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7

서양의 세계 종교 입문서는 어떻게 동양을 배제했는가 휴스턴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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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세계 종교 입문서는 어떻게 동양을 배제했는가: 휴스턴 스미스의 세계의 종교와 이능화의 백교회통 간의 비교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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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연구 제38호 한국종교학연구회, 2020, pp. 1-21. 서양의세계종교입문서는어떻게동양을배제했는가:
휴스턴스미스의 세계의종교와이능화의 백교회통 간의비교를중심으로
최 명 훈*

目 次

Ⅰ. 서론
Ⅱ. 타 종교들을 바라보는 관점
1 세계의 종교의 제국주의적 시각과 영원주의적 기획: 러셀 맥커 천의 비판을 중심으로
2 백교회통의 ‘회통’과의 비교
Ⅲ. 종교들을 비교하는 틀
1 세계의 종교의 ‘신(God)’
2 백교회통의 ‘천(天)’과 세계의 종교의 ‘신(God)’ 비교
3 백교회통의 ‘도(道)’와 세계의 종교의 ‘신(God)’ 비교
Ⅳ.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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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미국 학자가 쓴 세계 종교 입문서를 읽으면서 한국의 독자는 어떤 느낌을 받 을까. 특정 배경의 영향을 받은 한 명의 학자가 여러 문화권의 종교들을 성공적 으로 서술할 수 있을까. 종교 서술이 특정 입장에 치우친다면 이것은 결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줄까. 이러한 질문들을 안고 시작하는 이 글은 오랜 기 간 세계 종교 입문서로 (특히 북미 지역에서) 활용됐고, 여전히 강의 현장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휴스턴 스미스의 세계의 종교(The World’s Religions)1)를 다 룬다. 
휴스턴 스미스의 세계의 종교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세계 종교 입문서다. 이 책은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최 근까지도 북미 지역의 대학 수업들에서 여전히 권위 있는 입문서로 사용되고 있 다.2) 하지만 1958년 초판 인간의 종교(The Religions of Man)로 시작한 이 책은 현대의 시점에서 여러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주로 러셀 맥커천(Russell 
McCutcheon)의 주장을 검토한다. 
맥커천은 1997년 출판된 그의 책3)에서 세계의 종교가 ‘전통(tradi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현대와 과거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으며 이러한 이분법 은 제국주의적인 기획과 연결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2018년의 논문4)을 통 해 스미스의 책이 최근에까지도 널리 읽히는 이유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2018 년의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논의한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스미스가 역사 적 상세함(detail)보다 의미(meaning)를 강조하면서 영원주의적(perennialist) 관점을 드러내는 점을 추가로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러셀 맥커천의 비판을 바탕으로 스미스의 서술이 특히 ‘동양’의 독자 들을 어떻게 배제하는지 논의를 이어가려고 한다. 스미스의 서술은 그가 전제하 고 있는 (혹은 갖고 있는) 서구적 종교관과 서술 대상이 되는 종교 사이에서 생 겨나는 특정한 비교종교학적 작업을 수반한다.5) 이 글에서는 ‘동양’ 혹은 한국적 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서술과 스미스의 서술을 비교하여 스미스의 서술이 보이
 
*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석사과정
1) Huston Smith, The World’s Religions (New York: HarperCollins Publishers, 1991).
2) Russell McCutcheon, “A Question (Still) Worth Asking about The Religions of Man,” Religion & Theology 25(2018): 300-2. 
3) Russell McCutcheon, Manufacturing Relig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4) McCutcheon, “A Question (Still) Worth Asking about The Religions of Man.” 
5) 맥커천은 스미스가 비교의 방법을 공언한 것은 아니지만, 내포되고 수반되는 비교가 전 체적인 텍스트에 있다고 주장한다. McCutcheon, Manufacturing Religion, 108.
는 한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능화의 백교회통(百敎會通)6)을 함께 살펴본다. 
백교회통은 1912년 쓰인 이능화의 첫 저서로, 한국에서 최초로 세계 종교들 을 비교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7) 근대 한국의 가장 뛰어난 민속학 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능화는 유교, 도교, 기독교, 이슬람교, 바라문교, 천도 교, 대종교 등 11개의 종교 전통과 불교를 비교하며 서술하고 있다. 그는 불교를 중심으로 모든 가르침이 통할 수 있다는 것(회통)을 보여주려는 데에 목표를 두 지만, 동시에 불교가 다른 종교 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고 다른 종교들에 대한 판단과 평가도 자제하고 있다.8) 그래서 김종서는 이능화가 자료의 측면에 서나 방법론의 측면에서 모두 두드러진 ‘근대 한국 종교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9) 
특히 이 글은 이능화의 서술이 서구의 영향이 적었던 시기에 ‘동아시아적 방 법론’의 성격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스미스의 서술과 비교될 수 있 는 측면을 드러낸다. 그래서 두 서술이 공통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에 대한 서술을 중심으로 그 특징을 비교하고자 한다. 이 과정 을 통해 스미스가 놓치고 있는 ‘동아시아적 관점’을 이능화의 서술에서 찾고자 한다. 
먼저 이능화의 불교를 중심으로 한 ‘회통’과 스미스의 제국주의적 시각 및 영 원주의적 접근을 비교한다. 이를 통해 타 종교들을 바라볼 때 드러나는 스미스의 배타적 입장과 이능화의 관용적 입장을 대조한다. 또한 스미스가 여러 종교들을 비교하는 틀로서 주로 ‘신(God)’ 개념을 활용하는 반면, 이능화는 ‘천(天)’ 개념과 ‘도(道)’ 개념을 중심으로 종교 간의 비교를 시도하는 것에서 보이는 차이점에

