...난 자신 없어요.
그리고 이것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고 아니잖아요.
전 지금 먹고 살기도
버거워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렇게 괴로워하며 원통함을 가지고 살 건데?"
"이젠 그런 것도 그냥 다 잊을래요."
희선과 수진은 실망이 컸다.
그렇다고 연주를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
66. 첫 만남
희선은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자신의 성치 않은 몸을 바라보았다.
다리가 잘려 나가는 순간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희선은 이미 세상의 모든 미움과 증오를 다 놓았었다.
수없이 흘린 눈물을 통해 희선은 인생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러면서 기돈성 원장도 용서를 했다.
그런데 수진이 찾아와서
그것이 진정한 용기는 아니라고 하면서 설득을 했다.
희선은 많은 고민 끝에 새로운 용기를 가졌고
그래서 탄원서를 올리게 된 것이었다.
희선은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단서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다 문득 이제는 창욱에게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진아, 임창욱 기자님 한번
만나야겠다. 연락 좀 해봐."
수진은 휴게소에서 창욱에게 전화를 걸어
메일을 보냈던 H가 고희선이었다고
알려 주면서
내일 희선이 졸업한 서울대학교 광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놀란 창욱이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왔다.
고희선이 먼저 창욱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임기자님. 제가 고희선입니다."
휠체어 탄 희선의 모습에 창욱이 깜짝 놀랐다.
이 여인이 우리를 지켜보며 메일을 보냈던 H란 말인가?
세 사람은 시원한 그늘로 장소를 옮겼다.
희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 검찰에서도 기돈성 원장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창욱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일체 검찰에서 진술하고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일단 성명서를 일간 신문에 내자는 의견들이 많아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만간 집단 소송도 준비할 거구요.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는 뜻을 더 모아서 결정할 겁니다.
아무리 무서울 것 없다는 기돈성 원장이지만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측근의 배신이고
둘째는 나간 제자들의 집단 소송일 겁니다."
창욱은 그동안 정말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왜 조성호 선배와 제게 제보하셨죠?"
"제가 수진이와 함께 탄원서를 내기로 준비하던 중에
김하진 시인을 찾아갔었어요.
그리고 도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김하진씨는 우리의 딱한 사정을 알고 무언가 고민을 하시더니
두 분을 소개해 주시더군요.
그래서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던 겁니다."
-------------------------------------------------------------------------------
67. 구체적인 진술
희선과 수진은 여러 자료들을 수집해서 다시 검찰에 나갔다.
이계장이 물었다.
"성폭행 피해자들은 알아보았나요?"
"지금 제가 아는 여자 사범들을 찾아 접촉해 보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시간이 좀더 필요 할 것 같습니다."
"예.
아무래도 성폭행 부분은 나서기도 어렵고 입증하기도 쉽지 않죠.
그럼 공금횡령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구체적인 물증이 있습니까?"
희선은 통장 사본을 보여 주면서 말했다.
"직원들의 노동력 착취가 기본인데,
예를 들면 급여통장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겁니다.
월급 100만원 들어오면 거기서 50만원을 도로
입금시켜 주는 거지요.
이것이 저와 김수진,그리고 또 한사람의 통장 사본입니다."
"아니 자기 월급을 다시 돌려준다고요?"
"네. 그것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비자 프로젝트라고 해서
비자 만든다는 명분으로
50만원 받던 사범이 150만원씩 통장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나 본인은 50만원만 받는 셈이죠.
이렇게 해서 국내 사범으로 있다가 미국으로 간 경우
서류상으로 월급은 지급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본인은 받지 않았을 겁니다."
"그거 항의하는 사람은 없나요?"
"없다고 봐야합니다.
스승이 시키는 건데.
조직을 위해서 그만한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회계장부 상으로는 제대로 월급을 준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받은 돈은 다르지요."
"외화 반출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각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서 외화를 빼돌리는 거죠.
즉 계열사의 경리 담당이 한 달에 한번 중앙에 현금을 가져다줍니다.
그게 다 기돈성씨에게로 집중되고요."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돈을 직접 가져다 준 사람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잘 설득해서 검찰에 나와 달라고 부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명상여행을 통해 비자금을 해외로 반출합니다.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1만 달러를 공항에서 받고
미국에 도착하면 다시 건네주는 것이지요.
IMF 당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 졌어요.
명상여행을 갈 때
회원 1인당 1만 불 씩 지참하여 모았더니
700만 불이나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돈으로 명상센터를 구입한 것이지요.
최근에는 한국은행에 다니는 회원의 조언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반출해
미국에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2002년부터 장남인 기정훈에게
'비젼 코리아'라는 회사를 통해 세습을 진행 중이며
공식적인 자리에도 기정훈을 데리고 다닙니다.
단선원의 한국 내 모든 수련법의 로열티를
기돈성의 장남이 대표로 있는 비전 코리아로 지급하고 있죠.
여기 2003년 6월 3일 중앙경영위원회 회의록을 보시면 됩니다."
"혹시 본인도 명상여행 때 돈을 받은 적이 있나요?"
"저는 받은 적은 없지만 옆에 있는 김수진씨는 받은 적 있어요."
"얼마 받았죠?"
"정확히 확인은 안 해보았지만 8천에서 1만 달러였을 겁니다."
"이번엔 불강도원의 천도재 건인데요.
얼마짜리들이 있다고 했죠?"
"1천만 원과 3천만 원 그리고 1억 짜리 천도재가 있습니다.
요즘은 3천만 원짜리는 없어지고
1억 짜리 천도재 지내는 사람들이 밀려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계장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1억짜리라구요?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데요?"
"저 같은 경우 1천만 원
천도재를 지냈는데 3시간 20분 걸렸습니다."
"아니 그렇게 지내고 천만원 받아요?"
