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1

운명에 맞서 의연한 자는 하늘도 비켜간다.

운명에 맞서 의연한 자는 하늘도 비켜간다. * 사주[인생의 네비게이션] : 네이버 블로그

2017. 10. 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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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재운의 3부작 소설 "토정비결"을 읽다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팔도를 주유(周遊)하던 송도(지금의 개성)의 세 선비.
스승인 화담 서경덕과 제자 토정 이지함 그리고 박지화가 주유 중 남긴 일화 중 하나다.
송도를 떠나 두루 다니다 해남에서 순천 그리고 지리산을 거쳐 섬진강을 따라 하동을 거쳐 진주로 내려갔
다가 태백산맥의 마지막 자락과 가지산의 남쪽 끝부분 밀양재를 지나면서 주막에도 인근 비구니들만 수
도한다는 석남사에도 사람을 볼 수 없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계곡을 내려온다.
아래 쪽에 마흔쯤 되어 보이는 포졸이 쭈그려 앉아 병든 닭처럼 졸고 있다가 일행을 발견하고 길을 막아
서길레 그 이유를 물으니 경주에서 퍼진 염병이 경상도 지방에 퍼져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시체를 치울
손마저 없는 형편이라 염병이 퍼진 곳에 통행을 막으라는 포도청의 지시를 수행 중인데 원래는 열명이 나
왔다가 다른 사람들은 다 도망가 버리고 혼자 지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신은 왜 도망가지 않았냐고 묻자
「나마저 도망가버리면 멋 모르고 이 지방으로 오는 사람들이 다 병에 걸릴 것 아니오」라면서 며
칠 전까지는 저 건너 마을에서 자고 밥도 얻어 먹었는데 거기도 병이 퍼져 밥 굶은 지 사흘이 됐다고 한
다.
그 말을 듣던 박지화가 한마디 한다.
「거 답답한 양반일세. 당신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남 걱정이 되오?」
이에 포졸은
「먹고 살기가 막막해서 포졸이 됐소만, 맡은 일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소?」
박지화는 근심스런 얼굴로 스승인 화담을 슬쩍 바라보며, 염병이 돌고 있으니 아쉽지만 돌아가자고 말하
자 이지함도 고민하고 있는데...
「어허, 죽음이 그리도 두려운 것인가? 왜 이 먼 길을 떠나왔던고. 이 땅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
가고 있는지 보고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진실을 구하려는 욕망도 죽음 앞에서는 뒷걸음치고 마는 것인가? 염병은 이 땅의 병이 아니고, 염병에 걸린 백성은 이 나라 백성이 아니던가? 포졸
하나도 제 책무 때문에 저토록 목숨을 내놓고 길을 지키고 있는데,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람들
이...」
하며 화담이 두 제자를 꾸짖었다.
얼굴을 붉히고 있던 제자들은 결국 염병이 퍼졌다는 경상도를 향해 가려는데 포졸이 길을 막고 나섰다.
이에 일행은 우리라도 가서 환자들을 살펴보고 사람들을 거두겠다고 하니 포졸은 하는 수 없이 길을 비켜
서면서 정 가려거든 이름자나 남기고 가라 한다. 그래야 누가 죽었는지 알 것 아니냐면서...
화담은 포졸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며,
「허허, 이름은 남겨 무엇하겠소. 한 세상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당신이나 몸조심하시오.」라며
제자들에게 「저런 자들은 운명을 감정할 수 없다」고 한마디 한다.
어째서 그렇냐는 제자들의 반문에
「운명에 맞서 저렇게 의연한 이는 하늘도 비켜가는 법이지.」
「그렇지. 제가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스스로 끌고 가는 사람에게는 하늘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필자가 타인의 사주를 보면서 말미에 늘 해주는 말이
1. 주변정리
2. 적선음덕
3. 기도생활 등이다.
옛 속담에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했으니
그런 자들에게 무슨 사주팔자가 중요하겠는가...
어쩌면 필자가 타인의 사주를 봐주는 것도 이 말을 전하기 위함이 아닐까 스스로 생각해 본다.