6) 이능화, 백교회통, 강효종 옮김 (서울: 운주사, 1989).
7) 김종서, 「한말 일제하 한국종교 연구의 전개」, 한국사상사대계 6, 철학종교연구소 엮음
(성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3), 290.
8) Yi Neunghwa, Harmonizing the Hundred of Teachings: Baekgyo hoetong, trans. Dan B. Jung (Seoul: Korea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2017), xvii-xviii.
9) 김종서, 「한말 일제하 한국종교 연구의 전개」, 289.

주목한다. 이는 스미스의 배타성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비교종교학적 작업으로 드 러나는지 보여준다.
들어가기에 앞서 두 저자를 비교하는 과정의 한계와 의의를 짚고자 한다. 두 서술의 시기나 접근 가능한 자료가 다르다는 점에서 동등한 위치에서 비교는 어 렵다. 스미스의 한계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서술상의 장점은 논의되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이능화의 서술이 현대의 시각에서 봤을 때 비학문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10)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미스가 놓치는 ‘동 양적’ 관점들을 이능화가 제시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두 서술의 비교가 가진 의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Ⅱ. 타종교들을바라보는관점

한 개인이 여러 종교들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해당 저자의 관점은 서술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저자가 살아오면서 친숙하게 경험한 종교들과 그 밖의 종교 들(‘타 종교들’)에 대한 서술은 다를 수 있다. 또한 개별 종교에 대한 관점 이외 에 여러 종교들을 동시에 바라볼 때, 각 종교들 간의 관계에 대한 관점에도 저자 의 입장이 개입한다. 휴스턴 스미스와 이능화는 여러 종교들을 대할 때 저마다 전제로 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스미스를 비판적으로 봤을 때, 러셀 맥커천은 그 의 저술에서 제국주의적 시각과 영원주의적 기획이 드러나는 점을 지적한다. 반 면 이능화는 책의 제목과 서문에서부터 자신이 여러 종교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10) 여러 종교와 불교의 비교 부분이 일관되거나 독특한 종교학적 관점 없이 개념적, 교리 적 무차별 대응만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종서, 「한말 일제하 한국종교 연 구의 전개」, 290; 하지만 신광철은 이능화가 단순히 자료를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료들의 의미를 밝히는 것까지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능화의 의의를 제대로 평가하 려면 ‘그 어떤 무엇을 지향하는 모음’을 분석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 광철, 「이능화의 종교사학과 한국기독교사 연구」, 한국기독교와 역사 4 (1995): 185; 또한 고전의 인용을 나열하는 것은 당시 아시아에서 중요한 전통이었다는 설명도 있다. 

Yi, Harmonizing the Hundred of Teachings, xxiv.는 불교를 중심으로 한 ‘회통’이 전제돼 있음을 밝히고 있다.

1. 세계의종교의제국주의적시각과영원주의적기획: 러셀맥커 천의비판을중심으로
휴스턴 스미스의 세계의 종교는 오랜 기간 판매되어 온 책이다. 1958년에 처음 출판된 이래 많은 개정판들이 나왔고, 2009년에는 50주년 개정판이 출판됐 다. 이 책은 또한 오랜 기간 살아남은 것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대학생들을 위 한 권위 있는 입문서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맥커천이 출판사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백만 부 이상이 팔렸고, 그 중 2분의 1에서 3분의 2 정도가 수업용 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11) 초판이 출판된 지 60년이 지난 책을 두고 맥커 천은 왜 여전히 인기가 유지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맥커천이 스미스를 비판하며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스미스가 ‘전통
(tradition)’이라는 용어를 수차례 사용하며 ‘현대, ‘이성’, ‘서양’을 ‘전통’과 이분법 적으로 구별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그는 스미스 책 유교 챕터의 다 음 구절들을 인용한다.
현대적 삶이 부족 사회의 전통 중심적(tradition-dominated) 삶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져서 관습(mores)이 통제되는 것이 얼마나 완전히 가능할지 깨닫기 어려워졌 다... 중국은 수많은 개인들이 등장하게 되는 사회적 발전의 새로운 지점에 도달 했었다. 집단의식보다 자의식에 따라 이러한 개인들은 그들 스스로를 1인칭 복수 형으로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1인칭 단수형으로 생각했다. 이성은 사회적 관습
(convention)을 대신했고, 개인의 이익이 그룹의 기대를 넘어섰다. 개인주의와 자 의식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고, 반성 없는 연대(unreflective solidarity)는 과거의 것이 되었다.12)
 