이계장은 다시 한번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이때 박검사가 희선에게 종이와 볼펜을 건네면서
단선원의 조직도를 한번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삼지 그룹의 회장은 기돈성이고요.
그 밑에 단선원 센터를 비롯 20여개가 넘는 계열사가 있습니다.
기업 경영식 회사인 유아답(YOUa-DAP),
학습지 회사 바얼교육,
기상품을 판매하는 천지산,
종교조직인 불강도원,
건설회사인 삼지건설,
선단건강센터,
그리고 민족대학원대학교 등이 있습니다.
비자금의 출처는 주로 삼지건설, 불강도원
그리고 민족대학원대학교를 통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박검사와 이계장은 고희선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
"그럼 비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인물은 누구입니까?"
"비서실장인 이규승입니다.
보통 중해장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그룹 부회장 김수근입니다.
그리고 단선원 대표이사 류수한입니다.
이 세 사람이 가장 핵심적인 인물입니다.”
"회계는 누가 맡고 있나요?"
"회계를 총괄하는 사람은 부회장 김수근이고요.
회계팀장 우정순이 실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우정순이 같은 경우
소환해서 강압적으로 하면 절대 입을 안 열겁니다.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거든요.
그러나 논리적으로 접근해 가면 꼼짝 못할 겁니다.
그리고 비자금을 보유하고 지출하는 사람은 이규승 입니다.
그 사람 사무실에 비밀금고가 있습니다.
저도 보았고요."
희선의 진술을 듣고 난 박검사가
대충 감을 잡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둥 하면서 말했다.
"단선원 측에서 낌새를 챈 것 같습니다."
아마 여기에도 단선원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신경 쓰지 마세요.
이번일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시고, 절대 비밀로 하세요."
희선과 수진은 다소 걱정이 되었다.
단선원이 검찰에 있는 그들의 루트를 활용해서 뭔가를 알아낸 모양이다.
"고희선씨
지금으로서는 명확한 단서 하나를 잡으면
바로 수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저희도 무턱대고 내사를 한다거나 소환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작은 단서 하나라도 손에 쥐고 있어야지
다른 것들도 엮어서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소환을 했다가
나중에 아무것도 아닌 일로 결말이 나면
저희 입장만 난처해지거든요."
희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단사를 통해 얻은 전체 단선원 사범 명단을 건넸다.
"여기 단선원 사범들의 전체 명단입니다."
거기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직급이 적혀 있었다.
정계장은 명단이 적힌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겨 갔다.
"단선원의 총 직원 수는 몇 명입니까"
"1,500여명 됩니다.
삼성동 본사 직원은 100여명이 조금 넘을 겁니다.
연구실, 국제여행팀, 언론팀, 교육 홍보팀, 총무팀이 서울에 있고
회계팀은 목천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열사로는
유아답, 단선원상사, 삼지시스템, 삼지 멀티미디어가 있고,
삼지건강센터, 두뇌과학연구원도 있습니다.
이것도 하나 받으시지요."
희선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단선원 빌딩 10층의
내선 번호입니다.
이 번호순서가 제가 보기에 내부 권력 순으로 배치된 것입니다.
그리고 삼지건강센터, 두뇌과학연구원 직원들은
단선원 맞은편 건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지도자로 되는 과정은 어떻습니까?"
"일반회원으로 등록해서 수련을 하면
지원장이 미혼자 중심으로 사범후보자 선별 후
지속적으로 면담을 합니다.
이때 사범들의 사명, 스승의 비전, 뜻 교육을 시킵니다.
교육 후 명예사범으로 근무하는데
봉급은 월 5-10만원 정도고 일은 가장 많이 합니다.
사범 교육은 21일간 영동 천하원과 천안 연수원 후 순환 근무합니다.
사범 되는 과정에서 부모형제, 부부간의 갈등, 불화가
많습니다."
"단선원이 이미 사이비 종교화되었고
기돈성이 교주가 되었다는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입사하여 직원 교육 시
기돈성을 <단군의 현신>이라고 가르치고 믿게 하며,
그들이 세운 <단군상>을 기돈성의 신명계 모습이라고 가르칩니다.
회원들과 외부인들에게만 단군의 모습이라고 거짓말 하죠.
그리고 제자들과 핵심회원들에게
‘三指神佛 內合 我神(身)’이라고 해서
기돈성과 부처님과 내 안에 있는 신이 하나가 된다라는 주문을 주고,
수련할 때 또는 평상시에 외우게 합니다.
불강도원의 최고지도자인 ‘도전‘은 구월 진은정인데
단선원 내부에서는
기돈성의 유일한 법통제자로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지로는 기돈성과 내연의 관계라 합니다.
재단법인 ○불교의 경우
공식명칭이 불강도원이고
자산 총액이 24억에 이릅니다.
○불교의 이사장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 3의 인물로
현재 거주지가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되어 있고
등기부 등본상 ‘대표권 제한규정"으로 되어있는
실소유주입니다.
아마도 기돈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불강도원 관련 등록되어 있는 모든 실용특허의 소유자가
기돈성으로 되어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결국 이것이 기돈성은 교주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지요."
희선의 진술이 끝나고 수진도 3-4시간
진술을 받았다.
수진은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과
그리고 김하진 시인 사건 당시
천명화가 자필로 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을 검찰에 제출했다.
그 문건에는 기돈성과 단선원의 비리들이 조목조목 적혀져 있어
검찰수사에 상당한 탄력으로 작용할 수가 있었다.
희선이 동부지검을 나오면서 약간 긴장된 어조로 말을 했다.
"수진아, 힘들다."
"언니, 힘내세요. 잘 될 거예요."
"언니?
우리 좀 힘들더라도 몇 명이 모여 집단소송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다른 사람들이 같이 해줄까! 내가
보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게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방법 아닐까요.
지금처럼 한 두 명이 하기에는 너무 버거워요.
