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soon Park
Soan4hsd ·
도산 안창호로부터생명철학과 씨알철학의 연원을 읽어내다!
박재순 지음 / 『도산철학과 씨알철학』/ 동연 / 2021
김대식 박사(씨알사상연구원 연구실장)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철학과 사상은 함석헌의 사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간 저자의 연구 테제와관심사는 한마디로 ‘생명철학’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왜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를 철학자로 규정하고 생명철학과 씨알철학, 그리고 민주주의에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를 하게 되었을까요? 저자의 확신처럼 함석헌, 유영모, 이승훈, 조만식, 그리고 안창호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근대적 자아인식의 주체인 ‘나’에 대한자각은 유영모와 함석헌의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 주체성은 도산 안창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삶과 철학, 생명과 정신은 ‘나’ 주체성, ‘나’-철학에서 나옵니다. 특히 자아 혁신과 애기애타(愛己愛他)는 주체성과전체성을 아우르는 도산의 독특한 사상적 개념입니다.
저자는 도산을 동서양의 시대정신을 잘 융합한 근·현대사적인 인물로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그리스도교 정신과 실천, 그에 기반한무실역행(務實力行)의 정신을 간과하지 않은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생각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도산이 민중을 위한 민주주의적 정신을실현시킨 세계적인 사상가라는 점을부각시킵니다.도산은 고난당하는 민중의 역사를바라보면서 자신이 있는 삶의 자리에서 역사의 진리를 제대로 인식했습니다. 추론해보건대 비록 도산이 무학자였지만, 그가 조직한 흥사단을 통해서 유영모, 함석헌이 나왔다는 것, 임시정부수립이나 헌법전문정신형성에기여했다는 것도 ‘나’-철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구체적인 ‘나’-철학의 확립, 자아를 힘있게 하여 새 시대의 정신적 기초를 놓은 철학자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그는 관념철학을 넘어 실제적인 생활철학, 곧 애기애타(자아혁신과 협동)정신을 낳았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인격’과 ‘사랑’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이를 확장하여 자연과 우주를 사랑하는 것은공공철학, 공립(共立)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제 삶을자기가 주인이 되어서 살아야 하는것이고, 성현에 기댄 삶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는 ‘나’-철학이자 자기답게 살아가는 민주시대의 젊은이 철학이라고 확신하는 데서도 잘 드러납니다.
저자는 이성의 철학에서 생명의 철학으로의 전회를 역설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잘 드러납니다.“생명과 정신의 철학은 스스로 하는주체와 전체의 일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생명과 정신의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자적 철학이 되고, 역동적이고 과정적인 변화와고양을 이루는 실천적인 철학으로 되어야 한다”(34쪽) 생명은 통합입니다.물질과 정신, 육체와 영의 통합입니다. 따라서 생명사건은 개방성, 수용성, 공존, 상생, 평화, 일치, 통합의 사건입니다. 이를 통해서 얼과 신(神)을 향한 질적 초월로의 이행은 물질론적・관념론적 변증법을 넘어섭니다. 이것은 저자의 도산철학에 대한 생철학적 해석학의 지평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자신이 생의 주체이면서 생을 전체로서 파악하는 것, 그것이 씨알입니다. 씨알은 생명체요 역사를 압축한존재들입니다.