11) McCutcheon, “A Question (Still) Worth Asking about The Religions of Man,” 302.
12) Smith, The World’s Religions, 161-63.
맥커천에 따르면, 스미스의 서술은 많은 대립항(polarities)을 전제한다. 특히 맥 커천은 ‘전통적(traditional)’이라는 용어가 오랫동안 ‘비문명화된’, ‘원시적인’, ‘부 족적인’ 혹은 ‘비서구적인’라는 말의 완곡 어법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분석이 스 미스의 용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13) 무엇보다 스미스의 서술은 ‘그들 (즉, 중국인)’을 ‘우리(즉, 서구의 독자)’와 대립되도록 묘사한다.
맥커천은 종교에 대한 연구가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을 비판한다. 이것은 스미스가 독자들에게 타 종교를 이해하 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내용의 서문에서 잘 드러난다. 
최근에 나는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외곽의 맥스웰 공군 기지에 있는 천 명의 장교들에게 타 민족 종교들에 대한 강연을 하러 공군 전투기로 이동한 적이 있 다. 나는 그들만큼 배움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을 본 적이 없다. 무엇이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했을까? 여러 사례들 중에서 이것은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그들은 그들이 공부하는 민족들을 군대로서 동맹, 적, 군사 점령의 대상으로 언젠가 대하 게 될 것을 염려했다. 그런 상황에서 타 민족의 행동을 예상하고, 최악의 경우 그 들을 정복하게 되면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14)
맥커천은 이 구절에서 세계가 ‘동맹과 적’,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뉜 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비교종교학을 통해 전달되는 지식이 특정 집단 만을 소유자로 만드는 효과적인 제국주의적 도구가 된다고 비판한다.15) 이와 같 은 맥커천의 비판은 스미스의 이분법적 서술이 특정 대상을 배제한다는 것을 지 적한다. 그의 비판을 따르면, 스미스의 서술에서 배제되는 대상에는 비서구
(non-Western)의 독자들과 ‘비서구적 종교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13) McCutcheon, Manufacturing Religion, 178-79. 
14) Huston Smith, The Religions of Man (New York: Harper & Row, 1958): 7-8. McCutcheon, 
Manufacturing Religion, 179-80에서 재인용. 이 글에서는 1958년 초판의 내용을 인용했다. 
1991년 판에도 이러한 내용이 언급되지만, 기지의 이름이나 위치 같은 구체적인 사실들 이 생략되고 점령이나 정복 등의 표현이 빠졌다.
15) McCutcheon, Manufacturing Religion, 180.
이에 더해 2018년의 논문에서 맥커천은 추가적인 비판점으로 스미스가 ‘영원 주의적 접근(perennialist approach)’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영원 주의적 접근은 모든 종교들의 공통된 본질이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논의를 가리킨다. ) 이 글에서 영원주의적 기획 자체의 문제점을 검토하려는 것은 아니 다. 여기서는 스미스의 영원주의적 접근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그의 제국주의적 시각이 동반될 때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스미스의 서술은 동양 종교를 효과적으로 배제할 위험성을 지닌다. 공통으로 상 정되는 본질에 ‘비서구적 종교들’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책의 서문에서 종교는 ‘사실의 문제(a matter of facts)’가 아니라 ‘의 미의 문제(a matter of meaning)’라고 말한다. ) 스미스가 서술하는 의미로서의 종 교는 ‘넓은 일반화(broad generalizations)’를 거치면서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사건들 을 배제하고, ‘모든 사람’과 관계되는 초역사적인 지혜와 의미의 사례가 된다. ) 또한 스미스는 ‘인간 본성 속 본질적인 유사성(the essential similarity in human nature)’을 통해 독자들에게 세계 종교 전통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데, ) 이는 그의 영원주의적인 기획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스미스는 종교 전통들을 설명할 때 해당 종교만의 용어가 아닌 보편적인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특히 힌두교를 서술할 때 두드러진다. 그는 힌두교에 대한 서술을 시작하면서 ‘힌두교적인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힌두 교 챕터 66쪽 중 약 15쪽 가량을 전개하고 있다. 대신 사람이 삶을 살아가며 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힌두교는 그러한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 일반적 인 용어를 통해 이야기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목샤(moksha)나 아트만(atman), 브 라만(brahman)이라는 용어가 각각 한 번씩만 설명 없이 언급되는데 이는 열 번째 페이지에서였다. 이러한 서술은 각 종교 전통들이 가진 고유의 세부적인 특징들 이 아니라 다른 종교들과 함께 보편적으로 보일 수 있는 특징들을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2. 백교회통의 ‘회통’과의비교