아무래도 여러 명이 하면 훨씬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분명 도와주는 사범들이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수진은 연희를 떠올렸다.
그리고 기돈성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했던 여 사범들 중
증언해 줄만한 사람들을 더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68. 테러를 모면하다
이미 단선원은
검찰청에 있는 루트를 통해
고희선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올렸고
그것이 동부지검으로 내려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희선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범들이 연관되어 있는지 파악이 안 되어
고민 중에 있었다.
중해장은
1999년도 김하진 사건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나
또 한번 조직과 스승에 대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
1999년도 사건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단선원으로서는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김하진 시인이 사건을 정리하는 바람에
단선원이 더 이상 무너지는 것을 방지할 수 가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이런 위기 상황에 이르자
현직 단선원 사범들 중에는
조직을 구하겠다며 전단사 운영자들을 테러하겠다는 자원자가 많았다.
중해장은 희선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방연주가 전화를 걸어 심기를 또 한번 긁어 놓았다.
"그래, 무슨 일이야? 나가서 잘 살고 있나?"
중해장은 아니꼽다는 투로 전화를 받았다.
"협상을 하려고요.
저에게 충분한 보상 안 해주면 검찰에 고소할 겁니다."
제게 1억 정도는 주셔야 합니다."
"뭐 1억?
1억 벌려면 사범들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 줄 알아?"
"그럼, 멋모르는 사범들의
노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등골을 빼내는 줄은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이상 얘기 못하겠네요. 그만 끊죠."
"잠깐. 어...천만 원 주지."
중해장의 금액에 연주는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귓가를 울렸다.
"정말 그렇게 나오면 노동부 검찰청 들쑤셔 놓을 겁니다."
"알았어. 며칠만 시간을 줘. 나도 생각을 해야 하니까."
"다른 수작하지 마세요. 3일
드리지요. 3일입니다."
울화가 치밀어 오른 중해장은 시설팀에 있는 용호를 불러 들였다.
용호가 사무실에 들어오자 중해장은 쪽지를 하나 내밀었다.
거기에는 여자 두 명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다.
고희선, 김수진.
"네가 손 좀 봐 줘야겠어.
입 열지 못하도록 단단히 경고를 줘.
잘 해결되면 보너스 지급할게."
그러고서 중해장은 용호에게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확실한 인식시켜 놓았다.
용호가 중해장의 사무실을 나와 계단으로 통하는 복도에서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응. 나 용호다.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있어.
여자애들 두 명인데 이름은 고희선, 김수진 이야.
주소는 대림3동이고...이왕이면 내일 끝내.
감쪽같이 해야 돼."
용호는 전화로 희선과 수진에 대한 폭행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위층 계단에서 이 소리를 듣고 있는 여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연희였다.
그래서 수진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연희는 교산이 떠올랐다.
그래서 교산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얘기했다.
그러자 교산도 놀라워했고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연희가 수진과 계속 연락을 시도하는 것으로 하고
교산은 일단 집에서 대림동 쪽으로 먼저 출발했다.
연희가 한 시간 가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수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진은 지방을 내려갔다고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다.
연희는 절대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이걸 어째? 집에 희선 언니가
있단 말이야.
언니는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하단 말이야."
연희는 바로 교산에게 전화를 걸어 주소를 알려 주었고
교산은 정확히 주소를 찾아갔다.
집은 허름한 한옥집이었다.
곧 이어 폭력배 4명이 들이닥쳤으나
무술 고단자인 교산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교산은 희선을 등에 없고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를 벗어났다.
희선과 수진은 테러를 가까스로 모면한 후
교산이 안내해준 오피스텔로 왔다.
희선은 연희와 교산 덕분에 위험을 모면하긴 했으나
몹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옆에서 이를 본 수진은 못할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불안에 떨고 있는 희선이 너무도 불쌍하고 가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수진은 더욱 마음을 굳건히 했다.
눈물을 닦으며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기돈성 원장을 떠 올리면 떠 올릴수록 그 흔들림은 어느새 사그라졌다.
수진은 이제 일을 빠르게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
69. 행동을 위한 모임
수진은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그동안 2-3명씩 몇 차례
소모임을 가졌으나
이제 이 사태를 공유하는 모든 핵심 인물들을 만나
앞으로 할 일을 신속히 추진할 시기가 된 것이었다.
그날 수진이 주도한 모임에는
희선을 비롯해
현직 사범인 연희,
홍보팀에 있었던 교산
그리고 단선원 회원 3명 ; 이상민, 민정기, 진대철
전단사 3명이 모였다 ; 김태호, 박주명, 홍찬민
임창욱 기자도 초청되어서 열심히 취재했다.
그리고 의외의 참석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는 바로 1999년도 '독립군'이란 닉네임을 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기돈성 원장의 비리를 폭로해
김하진씨와 함께 고소당했던 주영로였다.
단선원 회원 3명을 소개하자면
이상민은
중학교 교사로
전단사 카페를 통해
단선원의 문제와 기돈성 원장의 비리를
알고 분노를 느껴
활동을 한 사람이었다.
민정기는
일반 회사원으로
10년 정도 수련을 하면서
단선원에 많은 돈을 썼던 사람이었다.
2-3년 전부터 나름대로 단선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전단사 카페를 만나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의혹들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진대철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단선원 사범으로 들어가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깨어진 상태였다.
전단사 세 명은
10여 년 정도의 사범 생활을 한 사람들이었다.
김태호
: 미국과 한국 생활을 번갈아 가며 했고
박주명
: 단선원 지원장과 계열사에 있었고
홍찬민
: 본사에서 주로 있었다.
이들은 단선원 내부 구조와 기돈성의 사생활과 비리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테러 위험 때문에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서로 간에 말문을 트고 긴장을 풀어 갔다.