이쯤해서 도산과 생명철학, 생철학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저자는 도산이 생과 역사 이해, 그리고 개혁적 창조를 통하여 생명과 정신의 실현을 위한 삶을 살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도산 자신의 생철학적삶은 몸, 맘, 얼, 감성, 이성, 영성을 폭넓게 담아내는 사상과 실천가로서의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나’-철학을 주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하는 철학, 스스로 되는 철학을 민중에게 계도하는 몸짓이었습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도산철학의 배경에는 그리스도교 정신, 민주정신, 과학사상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나를 나되게 하는이, 곧 하나님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인격과 민족성 개혁, 창조하는 주체로서 몸, 맘, 얼의 존재론적 층위의 통합철학을 형성합니다. 다시 말해서 생명, 역사, 주체, 전체는 도산의 ‘수양철학’이요 함석헌과의 공통분모인 생명철학의 요체입니다. 도산의 생명철학은 독립과 통일, 이상촌(마을공화국) 건설, 인격형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띠는데, 특히 마을공화국은 인격적 주체와 민족국가 사이의 다리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산의 철학적 실천의 근간은 애기애타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타자와연결・통합되는 사랑의 철학입니다.다산은 민중의 현실 속에서 생의 진리를 모색하고 하나님을 체험했다는점에서 함석헌에게도 영향을 주었을법합니다. 여기서 주체와 전체가 일치합니다. 도산의 철학은 지금 여기, 곧민중이 당면한 고난의 현실 속에서전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주체와 상생, 협동, 공화의 원리를 내세운민중의 생명공동체를 말하지 않을 수없었을 것입니다.씨 한 사람 한 사람을 새롭게 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 있어 ‘나’-철학,‘나’-주체성은 씨 사상의 기본입니다. ‘나’는 역사와 생명의 창조 주체이자 과정적 존재입니다. 이러한 ‘나’-철학을 지닌 민중의 생명공동체 속에서 서로 다름과 서로 주체의 존재론적 인정은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 되기 위한 필연입니다.
여기서 도산의독특성이 나타납니다. 앞에서 언급한 무실역행입니다. 무실은 실제, 현실,진실에 충실하는 것이요, 역행은 알맹이에 충실하여 힘껏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율곡 이이로부터 시작해서 다산 정약용에 이르는 실학사상에서 연원한 것이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산철학이 유영모와함석헌과 어떠한 유비점이 존재하는가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생각, 과학,‘나’ 주체 확립, 민주철학에서 찾습니다. 민중을 생명주체이자 실체로 본함석헌, 그리고 ‘나’선언(I am that Iam), ‘나’ 주체와 해방에 천착한 유영모는 자기 개조, 자아 혁신을 위한 몸,맘, 얼을 통합하는 사유를 가르쳤습니다. 도산에게 있어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안창호, 유영모, 함석헌은 생명주체인 나와 전체인 나를하나로 파악했다고 평가해도 무난할것입니다. ‘나’-철학과 ‘나’ 각성의 극대화입니다.
도산에게도 생각하는 씨알은 중요합니다. 나라가 살기 위해서는 생각위의 생각을 해야 합니다. 유영모는생각의 끝에서 ‘나’를 발견한 인물입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주체인 나와전체인 나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생명인 ‘나’와 그 ‘나’를 ‘인격체’로 파악한 도산 안창호를 생명철학자로 수렴한 저자의 혜안은 한마디로‘생각 사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 한국의 근・현대 철학자 혹은 종교철학자라 할 수 있는 유영모와 함석헌의 철학적 연원을 도산 안창호로부터 끄집어낸 것은 저자의 오랜 연구 성과의 결과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가 있습니다. 도산은 보편적 세계철학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그것입니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의 독특한 철학은 설령 서양철학의 궤적에서 발견되는 ‘나’-철학에서 출발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전체인 나, 곧 인격과 통합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유영모와 함석헌을 연구한 저자가 도산에게서한국철학의 시원을 찾은 깊은 사유훈련에서 나온 정점이라고 봅니다.생각 위의 생각을 하도록 하는 참된 철학자가 없는 시대, 생각하지 않는 무사유 세계가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저자가 우려낸 도산철학이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종교와 평화’ 2021년 8월)
2 comments
민성식
선생님, 저 기억하시나요? 예전에 한국신학연구소와 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에 계실때 몇번 뵌 적이 있는 기독교신문 민성식기자입니다. 제가 지금은 종교와평화의 편집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동연의 김영호 선배님이 선생님 책을 내신다고 해서 서평을 실어야 하는데 필자를 누구로 해야할지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김영호 선배님께 섭외를 부탁드렸더니 김대식 박사님의 원고를 받아주셨어요... 저로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드릴 수가 없네요...
· Reply · 2 h
Jaesoon Park
민성식 반갑습니다. 오래 전에 뵈었군요. 책 소개를 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