서론에서 언급했듯 백교회통에는 여러 종교들을 대등하게 비교하려는 관점 과 불교를 강조하려는 관점이 공존하고 있다.20) 이능화는 자신이 불교를 강조하 는 이유가 자신이 불자이기 때문일 뿐이라고 밝히면서 다른 종교인들을 배척하 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렇듯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지 않지만, 불교를 중 심으로 하는 그의 입장은 ‘회통(會通)’으로 드러난다. 그는 서문에서 이러한 그의 입장과 여러 종교들을 비교하고 회통하려는 목적을 밝히고 있다.
...오래지 않아 한 사람이 한 가지 씩의 교(敎)를 만나게 될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는 어떤 것이 올바른 종교이며 또 어떤 것이 삿된 종교라 할 수 있겠는 가? (중략) 그러나 비록 그렇더라도 따지고 보면 원래 한 가지 둥근 원이 나누어 져 백 가지의 길이 이뤄졌을 뿐인데,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스스로 자기 것은 옳고 남의 것은 그르다고 분별을 짓는다. 그러다보면 원래 하나이던 것이 공연히 분파를 많이 만들어 결국은 물과 우유의 섞이는 면을 보기가 어렵고 모순 만이 팽배해 질 것이 염려가 되는 것이다. 이에 본인은 모든 종교의 강령을 열람 하고 대조해 서로 견주어 보아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가리고, 필요에 따라 원문을 인용하여 증거를 하면서 회통케 하였다....또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모든 문장을 판별해 가는 부문은 나 자신이 불교인인 까닭으로 불교를 비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올바로 밝힌 것이므로 혹 다른 종교인이 이를 볼 때는 이점에 오해가
없기를 당부한다.21)
이능화는 불교의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종교들 간의
20) 이병욱, 「이능화 종교관의 변화」, 정신문화연구 28 (2005): 167.
21) 이능화, 백교회통, 6-7.

갈등을 해결하고자 회통을 시도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백교회통의 서문 은 제국주의적 시각이 묻어나는 세계의 종교의 서문과 대조적이다. 
이능화의 회통은 동아시아 전통에서 발전된 회통을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 다. 본래 회통은 “불교라는 이름 밑에 광범위하게 포함된 제 교설과 기타의 화의 (化儀)들을 적절히 위치지우며, 그 상대적 가치들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관용적 입장”을 의미한다.22) 김종명의 설명에 따르면,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회통론’은 8 세기 이후 중국에서 발전돼 왔다.23) 초기 회통은 불교 내의 선 명상과 교학을 일치시키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이후 이는 유교와 불교 사이의 회통으 로, 나아가 유교, 불교, 도교의 삼교 회통으로 변화했다. 특히 회통은 그 선구자 인 원효 이래 한국 불교의 중요한 측면으로 고려돼 왔다.24)   
백교회통 속 이능화의 회통은 동아시아 전통의 연장선에서 다종교 상황이라 는 근대적 현실에 회통 개념을 확대해서 적용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서문에서 이능화는 특정 종교에 대한 우월함을 배제한 채 여러 종교들이 공존하는 종교 다원주의적 인식을 드러낸다.25) 이능화의 회통은 당시 한국의 모든 종교들에 적 용되었다. 회통의 중심인 불교는 우월한 하나의 가르침이 아니라 여러 종교들의 공존을 위한 도구로 쓰일 뿐이다. 따라서 백교회통의 회통은 자기 종교가 다른 종교의 진리를 포함한다고 보는 ‘내포주의(inclusivism)’의 입장이라기보다는,26) 
22) 이기영, 「한국불교의 근본사상과 새로운 과제」, 한국불교연구, (서울: 한국불교연구원, 
2006), 329.
23) Kim Jongmyung, “Yi Nǔnghwa, Buddhism, and the Modernization of Korea: A Critical Review,” in Makers of Modern Korean Buddhism, ed. Jin Y. Park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10), 99. 
24) 회통을 한국 불교만의 특징이라고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원효 이 래 한국 불교에서 중요한 주제이자 특징으로 다뤄진 것은 맞지만, 이는 조화를 추구하 는 불교 자체의 특성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심재룡, 「한국불교는 회통불교인가」, 불교 평론 3 (2000)을 참고하라.
25) 김종서, 「한말 일제하 한국종교 연구의 전개」, 290.
26) 김영호는 이능화의 회통이 자기 종교 안에 다른 종교의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는 원리 이기 때문에 내포주의라고 보았다. 김영호, 「이능화의 종교회통론」, 한국학 연구 8 (1997): 215-16. 불교는 여러 종교들을 통하게 하기 위한 도구로서 선택되었고, 이는 이 능화가 불자이기 때문일 뿐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 말한다면, 불
 