-------------------------------------------------------------------------------
70. 성명서 초안
식사가 끝나자 수진이 본론으로 들어가 얘기를 했다.
"이게 성명서 초안입니다.
한번 읽어들 보세요."
수진이 복사해 온 성명서 초안을 나누어주었다.
사람들이 성명서를 차분히 읽어가며 살피고 있었다.
"제 생각에는 양이 너무 많고요.
내용을 줄여 명확하게 했으면 합니다.
이건 나 고소해 주세요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산이 제일 먼저 읽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문구 하나 하나가 신중해야 합니다.
문구 하나 때문에 소송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 갈 수 있으니까요.
사실적인 것 두 세 가지만 언급하고 나머지는 다 빼지요."
곧이어 대기업에 다니고 오랫동안 수련 해온 민정기가 신중론을 펼쳤고
본사 생활을 오래한 경험이 있는 홍찬민이 또렷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성명서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올리는 탄원서로 했으면 좋겠고요.
내용에 있어서
하나는
심신수련 단체, 주식회사로 해 놓고서는
사이비 종교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으니까
그것을 언급하는 겁니다.
기돈성이 절대 종교를 안 한다고 했고,
종교를 하면 사이비라고
자신의 책에서 스스로 얘기를 했었잖아요.
또 하나는
아들의 병역 문제를 거론하는 겁니다.
민족정신을 외치는 사람이
자신의 아들은 군대도 안 보낸 것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꼬투리가 잡히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모두 정부를 상대로 요구하는 겁니다.
정부에다는
단선원과 기돈성의 의혹들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겁니다.
예컨대
두뇌과학 연구원이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배경과
지원 금액도 집어넣는 겁니다.
또한 국학 사업도
민족정신을 가장한 돈벌이 수단이니 수사해 달라고 하는 겁니다.
할 말은 다하면서 피해가는 거죠."
희선이 아주 좋은 방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단선원이 문제
삼을 내용들은
정부를 향해 말하면 되는 거군요.
그럼 문제가 될 것이 없겠네요."
"그렇죠. 야구 방망이 사건도
빠지면 안 되고요 "
"와. 멋집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짜내니까
역시 아이디어들이 막 나오는 군요."
이상민이 박수를 치며 홍찬민의 의견을 칭찬했다.
홍찬민의 얘기에 모두들 만족한다는 표정들이었다.
-------------------------------------------------------------------------------
71. 문제는 기금
문제는 기금이었다.
오늘 오후 4시까지 2백 30만원이 모였는데
신문 광고비는 최소 1천만원이
필요하다.
격이 떨어지는 한민족 신문사는 660만원까지
해 준다고 했다.
"일주일 남았으니까 한번 기다려 보죠.
안 되면 신문 광고 크기를 줄여서라도 해야죠.
그리고 몇 명의 회원들은
기금이 모자라면 더 내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오기도 했습니다."
현직사범인 연희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돈이 모자라서 광고 성명을 낼 수 없다면
모인 금액을 1000원짜리로 모두 바꾸는 겁니다.
그래서 성명서 내용과 함께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거예요.
그러면 기자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효과적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은데요.
광고효과뿐 아니라 신문기사도 기대해 볼 수 있고요."
그러나 수진이 정리하고 나섰다.
"짧은 시간 동안 이슈화하기에는 좋으나
신문만큼 파괴력이 있지는 못해요.
신문에 성명서를 내는 것은 그 이후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커요.
신문에 성명서가 나갔다는 자체가 중요하고
그것을 계속 인터넷을 통해 확산시킬 수가 있죠.
일단 모금 기간이 남아 있으니까 그것을 보면서 결정하도록 합시다."
-------------------------------------------------------------------------------
72. 기독교 논쟁
수진이 성명서의 정당성을 명확히 지적하고 나자
옆에 앉아있는 진대철이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제게 전화가 왔었어요.
현재 단선원에서 수련하고 있는 사람인데
카페로 들어와 보고는 진실을 알았데요.
그래서 성명서 기금이 모자라면 도와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혹시 그 사람 기독교인 아닐까요."
"신분을 밝히지 않으니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라고요.
기금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말이죠."
"어차피 그 사람이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하는 것인데
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데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일단 사회공익 차원의 일이니까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보는 데요.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그 회원이 돈을 입금해주면 무리 없지 않나요."
진대철의 말에
김태호와 박주명 그리고 주영로만 대답이 없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동의를 했다.
"만일 나중에라도
모자라는 돈이 기독교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면
회원들이 어찌 생각할지 좀 걱정이 됩니다."
김태호가 마음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때 지금까지 지켜만 보고 있던 주영로가 말문을 열었다.
"저 개인적으로
만일 그 사람이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기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별 무리가 없다고 보는데요,
공익을 위한 차원의 개념이니까요.
그러나
일단 동일한 목적이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그래도 되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어떻게 선을 긋고 갈 것이냐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기독교의 입장과 여러분들의 입장은 명백히 다릅니다.
예전에 김하진씨가 초기에
기독교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들과 마음을 같이해서 가려고 했으나
그 사람들의 저의를 알고 빨리 발을 뺐었어요."
"그 저의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사실 단선원 수련하는 사람들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고, 천주교인도 있고, 불교인도 있지요.
이건 단선원 뿐만이 아니죠.
모든 수련단체에서 그렇잖아요.
그래서 기독교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되는 건데요 -
그런데 일부 광신도들은 모든 수련단체를 거부하고 있지요.
만일 단선원을 무너뜨리고 나면
또 다른 수련 단체를 찾아 그들의 힘을 과시할 겁니다.
전 개인적으로도 단선원이 일시에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현재 거기에 몸담고 일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자코 듣기만 했던 희선이 미래까지 생각하면서 의견을 내놓았다.
"맞습니다.
만일 이대로 단선원이 급격히 무너지면
아마도 동양의 정신문화가 1세기쯤 후퇴할지 모르죠.
그렇게 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때 박주명이 강하게 소리쳤다.
"기금을 받는 것만은 절대 안 됩니다."
만일 성명서 기금을 기독교에서 같이 부담했다는 것을 회원들이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카페는 끝나는 겁니다.
우리 회원들이 기독교에 대해서 가지는 정서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절대 기금이 모자란다고 기독교의 돈을 받으면 안 됩니다.
전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박주명의 완강함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홍찬민이 어떻든 기금을 받자는 쪽으로 정리해 갔다.
"그런 생각 자체가 어쩜 단선원이 뿌리 깊게 심어 놓은 세뇌는 아닐까요.
돈이 모자라 꼭 해야 할 일을 못하면 그것도 억울하잖아요."
결국 나중에 상황을 보아가면서 하자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런 기독교 논쟁은 카페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인데
사실은 단선원 측에서 계속 기독교를 거론하며 공격하고 나섰던 것이다.
카페를 끌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성명서 진행이 기독교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둥
수십 건의 음해성 글들이 카페에 무더기로
올라오곤 했다.
지금까지 단선원의 가장 두려운 단체는 기독교였다.
단선원이 단군상을 세우면서 기독교와의 마찰을 일으켰고
종교싸움의 불씨가 되어 왔다.
타 종교를 배타시 하는 기독교로서는
단선원이 통얼교처럼 어마어마한 조직으로 사이비 종교화하는 것을
극렬하게 저지해 왔다.
그러나 생각이 있는 회원들은
단선원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여기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은 그런 광신도 현상과 관련 없다고 하면서
단선원의 파렴치한 행위를 역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카페에서는 기독교가 개입되었다는 말에
소수이긴 했지만 카페를 이탈하는 회원들도 생겼다.
기독교라는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는 회원들이었다.
과거 기독교의 광신도 행위를 떠올리며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73. 정보기관의 관심
수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국가 정보기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어떤 분의 도움으로 희선 언니와 함께 거기 간부를 만났어요.
그쪽도 전부터 선단원에 대해 내사를 하고 있었고
카페에 매일 들어와 정보를 체크하고 있다고 했어요.
선단원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대통령에까지 보고 된 것 같아요."
모두들 놀라운 표정이었지만
얼굴에는 올 것이 왔다라는 기쁨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그 쪽에 팀이 꾸려지면 다음 주 중에 같이 한번 보자고 하네요.
사실 몇 사람만 만나려고 했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괜찮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절대 비밀보장 해야 됩니다."
"아니, 우리가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다소 떨리는 음성 속에서 두려움의 파장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테러의 낌새만 보여도 즉시 알려 달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단서 하나만 잡으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고
본격적인 출국정지와 압수수색에 들어간다고 했어요."
-------------------------------------------------------------------------------
74. 김하진 사건 때의 주영로
어쨌든 성명서 문제를 매듭지은 후에는
모임 착석자들은 주영로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그는 1999년 김하진 시인과
함께 큰 곤욕을 치렀다.
지금은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가정과 생업에 충실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전단사 얘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희선이 물었다.
"기돈성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전 어릴 때부터 기수련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단전호흡을 배웠어요.
중국에도 갔었고 인도에도 갔었어요.
중국에서 정통 수련을 배우고 저??길을 안내할 스승을 만나고 싶었지요.
한국에 와서 있다가 기돈성이란 깨달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되었고
그 사람에게 수련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된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당시 직업이 컴퓨터 관련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예 맞습니다.
컴퓨터 엔지니어입니다."
그러자 교산이 주영로가 생각하는 기돈성의 실체가 궁금했던지 물었다.
"기돈성이란 사람을 겪어보니 어떤 인물이던가요?"
"한마디로 무당이죠. 왕무당입니다.
깨달은 스승은 제자들의 수련단계를 항상 점검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자들의 수련 정도가 어디까지고
무엇이 부족한지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게 올바른 스승입니다.
그런데 기돈성이는 그렇게 하지를 않잖아요.
그는 그런 능력도 갖추질 못했어요.
그가 말한 깨달음의 9진법도 완전한 사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대로 따라하면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여 실천해서 간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요.
오직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돈 벌라고 제자들을 내몰 뿐이죠.
지금까지 그가 해온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닙니다.
화려한 포장지를 뜯어보면 그 안에는 엄청난 쓰레기가 가득 들어 있어요.
늘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혹세무민 하죠."
이어서 김하진씨 사건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심경을 얘기했다.
"예전 일을 잊고 있다가도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함이 뼛속까지 남아 있음을 느낄 수가 있어요.
기돈성이는 정말 나쁜 놈이에요.
그때 소송이 거의 2년 가까이 진행됐었어요.
전 끝까지 가고 싶었지만
같이 행동했던 김하진씨가 중간에 합의하는 바람에
그냥 거기서 주저앉게 되었어요.
아마도 끝까지 갔으면
단선원이나 우리들이나 공멸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정말 단선원으로서도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을 것이고
우리들도 피폐해질 정도까지 갔을 겁니다.
당시 우리들이 구속 기소되면서
단선원이 300억 손해배상을 청구했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그때 우리가 증거로 제시한 것이
절반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증명하지 못하는 절반을 생각하면
150억원 손해배상은 물어야 할 판이었거든요.
교묘하게도 단선원이 김하진씨 장모 집을 가압류 해 놓았어요.
아마도 김하진씨로서도 심적 부담이 컸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더 이상 피해 안 가게 하기 위해 합의했을 겁니다."
주영로는 생각도 하기 싫은 과거의 얘기였지만
모인 사람들에게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전 그 일 이후 너무도 원통해서
가족과 함께 자살하고 싶은 결심도 몇 번이나 했었어요.