동등한 위치에 놓인 종교들 간의 대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백교회통의 ‘회통론’은 앞서 논의한 스미스의 영원주의적인 관점과 마찬가 지로 여러 종교들 간의 관계에 대한 관점이기도 하다. 모든 종교가 하나였으나 그것이 갈라진 것이라고 말하는 이능화의 회통론은 영원주의적 관점과 유사한 점들을 보인다. 회통론 또한 결국 여러 종교들 사이의 ‘같음’을 위한 논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미스의 영원주의적 기획은 보편적이고 공통된 하나의 본질을 상정하지만, 이능화의 회통은 ‘서로 통하는 것’에 강조점이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한 차이가 있다. 김영호가 “바다만 있고, 백 개의 냇물이 없어야 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표현했듯이 회통은 각 종교의 모습을 통일시키는 것이 아니다.27) 그리고 영원주의적 접근은 모든 종교들 간의 공통점을 찾지만 회통은 불교와 각 종교들 간의 연결점을 찾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능화는 불교가 아닌 종교의 경전 구절을 제시하고, 여기에 대응할 만한 내용의 불교 경전 구절을 함께 배치해 둘 사이의 차이점 혹은 유사점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비교 작업을 수행했다. 불교 가 아닌 종교들 간의 직접적인 비교는 없었다.
이렇듯 조화 혹은 통합을 추구하는 한국적·동아시아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이 능화의 회통론은 앞서 비판했던 스미스의 관점과 달리 관용과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불자라는 자신의 종교적 입장을 미리 밝히고 불교를 중심으로 다른 종교를 바라보는 작업을 수행한 것은 현대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연구자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실 속 저자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 든 종교들로부터 제3자의 입장을 유지하는 완전한 독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 운 이상이다. 그러나 이능화처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리 밝히는 것은 절대 적이지는 않더라도 ‘상대적인 객관성’을 획득하는 것일 수 있다. 완전히 객관적 일 수 없다면,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 이처
 
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신자가 자신의 종교를 중심으로 여러 종교들을 통하도록 하는 작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능화의 회통론은 각 종교가 자신의 입장을 중심에 놓고 다른 종교들과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불교의 사례로서 보여준 것이다. 
27) 김영호, 「이능화의 종교회통론」, 214.
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후 다른 종교에도 동등한 입장을 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비로소 현실적인 의미에서의 종교다원주의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Ⅲ. 종교들을비교하는틀
스미스와 이능화는 독자의 보다 나은 이해 혹은 저자의 보다 나은 서술을 위 해 저자 자신이 전제하고 있는 관점을 비교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두 저자 모두 종교들 간의 공통적인 구조를 발견했다고 여길 때, 그것을 자신들이 전제하 는 관점의 종교 현상과 비교하며 서술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각 저 자가 전제하고 있는 종교와 서술 대상으로 하는 종교 사이의 비교종교학적 관점 을 드러낸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비교의 관점이자 틀은 스미스의 경우 ‘신(God)’ 개념이고, 이능화의 경우 ‘천(天)’과 ‘도(道)’ 개념이다.

1. 세계의종교의 ‘신(God)’