그러나 기돈성이가 죽기 전에 난 절대 눈을 감지 못한다라고 생각을 하고
사제총을 하나 만들었어요.
그래서 천하원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기돈성이가 나타나기 만을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기돈성이를 죽이고 저도 죽으려고요.
제가 소송이 끝나고 한참 후에 기돈성이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뺨까지 때린 일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요?"
"아마 지금도 제가 움직이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을 겁니다.
전 기돈성이 해왔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기돈성의 비리를 제가 다 알고 증거자료까지 가지고 있어요."
모인 사람들은 주영로의 얘기에 쏙 빠져 들었다.
기돈성 원장과의 치열했던 과거사를 간직하고 있는 주영로의 얘기는
충분히 사실적이고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당시 재판 자료와 증거 자료 좀 주시면 안 되나요?
"만일 그 자료가 유출되면 여러 사람 크게 다칩니다.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 자료들은 저와 함께 했던 사람들,
당시 담당 변호사 그리고 판사 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기돈성 그 사람 절대 쉽게 보면 안 됩니다.
자신이 불리해지면 무슨 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재판 자료와 증거자료는 현재도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요.
나중에 때가 오면 모두 공개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습니다.
저도 그 점은 여러분들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주영로는 기돈성 원장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얘기했다.
기돈성의 도력이나 전생에 대한 것을 비롯
그의 내면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을 가지고 주변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기돈성의 대담한 사기성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창욱은 전부터 주영로를 만나고 싶어했는데
덕택에 나중에 따로 만나서 귀중한 자료들을 얻을 수 있었다.
성폭행 여성 관련자료와
1999년 김하진, 천명화 자필 증거자료
그리고 재판 일부 자료 등이 건네졌다.
창욱은 그 자료들을 근거로 해서 기획기사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
75. 마지막 준비
희선과 수진 그리고 몇몇 회원들은 성명서 문구를 작성했다.
특히 성명서 내용은
기금을 낸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을 쫓아다니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목은 <대통령께 올리는 탄원서>로 했고
성명서 주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으나
결국 <단선원을 바로 보는 전직사범/회원들의 모임>이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카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전단사 카페 주인장 이름을 넣지 않기로 하고
다만 성명서를 접수할 때 카페 주인장이 나서기로 했다.
마감날짜를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 모인 기금은
대한신문에 광고를 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제 날짜에 성명서 기금이 제대로 모이냐는 문제도 중요했지만
성명서를 언제 게재하느냐도 논란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기돈성 원장이 한국에 들어 왔을 때
성명서를 터뜨리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런데 기돈성 원장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너무 늘어져서
성명서 효과를 제대로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들도 있었다.
한창 성명서 분위기가 고조된 지금 시점이 가장 적기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모인 돈만큼이라도 성명서를 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은 한창 여름 휴가철이고
사람들이 신문 보는 것도 짜증스러워 하는 때라
상황을 좀 더 주시하자는 것이었다.
일주일이 지나서도 기금은 크게 늘어나지 않아
2차 기금을 모아 크게 한방에 터뜨리자는 의견이 우세해 지면서
보름간 더 연장 모금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문구도 세밀하게 정리하고 다듬었다.
성명서 건에 대한 이런 전략과 함께
전단사에서는 또 다른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집단 소송이었다.
전직단선원사범들과 회원들은
기돈성 원장이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는 증거 자료를 가지고
사기죄가 성립되는지의 여부를
변호사 자문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것을 토대로 위자료 손해배상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성명서 건을 진행하면서
집단소송에 참여할 인원을 은밀히 모으는 작업에 들어갔다.
//////////////////////////////////////////////////////////////////
【여기까지가 "깨달음의
권력"에 나오는 사건을 요약한 것이다.
당시 신성일은 어떤 결말을 꿈꾸었을까?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펴서 신나게 결말을
내린다.
이제 그가 바라던 그 결말을 요약해 본다.】
-------------------------------------------------------------------------------
76. 저자의 꿈 - 구속
최근 미국에서 대한민국 국세청으로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해외에 있던 전단사들이 제보한 것인데
기돈성 원장의 비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자료들이었다.
국세청은 1천억이 넘는 외화를
탈세한 증거를 포착하고
해외로 조사관을 파견했다.
한편 드디어 2차 기금 모금
날짜까지 돈이 가까스로 모여
성명서가 한민족신문사 광고국에 접수되었다.
그리고 광고국에 모든 것을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시에 카페에서는 성명서가 조금 늦어진다고 연막을 치고
또 다른 신문에 낼 것이라는 역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성명서가 나가기 하루 전까지도
단선원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성명서를 내면 가만히 안 두겠다는 협박성의 글과
성금 낸 회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협성 글들만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성명서가 나가는 날 문제가 터졌다.
눈치를 챈 단선원 측에서
사범들과 회원들, 그리고
젊은 단학청년들을 모집해
한민족신문사 앞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신문사 앞에 진을 치고 신문 발송을 방해했다.
그러나 한민족신문사에서 경찰에 연락했고 경찰 병력이 출동했다.
일부 극렬히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지한 사람들이 일제히 경찰차에 실려 갔다.
결국 성명서가 실린 신문이 전국에 배포되었다.
성명서가 배포되는 신문에 창욱이 쓴 또 다른 기사가 실렸다.
이렇게 성명서와 함께 특집 기사가 나가게 되자
국세청, 시민단체, 정부기관 등 인터넷 게시판에는
진정서들이 속속 제보되었다.
모두다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의 의혹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이에 단선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성명서가 발표되자마자 검찰에 바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성명서 모금을 주도한 두 개의 카페와
통장 관리를 해왔던 진대철
그리고 성명서를 접수시켰던 사람을 상대로
고소를 해왔다.
그럴 즈음 성명서 내용과 창욱의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었다.
여론이 고조되었고 단선원의 회원들도 동요했다.