스미스는 책의 곳곳에서 대문자 ‘G’로 시작하는 용어 ‘신(God)’을 사용했다. 이 용어는 대개 기독교의 유일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이것은 힌두교를 설명 할 때 잘 드러난다. 힌두교를 설명할 때 스미스는 ‘신’ 개념을 빈번하게 사용하 는데 특히 자주 발견되는 것은 박티 요가(bhakti yoga)를 설명할 때다. 신과 인간 의 직접적인 관계에 사랑을 통해 헌신하는 박티 요가가 스미스의 ‘신’과 관련한 논의와 들어맞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스미스는 박티 요가의 기본적인 원칙들 은 기독교에서 그 예시가 잘 드러난다고 언급한다. ) 
스미스가 ‘신’을 다른 종교에 비교적으로 적용하는 작업이 잘 드러나는 사례 는 불교를 설명하는 챕터에 등장한다. 여기서 스미스는 ‘열반(nirvana)’ 개념이 곧 ‘신’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한다. ) 그에게 이 문제는 우선 종교라는 정의가 신을 필요로 하는가의 여부와 관련된다. 만약 종교가 신을 필요로 한다면 불교는 신을 고백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가 아니지만, 종교가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불교 를 종교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미스는 ‘신’의 정의를 재검토한다. 만약 신이 의도를 갖고 우주를 창조한 ‘인격적 존재(personal being)’를 의미한다 면, 열반은 신이 아니며 불교라는 종교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적(atheistic) 이라고 말한다. 한편 신(God)이 ‘Godhead’ )를 의미한다면, 인격성(personality)은 이 개념 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열반과 유사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신’은 스미 스(그리고 서구의 독자들)에게 어떤 종교적인 현상을 바라볼 때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 
또한 유교를 설명할 때 스미스는 유교가 윤리(ethics)인지 종교(religion)인지 질 문을 던진다. ) 스미스에 따르면 종교의 좁은 정의는 ‘인간 존재의 초월적 근거 와 인간성을 연결시키는 관심’이다. 그는 이 정의를 적용한다면 그 초월적인 근 거가 ‘하늘(Heaven)’이라는 ‘무언의 존재(muted one)’이긴 하지만 유교는 여전히 종교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스미스는 ‘하늘’의 존재를 ‘신’과 직접 비교하지는 않 지만 이 같은 정의로만 종교로서의 유교를 한정하는 것은 ‘초월적 존재’가 종교 의 필수 조건이라는 그의 시각을 보여준다. 
눈여겨 볼 점은 이능화가 현대에 ‘God’을 의미할 때 흔히 사용되는 ‘신(神)’을 스미스가 말하는 ‘신(God)’의 의미로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의 신을 가리킬 때는 ‘상제(上帝)’라는 표 현을 썼다.  ) 달리 말한다면, 서구의 신 개념에 적절히 들어맞는 개념이 동아시 아에는 본래 없었고, 이능화가 활동하던 시기까지도 스미스의 유일신 ‘God’과 같 은 개념이 한국에 널리 퍼져있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2. 백교회통의 ‘천(天)’과 세계의종교의 ‘신(God)’ 비교

‘천(天)’은 이능화가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틀로 제시하는 개념이다. 이능화는 11개의 종교들과 불교를 비교한 뒤 12장 ‘모든 종교를 총합하여 불교와 대조함’ 에서 천 개념을 제시한다. ) 그는 “도교가 주로 자연에 방임(放任)하는 것을 제 외하고는 모든 종교가 하늘(天)로써 위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자신이 수행한 비교 작업의 성과를 밝힌다. 

이능화는 천을 형체(形體), 주재(主宰), 명운(命運), 의리(義理) 등 네 가지로 구 분한다. 첫 번째는 물리적 형태의 천을 가리키고, 두 번째는 세계를 관리하는 존 재로서의 천을 가리킨다. 세 번째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운명을 가리키고, 네 번째는 도덕성 혹은 도덕적 원칙을 의미한다. 이능화에 따르면 유교에는 네 가지 의미의 하늘이 다 있고, 나머지 기독교, 이슬람교, 바라문교, 대종교 등에서 말하 는 하늘은 두 번째 의미의 천(주재)과 관련돼 있다. 이어 그는 불교는 이와는 다 른 네 가지 천(세간천, 생천, 정천, 의천 또는 성천)을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 처는 이들을 초월한 하늘 중의 하늘, 즉 ‘천중천(天中天)’이라고 설명한다.

이능화의 ‘천’ 구분은 불완전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한국적인’ 성격의 비교종 교학적 틀을 제시하려 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옛부터 하늘이란 4종으로 구분되 는 것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언급34) 이외에 네 가지로 하늘을 구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증이 부족하다. 또한 각 종교들이 해당되는지 여부 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하지만 신광철은 이러한 천 개념이 오랜 역사 속 한국 종교에 이어진 해답의 상징체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는 분 석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하늘을 경험하며 만들어 온 해답의 상 징체계를, 다른 하나는 사제를 통해 ‘힘’과 만나는 제의적 삶에의 참여를 통해 살아가는 무속적 종교를 가리킨다.35) 이는 하늘이라는 존재가 한국인들의 경험 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특히 무속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스미스 또한 ‘천’에 해당하는 ‘하늘(Heaven)’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유교 챕터에서 스미스는 하늘과 땅(Earth)의 영역이 끊임없이 접촉하고 서로 관련을 맺으며, 하늘은 땅의 번영을 통제한다고 설명한다.36) 하지만 스미스는 이능화처 럼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를 엮어 낼 수 있는 개념으로 사용하지 는 않았다. 대신 스미스는 하늘의 개념을 유교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 다. 특히 스미스는 하늘을 인간과 관계를 맺는 초월적인 대상으로만 한정 짓고 있다. 이는 앞서 논의했던 스미스의 좁은 의미의 종교 정의에 따르면서도, 이능 화가 제시한 (기독교, 이슬람 등이 속한다고 했던) 두 번째 의미의 천, 즉 ‘주재’ 의 의미로만 ‘하늘’을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능화가 제시하는 ‘천’은 스미스의 ‘신’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기는 어렵다. 서구의 유일신은 창조주로서 이능화가 제시한 물리적 형태의 하늘마저도 만들어 낸 존재이며 운명이나 도덕을 (불교와는 다른 의미로)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 다. 그렇지만 유사한 측면도 갖는다. 인간을 초월하면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점, 인간이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관계를 맺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스미스의 신이 주로 인격적인 존재, 이능화의 천은 ‘비인격적인 원리’로 대조되는 데서 나타난다. 백교회통에서 인간과 비교적 인 격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중국 고대 신앙의 초자연적인 존재들인 ‘귀신(鬼神)’ 이다. 이들은 강력한 초자연적 존재로, 하늘에 살며 바람이나 비, 천둥이 의인화 된 형태이고 이러한 존재 중 최고는 상제로 알려진다.37) 하지만 이러한 존재들 을 모두 초월하는 지고의 존재는 비인격적인 원리로 작동하는 ‘천’이다. 스미스

35) 나아가 신광철은 이러한 천(天) 개념은 이능화의 종교사학의 의도가 한국 종교의 원류 를 ‘신교(神敎)’라고 밝히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인다. 신광철, 「이능화의 종교학 적 관점」, 종교연구 9 (1993): 184.
36) Smith, The World’s Religions, 183-87.
37) Yi, Harmonizing the Hundred of Teachings, 32.

또한 신의 정의를 비인격적인 존재(Godhead)로 보는 경우에, 열반이 신 개념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이능화의 기독교 서술에는 신과 인간이 인격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 할 만하다. 애초에 이능화의 서술에는 수행자이자 스승으로서 나타나는 예수의 모습 이외에 기독교의 신이 활동하는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3. 백교회통의 ‘도(道)’와 세계의종교의 ‘신(God)’ 비교

이능화가 ‘천’ 개념을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틀로 제시했다면, ‘도(道)’는 유교, 
불교, 도교와 같은 ‘동아시아적’ 종교를 서술할 때 활용되는 틀로 강조된다. 
유교와 불교의 비교, 도교와 불교의 비교에서 ‘도’와 관련된 주제가 많이 등장 한다. 도의 정의와 도가 갖는 특징들 혹은 도를 위해 수행하는 방법 등에 대해 유교 및 도교와의 비교에 수차례 다루고 있다. 이때 이능화는 의도적으로 ‘도 (道)’라는 한자를 중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 공통된 내용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스미스 또한 ‘도’의 개념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다룬다. ) 다만 이는 도교를 설명할 때만 등장한다. 스미스에 따르면, ‘도(Tao)’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형언할 수 없고(ineffable)’, ‘초월적인(transcendent)’인 궁극적 실재 (ultimate reality)를 의미한다. 두 번째는 자연의 모든 생명을 이끌어가는 내재적인 (immanent) 힘을 가리킨다. 세 번째는 앞서 묘사된 우주적 도와 꼭 들어맞을 때 인간의 삶을 의미한다. 이러한 설명은 도덕경에 등장하는 ‘도’에 대해서는 적 절한 설명일 수 있다. 하지만 스미스의 ‘도’는 동아시아 종교들을 함께 읽어내는 틀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백교회통 속 유교, 불교의 도는 도교의 도와 마찬가지로 모두 수행을 통해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서로 비슷한 점도 많지만 각 종교 전통마다 강조하는 바 가 다르다. 유교에서 도는 주로 ‘덕’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며,40) 하 늘 의 명을 따르는 데서 비롯된다. ) 불교에서는 수행을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어 야 할 상태 혹은 진리를 의미한다. ) 

이러한 ‘도’를 스미스의 ‘신’과 비교했을 때 드러나는 것은 동아시아 종교의 ‘수행 전통’이다. 백교회통에서 도는 ‘닦는 것(도를 닦는다)’으로 등장하기도 하 고, ) ‘드는 것(도에 든다)’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 이처럼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신과 인간의 관계보다는 인간 스스로가 도를 향해 나아가는 수행이 중요하게 다 뤄진다. 그런 점에서 이능화는 기독교를 다룰 때 예수가 보이는 ‘수행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기도 하고,  ) 개인이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수행에 빗대기도 한다.46)

Ⅳ. 결론

이 글에서는 스미스의 세계의 종교가 ‘동양’을 배제하는 방식에 대해서 다 루었다. 맥커천의 비판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적 관점과 영원주의적 관점이 결합해 ‘비서구의 독자들’과 ‘비서구적 종교’를 배제하게 되는 스미스의 시각을 논의했 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종교를 서술할 때 스미스의 비교종교학적 접근이 어떤 식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 ‘신(God)’ 개념이 활용된 사례들을 통해 살펴봤다. 