그와 때를 맞추어
청와대에서도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와 동시에 은밀히 추진되었던 전단사를 대표하는 10인 일동으로
검찰청에 집단 소송을 접수 시켰다.
그동안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전직 사범들이,
난 절대 관여 안 하겠다고 했던 사범들이 동참해서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기돈성 원장에게 성폭행 당했던 신혜와 연주도 포함되었다.
여기까지에는 희선의 사연과 눈물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고소장을 접수시키면서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도 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단선원의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 수사를 위해
대검검찰에서 합동 수사본부가 만들어지고
동부지검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가 시작되었다.
수사관들도 대폭 보강되었다.
검찰과 국세청이 합동해서 단선원과 계열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비롯
서류와 함께 종이 한 장 안 남기고 모조리 가져갔다.
검찰은 일단 성폭력과 공금횡령으로 기돈성을 기소했다.
기소가 되는 순간부터
언론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회계 관련자들이 출국금지 되고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성명서 발표와 함께 미국으로 도피했던 기돈성이 검찰에 출두하지 않자
법원은 그에게 강제 소환 명령을 내렸다.
또한 조성호 사건 이후 미국으로 도피했던 오미숙도 소환되었다.
성명서와 집단소송 건은
인권변호사들이 변론을 맞겠다고 자처하면서
전단사에 힘을 실어 주었다.
단선원도 조직을 가동해서 발악을 했다.
검찰청과 한민족신문사 앞에서 연일 데모를 했다.
그리고 성명서를 주도했던 핵심인물들에게
협박성의 전화와 그 가족들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다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불리해 지는 것은 단선원과 기돈성 원장이었다.
기돈성 원장은 수개월간의 도피 끝에
미국에 있는 전단사들에게 발각되어 한국으로 압송되었다.
그 후 몇 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비리 사실들이 세상에 사실로 밝혀지면서
기돈성 원장은 구속되었다.
성명서 사건은 1심에서 5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으나
2심에서는 단선원의 비리들이 사회에 폭로되면서 무혐의 처리되고
집단소송건도 승소함으로써
억울했던 그간의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돈성 원장이 구속되고 나자
희선, 수진, 연희, 교산, 창욱, 전단사 운영진들이 모였다.
모두들 지금까지의 힘든 일을 회상하며
정녕 깨달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회한에 젖었다.
모두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깨달음의 아성이 무너지고
남은 자리에는 심한 허탈감이 남아 있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 왔던가 스스로 자문해 보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견디어 오면서
희선을 비롯한 전단사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만이
그들 가슴속에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특히 희선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남은 인생의 계획을 세웠다.
//////////////////////////////////////////////////////////////////
【이것이 신성일 씨가 꿈꾸던 첫번째 결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장미빛 환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마치 기돈성을 최후 심판하는 방식으로
끝낸다.
그런데 그 결말은 책 끝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야기 첫머리에 탁 싣고 있다.
그러나 운영자는 여기 끝머리로 가져왔다.
이제 신성일의 "심판"을 읽어보자.】
-------------------------------------------------------------------------------
77. 최후의 심판 - 스승과 제자
[신성일은 기돈성에 대한 미움을 어떻게 마무리했을까?
"깨달음의 권력" 첫머리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그로부터 2년 후
머리가 허연 한 노인과 젊은 남자가
자동차를 타고 세도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출발했는데
약 3-4시간 정도 지나자
온통 붉은 색의 땅과 바위산이 나타났다.
"스승님, 드디어 세도나입니다."
"그래, 보고 있다. 얼마 만에 와 보는 세도나냐. 감회가 새롭구나."
"조금만 가면 그렇게 가보시고 싶으셨던 삼지명상센터가 보일 겁니다.
그때까지만 참으세요.
그런데 지금은 안타깝게도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졌다고 합니다."
"그래! 정확히 3년 6개 월 만이구나.
예전 그대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차가 계속 달리자
바위산 사이로 드문드문 숨어 있는 아름다운 별장들과
수많은 아트 갤러리가 나타났다.
붉은 바위산들은 병풍처럼 둘러 처져 있었다.
"스승님, 예전보다 더 발전했네요.
구석구석 들어선 많은 건물과 오가는 사람들도 더 많아 진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래도 세도나의
신비로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어.
아직도 자동차로 달려온 길이 눈에 선하다.
사막의 선인장과 수많은 소나무들,
붉은 바위와 활기차게 흐르는 계곡의 시냇물이 생생하게 상상이 돼.
그리고 사막의 카우보이와 인디언의 전설도 생각나고 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야."
"스승님, 센타로 갈까요?"
"아니다. 내가 무슨 낯으로
들어간단 말이냐.
죽기 전에 세도나에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거야."
"스승님이 돌아가시다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그래도 이왕 오셨는데 들어는 가보셔야죠.
스승님이 만들어 놓으신 곳 아닙니까?
스승님이 빨리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아니야. 이제 다시는 그래서는
안 돼.
내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내가 나오기만을 고대하는 제자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
화려한 과거를 꿈꾸며
다시금 나의 그늘에 들어오고자 하는 제자들 말이지.
하지만 안 돼.
또 다시 이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와서는 안 돼.
병보석으로 풀려나와 바로 이리로 온 것도 그 때문이야.
이제 나와 그들은 다시는 만나서는 안 돼.
그건 여기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야.
잘못된 만남이었어."
"무슨 말씀인지?"
"감옥에 있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 거야.
때로 다시금 욕심이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이젠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
몸도 너무 안 좋아졌고.
이젠 정말 죽을 것 같아.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
보기에도 스승은 얼굴이 많이 상했고 걷기조차 불편하다.
기우뚱거리며 한쪽 다리를 절었다.
상구는 스승의 이러한 모습이
엽기적이었던 여성편력 때문에 심해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구야, 예전에 자주 올라갔던
바위산에나 한번 가보자."
상구는 스승의 말에 따라 근처의 바위산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노인과 상구는 산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바위산은 그렇게 가파르지 않았으나
상구는 스승이 걱정되었는지 앉았다 가자고 했다.
"스승님, 좀 쉬었다 가시죠.
다리도 안 좋은데 너무 서둘러 가시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그랬다.
그럼 네 말대로 좀 쉬었다 가자꾸나.
이젠 다 된 거야. 너무 힘들어.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 다니던 길인데."
노인은 널따란 바위에 앉아 예전의 열정적이었던 모습을 회상했다.
노인의 눈앞에는 넓게 펼쳐진 평야와 명상센터들이 들어왔다.
노인은 코 주위를 맴도는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처음 여기 와서 정착하고 명상센터를 운영하면서 꿈도 많았었는데..
금방 전 세계에 36000개의 단선원센터가 세워질 것만 같았지."
"맞습니다.
모두들 스승님의 비젼을 믿었고 그렇게 되리라 확신했었지요.
그때 스승님께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는지 압니다."
"아니야. 그건 다 욕심이었어.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내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지도 모르고 거기에 빠져 버렸지."
"스승님. 누가 뭐라고 하건
스승님은 그래도 훌륭한 일을 하신 것입니다.
동양의 정신문화를 세계 속에 심어놓은 것은 인정받아야 합니다."
"아니야. 그건 허울이었어.
난 그것을 이용한 것 뿐이야.
정신도 이용했고 민족도 이용했고 사람들도 이용했고
그래서 지금의 이런 모습으로 남은 거야.
거기서 멈추었어야 했어.
제자들을 희생해 가며 나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었어."
노인은 여기까지 얘기하고
가슴을 움켜쥐며 숨이 가쁜지 호흡을 크게 몇 차례 했다.
상구는 이러한 스승의 모습이 왠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노인은 얘기를 계속했다.
"내가 단체를 만들고
그 단체가 조직이 되고
그 조직이 더 커지면서 나의 깨달음은 계속 변질했던 거야.
깨달음을 이용해 철저히 나의 욕심을 채워갔던 거지.
그러면서 용서받지 못한 행동들을 너무도 많이 많이 저질렀어.
그 과정에서 있었던 희생이나 절망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지.
깨달음은 오직 내 허한 가슴을 만족시키는 도구였을 뿐이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도 무시했지.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스승님, 이미 한국에서 오랜
시간 고초를 겪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재판부에서도 스승님의 공로는 참작이 되었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용서 될 수 있다면야....
그런데 상구야, 넌 왜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냐?
이제는 네 갈 길을 가라."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자신을 자책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어느덧 노인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은 마지막 힘을 다해 얘기를 시작했다.
"상구야, 난 말이다.
네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
지금 생각하면 내 손에 너무도 많은 것을 쥐고 싶어했어.
내가 조직을 만든 것이 첫 번째 실수였지.
내가 한창 조직을 앞세워 깨달음을 실천할 때
누군가 내게 아주 신랄하게 충고했어.
깨달음이라는 것은
조직을 등에 업고 있을 때
권력보다도 더 무서운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야.
깨달음의 단맛은
정치권력의 단맛보다 더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취하게 만든다고 말이지.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거였어.
당장 조직을 해체하고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거야.
조직의 제왕 위에 군림하면서 혹세무민하지 말라고 말이야.
절대 깨달음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까지도 했어.
난 그때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두 번째 실수는
일과 수행은 같은 거라는 논리를 심어 준 거였어.
그것은 젊음을 착취하고 제자들을 철저히 이용하려는 수단이었지.
이것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그건 각자 선택한 것이고, 책임도 스스로 져야한다고 가르쳤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고 하면서 말이야.
세 번째 실수는
물질과 정신은 하나라는 것을 강조한 거였어.
이것은 돈벌이를 감추기 위한 나의 의도적인 계산이었지.
오직 비전, 비전 하면서 말이지.
그리고 내가 저지른 네 번째 실수는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만든 거였어.
조직의 잘못, 제자들의 그릇된 행동을
나는 모두 알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만든 거였지.
사실 그것이 내가 만들어 놓은 잘못인데 말이지.
그러면서 나의 잘못은 가려지고
모든 욕과 비난은 나를 피해가 조직이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 있었지.
결국 그 덕분에 난 더욱 우상화되었던 거지.
상구야, 넌 아직도 내가 깨달았다고 믿느냐?"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이제 깨달았고 안 깨달았고로 스승님을 보지 않습니다.
그냥 제 스승님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너 같은 놈을 보고 광신도라고 하는 거야.
상구야, 이제 행복해지고 싶어.
그 동안은 행복하지 않은 인생이었어.
다음 생에서는 꼭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너한테 정말 미안하다."
"스승님. 전 스승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힘든 인생을 살았을 겁니다.
몸과 마음이 가장 아플 때 스승님을 만났고
그것을 스승님이 해결해 주셨습니다.
부모님과도 의절하고 가정도 못 가지고 명예도 없고 돈도 못 벌었지만
스승님을 통해 기쁨과 영적인 성장을 이루지 않았습니까.
내가 왜 태어났는지를 알았고 삶의 목적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사는 동안 생각과 행동이 일치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기쁜 시간이 많았어요.
힘들지도 않았고요.
그러니 저한테 자꾸 미안하다는 말씀
하지 마세요. 그러실 거죠?"
"......."
"스승님. 스승님"
스승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상구가 스승의 몸을 흔들자
꼭 잡고 있던 상구의 손에서 스승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스승은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스승님..."
맹종자 상구는 스승을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때 세도나의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며 천둥이 쳤다.
//////////////////////////////////////////////////////////////////
[이것이 신성일 씨가 꿈꾸던 최종 결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