세계의 종교가 동양을 배제하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이에 대한 ‘동 아시아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능화의 백교회통과의 비교를 시도했다. 이 능화의 ‘회통’이 스미스의 제국주의적/영원주의적 관점과 비교했을 때, 종교다원 주의를 전제로 한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관용적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제안했다. 또한 백교회통에서 비교종교학적 틀로 활용된 ‘천(天)’과 ‘도(道)’의 개념이 가 진 특징을 살펴보며 서구의 ‘신’이 놓치는 부분들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 글은 세계의 종교가 가진 한계를 드러내는 비교라는 목적 아래 백교회 통을 다루면서 그 전반적인 가치를 다루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백교회 통에 대한 연구가 이능화의 방법론을 주로 다룬 것에 더해 이 글은 ‘동아시아 적’ 혹은 ‘한국적’ 비교종교학적 작업으로서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드러내고자 했 다. 

이렇게 백교회통이라는 자료를 활용해 그 가치를 드러내려고 했던 것과 마 찬가지로 스미스의 책이 지금의 시점에서 활용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 휴스 턴 스미스의 세계의 종교는 북미에서 종교학이라는 분야가 제대로 자리 잡기 이전부터 영향력 있는 세계 종교 입문서로 활용돼 왔다. 서구의 독자들에게 효과 적인 설명을 제공하며 큰 인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 책이 현재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활용된다면, 있는 그대로의 내용이 전부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비판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맥커천의 표현처럼 이 책은 과거 종교학의 방법론이나 문제 점을 드러내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이 글에서 논의된 문제점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과 서구의 학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구화돼 온 학문적 지형에서 활동하는 비서구의 학자들도 역시 ‘동양적인 것’을 배제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 다. 무엇보다 이 글에서 다룬 ‘동양-서양’의 이분법을 포함해서, 현실 속 차별과 배제를 만들어 내는 권력과 지식의 결합은 계속해서 비판되고 수정돼야 한다.
  
주제어: 휴스턴 스미스, 세계의 종교, 이능화, 백교회통, 회통, 비교종교학, 천(天), 도(道)

일: 2020. 11. 10. 심사종료일: 2020. 11. 18. 게재확정일: 202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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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 Neunghwa. Harmonizing the Hundred of Teachings: Baekgyo hoetong, trans. Dan B. Jung. Seoul: Korea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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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How a Western Introductory Book on World Religions Excludes the East:
Focusing on the Comparison of Huston Smith’s The World’s Religions and Yi  Neunghwa’s Harmonizing the Hundred Teachings
Choi, Myung Hoon (Seoul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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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rticle critically reviews Huston Smith’s The World’s Religions by focusing on how the book excludes Eastern readers and Eastern religions. I compare Smith’s work with Yi Neunghwa’s Harmonizing the Hundred Teachings (Baekgyo hoetong, 백 교회통) to illustrate Smith’s exclusive view and Yi’s alternative perspective based on an East Asian view. First, I discuss how Smith’s viewpoint toward “other” (non-Western) religions can be considered imperialist. I review Russell McCutcheon’s critique that Smith supposes a dichotomy between tradition and reason or between the West and the East to separate “us” from “them.” In addition, Smith generalizes religions broadly to show the similarity of all religions. This “perennialist approach” can exclude non-Western religions as it is accompanied by an imperialist view. Instead I suggest Yi’s “harmonizing” (hoetong, 회통), a concept based on the East 
Asian Buddhist tradition, as an alternative. Yi’s harmonizing relates all religions with Buddhism. However, his attempt is not intended to emphasize that Buddhism is superior to other religions. Yi considers Buddhism as a tool to understand other religions; therefore, his viewpoint can be understood as religious pluralism aimed at the coexistence of religions.  Second, I show Smith’s and Yi’s comparative religious frames for describing unfamiliar religions. Smith noticeably juxtaposes the notion of “God” with similar notions of non-Western religions. On the other hand, Yi suggests four different meanings of “Heaven” (Cheon, 천) as a framework to comprehend all religions. Furthermore, I show that Yi utilizes “Dao” (Do, 도) when he describes East Asian religions such as Confucianism, Buddhism and Daoism with an emphasis on the tradition of self-discipline.
Key words: Huston Smith, The World’s Religions, Yi Neunghwa, Harmonizing the 
Hundred Teachings, hoetong (harmonizing), comparative religion, cheon 
(heaven), do (d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